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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ment] Israel and the United States must stop their genocidal plans against Palestinians immediately!Since the October 7th surprise attack by Palestinian fighters in Gaza, Israel, with the full backing of the United States, has declared a brutal genocide against the Palestinian people. Israeli Prime Minister Netanyahu has called up 300,000 reservists to wage a "ruthless war," and U.S. President Biden has repeatedly pledged full political and military support for Israel. We firmly demand that Israel and the United States immediately stop this unscrupulous and brutal genocidal plan. They call this attack as "unacceptable terrorism," emphasizing the large number of Israeli civilians attacked and killed in the Hamas-led attack. But Israel has routinely attacked and killed far more civilians over the past several decades, ousting, imprisoning, discriminating, and oppressing millions of Palestinians. The U.S. has also consistently supported Israel's systematic racism, characterized by violence and murder, for decades to use Israel as a tool to maintain its imperialist global hegemony in the Middle East and around the world. Israel and the United States have no right or justification to talk about "civilian casualties.” They are the ones who caused this tragedy. Look at their shameless hypocrisy as they talk about "civilian casualties" and then plot a "civilian genocide" of even greater magnitude! We fully support the right of the Palestinian people to revolt against national oppression. We also fully support their right to engage in armed struggle against the bayonets of their oppressors. However, we never agree with attacks and abductions of civilians. We clearly criticize the methodology of Hamas in this respect, but at the same time we firmly support the Palestinian people's right to resist against national oppression and their right to engage in armed struggle. What are the alternatives to end this tragedy? Neither "Zionism," which is obsessed with expanding settlements in hopes of driving out all Palestinians, nor "Islamic fundamentalism," which denies the very existence of Israelis and targets civilians, can end this tragedy. History has shown that the "two-state solution" of establishing separate states for Israelis and Palestinians will never work if Israel's oppressive rule remains in place. We believe that the only solution is a single Palestinian-Jewish socialist republic in which Palestinians and Jews live in equal and peaceful coexistence. Such a republic can only be realized by overthrowing the Israeli oppressive regime through working-class internationalism that transcends the ethnic barriers of Palestine and Jew. The suffering of Palestinians may seem far away, but it's all around us. Excavators manufactured by HD Hyundai Construction Equipment were used by the Israeli army to destroy Palestinian homes and buildings in the West Bank. The West Bank was seized from Jordan by Israel in the 1967 Six-Day War, and the eviction of existing residents from militarily occupied land and the resettlement of new residents is a clear war crime in direct violation of the Geneva Conventions. Let's raise the voices of Korean workers and demand that HD HCE immediately end its war criminal business practices! In the face of tense developments that are shaking the world, we demand the following: = Israel and the United States must immediately stop their genocidal plans against Palestinians! = We fully support the resistance of the Palestinian people against national oppression! = Supporting the struggles of the peoples of the world against imperialist oppression, Let’s vigorously build international solidarity of the working class! 2023.10.10. March To Soci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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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량학살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10월 7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폭적인 후원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잔인무도한 대량학살을 공언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무자비한 전쟁”을 치르겠다며 3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했고,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그런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인 정치적·군사적 지원을 거듭 약속하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 파렴치하고 잔인무도한 대량학살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단호하게 요구한다. 저들은 하마스가 주도한 이번 전투에서 상당수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공격받고 희생된 것을 부각시키며 ‘용납할 수 없는 테러’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축출하고 감금하고 차별하고 탄압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훨씬 더 많은 민간인들을 상시적으로 공격하고 학살해 왔다. 또한 미국은 중동과 세계에서 자신의 제국주의 세계패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스라엘을 활용하기 위해 폭력과 살인으로 점철된 이스라엘의 체계적인 민족차별을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에게는 ‘민간인 희생’을 입에 올릴 어떤 자격도 정당성도 없다. 저들이 바로 이 비극을 불러온 장본인들이다. ‘민간인 희생’을 말하면서 다시 더욱 어마어마한 규모의 ‘민간인 대량학살’을 획책하는 저들의 뻔뻔한 위선을 보라!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민족적 압제에 맞서 저항할 권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지배자들의 총칼에 맞서 무장투쟁에 나설 권리 또한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과 납치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하마스가 주도하는 투쟁 방법론을 명확히 비판하지만, 동시에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적 압제에 맞서 저항할 권리, 무장투쟁에 나설 권리를 확고하게 지지한다. 이 비극을 끝장낼 대안은 무엇인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다 몰아내겠다며 정착촌 확대에 몰두하는 ‘시온주의’도, 반대로 이스라엘 주민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민간인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 ‘이슬람 근본주의’도 이 비극을 끝없이 지속시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각각의 국가를 분리해서 수립한다는 ‘두 국가 해법’ 또한 이스라엘의 억압적 지배질서를 그대로 둔 채로는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역사가 보여준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유대계 주민들이 평등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하나의 팔레스타인-유대 사회주의 공화국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공화국은 팔레스타인과 유대의 민족적 장벽을 넘어선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를 통해 이스라엘의 억압적 지배질서를 타도함으로써만 실현 가능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과 건물을 파괴할 때 HD현대건설기계가 생산한 굴착기가 사용되었다. 서안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요르단으로부터 빼앗은 땅인데, 이와 같이 군사적으로 점령한 땅에서 기존 주민들을 퇴거시키거나 자국 주민들을 정착시키는 행위는 제네바 협약을 정면 위반하는 명백한 전쟁범죄다. 한국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힘을 모아 HD현대건설기계에게 전쟁범죄에 연루된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세계를 뒤흔드는 긴박한 사태전개 앞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량학살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 민족적 압제에 맞선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 제국주의 억압에 맞선 세계 민중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를 힘차게 건설해 나가자! 2023년 10월 10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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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넷 성명] 여성과 아동, 누구도 보호하지 못하는 ‘보호출산제’ 통과를 규탄한다10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되었다. 