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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7 투쟁 열흘 차, 기연 씨의 마음사진: 2021년 여름 투쟁당시 김기연 동지 투쟁 열흘 차, 기연 씨의 마음 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열흘 차는 부산1센터 지회장인 김기연 지회장을 통해 돌아보았다. 2023년 봄, 쟁의대책위원회는 다시 한번 파업을 결정했다. 쟁대위원들이 집단 단식도 하기로 결의했다. 부산지회장인 기연 씨도 조금 고민했으나 단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식은 고민이 많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공단이 말하는 소속기관 전환 방식은 노조가 결코 받을 수 없는 안이었다. 입사 시기에 따라 ‘제한 경쟁 대상자’와 ‘공개채용 대상자’를 나눠서 여러 시험을 통과해야 소속기관으로 입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연 씨는 연차가 높아서 시험을 보지 않아도 소속기관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노조 부산지회 부장들은 시험을 봐야 한다. 다른 지회까진 몰라도 당장 내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해고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간으로서 모른 척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연 씨는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은 언젠가 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기연 씨는 단식으로 자신과 동료를 지키기로 결의했다. 2023년 11월 1일, 노동조합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본부 앞마당을 점거했고 기연 씨를 포함한 11명의 쟁의대책위원이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이틀 차 오후까지만 해도 기연 씨는 괜찮았다. 그런데 밤이 되면서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원래 기연 씨는 귀에 지병이 있다. 단식으로 몸이 약해지면서 원래 아픈 곳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한 거였다. 귀가 먹먹하고 욱신거렸다. 머리가 울리고 토할 거 같았다. 단식 나흘 차, 고개만 돌려도 구역질이 나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경찰이 차 벽을 친다며 텐트에 손을 대고 갑자기 밀고 들어왔다. 조합원, 연대자가 다 같이 달려들어 대치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은 기연 씨를 더 힘들게 했고 저혈당 쇼크가 왔다.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왔으나 경찰이 못 들어오도록 막아섰다. 기연 씨는 심각한 통증 속에서도 비참함을 느꼈다. ‘내 목숨이 이렇게 가벼워?’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겨우 간 병원에서 진통제와 영양제를 맞았다. 하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연 씨는 ‘집에 가야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죽어도 집에서 죽고 싶었다. 데리러 온 남편 차를 타고 부산까지 가면서도 계속 아팠다. 게워내고 게워내도 머리는 울리고 속은 아팠다. 그렇게 이틀간 꼬박 화장실과 이불만 오갔다. 11월 8일, 기연 씨는 몸이 조금 나아졌다. 당장 원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몸 상태는 불안정했고 혹여나 원주에서 다시 아프면 동지들에게 피해만 끼칠 거 같았다. 11월 10일, 기연 씨는 ‘이젠 진짜 괜찮아’라는 확신이 들었다. 바로 원주로 향했다. 아파서 회복한 시간이었지만 기연 씨는 그동안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죄스러웠다. 다 나아서 동지들한테 오니 친정에 온 거 같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단식자들부터 찾았다. 남은 단식자는 4명이었다.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초췌하고 초라한 그들의 얼굴은 기연 씨가 마음을 단단히 먹게 했다. 기연 씨는 단식을 중단한 쟁대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우리 얼른 나아서 다시 원주에서 보자. 단식자들 뒤에 단단하고 강한 동지들이 있음을 공단에 보여주자.” 기연 씨는 투쟁 열흘 차인 오늘을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든 날’이라고 정리했다.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조합 총파업 10일 차, 단식을 중단한 사람과 이어나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한 날이 아닐까. 남은 사람은 중단한 사람의 몫까지 무겁게 짐을 지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짐을 지우는 게 아니다. 새로운 관계가 생기는 거다. 단식을 이어나가는 동지와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동지가 단단히 엄호하는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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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투쟁]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재벌 눈치 그만 보고 하루속히 불법파견 선고하라!11월 10일 10시,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이유도 없이 무기한 선고를 연기한 형사8단독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6명의 서진ENG 불법파견 당사자와 현중지부, 민주노총울산본부, 현중사내하청지회, 이주민센터, 울산산추련, 진보당울산시당,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지역위원회의 많은 동지들이 규탄 기자회견에 함께 동참했습니다. 서진해고자들은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직접고용 시정지시 명령을 받는데 5개월, 검찰의 정식기소에 1년 6개월, 1심 재판 선고일까지 1년 4개월의 세월을 피눈물로 지새며 이날을 기다려왔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불법파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2개월간 농성, 검찰청 정문에서 6개월간 출근선전전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장기간의 법정투쟁에도 성심성의껏 응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진해고자를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습니다. 