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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오늘부터 우리가 노동조합에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조직해갑시다"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
[뉴스레터 4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앞으로!_ 02①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3‧8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2024년 3.8 ‘여성파업’이 8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첫 발을 뗐습니다.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12월 6일(수) 오후 민주노총에서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를 열고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고통을 주목하며 내년 3.8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에 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구조적 성차별’의 현실을 드러내고 극심한 성별 임금격차와 높은 불안정 노동 비율은 결과적으로 여성 저임금노동자를 양산하는 데에 일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에서 성차별적인 문화가 여전하며, 특히 90년대 말 이후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저지하지 못한 결과 현재 여성노동자들은 더 불안하고 열악한 조건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직장과 사회, 가정에서 여성 노동자를 억압하고 있는 이중의 굴레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노동권 보장과 공적인 가사돌봄 서비스 보장이 절실하며, 여성파업은 이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무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1월 12일에는 세종호텔 농성장에서 건보고객센터지부를 비롯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주목하는 오픈마이크를 진행했고, 이어 2월 3일(토) 오후 2시에는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여성 노동자들을 찾아가는 오픈마이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는 설문조사도 2월 7일까지 진행합니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추는 여성파업! 함께 조직하고 여성해방으로 전진합시다! ② 100일이 넘었건만, 짐승만도 못한 정부길 일가 방영환열사가 작년 9월 26일 분신하고, 10월 6일 산화하신 지 120일이 다 되어 갑니다. 정부길 일가의 동훈그룹은 변형된 사납금제를 강요했고, 서울시와 노동청은 관리감독과 처벌을 외면했습니다.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고, 법을 지키라고 요구한 노동자는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 택시자본과 행정관청의 이 야만적인 카르텔이 열사를 죽였습니다. 심지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집회를 방해하고, 열사를 폭행하고 모욕하여 구속된 해성운수 대표 정승오는 1월 11일 첫 재판 때 혐의를 모두 부정했습니다. 공탁금 3,000만원을 걸고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심지어 열사 죽음의 책임을 민주노총으로 떠넘기는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두 번째 재판에서 증거목록을 사실상 다 인정하여 결심이 이뤄져 검사는 5년을 구형했습니다. 정승오일가는 보석 신청이 기각될 것으로 보이자 빨리 선고를 받고 출소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선고는 2월 15일로 잡혔습니다. 열사가 산화한 뒤에 뒤늦게 서울남부고용지청과 서울시는 해성운수와 동훈그룹의 근로기준법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전액관리제 위반을 적발했습니다. 만시지탄입니다. 짐승만도 못한 파렴치한 동훈그룹 정승오 일가가 택시 사업을 이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는 안됩니다. 택시노동자들이 변형된 사납금제로 더이상 장시간노동과 과로, 도로 위 사고로 죽음에 내몰려서는 안됩니다. 정승오일가 엄중 처벌, 근기법‧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주 엄중 처벌, 전액관리제 위반 사업주 엄중 처벌이 방영환 열사의 한을 푸는 길입니다. ③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포위된 강원도교육청! 합의사항 즉각 이행하라! 강원도교육청이 합의사항 즉각 이행, 부당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포위됐습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혁신학교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표적감사와 부당징계를 내려 전교조 유천초분회 세 명의 교사들이 투쟁한 지 4년째입니다. 강원도교육청 신경호 교육감은 아직까지도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천초분회와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비롯한 전국의 연대 동지 100여 명이 1월 23일(화) 낮 3시, 강원도교육청을 포위하고 합의사항 즉각 이행, 부당징계 취소를 외쳤습니다. 귓불이 떨어져나갈 만큼 추운 날이었지만, 우리의 연대는 뜨겁기만 했습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매달 1회씩 유천초 수요 선전전을 주관하며 연대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전진 회원들은 열띤 발언과 함께 노래로, 춤으로, 꽁트로 장기를 뽐내며 유천초 투쟁의 의미를 되새겨 왔습니다. 1월 30일에는 “유천초 투쟁, 무엇을 남겼나? - 유천초분회 투쟁의 의미와 노조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여해 민주노조운동 내 갈등해결을 위한 소통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계급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인 유천초 투쟁! 합의사항이 이행되고 부당징계가 취소될 때까지 전진의 연대는 계속될 것입니다. ④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연대를 확대하자!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4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26,422명이 살해됐고, 8천 명 넘는 사람들이 실종됐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지난 4개월 사이 이스라엘 점령군의 공격으로 살해됐습니다. 학살을 멈추기 위한 노동자민중의 국제연대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합니다. 전진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며 10월 22일 시작해 2주마다 진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해왔습니다. 울산에서는 다른 단위들과 같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강연회를 진행했고,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이스라엘 전쟁범죄 공모를 중단하라는 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울산의 여러 노동자들과 함께 5차례에 걸쳐 시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선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사무실 등에 팔레스타인 노동자민중과 연대하자는 현장대자보를 부착하기도 했습니다.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에서 참여한 빵과장미 국제선언문의 의미를 알렸고, 전국노동자대회 때 팔레스타인 연대인증샷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이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보낸 긴급 요청을 알렸습니다.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의 긴급요청은 아래와 같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1.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 생산을 거부할 것. 2. 이스라엘로 무기를 운송하는 것을 거부할 것. 3. 노동조합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동의안을 통과시킬 것. 4. 이스라엘의 잔인하고 불법적인 포위 공격을 실행하는 데 연루된 기업, 특히 귀 기관과 계약을 맺은 기업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 5. 각국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모든 군사 거래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미국의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 이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세종호텔 공대위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세종호텔 투쟁문화제'를 진행했고,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 집회를 조직했습니다. 한편 1월 19일에는 대전 방사청 앞에서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는데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활동하는 오지환 동지는 "현장에서 대자보를 붙이고, 동료들과 대화하며 연대를 조직하겠다"고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전세계 노동자들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투쟁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1월 8일에 호주 브리즈번의 노동자들은 이스라엘 공습에 사용되는 F-35 전투기의 부품사를 폐쇄하는 투쟁을 전개했고, 1월 21일 호주 멜버른에선 4천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선박의 하역을 저지하기 위한 봉쇄시위를 벌였습니다. 1월 22일 캐나다 교사노동자들은 연기금이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투자되지 못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1월 26일 미국 포드 시카고 조립공장 4600명의 노동자들은 이스라엘에게 즉각휴전과 강제점령 종식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집단학살을 막고,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급증하는 전쟁위기를 막는 노동자 국제연대를 조직하는 길입니다. 전세계 노동자민중과 함께, 한국에서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나가겠습니다. ⑤ [정세토론회] 2024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제 “갇히지 않는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1월 27일, 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신년 정세토론회 《갇히지 않는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제》를 열었습니다. 토론회 제목처럼 ‘갇히지 않는 투쟁’이 필요한 이때, 전진은 2024년 주요 정세를 짚으며 4가지 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첫째로 최저임금 대폭인상, 노조법2·3조 개정, 윤석열 퇴진, 노동운동 탄압분쇄를 중심 요구로 한 《6월 노동자 총파업》,둘째로 여성 저임금·불안정노동자를 주체로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소수자, 이민자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2024년 38여성파업 확대》, 셋째로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 등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에 맞선 《산업국유화와 노동자통제투쟁 확대》, 넷째로 한반도 전쟁위기와 제국주의 패권투쟁의 위험을 올곧게 해설하며, 한미핵협의그룹(NCG) 해체와 한미일동맹-북중러동맹 해체 요구를 들고 일터와 지역에서 《국제주의 반제반전 연대투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온오프라인 80여 명이 참여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엄중한 정세와 부족한 주체역량의 간극을 어떻게 메꿀지를 두고 활발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국가와 자본이 정한 틀에 갇히지 않는 투쟁을 함께 만들어갑시다. ① [사회주의를 향한 책읽기모임]은 계속됩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지속되는 지금, 12월 책읽기모임에서는 《아! 팔레스타인》을 읽으며 팔레스타인탄압과 저항의 역사를 살피고,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를 토론하였습니다. 핵무력 법제화와 함께 김정은이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를 선언하고, 윤석열이 새해 벽두부터 핵 기반 한미동맹과 전쟁불사를 외치는 지금, 1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를 읽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노동자 민중은 제국주의 전쟁위기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토론하였습니다. 