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법파견에 맞선 노동자들에게 떨어진 손배 폭탄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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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현대차 불법파견에 맞선 노동자들에게 떨어진 손배 폭탄이 말하는 것

민주당 노조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노동자투쟁으로 노조법 2·3조를 온전히 개정하자

  • 배예주
  • 등록 2025.07.05 15:55
  • 조회수 99

노동삼권을 부정하는 ‘내란’

 

2025년 7월 3일, 대법원은 또다시 불법파견 범죄자 현대차 자본의 손을 들었다. 현대차 자본은, 자신이 저지른 불법파견 범죄와 비정규직 탄압에 맞서 벌어진 2010년 1공장 CTS(도어 탈착) 공장점거 파업투쟁 등에 연대한 노동자 4명에게 끝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번 대법원 재상고심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으로 노동자들에게 이자 포함 35억 원이라는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얼마 전 현대차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노동자가 죽자, 사망한 노동자의 70대 노모에게 그 금액을 청구해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았다. 그때도 현대차는 노모에 대한 청구만 제외했을 뿐, 손배소송 자체를 취하하지 않았다. 그간 현대차 자본이 2010년, 2012년 파업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배는 총 17건, 청구액은 231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에 ‘집회 사회를 보거나 농성에 참여하는 등 파업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다시 노동자에게 35억 원의 손해배상을 물린 것이다. 이쯤이면 사법부가 자본과 결탁해 노동삼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깨뜨리는 ‘내란’ 수준이 아닌가!

 

 

‘개인의 책임에 따른 손배’

 

사법부는 자본의 이해에 충실하게 법을 마음대로 꿰맞췄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와 단체행동은 자본의 위법한 사내하청제도 운영, 초과착취와 탄압, 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자본의 주장대로 손배를 인정해주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조합 파업투쟁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2023년 6월 대법원 상고심은 개인이 파업의 주체인 노조와 동일한 책임(사측 청구액의 50%)을 부담하라는 판결이 불합리하다며 원심을 파기한 바 있었다.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는 하등 진보적인 판결이 아니었다. 즉, 2023년 6월 판결은 외견상 ‘파기 환송’이었을 뿐, 그 본질은 개개인이 현대차 자본에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를 각자의 책임에 따라 개별 산정하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따라 2025년 2월 13일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당사자들의 책임비율을 하향조정하고, 손배 청구금액을 개인별로 산정해 현대차 자본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7월 3일 대법원 재상고심은, 올해 2월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승인했다.

 

2025년 3월 12일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맞선 2010년 CTS 파업 손배소송 재상고 기자회견 (사진: 금속노조)

 

모든 손배가압류를 금지하라! 민주당의 노조법 3조 개정안을 폐기하라!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모든 손배가압류 금지를 요구하며 싸워왔다. 그러나 2023년 윤석열 정부 당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손배가압류 금지’라는 요구는 ‘손해배상 제한’으로 왜곡되었다.

 

왜였을까? 이는 민주당 입장을 노동자 민중운동이 수용한 결과였다. 노조법 2·3조 개정의 주된 경로를 대중투쟁을 통한 국회의 강제가 아니라,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협력을 통한 입법으로 설정한 상황에서, ‘모든 손배가압류 금지’ 요구는 민주당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의 노조법 개정안 3조 2호는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 경과를 보면, 애초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는 ‘부진정연대책임’1)이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다른 조항들과 함께 3조 2호 신설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개정안의 다른 조항은 모두 삭제하고 3조 2호만 가져와 개인의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명문화했다. 즉, '부진정연대책임 폐기'라는 취지를 왜곡해, 오히려 개인별 책임 명시 조항만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손배가압류 철폐’라는 노동자계급의 오랜 요구가 노조법 2·3조 개정운동 정세에서 ‘손해배상 제한’으로 왜곡된 것이다. 이번 판결이 드러내듯, 당시 민주당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이는 ‘노조탄압 방지’가 아니라 ‘개별 책임 명문화’라는 법적 효과를 곳곳에서 낳을 것이다.

