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 사내하청업체인 이수기업 폐업으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100일째 정리해고 철회, 총고용 사수, 내란범 윤석열 구속,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를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990년대부터 사내하청제도를 도입해 불법파견 범죄를 수단삼아 비정규직을 착취해왔다. 2003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건설과 투쟁으로, 그간 사내하청 폐업 시에 원청인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를 책임지도록 강제해왔다. 이수기업 노동자들도 여러 차례 업체폐업 및 고용승계를 거치며 수십년 간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이번 이수기업 폐업에서 현대자동차는 일체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이수기업 사례가 보편화되면 앞으로 사내하청업체 폐업으로 더 많은 해고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수기업 해고자들의 정리해고 철회는 곧 앞으로 발생할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해고를 막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지난 1월 8일, 이수기업 정리해고 100일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2003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20년 넘게 일해온 주용기 동지의 발언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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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봄 첫 직장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 취직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네.
3개월이면 50원 올려준다는 말에 귀 닫고 눈 감고 입 막고 주야 맞교대, 연장, 주말근무까지 당연한 듯 열심히 해야만 했다. 난 참 단순한가. 먹고살기 위해 이런 환경에 적응도 빨랐다. 전쟁을 치르는 듯한 시간도 흘러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게 되었다. 힘들고 긴 노동시간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년에 한두 번 월차를 쓰거나, 주말근무라도 빠지려 하면, “누구는 일이 없냐?”, “대체인원을 못 쓰니 남은 동료 힘든 걸 생각해라”, “처가에는 자식이 없냐? 꼭 니가 가야 하느냐” 등등 온갖 모진 말에 욕설을 보너스로 들어가며 견뎌내야 했다. 이런 각종 탄압이나 불합리한 여건에 환멸을 느끼며, 작아지는 나 자신에게 돌파구로 생각난 것이 노동조합이었다.
조끼를 입는 순간 세상이 달라 보였다. 정취근무를 할 수 있었고, 일이 생기면 조퇴, 월차도 당당하게 낼 수 있었으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측의 태도에 자긍심도 생겼다. 이제야 인간다운 직장생활을 하는구나 여기며 계속 유지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 하청업체인 걸 묵과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업체를 폐업이나 해고로 노동자를 파리목숨 대하듯 총칼을 휘둘렀고 힘없는 나는 공장 밖으로 쫓겨나야만 했다. 20년을 넘게 일했으며, 삶의 터전을 여기서 잡았고, 가정을 유지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는 살인과 같은 것이며,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인 것이다.
8년 전 광화문에서 박근혜를 탄핵하고 새누리당을 해체시켰던 시민, 노동자, 농민들을 보았고, 그 역사가 다시 돌아 윤석열도 심판대에 올렸다. 이런 투쟁도 동지들이 있어 가능했고, 민심이 천심이란 뜻을 다시 새기게 되었다. 나의 투쟁도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당연한 외침일 것이다.
용기야! 너 혼자서는 힘들지만 동지들 믿고, 같이 어깨 걸고 나아간다면 이 칠흑과도 같은 어둡고 긴 터널도 언젠가 밝은 빛이 나는 출구가 나올 거야. 그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걸어가거라!
2025년 1월 8일 용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