오는 2월 6일(화)에는 38여성파업을 앞두고 《파묻힌 여성》으로 11회차 책읽기모임을, 3월 5일(화)에는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앞두고 《장애시민 불복종》으로 12회차 책읽기모임을 진행합니다.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② 빡세다 빡세, 내부토론회 ● 12회차 내부토론회 - ‘강령·규약 종합토론 (2)’ 전진은 본조직 출범을 앞두고 지난 11회차 내부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 강령·규약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12회차 내부토론회에서는 대중투쟁강령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며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어떤 요구를 내걸고 투쟁할지 토론하였습니다. 현시기 사회주의 운동이 제시해야 하는 실천적 요구에 대한 회원들의 치열한 고민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13회차 내부토론회 - ‘해외조직과의 사업방향’ 자본주의 위기 심화 속에서 갈수록 강화되는 제국주의 경쟁과 전쟁 위기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패권 경쟁과 전쟁에 맞선 투쟁은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전진은 이러한 국제연대를 위해 해외 사회주의 조직들과의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3회차 내부토론회에서는 해외 사회주의 조직들과의 국제연대 사업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8차 긴급행동]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 중단하라! 일시 : 2024년 2월 4일(일) 오후2시 장소 :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대각선 맞은편 (서울 중구 무교로 32)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158개 단체) [옵티칼 하이테크 연대] “고용승계 없이 철거없다” 2월 16일 강제집행에 맞서는 인간바리케이트가 되자! 일본 먹튀기업을 위해 법원과 자본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옵티칼 노동자들과 고공농성을 짓밟으려 합니다. 동지들, 우리가 인간 바리케이트가 됩시다! -집결 : 2월 16일(금) 08시 (가급적 15일(목) 밤 20시) -장소 :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문의 : 010-2845-8588 이청우 현장투쟁 복원과 계급적 연대 실현을 위한 전국노동자모임 [2024 3.8 여성파업대회]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일시 : 2024년 3월 8일(금) *시간, 장소 추후 공지 -
[뉴스레터 4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앞으로!_ 014호를 발행하며 엄중한 정세가 이어집니다. 남북 양측의 전쟁불사 선언도, 실질임금이 2년째 줄어든다는 기사도, 출생률이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발표도, 윤석열 정부의 민주노조운동을 겨냥한 ‘반카르텔 투쟁’도 새롭지 않습니다. “원칙대로 대응한 결과, 2023년 파업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다.” - 2023년 12월 노동부 발표입니다.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죽음이,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의 죽음이 있었던 2023년이었습니다. 노조를 회계비리 폭력카르텔로 모는 국가와 자본의 탄압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방영환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해성운수 동훈그룹에 대한 단죄도, 택시사납금제 철폐요구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 77.7%가 새해 소망을 ‘임금인상’이라고 답할 정도로 저임금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엄중한 정세에도 싸움은 확대되지 않는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장기화하는 위기 앞에 우리가 체제에 맞선 싸움을 결의하고 있는지를, 어쩌면 그 위기에 익숙해지고 있지는 않은지를 말입니다. 2024년 새해, 국가와 자본이 정한 경계를 넘어, 갇히지 않는 싸움을 만들어갑시다. 혹독한 고통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을 결의합시다. 뉴스레터 4호 후원회원 인터뷰는 ‘사회주의 투쟁을 현장에서, 비타협적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점’이 와닿아 전진을 후원하게 되었다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동지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투쟁하는 전진’란에는 2024년 3.8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여성파업조직위와 전진의 활동, 택시완전월급제 쟁취를 위한 방영환 열사투쟁, 강원도교육청의 행정폭력에 맞선 유천초 투쟁 소식, 이스라엘과 미국의 집단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 연대투쟁, 그리고 신년 정세토론회의 이모저모를 담았습니다. ‘공부하는 전진’란에는 내부토론회와 책읽기모임에서 이루어진 토론을 담았습니다. 2024년,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강령과 규약을 제정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합니다. 싸움을 만들자는 호소가 부끄럽지 않도록, 더 치열한 모습으로 동지들과 만나가겠습니다. 낙관을 가지고, 끈질기게 가슴 뛰는 활동으로 노동해방 사회로 전진합시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Q. 전진을 후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또한 인상적인 전진의 활동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A. 사실 전진 동지들 일부를 잘 알고 있기도 했는데요, 후원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어느 모임에서 한 간담회였습니다. 여기서 받은 후원 리플렛이 역할하기도 했지만, 노동자계급이 핵심이 된 사회주의 투쟁을 현장에서, 비타협적으로 만들어가려 한다는 점이 와닿아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 상임 활동을 하고 있기에 활동 회원으로 할 자신은 나지 않아 후원회원으로 있지만, 노동자계급 해방을 향한 여러 투쟁의 현장에서 동지들을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전진 활동 중 울산지역 노동자들과 진행한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고향이 울산이라 쉽게 눈에 띈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 등을 읽으며 더 와닿았던 건, 집단학살에 맞서 노동자계급을 집단적인 행동과 투쟁의 주체로 호명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아주 어려운 길이지만 꾸준히 제기하던 모습이었습니다. 현대건설기계 등의 자본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학살하는 데 적극적으로 역할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울산에서 집단행동을 조직한 것이 좋았습니다.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가 현실이 되도록 하는 조그맣지만 중요한 발걸음을 계속 만들면 좋겠습니다. Q. 한노보연에서 상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주되게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A. 한노보연은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을 기치로 활동하는 노동자 건강권 운동 단체입니다. 자본이 강요하는 속도와 강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기준으로 일터와 삶을 재조직해야 건강권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산 속도와 생산량, 시간 등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들이 지니는 것을 강조하며, 현장 연구와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한노보연은 매달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를 발행하고 있고, 노동시간센터에서 노동시간과 관련한 다양한 현안에 대응하며 ‘좋은 노동시간’을 사회화하고 있습니다. 작업중지권이나 중대재해 대응 등을 하는 ‘당장멈춰팀’도 있습니다. 한노보연은 중장기과제로서 여성노동건강권을 설정했습니다. 이에 2020년부터 여성노동건강권팀을 만들어 연구와 연대체 참여, 월례토론회 등의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2024년 21차 정기총회에서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를 정식 출범했습니다. 성별 이분법적 남녀평등을 넘어 ‘모두’를 쥐어짜는 노동강도와 정상 규범으로부터 ‘모두’가 해방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활동을 만들려 합니다. 우선 부문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문 운동’의 병렬적 나열을 넘어, 일터와 삶터에서 자율성과 상상력을 빼앗고 있는 거대한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활동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한편, 2024년은 센터 출범 첫해이기도 합니다. 기반을 다져나가는 해인 만큼 센터의 운영집행위원을 결의하신 동지들, 한노보연 안/밖의 동지들을 더 만나고 싶습니다. 만나서,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의 젠더 관점을 잘 토론하며 활동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윤을 최우선 목적으로 작동되는 자본주의의 무한 착취는 지구도 죽여왔고, 높은 노동강도와 교대 노동, 심야 노동을 강요해오며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위험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는 핵심 계급은, 다양한 몸을 지닌 노동자들입니다. 2023년 한노보연은 이러한 기치 아래 기후정의팀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노동조합과의 간담회나 923기후정의행진, n개의 기후정의학교와 선언대회 등을 거치며, 작업중지권과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자 건강권의 주요 요구가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 만들어진 신생팀이니만큼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요구를 만들며 자본주의가 초래한 기후위기를 함께 돌파하고 싶습니다. Q. 3.8 여성파업조직위에도 함께 하며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3.8 여성파업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조직위)에 한노보연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조직위는 2024년 3월 8일, 여성노동자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결성된 연대체로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악과 성평등 정책 후퇴에 맞서,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직위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5대 요구안을 내걸고 있습니다. 조직위는 설문조사팀을 결성하여 『지금, 여기,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묻다』라는 제목의 설문과 면접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고, 저평가되는 여성노동과 무급가사노동, 저임금이 일과 삶에 실제로 끼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노보연은 설문조사팀에 합류해 역할하고 있습니다.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시간강사, 교사, IT 노동자, 활동가, 보육교사 등을 만나왔습니다. 면접으로 만난 노동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언어로 여성파업의 정당성과 의미를 더 부각하고자 합니다. 파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강력한 투쟁 수단입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실제 파업으로 현장을 멈추고 요구안을 관철한 사례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일터와 삶터의 모든 영역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공문구가 아닌 파업의 형태로 조직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110만 민주노총’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넘어 ‘수천만의 노동자’, ‘만국의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파업을 만드는 매개체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진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A. 전진과 한 간담회 자리에서, ‘사회주의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시적’인 변화는 더딘 상황 속에서 ‘가슴이 뛰는 것’은 꾸준히 조직하고 투쟁할 때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낙관을 가지고, 끈질기게 가슴이 뛰는 활동을 해나가며 노동해방 사회를 향해 동지들과 함께 전진하면 좋겠습니다. 뉴스레터 다음 페이지로◀◀◀ 클릭하시면 뉴스레터 다음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구미에서 고공농성하는 두 여성 노동자구미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 가면, 가장 먼저 삽을 든 녹색 모자의 마네킹들이 맞아준다. 