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은 사라지고 언어성폭력만 남은 대선, 젠더평등을 향한 투쟁에 노동자가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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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성평등은 사라지고 언어성폭력만 남은 대선, 젠더평등을 향한 투쟁에 노동자가 나서자!

  • 배예주
  • 등록 2025.05.31 08:40
  • 조회수 213

사진: 연합뉴스

 

젠더평등 세상, 광장의 요구는 어디에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맞은 조기 대선에서 우리는 다시 윤석열을 마주하고 있다. 광장 안팎에서 노동자 민중은 성평등한 사회를 열망했지만, 성평등 공약은 사라졌다. 심지어 이준석 후보는 5월 27일 TV토론회에서 모든 노동자 민중을 향해 언어 성폭력까지 자행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자본가정당 3곳의 지지율이 90%를 넘는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권을 낳은 ‘중도보수’ 민주당의 지지율 45%, 윤석열 비상계엄을 옹호한 국민의힘과 극우 파시즘적 혐오선동을 거듭하는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은 도합 45%가 넘는다.

 

윤석열을 파면시킨 노동자 민중의 절규를 담은 정치를 찾을 수 없는 대선이다. 광장의 요구를 이어받아 사회대변혁을 주도하며 젠더1)차별에도 투쟁으로 맞서야 할 민주노총은, 자본가정당과 선조차 긋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 민주당 지지 안건을 제출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산별, 가맹 노조가 자본가정당인 민주당 지지 입장을 밝히거나 정책협약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과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운동의 기본원칙을 송두리째 내팽개치는 퇴행이 벌어지고 있다.

1) 젠더 (Gender) : 생물학적인 성에 대비되는 ‘사회적인 성’을 지칭한다. 흔히 여성답다 (여리고 섬세하고 배려심 많은) 혹은 남성답다(강하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고 하는 인식이 성별에 따른 신체적·유전학적인 특성이라기보다, 체제 내에서 학습된 성 역할이 분리되어 고착된 사회 문화적 결과라는 점에서 제기된 용어로서 광범위하게 성 전반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심화하는 위기에 놓인 자본주의는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더 맹렬히 공격하며,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억압을 강화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자본가 정당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을 견지하고 싸우는 것은 것은 더욱 중요하다. 자유주의 세력의 허울뿐인 약속은 대중의 환멸을 낳고, 결과적으로 극우세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압도적 지지와 함께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결과가 윤석열 정권 탄생이라는 점을 통해 똑똑히 보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 그 민주당과 연대하는 민주노총이라는 현실 앞에, 우리는 물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다는 광장의 결의, 젠더차별 없는 평등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나? 우리는 어떤 길을 어떻게 열 것인가?

 

사진: 민주노총

 

극심한 젠더 차별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향한 열망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로 등장해 ‘비상계엄’으로 끝났다. 퇴진 광장에는 2030 여성과 성소수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 힘차게 깃발을 펄럭였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며 차별의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증언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반도체특별법 폐기 투쟁 등에 앞장서며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향한 외침을 더욱 확대했다.

 

이런 투쟁의 토대는 한국 자본주의 그 자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임금 격차가 가장 높은 국가, 노인빈곤률과 고령여성 빈곤률 모두 가장 높은 국가다. 자살률은 가장 높고 출생률은 가장 낮은 국가다. 성소수자 권리는 최하위권이다.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젠더 불평등과 노동자 민중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그대로다. 그러나 조기 대선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암담하기만 하다.

 

여성, 성소수자, 성평등이 사라지고 언어성폭력까지 일어난 대선

 

조기 대선에서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젠더 불평등과 2030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민중의 외침을 철저히 외면했다. 민주당 이재명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여성 의제와 젠더평등을 공약으로 담지 않고 남성 유권자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입을 닫았다. 혐오선동으로 연명하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 1호로 걸고,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공약을 내세워 청년 미조직 대중을 혐오정치로 규합하고 있다.