우리는 여성이 온전하게 임신의 유지와 중지를 결정하고, 안전하게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대안이 될 수 없는 이 법이 향후 아동과 여성의 삶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며, 끝내 이 무책임한 법을 몰아치듯 추진하고 결정을 내린 정부와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 법의 근간은 ‘익명출산제’에 있으며, 입양인 당사자와 아동 권리 단체, 미혼모 단체를 비롯하여 아동과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여러 단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익명출산제의 도입을 적극 반대해왔다. 뿐만 아니라 수차례 언급되어 왔듯, 이 법은 “익명 출산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고려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도 반한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국회에 서한을 보내 법 제정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모임넷)는 지난 7월 21일 “‘보호출산제’는 사회적 차별과 낙인, 민법 등 법과 제도상의 문제, 재생산권 보장이라는 근본적 대책은 외면한 채 익명 출산만을 개인의 선택지로 유도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며, “지금은 ‘보호출산제’가 아닌 안전한 임신중지와 출산, 양육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토록 수많은 우려와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전례없는 의지를 보이며 빠른 속도로 법안을 밀어붙였고, 국회는 충분한 토론도 거치지 않은 채 결국 법을 통과시켰다. 투표 결과 재적 인원 298인 중 64명의 국회의원이 기권을 표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법이 향후 여성과 아동의 삶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에 대해 고민과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무책임한 결정과 짧은 토론에 비해 이 법이 가져올 결과는 장기적이고 심각할 것이다. 그간 ‘보호출산제’의 도입을 주장해 온 이들은 이 법이 병원 밖 출산으로 인한 아동유기를 막고, 여성들에게 ‘숨겨질 권리’를 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정반대가 될 것이다. 익명출산제도의 도입은 가족과 사회, 성관계의 상대방으로부터 임신 사실을 숨기기를 요구받는 여성들이 익명 출산의 선택에 더욱 취약해지게 만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친생부모를 찾을 수 없는 아동이 더욱 많아지게 만들 뿐이다. 익명 출산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많은 여성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으로나 자기결정권에 있어서 더욱 취약한 위치에 있으며 자신의 의지보다는 출산 당시의 상황과 주변의 요구로 인해 익명출산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법안의 9조에는 “임산부가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자가 제1항에 따른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호자의 신청은 임산부의 신청으로 본다”라는 조항이 있어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조항으로 인해 상담 과정에서 당사자보다 제3자의 결정 권한이 더욱 크게 작동할 수 있으며, 지금도 이미 부모와 주변인에 의해 출산 포기를 요구받는 장애인과 청소년들은 자기결정권을 더욱 심각하게 침해받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국가가 제도를 통해 양산한 고아호적의 아동이 증가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익명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동은 지자체장이 창설한 성과 본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되며, 대부분의 경우 시설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시설에서 성장하는 아동의 삶에 대하여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들의 삶은 지금도 심각한 사각지대에 있다.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 보호시설에서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 중 절반은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보호출산제’로 태어나 살아가게 될 아동의 삶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유기되는 아동과 여성의 권리를 고려한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위기 임신’ 상담과 ‘보호출산제’가 아니라, 진정 여성이 자신과 자녀의 삶을 고려하여 임신의 유지와 중지를 결정하고, 출산 후에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나 낙인과 차별 없이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임신중지에 대한 제약으로 임신중지의 시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 경제적 여건과 주변의 압력, 자신과 아이가 겪게 될 차별과 낙인으로 인해 출산 후 앙육을 포기하도록 내몰렸던 여성들의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법은 통과되었지만 우리는 익명 출산이 대안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위기임신·출산’의 상담이 아닌 모두에게 포괄적인 상담과 교육,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임신중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결정이 늦어지지 않도록 보건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양질의 안전한 약물과 시술, 건강보험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해나갈 것이다.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관계의 단절로 양육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양육과 돌봄의 관계망 확대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며, 주거/고용/노동/학업 등에 대한 연계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할 것이다. 임신의 유지와 중지, 출산 양육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불평등과 차별, 낙인을 없애나가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을 것이다. ‘보호출산제’ 법안을 추진한 보건복지부와 이를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이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23년 10월 10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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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돌봄 위해 7번째 파업 나서는 오대희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장사진: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밥을 해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이동하는 일을 비롯해 사람의 생존과 일상을 위해 필요한 노동. 보통이면 ‘여자의 일’이라고 불리는 이 노동을 십 년 넘게 했던 남성이 있다. 오대희 서울사회서비스원 지부장이 바로 그다. 사회가 여성에게 떠맡긴 노동을 시장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팔리는 돌봄노동에도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내내 매겨 왔던 ‘여자의 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즉, 하찮은 일로 취급하거나 때로는 ‘사랑’이나 ‘봉사’란 이름으로 추켜세우며 푼돈에 지나지 않는 임금을 당연시했다. 그래서 오대희 지부장은 장애인 이용자의 일상과 생존을 지켜내면서도, 늘 낮은 임금 단가에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에서 장시간 노동을 밥 먹듯 했다. 이는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 100%, 요양시설 99%, 유치원 70%, 어린이집 77.3%를 차지하는 민간 돌봄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의 이야기다. 다수 사회서비스 영리기업은 국고에 빨대를 꽂고 이용자에게는 불안정한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노동자에게는 희생과 저임금을 강요하며 수십 년간 ‘돌봄 장삿속’을 채웠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사회서비스원이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공약했고 17만 개의 일자리를 약속할 만큼 공공돌봄에 힘을 싣는 듯했다. 시장과 서비스자본에 맡겨 온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장애인 활동지원을 비롯해 돌봄을 돈 주고 사야 하는 상품이 아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한다는 골자였다.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양질의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다는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사회서비스원은 한국전쟁 후 해외 원조에 근거해 원형이 만들어진 민간 중심 사회복지체계가, 노무현 정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과 바우처제도와 함께 한층 시장화된 후 최초로 만들어진 공공돌봄 기관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있었다. 그렇게 2019년 3월 대구와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4개 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의 간판이 달렸다. 또 2021년 9월 24일 사회서비스원법주)이 제정되었고, 특히 서울에서는 돌봄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고 월급제를 시행하는 성과도 올렸다. 주)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근거법 사진: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그러나 처음부터 사회서비스원의 행보는 삐그덕거렸다. 애초 ‘공단’이란 이름은 업계의 반발 때문에 ‘원’으로 바뀌었고, 사회서비스원 설립 보조금을 국고로 지원했지만, 운영예산은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뒀다. 또 원래 계획했던 정원을 대폭 줄이는가 하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외 사회서비스원 일자리는 모두 비정규직에 저임금이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초기에 서울시가 최대 200명까지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고용 인원은 50명이 채 되지 않았고, 이후에 단 한 명도 늘지 않은 채 정원만 대폭 줄어들었다. 전국에서 약 10만 명의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일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였다. 