영락없이 박정희 시대 모습이다. 거대한 박정희 동상도 그때 그 시절인 듯 구미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테마공원 내 북카페에는 제법 진보적인 도서도 꽂혀 있다. 구미시는 박정희의 고향에, 국민의힘 아성이지만, 2018년에는 민주당 출신 정치인을 시장으로 뽑았다. 하지만, 노동자의 처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것도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렇다. 테마공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2010년 새벽 기숙사에서 용역깡패가 뿌린 소화기 분말을 마시며 멱살 잡혀 끌려 나갔던 KEC 여성 노동자들이 여전히 승급 성차별 해소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반면 구미 곳곳에서는 미스코리아 경북 선발대회 플래카드가 보란 듯이 펄럭인다. 그런 구미에서 두 여성 노동자가 약 한 달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다. 이들은 공장에 화재가 나자 그 동안 누렸던 수많은 특혜와 6조 원의 영업이익, 1,300억 원이 넘는 화재보상금에도, 평택공장으로 생산시설만 빼가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해 버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측에 대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사측에 “쓰다 버려진” 11명의 노동자가 함께 투쟁한 지는 벌써 만 2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 가장 춥다는 1월 8일, 사측의 강제철거 시도에 맞서 두 여성 노동자가 공장 옥상에 올랐다. 두 여성은 안간힘을 다해 공장을 부여잡고 있지만, 사실 구미시는 여성이 떠나가고 있는 도시다. 경북(49.6%)이나 전국(50.2%)과 비교해도 여성비율이 낮다. 구미시 노동자의 성별 비율은 남성이 62.8%, 여성은 37.2%에 불과하다. 남성 노동자의 비중도 전국이나 경북보다 높은 편이다. 더구나 14세 이하 남성을 제외하면, 20~30대 여성의 이주율이 가장 높다. 지난 5년간 줄어든 약 1만 명의 주민 중 다수의 성별은 여성이었다. 여성이 텅텅 비는 공동화 현상. 그것은 자본의 책임이다. 구미시의 산업은 광·제조업이 70.3%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그다음으로는 기타 서비스가 20.1%다.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체 수가 86.9%, 5~19인 사업체가 10.3%의 비중을 차지하여 소규모 사업장이 절대다수다. 즉 90%에 가까운 사업장이 근로기준법 무풍지대다. 그런 사업장에선 해고가 자유로워 여성이 출산육아 때문에 해고되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법정 근로시간이나 연장근로 한도도 제외된다. 물론 그 때문에 가산임금도 받을 수 없다. 위법임에도 5인 미만 사업장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구미에서도 다를 이유가 없다. 이러한 구미에서 여성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란 애초부터 어려운 문제다. 운 좋게 일자리를 찾아도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할지는 상상이 가능하다. 특히 구미는 수년째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성의 실업률이 남성보다 다소 낮다 하더라도 보통 여성 일자리가 단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고용 여건이 더욱 불안정할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명 두 명씩 여성은 구미를 떠나간다. 물론 고용형태, 노동조건, 임금 어느 하나도 보장된 최종목적지는 없다. 하지만 여기보단 나을 것이라는 가느다란 소망을 안고 여성들은 빠져나간다. 그런 구미지만, 소현숙, 박정혜 씨는 사력을 다해 구미를, 공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소현숙 씨만 해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17년을 일했다. 박정혜 씨가 일한 지도 12년째였다. 땀과 피와 눈물을 쏟아낸 공장이었다. 여성 노동자는 검사 공정에, 남성은 생산 공정에 7 대 3으로 분명한 성별분업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관리자 다수의 성별은 남성이었다.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이 없기는 하지만, 남성의 직급이 높으니 자연스럽게 남성의 임금이 더 많다. 생리휴가 역시 무급이었다. 더구나 여성들은 하루 종일 암실 의자에 앉아서 불량 검사를 하기 때문에 팔, 어깨, 허리, 목에 늘 통증을 달고 살았다. 필름을 검사하다 눈이 찔리는 경우도 있었다. 소현숙 씨는 일하다 각막까지 손상됐다. 그런데도 늘 그랬던 것처럼, 산재는커녕 치료비 모두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 이는 두 여성 노동자만이 아니라 여성 다수 직종인 반도체 산업에서의 이야기다.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반도체 산업에서 저임금 노동을 하다 적지 않게 직업병에 걸렸다. 삼성전자 산업재해 희생자의 다수도 여성이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남초 사업장으로 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계화하기 쉬운 노동을 자동화하여 여성 노동자들의 일자리부터 없앴기 때문이다. 옵티칼 여성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연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측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여성 노동자들을 차별했지만,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그들을 애지중지했다. 회사는 2003년 구미4국가산단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한 후로 1만 2천 평의 땅을 무상으로 사용했고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더구나 본사 닛토덴코는 220억 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1,983억 원의 세후 이익을 냈고, 1,734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금속노조 법률원). 공장에 화재가 난 뒤로는 화재보험금으로 약 1천3백억 원을 챙겼다. 하지만 회사는 생산 물량을 자매 법인인 경기도 평택 한국니토옵티칼 공장으로 옮겼을 뿐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는 외면하고 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본사인 일본 닛토덴코사는 노골적으로 한국기업 편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입으로는 좋은 말을 참 많이 한다. ESG 경영(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중시한 경영)과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중시하며 생태와 사회, 그리고 여성을 비롯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경영진과 사업부, 인재본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 지도자의 비율을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0%, 일본 국내에서는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를 착취하는 한 그들의 말은 한낱 ‘퍼플워싱’일 뿐이다. 더구나 지난해 다카사키 히데오 일본 닛토덴코 대표의 소득은 모두 26억 5천만 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평균연봉 약 5천만 원의 53배다. 그런데도 회사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4억 원을 가압류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매일 950만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들이 지난 11일 금속노조와 옵티칼지회, 조합원 15명이 철거공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낸 가처분 소송을 법원이 인용한 탓이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와 옵티칼지회는 각 200만 원 씩, 조합원 11명은 각 50만 원씩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가처분 결정 이후 회사는 매일 컨테이너와 포크레인을 대동하고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 노조는 사력을 다해 막고 있다. 박정혜, 소현숙 두 여성 노동자는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며 한 달째 버티고 있다. 텐트를 제법 튼튼하게 지었지만, 영하 10도의 칼바람이 불 때면 날아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텐트를 붙잡아보기도 한다. 공장을 붙잡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 옥상이 기울어져 있다 보니 차츰 골반도 아파온다. 생리를 피하기 위해 날짜에 맞춰 피임약도 먹는다. 티슈로 몸을 닦고 머리는 3일에 1번 동지들이 길어주는 물을 데워 감는다. 이 물 역시 사측이 단수해 버린 공장에서가 아니라 동지들이 길어온 것이다. 날이 새면 또 철거 이행강제금 950만 원이 쌓일 것이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해고는 살인이다. 그래서 아무리 경찰과 용역과 포크레인이 쳐들어와도 박정혜, 소현숙 동지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아니 더 이상 밀려나지 않겠다고 한다. 그래서 자꾸 이를 더 악물게 된다. 그리고 그런 옵티칼 동지들의 삶을 지키는 이들이 바로, 여성 노동자에게 투쟁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KEC지회 여성 노동자들이다. 구미시가 지난 1월 23일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됐지만, 정작 옵티칼 여성 노동자의 손을 맞잡고 있는 이들은 KEC지회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같은 투쟁하는 노동자와 연대 동지들이다. 고공농성 이후 옵티칼 현장에는 더욱 많은 노동자와 구미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다.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도 2월 3일(토) 박정혜, 소현숙 동지에게 달려간다. 세종호텔 농성장에서 진행된 1차에 이어 2번째 오픈 마이크 행사다. 우리는 여기서 옵티칼을 비롯해 여성 노동자의 삶과 노동 그리고 투쟁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동지들의 연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참가신청 링크) -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1월 24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전국적으로 150만 명이 참여하는 12시간 총파업이 전개됐다. 대선 과정에서 온갖 기괴한 공약들을 내세웠던 극우 인사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취임한지 불과 45일 만이었다. 노동자총동맹(CGT), 자치노동자연합(CTA-A), 노동자연합(CTA-T) 등 3대 노총이 주도한 이날 총파업에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대중경제노동자연합(UTEP), 사회운동 단체들, 문화단체들, 스포츠단체들, 좌파 정당 및 정치조직들까지 광범하게 참여했다. 우파 정권 시절인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에 다시 조직된 이날 총파업의 핵심 요구는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 정책들을 철회하라는 것, 특히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과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극우 정권의 초긴축 공격에 맞서 100년 넘게 투쟁으로 쌓아 올린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정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결의를 모았다. 1월 2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인 총파업 시위대 (사진:CTA-A) 밀레이 극우정권의 출범 지난해 하반기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은 물가상승률이 150~180%에 이르러 임금의 실질 구매력이 턱도 없이 깎여나가고 빈곤율이 40%를 넘어서는 파국적 상황에서 펼쳐졌다. 밀레이는 자국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겠다는 허황된 물가안정 대책과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 발린 약속으로,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는 상당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선투표 과정에서 ‘특권층’의 한 축인 전통적인 우파 공화당과 손을 잡은 밀레이는 강력한 우파 세력을 품에 안은 극우정권을 탄생시켰다.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우파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을 치안부·재무부·국방부 등 요직 장관에 임명했다. 특히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1차 투표 때 3위를 했던 빠뜨리샤 불리치가 치안부 장관이 됐다. 동시에 18개 부처 가운데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사회개발부, 환경부, 여성인권부 등 9개를 폐지했다. 밀레이는 자신의 초긴축 정책이 불러올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겨냥해서 취임 연설에서부터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대에게는 사회보조금 수령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협박했다. 