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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현대중공업은 고 전병휘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인정하라! 위험의 외주화와 다단계 하도급을 투쟁으로 철폐하자!10월 26일 현대중공업 2도크 메탄올 탱크에서 고 전병휘 하청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한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상황이다. 부자가 대를 이어 산재를 당했던, 노부모와 아픈 동생을 볼보던 고 전병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끝내 현대중공업의 475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산재사망 3개월 전, 전병휘 노동자는 흉추골절로 2개월간 공상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다. 하청업체 조운산업은 완치되지 않은 전병휘 노동자에게 ‘공상처리가 끝났다’며 출근을 채근했고,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이 아니라 죽음의 조선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산업재해를 공상으로 은폐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까지 죽지 않고 치료받고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더 분노스러운 것은, 현대중공업 사측이 산재사망 이유를 개인의 질병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마치 정해진 중대재해 대응 메뉴얼이 있는 것처럼, 현대중공업 사측은 사망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린다. 분노한 유족이 부검을 요청했고, 부검의는 사인은 개인 질병 때문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경찰에 △용접작업 △가스누출 △독성물질노출 관련 현장조사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산재사망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족은 매일 고 전병휘 하청노동자의 영정을 들고, 현대중공업 조운산업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중대재해 엄중처벌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유족과 함께, 현중지부 · 현중사내하청지회 · 민주노총울산본부 · 중대재해 없는 울산운동본부 ·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지역위원회 동지들은 476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2024-11-20 |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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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이수기업 조합원들을 만나다[인터뷰이] 김희중, 안미숙(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정리] 강진관 현대자동차 자본은 근 30년간 수많은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해 거대한 부를 쌓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적 비판에 내몰린 자본은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아닌 ‘특별채용’ 방식으로 불법파견 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 현장은 여전히 불법파견을 유지하고 있으며, 불법파견 범죄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1일부로 현대자동차 자본은 불법파견 업체인 이수기업을 폐업해 모든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이수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 원청에 업체 폐업에 대한 책임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안팎에서 투쟁하고 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현대차지부 사무실에서 농성 중인 김희중, 안미숙 이수기업 동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 : 현대차지부 사무실 농성이 50일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그곳 동지들의 일상과 투쟁에 관해 전해 주세요. 지난 9월 26일부터 지부 사무실에서 농성한 지 50일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회사 내에서 연대하는 정규직 활동가와 함께 매일 오후 출퇴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성자들은 주 1회 이수 투쟁을 알리는 소식지를 대자보로 직접 제작하기도 합니다. 또한 주변의 여러 사회단체가 여는 교육도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겨운 점도 있지만, 현대자동차의 부당한 정리해고 맞선 이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질문 : 현대차 자본이 이전과 달리 이수기업을 전격 폐업하고 모든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는데요. 그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번 이수기업 폐업과 집단적인 정리해고 사태는, 비단 이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대적인 사내하청 정리해고를 시작하려는 현대자동차의 의도가 보입니다. 그 배경으로, 불법파견 소지가 있거나 일부 소송 결과가 나온 공정에 대한 인소싱이 있습니다. 일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해 길거리로 내모는 것은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을 법적 논리로만 따지겠다는 발상으로 도저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질문 : 이수기업은 폐업되었으나 이수 노동자들의 공정은 그대로 있는데요. 지금 이수 노동자 공정에서 누가 일하는지, 이후 어떤 상황이 예상되나요? 현재 정규직 일부와 촉탁 계약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현대자동차에 채용된 촉탁 계약직은 9,000명을 넘어섰다고 들었습니다. 이수 기업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함을 말합니다. 정규직 노동자가 일해야 하는 자리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워넣고, 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시 촉탁직 노동자로 대체하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촉탁 계약직 노동자도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입니다. 이런 식으로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노동자 총고용의 관점에서, 어떤 노동자의 일자리를 다른 노동자로 대체해 해고가 발생하는 일은 노동조합 운동에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이수기업 폐업은 불법파견 은폐뿐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저강도 구조조정의 시발점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이수 투쟁의 의미는 무엇인지, 투쟁 결과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번 이수기업 사태는 이수기업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울산지역 비정규직 전반의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로벌 3대 기업이라고 자화자찬하는 현대자동차가 이런 식의 비정규직 구조조정을 시작한다면,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업체들의 구조조정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사내하청인 현인기업도 폐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수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하니, 계약을 연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이수 투쟁이 아직 미약하지만, 현인기업 폐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우리 이수 노동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더 잘 싸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질문 : 마지막으로 이수 투쟁 승리를 위해, 현대차지부, 울산지역, 전국 노동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얘기해 주세요. 비정규직 정리해고라는 피바람이 현대자동차 사내에서 불고 있습니다. 이것이 울산지역을 덮치는 폭풍이 되려고 합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면 정리해고 바람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공장 밖에서 투쟁하는 이수 노동자들도 투쟁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연대의 손길을 보내고 또 연대 받고 있습니다. 지부 활동가와 조합원 여러분 지금까지의 연대에 감사하며 더 큰 연대를 바랍니다. 울산지역 여러 사업장과 단체 여러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에 맞선 이수 투쟁에 연대해 주세요. 이수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이대로 관철된다면 다음 칼날은 누구를 향할까요. 이수 문제가 나의 문제, 내 사업장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함께 해주십시오. 작은 연대와 지지도 이수 노동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따뜻한 연대의 말 한마디도 감사합니다. 전국 노동자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2024-11-18 | 조회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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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죽어야만 끝나는 젠더폭력1. 죽어야만 끝나는 젠더폭력 … 열흘 새 연인관계 남성에 여성 4명이 살해당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11월 들어 최근 일주일 사이 4명의 여성이 교제 대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살해됐다. 이처럼 교제폭력이 빈번히 일어나지만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현황 파악도, 처벌을 위한 법과 제도도 느슨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처음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이 살인으로 연결된 사건 규모를 파악했다. 그러나 피·가해자 성별을 구분해 발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 발표는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12일 거제 교제살인 사건, 부산 몽키스패너 살인미수 사건,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건, 당진 두 자매 살인사건,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사건의 생존자와 유가족 7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각지대 없는 교제폭력 관련 입법 추진’ 등을 촉구했다. 교제폭력방지법은 21대 국회에 여러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어떤 시점부터, 또 어떤 관계까지를 교제한 거라고 볼지 기준을 정하기 어려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등에 계류됐다. 이후 결국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의원 임기 종료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미 관계 유형이나 주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제 관계를 정의하고 있어 사법 편의적 관점이란 비판이 나온다. 친밀한 관계폭력의 본질은 상대의 일상에 대한 간섭과 규제, 모욕, 지인으로부터 고립시키기 등 강압적인 통제에 있다. 그런 점에서 가정폭력과 교제폭력은 이름만 다를 뿐 그 핵심은 유사하다. 국회는 혼인·혈연·입양 외의 친밀한 관계를 포괄하지 못하는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론적 논의 외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괄적으로 처벌하고, 피해 지원 체계에서 누락하지 않는 법률적 근거 마련에 나서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1101648001 https://www.naeil.com/news/read/528850?ref=naver 2.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이행 방안 토론회 … “‘구조적 성차별 부정’ 정부 입장 바뀌어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이하 ‘위원회’)가 올해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 폐지 방안 등 퇴행적 여성 정책을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런 가운데, “구조적인 성차별을 부정하려는 정부 입장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지 않고서는 위원회의 권고가 이행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14일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주최로 열린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9차 최종 견해 이행 방안 토론회’에서 “(한국이) 성 격차 지수 146개국 중 105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7년째 압도적 1위인 성별임금격차 등 국제적 통계로 증명된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이행 상황을 심의하는데, 가입국은 위원회에 협약 이행 현황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4년마다 제출한다. 지난 6월, 위원회는 최종 견해를 통해 ‘한국 여성에 대한 퇴보적인 정책’을 우려하며 조속한 여가부 장관 임명, 여가부 폐지 조항 철회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비동의 강간죄 도입,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입법 계획 확립, 위안부 문제 해결 등에 대해서도 권고했다. 남규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위원회 심의 당시 여가부를 비롯한 정부 대표단의 답변 내용을 지적하며 “부끄러웠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심의 당시 위원회 측은 정부 대표단에 여가부 폐지 계획 철회 의향,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는 이유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여가부 폐지는 성평등 기능을 축소하지 않는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등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참조 기사>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111500282139291?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3.뉴질랜드, 위기에 처한 돌봄 영역 보고서 발간 돌봄 및 지원 노동자 노조인 E tū가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Aotearoa)의 돌봄 및 지원 산업 현황에 대한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주거 노인 요양, 가정 지원, 장애 지원, 정신 건강 및 중독 지원을 포함하여 업계의 많은 문제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돌봄 및 지원 종사자와 지역사회 지지자들에 의해 정부 대표에게 제출될 예정이다. 애니 뉴먼 국무부 차관보는 “돌봄과 지원에 있어 실질적인 위기”라며 “긴급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이번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보고서와 더 광범위한 Transforming Care 캠페인은 치료의 가치, 치료의 표준, 치료의 자금 조달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략) 노동자는 특히 급여를 통해 필수 업무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들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한 수의 직원이 있는 노동 조건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정적인 면에서도 간병인, 그들이 돌보는 사람들과 지역 사회의 이익을 고려하기 위해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참조 기사> https://etu.nz/new-report-exposes-a-care-sector-in-crisis/ 4. 