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올림픽 복싱 선수들을 둘러싼 논쟁의 원인은 자본주의, 트랜스포비아,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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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번역] 올림픽 복싱 선수들을 둘러싼 논쟁의 원인은 자본주의, 트랜스포비아, 인종차별

  • 이소연
  • 등록 2024.09.11 18:16
  • 조회수 391

(원문) https://www.leftvoice.org/capitalism-transphobia-and-racism-to-blame-for-controversy-around-olympic-boxers/

 

샤샤 프로스트

2024년 8월 24일

 

올림픽 선수인 이마네 켈리프(Imane Khelif), 린 유팅(Lin Yu-Ting)에 대한 ‘성별 적격성’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공정성, 여성 보호 또는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트랜스포비아와 인종 차별을 통해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계층을 분열시키려는 지배계급의 정치적 의제가 만들어낸 논란이다.

 

엘리트 스포츠의 ‘성별 적격성’ 문제는 올 여름 올림픽에서 여러 억만장자와 미디어 인사들이 두 여성 복싱 선수(알제리 국적인 웰터급 이마네 켈리프와 대만 국적 페더급 린 유팅)를 상대로 악랄한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2023년에 이 여성들이 성별 적격성 검사에 불합격했다는 이유로 국제권투협회(IBA)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다는 선정적인 기사를 실었고, 이는 전 세계 우익 언론에 의해 빠르게 증폭되었다. JK 롤링,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혐오 놀이(hate-fest)에 합류하여 트랜스젠더와 다른 성별 불일치자에 대한 이미 적대적인 정치 환경에 불을 지폈다. 아랍 여성인 켈리프는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위험하고 무서운 존재로 묘사하기에 특히 유용한 대상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여성 복싱 선수들이 올림픽 대회 규정에 따른 자격을 갖추었으며, 학대를 극복하고 각자의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선수 이외의) 많은 여성이 높은 자연적 테스토스테론 수치나 XX 이외의 염색체를 가졌다는 점을 문제삼는 독단적인 규정 때문에 올림픽 수준의 경쟁에서 계속 배제되고 있다.

 

다른 유전적 이점을 가진 사람에게는 제한이 없다. 예를 들어 키가 최상위 1퍼센트에 속한다고 해서 농구 선수나 배구 선수가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이클 펠프스처럼 발목이 이중 관절이고 팔이 대단히 길어도 문제가 안 된다. 참고로, 인터섹스 여성(즉, 태어날 때 여성으로 지정되었지만 호르몬 수치가 일반적이지 않거나 XX가 아닌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전체 여성의 약 1.7%를 차지하는 반면, 키가 6피트 이상인 여성은 전체 여성의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렇게 드문 유전적 이점을 가진 여성들로 미국 여자 농구팀 명단의 2/3를 채워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트랜스 인터섹스 여성의 역사

 

성별 적격성 검사는 1967년 소련 여성 선수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남성적으로 보인다는 비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에서 채택되었다. 수십 년 동안 성별 검증 테스트에 떨어진 여성들은 세상에 "남성"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조용히 은퇴했다. 하지만 허들 선수 마리아 호세 마르티네스-파티뇨(Maria José Martínez-Patiño)가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실격 처리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바뀌었다. 마르티네스-파티뇨는 신체가 테스토스테론에 반응하지 않는 인터섹스였기 때문에, XY 염색체와 남성 호르몬 수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해부학적 구조가 여성 기준에 완전히 부합했다. 유전학자 알베르트 드 라 샤펠(Albert de la Chappelle)의 지원을 받아 그녀는 법정에서 실격 처리에 맞서 싸웠고, 1992년 올림픽에 맞춰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IOC는 2003년에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여성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표준 남성 범위인 10-35 nmol/L 미만인 한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채택했지만, 이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터섹스 주자로서 800m 기존 우승자인 캐스터 세메냐가 두 번째 금메달을 딴 후 바뀌기 시작했다. 세메냐는 다른 두 명의 아프리카 인터섹스 여성, 부룬디의 프랜신 니욘사바(Francine Niyonsaba)와 케냐의 마가렛 웜부이(Margaret Wambui)와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이들은 일부 우익 집단과 현대 분리주의 페미니즘**으로 발전한 자칭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를 샀다.

*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중 하나로 주로 근육과 뼈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생식기관에서 생성된다.