서울사회서비스원(서사원) 임금 역시 190~2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중 가장 낮은 금액이다. 그래도 오대희 지부장은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이 일궈 온 성과가 적지 않은 게 자랑이다.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그동안 들쭉날쭉했던 돌봄서비스에 체계와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누구라도 적정한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는 표준을 만들어냈다. 또 코로나19와 질병, 사고 등 위기 상황에서 돌봄이 절박한 시민들을 위해 긴급돌봄이란 서비스도 고안해냈다. 오대희 지부장 스스로도 노조에서 활동하기 전인 2020년 6월 홀로 자가격리 생활을 해야 했던 중증장애인과 14일간 한집에서 동거하며 활동보조를 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도 서사원의 긴급돌봄제도 때문이었다. 지금도 서사원 노동자들은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민간 서비스자본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좀처럼 찾지 않는 가장 열악한 조건의 이용자들을 돌본다. 그래서 서사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 열악해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서사원 노동자의 노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노조는 돌봄 분야에서 전에 없던 수준의 단체협약과 내규, 노조 체계를 만들어 냈다. 또 직장 내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 노동자를 위해 끊임없는 목소리를 내왔다. 2021년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임금체계에 대한 진정’도 진행했다. 돌봄노동자의 성별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인 저임금은 성차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정부의 홀대 속에서도 첫 공공 돌봄기관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사회서비스원과 여성가족부 해체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사회서비스원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애초 윤 대통령의 복지공약은, 미진하기는 해도 공공돌봄에 힘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5일 안상호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현금 복지는 일을 할 수 없거나 해도 소득이 불충분한 취약계층 위주로 내실화하고, 돌봄·요양·교육·고용·건강 등 복지 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을 민영화로 틀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올 5월 31일 ‘사회서비스의 고도화 방안’이라는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고 중앙과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복지사업을 통폐합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러한 윤석열 정권의 기조에 발맞춰 사회서비스원은 급속도로 와해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문을 열었던 대구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 9월 1일 지역 여성가족재단과 평생학습진흥원, 청소년지원재단과 함께 행복진흥원이라는 기관으로 통폐합됐다. 이어 울산사회서비스원은 여성가족개발원과 통합되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개편됐다. 충남은 지역 사회서비스원, 여성가족연구원, 청소년진흥원을 통합해 충남여성가족청소년사회서비스원으로 개편했고, 광주광역시는 사회서비스원과 복지연구원을 ‘광주사회서비스원’으로, 대구는 대구사회서비스원, 대구평생학습진흥원,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청소년지원재단 4곳을 대구광역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합쳤다. 사회서비스원 개원을 추진하던 경북도는 아예 계획을 취소했다. 사진: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심지어 지난 8월,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전국 16개 시도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금을 전액 삭감했다. 또 지난 9월 초에는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을 내고 “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 대신 “민간 사회서비스 지원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종사자를 직접 채용하고 가급적 월급제를 우선”한다고 했지만, 올해는 “직접 채용(정규직, 비정규직 포함)”이라는 문구만 남겼다. 이미 지자체에서는 사회서비스원 통폐합과 더불어 예산삭감을 명분으로 한 사회서비스원 사업 축소와 해고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이 무너지는 사이 줄곧 성장하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가사돌봄서비스 ‘시장’이다. 정부는 전면적 개방과 함께 가사돌봄서비스 시장화를 가속하고 있다. 애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꺼낸 ‘월 38만~76만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발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저출산’ 대책을 말하며 힘을 싣더니,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 9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고령화 지역과 인구절벽 지역에서 일정 기간 요양보호사로 일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영주권 부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민간 돌봄 자본의 이윤을 위한 조치다. 정부는 돌봄서비스 시장화로 공공돌봄을 해체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초과착취를 가능케 함으로써 전체 돌봄노동자들의 임금을 하향평준화해 서비스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공공 돌봄을 전면 확대해도 모자랄 이때, 정부 조치는 저출생 위기와 돌봄 위기를 확대할 뿐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돌봄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민간 중심인 돌봄서비스를 더 영리화·산업화하고, 저임금 이주노동자 고용을 확대해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내려 돌봄 자본의 이윤을 늘리는 데 초점이 있다. 정부는 이용자의 권리나 노동자의 노동조건에는 관심이 없다. 공적 돌봄 축소와 돌봄 시장화 확대의 피해는, 돈을 들여 돌봄 필요를 충족해야 하는 노동자계급에게 돌아간다. 또한 그렇지 않아도 여성 다수가 무급으로 돌봄노동을 떠맡는 상황에서, 돌봄의 상품화·시장화 확대는 더 많은 여성에게 무급 돌봄노동을 강요할 뿐이다. 이는 윤석열 정권의 여성가족부 폐지 및 가족주의 정책 강화 방침과도 맞물려 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돌봄 정책은 노동자계급 여성에게 더 열악한 조건에서, 더 많이 일하는 와중에도, 더 많이 낳으라는 강요일 뿐이다. 정부가 의도하는 노동시간 확대 역시, 기업 이윤은 확대하고 노동자계급 여성은 더욱 쥐어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들에게, 사회서비스원은 애초 있어서는 안 될 기관이었다. 사진: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공공돌봄의 최전선, 서울사회서비스원 그래서 사회서비스원은 윤석열 집권 후 공공돌봄을 둘러싼 전투의 최전선이 됐다. 그중 최대 격전지는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서사원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2022년 11월 행정감사에서 일부 시의원이 제기한 ‘인건비에 비해 서비스 품질이 부족하고, 병가를 과다 사용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근거로 12월 16일 최초 출연동의안 210억 원에서 142억 원을 삭감하고(서울시 42억 원, 서울시의회 100억 원), 촉탁직 재고용 약속 파기, 방문요양보호사 월급제에서 시급제로 전환, 병가 70% 사용 등 임금 삭감과 심각한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했다. 이어 4월 17일에는 ‘자체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서사원이 어린이집을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각 자치구와 협의해 순차적으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정했다. 또한 8월 말 서울시는 △월급제 대신 성과급제 도입 △조직과 인력 통폐합 △민간과 중복되는 사업 중단 및 △민간 지원 강화 신규사업 추진 등 개악안을 ‘혁신안’이라고 발표하고, 이를 10월까지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혁신안이 통과되면 현 1일 8시간, 1주 5일 40시간, 야간업무 배정 시 노사협의 필수의 노동조건은 ‘24시간 근무체계 동의’로 바뀐다. 최장 2년까지 가능한 질병휴직 기간 중 기본급 100% 지급 기준 역시, 1년 이하 휴직 시 통상임금 70% 지급, 1년 초과 2년 이하 시 50% 지급, 그 이후는 무급으로 전환된다. 그나마 이는 단체협약상 제1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 동의 없이 추진될 수 없다. 나아가 서사원은 이미 위탁운영 중인 어린이집 7곳 중 송파든든어린이집 위수탁을 지난 9월 해지했다. 서울시는 애초 25개 자치구에 공공돌봄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었지만, 현재 12개 센터마저 5개 센터로 축소한다는 방침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3월 말 서사원 1호이자 장기요양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방문간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온 간호특화형 재가센터인 성동센터의 임대차 계약종료를 결정하며 유일한 공공통합돌봄기관마저 폐원해버렸다. 더구나 공공돌봄에는 아무런 전문성도 없이 오세훈 시장 보좌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지명된 황정일 전 대표는 애초 ‘돌봄종사자 처우개선에 직을 걸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산 삭감에 일조하는 한편 단체협약마저 해지하고 사퇴해버렸다. 이미 서사원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명이 넘게 퇴사했다. 정원은 572명이지만, 9월 말 현재 390명만 일할 뿐이다. 노동조건 악화와 고용불안, 임금 하락과 희생 강요로 벌어진 일이다. 이중 행정·서비스직을 제외하면, 전문서비스 현장직으로는 고작 요양보호사 190명, 활동지원사 40명, 보육교사 80명만 일하고 있다. 서울시가 돈이 없어 서사원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적으로 최근 서울시는 보육사업에 약 2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사원에 대한 언급이 없음을 고려하면, 세금으로 조성된 이 막대한 금액을 모두 민간, 그것도 대부분 영리기업에 지원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대희 지부장은 “처음부터 저들은 서사원 해체라는 그림을 들고 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서울시의회를 동원하고 언론플레이를 했다. 황정일 전 대표는 저임금 중년 돌봄노동자들로 구성된 지부를 ‘돌봄계의 삼성’이라 부르며 귀족노조 프레임을 씌웠다. 