호주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간호사들, ‘젠더화된’ 임금 문제로 파업 벌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간호사와 조산사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최대 1만 명으로 추산되는 파업 참가자들은 자신의 임금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이 시작되며 상당수의 간호사와 조산사가 일터에서 빠져나갔고, 주 전역의 수술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지난 12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4년 동안 평균 26%의 임금 인상을 주장해 온 주 경찰과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했으며, 이로써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은 현재 호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경찰이 됐다. 그러나 주정부는 간호사와 조산사들을 위한 새로운 자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며 간호사와 조산사의 임금은 동결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간호사및조산사협회(NSWNMA)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와 8개월 동안 임금 협상을 벌여왔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NSWNMA 사무총장 샤예 캔디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성 중심의 노조는 임금 인상을 계속하는 반면 우리와 같은 여성 중심의 노조는 뒤처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는 이것이 젠더 문제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시드니대 경영대학원 존 뷰캐넌 연구원은 “수만 명의 간호사가 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전문직에 종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캔디쉬는 간호사와 조산사들을 위한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sbs.com.au/news/article/pay-me-like-a-cop-australias-lowest-paid-nurses-are-striking-over-gendered-wage-issue/seisfktq6 5. 영국 보수당, 트랜스젠더 혐오주의자를 대표로 선출 영국의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보수당이 적극적으로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해 온 케미 바데녹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주요 정당의 지도자가 된 국회의원 케미 바데녹은 이전 정부에서 여성평등부 차관과 장관을 지냈으며,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데 앞장서 왔다. 바데녹은 재임 중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자주 비난했다. 금융감독원에 직장 내 트랜스젠더 포용정책을 폐지하라는 압력을 행사했고,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행동강령을 ‘통합이 아닌 분열’이라고 주장했다. 반인권적인 전환치료를 금지하는 정책에 찬성하지 않았고 오히려 처리를 연기시켰다. ‘전환치료’는 개인의 다양한 성별 정체성, 성별 표현, 성적 지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병리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해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치료를 말한다. 동성애자·양성애자는 이성애자로, 트랜스젠더는 비트랜스젠더로 바꾸려는 모든 유형의 개입과 시도를 포괄한다. 또한 바데녹은 트랜스젠더 증오단체이자 분리주의단체인 LGB얼라이언스와 비밀리에 만나기도 했다. 영국으로 이주하려는 성소수자들의 성별 인정을 제한하려고도 했다. 성중립 화장실 폐기를 요청했으며, 트랜스여성을 “남성”이라 부르면서 “남성들이 여자화장실을 사용한다”라고 말한 녹음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당시 영국에서 유일하게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았던 북아일랜드에서까지 동성 결혼 권리를 확대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통과되었지만, 이에 기권표를 던졌다. 그는 올해 선거에서 ‘성별’ 차별 금지가 생물학적 성별에만 적용되게 함으로써 트랜스젠더를 모든 공간에서 배제하는 등의 차별을 허용하는 보수당의 평등법 개악 공약을 앞장서서 강조했다. 또 18세 미만은 트랜스젠더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다. 그는 ‘영국적 가치’를 내세우며 이주민 단속 강화를 주장하고 기업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베데녹이 이끄는 영국의 보수당은 더 오른쪽으로 기울며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의 차별과 탄압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참조 기사> https://www.thepinknews.com/2024/11/03/kemi-badenoch-lgbtq-rights-gay-trans/#page/8 https://www.telegraph.co.uk/politics/2024/10/28/kemi-badenoch-children-cannot-be-transgender/2024-11-18 |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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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몰락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제2012.4.11 총선 국민승리를 위한 야권연대 조인식 사진: 연합뉴스 [편집자 주] “위 안건에 대한 논의는 종결함.” 9월 26일 민주노총 12차 중집은 총선 평가안도, 총선방침 위반 간부 징계도 결정하지 못한채 마무리 되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위성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음에도, 민주노총 내 논의는 어떤 조치도 없이 종결되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정을 살피며 방향을 다시 세울 때다. 이 글은 지난 10월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치캠프 발제문으로 제출되었다. 온라인 신문 게재를 위해 분량을 일부 축소했다. 1. 노동자 정치세력화 파탄, 2024년과 2012년 1) 2024년 총선 2023년 9월 14일, 민주노총 77차 임시대의원대회는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 파산 이후 12년 만에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또한 2024년 선거방침을 의결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의 합의를 통해 2026년까지 연합정당을 건설하며, 이를 위해 2024년 총선에서 선거연합을 추진한다, 또한 전·현직 간부의 민주당 지지를 금지한다는 취지다. 2023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와 4월 임시대의원대회에 제출된 정치방침은 “제 민주세력 등 진보 정치세력들의 결집된 힘”을 포괄한다는 문구로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한 민주대연합 추진 의사를 담고 있었으나, 논쟁 과정에서 민주대연합 추진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문구는 삭제되었다. 민주노총 정치·총선방침이 민주대연합론을 포함하지 않은 점, 보수양당에 대한 조직적 지지와 금지하고 전·현직 간부의 보수양당 지지 행위를 금지한 점은 정치방침을 둘러싼 논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연대 거부를 명시한 정치·선거방침은 2023년 10월 전주 보궐선거에 출마한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고맙습니다 민주당’ 선거운동과 당선 후 민주당과의 연대의사 표명에 이어, 2월 13일 진보당의 더불어민주연합 합류로 결국 휴짓조각이 되었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종덕 전 사무총장은 비례위성정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아직까지 그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진보당의 민주당 연대는 그야말로 노골적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은 위성정당이 아닌 연합정당’이라는 논리까지 동원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으며, 후보경선 과정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후보에 대한 사퇴처리 등 민주당 연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을 서둘러 제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진보당은 총 64명의 후보를 사퇴시켰고,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2석을 확보했다. 지역구 1석조차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확보했다는 점에서, 진보당 자신의 힘으로 얻은 의석은 없다. 정의당은 2024년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했으나, 이는 민주당과의 연대 거부가 아니다. 정의당은 중앙당 차원의 지역구 후보단일화 협상을 시도했고, 2월 29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른 비례의석 축소를 이유로 중앙당 차원의 협상을 중단하면서도 지역구 차원의 협의를 존중한다고 결정했다. 즉, 비례위성정당 참여라는 노골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민주당과 독립적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정의당의 과거를 볼 때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특히, 2016년 총선 국면 정의당의 야권연대는 노골적이고 굴욕적이기까지 했다. 2016년 총선 야권연대, 2017년 대선 야권연대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이 정의당의 계획이었다. 정의당은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경제민주화의 공통점은 민생을 살리겠다는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연합’ 건설을 제안했다. 이는 2016년 총선뿐 아니라 2017년 대선을 거쳐 연립정부 구성으로까지 나아가기 위해 전략적 야권연대체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은 총선의 처음부터 끝까지 야권연대에 굴욕적으로 매달렸다. 더민주당은 정의당을 동등한 연대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고, 대중에게 정의당은 더민주당과 유사한 세력으로 비쳤다. … 정의당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야권연대를 제안하며 밝힌 연대의 근거 역시, 경제강령의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분이었으며 실제로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경제민주화’라는 3자의 강령상에 질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 백종성, 「20대 총선이 드러낸 것」, 2016.6. 레프트대구 11호 그간 민주당에 의존적인 정의당의 행보는 시기별로 그 정도만 달랐을 뿐 일관되게 이어져왔다. 이런 행보에 대한 반성과 함께 민주당으로부터의 이념적-실천적 독립을 지향하는 세력을 확대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 어떤 내용과 형태건 ‘제3지대론’이 세력을 확대했을 뿐이다. 정의당은 민주당에 의존적인 행보를 하면서도 ‘다당제 민주주의’와 ‘제3당’으로서의 가치를 내걸어왔으나, 정작 정의당을 ‘좀 더 매운맛 민주당’으로 보는 대중에게는 설득력이 없었다. 2016년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의 ‘국민의당’, 2024년 ‘조국혁신당’ 등 이념과 조직 구성에서 민주당과 보다 유사한 ‘제3 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정의당이 고전한 이유다. 정의당은 2019년 ‘조국사태’와 2022년 ‘검수완박’ 문제에 있어 문재인 정부에 영합하는 태도를 보이며 ‘민주당 2중대’로서 스스로를 위치지었고, 이는 민주당 주도 반윤석열 전선을 지배적 흐름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2019년 ‘조국사태’는 2016-17 박근혜정부 퇴진 촛불투쟁의 마지막 여진마저 사라지게 만들었고, 정의당은 이 중요한 국면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찬성하며 민주당에 휩쓸렸다. 결국 보수양당 사이에서 ‘좀 더 왼쪽의 민주당’으로 자신을 위치 지어온 결과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는 단지 정책기획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당의 구성과 계급적 토대의 문제다. 민주당 방계세력을 포함해 창당한 정의당의 근원적 한계에 더해, 정의당의 노동자계급 토대와 결합력은 갈수록 약화되어 왔다. 그 공백을 실체도 없는 상층 기획으로서의 ‘청년정치’, 보수정당을 흉내내며 ‘우리도 안보와 군사문제를 잘 다룰 수 있음’을 내보이려는, 정의당에 ‘수권 능력’이 있음을 호소하려는 전문가 정치가 차지했다.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당을 벗어나야 한다’는 정의당의 숙원이 현실이 된 결과, ‘보수세력과 제3지대 정당을 만들자’는 황당한 주장이 난무해도 제재조차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2) 2012년 총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그 순환의 종결은 길게 보면 ‘위성정당 사태’가 발발한 2024년 총선이라고 할 수 있으나, 짧게 보자면 2010년 6·27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반MB 단일후보’ 선거방침을 결정한데 이어, 2011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계 정치세력이 통합해 통합진보당이 창당하고, 이어 민주노총 김영훈 집행부 주도로 ‘반MB 민주대연합’ 선거방침을 결정함으로써 야권연대를 전면화한 2012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2월 8일 5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된 2012년 총선방침과 총선방침 이행방안은 아래와 같다. 민주노총은 ‘새누리당 심판’을 명분으로 민주당과의 연대를 결정했다. 2010년부터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주당 대표와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배타적 지지방침’은 자기붕괴했다. 반MB 민주대연합에 따라,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을 주도한 민주당 인사들을 지지해야 하는 신세로 내몰렸다. 2010년 5월 11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후보 중에는 과거 국민참여당이었던 이광철 통합진보당 후보가 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법을 만든 세력을 지지 후보로 결정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러니까 현장에서 다 같이 투표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 제대로 된 후보도 없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고 현장에서 신뢰받는 후보가 아니라 오직 권력욕에 찌든 사람들이 나와서 진보를 떠들고 있는 상태다.” “야권연대 후보 중에 우리 지역인 서울 금천은 이목희 후보다. 그는 기륭전자 투쟁할 때 걸림돌이었고, 비정규직법 만들어놓고 잘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에서 비정규직 가짜 친구들 10인으로 선정했는데, 그는 민주노총도 동의했다며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과 2024년 민주대연합 모두 그에 앞서 ‘진보대통합’이 먼저 추진되었다. 즉, 반이명박·반윤석열 민주대연합은 전략, 진보대통합은 민주대연합을 떠받치는 전술에 불과했다 (2009년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 보고서, 《2017년 집권을 위하여》는 '반신자유주의 세력' - '반제민족주의 세력' - '민주-평화통일 세력‘의 대연합을 집권 과제로서 명시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주도 단일정당 건설’과 ‘야권연대’는 일견 모순이나, 결국 동전의 양면이었던 셈이다. 이는 단지 노동운동 다수파 그룹의 기획이 그러하기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는 양날개론에 근거한 사민주의 노동자 정당, 그 자체의 한계였다. 2. 민주노동당은 왜 통합진보당으로 귀결했는가 1) 민주노총 주도 민주노동당 건설 민주노동당을 돌아보자.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1996-97 총파업을 계기로 노동자 독자정치세력화에 나선 결과로 만들어졌다. 노동자계급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총파업의 힘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수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극복을 목표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계급투쟁의 성과를 어떤 식으로건 일정히 반영한다.