** 원문에서는 ‘젠더 비판적’으로 표현되었으나, 국내서 주로 사용되는 분리주의 페미니즘[TERF]으로 번역한다. TERF는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의 약자로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급진적 여성주의자이다. 이들은 트랜스 여성이 여성임을 부정하고 젠더 개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2018년, 전 영국 보수당 정치인인 세바스찬 코(Sebastian Coe)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세계육상연맹은 400m, 800m, 1500m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기준을 5 nmol/L로 낮추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세메냐는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것을 거부하면서 올림픽에 더 이상 출전할 수 없었다. 그녀는 새로운 규정에 대한 법적 싸움을 시작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3년 후 열린 도쿄 올림픽에는 두 명의 나미비아 인터섹스 선수 크리스틴 음보마(Christine Mboma)와 베아트리스 마실링기(Beatrice Masilingi)가 참가했다. 두 선수 모두 이전에 400m와 800m 경기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인위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줄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200m에 출전하기로 했다. 음보마는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고, 마실링기는 6위를 차지했다. 이에 세계육상연맹은 다시 규정을 강화하여 모든 종목의 테스토스테론 기준치를 2.5 nmol/L로 정했다. 음보마와 마실링기는 테스토스테론 차단제를 복용하여 규정을 준수했지만, 달리기 속도가 상당히 감소하여 결국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은 또한 트랜스 여성이 올림픽에 출전한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였다.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Laurel Hubbard)는 자신의 종목에서 마지막 순위를 기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포츠 행사에 트랜스 여성이 참가한 것은 트랜스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공포를 키우는 데 이용되었고,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드젠더의 참가를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에 불을 지폈다. 2022년 미국 수영 선수 리아 토마스(Lia Thomas)는 전국 대학 선수권 대회에서 출전한 4개 종목 중 하나인 500야드 자유형에서 우승했다. 우익 언론과 정치인들은 토마스의 경쟁자 중 한 명을 대변인으로 내세워 악의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IOC는 이에 항복했고, 가맹 연맹이 트랜스 여성의 참가에 대해 더 엄격한 규칙을 도입하도록 허용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수영, 육상, 역도, 사이클, 럭비, 심지어 양궁 종목을 관할하는 기구들이 사춘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지 않은 경우 트랜스 여성의 참가를 금지하는 규칙을 도입했다. 또한 많은 대회에서는 모든 여성 참가자가 경기 12개월 전 2.5 nmol/L 미만을 유지하도록 요구했다.

 

이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해당 종목에서 사실상 모든 트랜스 여성이 국제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사라졌다. 토마스 외에도 2023년 세계 선수권 대회 BMX 자유형에 출전한 첼시 울프(Chelsea Wolfe), 성공적인 대학 육상 선수인 세세 텔퍼(CeCé Telfer), 미국에서 권위 있는 장거리 사이클 경기에서 우승한 오스틴 킬립스(Austin Killips), 프랑스럭비연맹 선수 알렉시아 세레니스(Alexia Cerenys)는 이러한 차별적인 규정이 없었다면 이번 대회에 참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중 일부이다.

 

이전 규정에 따라 의학적 전환을 거친 트랜스 여성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여성 범위와 같거나 그 이하이다. 사춘기 동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으면 뚜렷한 이점을 얻는다는 개념은 과학적 문헌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전 규정이 시행된 20년 동안 트랜스 여성이 국제 수준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이 주장의 오류를 더욱 잘 보여준다.

 

문제의 근원에 있는 자본주의

 

그러면 우익은 왜 몇 주 동안 특정 여성 복싱 선수의 생식기와 염색체에 집착했을까? 지배 계급의 일부는 왜 이런 혐오 놀이(hate-fest)를 조장하고 있으며, 왜 노동계급의 특정 계층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안전 문제가 진정한 걱정거리는 아니다. 복싱은 이미 매우 위험한 스포츠이고, 이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간 높아진다고 한들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배계급은 노동계급 민중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뒤집어씌울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들이 옹호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적인 불공정성을 대신해서 말이다. 많은 빈곤층과 노동계급 민중에게 스포츠는 좋은 삶에 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이며,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가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는 생각은 자본가들이 쉽게 팔아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다. 우리가 이 잔혹한 체제 하에서 살고 있는 한, 모든 사람은 일자리나 스폰서십 계약을 얻는 데서 잠재적 경쟁자로 취급받는다. 따라서 고등학교 수준에서도 경쟁 스포츠는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의 경쟁을 요구한다. 순위에 따라 장학금 수령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무상이고 일자리가 보장된다면, 스포츠는 재미로 즐길 수 있게 될 것이고,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운동선수에 대한 지배계급의 혐오 캠페인은 인기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좌파는, 우파와 ‘분리주의 페미니스트’의 위선을 폭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트랜스 커뮤니티, 더 넓은 LGBTQ+ 커뮤니티, 페미니스트 운동의 사회적 성취를 옹호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노동계급이 스스로를 적으로 돌리게 하려는 우파의 시도를 막기 위해서다. 노동계급이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데 필요한 단결을 구축하려면 "인민의 호민관”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에 노동계급의 힘을 행사해야 한다. 우리는 스포츠계의 트랜스젠더 반대 캠페인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조금 더 빨리 달리거나 조금 더 멀리 점프하는 것이 누군가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체제를 위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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