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겨눠야 할 진정한 과녁은 어디인가? - 쿠팡의 로비가 다시 한번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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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겨눠야 할 진정한 과녁은 어디인가? - 쿠팡의 로비가 다시 한번 던지는 질문

  • 이용덕
  • 등록 2024.11.17 11:36
  • 조회수 476

사진: 연합뉴스

 

우리는 쿠팡의 시대에 살고 있다. 쿠팡 3분기 활성고객 2250만 명, 10월 쿠팡앱 이용자 수 3,203만 명, 3분기 매출 약 10조 6,900억, 어쩌면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던 쿠팡 창업자 김범석의 소원은 실현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면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 고통과 죽음이 쌓여 있다. 쿠팡은 어떻게 자신들의 힘을 키워 성장할 수 있었는가?

 

지난 10월 18일 뉴스타파는 <로켓배송의 '방패'... 영입인사 분석>이란 보도를 통해 쿠팡이 정·관계, 언론계, 법조계에 있는 힘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영입했는지 밝혔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람만 61명으로, 이들은 쿠팡 대관팀을 비롯해 쿠팡과 쿠팡 자회사의 고위직에 들어갔다. 대관팀은 대기업의 로비 부서다.

 

한 몸뚱이

 

쿠팡이 영입한 정치권 인물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보좌관만이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수두룩하게 많이 있다. 쿠팡은 자본가정당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쿠팡은 이명박, 문재인, 박근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출신 인물들도 대거 영입했다. 이 “전관 방패 직통라인”이 청와대에 수백 가지 방식으로 선을 댄다. 자본주의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통제하고 있고, 둘은 서로 완전히 얽혀서 한 몸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진: 뉴스타파

 

실제 권력은 누구의 수중에 있는가?

 

쿠팡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출신도 영입해 왔다. 공정위 경제정책국장, 공정위 카르텔 총괄과장을 지냈던 인물을 영입했다. 이 외에도 쿠팡에는 경찰(7명)과 감사원(2명), 경기도청(2명), 관세청(1명), 식품의약품안전처(1명) 출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에는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 출신 언론인들과 검사, 판사, 대형 로펌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쿠팡 영입한 인사가 다시 주요 권력기관으로 가기도 했다. 김영태 전 쿠팡 부사장은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비서관에 발탁됐다가 이후에는 공공기관인 코레일 유통 대표이사가 됐다. 김수혜 전 쿠팡 홍보실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장이 됐다. 물밑에서 조정하는 것도 부족해 직접 파견까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하는 일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쿠팡 노동자의 투쟁을 분쇄하고, 쿠팡의 온갖 불법·탈법 행위를 비호하며 어마어마한 착취와 억압을 가린다.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의원실 차원에서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대관팀 직원이라면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밥 먹자고요. 알고 보니, 같은 당 다른 의원실에서 일했던 보좌진 선배였습니다. 이렇게 쿠팡 대관팀에서는 민주당 출신 민주당, 국민의힘 출신은 국민의힘을 맡는 거죠(전직 국회의원 보좌진).” <로켓배송의 '방패'... 영입인사 분석>

 

대자본들은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 축적한 엄청난 이윤이 있다. 그 이윤은 자본가계급이 정부, 국회, 사법부, 언론 등을 모두 조종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의 원천이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말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법을 저지르면 안 된다, 노동자를 착취하면 안 된다, 일하다 사람이 죽게 하면 안 된다. 노동자민중에겐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그런데 돈 앞에서는 비상식이 되어버린다. 불법은 덮어야 할 것이 된다. 노동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착취해야 할 대상이 되고, 산재사망과 과로사는 예방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은폐해야 할 것이 된다. 쿠팡은 자신들의 그 모든 더러움과 치부를 돈으로 덮는다. 돈만 보면 환장하는 부류의 인간들로 가린다. 이런 회사가 노동자의 삶을 더욱더 좀먹고 더욱더 억압할 것 같아 걱정이다.”

 

쿠팡이 과로사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숱한 폭로와 투쟁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블랙리스트 사건, 알고리즘 조작 등 온갖 불법 행위를 감출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경유착 네트워크와 로비력이었다.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치권력은?

 

쿠팡만이 아니다. 삼성이 ‘삼성장학금’을 주면서 검찰과 언론을 길들여 왔다. 선거 때마다 재벌들이 정치인들에게 건넨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자본가들은 수백 가지 방식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뿐만 아니라 판사, 검사, 고위 공무원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 모두를 통제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지만,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은다. 최근 국민의힘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도체 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도체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재명은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유연화에 동의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고 자본가계급의 이윤 증대와 자본 증식을 옹호한다.

 

노동자계급은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전혀 다른 정치권력을 세워야 한다. 오직 껍데기 부르주아 민주주의 쇼나 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임금, 노동조건, 안전한 일터 등의 문제는 침묵하고 오히려 억압하는 그런 권력이 아니다. 이런 사활적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가계급의 착취 권한을 대담하고 전면적으로 침해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노동자를 해고하고, 산재를 방치하며, 가난한 상인들을 수탈하는 자본가들을 구속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자본가계급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권력은 당장에 만들어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꿈꿔야 한다. 청와대의 주인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고 또 바뀌어도 노동자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계속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선거만으로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억압과 착취 보장을 본연의 기능으로 삼는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힘, 노동자의 의지를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조직적 독립성에서 나온다. 노동자계급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자본가계급 분파에 끌려다니면 토사구팽 신세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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