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지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귀결은 거듭된 보수야당과의 선거연대에 이은 민주당 계열 분파와의 합당을 통한 통합진보당 창당이었다(‘전태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만남’). 앞서 살펴보았듯,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지방선거 이래 야권연대가 노골화했고(반MB 야권연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에는 극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부터 중앙정부까지 ‘공동정부 구성’이 음양으로 운위되었다. 이는 민주노동당 내부 갈등에 이은 분당을 재통합하는 과정과 맞물렸는데, 이를 종합하면 <진보대통합-야권연대-정권교체와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전망이었다. ‘비판적지지’를 넘어 ‘민주당과의 공동집권’까지 운위되는 상황에서, 2010년경까지 유지되던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은 민주대연합에 이어 소위 ‘통진당 사태’와 함께 스스로 폐기되었다. 이후 선거철이면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집단 입당원서를 들고 민주당에 투항해도 징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왔다. 민주노총은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통해 ‘진보정당’의 국민정당화를, 또한 민주당과의 연대를 부추기고 보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의 연대,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화가 민주노동당 노선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노선의 결과라는 점이다. 즉,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화는 몰계급적 개량주의-의회주의 정치세력화의 결과다.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 지향은 민주노동당 초창기부터 존재했다. "김창현 당시 울산시지부장은 한국사회의 변혁은 엄격한 단계론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결코 사회주의가 쟁점이 되는 단계가 아니라 … 이 단계에서 필요한 이념노선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이다. 이때 진보적 민주주의는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소자산계급, 나아가서는 자본가계급의 상당부분까지도 포괄하는 최소강령적 내용들을 추구하는 것이다. … 당 강령에서 사회주의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계급연합적 성격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김윤철, 「민주노동당의 '집권전략 논쟁' - 이념과 조직노선을 중심으로」, 2004, 역사비평 68호 의회주의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한, 노선을 바꾸지 않고 노동자계급과 함께 우직하게 전진하는 민주노동당은 형용모순에 불과하다. 이는 사민주의의 역사적 숙명이다. “그들은 계급에 대한 강조와 국민에 대한 호소 사이에서 뒤로 가거나 앞으로 갈 것을 요구받고 있다. … 그들은 한탄하고 후회하며 그들의 전략을 바꾼다. 그리고 또 다시 한탄하고 후회한다.” - 아담 쉐보르스키,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사민주의 정당은, 선거에서 수권능력을 내보이며 보수정당과 경쟁한다. 그리고 선거에서는 투쟁하는 노동자도 1표,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도 1표, 중산층과 소자본가도 1표를 행사한다. 집권이 일차 목적인 한, 사민주의 정당에게 투쟁하는 노동자는 더 넓은 확장을 가로막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이에 따라 점차 계급투쟁의 자리를 산업평화가, 사회적 합의주의가 차지한다. 특히 계급투쟁이 침체할 경우, 사민주의 정당의 우경화는 급격한 형태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2) 양날개론은 무엇을 결과했는가 출범 당시 민주노동당은 노동조합 주도로 의회주의 진보정당을 만들어 집권하겠다는 사민주의 노선에 근거했는데, 그 구체적 전략으로서 ‘양날개론’은 산별노조의 경제투쟁과 의회주의 진보정당의 정치투쟁이라는 역할분담론으로 정식화되었다. 그리고 이는 다음 결과를 야기했다. 첫째, 양날개론은 현장에서 정치를 추방한다. 역할분담론에 따라 현장은 경제의 공간, 의회는 정치의 공간이 된다. 노동현장의 과제는 임단협의 수행, 재정과 투표의 조직, 의회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물리력 동원으로 한정된다. 곧, 현장은 의회정당을 위해 돈과 사람을 대는 저수지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필연적으로 현장정치활동은 빈다. 둘째, 공동화된 현장의 계급투쟁과 계급정치를 조합주의, 타협주의가 채운다. 양날개론이 의회진출을 현장정치보다 훨씬 중요한 임무로 상정하는 순간, 현장이야 어떻게 되건 현장의 돈과 표를 집중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이 피해자가 된다. 그 적나라한 예가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과정에서 ‘진보정치’가 작동한 방식이다. 이 ‘중재’ 이면에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는 ‘이념’이 존재했음은 물론이다. “대표적인 '찬물'은 '25일 투쟁' 후반기에 나온 야4당 중재안이다. 중재안의 핵심은 '점거농성을 푼 후 교섭하자'였다. 정규직화에 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이들에게 이 중재안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담긴 것이 아니었다. 투쟁을 줄곧 가로막고 심지어 "협박"까지 한 이경훈 당시 현대자동차지부장이 주장해온 방안을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인 것일 뿐이었다. 야4당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포함돼 있었다." - 「자본가는 피를 빨고 진보정당은 표를 빨았다」, 2012년 5월 29일 프레시안 당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한 장본인인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은 통합진보당 총선후보 경선에 참여했고, 심지어 당내 경선에서는 승리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이경훈의 경선 참여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음은 물론, 이를 ‘상향식 공천’이라고 포장하기까지 했다. 또 하나의 적나라한 사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전북버스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사례다. 통합진보당의 민주연립정부(인민전선정부) 구성을 위한 야권연대는 사실상 ‘파업파괴 행위’로 작용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 지방정부가 자행하는 전북버스노동자 파업 탄압에 대해 규탄성명조차 발행하지 않았다. 개혁우파 세력이 집권하면 세상이 어떨까는 전주를 보면 된다. 버스 노동자들이 86일째 추위와 폭력 속에 파업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장악한 전주시와 전주시의회는 이명박보다 덜하지 않다. 법원이 합법 파업임을 인정했음에도 전주시와 전주시의회는 불법 파업으로 매도하며 자본가 편에 서 왔다. 선거연합을 통해 진보정치를 구현한다는 민주노동당이 중앙당 차원의 논평 하나 없다는 건 선거연합의 정체를 보여준다. 개혁우파 세력이 집권한다면 전주의 상황은 전국의 상황이 될 것이다. 그들이 집권했던 10년이 그랬듯 말이다. - 김규항, 「난감한 풍경」, 2011년 3월 2일 한겨레 셋째, 배타적 지지방침, 즉 강제 단결이다. 산별노조-단일정당 모델에 근거해 현장의 정치적 역할을 돈과 표로 한정하면, 현장은 각 당의 노선차와 정세에 대한 각 당의 입장차를 알 필요도, 자기 입장을 가질 필요도 없다. 즉, 현장의 무관심에 근거한 동원적 단결의 유도가 바로 배타적 지지방침이다. ‘아, 잘 모르겠으니까 하나로 만들어와!’, 물론 이는 가장 본능적인 정서다. 이러저러한 민주노총 설문조사에서 ‘단일 진보정당 건설’이 늘상 압도적인 요구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운동이 현 상태를 지양하는 것이라면, 정치세력은 이런 정서를 강제 단결의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자생적 정서와 싸워야 한다. 3) 민주노동당 강령과 이념의 문제 (1) 당의 주체 – 계급연합 (2)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 – 자본주의 개선 (3) 강령 비판 ○ 계급연합정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계급연합정당으로서의 성격을 일정히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는 임금노동자만 입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대안체제로서의 사회주의와 민주적 계획경제, 수단으로서의 계급투쟁, 당의 중심 주체로서의 노동자계급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방문해 “민주노동당과 중소기업이 동지적 관계를 가지자”고 말했다. 이는 자본가들과 동지적 관계를 가지자는 발언인만큼 당내외 논란을 빚었는데, 사실 민주노동당 강령상 문제 없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 민주적 시장통제론 위 당들은 모두 ‘시장에 대한 민주적·사회적 통제’를 대안으로 놓는데, 이는 매우 모호한 지향이다. 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당연히 시장의 존속을 의미하며, 노동력 시장 역시 전제한다. 노동력이 여전히 사고 팔리는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사후적 통제, 즉 분배 개선일 뿐이다. 결국 위 강령들이 내비치는 것은 자본과의 공조를 통한 생산성 확대, 이를 통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복지국가 전망이나, 강령들에 신자유주의 이후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몰락에 대한 평가는 없다.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물질적 토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령적 지향은 시간이 갈수록 ‘자본주의 안에서 가능한 조치’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 계급투쟁과 대안체제의 연계 부재 또한, 위 강령들에는 시장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론 강령적 지향의 작동 원리를 모두 명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핵심은 계급투쟁과 결합한 대안체제 건설 전망이 드러나있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자계급 정당이 강령적 지향을 현실화하는 경로와 수단은 계급투쟁이다. 강령적 지향과 계급투쟁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양자의 연결고리가 불분명할 경우 강령적 지향은 대안사회에 대한 이런저런 모델링이 되거나, 체제내적 정책대안에 그칠 뿐이다. 이 문제는 진보정당 강령 제반에 걸쳐있다. 결국 민주노동당 강령이건, 분당한 진보신당 강령이건, 재통합한 통합진보당 강령이건 모두 ‘세상을 바꿀 수단으로서의 계급투쟁’은 드러나 있지 않다. 결국, 전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집권’해야 하는 것이다. 계급투쟁과 강령적 지향의 유기적 연관 부재는 의회주의와 대리주의로 이어진다. ○ 중소기업 주도 경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대안론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에 대한 대안은 ‘재벌해체와 중소기업, 혹은 전문기업 주도 경제’가 아니라 ‘재벌과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 민중의 통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불공정 거래, 혹은 부등가 교환이 벌어진다고 해서 중소기업 주도 경제가 더 민주적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자본으로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노동자에 대한 초과착취는 필연이다. 2012년 대선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으로 “진정한 주주자본주의를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재벌해체론이 얼마나 오른쪽으로 갈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런 주장은 기간산업을 지배하는 권력을 ‘총수일가’에서 ‘시장’으로 옮길 뿐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대안적 소유형태로 규정하는 것은 오류다. 각국에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확대된 맥락은, 신자유주의가 낳은 ‘사회 해체’의 고통에 분노하는 대중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대응이었다.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 본격화와 함께 ‘고용대책’ 일환으로 국가의 지원 아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확대되었다. 즉, 사회적경제 확대의 토대는 만성적 실업과 비정규·불안정노동 확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대안은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 확대를 요구하는 계급투쟁이다. 이렇듯, 사회적 경제는 만성적 실업과 불안정노동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가린다. 결국 위 제반 강령은 ‘사민주의 강령’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1918년 제정되어 1995년 토니 블레어에 의해 폐기되기 전까지 근 80년간 유지된 영국노동당 「당헌 4조」는 다음과 같다. “육체노동자와 두뇌노동자의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가장 공정한 배분은 생산·분배·교환수단의 공동소유, 그리고 민중이 산업과 서비스를 운영하고 통제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영국노동자조차 ‘생산수단의 공공소유’를 강령적 목표로 근 80여 년간 천명해왔다. 이에 비추어본다면, 민주노동당 이후 한국 진보정당들이 체제 대안으로 꼽아온 ‘중소기업 중심경제’, ‘사회적 경제’, ‘주주자본주의’ 등은 사회주의는 물론 사민주의 지향에 조차 한참 미달하는 ‘사회적 자유주의’ 강령에 가깝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반공주의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자본주의 체제와 싸우는 정당의 이념이 아니다. 3. 전면화하는 자본주의 위기, 사민주의의 쇠퇴 1) 자본주의 위기, 개량주의에는 개량이 없다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파가 약진했다. 극우파가 확보한 의석은 ‘유럽보수개혁당(ECR)’ 83석, ‘정체성과 민주주의(ID)’ 58석, 최초로 유럽의회에 진출한 독일대안당(AfD) 15석, 헝가리 피데스(Fidesz) 11석 도합 167석으로 유럽의회 전체 720석 중 23%의 의석을 점했다. 극우파는 프랑스(국민연합), 이탈리아(이탈리아형제당), 헝가리(피데스), 오스트리아(자유당) 등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고, 독일(독일대안당), 네덜란드(자유당)에서 득표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유럽의회 정당 이념과 각국 소속 정당 득표율 의석수 유럽국민당 (EPP) 중도우파 (독일 기민·기사당, 프랑스 공화당 등) 26.25% 189 (+13) 사회민주진보동맹 (S&D) 중도좌파 (각국 사민당, 이탈리아 민주당 등) 18.89% 136 (-3) 리뉴 유럽 (Renew Europe) 자유주의 우파 (프랑스 르네상스당, 독일 자민당 등) 10.28% 74 (-28) 유럽보수개혁당 (ECR) 강경보수-극우 (이탈리아형제당, 폴란드 법과정의당, 독일 자유보수개혁당 등) 11.53% 83 (+14) 정체성과 민주주의 (ID) 극우 (프랑스 국민연합, 이탈리아 북부동맹,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 8.06% 58 (+9) 녹색당-유럽자유동맹 (Greens/EFA) 생태주의 진보 (각국 녹색당 등) 7.08% 51 (-20) 유럽의회 좌파 (The Left) 좌파 (독일 좌파당, 불복프랑스, 시리자, 포데모스 등) 5.42% 39 (+2) 무소속 6.25% 45 기타 (유럽의회정당 미확정 당선) 독일대안당, 헝가리 피데스(오르반 총리 소속 여당) 등 6.25% 45 이런 상황은 각국 사민주의-자유주의 정당의 실패와 연동되어 있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좌우가 지분을 지켜냈으나, 주요국 상황을 들여다보면 사민주의-자유주의 정치세력 몰락은 분명한 양상이다. 프랑스 사회당 올랑드 정부의 몰락, 유럽의회 선거로 드러난 마크롱 정부의 위기,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최근 튀링겐과 작센 주의회 선거 참패로 다시 확인된 독일 사민당 숄츠 정부의 위기 등이 이를 드러내고 있다. 2000년 유럽연합 15개국 중 10개국에서 사민당이 정부를 구성하고 있었다. 2024년 현재 유럽연합 27개국 중 사민당이 집권한 국가는 연립정부 포함 5개국에 불과하다(영국을 더하면 6개국). 