1) 부진정연대책임은 ‘공동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전부를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본가들은 부진정연대책임을 활용해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CTS 공장점거 파업이나 KEC투쟁처럼,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배상을 청구하고,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하면 손해배상을 취하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해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갔는데도, 민주노총은 당시 노조법 3조 개정안을 ‘성과’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2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부족하나마 우리가 이 법의 통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2023년 2월 27일, 노조법 3조 개정안을 설명하는 민주노총 법률원 카드뉴스는 다음과 같다. “손해배상 연대책임을 극복하고 개별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개인의 책임에 따른 손배가 어찌 성과란 말인가? 이번 대법원 재상고심 결과가 드러냈듯, 개인의 책임에 따른 손배 명문화는 결코 성과가 아니며, 노동자계급의 요구가 아니다.

 

2023년 2월 27일 민주노총 법률원 카드뉴스

 

대중투쟁으로 노동삼권을 사수하자! 노조법 2·3조를 온전히 개정하자!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은 노조법 2·3조 개정이 얼마나 정당하며 절박한지 수없이 증명해왔다. 특히 내란과 탄핵 시국을 거치며, 노조법 2·3조 개정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개혁 과제로 떠올랐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자본의 이해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노동자에게 손배라는 죄를 물어 노조법 2·3조 개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법’이란 결국 자본의 이익을 관철하는 기제임을, 가뭄에 콩나듯 하는 ‘사법 정의’는 계급투쟁의 결과일 뿐임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현대차 자본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초과착취는 198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왔다. 그렇다면 2025년 지금까지 현대차가 위법하게 초과착취한 비정규직노동자 규모가 얼마나 되겠는가. 노동자를 갈라쳐, 더 빼앗고 저항을 깨뜨리며 현대차 자본이 얻은 직간접적 이익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환산하기조차 힘든 천문학적 금액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자본의 불법 사내하청 착취에 사법부가 내린 처분은, 고작 ‘벌금 3천만 원’에 불과하다!

 

2010년 현대차 1공장 CTS 점거파업 (사진: 노동과세계)

 

이토록 자본의 노동착취와 탄압과 차별, 억압이 극심하기에 노동자가 뭉쳐서 쟁의행위를 하고, 파업으로 노동자의 힘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누가 생산의 주인인지를, 계급투쟁으로 자본의 이윤을 침해할 수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바로 그 권리, 파업투쟁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노동자계급은 수없이 많은 피땀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이번 35억 손배 폭탄 판결처럼, 정부와 자본은 호시탐탐 노동삼권까지 공격하며 노동자계급의 기본권을 유린한다. 이재명 정부 취임 30일, ‘경제’를 강조한 국정 방향은 그 실제 의미가 ‘자본살리기’인 만큼, 사법부에게 이번 판결의 방향에 관한 중요한 신호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재명 정부도, 민주당도, 노동삼권을 유린한 이 손해배상 판결을 규탄하기는커녕 판결에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노동자계급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노동존중’, 그 위선에 속아줄 여유가 없다. 자본이 감히 공격할 수 없도록 노동자의 파업권을 사수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나아가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과 함께, 하청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진짜 사장인 원청에게 책임을 묻는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바로 그 역할을 민주노조가 해야 한다.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과정에서 민주당에 의존한 결과는 법안 내용의 한계로 그대로 반영되었다. 노조법 2·3조를 전면 개정하고, 파견법을 철폐하기 위해 정부에 기댈 것이 아니라 현장의 분노를 조직해 투쟁으로 나서자. 지금 민주노조가 싸우지 않으면 수많은 비정규직, 간접고용, 불안정,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삼권 행사는 언감생심이다. 이번 35억 손배 폭탄이 손배의 마지막일 수 있도록, 짓밟힌 노동삼권에 대한 분노를 모아 ‘손배’라는 단어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수 있도록 현장을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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