또 노조를 4개나 만들어버렸다. 그 와중에 서비스연맹 돌봄노조가 후퇴한 단체협약을 수용해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황정일 전 대표가 사퇴한 지금은, 대행체제 속에서 아예 서사원을 무력화하고자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7번째 파업 나서는 돌봄노동자들 그래서 오대희 지부장은 김정남 사무국장과 함께 서울 구석구석을, 동네방네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돌봄노동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스스로 노동자라는 것을 깨닫게 해드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한다. 집에서는 무급으로 돌봄노동을 하고, 사회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저임금 돌봄노동을 하다 보니, 대부분 선의 이상의 노동자 권리의식을 가지기 어려웠던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년 여성이 대부분인 돌봄노동자들은 대가보다 ‘희생정신’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오 지부장은 “그것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만 하는 민간의 방식”이라며 “공공에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며 이용자의 권리를 함께 지킨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조직된 서사원지부는 이미 공공돌봄을 지키기 위해 온갖 투쟁을 일궈 왔고, 투쟁의 반향도 컸다. 올 초 수백 명의 서사원 이용자와 보호자들은 서사원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서명을 냈고 헌법소원심판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7월 초 노동자와 이용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서울시에 공청회를 요구하는 서명에도 금방 6천 명이 참여했다. 서사원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운영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조직했다. 수많은 기자회견을 비롯해, 파업도 지금까지 6차례나 진행했다. 최근에는 서사원 존폐 문제를 여성 의제로 정치화하고 공동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공청회’에도,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 해고 노동자 복직 투쟁에도, 기후정의행진에도 참여해 서울시의 현실을 폭로하고 페미니스트들의 연대를 조직했다. 서사원 투쟁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자 선언도 조직해냈다. 내년 3.8 국제 여성의 날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여성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오대희 지부장은 서사원이 공공돌봄을 위한 발판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서사원이 중요한 이유는 월급제 기반 직접고용 사회서비스원이기 때문이다. 경기에도 있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 명 되지 않는다. 우리가 승리해야 전국적인 공공돌봄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공공돌봄, 서사원은 그 발판이다. 4년간 쌓은 경험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서사원이 없어지면 다 사라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을 비롯해 노동자계급 모두의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여성과 노동자계급이 이 싸움에 나서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지금 오 지부장은 10월 13일 공동파업투쟁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공공운수노조 2차 공동파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파업은 사회서비스원 예산 전액삭감을 규탄하고 원상회복하기 위해, 또한 돌봄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진행된다. 이를 위해 서사원 돌봄노동자들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전 조합원 7차 공동 파업투쟁에 나서며, 오후 3시에는 서울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민주노총 돌봄노동자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결국 돌봄은 상품도, 자본을 위해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장치도 아니다. 돌봄은 모두가 자신의 삶을 위해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다. 그래서 돌봄노동자의 파업은, 여성과 노동자계급 모두의 투쟁이어야 한다. 오대희 지부장의 말처럼 공공돌봄의 최전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지키기 위해 더 큰 단결과 연대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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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3 청년학생 노동해방 순회투쟁단을 다녀오고 나서[편집자 주] 지난 8월 23일~25일 2박 3일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2023 청년학생 노동해방 순회투쟁단’ 활동이 진행되었다. 위기의 시대에 세상을 바꾸는 노학연대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학생들이 여러 지역과 사업장을 방문하고 함께 투쟁하는 시간이었다. 본 글은 순회투쟁단에 참가했던 한 동지의 활동 후기이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이번 순회투쟁단이 처음으로 경험한 현장이었다는 사실부터 밝혀야 할 것 같다. 순회투쟁단의 구호인 “세상을 바꾸는 노학연대”가 제시하고 있는 노학연대뿐만 아니라, 환경 운동이나 여성 운동, 성소수자 운동까지 모조리 포함해서 나는 이제까지 어떤 현장에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 촛불시위나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등에는 연대했지만 그때는 거의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했고, 지금과 같은 의식적인 자각과 참여가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번 경험이 처음으로 제대로 실천한 ‘참여’였다. 소식뿐일지언정 기사라도 열심히 찾아 읽고 있으니 아주 무지하지는 않을 거라는, 어느 정도 간접적인 경험은 되어 있는 상태일 거라는 스스로의 판단은 착각이었다. 이번 순회투쟁단에 참여하면서 나는 비로소 운동의 당위성과 의미를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여태껏 수도권 내에서만 자랐고 아직 취업 같은 문제와도 인연이 없는 대학생 1학년이기에, 부끄럽게도 일자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실감하지도 못했고 해고와 이직에 대해서 쉽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복직 투쟁 등에 있어서 노동자 동지들에 대한 막연한 지지는 있었지만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가 하는 의문이 마음 한 켠에 늘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서울에는 유동성이 넘치고, 열악할지언정 일자리 자체는 널렸다. 그런 환경 속에서만 평생을 지내다 보니 해고자 동지들이 마땅한 수입원조차 없이 복직 투쟁에 임하는 결의의 전제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 일자리를 그 정도로, 일생의 일정 기간을 통째로 갈아넣어 투쟁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은가. 그걸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순회투쟁단을 통해서 방문하게 된 현장은 단순한 일자리 그 이상이었다. 특히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현장에서 나는 한때 공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음을, 그저 노동하고 임금을 받는 것 이상으로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거주해 왔음을 깨달았다. 화재로 훼손된 공장 현장에는 여전히 화재 이전 업무 담당자들의 성함과 연락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공장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기숙사가 존재하는 생활의 터전이었고, 그곳에서 투쟁하는 동지들 다수는 10여 년 이상을 공장에서 일하며 공장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온 직원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공장 건물이 세워지기도 전에 채용되어 십수 년을 노동해 온 동지도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순회투쟁단의 동선에서 나는 이제까지 서울이라는 공간이 유동성으로 은폐해 온 각종 외주화와 산업의 실태를 맞닥뜨렸다. 건물은 물론이고 식사와 조경, 도시 구성까지 무엇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모든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성서공단노조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주노동자 조합원들 또한 그랬다. 서울의 길가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은 관광객으로만 보였지만 노동의 현장에서 그들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었고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일원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제까지 그들의 노동자 정체성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막상 노조 사무실에서 동지로서 맞닥뜨리고 나니,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이 있다는 것을, 단순히 ‘농촌에서 착취당하다 죽는 이주노동자’ 기사 보도 이상으로 그들이 살아 있고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체이며 주체임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울산 버스노동자 투쟁 현장에서도 비슷한 충격이 이어졌다. 민주버스본부 울산지부의 집중집회는 꽃바위 차고지에서 이루어졌는데, 순회투쟁단이 그곳에 방문하였을 당시 차고지 정류장에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저들끼리 신나게 떠들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집중집회의 선전전 발언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었다. 일찍이 겪은 적 없는 현장이었다. 수도권 버스들의 차고지는 멀리 인적 드문 단지에 숨겨져 있곤 했고, 언제 가든 조용했다. 나는 종종 버스를 타고 차고지까지 쭉 가 보곤 하는 취미가 있어 그곳들에 자주 들렀는데도 이런 활기를 느낀 적은 없었다. 왜 내가 이전까지 갔던 차고지들은 그토록 조용했을까? 혹은 ‘조용해야만’ 했을까? 내가 주로 가곤 했던, 신성교하차고지의 주변에는 고가도로의 소음방지벽이 차갑고 길게 늘어서 있고 갈대와 잡초들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것이 바로 어떤 외주화의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본이 낳는 정적과 공백이었을 수도 있음을 이제 와서 돌이켜본다. 차들이 매섭게 지나다니고, 모두가 바쁘게 퇴근하는 사거리에서 유일하게 색채를 띤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구호와 연설뿐이었다. 