신자유주의 본격화 이후 사민당은 이미 사회적 자유주의로 퇴행한 상황이었고,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노동자 운동을 공격하고 긴축을 수용하며 자유주의 정당과의 변별점은 보다 희미해졌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잉여의 분배와 이를 통한 산업평화를 가능케 했던 안정적 경제성장이라는 조건 자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유럽 사민주의는 나날이 쇠퇴했다. 사민주의 우경화, 그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온 것이 극우파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를 거치며 유럽 극우파는 진화하기 시작했다. 마리 르펜의 국민전선은 애초 ‘감세’와 ‘작은 국가’ 등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마리 르펜의 딸 마린 르펜이 당 대표를 맡은 2011년 이후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은 보호주의,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주의, 사회안전망 옹호로 방향을 전환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원래 자유시장주의자들과 나치 출신 인사들을 포함했던 이 정당은, 소위 ‘복지 국수주의’, 즉 복지혜택을 자국민에 제한해야 한다는 노선을 수용한다. ‘독일을위한대안’은 유로화와 남유럽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중산층 보수정당으로 출발했지만, 2017년 의회 진출 당시 ‘독일인을 위한’ 사회보장을 주장하는 우익 민족주의 정당으로 변화했다. 2018년 스웨덴 선거에서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은, 사민당이 아니라 자신들이 스웨덴 복지국가의 진정한 수호자라고 주장할 정도다. 물론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그 구성상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해 탐욕스러운 유럽자본가들과 계급투쟁에 나서자’고 선동할 정당이 아니다. 복지 쇼비니즘은 ‘야만적인 불법이민자들이 유럽 복지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인종주의 선동이며, 이는 보편적 빈곤확대로 이어질 뿐이다. 문제는 이런 선동이 발호할 토양을 제공한 것이 사민주의의 우경화라는 것이다. 오늘날 극우는 성정치 측면에서도 진화했다. 마린 르펜과 조르자 맬로니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친 여성’을 적극적으로 앞세우기도 한다. 독일을위한대안 공동대표이자 연방의회대표인 알리체 바이델은 여성이자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이는 일종의 우익 정체성 정치인 셈인데, 마찬가지로 이민자 혐오와 연동된다. ‘야만적인 이민자들이 유럽여성을 공격한다.’ 유럽 극우파 확대 상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 합의주의 정치가 아니라 사회주의 계급투쟁의 정치, 노동자계급 일부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익,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사회주의 페미니즘-퀴어해방 정치가 우리의 정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국인 적격자에게만 복지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유럽 극우파의 ‘복지 쇼비니즘’을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건설노조 다수 지역지부가 ‘내국인 우선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유럽 노동자 민중은 지속되는 러-우 전쟁, 실질임금 삭감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2023년 유럽 평균 실질임금은 전년도보다 0.7% 감소했다. 독일(-0.9%)과 프랑스(-0.6%), 이탈리아(-2.6%) 등 유럽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조건 속에서 사민주의와 자유주의 몰락은 가속화하고 있으며, 극우는 고통의 원인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정치 상황은 가속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 시리자의 실패가 드러내는 것 - ‘혁명’의 길과 ‘개량’의 갈림길은 구분된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한때 사민주의 쇠퇴의 공백을 채운 다른 한 축 시리자와 포데모스 등 급진 좌파정당들이었다. 시리자는 사회민주주의보다 왼쪽의 이념을 걸고 1945년 이후 유럽에서 최초로 집권에 성공한 정당이었다. 시리자는 남유럽 재정위기 국면,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IMF)가 강요하는 연금삭감 등 긴축안에 맞선 대중운동을 기반으로 급부상해 2015년 1월 집권했으나, 압도적으로 ‘긴축 반대’를 결정한 7월 국민투표 이후 단 3일 만에 굴욕적 긴축안에 굴복하며 트로이카의 긴축안 집행자로 전락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잠시 시리자의 이론적 토대를 살펴보자. 시리자의 당 정첵연구소 이름이 ‘니코스 풀란차스 연구소’다. 당 연구소에 그 이름이 걸릴 정도로 시리자 노선에 많은 영향을 끼친 유로코뮤니즘 이론가, 니코스 풀란차스와 4인터내셔널 프랑스 지부(LCR) 주요 이론가였던 앙리 웨버는 ‘국가’에 대한 관점을 두고 아래와 같이 논쟁을 벌인다. 오래된 논쟁이지만, 여전히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에 있어 시사하는 점이 많다. 니코스 풀란차스: 그람시도 10월 혁명의 근본적 골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앙리 웨버: 그렇다. 니코스 풀란차스: 그람시가 진지전으로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 진지전은 국가의 강한 성채를 민중권력의 골조로 둘러싸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같다. 그람시에게 국가는 ‘강한 성채’다. 당신은 그 성채를 공격하던지(기동전), 성채를 포위하는 것이다(진지전). 그러나 결국 같은 이야기다. 그람시 저작 어디에도 국가기구 특정 지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부투쟁과 연관된 파열의 개념은 없다. 그런 개념은 그람시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히 국가의 발전으로 인해, 즉 국가의 힘으로 인해, 국가와 사회 모든 영역이 통합된 현실로 인해 … 파열은 국가 안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의 약점이다. 앙리 웨버: 대화의 난점은 어떤 파열인가에 있다. 파열의 본질은 무엇이며 정도는 어디까지인가? 위기가 터지기 이전, 혹은 위기 도중에 국가 내부 진지들이 균열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부차적 진지들이다. 권력의 실체가 집중된 가장 중요한 국가기구는 혁명의 편으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혁명적 대중운동이 국가장치의 핵심 부문을 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 예를 들면 관료 다수를 – 당신은 실제로 국가가 중립적일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당신은 국가기구와 그 지도적 인물들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풀란차스는 위기에 따라 자본주의 국가가 내부에서 파열할 가능성을 논하며 혁명과 개량의 경계를 모호하게 설정한다. 앙리 웨버의 정당한 비판처럼, 이는 국가가 중립적일 수 있다는 관점을 내포한다. 국가를 ‘사물이 아닌 계급관계의 응축’이라고 규정하며, 이행의 경로로 혁명적 대중운동, 혹은 평의회 민주주의와 의회의 결합을 제안하는 풀란차스의 주장은 통상적 사민주의보다 진보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이중권력 상태의 영구적 지속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실현이 불가능하다. 계급투쟁에 따라 국가기구 일부가 균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웨버의 비판처럼, 국가의 중핵은 그 혁명적 개조를 용납하지 않는다. 풀란차스의 주장은 결국 혁명 없이 이행이 가능하다는 관점으로, 국가의 중립성이라는 오도된 관점으로 귀결한다. 실제로 시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리자는 ‘그리스와 유럽에서 21세기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걸고 남유럽 재정위기 국면에서 급격히 부상했으나, 자신을 지지한 대중을 배신하고 긴축의 집행자가 되었다. 시리자의 몰락은 통상적인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몰락 경로와 전혀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급투쟁의 발전 전망에 중대한 타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시리자의 굴복이 남긴 상처는 더 컸다. 명백히 드러났듯, 긴축의 중단은 열강의 대리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입씨름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시리자는 트로이카와의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 그리스 노동자 민중의 힘에 호소했어야 한다. 또한, 유럽노동자계급의 연대를 구하며 트로이카의 악랄함 강요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어야 했다. 그 힘과 함께 ‘유로존 탈퇴’라는 도약을 감행하지 않고, 긴축의 거부’는 불가능했다. 시리자가 부상하던 당시, ‘혁명과 개량의 이분법을 넘어서자’는 말장난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에도 많았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시리자의 몰락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상기하는 것은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전망을 여는 데 있어 중요하다. 4. 노동자계급의 정치운동 - 사회주의 정치운동과 전투적 노동운동, 급진적 사회운동의 만남을 향하여 1) 민주당과 독립적인 노동자정치 세력화를 위해, 민주노총을 전 계급적 투쟁기관으로 세워야 한다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를 논하기 위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계급투쟁, 국가와 자본에 맞선 정치투쟁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이런 주장에 대해, ‘열심히 싸우다 보면 정치세력이 된다는 말이냐’라는 반문, ‘전진이 주장하는 정치세력화는 어차피 비제도적인 것 아닌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으니 선거의 사례를 살펴보자. ‘계급투표’가 나타난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16년 총선이다. 2010년 지방선거 이래 노골화한 야권연대와 소위 통진당 사태에 이은 배타적 지지방침의 붕괴 이후,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는 2015년경 이후에야 재개될 수 있었고, 이는 총파업 총궐기 투쟁의 성과에 기반했다. 2016년 2월 4일,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노동개악세력 심판을 위한 총선대응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12대 요구를 바탕으로 ‘노동자·농민·빈민 살리기, 박근혜정권심판 2016 총선공동투쟁본부(총선공투본)’를 제안했으며, 총선공투본에는 30여개의 정당과 단체가 집결했다. 배타적 지지방침 이후 이렇다할 정치-총선방침과 관련 논의가 부재하던 당시, 총선 국면 제 단체와 정당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총궐기 투쟁과 최저임금1만원운동, 노조 할 권리 등 전 계급적 투쟁과제를 제시하며 싸워온 민주노총의 실천적 권위가 있었다. 총선공투본은 정의당의 노골적 야권연대를 제어하지 않은 한계를 노출했으나, 총파업 총궐기 투쟁의 성과를 선거공간에서 이어가며 정치·총선방침을 재정립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었다. 노동개악 저지투쟁은 계급투표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노동자 밀집지구인 창원 성산 노회찬, 울산 북구 윤종오, 동구 김종훈 당선이 그 예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상흔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울산 두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했다는 사실은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총궐기 투쟁이 계급투표로 이어졌음을 드러낸다. 이런 경험에서 드러나듯 노동자계급은 국가와 자본에 맞선 정치투쟁으로 정치세력이 된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계급을 권력의 주체로 형성하는 과정, 민주당과 독립적인 노동자 정치운동의 주체로 형성하는 과정은 노동조합의 계급적 재구축과 뗄 수 없는 과제다. 민주노총을 계급적으로 재구축하는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가장 열악한 노동자의 생존권과 기본권 요구를 전면에 건 계급투쟁 확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0인 이상 정규직 사업장 노동자가 100원을 받을 때, 300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44.1원을 받는다. 거대한 규모의 특수고용노동자가 통계에서 제외됨에 따라, 실제 격차는 통계보다 훨씬 크다. 2022년 기준으로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소위 ‘비임금노동자’ 규모는 850만 명에 달한다. 거대한 불안정노동자가 노동법 밖에서, 최저임금제도 밖에서 노동하고 있다. 민주당과 독립적인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동운동의 당면 과제는, 이 노동자들을 정치운동과 함께 조직하고, 주체로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임금과 권리상 구조적 격차에 더해, 실질임금의 지속적 하락에 따라 노동자계급 내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1인당 명목임금 상승률은 2.4%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2.8% 보다 낮아 실질임금은 0.4% 하락했다. 2022년 0.2% 하락과 2023년 1.1% 하락에 이어, 올해까지 실질임금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실질임금 하락이 3년째 이어지는 것은 IMF 위기와 서브프라임 위기 국면 당시에도 없었던 일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2.2% 감소,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0.8% 감소해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손실이 더 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반격은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 생존권과 기본권 쟁취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최저임금투쟁을 비롯,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확대하는 투쟁, 국가와 자본에 맞선 생존권쟁취 계급투쟁을 확대하는 것은 그 진전이 더딜지라도 현 정세에서 필수적이다. 2) 지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이념과 주체, 경로를 명확히 할 때다 – 민주노총 주도 단일정당 건설론에 대하여 의회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 많은 동지들이 동의한다. 2023년 9월 민주노총 정치방침 역시 ‘의회주의 정당을 만들자’고 하지 않으며, 대신 ‘직접정치’, ‘광장정치’를 언명했다. 일견 의회주의에 대당하는 방향으로 보이지만, 막상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직접정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후보와 의원이 되는 정치, 혹은 기층 조합원이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는 정치인가? 광장정치는 대규모 집회로 국가와 의회에 압력을 행사하는 정치인가? 만약 직접정치와 광장정치의 의미가 그러하다면, 민주노동당의 정치도 직접정치와 광장정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의회주의는 언명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7년, 2022년, 2024년 모두 민주노총 주도 통합정당 건설 구상이 제시되었다. 그간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반성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구상들은 결국 선거를 겨냥해, 또한 선거를 경유해 통합노동자정당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물론 이런 맥락에서 통합의 목적은 무엇보다 의석 확대다. 그러나 전 계급적 정치투쟁을 정치세력화의 주동력으로 놓지 않는 한, 그간 정치세력화의 오류를 재생산할 수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 주도로 단일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그 당의 지향과 정치활동은 현존 정치세력들의 산술평균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후 ‘정치’의 공간은 의회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노동조합의 정치적 역할은 지역구 후보 조정과 지지표명, 세액공제 모금, 투표 조직 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군가 ‘양날개론이 옳다!’