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명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비정규직의 현실을 바꿔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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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기고] 이재명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비정규직의 현실을 바꿔낼 것이다

<20251024 비정규직 탄압 현대 기아차 자본 규탄 결의대회> 현장에서

지난 10월 24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탄압 현대・기아차 자본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는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연대모임 · 이수기업 해고자 ·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다. 결의대회에는 130명 가량의 노동자, 시민, 활동가들이 모였다. 울산, 부산 등 지역에서도 많은 동지가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했다. 

 

기아차 청소노동자 김경숙 동지, 이수기업 해고자 김병선 동지의 발언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김주환 동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백명일 동지, A학교 성폭력 사안 공익제보 교사 지혜복 동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지역위 강진관 동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임정득 동지의 문화 공연과 이수기업 해고자 및 연대 동지들의 몸짓 공연, 결의문 낭독과 상징 의식을 마지막으로 결의대회를 끝마쳤다. 

 

 

노동자들의 입을 막는 손아귀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 노동자들은 부당한 업무 지시와 열악한 노동 환경, 일터 내의 성폭력에 맞서 투쟁을 시작했다. 기아차 하청 업체인 보광산업은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와의 협의 없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친환경차 신공장 산업폐기물 처리 업무를 지시했다. 산업폐기물 처리 업무는 산재 위험이 매우 높은 업무임에도, 노동조합과의 단체 협약을 위반하고 일방적인 업무 지시를 내렸다. 명백한 부당 업무 지시였기에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는 곧 탄압의 사유가 되었다.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위와 같은 고강도·고위험 노동으로 내몰리는 동시에 일터에서 전혀 존중받지 못했다.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수차례 원청 직원 및 관리자에 의한 성폭력에 노출되었고, 사측은 문제 해결에 있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기아차와 보광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해고를 비롯한 중징계를 내렸다.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이자, 부당해고 당사자인 김경숙 동지는 열악한 청소 노동 실태를 밝히며 기아차가 자행하고 있는 노동 착취를 고발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휴게실, 샤워실도 없이 오물 묻고 땀 범벅이 되어 지친 몸을 그대로 말리며, 잘하면 잘 한다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업무를 묵묵히 해내며 노동현장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도 가족과 즐겁게 함께해야 할 추석을 목전에 두고, 회사는 잔인하게도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습니다. (중략)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노조, 수많은 노동조합 중 몇 안되는 노동조합만 쟁취했다는 귀한 단협이 있는 기아차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전과 기본권조차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소장과 관리자를 감싼 대의원에 대한 비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둔갑시키고, 사업장 내 선전전과 인터뷰를 징계 사유로 삼아 노동자들을 입막음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

 

현대차 사내하청인 이수기업 해고자 동지들 역시 구사대의 폭력에 온몸으로 맞서며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400일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수출용 차량 이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소송에서 승소해 정규직화될 예정이었으나, 현대차는 이수기업을 강제 폐업하며 이수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했다. 현대의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 현대차는 울산공장 앞에서 구사대를 동원해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을 부수고, 이수기업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 동지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투쟁 문화제를 강제 해산시켰다. 당시 구사대 폭력은 수십명의 부상자를 만들었고, 지켜보는 이들에게조차 트라우마를 남길 만큼 극심했다. 윤석열의 계엄을 끝내고 민주주의의 봄이 찾아왔다며 모두가 기뻐할 때, 울산의 하청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는 찾아오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구사대의 폭력을 방관함으로써 사실 상 적극적으로 이에 가담하였다. 그러나 이수기업 노동자들과 연대 동지들은 굴하지 않고 자본의 폭력에 맞서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수기업 해고자 김병선 동지는 현대차가 교섭을 거부하며 해고 당사자를 교섭에서 배제하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음을 밝혔다. 현대는 정의선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철회를 조건으로 교섭을 약속했으나, 노동조합 측 교섭위원인 해고노동자의 ‘자격’을 문제삼으며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현대 자본은 법 위에 군림하며 노동자를 짓밟고 있다. 

 

스튜디오R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

 

현대·기아차는 불법파견 고용구조를 통해 노동자들을 초과 착취하며 막대한 이윤을 축적하고 있는 거대 자본이다. 그렇다면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들과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싸움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 노동운동사에 수많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있었지만, 여전히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기업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자본에 의해 은폐된 노동의 현실을 비추며, 비정규직 투쟁을 재점화해내고 있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투쟁은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모든 노동자의, 모든 인간의 존엄을 위한 투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겪는 억압과 착취는 비단 한 사업장만의 문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주로 경비,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던 일명 ‘쪼개기 계약(사측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나누어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점차 범위를 넓혀가며 더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 노동으로 몰아넣고 있듯,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할 수 없다. 재벌은 ‘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이 죽는다며 온갖 거짓 선동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원청 교섭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이 있는 온전하지 않은 개정임에도 그러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려진, 고통 받는 노동자의 신음이 있다. 며칠 사이에도 산업재해로, 자본에 의해 타살된 노동자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죽기 이전에, 노동자는 진짜로 죽어가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벌어진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벌어진 폭력은 어느 한 공장에서, 한 명의 ‘나쁜’ 자본가 혹은 하나의 기업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손쉽게 해고되며, 존엄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수많은 비정규직·하청 노동자가 겪고 있는 일이다. 특히 기아차 청소 노동자들이 경험했던 일터에서의 성폭력은 많은 여성 노동자를 위협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 하청 구조 뒤에 숨어 노동자를 착취하는 ‘진짜 사장’, 자본에 맞선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의문의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결국, 노동자의 현실은 정부나 재벌들이 스스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으로만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을 바꿔나갈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다.  
 
오늘 우리는 현대차 이수기업 투쟁과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을 시작으로, 더 많은 힘을 모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더 확대할 것이다. 윤석열을 퇴진시킨 세상이 여전히 착취와 억압의 세상이어선 안 된다.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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