현대중공업 선전전에서도, 경동도시가스 노동자들의 출근선전전에서도 그랬다. 나는 현대중공업 퇴근선전전에서 피켓을 들고 가만히 서 있다가, 퇴근하는 노동자들이 이쪽을 힐끔거리시는 것을 느끼고 간간이 손을 흔들거나 손으로 브이자 모양을 그려 보이거나 하고는 했다. 그러자 신호만 보고 앞만 달리던 노동자들과 행인들도 한 번씩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비로소 나도 저 사람들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의로운에너지전환을위한태안화력노동자모임’(정태모)과의 간담회에서도 화력발전소의 노동자인 동시에 기후정의운동에 연대하려는 동지들의 주체적인 의견 표명을 들으며 비슷한 감상을 느꼈다. 노동자들이야말로 살아 있었고, 자본이야말로 죽어 있었다. 현대중공업 회사 건물은 노동자들의 퇴근 행렬이 멈추고 인적이 끊겼을 때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노래하고 말하고 소리치는 것은 노동자들이었다.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민중가요를 부르고 춤을 추고 발언을 하고 요구를 하며 생존하고 투쟁했다. 자본은 계속해서 침묵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국가는 어째서 늘 자본에게만 협조하는가?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뒤편의 펜스는 사측에서 공장을 철거하고자 장비 반입을 시도한 탓에 특정 부분만 늘어져 안쪽을 향해 누워 있었다. 그러나 구미시는 자본의 폭력을 말리긴커녕 이러한 현장에 경찰까지 파견하며 노동자 탄압에 나섰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그렇게 행정력까지 동원해서 억압해야 할 것이었나? 노동자 동지들은 반사회적인 행동은커녕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하겠다 말하고 있는데, 오히려 공권력 쪽에서 선제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며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었다. 순회투쟁단이 다녀가고 며칠 뒤 구미시 측에서는 한국 옵티칼하이테크지회 건물의 수도 공급을 끊었다. 이것이 자본과 정부의 현 주소다. 노동자라는 계급이 국가를 초월하듯, 자본 또한 국가를 초월하고 결탁한다. 한국 정부는 외국 자본의 무책임한 철수와 노동자 탄압을 제지하긴커녕 그들에게 협조했다.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공장 지역과 노동자들을 보호할 방편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려는 움직임 따위는 없었다. 국가라는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는 서로 공모하며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나는 순회투쟁단 참가 이후, 순회를 조직한 주최단체인 학생사회주의자연대에 가입했다. 이제까지 막연한 두려움과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 거부해 왔던 참여와 연대가, 순회투쟁 일정을 소화하면서 더이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초청으로서 내 앞에 나타났던 까닭이다. 순회투쟁단에서 만난 노동자 동지들은 노동자라는 하나의 공통점과 그보다 훨씬 많은 수십, 수백 개의 차이점을 갖고서도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며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학생이라는 존재는 아직 사회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유보적인 신분인 동시에 언젠가는 반드시 사회 내에서 무언가가 될 것을 요구받는 신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바로, 내가 학생인 이 순간이야말로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투쟁에 나설 적기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출처] 2023 청년학생 노동해방 순회투쟁단을 다녀오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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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민주당과의 연대 끝에 기후악당 사업에 동참한 진보당을 규탄한다10월 6일, 국회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단법’을 재석 242명 중 찬성 223표, 기권 13표, 반대 6표로 의결했다. 통과된 법안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2월,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겨냥해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발의하고 의결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의 후속 법률로, 신공항 건설 전담 공단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후악당이 벌이는 기후재난 심화 사업, 신공항 건설공단법에 찬성한 223명 중에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동참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그리고 환경운동 경력으로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인사들을 주축으로 12명이 기권했다. 앞에서는 기후위기 해결을 외치고, 뒤에서는 기후악당과 손잡는 행보다. 강성희 의원은 “법안을 깊이있게 들여다보지 못한 채 찬성 표결했다. 진보당은 가덕도 신공항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고 변명했다. ‘신공항 건설 반대’는 불과 2주 전 923기후정의행진의 5대 요구 중 하나다. 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 당론과 명백히 반대되는 법안을 잘 들여다보지 못해 찬성 표결했다니, 누가 이 구차한 변명을 믿겠는가. 진보당은 민주당과 일관되게 연대해왔고, 이는 신공항사업 찬성이라는 정치적 참사로까지 이어졌다. 그간 진보당과 강성희 의원의 행보를 보자. “고맙습니다 민주당” - 2023년 4월 전주 재보궐선거 당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선거 내내 앞세운 슬로건이다. “민주당은 협력하고 연대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야 할 관계라고 생각” -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당선 직후 발언이다. 심지어 민주당 초선모임 ‘처럼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 6일의 신공항사업 찬성 표결이 있었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노동자 민중운동의 재앙이다. 기후정의운동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 민중운동은, 이 참담한 사태를 낳은 진보당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모든 공간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를 끝내야 한다. 2023년 10월 9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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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 빵과장미 - ‘빵빵하고 짱짱한’ 연대투쟁의 현장으로!불에 탄 구미 공장을 두고 재건이 아닌 도망을 택한 일본 기업 닛토덴코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화재 이후 곧장 공장 철거를 꾀하고 노동자를 해고하는 외투자본의 ‘먹튀’ 행태와, 이를 적극 돕는 정부·지자체의 무책임은 이윤이 전부인 자본주의의 민낯이겠지요. 암담함에 숨이 턱 막힙니다. 하지만 구미 공장에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이하 옵티칼지회) 동지들이 남아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13명의 노동자가 공장 재건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의 침탈 시도와 손배가압류 폭탄 등의 위협 속에서도 공장의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깜깜한 현실을 등대처럼 비추는 구미 공장의 불빛. 체제에 맞서 나아가야 할 곳을 생생히 일러주는 그 빛을 따라, 많은 동지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10월 3일,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도 구미로 향했습니다. 서울, 강릉, 울산, 김해 각지에서 달려간 빵과장미 동지들과, 환대로 응답한 옵티칼지회 동지들의 만남. 그 ‘빵빵하고 짱짱한’ 연대투쟁의 현장을 담아봅니다. 연대, 서로를 지탱하는 힘 “빵과장미의 에너지가 굉장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에너지예요. 반갑습니다.” 옵티칼지회 동지들은 빵과장미가 보내온 빼곡한 연대투쟁 계획표에서부터 빵과장미의 남다른 에너지를 느꼈다고 했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가열 찼던 일일 연대는 간담회와 문화제로 나누어 진행됐다. 이날 일정에는 빵과장미와 옵티칼지회 동지들 외에도, 옵티칼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는 민주노총 경북본부 배태선 동지, 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의 양동민, 이훈 동지, 구미 KEC지회 김성훈 동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오연홍, 이청우 동지도 함께했다. 간담회 첫 순은 자기소개였다. 소개와 반가움을 나눈 동지들의 눈빛은 서로를 알아가는 설렘으로 빛났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맡은 빵과장미 이영미 동지는 빵과장미 소개와 함께 연대를 기획한 이유를 전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아래에서 노동해방은 어렵다는 생각으로, 빵과장미는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을 함께 외칩니다. 빵과장미로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실천은 이번 연대투쟁이 처음입니다. 노동자계급이 진정한 단결을 이뤄갈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빵과장미 소개가 끝난 후엔 옵티칼지회 투쟁 이야기가 이어졌다. “내일이면 화재가 발생한 지 딱 1년 되는 날”이라며 말문을 연 최현환 지회장은 옵티칼지회 투쟁의 시작부터 현재 상황,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들려줬다. “8월 3일 이후로 공장 집중 철농을 시작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KEC지회 동지들이 많이 연대투쟁해줬어요. 또 여러 사회단체, 학생단체에서도 많이 와 주셨죠. 8월 이후에 집회나 결의대회 같은 곳에 가면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이고 서로 인사도 해요. 이것이 연대이고 투쟁이라는 걸 알아가는 중입니다.” 치열한 투쟁과 끈끈한 연대로 공장을 지켜온 옵티칼지회는 앞으로도 그 열기를 더해가려 한다. 10월 9일에는 본사가 있는 일본으로 원정 투쟁을 떠났고, 10월 말에는 일본대사관 앞 ‘희망원정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닛토덴코라는 하나의 자본을 넘어, 일본 정부에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투쟁이다. 옵티칼의 투쟁은 옵티칼만의 투쟁이 아닌, 외투자본이 벌여온 ‘먹튀’ 행각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에 대한 투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본주의 세계경제 체제에 억압받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투쟁일 테다. “13명의 동지들이 손배가압류에도 개의치 않고 고비를 넘겼듯이, 앞으로도 계속 동지들과 함께 투쟁해가려 합니다.” 