고 힘주어 외치지 않더라도, ‘산별노조의 경제투쟁과 진보정당의 정치투쟁’이라는 양날개론은 여전히 유일하게 가능한 정치세력화의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런 현실을 지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노동자가 스스로를 정치 세력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정치투쟁’, 곧 전 계급적 투쟁이다. 노동조합이 투쟁을 잘 조직하다 보면 정치세력이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목적의식적으로 건설할 노동자당의 목적은, 의석 확대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정치투쟁을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주의·개량주의·대리주의를 지양한 정치세력화, 양날개론을 실천적으로 지양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은 어떤 것일까. 대안적 정치-선거방침의 예를 상상해보자.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2024년 윤석열 퇴진 민주노총 정치총파업’으로 제시되는 정치세력화, 선거방침이 ‘현장과 지역에서 정치총파업을 조직한 정당의 후보를 지지한다’인 것이 하등 어색하지 않은, 그런 종류의 정치세력화일 것이다. 2009년 쌍용차 파업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고 가정해보자. 국가권력의 탄압에 조응하는 노동자정당의 ‘정치’는 고작 의원단 기자회견 같은 것이 아니어야 한다. 양날개론을 지양하고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나선 노동자당이라면, ‘당원은 자신이 속한 노동조합에서 연대파업을 안건으로 대의원대회 소집에 나선다’는 긴급당대회 결의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양날개론을 지양한 민주노총이라면, 스스로의 정치파업 결의와 함께 모든 진보정당에 함께 이를 조직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의회주의, 대리주의, 개량주의를 극복하는 정치세력화는 결국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계급투쟁을 조직하는 정치, 노동현장과 지역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정치다. ‘그래서 어느 세월에 정치세력화 하나?’라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 위기심화 정세다. 물론 우리는 위기가 저절로 투쟁 확대로 이어지지 않음을 숱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당면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투쟁을 제안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의 구심을 형성해 가야한다는 것, 또한 ‘우리 아니면 안 된다’라는 좁은 태도에서 벗어나, 또한 ‘투쟁하다 보면 된다’는 대기주의적 자세에서 벗어나 넓은 자세로 목적의식적 공동투쟁을 조직할 때라는 것이다. 3) 제국주의 열강투쟁 전면화, 진영론을 청산하고 사회주의를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이념으로 세우자 다음으로, 이념의 중요성을 보자.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하등 어색한 것 없는 정세, 전면화하는 위기와 제국주의 열강 투쟁의 시대다. 그 반영 중 하나가 운동진영 내 진영론 확산이다. 지금, 운동진영 한편에서는 미국 주도 세계질서 불가피론(소위 규칙기반 세계질서론)이 운위되는가 하면, 북중러 블록을 모종의 반제-사회주의-민주기지로 여기는 진영론도 있다. 제국주의 블록 간 투쟁이 전면화하는 지금, 한 블록의 존재와 행위를 정의로운 것으로 대중 앞에 해석하고 제시하는 것은 사회주의 정치운동을 앙상한 진영론으로 만든다. 당장 핵 보유를 평화의 수단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야말로 도착적이다. 이런 주장은 극우파 주장의 거울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원수가 ‘핵 기반 한미동맹’을 운위하고,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새롭지도 않을 만큼 일상화하는 지금에도 한국 대중은 반제반전투쟁에,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에 냉소적이다. 이런 상황은 이념에 근거한 대중적 정치투쟁의 부재를 드러내며, 또한 그 절실한 필요를 드러낸다. 이념에 근거한 정치세력화의 과정은, 바로 이런 현실과의 진지한 대결 과정이다. 오도된 진영론을 청산하고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으로서의 사회주의를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4) ‘인민의 호민관으로서 노동자계급’, 그 오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전방위적 정치활동에 나서자 민주주의 혁명의 과제를 부르주아에게 내맡기지 말고, 노동자계급이 당면 민주주의 혁명을 주도하는 주체로 서야한다고, 모든 억압에 앞장서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총체적 인식은 바로 그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레닌은 말했다. 그 주장처럼, 노동자계급의 모든 억압을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해석하며 그 억압을 철폐하는 투쟁의 선두에 서야한다.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는 바로 그 과정과 함께 형성된다. 사회주의 운동을, 그리고 노동자계급을 인민의 호민관으로 세우려는 적극적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 여성억압을 철폐하는 투쟁, 기후위기에 맞선 투쟁을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자기 과제로 세우기 위한 과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물론 이 과정은 라클라우나 무페를 비롯한 급진민주주의 좌익포퓰리즘 이론가들의 ‘등가적 연대’ 노선, 혹은 포데모스식 정치노선과 판이하다. 사회주의 노동자 투쟁정당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계급의 일상으로 들어가야 한다.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노조운동, 여성-저임금노동자-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노조운동, 국가와 자본이 만든 기후위기에 맞서는 노조운동, 제국주의 전쟁위협에 맞서는 노조운동을 세워야 한다. 이는 계급 전체를 조직하는 과정의 일부다. 5) 위기 심화, 정세에 조응해 현장분회운동 확대를 모색하자 노동의 공간이 곧 투쟁의 공간이고, 정치의 공간이어야 한다. 물론, 그간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주요 노선이었던 현장분회(세포)의 경우, 단지 구획하는 것으로 분회운동이 확대는커녕 유지조차 되기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배워왔다. “전전(戰前)의 러시아에서는 유럽에서의 제2인터내셔널 시기 전체를 특징지었던 거대한 노동자 조직들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당이 노동계급의 모든 결정적 이해들의 표현이어야 한다는 것은 단지 일반적인 이론적 요구사항이 아니라 조직과 투쟁의 실제적 정언명령이었다. 공장과 가두의 세포들은 보다 나은 노동조건을 위한 노조의 투쟁에서 그리고 짜리즘의 타도를 위한 정치투쟁 모두에서 대중들을 이끌었다. 반면 서유럽에서는, 노동계급의 노조조직과 정치조직 간의 분할이 더욱 심화되었다. 노조 진영에서는 개량주의자들과 평화주의적 경향이 급속도로 힘을 얻고 있었다 ― 또는, 환언하면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의 영향력이 점차 증대하였다. … 대중기관들이 노조활동에 국한하지 말고 자본주의와 그 정치 체제에 대한 전체 투쟁의 일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 확실히 우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은 러시아 볼셰비키가 직면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데, 왜냐하면 우리는 파시스트 국가의 반동적 세력뿐만 아니라 노조 내의 개량주의자들의 반동적 세력과도 전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 그람시, 당의 조직적 기반 (1925.8.15.) 사회주의 정치운동이 조직하고자 하는 상당수 일터에는 이미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이 있다. 사업장 현안 대부분이 노동조합과 현장조직 결정에 따라 집행되는 상황에서, 정치조직 활동가는 노동조합과 현장 활동가조직에서 활동하며 해당 공간을 이끌고 조직하고자 노력한다. 노조-현장조직 외부에서 추상적 선전활동에 그치지 않고자 한다면, 활동가는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의 결정과 질서를 존중하며 내부에서 활동하게 된다. 주요 난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노동조합과 활동가조직이 제반 투쟁현안을 결정하는 상황이기에, 분회가 현장투쟁을 매개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정치분회가 일상적 현장투쟁 조직기능을 포괄하고자 할 경우 분회는 활동가 조직과 경합하게 되며, 이는 양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 현장조직은 활동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그것이 대중을 모아 일상 투쟁을 조직하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장분회의 공개 정치운동은 통상적 현장투쟁보다 더 의식적인 싸움을 제기하는 것, 사업장을 넘어 지역과 산업, 나아가 전체 노동자계급 입장에서 현안을 해설하고 과제를 제시하며, 연대를 추동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도 이는 활동가 조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능력과 준비를 요할 수밖에 없다. 분할된 노동계급의 상황상, 주변의 냉대를 견디는 강단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분회의 구성과 확대는 분회만의 몫이 결코 아니다. 또한, 현장분회의 조직구성 역시, 노동자의 존재-노동조건에 따른 구축시도가 행해져야 한다. 네트워크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산업현장분회, 서비스-플랫폼노동자들의 경우 지역현장분회 등을 구축해야 현장정치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노동조건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분회 구성과 활동의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 현 정세를 빼놓을 수 없다. 자본주의의 위기 심화와 함께, 현 정세는 전 계급적 생존권 쟁취투쟁과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간극을 상대적으로 좁히고 있다. 파산과 산업재편에 대응하는 투쟁, 기간산업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투쟁의 경우, 투쟁의 정당성에 관한 정치적 자신감 자체가 생존권 투쟁의 선결조건이기도 하다. 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생존권쟁취 정치투쟁을 제기하며 현장정치활동의 공간과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강령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설득해 낼 조직적 실천에 착수해야 한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노동자 정당’의 가능성은 실물화할 것이다. 6) 당면 과제, 윤석열정권 퇴진 노동자 정치총파업을 조직하자 정세적 인화물질은 가득하나 대중투쟁은 부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의 24번의 거부권 행사가 드러내듯, 국회 내 지루한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고, 이는 노동자 민중운동의 대응이 민주당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윤석열 정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음에도 정세의 발전은 지체되고 있다. 돌아보자. 민주노총은 2015년 총파업-총궐기 운동으로 2016-2017 국정농단 사태 본격화 전 박근혜 퇴진투쟁을 본격화했다. 2016년 10월 말 경, 철도노동자들은 한 달 이상 정권에 맞선 파업을 전개하고 있기도 했다. 조직노동자들이 총파업·총궐기로 투쟁구심을 형성해왔고, 이 구심과 미조직 대중의 자연스러운 융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본격화 이후 정세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 광장의 대중이 가장 많이 외친 ‘박근혜는 퇴진하라!’ 다음으로 많이 외친 구호가 ‘재벌도 공범이다!’였다는 점 역시 노동자계급운동이 주체적 대응으로 만든 성과였다. 야당은 광장으로부터 국회로 주도권을 회수하고자 했다. 2016년 11월 21일,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원내대표 성명을 통해 철도파업 철회와 법률대응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철도파업의 승리가 총파업의 핵심목표라는 점에서, 이는 사태중심에 노동계급이 서는 것을 막고 국회 주도로 ‘질서’를 세우려는 시도였다. 안타깝게도 11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의 위력은 미약했고, 그 결과 투쟁의 성격은 ‘민주공화국 회복’의 테두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주도권은 보수야당으로 넘어갔고, 보수야당은 ‘시민혁명’이라는 이름의 혁명 없는 혁명을, 체제정상화 과정을 주도했다. 광장의 모든 대중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을 때, 2016년 11월 중반까지도 야당들의 요구는 ‘국회추천 총리임명, 특검, 국정조사’에 불과했다는 것을 상기할 때, 광장의 힘이 없었다면 탄핵 가결은커녕 발의도 불가능했다. 현 상황은 당시에 비해서도 훨씬 뒤처져 있다. 대중은 처음부터 퇴진을 외치며 광장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 탄핵발의를 요청하고 있다. 2016-2017년의 경험 때문이다. 처음부터 제도가 보장하는 체제정상화 경로로서의 ‘탄핵’이 중심에 있다. 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목적의식적 정치총파업 조직뿐이다. 현장과 지역에서, 노동운동과 모든 정치운동이 함께 정치총파업 조직화에 착수해야 한다. 그 과정으로부터,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순환을 시작하자.2024-11-17 | 조회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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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겨눠야 할 진정한 과녁은 어디인가? - 쿠팡의 로비가 다시 한번 던지는 질문사진: 연합뉴스 우리는 쿠팡의 시대에 살고 있다. 쿠팡 3분기 활성고객 2250만 명, 10월 쿠팡앱 이용자 수 3,203만 명, 3분기 매출 약 10조 6,900억, 어쩌면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던 쿠팡 창업자 김범석의 소원은 실현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면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 고통과 죽음이 쌓여 있다. 쿠팡은 어떻게 자신들의 힘을 키워 성장할 수 있었는가? 지난 10월 18일 뉴스타파는 <로켓배송의 '방패'... 영입인사 분석>이란 보도를 통해 쿠팡이 정·관계, 언론계, 법조계에 있는 힘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영입했는지 밝혔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람만 61명으로, 이들은 쿠팡 대관팀을 비롯해 쿠팡과 쿠팡 자회사의 고위직에 들어갔다. 대관팀은 대기업의 로비 부서다. 한 몸뚱이 쿠팡이 영입한 정치권 인물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보좌관만이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수두룩하게 많이 있다. 쿠팡은 자본가정당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쿠팡은 이명박, 문재인, 박근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출신 인물들도 대거 영입했다. 이 “전관 방패 직통라인”이 청와대에 수백 가지 방식으로 선을 댄다. 자본주의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통제하고 있고, 둘은 서로 완전히 얽혀서 한 몸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진: 뉴스타파 실제 권력은 누구의 수중에 있는가? 쿠팡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출신도 영입해 왔다. 공정위 경제정책국장, 공정위 카르텔 총괄과장을 지냈던 인물을 영입했다. 이 외에도 쿠팡에는 경찰(7명)과 감사원(2명), 경기도청(2명), 관세청(1명), 식품의약품안전처(1명) 출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에는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 출신 언론인들과 검사, 판사, 대형 로펌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쿠팡 영입한 인사가 다시 주요 권력기관으로 가기도 했다. 김영태 전 쿠팡 부사장은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비서관에 발탁됐다가 이후에는 공공기관인 코레일 유통 대표이사가 됐다. 김수혜 전 쿠팡 홍보실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장이 됐다. 