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3년, 서울시가 폭주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시내버스가 다시는 파업하지 못하게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려 한다. 서울시의회는 4월 26일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를 폐지한 데 이어 노인의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위해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하고, 장애인탈시설조례를 폐지하려 하는 등 모든 방면에서 노동자와 민중을 공격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는 어떻게 다방면에서 노동자민중을 공격하고 있을까? 그중 몇가지 주요한 쟁점을 연재기사를 통해 정리해 보려 한다.
“노인 최저임금 차등적용하자”, 노인들을 위해?
지난 2월 서울시의회 의원 38명이 노인을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대상으로 하자는 개정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건의안 전문에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노인들의 일자리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적용 제외의 인가 기준과 범위를 노인층에게 확대 적용하도록 하는「최저임금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개정을 강력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고령화 사회에 더욱 늘어날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층을 더욱 값싼 일회용 소모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건의안의 전문을 읽어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전문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에 육박하고 있으며, 의학적인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은퇴 이후 노인들의 삶을 위한 사회적 보장 제도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저출생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노인들의 삶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 딱 여기까지만 맞는 이야기이고, 그 뒤부터는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쉬우려면 최저임금으로부터 노인을 해방시켜 줘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해법을 제시한다.
노년알바노조(준)가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청소노동자의 39%, 남성경비노동자의 53%가 최저임금에 미달했다. 겉으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 대기시간 등을 늘려 실질적으로는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은 이러한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안 그래도 이미 임금노동을 하는 다수의 노인은 불안정하고 위험하고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임금노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그 노동자의 계층적 지위를 드러낸다. 노인은 은퇴하고서도 일을 해야 하는 노인과 하지 않아도 되는 노인으로 나뉜다. 연금이 ‘용돈연금’에 불과한 대한민국에서, 특별히 재산을 축적했거나, 퇴직금을 빵빵하게 받았거나,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면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 4대 보험 안 되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일자리를 전전했거나, 가사노동 등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새벽 첫차를 타고 움직이는 청소노동자, 폭염 속에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경비노동자. 노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면 이런 열악한 일자리에서 더 싼값에 노인을 착취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점점 더 많아질 테니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이다.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는 줄고 노년층은 늘어나 착취할 노동력이 부족해져 골머리를 앓던 자본에게는 이윤을 보전하기 위한 훌륭한 대책이다. 하지만 노인의 삶은 더욱 빈곤선으로 내몰릴 것이고,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사실이 당연해지면 지금 장애인을 향하는 시선처럼, 일하는 노인을 향한 천대와 멸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노인이라고 부양가족이 없겠는가? 노인이라고 큰 돈이 필요치 않겠는가? 차등적용이 합법화되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삶에 비관하거나,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더 장시간의 노동을 견디다 죽어가는 노인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보편의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더 이상 일하지 않고 여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작년 연금 수급시기를 늦추려는 연금개악에 맞서 투쟁했던 프랑스 노동자들은 “평생 일하다가 죽을 수 없다”고 외쳤다. 노인에게는 최저임금 미만이라도 좋으니 자본에게 다시 예속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그동안 사회의 지속을 위해 고생했던 노고를 인정받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여생이나마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자유가 필요하다. ‘용돈연금’이라 불리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과 자본의 연금재정 부담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K국방이라며 칭송하는 군비지출을 사회복지를 위한 지출로 돌려 모든 노인에게 이런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관련기사: 국민연금을 둘러싼 계급투쟁, 자본이 빼앗은 노동계급의 삶을 되찾는 계기여야 한다)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 폐지
서울시는 작년 7월부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업무 중 ‘권익옹호활동’을 제외시키더니, 올해 사업을 완전히 폐기해버렸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서 일하던 400명의 장애인 노동자와, 해당 사업을 담당하던 전담인력 50명이 모두 작년 12월 31일을 끝으로 해고됐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 58억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는 ‘장애유형별 맞춤형 특화일자리(서울형 시간제)’ 예산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해당 예산규모는 40억으로 이전보다 줄었기에 대상도 400명에서 250명으로 줄었을 뿐더러, 기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서 일하던 최중증장애인들이 일할 수 없는 직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서울시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원예관리 보조, 택배 보조, 세탁물 정리원, 세차원, 장애예술인’을 일자리 예시로 제시하고,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품질 검사원, 콘텐츠 모니터링, 온라인 홍보마케터”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는 중증장애인들이 수행하기 어렵고, 실제로 전권협(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서울지부 내 316명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중에 특화일자리로 진입한 노동자는 단 6명뿐이다.
