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울산지역위원회]
11월 13일(수)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정문 앞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이수기업 노동자 정리해고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번이 33번째 규탄집회이다. 매주 목요일 규탄집회 장소인 현대차 본관 정문 앞은 구사대와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이수 해고자와 전국 연대 동지가 가열차게 투쟁했던 곳이다. 또한 이수 해고자 투쟁이 400일을 넘도록 지역과 전국 연대를 모아내고 확장해 온 곳이다.
지난 규탄 집회에서 이수 동지의 발언은 집회의 의미를 보여준다. "이수기업 해고자 주체는 깃발입니다. 연대 동지들은 바람입니다. 바람이 불어야 깃발은 펄럭입니다. 깃발이 없으면 바람은 의미를 잃습니다. 지금까지 바람이 되어 깃발을 휘날리게 한 연대 동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현대차 구사대가 자행한 이수기업 해고자와 연대 동지들에 대한 여러 차례의 폭력과 불법파견 범죄는 정의선을 국회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렸다. 이것은 정의선을 격노하게 했으며, 자본은 부랴부랴 이수기업 해고자 고용승계와 구사대 폭력 문제를 올해 말까지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뒤 정의선을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냈다.
그리고 약속 이행 차원에서 노사 교섭이 시작됐다. 9월 이후 상견례, 실무교섭 2차례, 11월 13일 본교섭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현대차 자본은 손바닥을 뒤집듯, 이수기업 해고자의 온전한 고용승계와 구사대 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1차 업체 현인기업은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공정이니 안된다', '불법파견 법적 리스크가 없는 보안이나 식당은 어떠냐' 등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피해가려 역겨운 소리를 늘어놓으며 시간만 끌고 있다. 이번 교섭에서 자본은 이수기업 정리해고가 불법파견범죄 은폐조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시인한 셈이다. 현대차 자본의 비열한 행태는 결국 이수 해고자와 연대 동지들의 투쟁을 확대할 뿐이다. 다음은 이수기업 해고자 정성훈 동지의 규탄집회 발언이다.
[정성훈 동지 발언]
현대차로부터 정리해고 당하고 투쟁을 시작한 지 4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많은 연대 동지의 도움으로 교섭이 열렸습니다. 국정감사 기간에 정의선 회장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해 ‘해고자들과 교섭을 성실하게 한다’고 서약서를 보낸 지 벌써 몇 주가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간 오고 간 공문을 보면 단 한 줄도 진실도 없고 거짓말만 가득합니다.
처음부터 해고 당사자들은 교섭에서 빠지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더니, 이제는 ‘고용승계 교섭이 아닌 취업을 알선해 주는 자리’라고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대고 있습니다. 저희가 언제 일자리 알아봐달라고 1년 넘게 길거리에서 이러고 있습니까?
사측의 태도는 명확합니다. 진정성 따위는 없고 헛소리만 나불대며 시간만 질질 끌다가 던져주는 거 먹고 떨어지라는 수작질입니다. 교섭에서 이런 말장난이나 치며 시간 때우는 행태나 수십 년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과는커녕 당당한 이유는 규제나 처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불법파견으로 쌓아 올린 막대한 이익은 수백억일지 수천억일지 수조 원에 달할지 모르지만, 벌금은 고작 3천만 원이었습니다. 벌금이 수백억 수천억이었다면 과연 불법파견을 유지할 엄두나 냈겠습니까? 이것은 그동안 정부가 현대차 자본에 면죄부를 쥐여주는 공범이나 다름없었다는 증거입니다.
교섭 장소에서도 말장난이나 던지는 실무교섭자들이 처벌받고 징계받았다면 정신 나간 헛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들의 비열한 행태에 우리는 단호하게 우리의 권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민법의 근원인 로마법에서는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권리를 빼앗겼고 현대차 자본은 우리의 권리를 도둑질하였습니다.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피해를 원상회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가장 가까운 방법입니다. 목적도 방법도 우리가 옳습니다. 현대차 자본은 구사대 깡패를 동원하여 우리의 입을 막으려 했고, 시간을 끌며 거짓말과 헛소리를 뱉는 것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투쟁하고 도움 주시는 많은 연대 동지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젊은 활동가 말벌 동지들은 이제 사회초년생이거나 취업 준비 중인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분들의 열기는 뜨겁지만, 현실은 차갑습니다. 취업이 잘되지 않고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임금, 계약직, 임금체불이 허다합니다. 그들은 배가 고픕니다. 하지만 더 배고픈 동지들을 위해 자기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었습니다. 없는 돈을 털어서 천막에 빵이라도 하나 갖다 놓고 생활비가 없어도 타지역에서 오고 가며 함께 투쟁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다쳐서 치료비가 없어도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진정한 헌신이고 사랑입니다.
우리는 분에 넘치는 도움과 연대를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가 인제 와서 현대차 자본의 헛소리와 술수에 놀아나 투쟁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 투쟁의 승리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겪은 아픔을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연대 시민 동지들께 똑같이 겪게 할 수 없습니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동지들처럼 노동착취 갑질 폭행 욕설을 당하며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종호텔 동지들처럼 특정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어 집단해고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얼리노조 동지들처럼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A학교 지혜복 선생님처럼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공익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부당전보 해임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태경산업 이주노동자들처럼 주말에 교회에 끌려 나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라이더유니온 배달노동자들처럼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저임금 노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쿠팡 SPC와 런던베이글뮤지엄처럼 장시간 강제노동을 하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는 비참한 삶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침묵하고 자본에 무릎 꿇고 투쟁을 포기한다면 이런 삶은 반복될 것입니다. 단결과 연대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현대차 자본의 수작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고 승리합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나 자신을 믿고 내 옆의 동지를 믿고 끝까지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웁시다.
감사합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