물밑에서 조정하는 것도 부족해 직접 파견까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하는 일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쿠팡 노동자의 투쟁을 분쇄하고, 쿠팡의 온갖 불법·탈법 행위를 비호하며 어마어마한 착취와 억압을 가린다.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의원실 차원에서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대관팀 직원이라면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밥 먹자고요. 알고 보니, 같은 당 다른 의원실에서 일했던 보좌진 선배였습니다. 이렇게 쿠팡 대관팀에서는 민주당 출신 민주당, 국민의힘 출신은 국민의힘을 맡는 거죠(전직 국회의원 보좌진).” <로켓배송의 '방패'... 영입인사 분석> 대자본들은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 축적한 엄청난 이윤이 있다. 그 이윤은 자본가계급이 정부, 국회, 사법부, 언론 등을 모두 조종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의 원천이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말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법을 저지르면 안 된다, 노동자를 착취하면 안 된다, 일하다 사람이 죽게 하면 안 된다. 노동자민중에겐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그런데 돈 앞에서는 비상식이 되어버린다. 불법은 덮어야 할 것이 된다. 노동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착취해야 할 대상이 되고, 산재사망과 과로사는 예방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은폐해야 할 것이 된다. 쿠팡은 자신들의 그 모든 더러움과 치부를 돈으로 덮는다. 돈만 보면 환장하는 부류의 인간들로 가린다. 이런 회사가 노동자의 삶을 더욱더 좀먹고 더욱더 억압할 것 같아 걱정이다.” 쿠팡이 과로사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숱한 폭로와 투쟁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블랙리스트 사건, 알고리즘 조작 등 온갖 불법 행위를 감출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경유착 네트워크와 로비력이었다.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치권력은? 쿠팡만이 아니다. 삼성이 ‘삼성장학금’을 주면서 검찰과 언론을 길들여 왔다. 선거 때마다 재벌들이 정치인들에게 건넨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자본가들은 수백 가지 방식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뿐만 아니라 판사, 검사, 고위 공무원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 모두를 통제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지만,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은다. 최근 국민의힘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도체 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도체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재명은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유연화에 동의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고 자본가계급의 이윤 증대와 자본 증식을 옹호한다. 노동자계급은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전혀 다른 정치권력을 세워야 한다. 오직 껍데기 부르주아 민주주의 쇼나 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임금, 노동조건, 안전한 일터 등의 문제는 침묵하고 오히려 억압하는 그런 권력이 아니다. 이런 사활적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가계급의 착취 권한을 대담하고 전면적으로 침해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노동자를 해고하고, 산재를 방치하며, 가난한 상인들을 수탈하는 자본가들을 구속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자본가계급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권력은 당장에 만들어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꿈꿔야 한다. 청와대의 주인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고 또 바뀌어도 노동자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계속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선거만으로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억압과 착취 보장을 본연의 기능으로 삼는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힘, 노동자의 의지를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조직적 독립성에서 나온다. 노동자계급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자본가계급 분파에 끌려다니면 토사구팽 신세가 될 뿐이다.2024-11-17 | 조회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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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퀴어라고, 페미니스트라고, 사회주의자라고 티를 내는 이유[편집자 주]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트랜스젠더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계급을 성별 이분법으로 갈라치고 줄 세우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투쟁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해온 국제 성소수자 운동은 1998년 혐오범죄로 목숨을 잃은 리타 헤스터의 죽음을 계기로 매년 11월 20일을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로 정하고 혐오와 차별에 희생당한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하고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권리를 지지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앞두고 16일 서울 이태원에서 TRANS PRIDE(트랜스 프라이드, 트랜스 자긍심)이란 슬로건을 외치며 트랜스젠더 추모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자를 갈라치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트랜스젠더의 자긍심과 권리를 지지하며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 행진했습니다. 퀴어 사회주의자로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하며 발언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소연 동지의 발언문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사회주의를향한전진에서 활동하는 소연입니다.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요즘은 어딜 가서든지 티를 내고 다닙니다. 내가 누구고 뭐에 관심 있고 어떻게 살고 싶고 기타 등등을 말합니다. 퀴어인 거, 페미니스트인 거, 사회주의자인 거 티 내다보면 의심하거나 피하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더 해줬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게 된 것은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 이연수 덕분입니다. 이연수 활동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여기에 있었고 있고 있을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연수 활동가에게 이 세상과 활동에 대한 힘듦, 고민을 토로하면 쉴 땐 쉬어도, 그럼에도 계속 전진하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트랜스젠더로서, 여성으로서, 노동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열악한 상황에서 투쟁하는 사람들과 연대했습니다. 가만히 그녀의 말과 글을 읽다보면 뛰쳐나가 팔뚝질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선동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저도 입을 다물고 내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얌전히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대한민국 사회가 투쟁하라고 등 떠밉니다. 보수 기독교와 반동적인 정치세력이 결탁하여 좌파 교육 끝장내자, 성혁명 저지하자, 동성애 독재반대한다며 여기저기 외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이 생겨도 제대로 된 문제 해결, 후속조치는 전무하고 학생들보고 sns에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대표주자로 윤석열 정부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다며 돈을 여기저기 씁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알맹이는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살 것인지 고민이 없습니다. 유망한 산업군에서 일할 수 있는 내국인 외국인 저렴한 노동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이 사람들의 빈약한 상상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얼마나 뾰족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이런 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이들을 지탱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하나님, 보수, 이익, 애국, 자유, 안전을 들먹이며 우리의 곁을 지우고 있습니다. 특정 정치 성향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분법적 성별 규범, 그에 기반한 성별 분업, 시스젠더 이성애 규범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가치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우리는 돌파해야 할까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사회주의 상상을 제안합니다. 개인의 자유 평등 박애를 보장한다는 자유주의와 누구든지 일하는 만큼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믿음은 우리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별하고 차별합니다. 이 믿음 속에서 우리는 정상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진짜 행복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누구나 태어난 그대로 사회의 돌봄을 받고 임금을 위한 노동으로 일생을 다 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며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는 상상을 제안합니다. 머나먼 세상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상상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곁을 지키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우리의 곁을 잠시 떠난 트랜스젠더 동지들을 기리며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가 조금 더 열심히 싸워보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2024-11-17 | 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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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54주기에 벌어진 민주노총의 민주당 거들기와 거제 조선하청노동자의 짓밟힌 천막2024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54주기, 두 장면이 전태일 열사정신을 깊이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민주노총의, 민주당을 비판한 국민의힘 논평(11.12)에 대한 반박 논평이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민주당과 '같은 장소, 같은 무대, 같은 마음'이라는 촛불행동 포스터 슬로건이 표현하듯 전태일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무대를 민주당 집회의 사전마당으로 전락시켰다. 그러고는 전태일 열사 기일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공격하자 이를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자본가 양당의 정치공방에 민주노총이 한쪽 편을 들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노동자대회 당일 오전까지, 양경수 집행부를 제외한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은 그 누구도 전국노동자대회가 촛불행동 집회로, 그리고 민주당 집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일로 전태일 열사정신을 계승하려는 조합원들에게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줘놓고, 당장 열사 기일에는 120만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민주당을 두둔하는 관료적 횡포를 또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민주노총 집행부가 민주당을 몸소 방어한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기일에, 거제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노동자들은 자본이 동원한 구사대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를 외치며 싸운 조선하청노동자들은 470억 손해배상 소송에 검찰의 징역 구형, 대통령 비선과 정부의 노동자파업 불법 개입과 탄압도 모자라, 일터에서 노조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자본의 폭력에 다치고, 천막과 함께 내동댕이쳐져 풍찬노숙해야 했다. 조선소 현장은 이제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까지 뒤섞여 이대로 살 순 없다는 고함이, 그리고 침묵의 아우성이 넘실대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동자들이 저임금에는 자본의 탐욕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조선하청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개악 저지와 생활임금 보장, 저임금 고강도 노동조건 개선, 일터의 안전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하청노동자들은 빼앗긴 임금 회복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야 했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54년 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은, 지금 수많은 조직·미조직 노동자의 가슴에 더욱 절절하다. 열사가 돌아가신 날 거제도 조선소에서 자본에 짓밟힌 천막은, 지금 민주노총이 누구의 방패이고 우산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전태일 열사 기일에 짓밟힌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들을 양산한 당사자는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당의 동원부대를 자처하지 마라. 노동자 민중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으로, 전태일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2024-11-14 | 조회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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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은 달라도, 부품 취급은 똑같네[편집자 주] 일본자본 닛토덴코의 먹튀폐업에 맞서 고공농성을 300일 넘게 전개하고 있는 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일본 본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 원정투쟁을 떠난다. 수많은 외투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노동자를 착취하다가 민주노조가 결성되면 공장을 일방적으로 청산하고 먹튀한 역사를 반복해왔다. 일국을 넘어선 공장폐쇄 결정 앞에 많은 민주노조가 무너져왔다. 그래서 외투자본의 먹튀에 맞선 투쟁은 국제적일 수밖에 없다. 기고자는 먹튀폐업에 맞서는 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일본원정투쟁을 기록해 전하려 한다. 일본원정투쟁 이틀 차, 첫날은 비행기, 기차, 지하철을 타고 꽤 먼 길을 오느라 하루를 다 썼다. 지난밤, 자려는데 느낌이 왔다. ‘내일 재밌는 일이 생길 거 같아.’ 