 

심지어 이준석 후보는 5월 27일 3차 TV토론 생방송에서 공개적 언어성폭력을 자행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대통령을 몰아냈더니 대통령 후보가 젠더갈등, 여성험오를 부추기다 못해 모든 노동자 민중을 향해 TV방송으로 언어성폭력을 가하는 참사까지 일어났다. 국민의힘 인사 다수는 이를 두둔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

 

자본가정당 후보들은 아무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지금은 어렵다’고 답변했고 김문수 후보는 TV조선 방송연설에서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취업특혜’라고 말했다. 이준석은 ‘전과자도 차별하면 안 되느냐’며 조롱하듯 차별금지법 반대입장을 밝혔다. 물론 어떤 전과는 다른 법률에 따라 취업제한 등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에서 별도 규율하지 않았음에도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차별금지법의 취지다.

 

이들은 대선에서 한국사회의 심각한 젠더 불평등 해소는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라는듯 언어성폭력까지 일으키며 여성 혐오를 재생산하며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지배계급은 노동착취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젠더 불평등을 해소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노동자계급의 저항력을 약화하기 위해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분열공세를 강화할 뿐이다.

 

대선에서 젠더평등이 사라지기까지

 

박근혜 탄핵 뒤 치러진 19대 대선부터 흐름을 한번 돌아보자.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입을 모아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2) 성별 임금격차 해소, 여성 대표성 확대, 젠더폭력 방지, 일·생활 양립 등 성평등을 위한 정책 등 성평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2)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2017년 2월 16일), “제게 성평등은 체화된 부분이다. 집에서 '밥 줘'라는 말을 한 번도 못해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017년 4월 24일), “여성에 대한 모든 정책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에 충실하냐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2017년 4월 25일), “제 삶이 페미니스트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의 권리가 획기적으로 신장될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2017년 2월 23일)

 

하지만 압도적 지지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선언과 달리, 쇠퇴기 자본주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늘어났으며(통계청: 2017년 32.9% → 2021년 36.3%), 부동산 정책 실패와 자산 불평등 심화는 여성과 청년 등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했다.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정책은 껍데기 뿐이었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성별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한국은 OECD 성별임금격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연평균 최저임금인상률은 7.2%로 역대 정부 중 뒤에서 두 번째였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7.4%보다 낮았다. 게다가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박근혜 정부조차 시도하지 않은 조치로, 기본급 외 상여금·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투쟁 자체를 무력화했다.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자리 상황판'을 요란하게 전시했지만, 자본 편에 선 문재인 정부는 여성에게건 남성에게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도 없었다.

 

사진: 공무원노조

 

문재인 정부 하에서 늘어난 것은 여성 고위공무원, 공기업 여성 임원들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 10%, 여성 공공기관 임원 비율 20%를 달성한다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자 확대'를 내세웠고, 실제로 여성 대표자는 늘어났다. 그러나 더 많은 여성착취자와 여성억압자를 만드는 것이 어떤 평등을 담보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당시,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비호하며 전 국가적 2차가해를 자행하기도 했다.

 

켜켜이 쌓인 청년층의 분노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던 민주당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에서 껍데기뿐인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로, 여성·소수자·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선동으로 이끌렸다. 무엇보다 노동자운동은 이러한 청년과 미조직 노동자의 분노를 체제에 대한 투쟁으로 이끌지 못했고, 기층의 분노는 윤석열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혐오정치를 앞세워 등장할 토대가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윤석열 정권이 비상계엄 내란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광장의 주인으로 행세했다. 민주당 의존적인 노동자 민중운동이 이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광장은 내란 진압은 물론 ‘차별금지,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요구했지만,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조직 노동자운동은 내란 진압을 민주당과 헌재에 의탁한 채 위력적 투쟁을 벌여내지 못했다. 민주당과 독립적인 투쟁을 확대하지 못한 결과는 민주당의 ‘중도보수’ 선언이다. 민주당은 광장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진하고 있고, 우리는 여성과 성소수자가 지워진 대선을 목도하고 있다.

 

자본가정당과의 단절, 차별금지법 제정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이 유일하게 그동안 젠더차별을 없애기 위해 투쟁해온 이들과 광장의 목소리를 담아 자신을 ‘페미니스트 대통령 후보’라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했다. ‘성평등부서(현 여성가족부) 강화’, ‘낙태죄 대체입법과 임신중지권 보장’ ‘비동의 강간죄 도입’, ‘포괄적 성교육 도입’.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돌봄노동자를 포함한 지원 확대’ 등을 제기했다.