치안부 장관은 시위 주최 단체에게 경찰의 진압 경비를 부담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12월 12일, 밀레이는 ‘경제비상조치’를 단행했다. 현재 GDP 5% 수준인 재정적자를 0%로 만들겠다며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의 나머지 모든 항목 동결을 발표했다. 또한 수출경쟁력을 높인다면서 자국 페소화를 달러화 대비 54% 평가절하했다.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12월 20일, 밀레이는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한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12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메가 대통령령’은 노동권 관련해서 △미등록 고용에 대한 벌금·처벌 폐지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업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 △필수부문(의료·교육·수도·가스·전기·항공·통신 등)은 파업시 75% 업무유지 △중요부문(운송·식품가공·물류·광산·우편 등)은 파업시 50% 업무유지 △파업 도중 작업장점거·출입봉쇄·기물파손하면 해고 △사업장 단위 조합비 자동공제를 개별 동의로 변경 △기존에 노조가 운영하던 조합원 의료보험에 보험사 진입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임대차 관련해서는 △2020년부터 시행돼 오던 임대차 기간 3년 보장과 임대료 인상 제한 폐지 △미국 달러로 임대료 납부 요구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도 폐지했다. 리튬채굴 등을 위한 외국인 토지매입도 전면 허용했다. ‘메가 대통령령’은 1994년부터 실행돼 온 헌법상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것인데, 그동안 하나의 대통령령으로 이렇게 수많은 법률을 무력화하고 정책을 변경한 경우는 없었다. ‘메가 대통령령’은 상하 양원 모두 거부하거나 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는 한 효력이 유지된다. 현재까지 1월 3일 연방노동항소법원이 △수습 기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해고시 보상 삭감 △출산휴가 축소 등에 대해서만 시행 중단을 판결한 상태다. 공화당을 포함한 밀레이 세력은 하원의 경우 257석 가운데 79석만을 갖고 있지만 상원의 경우 72석 가운데 39석을 확보하고 있어서, 법적으로만 본다면 ‘메가 대통령령’의 대부분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27일, 밀레이는 광범한 영역에 걸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워낙 그 내용이 많아 현지에서도 온전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에는 △국내외 미신고 자산 등록시 중과세 면제 △비례대표제 폐지와 소선거구제 도입 △치안부 장관에게 시위제한 명령권 부여 △‘불법’ 시위에 대한 징역형 대폭 상향 △법률에서 ‘젠더 폭력’ 표현을 ‘가족 간 폭력’으로 대체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을 2025년까지 대통령에게 이양 등이 포함돼 있다.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메가 대통령령’과 결합된 ‘옴니버스 법안’을 “노동자계급이 오랜 세월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들과 성과들을 다 쓸어버리려는 공격”이자 “시위와 파업의 권리마저 제한함으로써 최소한의 민주적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자신의 ‘충격요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쉽게 보여주려는 듯, 밀레이는 연말을 맞으며 공공부문 계약직 공무원 5천 명의 계약연장을 거부하여 전격 해고했다. 초긴축 정책의 계급적 본질 밀레이는 획기적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했지만, 그의 취임 이후 오히려 물가가 더욱 급등했다.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페소화 평가절하,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 폐지 등 물가의 고삐를 푸는 조치들을 줄줄이 취했기 때문이다. 밀레이 취임 이후 며칠 만에 휘발유 가격이 60%, 식료품 가격이 50% 급등했다. 12월 물가가 전월 대비 25.5% 치솟으면서 2023년 전체 물가상승률이 211.4%를 기록했다. 교통보조금 삭감이 적용되는 1월부터는 대중교통 요금이 3배로 폭등했다. 12월 20일 ‘메가 대통령령’과 함께 가격통제가 사라지자, 바로 다음날 보험사들의 의료보험료가 일괄 40% 인상됐고, 30일 만에 식품·의약품·연료 가격이 100% 상승했다. 그 사이 임금의 구매력은 20%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노동자계급에게서 자본가계급에게로 그만큼의 소득이전이 발생했음을 뜻했다. 밀레이는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그의 정권은 ‘특권층’을 중추로 하여 구성됐고, 그의 ‘충격요법’ 정책들은 자본가계급에게 보내는 선물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국제 금융자본과 광산·석유 대자본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리튬 자원에 눈독을 들여 온 일론 머스크는 마음껏 리튬을 채굴해 갈 기회가 열리려 하자 밀레이를 크게 칭송하고 있다. 밀레이는 가자지구 학살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세계적으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수시로 이스라엘 국기를 자기 몸에 휘두르며 이스라엘 네타냐후 학살정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권과, 2019년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권의 뒤를 따라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도 공언한다. 반면 자신이 ‘공산주의’로 규정해 온 중국과 브라질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는 가입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밀레이가 보여준 일련의 정책들에 흡족해 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10일 아르헨티나에 47억 달러 추가대출을 결정했다. 이는 2018년 아르헨티나와 체결했던 총 440억 달러 대출프로그램의 일환인데, 한동안 동결돼 있던 추가대출을 재개하면서 일부 조기대출까지 덧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 대출금에는 2024년 말까지 GDP 2% 수준의 재정흑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가혹한 조건이 붙어 있다. 밀레이 정권은 △한시적 수출입세 인상 △에너지·교통보조금 축소 △주 정부와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 △사회기반시설 지출 축소 등을 통해 조건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와 같은 대출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한 대출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피땀을 갈아 넣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저항의 물꼬를 트다 밀레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투쟁이 시작된 날은 12월 20일이었다.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 그리고 ‘좌파전선’1)이 함께 주최하는 시위가 열려 2만 명이 참여했다.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이 도로점거 시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엄벌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이날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며 차도로 나아간 뒤 대통령궁 앞에 위치한 ‘5월 광장’을 장악하고 새벽까지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밀레이가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이 5월 광장과 의회 앞으로 몰려나와 새벽까지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전개했다. 비슷한 상황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내 여러 지역과 지방 대도시들에서도 전개됐다. 경찰은 어떻게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1) ‘좌파전선’(FIT-U)은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노동자당(PO), 사회주의좌파(IS), 노동자사회주의운동(MST) 등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로 구성된 공동 선거기구이자 공동 투쟁체이다. ‘좌파전선’은 혁명적 강령과 대중투쟁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다섯 명의 하원 의원을 갖고 있다. 의회에서 혁명적 입장을 제기하는 이 의원들은 노동자 평균임금만을 받고 나머지 급여를 투쟁기금으로 내며, 투쟁현장에서 최선두에 선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에서 비례대표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이들을 의회에서 제거하려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좌파전선’은 2023년 하반기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각각 2.7%와 3.3%를 득표했다. 이후 매일같이 간호사, 타이어산업 노동자, 실업자, 공무원 등이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최대 노총 CGT와 좀 더 전투적인 CTA에게 총파업에 나서라는 호소와 압력이 빗발쳤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을 발표한 12월 27일 CGT 주최로 시위가 열렸다. 원래 CGT 지도부는 ‘메가 대통령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러 법원을 향해 인도로 행진하는 작은 시위를 계획했는데, 2만 명이 몰려나와 법원 앞 광장과 차도를 가득 메워버렸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밀린 CGT는 결국 다음날 다른 노총들과 함께 1월 24일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총파업 계획이 발표되자, 부르주아 언론들은 “새 정부 취임 18일 만에 ‘역사상 가장 빠른 반정부 파업’을 발표했다”면서 비판에 나섰다. 자본가단체들은 “밀레이 정권을 지지하는 맞불 시위를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밀레이 정권은 “나는 파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총파업을 좌절시키려는 캠페인에 나섰다. 반면 좌파전선과 전투적인 노조들은 모든 사업장에서, 모든 노동자들 속에서, 가난한 민중들과 함께 총파업을 조직해 나가자고 결의하고 호소했다. 노동자계급의 힘을 보여준 총파업 150만 명이 참여한 1월 24일의 총파업은 누가 이 세상이 굴러가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노동자들은 수도를 비롯한 여러 대도시에서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전개함으로써 도로점거 시위를 엄벌하겠다는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의 엄포를 묵사발 냈다. 밀레이 정권의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을 반드시 분쇄하겠다는 요구를 앞세우고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지역조직들, 좌파조직들이 함께 행진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노동조합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 등으로 구성된 10만 명 이상의 군중이 의회 광장 주변으로 운집하면서 도심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는 조종사들을 필두로 항공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면서 300편이 넘는 비행편이 모두 취소됐다. 항공노동자들은 밀레이가 추진하는 국영항공사의 사유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무원, 트럭기사, 인쇄, 은행 부문도 파업에 강하게 동참했다. 버스와 지하철은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동참했다. 수도를 둘러싼 광역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에서는 제조업 파업이 힘차게 펼쳐졌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 파업이 매우 강력했다. 90초마다 차량을 생산하던 도요타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섰다. 포드에서도 생산이 마비됐다. 폭스바겐은 휴가 중이었지만 일부 노동자들이 행진에 나섰다. 금속부문과 식료부문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7시간을 추가해 19시간 파업을 벌였다. 통신사 건물도 거의 텅 비었고, 병원은 응급실만 운영됐다. 그러나 이날 총파업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버스와 지하철이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나서면서 파업의 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버스와 지하철이 아침부터 파업에 들어갔다면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위 규모도 훨씬 늘릴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 안에서 계급투쟁 노선 활동가들이 더 강력한 파업을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전개했지만, 파업 시점을 바꿔내지 못했다. 