조금 신이 난 채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다같이 아침 먹고, 비타민과 홍삼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나왔다. 종이비행기로 날린 항의 오늘은 ‘수도권지역 유니온네트워크 일일 행동’의 날이다. 일본의 일반노조 동지들이 닛토덴코의 도쿄 본사 방문을 시작으로, 수도권 투쟁 사업장들을 돌며 연대하는 날이다. 일정표를 보니까,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하는 ‘차별 없는 서울 대행진’이랑 비슷했다. (이지영 사무장이 보안에게 '항의서한 받을 사람을 데려와'라며 따지고 있다.) 시나가와역에서 약 70명의 동지를 만나 닛토덴코 영업 본사로 갔다.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약 5분 거리였다. 아주 높은 빌딩의 26층이었다. 밖에서 간단히 상황 설명 후 약 20명이 26층으로 올라갔다. 가보니, ‘아! 여기구나’ 싶었다. 옵티칼 조합원들이 본사를 찾아갔다가 항상 보안에게 막히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보안 셋이서 로봇같은 얼굴로 막고 있었다. 이지영 사무장님은 “이번에 우리가 온 게 10번째에요! 해결될 때까지 계속 올 거라고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일본 동지들이 순식간에 이곳저곳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가 거세졌다. “동지들이 ‘비켜라!’, ‘담당자 나와라!’라고 말하고 있어요” 통역을 담당해준 사코다상이 설명해주었다. 우린 다같이 “다카사키 히데오 나와라!”를 외쳤다. 약 20분간 소리를 지르며 싸웠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앞엔 닛토덴코가 고용한 것도 아닌, 건물 경비 용역이 3명에서 4명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닛토덴코 직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항의서한을 그 자리에서 지원모임 대표 동지가 읽었고, 이지영 동지가 그걸 종이비행기로 접었다. 슝- 종이비행기를 던지고 나왔다. 일본 동지들은 닛토덴코는 다른 일본 기업에 비교해도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나쁘다고 했다. 일본 동지들은 이지영 동지에게 종이비행기가 너무 좋았다며, 다음엔 항의서한을 훨씬 더 많이 뽑아서 가져오자고, 다같이 비행기를 던지자고 했다. 우린 닛토덴코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전까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매일 찾아갈 거다. 필요하다면 26층 전체가 종이비행기로 가득 찰 만큼 잔뜩 접어갈 거다. (닛토덴코 항의행동 후 나와서 지회 깃발을 몸에 두른 이지영 사무장) 와, 일본은 법이 좋네 이제부터 우리가 연대할 차례였다. 처음 간 곳은 ‘가이치 학원’이란 사학재단이었다. 초/중/고/대학교를 모두 가진 사립재단은 선생님의 임금을 떼어먹고 있었다. 일본은 법적으로 한 달에 최대 60시간까지 야근을 할 수 있는데, 투쟁 당사자는 60시간 야근을 하고도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수업 준비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도 수당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사코다상은 우리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이죠? 일본은 노동기준법이에요. 일본은 국적이나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노동기준법을 적용받아요. 만약 ‘불법체류자’라도 법적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도 일본에도 ‘빨갱이’가 노조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사업장에 노조를 만들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 선생님은 혼자서도 가입할 수 있는 지역 일반노조에 들어온 거에요. 이런 식으로 사업장에서 혼자 투쟁하는 경우가 일본에 많아요. 일본은 일반노조가 아주 중요해요.” (한 동지가 가마치 사학재단의 부교장에게 항의서한을 주며, 수당을 지급하라고 말하고 있다.) 흥미로웠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적으로 ‘노동’기준법이 전부 적용된다니. 일본은 법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당사자가 주장하는 수업 준비 시간과 야근에 대한 수당은 모두 법적으로 주어야 하는 것인데, 사립재단이 대놓고 위법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니까 사코다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이랑 비교하니까 재밌죠? 근데 한국보다 못한 것도 많아요. 그래서 국제연대가 중요해요. 서로가 서로한테 도움이 되는 게 국제연대에요.” 화려한 표현은 아니지만, 와닿는 말이었다. 이지영 사무장님은 여기선 내가 발언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이훈입니다. 한국에도 여기와 같은 곳이 있습니다. 강원대학교입니다. 강원대학교는 한국어 교원(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노동자)에게 수업 준비 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났는데도 여전히 수당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린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이런 돈을 줘도 너는 일할 수밖에 없잖아’라며 우릴 무시하는 그 태도가 분노스러운 겁니다.” 일본 동지들이 굉장히 기뻐하며 발언을 들어주었다. 끝나고 우린 당사자에게 가서 “We support your fight”라며 약간 틀렸을지도 모를 문법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가마치 학교 앞에서 일반노조의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있다.) 부품 취급하는 건 똑같네 다음으로 간 곳은 JA라는 일본농업협회중앙회였다. 외국인 파견노동자가 포크레인을 운전하다가 산재를 당했다고 했다. 당시 포크레인으로 1톤 정도의 쌀을 옮기고 있었는데, 포크레인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쌀이 쏟아지면서 노동자를 덮쳤다. 해당 노동자는 어깨를 다쳐서 산업재해 10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파견업체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노동자를 탓하며 그를 해고했다. 배/보상금도 없었다. 원청인 농협중앙회는 아예 교섭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원래 무거운 걸 들라고 만들어진 게 포크레인인데, 그게 어떻게 1톤에 무너질 수가 있나. 노동환경이 너무 안 좋았던 게 분명한 상황”이라며 화를 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기여 성과는 이미 수치로 드러났는데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원통함을 표현했다. 한국제강 생각이 났다. 1톤이 넘는 철판을 들어 올려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을 하던 하청노동자였다. 들어 올린 끈이 끊어지면서 철판이 노동자의 다리를 덮쳤고 과다출혈로 운명을 달리했다. 원청 한국제강의 사장은 판결로 1년 징역형이 나오자, 형량이 과도하게 크다며 항소했었다. 비슷하다. (한 일본 동지가, 파견노동자의 상황과 전반적인 일본 노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우린 모두 다르고, 전부 똑같다 국제연대란 뭘까. 고작 하루 일본을 돌아다닌 내가 무얼 알겠나 싶지만, 그럼에도 생각해본다. 아마도 국제연대의 시작은 ‘아, 여기도 이래?’라는 공감과 놀라움의 시작이 아닐까. 일본과 한국은 법, 언어, 분위기가 모두 다르지만, 핵심은 같다. 노동자는 무시당하고 있었다. 법적으로 권리가 있음에도 무시당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법, 언어, 분위기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우리 모두가 무시당하고 있고, 우리는 그걸 참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국제연대의 중요한 시작점이 아닐까. (닛토덴코 본사 건물 앞에서 이지영 사무장, 이훈, 배태선 교육국장이 지회 깃발을 들고 서있다.)2024-11-14 | 조회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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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왜 학생운동인가? - 2024 사회주의를향한전진정치캠프 선택세션2 "왜 사회주의 학생운동인가" 후기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주말 이틀간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의 2024 정치캠프가 진행되었다. 진보정치 몰락 시대의 과제, 노동자 단결 전략, 프랑스 신인민전선 고찰, 여성주의 노동운동, 노동자 중심 반제/반전투쟁 등의 다양한 주제로 전체 및 선택세션이 구성되었는데, 그중 대학생인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왜사회주의 학생운동인가"라는 선택세션이었다. "현재의 학생운동을 진단하고, 학생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함께 토론해봅시다"라는 설명과, 토론자들이 대표하는 다양한 학내 단체들의 이름을 읽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인권운동 전반에 대한 백래시와 중립에의 환상이 만연한 현재의 대학에서 과연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설 자리가 있는지, 대학교를 처음 입학한 순간부터 계속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필자가 속했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이하 문성평위)가 자진 해단하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입위원 가입 저조로 인한 기존 위원들의 소진이지만, 사실 해단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적 활동 자체를 하기 어려운 학내 문화에 있다. 학내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일례로는, 페미니즘적 기조를 띤 대자보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문성평위가 학생회 산하 특별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문과대학 새내기 새로 배움터 평등 세미나 준비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학생사회의 우경화에 지친 위원들은 점차 학내 활동보다는 규모가 있는 교외 단체에서 활동하는 데 주력하거나, 교지 제작이나 세미나 참여와 같이 ‘운동’이 주가 아닌 방향으로 활동 양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존속의 어려움은 비단 한 단체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현재 학내의 다양한 운동 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큰 위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연 학생사회의 위기를 돌파할 활로가 사회주의 운동에게 있을까, 간절한 마음에 세션을 듣게 된 것이다. 발제문은 우선 학생과 노동자를 계급적으로 구분하며 시작된다. 대학생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자본가-노동자의 도식 속에서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닌이 천명한 바 "학생은 인텔리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므로, 단순히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 사회의 노동문제에 있어 정치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발제문은 설명한다. 물론 실상은 이상과 다른데, 현재 숱한 학생 단위들은 대(對)사회적인 정치성의 마련은 커녕 단체의 존속 여부와 씨름하며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발제문은 이렇게 학생운동이 위축된 것에 대해, 원인으로 자주 지목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20대의 보수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보다도, 계급적 당파성의 부족이라는 학생운동의 내부적 요인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노동자계급과의 연대를 통해 자본주의에 격렬히 대항했을 때 학생운동은 가장 융성했고, 노동자계급 또한 사회주의 혁명을 향해 다른 피억압 민중과의 연대로 헤게모니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학생운동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문은 이러한 노동자계급과 학생운동의 연대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잘 성사되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 흐름을 언급한다. 민주노조 운동에서 실천적 투쟁을 저해하는 조합주의/관료주의적 성격과, 체제전환 운동과 같이 ‘공동체의 윤리’나 ‘보편적 권리’라는 평이한 기조로 노학연대를 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 모두 문제적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물러난 자리를, "허술하고 모호"하고 "노동자계급의 삶과 맞닿은 지점에서 불가피하게" 허점을 드러내는 의제를 선택한 정치적 공동체들에게 내어줬다는 점을 지적받았다(자료집 186). 후자는 착취 대상으로서 노동자와 이데올로기 재생산 기관으로서 학교, 양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본주의 체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현재의 부조리한 체제를 향한 투쟁을 등한시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즉, 발제문은 학생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부활을 위해, 각각에 노동자계급 투쟁의 이념적 성격을 뚜렷이 부여하고, 자본주의 억압이 기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의제에 작용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혁명적 사회주의를 좌파 헤게모니로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안티 테제인 양 굴고 있는"(자료집 191) 자본가계급 보수양당과, 자본경제 중심의 무분별한 발전으로 인한 기후위기, 여성을 이중으로 억압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자본의 이윤을 위한 전쟁위기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 같은 모호한 태도보다는 예리하고 선명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좌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네 명의 토론자를 통해 각각 소속된 학교와 단체의 개성을 바탕으로 한 보완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박민상 운영위원은 캠퍼스를 사회주의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캠퍼스를 사회로 활성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의 공공성과 학생의 정치성을 일깨우는 것을 통해, 중립성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학교와 학생은 각각 공론장과 정치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 박서진 활동가는 학생사회 속 다원화된 진보적 의제 사이의 공통분모로서 반자본주의를 다양한 학내운동 단체들 간의 연대의 고리로 기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주의라는 단호한 이념이 정론적 비판의 목소리로서, "어느 한 노선뿐 아니라 운동 전체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자료집 211). 홍익대 미대의외침 이시온 활동가는 발제문에서 진단하는 학생운동의 문제적인 측면들을 사회주의적으로 개혁하기에 앞서, 현재 각 캠퍼스에서 전개되고 있는 학생운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사회주의가 좌파 헤게모니가 되어야 한다는 발제문의 결론에 반박하며, 교차적 억압에 대해서는 여러 의제가 평등하게 연대해야함을 주장했다.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김한울 활동가는 구체적인 설득 전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노학연대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논의했다. 시혜를 베푸는 식의 연대가 아니라, 학생과 노동자가 일상적 차원에서부터 긴밀하게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과 전체 질의응답 시간에 제기된 의견들을 종합했을 때, 해당 세션의 쟁점은 크게 발제문의 내용에 대한 이의와 내용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의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었다. 