노동자가 이긴다 간담회 후 동지들은 공장 한편의 운동장에서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사무실에 둘러앉아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빵과장미 이소연 동지의 말처럼 “불에 탄 공장이 쓸쓸해 보이지만 투쟁하시는 동지들에게서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다. “연대의 힘으로 옵티칼 투쟁 승리하자!” 힘찬 구호로 시작된 2부 문화제는 빵과장미의 편지 낭독, ‘인터내셔널가’ 노랫말 맞추기, 노래 ‘우리는 가지요’ 몸짓 배우기 등 다양하게 꾸려졌다. 노래 부르고 춤추며 피어난 열기가 서로의 사이를 채운다. 어색함 대신 하나됨의 감각이 모두를 휘감는 순간이다. 바깥은 흐려도 안은 추위를 느낄 새 없다. 눈을 맞추고, 웃음을 나누며 한바탕 뛰고 나니 어느새 마지막 순서에 다다랐다. 물론 아쉽지만, 그보다는 활기찬 에너지가 기운을 북돋는다. “서로 ‘잘한다’ 하면서 기운을 주시니 좋았습니다. 저희도 힘을 받아서 즐겁게 투쟁해보겠습니다.” 한나절을 같이하며 기억의 일부를 공유한 동지들. 연대를 하는 자, 연대를 받는 자 구분 없이 힘을 얻고 가는 듯했다. ‘단결’, 두 글자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날의 장면들을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된다. 단결한 우리는 함께 투쟁할 것이고 함께함으로써 승리할 것이다. 단결한 노동자는, 반드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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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내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 '싹뚝' 퇴행에 퇴행 거듭하는 윤정부● 9월 28일, 극우에 맞서 임신중지권을 옹호한 아르헨티나 여성 행진 9월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0월 22일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극우 후보자(밀레이)가 당선 후 3년 전 합법화된 임신중지권을 빼앗는 국민투표 실시 등을 공언한 가운데 수천 명이 극우에 맞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시위를 여러 도시에서 벌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의회까지 행진했다. 임신중지권 운동의 상징인 녹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밀레이와 함께 여성의 권리는 발전이 아니라 퇴보한다”, “자유는 엄마가 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등이 적힌 피켓과 깃발을 들었다. “성적 학대를 당한 아동의 80%가 포괄적 성교육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피켓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임신중지권 폐지, 여성부 폐지, 포괄적 성교육 폐지를 내건 극우 후보의 공약을 규탄했다. 성교육 강사인 바르바라 리베로스는 “성교육 법 폐지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오늘 우리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우리가 쟁취한 권리뿐만 아니라 노동법, 공중보건, 공교육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딸(15세)과 함께 행진한 47세의 심리학자 마사 가자노는 “선거 결과를 우려해 여성의 권리를 지키려 모였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의회 앞에서는 수십 개 단체가 채택한 공동성명이 낭독됐다. 성교육과 임신중지 수술 및 약에 대한 안전한 접근을 요구하고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 운동을 표적으로 삼는” 극우 세력을 규탄했다. 또한 “이곳이 투쟁 공간이며, 우리가 쟁취한 것과 앞으로 쟁취해야 할 것을 위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에 거리로 나선다”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english.elpais.com/international/2023-09-29/argentinas-feminist-movement-mobilizes-against-javier-milei.html ● 내년부터 여성노동자 상담 지원사업 예산 반토막, 고용평등 포기한 윤 정부 고용노동부가 지난 24년간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등 피해자들을 밀착 지원해 온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삭감하고, 규모를 대폭 축소해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상담실을 운영해 온 여성·시민단체들은 “사각지대 여성노동자들의 최후의 보루를 빼앗지 말라”고 규탄했다. 전국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와 197개 시민사회단체는 9월 25일 국회 앞에서 “24년간 여성노동자를 지켜온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퇴행하는 고용노동부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0년 민간단체 10개소로 시작된 고용평등상담실은 서울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 등 19개소에서 현재 운영 중이다. 채용·임금 등 고용상 성차별부터,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성희롱·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까지 일터에서 여성노동자가 겪는 여러 문제를 상담하고 지원해 왔다. 고용부에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민간단체에 예산을 주는 식이었다. 고용노동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대신 전국 고용노동청 8곳에 고용평등상담창구를 마련해 전문 상담 인력을 2명씩 두겠다고 밝히며 예산도 올해 12억 원에서 내년 5억 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정부는 고용평등상담을 민간위탁에서 직접수행방식으로 변경한 이유로 “고용노동청이 상담뿐 아니라 민‧형사 등 법적 대응과 근로감독까지 직접 수행하도록 개편해 실질적 피해 구제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시민단체들은 19개의 상담 창구를 8개로 줄이면서 ‘피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 제작과 영세사업장 예방교육 지원 예산까지 전액 삭감하는 등 고용평등 관련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명백한 퇴행이라고 규탄했다. <참조 기사> https://www.ildaro.com/9731 ● 무색한 남녀고용평등법, 실형 선고는 ‘0’ 지난 3일 서울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검찰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인원은 총 97명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국 법원에서 실제 선고까지 이어진 것은 38건에 불과했다. 38건 중 벌금형이 대다수이고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없었다. 1987년 만들어진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차별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하거나 여성 근로자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벌금형만 가능한데, 1995년 최대 500만 원으로 올린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채용의 첫 출발선부터 고용 전반에 성차별이 발생해도 기소와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데에는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와 혐의 입증 자체가 어렵다는 한계가 꼽힌다. 실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 건수와 노동부가 위탁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고용상 성차별 상담 건수만 보더라도 차이가 크다. 일례로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관련해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은 건수는 1만2,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조 기사>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1003500099&wlog_tag3=naver ● 통계도 기준도 없는 여성혐오 범죄, 국제표준 도입돼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살해)’의 정의에 관한 국제표준을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UN여성기구 성평등센터와 아태범죄통계협력센터는 서울 중구 웨스턴호텔에서 ‘페미사이드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를 열고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다고 9월 26일 밝혔다. 유엔여성기구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공동 발간한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8만1,100건의 여성 대상 살인 사건 가운데 40%가 젠더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살인이었는지 식별할 맥락적 정보가 부족했다. 한국도 페미사이드 관련 통계가 없다. 이번 국제회의 참석자들은 지난해 제53차 UN통계위원회에서 국제 표준으로 최종 승인된 ‘페미사이드 통계 수집을 위한 국제통계 프레임워크(틀)’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프레임워크는 페미사이드로 규정하는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의도적 살인’, ‘가족 구성원에 의한 살인(명예살인 등)’, ‘성차별적 동기가 나타나는 가해자에 의한 살인’이다. 프레임워크는 이 3가지 기준 중 1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페미사이드로 규정했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0041502001 ● 알바천국, 알바몬 성차별 채용공고도 1,2위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적발된 성차별 채용공고는 2천268건이었다. 이중 알바천국이 8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알바몬이 664건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채용정보 사이트인 사람인은 305건, 잡코리아 237건, 벼룩시장 192건, 인크루트 38건, 커리어 32건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7조에 따라 차별적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연 1회 운영하던 구인광고 모니터링 사업을 올해부터는 연 2회로 늘려 운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내려진 행정처분은 총 2,071건이며, 경고 조치가 1,522건으로 전체 행정처분 중 73.4%에 달했다. 반면 광고 시정 조치는 548건으로 26.4%에 그쳤다. 성차별 채용공고로 기소된 사례는 단 1건뿐이었다. A업체가 부품 단순포장 사원 지원 요건을 남자로 제한하는 내용의 성차별 채용공고로 지난 5월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성차별 채용공고를 적발하더라도 통상 한 달가량이 걸리는 고용부의 위반 심사 기간을 감안하면 심사결과가 나올 시점에는 이미 채용 절차가 마감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효성 있는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며, 대부분 단순 경고에 그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606 ● 전례 없는 미국 의료 노동자 파업, 이윤보다 생명을! ‘카이저퍼머넌트노조연합’ 미국 최대 비영리 민간의료서비스업체인 카이저퍼머넌트의 의료 노동자 75,000명이 10월 4일부터 3일간 파업을 벌였다. 12개 노조로 구성된 카이저퍼머넌트노조연합의 이번 파업은 미국에서 전례가 없는 의료 노동자의 대규모 파업이었다. 