그런데 버스와 지하철 노조 지도부가 보여준 이러한 어정쩡한 자세는 사실 더 큰 문제의 일부였다. 페론주의(키르치네르주의) 세력과 노조관료들 아르헨티나는 공식 경제에 포괄된 노동자들의 40% 정도가 조직돼 있을 정도로 노동조합의 규모가 큰 나라다. 1930년에 결성된 최대 노총 CGT의 조합원 수는 오늘날 700만에 이른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이끄는 노조관료들은 1940년대 페론주의가 등장할 때부터 그 한 축을 구성해 왔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페론주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흔히 비난받는데, 임금 인상, 단체교섭권 보호, 주택 개량, 사회보험 시행 등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개량적 조치들을 취하긴 했지만, 엄연히 자본주의 착취·억압 체제를 수호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이었다. 페론주의의 일부가 된 노조관료들은 정권으로부터 약간의 개량을 얻어오는 대가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투쟁을 억눌렀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을 거친 뒤, 1990년대에 정권을 잡은 페론주의 우파가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을 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의료보험과 연금기금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받는 대가로 사유화와 노동유연화를 수용했다. 그러나 점점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생존권이 파탄나자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수십 차례 총파업에 나섰다. 결국 2001년 거대한 경제위기가 터졌고, 강력하게 성장한 실업자운동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민중항쟁이 폭발하면서 2주일 사이에 네 명의 대통령을 갈아치웠다. 이후 자본가권력의 통치위기 상황을 수습한 뒤 최근까지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한 게 페론주의 좌파에 해당하는 키르치네르주의였다.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다시금 키르치네르주의를 떠받치는 하위 파트너로 역할했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이 전임 우파 정권의 대규모 임금·연금 개악을 복원하겠다던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데도, 노조관료들은 한 번도 총파업을 조직하지 않았다. 키르치네르주의는 개량을 안겨줄 것 같은 언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어정쩡한 수준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거짓말과 모순으로 점철된 정치적 위선, 또 하나의 ‘특권층’이 되어 깊이 빠져든 부패, 물가폭등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에 대한 광범한 실망과 분노가 2023년 대선을 앞두고 폭발했다. 극우인사 밀레이가 깜짝 부상하고 집권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키르치네르주의가 계속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분명히 그들 또한 IMF와 협력하며 긴축 정책을 실시했을 것이다. 물론 좀 더 유연하게, 특히 노조관료들과 협상하는 방식을 취했겠지만, 그 본질은 밀레이 정권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1월 24일 총파업이 벌어질 때까지,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에 대해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의 실세인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침묵했다. 대선후보였던 세르히오 마사는 밀레이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키르치네르주의 정치인들은 총파업 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밀레이의 초긴축 정책이 총파업과 거리시위 같은 대중투쟁에 의해 분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본가정부의 정책을 대중투쟁으로 분쇄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자계급의 힘이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 원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물꼬를 의회와 법원에서의 말다툼으로 돌리는 것이고, 차악으로서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며, 결국 4년 뒤 선거에서 재집권하는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과 방식으로 총파업이 제한되는 것이다. 문제는 총파업을 공식적으로 이끄는 노조관료들의 대다수가 여전히 페론주의에 빠져 있고 키르치네르주의를 추종한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총파업을 선언하고 실행했지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밀레이 정권에 맞서 전면전에 나설 생각이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전망은 의회와 법원이 대신해서 밀레이 정권의 독주를 막아주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만큼만 투쟁하면 된다는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의 본심은 버스와 지하철의 어정쩡한 파업으로도 나타났지만, 1월 24일 총파업 이후 투쟁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아래로부터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그러한 노조관료들의 실체를 꿰뚫어 보고 있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PTS)을 비롯한 좌파전선은 총파업 계획이 발표된 이후 노조관료들과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 노조관료들이 의식적으로 토론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좌파전선은 영향력을 가진 사업장들과 전투적인 노동조합들 속에서 대중적 토론을 제기하고 조직해 나갔다. 나아가 지역 단위로 조합원, 미조직 노동자, 특수고용, 실업자, 여성, 학생, 그밖에 공세에 맞닥뜨린 모든 민중을 포괄하여 토론 모임을 갖고 카세롤라조와 집회를 열었다. 이를 토대로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을 중심으로 ‘민중회의’라는 지역조직들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필두로 여러 지역에서 건설해 나가고 있다. 좌파전선은 일회성 총파업을 넘어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을 완전 분쇄할 때까지 무기한 전면 총파업으로 나아가자는 방향을 제기했다. 또한 △자본의 위기전가 반대 △IMF와의 합의 거부 △고용·임금·연금의 방어 △살인적인 물가인상에 맞서 임금·연금과 특수고용소득의 긴급 인상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등 모든 긴축정책의 즉각 폐기 △모든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폐쇄·정리해고 공장에 대한 노동자 자주관리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에 대한 가격통제 △식료품 대기업의 회계장부 공개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모든 기업의 몰수와 노동자통제 등과 같은 독립적인 노동자계급 강령을 모든 모임과 집회에서 제기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노동자계급의 명확한 전망을 내걸고 아래로부터 건설되는 자주적인 투쟁역량이 얼마나 강력하게 성장하는가, 그래서 이 힘이 얼마나 강력하게 노조관료들을 압박해 내고 나아가 압도해 내는가야말로 향후 투쟁의 전망을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적 중요성을 가진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과 노동자의 반격 1월 17일, 밀레이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자본가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기조의 연설을 하고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그는 “서방 세계가 집단주의와 급진적 페미니즘, 잔인할 정도의 환경 보호 등 사회주의로 향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에 사로잡혀 위험에 빠져 있다”면서 “자유시장경제만이 기아와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핏대를 올렸다. 세계경제포럼에서의 연설과 환대는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이 오늘날 세계 계급투쟁에서 갖는 의미를 함축해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와 인접한 칠레에서 1973년 쿠데타에 성공한 피노체트는 칠레를 세계 최초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칠레에서 실현가능성이 입증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후 1980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 본격화했고, 1990년대를 거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얼핏 보기에,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200%가 넘어가는 ‘예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나온 ‘예외적인’ 정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오늘날 세계경제 전반이 통제 불가능한 금융대공황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향해 치달아 가는 과정에서 ‘약한 고리’에서 먼저 불거져 나온 전조증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밀레이의 언행은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는 오늘날 그 못지않게 기괴하고 극단적인 극우인사들이 줄줄이 집권하는 상황을 세계 도처에서 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같은 자들이 좀 더 직접적으로 밀레이와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인도의 모디, 이탈리아의 멜로니,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같은 자들도 그 실질적 면모에서는 그리 밀리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지금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과 함께 유럽 전역에서 극우가 맹렬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 극우정권이 밀레이 정권만큼 극단적인 초긴축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을 침몰시켜 나간다면, 지금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세계 자본주의를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일 수 있지 않을까? 지구를 덮치게 된 기후재난이 파키스탄의 홍수에서 그칠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휘감게 된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경제파탄과 극우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결코 아르헨티나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선 아르헨티나 노동자계급의 투쟁 또한 그만큼 세계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전 지구적 성별격차, 6년 만에 또 다른 양상으로 벌어져1. 여성 노동자 업무와 무관한 기준 내세워 승진 차별 … 중노위 시정명령 여성 노동자의 담당업무 이외 부분에 승진 심사 기준을 세워 달성하지 못하게 해 온 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23일, 중노위는 직원 1,000명 규모의 기계 제조·판매기업 A사가 지난해 12월 5일 실시한 승진 심사에서 여성 노동자 2명을 탈락시킨 것을 간접차별로 보고 승진 심사를 재실시하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5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시행된 이래 두 번째 시정명령이다.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벌칙 부과뿐 아니라 차별 처우 중지, 근로조건개선 등을 강제해 노동자가 실질적인 구제를 받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성차별이 발생한 A사 국내사업본부는 직접 영업활동을 하는 영업관리직을 전원 남성으로, 그렇지 않은 영업지원직은 전원 여성으로 채용했다. 그런데 A사는 지난해 상반기 승진 심사에서 직접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영업지원직이 충족할 수 없는 매출점유율, 채권점유율 등을 승진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승진 대상자 6명 중 영업지원직 여성 2명은 모두 탈락하고, 영업관리직 남성 직원은 4명 중 3명이 승진했다. 중노위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A사 남녀 성비는 2022년 6월 기준으로 남성 297명(88.1%), 여성 40명(11.9%)이었다. 이 중 2급갑(과장급) 이상인 남성은 150명(96.7%)인 반면 여성은 5명(3.2%)에 불과했다. 이에 중노위는 A사의 승진 차별을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로 보고 60일 이내에 다시 승진심사를 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여전히 견고한 ‘유리천장’을 새삼 마주하는 사례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2315330005453?did=NA 2. 