우선 내용에 대한 측면에서는, 대학생이 현 사회에서 여전히 지식인적 존재라는 발제문의 전제와, 사회주의 노동운동이 좌파 운동에서 반드시 헤게모니적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는 발제문의 결론이 과연 유효한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먼저 전제에 대해서는, 진학률이 70%를 넘어서며 점차 대학이 학문의 장이 아닌 취업의 발판으로서 기능한 지가 20년이 넘어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은 더이상 지식인(인텔리)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2024년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청년학생의 여론이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는 점을 들며, 인텔리가 "가장 의식적으로, 가장 결정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전사회의 계급적 이해와 정치적 조직화의 발전을 반영하고 표현"한다는 레닌의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변했다. 결론에 대해서는 거대담론만이 능사가 아니며 미시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 좌파 내 각 진영별로 견지하는 비전이 다른 것은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 최대한 다원화된 의제에 대해 교차성을 토대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되었다. 특히 다원화된 의제와 관련하여, 한 토론자는 예컨대 ‘소수적 몸의 언어가 홀로 있을 때 흘러나온다면 반(反)자본 운동의 언어는 함께 있을 때 흘러나온다’는 소견을 밝히며, 개별 담론들이 출발점은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규탄하기보다는 각각이 존중되는 제3의 도착점으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발제자는 앞서 언급된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결국 자본주의가 커다란 방해물이 되기에, 사회주의 헤게모니를 세우는 것을 통해서 더 많은 의제를 포섭하고 연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발제문의 현실성에 대한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좌파 진영의 최종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발제문이 충분히 대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이라는 기치하 실제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권/공간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외국인 학생의 정치세력화나 유입구로서 페미니즘의 적극적 활용 등을 통해 투쟁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에브리타임(익명 커뮤니티)과 같은 학생사회 내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등이 이야기되었다. 이러한 논의에 더해 발제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이 마르크스주의적 이념성을 잃고 학생사회 내로만 한정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말도 첨언했다. 한편 이미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를 내면화하고 자본가계급에 이입하는 대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정치성을 강조한 학생운동이 대중적 호소력을 갖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그러한 내면화를 가능케 하는 대학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주의 정치성은 필수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기호로 채택된 신자유주의적 성공과 그러한 성공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현실 사이의 낙차를 비집고 들어갈 저급이론1)을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최대한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토론자의 제안도 이어졌다. 1) 이때 "저급이론"이란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의 작가 잭 핼버스탬이 그람시의 유기적 지식인론을 독해하며 사용한 개념으로, 사회정치적 개념을 일상이나 하위문화에 적용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지적실천을 뜻한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여자 모두의 열정적인 참여 덕분에 세션은 유익한 정보와 유의미한 시사점을 남기고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학내 활동을 위주로 하는 대학생 활동가로서, 친숙하면서도 낯선 주제인 사회주의에 대해 넓고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특히 평소 다른 학교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필자에게는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다. 다만, 세션이 끝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몇 가지 남아있기도 하다. 세션을 통해 충분히 다뤄진 ‘왜 사회주의인지’의 측면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지만, ‘왜 학생운동인지’의 측면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고 궁금한 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의 대상은 결국 전체 대중인지, 혹은 학내 구성원인지, 우선은 학내 여타 좌파 진영 활동가들인지, 학내 활동가로서 자문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학생운동’이라는 범주 자체도, 주체가 학생일 때 성립하는 것인지, 공간이 학교일 때 가능한 것인지, 대상이 학내 구성원일 때로 한정되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소진이 되지 않고 즐거운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학교의 활동가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어떠한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한지 모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따라서 이번 세션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사회주의 학생운동의 이름으로 이번 기회와 같은 담론장이 꾸준히 열린다면 학생사회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2024-11-14 | 조회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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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여성살해, 노동자는 “단 한명도 잃을 수 없다!”반도체 직업병을 처음 알린 고 황유미 님이 일한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과 같은 장소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 2명이 11일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당사자와 자녀 3명이 산재 신청을 같이 했다. 2007년 3월 고 황유미 님의 죽음 2년 뒤 삼성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은 LED 라인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삼성은 새로운 설비 대신 삼성전기에서 쓰던 구식 설비를 들여 왔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새로운 LED 라인에서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다. 특히 노동자들은 반도체 웨이퍼(슬라이스 또는 기판)를 강산·강염기성 화학물질에 담갔다 빼는 작업을 하며 직접 유해물질에 노출됐다. 11일 기자회견을 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연대단체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들이 일했던 노동조건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다. 이날 직접 기자회견에 참가한 산재신청자 유씨는 1997년 삼성 기흥공장에 입사해 약 18년 동안 일한 뒤 근무구불결장암과 난소암을 앓게 됐다. 그는 임신이나 출산휴가, 육아휴직 1개월을 제외하고는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작업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노트에 빽빽이 작업 순서를 써가며 외우기도 했다. 포토공정에서 신너 교체, 바울 체인지, PR 약품 교체 등을 직접 손으로 작업했다. 그러다보니 약품이 손이나 방진복에 묻었고, 냄새도 역하게 났다. 신입사원 막내가 그런 일을 했고, 선배가 되면 그런 일을 하는 후배들을 교육했다. 특히 유씨는 다기능자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불려가 위급상황에 대처했다. 그는 유해물질을 다루는 라인에서 일했지만 생산 실적을 올리려고 열과 성의를 다해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는 고과평가로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 정도였고, 그만큼 승격도 빨랐다. 그런데 어렵게 얻은 아이는 눈을 맞추지 않았고, 이후에야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질적 가장이었던 유씨는 퇴사를 한 뒤에야 자녀와 같은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를 둔 동료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날 산재를 함께 신청한 만 50세의 김씨 역시 각종 화학약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일했다. 당시 ‘환경안전’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상품을 위해서는 먼지 한 톨 허용하지 않고 온습도를 잘 관리해야 했지만, 생산성과 수율을 올리는 데만 모두가 집중했다. 2009년 반도체에서 LED로 이동했던 사원들 모두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헛웃음을 지을 정도였다고 한다. 손으로 뜨거운 플레이트 위의 웨이퍼를 분리하거나, 맨손으로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웨이퍼를 세정하거나, 형광체를 아무런 보호구 없이 수작업으로 배합했다. 반도체라인은 자동화됐지만, 유해물질로부터의 보호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 또한 퇴직 후 자녀의 장애를 알게 됐다. 난소암으로 지난 7월 사망한 이씨는 LED 제조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면서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형광체 등 여러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 2004년부터 20년을 수원과 기흥 LED 제조공정에서 일한 그는 2024년 7월 복부 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난소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수술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씨의 언니는 기자회견에 전한 서면을 통해 “우리 집안에 난소암에 대한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우리 동생이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해야 했는지 꼭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재해를 당한 여성 노동자들의 질병이 산재가 아니고는 설명될 길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제대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삼성은 모든 책임을 외면하고 있으며, 건강이 손상된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2022년 일명 태아산재법(산재보험법 개정)이 만들어졌지만, 2020년 1월 이전에 출생한 자녀들은 산재 신청을 할 수 없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여성 노동자 살해 고 황유미 씨의 죽음과 투쟁을 계기로 늦게나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산업재해 현실이 세상에 드러났지만, 삼성과 정부는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생식독성 등 유해요인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은커녕 작업장 안전을 심각하게 방기했다. 더구나 그들은 가부장제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성 노동자들을 싸고 쉽게 쓰고 자녀가 입은 산재 책임까지 떠넘겼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지적한 바 있듯이, 전자산업은 여성이 원래 손이 빠르고, 참을성이 있다는 성별 고정 관념에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고 그에 따라 여성 비율이 높은 산업이다. 또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고, 노동 통제가 쉽기 때문에 어린 여성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삼성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별을 부추기는 가부장제를 활용해 여성 노동자들을 초과착취했으며, 노동안전을 방기했다. 심지어 생식독성물질이 가득한 작업장을 방치하여 자녀의 건강까지 해쳤지만, 가부장적 편견 뒤에 숨어 기업의 책임을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건강이 손상된 자녀의 돌봄 책임 역시 노동자 가족에게, 특히 산재를 입은 피해 여성 노동자 당사자에게 떠넘겼다. 물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삼성전자의 구조적 착취는 11일 산재를 신청한 여성 노동자 일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유씨의 경우에도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 LED 생산라인 같은 조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 5명이 지적장애, 자폐,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난소암, 뇌종양, 림프종을 앓다가 투병 중이거나 세상을 떠난 동료들도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9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 반도체 소자제조업 6개사 9개 사업장 전·현직 노동자 20만1,057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과 사망 위험비를 추적조사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오퍼레이터 노동자의 혈액암 발병과 사망 위험이 3.6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에서 반도체 여성 생산직 직원들의 백혈병 유병률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1.59배, 20대 초반(20~24세) 여성으로 좁히면 2.74배에 달했다. 유방암의 경우 반도체 후공정 업무(패키징)를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에게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의 1.29배에 달했으며, 20대 초반(20~24세)으로 좁히면 4.24배로 높아졌다. 현실이 이런데도 삼성은 여성 노동자에게는 산재와 아픈 자녀를 돌봐야 하는 돌봄노동까지 떠안기면서 자신은 천문학적 이윤을 내 왔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3분기만 해도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그럼에도 삼성은 진심어린 사과와 산재보상에 나서기는커녕 증거로서 다뤄져야 하는 유해물질 생산공정을 치워내기에 급급하다. 삼성의 여성 노동자 살해에 맞서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단결하자 이렇게 추악한 삼성에 맞서 여성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운동의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 여성 노동자들의 산재는 가부장제와 결탁한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단결된 투쟁이 절실하다. 그 동안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살해를 비롯해 여성폭력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제기돼 왔다. 해외서도 여성살해에 맞서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조직돼 왔다. 그러나 그 배경에 자본과 그들의 국가가 있다는 사실은 별로 이야기되지 못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부장적 폭력은 자본주의적 착취에 봉사하도록 재구성된다. 더구나 삼성전자 생산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죽음과 질환은 바로 그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 노동자를 착취해 온 삼성이란 자본의 가장 직접적인 여성살해다. 이제 우리는 삼성을 향해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여성살해에 맞선 구호를 외쳐야 할 때다. 자본의 구조적 여성살해에 맞선 목소리를 조직하자.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단결해 삼성의 구조적인 여성 노동자 살해와 폭력에 맞서 저항하자.2024-11-13 | 조회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