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제55차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됐다. 대회 후 노동자들은 대오를 나눠 도심을 행진하며 노동자의 요구를 알려냈다. 금속노조 행진선동에서 김미옥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지회장은, 노조법 2,3조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은 불완전한 법이고, 원청교섭 등의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원하청 노동자의 공동투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지속할 뿐 아니라, 노동기본권은 뒷전으로 미루고 한국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한 규제완화와 방위비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이에 맞서 개정된 노동법을 현장에서 관철하기 위한 투쟁으로 2026년의 투쟁을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오세일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비상대책위 위원장은, 현대중공업 생산의 80%를 하청노동자가 담당하고 있으며, 1만 9천 명의 하청노동자 중 4천 3백여명이 이주노동자인데, 세계 1위 조선산업이라는 허울과 달리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는 현장에서 유령취급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그 핵심에는 20년 간 원청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지회와의 교섭 자체를 거부해온 역사가 있으며,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원청교섭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결의했다.
사진=금속노동자
원하청 노동자 공동투쟁, 전국 노동자 총단결·총투쟁으로 원청교섭 쟁취하자!
- 김미옥(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지회장)
2026년 3월 10일부터 개정 노동법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개정 노동법은 윤석열 탄핵 이후에야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 오랜 탄압을 이겨낸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노동법 2·3조 개정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개정 노동법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자본가들이 빠져나갈 허점이 많은 불안전한 법입니다. 그래서 개정 노동법을 제대로 관철하려면 하청노동자들의 총단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이미 자본가들은 개정 노동법이 파업을 부추긴다는 온갖 거짓 선동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동지들! 우리 자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2026년 개정 노동법을 활용해서 전국적인 총단결·총파업을 조직해서 본때를 보는 건 어떻습니까?
또한 자본가들은 법 기술자들을 동원해 개정 노동법을 무력화하려고 혈안입니다. 윤석열의 법 기술자들도 광장의 투쟁과 탄핵을 막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본가들의 법 기술자의 잔머리로는 개정 노동법을 온전히 실현하려는 노동자 총단결·총투쟁을 절대 막지 못할 것입니다.
나아가 자본가들은 개정 노동법의 무력화뿐 아니라, 대통령령과 시행령으로 개정 노동법을 흠집 내려고 달려들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자본가단체에 ‘기업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라 얘기한 만큼, 우리는 고동노동부의 행보를 두 눈 부릅뜨고 경계해야 합니다.
자본가들의 거짓 선동과 행보의 목적은 노동자들을 더 많이 착취해 더 많은 이윤을 쌓으려는 것에 있습니다. 이들의 노동자 착취와 이윤 추구는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 새로운 노동자 사회로 나가지 않는 한, 절대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오늘 노동자대회에 참가하신 전국 노동자 여러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은 자신을 ‘중도 보수’로 자칭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등장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기후 위기 해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 공모 중단은 거부되고 있습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해결, 모든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노동기본권 보장은 말 잔치일 뿐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한 정부의 행보는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종부세와 금투세 완화, 반도체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3,500억 달러 미국 투자, 방위비 인상(2.8%에서 3.5%로)으로 엄청난 혈세를 물 쓰듯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건 대기업과 독점자본의 이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대변혁은 자본가단체, 국회, 정부로부터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직 노동자 민중의 총단결·총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과제입니다. 권리 위에 누워 잠자는 자는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는 우리 노동자 자신의 투쟁을 통해 관철해야 합니다. 개정노동법이 그것입니다. 우리 모두 2026년 투쟁에서, 개정노동법이 전체 노동자의 이익에 복무할 수 있도록 원하청 노동자 공동투쟁, 전국 노동자 총단결·총투쟁으로 힘차게 나갑시다!
열사정신 계승하여 사회대변혁 쟁취하자!
사진=금속노동자
진짜 사장 HD현대는 교섭에 나서라!
- 오세일(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비상대책위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 오세일입니다.
요즘 HD현대중공업은 배우 김우빈을 기용해 화려한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K조선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조선산업이 세계 1위라고 합니다. 미국 관세 협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산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는 유령입니다. 현대중공업 원청 생산의 7~80% 를 맡고 있다고 하면서도 말입니다. 현대중공업 안에 있는 정규직 노동자 1만 2천 명 중 정규직 조합원은 6천 5백여 명이고, 원청소속 이주노동자 계약직이 1천여 명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많은 1만 9천 명이 하청노동자입니다. 하청노동자 중 4천 3백여 명은 이주노동자입니다. 이들이, HD현대가 재계 순위를 10위에서 5위까지 끌어올리게 만든 주역입니다.
그런데 원청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여 년간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하청노동자와 교섭을 거부했습니다. 업체 폐업, 조합원 해고, 박일수 열사 투쟁 마무리 합의에서 하청노조 인정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합의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도장부 파워노동자 일당 시급 전환 투쟁에서 투쟁 당사자 블랙리스트로 현대중공업 취업을 못 하게 했습니다. 빅3로 당시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조선사업장 취업 못 하게 할 정도로 악독한 경영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원청 사용자 판결에 따른 교섭도 거부했습니다. 대법 판결에 맞춰 원청교섭 요구를 했고 2018년 대법원 심리, 전원 합의체로 전환, 7년째 판결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11월 12일 대법원 앞에서 합니다.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었으니, 판결을 촉구합니다.
하청지회는 조합원과 하청노동자들 투쟁과 함께해왔습니다. 하지만 하청지회가 교섭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황은 하청노동자들의 노조 참여를 가로막아 왔습니다. 하청노동자 참여 없는 하청지회는 힘을 가질 수 없고 하청노동자들의 문제를 알리고 청원하는 수준 이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을 요구합니다. 그러면 그 해 기성율 인상을 따라 하청업체의 임금인상이 결정됩니다. 임금, 복지가 결국은 기성에 달렸습니다. 연말 성과금도 그 해 성과인데 1년부터 3년, 지난해부터는 5년으로 연장됐고, 원청이 하청노동자 근속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원청과 교섭해야 할 이유입니다. 안전에 대한 협의도 당연히 원청이 함께해야 합니다. 하청지회의 원청교섭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현대중공업 원청이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의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장과 교섭하고, 노조로 인정될 때 노조를 믿고 싸워 요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가 현대중공업 배를 70~80%를 만들고 있다면, 원청은 이들에게 임금과 복지, 안전, 연말 성과를 보상해야 합니다. 그럴 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일하는 현장과 일상에서 실현되는 것입니다. 관심과 지지, 응원이 현대중공업 하청·이주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 진짜 노동자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87년 노동자 투쟁에서 선두에 섰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후배답게 노조법 2·3조 시대를 활짝 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