막막한 생계로 파업에 나선 아르헨티나 여성들의 목소리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 대통령 취임 45일 만에 노동자 파업이 일어났으며, 많은 여성이 참가했다. 안보부 장관은 이번 파업 참가 노동자들에 대해 “마피아 노조원들”이라고 비난했는데 “평범한 가정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리아(52)씨는 “현 정부 정책을 보고 있자니 너무 힘들었다. 나를 포함해 가족 4명이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밀레이 극우 정부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며 취임 후 여성, 젠더, 다양성을 담당하는 부처를 폐쇄했다. 그리고 기업을 위한 366개 규제 철폐 ‘메가 대통령령’과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침해하는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 처리를 추진하자 1월 24일 파업이 일어난 것이다. 임신중지 불법화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야간조 근무를 마치고 시위에 나온 간호사 엘리자베스 구티에레즈는 “예전에는 일요일마다 고기를 먹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쌀마저도 매우 비싸다. 임대료도 올랐다. 더는 월급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활동가이자 미술 큐레이터 노동자 페데리카 바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의료에서 노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없애려는 극우파에 맞서 싸우고 있다. 저들은 우리가 불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이바나 우에즈는, 밀레이가 5살짜리 딸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딸을 데리고 나왔다며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이미지와 댓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현실이 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4/jan/24/argentina-strike-protest-javier-milei https://www.yna.co.kr/view/AKR20240125011800087 3.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에 수술 확인서 사라지나 앞으로 트랜스젠더는 성전환 수술(성확정 수술)을 받지 않아도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성별 정정은 트랜스젠더의 생존과 직결된 지점에서 여러 문제를 낳았다. 개중 지정 성별과 사회적 성별 간 불일치 등은 사회 전반의 차별과 혐오를 양성하는 핵심적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2021) 결과를 보면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57.1%)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해서 구직 공고에 지원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응답했고, 10명 중 3명(27.9%)은 의료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혐오로 의료기관 방문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제까지 대다수 재판부는 성별 정정을 위해서는 성확정 수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성확정 수술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비 부담이 크다. 시민단체 성소수자부모모임이 발간한 '트랜스젠더 성확정 수술을 위한 의료 정보 가이드북'에 따르면 지정 성별 여성의 10명 중 4명은 성확정 수술을 받기 위해 6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소비했다. 수술비용은 수술부위와 의료기관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서 최저 300~6,000만 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성확정 수술은 트랜스젠더 개인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성확정 수술을 받은 이들의 절반 이상(52.4%)이 합병증 및 부작용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30대 후반의 트랜스여성은 장 폐색을 겪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법률신문>에서 보도한 대법원의 성확정 수술 증명서 제출 요구사항 폐지 검토에 대해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비쳤다. 성확정 수술 확인서 요구는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일본이나 2011년 독일에서는 일찍이 성확정 수술이 건강권 침해와 같은 사유로 성별 변경 신청 필수 요건에서 배제되었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4611 4. 성소수자 차별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건강 해쳐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1,600명 이상의 트랜스 여성을 대상으로 한 2년간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고용과 주택에 대한 차별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고용 및 주택에 대한 차별이 HIV감염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흑인과 라틴계 트랜스 여성은 HIV감염과 에이즈가 불균형적으로 높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보였다. 그리고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간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42%는 해고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14%는 주택 계약을 거부당했다고 답했다. 성별확정치료가 보장되지 않는 주에서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주보다 두 배나 높았다. 이를 연구한 결과 트랜스 여성들이 의료 서비스와 HIV예방약(PrEP)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차별’임이 드러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거와 의료 서비스 부족은 취업을 어렵게 하면서 소외된 여성을, 건강을 해치는 환경으로 내몬다. “고용 차별은 빈곤, 의료보험, 장애, 굶주림(불안정한 음식 섭취), 노숙, 수감, 생존을 위한 성 노동과 중첩적으로 발생한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트랜스젠더 여성이 취업을 거부당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악순환을 초래한다”. 아울러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건강 불평등에 구조적 인종차별이 기여한다”고도 밝혔다. 해당 조사 및 연구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부당한 대우에 대한 걱정 없이 존엄하게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결론지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pinknews.com/2024/01/25/trans-woman-risks-health/ 5. 전 지구적 성별격차, 불과 6년 만에 나타난 또 다른 양상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운 젠더격차 현상이 전 세계에 부상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칼럼은 30대 미만 여성의 경우 진보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지만 30대 미만 남성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등 성별에 따라 정치적 성향에 대해 큰 차이를 보인다는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모든 대륙의 국가에서 젊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념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18~30세 미국 성인들은 남녀가 진보적 세계관과 보수적 세계관을 거의 비슷하게 갖고 있었지만 현재는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답한 18~30세 여성이 동년배 남성보다 30%포인트 더 많았다. 칼럼은 "이 격차가 벌어지는 데는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러한 성별격차가 극심한 국가로 한국을 사례로 들며, "서양 바깥에는 더 극명한 분열이 존재한다"며 "한국에서는 현재 젊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심각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성별에 따른 정치적 성향의 격차가 30%포인트 수준인 반면 한국은 50%포인트 수준에 달한다. 한국의 이러한 젠더격차에 대해 "미투 운동은 오랫동안 이어진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적 가치관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계기였다"며 "특히 성 불평등이 극심하고 노골적인 여성 혐오가 만연한 한국에서 이 운동의 불씨는 더욱 활활 타올랐다"고 분석했다. <참조 기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97352&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6. 이미 간접 증거가 확인된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태아산재 2021년 태아산재법(산업재해 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임신 중인 노동자가 건강에 해로운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자녀에게 선천성 질병이나 장해가 발생하면, 해당 자녀를 산재 피해자로 보는 내용이다. 지난 2023년 1월 시행 이후 6건의 신청 건수 가운데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건 모두 4건이다. 이 중 임신 중 투석액 혼합 작업을 하다 선천성 질병을 가진 자녀를 출산한 간호사 사례에 대해 처음으로 태아 산재를 인정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7∼11년 근무하다 선천성 질병(식도 폐쇄증, 달팽이관 협착, 콩팥과 방광 등에 선천성 기형)을 가진 자녀를 출산한 노동자 3명이 2021년 5월 제기한 건에 대해서도 이르면 다음 달 산재 인정 여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역학조사를 진행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역학조사보고서에서 “(선행 문헌에서) 반도체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근로자에게 자녀의 선천성 기형 위험이 증가한다는 간접적 증거는 확인”됐다며 “특히 2010년 이전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더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25497.html -
[2024 정세토론회] 갇히지 않는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제아래에서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트랜스여성도 병역의무’ 부여하려고 판정기준 낮추려는 국방부1. ‘트랜스여성도 병역의무’ 부여하려고 판정기준 낮추려는 국방부 국방부가 트랜스여성(MTF) 에 대해 병역판정 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국방부가 입법 예고한 ‘병역판정 신체 검사 등 규칙’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잘 드러난다. 신체검사 현행 규칙상 트랜스여성은 6개월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았을 경우 5급으로 분류되어 면제를, 치료 기간은 6개월 미만이더라도 향후 관찰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재검사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호르몬치료를 6개월 이상 규칙적으로 받지 않은 트랜스여성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게 된다. 군 구성원 간 성소수자 차별/혐오 인식이 여전한 데다 트랜스여성이 군 내부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방안마저 부재하는 시점에 단순 외과적 치료 문제로 트랜스여성의 징병 기준을 환원하는 이 같은 결정은 상당한 비판을 사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군 복무 경험이 있는 트랜스여성의 84.8%는 복무 기간 동안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듣거나 공동샤워시설을 이용할 때 등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또 환경조건, 수술 필요성, 성별 불일치감(gender dysphoria) 등 여러 요건에 기초하여 더 복합적인 시선으로 트랜스여성에 대한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방부는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125074.html#cb 2. 일하다 다쳐도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는 청년 여성 노동자들 일하다 건강이 안 좋아진 청년 여성들에게 치료재활 등을 지원하고 있는 아름다운재단과 노동건강연대에서 ‘2023 청년 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 지원사업을 신청한 청년 여성 노동자 200명 가운데 산재보험으로 치료비를 해결한 이들은 3명에 불과했다. 