노동자들은 이윤보다 환자를 위한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등 의료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고강도 노동과 인플레이션에 의료 노동자들은 번아웃을 겪으며 주거비를 걱정하고 있다. 노조는 지금의 의료 노동자들을 계속 고용하려면 최저임금을 회사 전체에서 시간당 25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업 노동자의 상당수는 여성이고, 직종은 간호사와 영양사, 약사, 방사선사, 초음파사, 의사 보조원 등 의료 기술직, 진료 접수 등 사무직과 행정직, 환경미화원 등 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이다. 파업의 영향으로 사측은 수천 명의 파업 대체인력을 투입했지만,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콜로라도, 버지니아, 워싱턴DC, 하와이, 버지니아 등 수백 개의 병원과 연구소가 문을 닫았고 긴급하지 않은 수술 등의 진료 예약이 연기됐다. 파업 노동자들의 시위 행렬에 그 앞을 지나는 많은 운전자가 응원의 경적을 울렸다. 14년간 오리건주 의료센터에서 환자 접수를 담당해 온 케벤 다든은 “팬데믹 이전에는 약 60명의 직원이 일했지만, 지금은 인원이 감축돼 40명 미만으로 운영한다. 그러니 진료를 예약하려는 환자들이 긴 줄을 서고 예약은 지연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4년간 일한 헨리 페레즈는 “인력 부족과 환자 치료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한때 의료계의 기준이라 불리던 카이저퍼머넌트가 노동자와 환자, 그리고 환자 치료보다도 이윤을 우선해 집중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또한 페레즈는 “저들은 팬데믹 동안 우리를 의료 영웅으로 칭송했지만, 지금은 성실한 협상도 거부하면서 우리를 0점 취급한다. 나는 내 병동뿐만 아니라 102명의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지원업무까지 해야 해서, 심각한 번아웃과 정신적 고통,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내가 지원하는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항상 숨 가쁘게 일하며 병원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은 의료기관이 어려운 이유는 팬데믹 기간 노동자의 대규모 사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번아웃의 근본 원인인 저임금, 열악한 복리후생, 직장 내 노동존중 부족은 사측 탓인데 이를 ‘대규모 사직’ 때문이라며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여론전을 펼치는 점을 비판했다. 사측은 지난 5년간 240억 달러가 넘는 이윤을 내고 인력 충원 등 의료 노동자의 안전에는 돈을 쓰지 않았다. 또한 2023년 상반기에만 30억 달러 이상을 벌어 임원진 49명에게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급여를 지급했다. 원격서비스 담당자 멜라리는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경영진은 이윤과 자신의 연봉 인상 외에는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저들이 환자와 우리 노동자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3/oct/03/kaiser-permanente-healthcare-strike-hospital-union-california-washington-dc?CMP=share_btn_tw&fbclid=IwAR0tQWN89HBICB-o11joVmKY-iWCwe__wrYZzfvEEZEpPPciI0kJRktvFsc ● 정부의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 문제는 실효성 없는 제도와 낮은 소득대체율 내년부터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 동안 부부 합산 최대 3,900만원의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각각 통상임금의 100%를 육아휴직 급여로 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월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저출생 대책의 후속 조치로,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른바 ‘독박육아’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배우자도 육아휴직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고용노동부는 부부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맞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존의 ‘3+3 부모 육아휴직제’를 ‘6+6 부모 육아휴직제’로 확대 개편하는 고용보험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6일 입법예고했다. ‘3+3 부모 육아휴직제’는 생후 12개월 내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부가 함께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면 첫 3개월 동안 부부 각자에게 통상임금 100%(월 200만 원~300만 원 상한)를 지급하는 제도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통상임금 80%만(상한액 150만 원) 육아휴직급여로 받기 때문에 소득 감소를 우려해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지난해 기준 28.9%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개편이 배우자의 육아휴직 활용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비율은 다른 나라와 견줘 볼 때 한참 떨어진다. 진짜 문제는 드문 처벌과 부족한 급여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또한 현행 육아휴직급여(통상임금의 80%, 상한 150만 원·하한 70만 원)의 소득대체율을 대폭 상향해야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타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참조 기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308726635770624&mediaCodeNo=257&OutLnkChk=Y ● 성소수자에게 유해한 ‘전환 치료’가 여전함을 드러낸 보고서 캐나다 사이먼 플레어저대학교 젠더 및 성건강 평등센터 조교수인 트래비스 살웨이가 이끈 연구팀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콜롬비아 6개국에서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4건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전 세계 LGBTQ 10명 중 거의 1명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종교 지도자나 의사 등에 의해 수행된 상당히 유해한 전환 치료 관행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 또한 트랜스젠더는 게이와 레즈비언보다 더 높은 비율로 그러한 경험이 있었다. 살웨이는 “이는 성소수자 정체성 또는 출생 시 부여된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거나 표현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직적인 시도가 포함된다”고 설명하며 “이렇게 유해한 관행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고 보건 의료 전문가들의 비판 성명이 발표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환 치료 관행이 여전한 현실에 실망했다”고 했다. 또한 논문은 전환 치료는 “심각한 심리적 고통, 우울증, 약물 남용, 자살 시도”를 유발한다고 밝혔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사회 정책 및 법적 보호가 더디게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트랜스젠더 건강관리 그룹 USPATH의 전 회장인 에리카 앤더슨은 “전환 치료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반면, 이런 치료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는 아직 없다”고 했다. 현재 세계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국가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전환 치료를 금지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 정의한 ‘전환 치료’는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앨버타 대학교 법학부 조교수 플로렌스 애슐리가의 정의를 인용함 : ‘개인의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성별 표현을 변경, 억제 또는 억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든 치료, 관행 또는 지속적 노력’) <참조 기사> https://www.nbcnews.com/nbc-out/out-health-and-wellness/many-lgbtq-people-report-experienced-conversion-therapy-study-finds-rcna118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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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노동자의 힘으로 노조법 2·3조를 다시 쓰자!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니다! 욕받이가 아니다! 전화상담은 고강도 감정노동이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종종 민원인의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지만, 회사는 상담노동자의 고통을 경감할 어떤 조치도 내놓지 않은 채 더 많은 전화를 받으라며 노동자를 쥐어짤 뿐이다. 추석 연휴가 막 끝난 10월 4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에 국민은행, 하나은행, 현대해상 콜센터 상담사들이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모였다. 같은 날 오전에는 각각 국민은행 본점, 하나은행 본점, 현대해상 본점 앞에서 사전 집회를 열었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는‘상담사의 처우를 개선하라!’, ‘차별 대우 못 참겠다.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노조법 2·3조 개정하라!’였다. 상담사의 처우를 개선하라!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제정되었음에도, 상담사들은 여전히 악성 민원 고객의 전화를 끊을 수조차 없다. 그럴 경우 사측으로부터 제지당하거나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대로 된 휴게시간마저 갖지 못한 채, 마치 기계처럼 일만 해야 한다. 특히 은행 콜센터 업무는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온종일 긴장 속에서 일해야 한다. 극도의 악조건에서 일하지만, 상담사들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도 배제되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대부분 각 본사 소속 정규직이 아니라 용역업체,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은 원청회사의 상품상담부터 보상상담에 이르기까지, 주요 업무를 도맡는다. 