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활동지원 노동자의 권리가 바로서야 장애인의 권리가 바로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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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발언] "활동지원 노동자의 권리가 바로서야 장애인의 권리가 바로 섭니다"

10월 2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2025년 1029 국제돌봄의날! 돌봄중심사회로 전환하자! 전국동시다발 울산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소속의 활동지원사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노인생활지원사, 아이돌봄사 노동자 등이 참여하여 각 부문에서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환경을 이야기했다. 참가자들은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과 통합돌봄 등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국제돌봄의날'은 2023년 돌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UN 총회에서 지정된 날이다. 오늘날 한국의 공공돌봄은 매우 미약하며, 돌봄의 99%가 민간위탁으로 내몰려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활동지원 노동자의 권리가 바로서야 장애인의 권리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발언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전인표 동지의 발언을 싣는다.
 

 

저는 장애인활동지원 노동을 하고 있는 전인표입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옆에서 장애인의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노동을 하는 돌봄 노동자입니다.

 

대부분의 활동지원사는 이용자인 장애인의 집으로 출근합니다. 출근을 하여 장애인의 식사, 목욕, 배변, 이동, 병원 동행, 일상생활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활동지원사의 돌봄노동 없이는 장애인의 삶이 유지될 수 없지만, 활동지원사의 처우와 권리는 여전히 매우 불안정합니다.

 

활동지원사들은 경력이 처음이든 몇 년이 되든 모두 최저시급을 받고 있습니다. 작년 국회에서 정한 활동지원사의 2025년 바우처 수가는 16,620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민긴위탁 기관에서 활동지원 관련 업무를 보는 사회복지사의 (일부)임금, 사측부담 4대보험, 사무실 운영비 등 명목으로 25% 선공제를 하면 12,465원이 되며, 이마저도 활동지원사가 실제로 받는 금액이 아닙니다. 각종 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제를 실시하다 보니 실제로 받는 건 최저임금이거나 그마저도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부터 휴게시간은 실정에 맞는 대비 없이 시행되어, 활동지원사의 노동을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장애인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데, 휴게시간에 대체인력도 없이 제대로 쉴 수 있는 활동지원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휴게시간 도입 이후 바우처 단말기 상으로는 ‘휴게시간’으로 기록되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에도 일을 하면서 ‘유노동 무임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사는 아프거나 급한 일정이 생겨도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으면 쉴 수 없고, 일정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하루라도 일을 못 하게 되면 수입이 곧바로 끊깁니다. 결국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노동자 개인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돌봄은 개인의 희생이나 봉사가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공공서비스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노동자와 장애인 모두가 불안정 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돌봄 노동자는 단순하게 일만 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활동지원사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일상을 지켜내고 동행하는 핵심 필수노동자입니다. 그런데도 활동지원사의 노동은 저임금 구조 속에 갇혀 있으며, 감정적 고통과 신체적 부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돌봄 노동이 존중받지 않는 사회에서 사회서비스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돌봄 노동을 국가의 책임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9월 16일에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 관리계획에는 돌봄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돌봄 노동이 필수 노동이라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후보시절 했던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돌봄 노동자의 권리는 곧 장애인의 권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노동이 흔들리면 돌봄도 흔들리고, 돌봄이 흔들리면 곧 장애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삶이 흔들립니다.

 

이제 돌봄 노동이 존중받고, 국가가 책임을 다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시급제가 아닌 월급제, 고용 안정, 아플 때 쉬어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는 대체 인력 체계, ‘유노동 무임금’이 되지 않는 휴게시간, 감정의 스트레스로부터 노동자를 지켜줄 제도적 보호 장치. 민간위탁으로 내몰려있는 오늘날 돌봄의 현실에선 절대 불가한 것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복지는 잔여복지’란 말이 있습니다. 처음 예산이 책정되고 나서 다음 단계를 거칠 때마다 예산이 삭감되거나 증발해버려, 정작 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할 현장에 오게 되면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게 됩니다. ‘대한민국 복지는 잔여복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민간위탁이 아닌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 확대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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