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퀴어/노동자 1차 오픈마이크, “윤석열은 감옥으로, 지혜복은 A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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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여성/퀴어/노동자 1차 오픈마이크, “윤석열은 감옥으로, 지혜복은 A학교로!”

1월 4일(토)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차 오픈마이크, “2030 여성들은 늘 광장에 있다”

  • 정은희
  • 등록 2025.01.02 21:14
  • 조회수 241

“우리는 남태령에서 시작한 연대가 들불같이 번져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전에 우리를 향한 성희롱과 폭언을 마주하고 온라인 테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학교에 민주시민 의식을 위한 교육을 요청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들의 학교에는 지혜복 선생님이 계셔야 한다’고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좌절한 동덕여대 졸업생으로서 저는 지혜복 선생님이 단호히 성폭력과 성차별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내일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들의 어제는 뒤로 하고, 우리의 내일을 앞당기고자 합니다.”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연대의 물꼬를 튼 남태령에서 밤을 새운 김강리 동지의 발언이다. 최근 동덕여대 출신은 거르고 싶다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중고교생 일부의 혜화역 시위 조롱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의 학교에는 지혜복 선생님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성평등한 학교를 위해서는 지혜복 동지와 같이 싸우는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바로 여성억압과 차별에 맞선 노동자 파업이 필요하다는 여성파업의 취지와도 연결된 이야기였다. 

 

사회를 맡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

 

31일 ‘여성/퀴어/노동자 광장 오픈 마이크’ 참가자들은 구체적인 젠더폭력의 현실을 말하고,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결탁을 확인하며, 이에 맞선 투쟁을 함께 결의했다. 여성과 퀴어 노동자들이 겪어 온 젠더폭력의 현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음에도 그 구체적인 현실이 이야기될 때마다 곳곳에서는 탄식과 응원이 이어졌고, 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함께 애도하며 누구나 안전한, 평등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입을 모았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공익제보교사 지혜복 동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자본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한국 사회라는 것을 또다시 확인하게 됐다”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과 퀴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이번 참사는 낯설지 않은 비극”이라며 “그 연결 고리 속에 A학교 성폭력 사안도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이기에 윤석열 퇴진 투쟁 국면에서 2030 여성들이 폭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것”이라며 “우리는 단 한 명도 잃지 않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여성파업을 지지한다. 계급적 행동으로 구조적 젠더폭력에 맞서 싸우자”라고 제안했다.

 

비정규직 철폐와 여성 노동자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임현경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적다고 하면 여성에게는 괜찮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라며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사회 구조적 문제다. 우리가 먼저 나서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도 노동할 권리가 있고, 차별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김경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활동가는 연극계 미투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젠더폭력과 2차 가해의 현실을 제기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31일) 2018년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위계 폭력을 행사하여 사직했던 송영종을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했고, 이윤택의 성폭력을 방관하고 때로는 조력했던 김소희는 서울 소재 대학에서 전임교수를 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박근형 교수는 수업의 일환으로 이어진 술자리에서 학생을 성추행했지만, 학교는 고작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라며 “가해자를 옹호하고 비호하며 그들에게 다시 권력을 쥐여주는 자는 누구인가. 더 많은 권력과 권한을 쥔 자들”이라고 규탄했다. 

 

 

학교 밖 청소년도 오픈 마이크에 참가해 목소리를 높였다. 베라 동지는 “여성을 향한 성희롱과 폭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교실 안 그리고 무관심한, 아니, 오히려 혐오를 부추기는 교사들 속에서 사라진 성소수자와 장애인. 그것이 제가 학교를 나온 이유였다”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지금 당장 지혜복 교사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산에 위치한 예술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3.8여성파업 학생참가단 김민솔 동지는 2023년 공연계 원로 교수가 근로장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을 선고받았는데도 교내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그는 “에브리타임에도 교직원 성희롱 발언, 성추행 가해에 관한 목소리가 숱하게 등장하지만, 그들이 올바른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근로장학생들은 불안한 환경에서 일한다. 학내 성범죄는 권력과 위계에 의해 일어난다. 가해자는 ‘너의 앞날을 저당 잡을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피해 사실을 알릴 권리, 자유롭게 노동할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권력과 위계가 존재하는 학교를 원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일상이 안전한 학교, 민주적인 교육의 장을 원한다. 지혜복 선생님의 복직 투쟁은 한 사안,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부당한 해임에 맞서는 동시에 우리 모두의 권리를 외치자”라고 제안했다. 

 

 

권영은 반올림 활동가는 “초일류기업이라는 삼성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성차별과 안전의 위협 속에서 일했다”면서 최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열린 오픈마이크에서 발언한 삼성전자노동조합 여성 대의원 노동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삼성전자 여성노동자들은 손마디가 굽어 휘어가고, 허리디스크에 유산, 불임, 공항장애 등을 겪고 있으며, 화학노출 사고를 당해 병에 걸려도 피해를 증명해 직업병으로 인정받기는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라며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여성 노동자 산재가 ‘자본의 젠더폭력이자 여성살해’”라고 규탄했다. 또 “윤석열 정권과 삼성 등 자본이 함께 유지·강화하고 있는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여성 및 소수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선 서울서부비정규직노동센터 동지는 “정근식 교육감은 후보시절 만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면서 “교육청 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한다. 그러면 교육청도 바뀌고 서울시 교육도 바뀔 수 있다”고 호소했다. 

 

 

SPC 산하의 파리바게트에서 알바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라고 소개한 이다경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연합 활동가는 “SPC에서는 모두 여성이 일하는데 여성들이 일하는 일자리는 쉽다는 말 많이 하는데 과연 그런가”라며 “이곳은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단 한순간도 쉴 수 없고 일하는 6시간 내내 앉을 수도 없고 실제로 앉을 의자도 없다”며 “끊임없이 포장하고 판매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친절하기까지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좋지 않아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만약 여기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 성폭력을 당한 것이라면, 사직하지 않고 계속 다닌다고 꽃뱀몰이를 당하지는 않을까, 다른 의도가 있는 가짜 피해자로 인식되지 않을까, 왜 같은 피해자도 성폭력 피해자는 늘 순수한 피해자인지 아닌지 의심받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간통념 때문이다. 지혜복 선생님이 복직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투쟁하자”라고 제안했다. 

 

현장에는 3.8여성파업 학생참가단, ‘민주 동덕’이라는 깃발을 들고 온 동덕여대 학생들, 공학여대생연대모임 들불, 학생사회주의자연대,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세종호텔지부, 반올림, 서페대연, 응원봉을 들고 참여한 개인 참가자를 비롯해 수십 개의 단체가 참가했고, 지혜복 동지를 비롯해 자유발언 신청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A학교 공대위가 준비해 주신 국화를 들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젠더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고, 또 따듯한 메밀차와 무지개떡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마음을 데우기도 했다. 다음 광장 오픈마이크는 1월 4일(토)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30 여성들은 늘 광장에 있다”는 주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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