산재신청을 해 본 경우도 6명에 그쳤고, 건강보험이나 개인보험, 자비로 병원비를 충당해 치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4분의 1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하여 치료나 요양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청년 여성 노동자들이 산재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서 응답자들은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몰라서’가 가장 많았다. 산재보험이 무엇인지 잘 모르거나, 해고나 불이익이 우려돼서라고 답한 경우도 많았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1151625001 3. 100 : 51, 구조적 젠더 불평등을 보여준 옥스팜 보고서 옥스팜이 1월 다보스포럼에 맞춰 발표한 ‘불평등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세계 최상위 부유층 남성 5명의 자산이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세계 인구 60%에 해당하는 50억 명은 더 가난해졌다. 남성의 자산은 여성보다 105조 달러 많았는데 그 차이는 미국 경제 규모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옥스팜은 보건사회 부문의 여성 노동자가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 CEO의 1년 평균소득만큼 벌려면 1,200년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세계 1,600개 대기업 중 0.4%만이 공개적으로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했고, 젠더평등에 대한 공개적 약속을 한 기업은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성별 임금격차로 드러났다. 2019년 기준으로 여성은 남성이 노동 소득으로 1달러를 벌 때 51센트를 벌었다. 게다가 법인세율을 3분의 1이나 줄인 기업의 조세 감면과 탈세, 기업의 이윤을 우선한 공공 부문 민영화 정책이 여성에게 교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 제공 기회를 빼앗고, 무급 돌봄노동의 비중을 늘려 타격을 입혔다. 또 “가장 부유한 1%가 가장 가난한 50%보다 2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강화되는 기후 위기도 여성, 특히 가난한 여성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했다. 옥스팜은 “저임금은 많은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빈곤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끊임없는 성별 임금격차와 과중한 무급 돌봄 부담은 여성을 체계적으로 착취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옥스팜 보고서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불평등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젠더평등을 위한 투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views-voices.oxfam.org.uk/2024/01/100-trillion-gender-wealth-gap-davos-economy-for-women/ https://www.industriall-union.org/fighting-for-gender-equality-in-an-increasingly-unequal-world 4. 육아휴직, 기업 5곳 중 한 곳은 여전히 ‘그림의 떡’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들이 잇달아 발표, 도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 5곳 중 한 곳은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2.5%였다. 27.1%는 ‘필요한 사람 중 일부가 사용 가능하다’고, 20.4%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나 보이지 않는 ‘문턱’도 여전하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5∼9인 사업체는 47.8%에 불과했다. 여성의 출산 전후 휴가·배우자 출산휴가·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 활용도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가 컸다. 제도 활용이 낮은 이유로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42.6%로 가장 많았다. 인력이 적은 사업장일수록 육아휴직을 떠났을 때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뒤이어 ‘직장 분위기’(24.2%), ‘대체인력 구인 어려움’(20.4%), ‘추가인력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12.8%) 순이었다.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감소도 주된 원인이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상한 150만 원/ 하한 70만 원)다. 승진 지연과 보직 제한 등 각종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컸다.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해야 하지만 조사 대상 사업체 중 30.7%만 휴직 기간 전체를 승진 소요기간에 산입했다. 23.7%는 일부만 산입, 45.6%는 산입하지 않았다. <참조 기사>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40121500047 5. 카자흐스탄 여성활동가, 정부의 탄압으로 투옥 위기 카자흐스탄 젠더폭력 대응 단체인 ‘침묵하지마라(nemolchi)’의 대표이자 여성평등을 위해 싸우는 활동가 디나 스마일로바가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 지원 모금에 범죄협의를 씌우는 등 6건의 소송과 국제수배자명단 신청을 결정함에 따라 투옥 위기에 처했다. 스스로가 집단 강간 피해 생존자이기도 한 디나는 이미 2021년부터 카자흐스탄에 머물지 못하는 신세로 현재 제3국에 망명을 신청 중이다. 디나는 이 탄압이 “정부의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은 여성 억압이 강한 사회다. 그런데 지난 11월 한 주 동안에는 전 경제부 장관이 아내(31세)를 구타해 살해하는 등 여성살해가 3건이나 발생했고, 경찰에게 강간당한 3명의 여성이 젠더폭력을 폭로하면서 가부장적 권력의 통제와 침묵의 빗장이 풀렸기 때문이다. 구조적 젠더폭력에 대한 여성뿐 아니라 사회적 공분이 커지며 정부는 한편에서는 대중적 분노를 잠재우려 무언가 ‘하는 척’하지만, 정작 적극적으로 젠더폭력에 저항하는 운동에 대해서는 탄압을 강화하며 여성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서는 매년 400명 이상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 중 40%만이 기소된다. 사법부는 가정폭력과 관련된 소송의 절반을 ’화해‘로 종결시킨다. 경미한(?) 젠더폭력 피해는 범죄로 처벌조차 하지 않는다. 여성은 구타, 강간, 살해당하고 있지만 대부분 ‘침묵’을 강요당하고, 심지어 여성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거나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며 비난받는다. 경찰과 고위 관료, 권력자들은 구조적 폭력을 재생산하고 범죄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카자흐스탄인 인권, 여성활동가들은 계속 구조적 변화를 촉구하며 활동가에 대한 탄압에 맞서고 있다. 여성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국제 여성단체 ‘Equality Now’도 디나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최근 극장가에서 젠더폭력과 이를 은폐하는 부정한 정경유착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Dastur)가 대중적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equalitynow.org/news_and_insights/womens-human-rights-defender-faces-imprisonment-in-kazakhstan/ https://vlast.kz/english/57605-its-important-to-talk-about-violence-against-women-and-demand-change.html -
UBC울산방송은 이산하 아나운서 노동자성 온전히 보장하라!2024년 1월 18일 오전 11시 울산 민영방송사인 UBC울산방송 앞에서, 프리랜서였던 이산하 아나운서가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한 후 3년간 자행된 사측의 탄압과 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산하 아나운서 노동자가 1월 15일부터 1인시위를 시작하면서 급하게 잡힌 일정이었지만, 울산에서 처음으로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선언하는 자리에 당사자 노동자들과 ‘엔딩크레딧’,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민주노총법률원울산사무소, 노동당울산시당, 노동자혁명당(준), 울산비정규직센터, 사회주의를향한전진울산지역위원회 동지들이 참여했다. UBC울산방송은 다른 방송미디어 자본과 마찬가지로 아나운서, CG, 카메라, 음향, 작가, 기자 등 모든 방송노동자를 계약서도 없이 프리랜서나 용역, 파견 등 비정규직으로 소모품처럼 쓰고 버려왔다. 2015년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산하 노동자는 정규직과 다를 바 없이 일하다 2021년 4월 갑자기 해고당했다. 지노위와 중노위가 이산하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나서야, 즉 이산하는 UBC울산방송이 고용한 정규직이라고 인정하며 해고를 부당하다고 판정해 연말에 복직하고서야, 이산하는 ‘노동자’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행정법원도 부당해고라 판정했다. 하지만 UBC울산방송 사측은 이후 3년간 막말은 기본이고, 다른 정규직 노동자와 다른 차별계약서를 내밀고, 프로그램 폐지, 업무축소와 임금삭감, 편집요원으로 부당전보 등 견디기 힘든 괴롭힘과 따돌림, 갑질을 해댔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이산하 아나운서가 용기를 내며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과 함께 연대를 타전했고, 울산 몇 개 단체가 급히 기자회견을 꾸리며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산하 아나운서는 “무늬만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처럼 온갖 방송업무를 다 시키더니 근로자로 인정받은 지금, 제 자리는 없다고만 말합니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당한 일을 겪어도 말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부당한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오히려 보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방송국은 정의를 말하는 곳이고, 저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 보장뿐 아니라, “모두가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이 일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정말 바랍니다”라고 외쳤다. 이산하 아나운서 승소 이후, UBC울산방송은 계약서 없이 오랫동안 부려 먹은 프리랜서 중 10명 정도만 무기계약직으로, 그것도 노동조건을 개악해 전환했다. 그리고 무기계약직 전환자 중 CG업무를 하는 손민정 노동자가 부당한 근로계약을 거부하자 또 탄압을 시작했다. UBC울산방송은 업무축소와 임금삭감 등을 자행하며 새벽 2시간 노동만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노동자 역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너무 억울해서 법으로라도 노동자임을 인정받으려고 했지만, 소송을 한다는 이유로 괴롭히고 보복 갑질을 합니다. (중략) 이산하 아나운서의 문제와 제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울산방송의 문제는 현재 전국의 방송 비정규직 프리랜서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거는 부정당하고 현재와 미래는 빼앗긴 기분이 듭니다. 방송 비정규직 프리랜서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저도 제자리에서 싸우겠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UBC울산방송뿐만이 아니다. 비정규직백화점이라 불리는 방송계 노동권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막을 갖지 못한 채 소송 등으로 저항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며, 방송사들이 ‘프리랜서’로 사용해온 아나운서, 작가 등 방송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최근 수년간 쌓이고 있다. 방송미디어 자본은, ‘정론직필’은 고사하고 ‘이윤’과 ‘권력’만을 탐하며 법원 판결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열을 조장하며 착취와 노동탄압에 열을 올린다. 이산하 아나운서와의 연대투쟁은 방송미디어 자본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이자,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지역 노동자 투쟁 과제로 세우는 소중한 싸움이다. 언론노조 산하 정규직노조는 외롭게 싸우는 이산하 노동자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러나 당사자 노동자들과 엔딩크레딧 등, 1월 18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투쟁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이산하 노동자의 투쟁은 전체 방송노동자 문제, 전체 비정규직노동자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에, 기자회견 참여 단위는 앞으로 지지모임 구성을 확대해 제안하며 1인시위 연대 등 다양한 투쟁을 모색하자고 결의했다. UBC울산방송은 부당전보 철회하고,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하라! 