서울시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 담긴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에 개선대책이라고 내놓은 일자리의 예시들을 보면, 모두 단순한 반복업무들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서 주장해온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과 결이 많이 다르다. 자본의 시각에서 장애인의 노동은 손쉽게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하는 노동’으로 양적으로 계량된다. 자연스럽게 얼마큼의 이윤생산에 도움이 되는 ‘생산성’을 지녔는지를 기준으로 장애에 등급을 매기고 분류하려는 사고가 자라난다. 경증장애인에겐 단순한 노동을 시키고, 그런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은 노동에서 배제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번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폐기하고 특화일자리란 이름으로 ‘단순반복업무’만을 제시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을 사회에 드러내고,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의 수많은 면을 폭로하고 개선하는 기회가 됐다. 저들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가 지하철 시위에 동원됐다”며 그토록 공격하고 싶어하는데, 그렇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덕에 지하철 시위를 더 큰 규모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은 오히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2021년 말부터 ‘시작된’(정확히 말하자면 20년도 전에 시작된)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우리 사회에 장애인들의 권리가 얼마나 박탈되어있는지를 수면 위로 드러냈고, 수많은 논쟁거리를 불러일으켰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노동이 장애인들의 삶이 조용한 죽음으로 잊혀지지 않고 치열한 투쟁으로 드러나도록 만들었고, 차별로 가득찬 세상에 균열을 내고 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를 구성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가는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노동자를 해고하지만, 노동자는 자본가를 해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의 근원적으로 불평등한 노자관계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해고하고” 훨씬 더 많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투쟁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 자본주의의 불평등한 질서에 균열을 내는 장애인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에 나서자.
시내버스 한번 파업했더니, 필수공익사업 지정으로 “파업 못 하게 하자”
서울시는 4월 11일 ‘시내버스 운영 개선대책’을 발표해, 시내버스를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에도 최소 운행률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내버스는 1997년 노조법 제정 당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으나,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로 은행사업과 함께 2001년부터 제외됐던 것을, 다시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법 42조의 2항에 따르면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ㆍ운영을 정지ㆍ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철도, 지하철 등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있는 노동조합의 파업의 위력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파업의 본질이 노동자가 노동을 중단해 자본에게 ‘위력이 되는’ 손해를 끼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자본에게 강제하는 것인데, 필수공익사업장 제도는 노동3권의 행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며, 유의미한 파업을 불법화하는 악법이다.
서울시 기관지인 ‘내손안에 서울’은 기사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하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주의가 노동을 사회화하였기에 모든 노동은 서로 연결돼있고, 그래서 어떤 노동의 중단이든 누군가의 일상과 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중단할 수 있는 (사회적) 노동이란 것이 존재할까? 누군가의 권리를 ‘볼모’로 잡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전제하는 순간 어떤 파업도 불가능하다.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파업은 정당하며, 실질임금이 2년 연속 하락하는 지금 더욱 그러하다.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시내버스노동자는 임금인상조차도 요구하지 말고 자본에게 조건 없이 순응하는 임금노예가 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버스노동자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막아내고,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필공사업장 조항을 폐지시켜야 한다.
서울교통공사, 타임오프제로 무더기 부당징계
서을교통공사는 지난 3월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소속 34명의 노조간부에 대해 파면,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타임오프제를 악용해서 “무단결근 151회, 상습적인 이석·지각 등 노조활동을 핑계로 무단결근·이탈, 지각 등의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조사과정을 들여다 보면, 당사자가 출근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서울교통공사는 “▲개인별 근태 내역 및 직원 신분증 출입기록 ▲사내 업무망 접속기록 ▲작업일지 ▲구내식당 이용 내역 등”을 통해 출근 기록을 파악했다. 타임오프를 사용한 당사자에게 이러한 근무사실 증명을 요구했는데, 지하철에서 출퇴근을 태그하지 않은 경우나 구내식당 이용내역을 제출하지 못한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했다.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구내식당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밥을 먹은 경우 출근했음에도 입증하지 못하면 무단결근이 되는 것이다. 사내업무망 또한 공용PC를 5~6명이 같이 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로그인 기록이 부재하다고 결근을 확인할 수 없다. 이렇듯 출근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당하게 무단결근으로 처리된 것이 많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입장이다. 노사가 합의하에 단체협약·근무환경·인사제도 등 실무를 논의한 경우도 무단결근으로 본 사례가 있다.
주목할 점은 2010년 7월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10년 동안 노사가 합의하에 진행해온 타임오프 사용방식을 이제서야 문제삼는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11월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로시간면제를 인원한도인 32명을 10배 초과하는 311명이 사용했고, 전체 시간도 면제시간 한도인 3만 800시간보다 1만 8천여 시간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항들은 모두 노사합의를 거쳐 진행된 것임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노조활동의 권리를 축소시키라는 신호를 회사에 보내고 있다.
노조전임자의 활동의 자유는 노동자가 오랫동안 투쟁해 쟁취한 권리다. 노조전임자를 통해 노동조합은 여전히 아주 소수지만, 일상적인 노동의 속박에서 벗어나 노동자 스스로를 조직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자신의 일부를 얻게 된다. 백 번 양보해 만약 노조전임자의 관료화나 부패의 문제가 존재한다면, 이것은 노동조합이 민주주의를 작동시켜 노동자 스스로 풀어갈 문제이다. 작년부터 노동부는 실태조사와 근로감독을 통해 노골적으로 노동자가 그동안 쌓아올린 ‘조직할 권리’의 표현인 노조전임자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벌어지는 타임오프 위반을 핑계로 한 무더기 부당징계는 그 한 가지 사례이다. 부당한 징계를 철회시키고,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투쟁할 권리를 지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