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 5일 언론은 울산에서 가장 큰 장애인거주시설에 발생한 상습학대· 집단폭력 사태를 보도했다. 경찰은 한 달 치 거실 CCTV에서만 80여 명 직원 중 20명이 가담한 500여 건의 장애인 폭행 피해를 확인했다.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부모연대울산지부를 비롯해 장애인 당사자 및 유관단위 27곳이 먼저 이 사태의 책임있는 해결을 위해 ‘울산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 상습학대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월 11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울산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11시 시작 전부터 많은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 기자들이 모였다.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와 전진 울산지역위원회도 참가했다.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만큼 상습폭행과 학대 상황과 장애인 집단거주시설이라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정부·지자체의 무책임함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폭행 피해자의 부모가 경찰이 CCTV를 확인해주기 전 ‘상황이 너무 심각하니 영상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1987년부터 운영된 해당 법인은 울산시 예산만 약 70억 원이 지원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일상적으로 자행된 학대가 울산시의 지도점검에서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공동대책위는 “울산광역시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행정이 그 어떤 곳보다 민감해야 할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를 방치해온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 사태는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을 향한 매일매일의 폭력에 이어 한국 사회의 장애인 인권실태를 드러내는 끔찍한 인권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시설법인 해체하라”, “울산시가 책임져라”, “자립대책 수립하라”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울산시에 직간접적 피해자 보호와 지원대책과 철저한 진상규명, 시설법인 해체, 자립생활시범 특별사업 지역 설정 및 공적 기관으로의 교체, 장애인 자립지원 대책 등을 요구했다. 60여 명의 참가자는 기자회견 후 복도로 나가 7층 울산시장실에 요구안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복도에 나오자마자 울산시가 막아섰다.
“시장님, 왜 우리가 차가운 바닥에서 외쳐야 합니까. 우리도 울산 시민입니다.”
이미 회견장 3층 복도에는 청원경찰, 남부서 경찰, 시청직원들까지 나와 있었다. 복도와 승강기 사이에 설치된 보안출입문 앞에 도열해 피켓을 든 이들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대치가 시작됐다. “요구안만 전달하겠다” - “안 된다”, “휠체어가 지나가게 문을 열어달라” - “안 된다”, “왜냐” - “(침묵).” 울산시 관할 장애인시설의 학대사태 문제해결 요구는 울산시에 의해 가로막혔다.
참가자들은 어이없는 상황에 분노했다. 울산시 장애인시설에서 발생한 학대사태 대책을 울산시에 요구하는 게 왜 문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 참가자들은 메아리 없는 요구안과 구호를 외치고 또 외쳤다. 자그마치 2시간이었다. 담당자라는 직원들은 안 된다고 읊어대고, 경찰은 카메라로 채증하며 ‘공무집행방해’라 읊어대고, 일방적으로 동원된 공무원 노동자들은 입을 다문 채 서 있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왜 요구안조차 안 받느냐”, “시장 자녀가 당한 일이라 해도 이렇게 막을텐가”, “폭행당한 장애인과 부모의 심경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 건가”, “울산시가 먼저 할 건 사과다”, “요구안조차 막아선 건 울산시가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의 권리는 모두의 인권이다” 참가자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울산시의 처사에 분노하며 호소했다. 이날 울산시청 3층 복도는, 마치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과 동료 시민을 폭력으로 막아서고 있는 지하철 역사와 같았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지 못하게 가두고, 빼앗은 사회가 이번 장애인 거주시설 상습학대 참사를 낳았다. 아니, 장애인의 매 일상은 참사와도 같다. 지금도 제대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어느 시설에서 맞고 어디에서 떨어져 죽거나 다쳐야 알려지고, 권리를 요구하면 권력에 가로막히고 짓밟히는 게 일상이다. 장애인 차별철폐 및 이동권, 노동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 보장, 국가의 공공돌봄 책무 실현은 노동자가 투쟁해야 할 계급의 문제다. 울산 장애인거주시설 상습학대 사태 해결에도 함께하며 노동자의 단결투쟁을 함께 만들자.
[관련 보도자료] : 하단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