노동탄압 중단하고,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투쟁에 민주노조가 같이 나서자. [기자회견문] UBC 울산방송은 이산하 아나운서 부당 전보 철회하고 노동자성을 온전히 인정하라! 이산하 아나운서는 2015년 울산방송에서 일을 시작해 기상 캐스터, 아나운서, 라디오 진행, 취재기자, 행사 진행 등의 업무를 했고, 2021년 해고되었다. 일하는 동안 계약서를 한번도 쓰지 않은 울산방송은 해고할 때도 해고통지서조차 주지 않았고, 일할 때는 직원처럼 부리더니 자를 때는 프리랜서라며 모든 권리를 부정했다. 또한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소송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복직한 이산하 아나운서에게 3년째 단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했으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편집 업무를 하도록 부당인사발령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이산하 아나운서는 회사가 퍼뜨리는 악의적인 소문과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본인의 동의 없이 아나운서를 편집요원으로 업무 변경한 것은 소송으로 인한 보복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매우 부당한 처사이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에게 퇴사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국의 수 많은 방송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후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다. 얼마전에도 대법원이 KBS에서 일했던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방송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경력을 인정하지 않거나, 업무에서 배제시키거나,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차별하는 등 온갖 꼼수로 법을 어기고 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은 울산방송이 하루빨리 이산하 아나운서의 부당전보를 철회하고, 노동자성을 온전히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산하 아나운서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에 담당했던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울산방송의 통상근무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주 40시간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보장하며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여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울산방송은 더 이상 지역사회를 실망시키지 말고 이산하 아나운서 사안을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더 넓고 깊은 연대를 통해 방송계 비정규직의 실태와 현황을 밝히고, 더 많은 방송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싸워 나갈 것이다. 2024년 1월 18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3.8 여성파업 오픈마이크 든 여성 노동자들사진: 전병철 지난 1월 12일 명동 거리의 세종호텔 농성장 앞에 마이크가 하나 놓였다. 뒤편으로는 한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당신의 투쟁은 나의 투쟁, 세상을 바꿀 우리의 이야기’. 금요일 점심 무렵 명동을 바삐 지나가던 시민들의 시선이 흘끗 행사장으로 기울었다. 당신의 투쟁은 나의 투쟁, 이라는 문구를 소리 내 읽어보는 시민도 있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체제 아래 자본은 저임금, 고용불안, 가사·돌봄 노동의 전가 등으로 여성 노동자를 억압해 왔다. 이러한 억압은 물론 자본은 철저히 성별 이분법에 의해 노동자 대중을 갈라쳐왔다는 점에서 악질적이었지만, 구조적 문제를 여성 노동자 개개인의 것으로 치부하여 은폐해 왔다는 점에서 더 악질적이다. 따라서 3.8여성파업조직위가 고른 것은 열린 마이크였다. 각자 집과 일터에 깃들어있던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개인의 역사를 곧 여성 파업의 계기로 끌어내기 위해 창구를 열기로 한 것이다. 사회는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의 허지희 조합원이 맡았다. 허지희란 이름 석 자를 빼놓을 수 없는 세종호텔지부의 조합원에서 여성 노동자 간의 이야기를 잇는 연결사로 잠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허지희 조합원은 “여성파업이란 단지 여성을 축하하기 위한 날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날”이라며 지금 싸우는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듣고 함께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마이크를 잡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이경화 경인지회장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야기했다. 12일을 기준으로 투쟁 72일 차를 맞은 이경화 지회장의 발언은 차분하면서도 사뭇 결연했다. 이 지회장은 “최저임금 받는 (국민건강보험센터) 노동자가 두 달 넘게 파업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더러 백칠십만 원이 아쉬워 그 고된 세월을 다 참아온 사람들이라 말하곤 한다. 회사가 말하지 않으니 보건휴가가 뭔지, 연차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아파서 열이 37도가 넘어도 참고 전화를 받았다”라며 고객센터 현장의 열악함을 묘사했다. 이 지회장은 또 “우리는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도 한다. 여성 노동자는 일터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한다”라며 “그런 노동자들이 72일간 투쟁을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아래 건보 투쟁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11월 1일 파업 들어가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나를 죽이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 적 있다. 지금도 그렇다”라며 노동현장에서의 노동과 가정에서의 무급가사·돌봄 노동, 정부의 젠더억압 정책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울러 이 지회장은 “그래도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이 마음은 바꿀 수 없다. 이미 내 옆에 2년 3년 같이 근무한 동료를 어떻게 버리나. 그래서 우리 투쟁은 계속되는 거다. 계속 투쟁 이어가겠다. 앞으로도 이 투쟁 계속될 거고 한 명도 안 버리고 전원 소속기관 전환되는 날까지 계속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세종호텔지부의 고진수 지부장은 “세종호텔 안에도 많은 부분이 여성 노동자에게 할당되고 있다. 2000년대 호텔 파업 이후 가장 먼저 비정규직화된 계층이 여성 노동자”라며 성별에 따라 불평등한 호텔산업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계속해서 “세종호텔지부는 마음만 먹으면 노동자들을 언제든지 비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본에 맞서 싸워왔다”며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이 상시 대체될 수 있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파업이 중요하고, 진짜 여성 총파업으로 가는 그 길에 저희도 최선을 다해 역량을 보태겠다”라고 연대의 말을 건넸다. 고공농성에 들어간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도 이날 전화 연결을 통해 등장했다. 소현숙 동지는 추운 겨울 고공농성이라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투쟁의 인사를 전하고는 “위에서 투쟁을 한다는 것도 아래에서 하는 것과 똑같다”라며 “고용승계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계속해서 박정혜 동지는 정리해고 전 기억을 반추하며, “저희 사업장에서도 남성보다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았다. 돌이켜 보면 당시 힘쓰는 일은 남성 노동자가 하고, 청소 같은 잡다한 일들은 여성 노동자가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여성 노동자들도 다 할 수 있는데 그걸 따지지 못하고 그냥 했다는 점에선 문제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동지는 “이 높은 곳에 고립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라며 “세상 모든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일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고 연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역시 굳세고 힘찬 목소리로 마이크 앞에 섰다. 톨게이트지부는 구성원 절대다수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조합이다. 노조 활동으로 인한 부당해고에 맞섰던 서산 톨게이트 투쟁, 그리고 이후 천여 명으로 확대되었던 도로공사 투쟁 승리의 기억을 되짚은 박순향 동지는 “그러나 직고용을 쟁취한 지금도 싸우고 있다. 도로공사 최초로 파업도 해봤고, 최초로 작업중지도 해 봤다. 이 작업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우리 스스로 작업 중지를 한 거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모든 힘은 투쟁에서 나왔다”라며 여전히 투쟁하고 있는 톨게이트지부의 소식을 전했다. 이어 박 지부장은 “우리는 직고용됐지만, 업무나 임금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도로공사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중이다. 그러나 계속 이기고 쟁취해 나가고 있다. 정규직됐다고, 직접고용됐다고 끝난 거 아니다. 아직 자회사에 남은 오천 명은 무인기로 인력이 대체된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혀 있다. 이 노동자들과도 함께 싸울 필요성을 느낀다”라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과 단결을 강조했다. 건강보험고객센터 서울지회 양명주 조합원은 “저는 그 유명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노동자)였다. 전업주부로 지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입사한 지 만 13년이 지났다. 고객센터와 말 그대로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러나 입사 초기랑 지금이랑 급여 변경이 없다”라며 노동가치가 평가절하된 여성 다수 사업장의 현실을 공유했다. 건강보험고객센터 서울지회 장원웅 조합원은 “제가 투쟁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다”라며 “가장 중요한 주소, 이름 같은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우리가 하청노동자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공단은 지금 면접과 시험이라는 협박으로 우리를 흔들고 있다. 자식뿐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도 잃을 수 없다. 공단은 계속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화에 임하라. 이 세상 모든 여성 노동자의 노동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우리는 투쟁하겠다”라며 투쟁의 결의를 전했다. 사진: 전병철 마지막 발언은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맡았다. 그는 “인권이든 여성이든 다 뒤로 가고 있는 시대”라며 “아이슬란드에서 실시된 여성파업 당시 여성 노동자 90%가 참여했다. 파업의 위력은 신문조차 발행이 안 될 정도였다. 유치원, 학교는 물론이고 공장도 가동되지 않았다. 이후 5년 뒤 아이슬란드에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게 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구미 KEC 사례를 봐도 그렇지만 한국 자본주의 사회는 성별이분법을 착취의 도구, 노무 관리의 수단으로 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운동 따로, 노동운동 따로인 경우가 너무 많았다”라며 “성별을 떠나 노동자는 페미니즘에 관심 없었고 페미니스트들은 노동에 관심 없었다. 여성파업이 이 같은 이분법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오픈마이크 행사는 발언 외에도 김지은 녹색당 대외협력국장과 정서영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활동가가 진행한 3.8 여성파업조직위 5대 요구안 퀴즈,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꼴찌밴드’의 공연 등 다양한 기획으로 풍성하게 이어졌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노동현장에서의 분업, 가정에서의 가사·돌봄노동 전가로 인한 어려움, 저임금 등 여러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겪는 수많은 어려움이 생생한 발언으로 쏟아진 이날 오픈마이크 행사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당신의 투쟁’을 곧 ‘우리의 투쟁’으로 만들겠다는 3.8 여성파업의 마이크는 아직 꺼지지 않은 채 여성 노동자 앞에 놓여있다. 오는 3월, 이 마이크가 다시 한번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는 창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