윤석열 내란 발발 후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극우세력을 부상케 한 삶의 조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광장으로 쏟아진 무수한 여성과 소수자들이 그토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지만, 2025년 7월 이재명은 ‘경제가 더 중요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거부했다.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인상률은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전히 고공에는 정리해고제도에 맞서 싸우는 세종호텔 노동자 고진수가 있고, 울산과 화성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의 비정규직 양산과 여성노동자 탄압에 맞서 싸우는 이수기업 노동자들과 기아차 청소노동자들이 있으며, 구미에는 불탄 공장을 지키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있다. 한국 자본에 더 많은 이윤을 안기는 관세협상이 한창이던 바로 그때, 스물다섯살 이주노동자 뚜안은 단속추방으로 사망했다. 학교 성폭력 2차 가해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해임당한 지혜복 교사는 투쟁 700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거리에 있다. 대체 무엇이 바뀌었는가?
노동조합 회계공시제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시행령정치를 청산하기는커녕 노조법 2·3조 개정효력을 시행령으로 짓밟으며 원청자본을 굽어살피는 정부,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지지는커녕 석유공사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영해 자원수탈에 나서는 정부, 기후위기 대응은커녕 북극항로 개척사업에 뛰어들며 극지 해빙위기를 가속하는 정부가 이재명 정부다.
이런 정부 아래 웃는 것은 자본뿐이다. 한미 관세협정에 따라 정부를 등에 업고 미국 진출을 확대하며 거머쥘 이윤, 미해군력 증강을 위한 MASGA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이윤, 국가적 반도체-AI산업 육성에서 나오는 이윤, 한국 국방비 증액에서 나오는 이윤, 북극항로 개척에서 나오는 이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과 팔레스타인 수탈에서 나오는 이윤. 이 모든 기회를 앞장서서 여는 이재명 정부를 모든 자본가들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자본가들에게만 충실한 이재명 정부는 광화문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노동자 민중이 절박하게 외친 요구를 모두 뒷전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이런 이재명 정부 아래, 극우세력은 다시 세력을 확대할 것이다.
기억하자. 윤석열 정부를 만든 것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이었다. ‘조국사태’로 파렴치함의 극치를 드러낸 정부, 박원순 성폭력을 감싸며 국가적 2차 가해를 자행한 정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폐기도 모자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저임금 노동자들을 쥐어짠 정부, 탄력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도 모자라 특별연장근로를 일상화한 정부가 문재인 정부였다.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던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를 출범시켰다.
극우세력 확대의 토대를 청산하지 않는 한, 극우세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청년에게 절망을 안기는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 일상에 넘쳐나는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계급투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극우세력은 다시 들어선 민주당 정부 아래 토대를 확대하며 반격을 준비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와 독립적인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노동자 민중운동 일각은 이재명 정부와 노골적 합작에 나섰다. 윤석열 내란 1년을 맞이한 오늘, <12.3 시민대행진>을 비상행동기록기념위원회와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함께 주최한다고 한다. 집회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총리도 참여한다고 한다.
12·3 내란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바로 오늘, 중단 없는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결의를 다져야 할 내란 1년 집회는 이재명 정부를 위한 관제행사로 변질되었다. 이런 태도로는 새로운 세상을 열기는커녕 내란을 낳은, 또한 내란이 낳은 극우세력조차 청산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투쟁 대상이다. 이재명 정부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확대하자.
2025년 12월 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