원청자본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고도 콜센터 상담사들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 초, 은행권과 보험권의 성과급 잔치가 논란이 될 정도로 금융권 수익이 막대했다. 4대 금융지주로 꼽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5조 8,506억 원에 이르는 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정규직들에게 지급했다. 이토록 막대한 금융권 수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면접촉이 어려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콜센터로 집중되는 업무, 그 고통을 감내하며 묵묵히 일한 상담노동자들 덕분이다. 왜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이 차별받아야 하는가? 차별 대우 못 참겠다! 진짜 사장이 직접 고용하라! 노조법 2·3조 개정하라! 원청자본은 상담노동자들이 본사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안다. 또한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 또한 뻔히 안다. 하지만 원청은 ‘상담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에 상담사들은 원청 직접고용, 처우개선과 성과급 지급은 물론, 간접고용 이중착취를 철폐하고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상담사들의 요구는 엉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차별하지 말라고, 생활임금을 지급하라고,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존중해 달라고, 그리고 이를 위해 콜센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날, 상담사들은 ‘콜센터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라고도 외쳤다. 콜센터 업무는 그만큼 우리 삶 곳곳을 연결한다. 그러므로 콜센터 상담노동자 처우 개선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법의 장막 뒤에 숨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원청자본에 맞서, 직접고용 쟁취투쟁에 나선 콜센터 노동자들을 지지한다. 노동자 투쟁으로 간접고용 이중착취 없는 세상을 만들자. 노조법 2·3조를 노동자의 손으로 다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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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칼 동지들께 전하는 빵과장미의 편지[편집자 주]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가 10월 3일 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빵빵 짱짱 연대’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빵과장미는 공장이 불타자 노동자들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중시하는 것처럼 ‘퍼플워싱’해 온 옵티칼 본사 닛토덴코의 위선을 폭로하며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이는 바로 노동자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빵과장미 동지들이 옵티칼 동지들께 건넨 편지를 전합니다. 옵티칼 동지들, 반갑습니다. 저희는 해고 노동자와 부당징계자, 투쟁하는 노동자와 대학생, 활동가가 함께하는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입니다. 빵과장미는 여성 노동자가 주체가 된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가부장제와 결탁한 자본주의를 변혁하여 여성해방을 쟁취하고자 하는 모임입니다. 오늘도 여성 노동자의 허리끈과 숨통을 지독하게 조이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란 체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빵과장미에는 콜센터와 호텔, 학교와 병원, 제조업 하청 비정규직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에서 자본에 맞서 싸워 온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빵과장미란 이름으로 함께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키우고 이들의 투쟁에 연대해 왔습니다. 또 내년 3.8 국제 여성의 날에는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를 내건 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빵과장미란 구호는 1차 세계대전 직전, 한 줌의 자본가들이 전 세계 노동자들을 몰아치며 살인적인 경쟁을 재촉하고 있던 1912년 벽두에 미국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 시에서 터져 나온 파업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파업에 나선 직물 노동자 수만 명은 경찰과 군대의 총검 앞에서 임금 인상과 더불어 존엄한 삶의 조건 역시 요구하기 위해 ‘빵과 장미’라는 슬로건을 사용했습니다. 이 시기 노동자들은 약 3분의 1이 25세 이전에 사망했을 만큼 잔혹한 착취 속에서 주당 6달러, 아동은 3달러를 받고 일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착취하던 자본가는 대궐 같은 저택과 별장, 섬을 소유하고 호화롭게 살았습니다. 너무나 부조리한 현실이었지만, 노동자들이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거대하기만 했습니다. 단적으로, 직물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출신국적은 51개나 됐으며, 언어만 최소 45개에 달했습니다. 또 노동자의 다수인 여성들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성별과 출신, 언어적 차이를 이용해 그들을 분열시켜 착취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단결했습니다. 또 파업위원회는 보육원과 공동 취사장을 설치하고 여성 노동자들이 더 쉽게 투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노동자가 평등하게 단결하여 투쟁한 끝에 로렌스 직물 노동자들은 승리를 쟁취했고, 합의안을 만들었을 때 대부분이 여성이던 노동자들은 주먹을 치켜들고 인터내셔널가를 제창했습니다. 이렇게 빵과장미의 투쟁이 격렬하게 전개됐던 야만의 시대인 1918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본사인 닛토덴코사는 닛토전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습니다. 조선이 일본제국에 통합된 뒤 8년이 지난 시간이자 1919년 3.1운동 전해인 이때, 조선에서 생산된 쌀의 98.6%, 직물은 85.1%가 일본으로 강탈되어 조선 민중이 굶주리며 헐벗고 있던 때였습니다. 닛토덴코사는 그런 일본제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전기절연재를 생산하여 성장을 거듭해 왔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현재 일본 내 21곳, 해외 78곳에 사업소를 두고 있으며, 연 매출 8,534억엔, 직원 수는 약 3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닛토덴코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처럼 수많은 노동자를 착취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입으로는 좋은 말을 참 많이 합니다. ESG 경영(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중시한 경영)과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중시하며 생태와 사회, 그리고 여성을 비롯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닛토덴코는 해수의 담수화 등에 이용되는 ‘멤브레인’을 생산하여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폭넓게 공헌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경영진과 사업부, 인재본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 지도자의 비율을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0%, 일본 국내에서는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회사가 기후위기나 생태를 강조하더라도 노동자를 착취하는 한 녹색 자본주의의 하나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를 착취하는 한 그들의 말은 한낱 ‘퍼플워싱’일 뿐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다카사키 히데오 일본 닛토덴코 대표의 소득은 모두 26억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평균연봉 약 5천만 원의 53배입니다. 더구나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18년 동안 무려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지난 10월에는 화재보험금으로 약 1천3백억 원을 챙겼는데도 200일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 13명의 고용승계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합원 5명의 임대차보증금을 각 4천만 원씩 모두 2억 원 가압류했고, 또 다른 5명의 조합원에게는 부동산에 각 4천만 원씩 2억 원을 가압류했습니다. 자본가들은 그들이 언제나 써먹는 똑같은 수법을 사용합니다. 언제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말하면 더 무자비하게 그들의 삶을 짓밟습니다. 하지만 노동자 역시 더욱 큰 연대와 단결로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해 왔습니다. 바로 옵티칼 동지들의 투쟁에 KEC지회와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앞장선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그것입니다. 저희와 함께하고 있는 빵과장미 국제네트워크는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에서 자본가들이 버리고 간 브루크만 의류공장을 여성 노동자들이 접수하고 끝없는 경찰 폭력에 맞서 노동자의 공장으로 다시 건설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때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노동자들은 “여기에 사장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브루크만은 노동자의 것이다. 그게 싫다면, 엿이나 먹어라!”라고 외쳤습니다. 결국 이들은 공장을 접수하는 데서 나아가 여성위원회를 조직하고 모든 노동자의 존엄을 위해 싸워 온전히 평등하게 노동자가 통제하는 공장을 건설했습니다. 옵티칼 동지들 역시 여성 노동자들이 평등한 투쟁의 주체로 싸우고 있으며, 평등의 약속 제정을 비롯해 평등과 존엄을 위해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성평등한 노동자 투쟁을 펴나가고 있습니다. 빵과장미는 옵티칼 동지들의 성평등한 투쟁을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하며, 여러분과 같이 투쟁하는 노동자가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성적으로 억압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낼 수 있는 주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썩어빠진 자본가들은 이 세상은커녕 단 몇 평의 공장도 구할 수 없습니다. 공장의 주인은 공장을 버린 자본가가 아니라 공장을 지키는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옵티칼 동지들의 투쟁은 정당할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빵과장미 우리는 생존권과 존엄 모두를 위한 옵티칼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이 싸움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3일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