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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튜디오R 장연우
매표창구에서 역무 노동을 하는 홍순길 씨(가명)의 지난 10월 급여명세서에는 세후 250만 원이 찍혀 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올해 월 최저임금 2,096,270원을 웃도는 듯 보이지만, 추가근무수당과 식대를 제외하면 기본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의 핵심은 코레일네트웍스가 원청인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받는 위탁용역비를 노동자들에게 전액 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 구조에 있다. 사측은 그 이유로 기획재정부의 ‘예산지침’을 들며, 인건비 인상률을 초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홍순길 씨를 비롯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202만 원에 머물러 최저임금보다 76,270원이 낮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위원들은 기본급을 내년 최저임금 수준인 216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이마저도 “내년 기재부 예산지침상 인건비 인상률을 초과한다”며 거부했다.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서도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다. 원청인 한국철도공사 직원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역무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원청 노동자들은 4조2교대로 월평균 165시간을 일하는 반면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3조2교대로 월평균 198시간을 일해야 한다.
이로 인해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보장받아야 할 ‘퇴근과 출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조2교대 전환과 인력 충원을 요구했고, 사측과 일정한 합의에도 이르렀다. 그러나 이 합의 역시 기획재정부가 ‘방만 경영’을 이유로 제동을 걸며 무산됐다.
한국철도공사는 코레일네트웍스의 실질적인 ‘진짜 사장’이지만,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철도공사는 코레일네트웍스 경영진 자리에 퇴직자들을 앉히고, 필요할 때마다 공문 한 장으로 노동자들의 근무지와 근무시간, 업무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왔다.
기획재정부 역시 코레일네트웍스가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라는 이유를 들어 임금과 교대제 문제에 손쉽게 개입한다. 기재부와 한국철도공사, 그리고 코레일네트웍스가 겹겹이 얽힌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합법 중간착취’를 강요받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지난 11월 20일부터 간부파업에 돌입했고, 임금 인상과 4조2교대제 도입,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29일에는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경고파업을 벌였지만, 사측은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지부는 12월 9일 서울역사 내부에서 농성에 들어갔고, 18일부터는 노동자들이 단식 투쟁까지 시작했다.
노무현은 비정규직으로, 문재인은 무기계약직으로
코레일네트웍스는 애초 철도청 소속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자회사로 분리됐다. 철도청 시절 정규직이었던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과 함께 비정규직 신분으로 전락했다.
초기에는 회사의 약속처럼 임금과 노동조건이 다소 나아졌지만, 상황은 해가 갈수록 악화됐다. 이에 현장 노동자들은 2015년 코레일네트웍스지부를 제1노조로 세우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업무는 ‘생명·안전 업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직접고용 대상에서 배제됐고, 결국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채용되는 데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철도공사 구조개편을 예고했지만, 그것이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측은 공공부문 기간제·공무직 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지급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조차 외면하고 있다.
임금 인상부터 4조2교대, 그리고 직접고용 쟁취까지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외면하면서도 최근 사회공헌 활동은 더욱 확대하고 있다. 12월 1일에는 ‘2025년도 윤리경영 실천결의대회’를 개최했고, 같은 날 민주노조를 배제한 채 ‘노사합동 사회공헌활동 씨드볼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다. 11일에는 서울특별시 자립지원전담기관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그 사이 일반직 노동조합과는 내년도 임금교섭을 5년 연속 무분쟁으로 타결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김정호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까지 나왔음에도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상시·지속 업무 직접고용 정책 협약을 맺었지만,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간부파업이 벌써 한 달에 가까워지고 있다.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투쟁을 통해 반드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식 투쟁에 나선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죽어서든 살아서든 노동위 조정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고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역 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농성장에는 현장 조합원들뿐 아니라 연대 동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철도 구조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투쟁을 더 큰 연대의 힘으로 키워 임금 인상과 4조2교대 도입, 나아가 직접고용 쟁취까지 반드시 끌어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