 

물론 의회주의로는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바꿀 수 없다. 작은 젠더평등 확대조치조차 노동자 민중의 투쟁 없이는 이룰 수 없다. 그러나 그 투쟁의 시작이 자본가정당과의 단절이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과 독립적인 지향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며, 성평등 확대를 제기하는 권영국 후보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민주당 투항은 젠더평등 포기와 같다

 

그러나 노동자운동 내 진보당 지지세력과 노사협조주의 세력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민주당이 자본가 살리기를 강조하고, 차별금지법조차 걷어찬 이 마당에도 말이다. 구조적 젠더차별,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지 않는 정치가 어떻게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를 확대할 수 있는가. 차별금지법을 외면하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퀴어퍼레이드에 민주노총의 깃발을 휘날릴 것인가? 노동조합의 무지개 깃발은 그저 시늉이었던가? 민주당과 한편에 서서 확대되는 혐오정치에 맞설 수는 없다.   

 

끝내 비상계엄을 통한 극우 파시즘체제 구축 시도로까지 이어진 혐오정치는, 여성의 유연근무제 확대나 육아휴직수당 인상과 같은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미봉책으로는 결코 청산되지 않는다. 초저출생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별 임금격차는 그 무력함을 이미 입증했다. 민주당 지지는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뿐만 아니라 젠더차별에 맞선 노동자투쟁을 포기하는 행위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여성억압과 차별에 맞서는 노동자운동으로부터의 일탈이자, 광장의 열망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젠더평등,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동자 투쟁을 확대하자

 

우리는 수많은 여성과 성소수자, 미조직 노동자, 민중이 평등을 열망하고 있음을 목도했다. 5월 27일 한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발표한 여성노동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8%가 ‘성평등 노동 실현이 자신의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평등사회 실현’을 차기 정부에 요구하는 1순위 과제로 꼽았다. 28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들에게 계엄은 오래전에 도착한 현실이었다”며 성평등 노동실현 민주노총 5대 요구안3)을 발표했다.

3) '성평등 노동실현을 위한 5대 요구'는 ①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②성별임금격차 해소(성평등 공시제 법제화, 실질임금 인상 ③채용 성차별 근절 ④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 ⑤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등이다.

 

사진: 보건의료노조 

 

자본가계급은 대선 이후 체제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더 노골적으로 전가하며 평등의 기반을 허물려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이에 대응하는 실천으로 희망의 길을 열어야 한다. 평등은 자본가계급과 맞서 싸우지 않고 진전될 수 없다. 사업장 울타리 안에 갇혀 노동자 정치세력화뿐 아니라 젠더 불평등에 무관심했던 과거를 딛고 노동자답게 싸우는 길로 가자. 혐오와 차별의 일소, 젠더 평등, 계급 단결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향해 나아가자.

 

가부장적 자본주의 안경을 벗고 젠더평등한 노동자의 관점으로 노동조합과 일터, 사회를 부단히 돌아보고 바꿔가자. 여성이 주로 일하는 직종의 저임금을 이대로 둘 것인지, 여성 노동자 차별에 맞선 싸움을 어떻게 모두의 투쟁으로 만들 것인지,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모독당하며, 화장실과 탈의실조차 편히 사용할 수 없는 고통에 어떻게 공감할 것인지, 노동현장과 노동조합 내 가부장적·성차별적 언어나 문화를 어떻게 손볼지 토론하고 투쟁 과제로 끌어올리자.

 

최저임금, 노동기본권, 차별금지법, 공공돌봄, 임신중지권, 혼인평등 등 다양한 의제가 노동자운동의 과제다. 젠더차별 해소 투쟁으로 노동자의 단결을 강화하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도 민주당에 대한 청원이 아니라 현장을 발로 뛰는 교육, 선전, 토론을 통해 현장 투쟁과 거리 투쟁을 결합하며 노동자의 힘을 발휘하자.

 

젠더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고통받는 모두가 노동자운동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계급투쟁의 길을 열자. 노동자가 페미니스트이며, 퀴어(성소수자)이자, 앨라이(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다! 젠더평등을 향한 노동자 투쟁, 차별금지법 쟁취를 위한 노동자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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