민사재판부는 형사재판부 판결을 보고 선고하겠다고 하고, 형사재판부는 사유도 없이 선고를 연기해 서진해고자를 두번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중공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사유도 없이, 그리고 선고기일 확정도 없이 연기될 리 없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부가 현중 자본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책임회피하지 말고 불법파견 선고에 나서야 합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지역위원회는 서진ENG 불법파견 당사자들이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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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1 전국노동자대회 유인물] 바로 지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맞선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하자아래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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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6 투쟁 아홉째 날 지혜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아홉째 날은 경인2센터 소속이며 반년 전에 입사한 신입 조합원, 송지혜 조합원을 인터뷰했다. 2023년 4월 3일, 지혜 씨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센터로 출근하는 문 앞에 게시판이 있다. 그곳엔 노동조합이 활동해서 무엇을 바꿔냈는지 쓰여 있었다. 지혜 씨는 그걸 보면서도 ‘그런가 보다’ 싶었다.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조장 언니가 다가왔다. “지혜 씨, 노동조합이 있는데 가입해 보면 어때요?” 건네받은 종이는 노동조합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적힌 가입서였다. 지혜 씨는 잠시 고민하다가 가입서에 이름을 적었다. 대단히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느낀 건 아니었다. 원해서 쓴 것도, 억지로 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동료가 권하니까 별다른 생각 없이 썼다. 아침마다 조합원들은 다 같이 ‘투쟁!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외치고 업무에 들어갔다. 투쟁이란 말도, 팔뚝질도 어색했지만 가장 이상한 건 ‘비정규직 철폐’라는 말이었다. ‘내가 비정규직인가? 나 정규직 아닌가?’ 생각했다. 곧 조별 모임에서 내가 왜 비정규직인지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하청업체와 공단이 거짓말했다는 배신감도 느꼈다. 2023년 10월, 노동조합은 곧 원주로 투쟁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지혜 씨는 이 또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노동조합이 간다니 나도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투쟁하러 간다는 말도 와닿지 않았다. 2023년 11월 1일, 펜스를 넘어서 공단으로 들어갔다. 지혜 씨는 조합원들과 함께 모여 있는 내내 울 거 같았다. 무서웠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옆에 있던 동료 언니는 지혜 씨의 손을 잡고 ‘별거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 주었지만 지혜 씨는 계속 겁이 났다. 원주에서 투쟁한 지 9일이 되었다. 지혜 씨는 아직도 현실 감각이 별로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집에 있을 거 같은데, 아침밥 먹고 출근하면 될 거 같은데, 자신은 원주에 있고 노조 투쟁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 지혜 씨는 ‘아, 보초 서러 가야겠네’라고 생각했다. 지혜 씨는 군대에 가본 적은 없지만 선전전이 마치 군대에서 보초를 서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추운 날 서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비슷한 거 같다. 지혜 씨는 선전전을 하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공단이 생각하는 정규직이랑 우리가 생각하는 정규직은 많이 다른가 봐.’ 지혜 씨는 정규직이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사해서 수습 기간을 거치면 자연스레 되는 게 정규직인데, 얼마나 대단한 벼슬이라고 저러나 싶다. 필기, 면접, 인성검사까지 다 통과해야 소속기관으로 받아주겠다는 공단의 제안도 참 어이가 없다. ‘정규직이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이래? 이런 걸로 투쟁까지 해야 해? 그냥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되잖아. 심지어 약속했던 거잖아. 이전 이사장은 누구야? 거짓말쟁이였네.’ 지혜 씨는 공단 건물을 바라보며 속으로 온갖 나쁜 말을 했다. 오후 2시, 결의대회 발언 중 한 조합원이 이사장이 2023년 7월에 입사했다는 걸 말했다. 지혜 씨는 놀랐다. ‘이사장이 나보다도 늦게 들어왔다니.’ 어쩌면 이사장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상황을 잘 몰라서 아직 전환을 안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지혜 씨는 약간 힘이 빠져 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조합원은 모두 함께하는 줄 알았는데 몇몇 조합원은 원주에서 보이지 않았다. ‘다 같이 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지혜 씨는 밤에 누워서 생각했다. ‘투쟁이 언제 끝날까? 끝날 땐 잘 끝날 수 있을까?’ 지혜 씨는 총파업 투쟁 9일 차를 ‘투쟁이 빨리,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라고 정리했다.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총파업 투쟁 9일 차, 하루 일상은 다소 무난했을지 몰라도 조합원들의 마음은 매일 소용돌이치는 걸 확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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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5 투쟁 여덟째 날, 용석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여덟째 날은 서울1센터 소속이며 직접고용을 절박한 마음으로 바라는 최용석 조합원을 통해 돌아보았다. 2006년 3월 2일, 용석 씨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1기 상담사로 입사했다. 첫 이사장은 상담사들에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소속이 다르지만 우린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린 하나의 일을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용석 씨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다. 그땐 서울에 있는 센터 3개가 건보고객센터의 전부였다. 용석 씨는 세 곳의 하청업체가 머지않아 하나로 합쳐지고 가까운 미래엔 직고용이 될 거라고 믿었다. 이사장이 말한 대로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새로 생기는 고객센터는 모두 새로운 하청업체가 맡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졌고 제도가 바뀜에 따라 상담 내용은 복잡해졌다. 한 곳의 하청으로 모인 후 직고용이 될 거란 용석 씨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주변 동료들은 버거워하다가 욕을 하면서 떠나기도 했다. 용석 씨는 그때마다 ‘언젠가 나도 참지 못하면 혼자 욕하거나 사직서를 던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 12월, 노동조합이 생겼고 용석 씨는 바로 가입했다. 2021년 초, 노조 집행부는 원주로 투쟁하러 가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용석 씨는 ‘어쩌면 원주 투쟁을 다녀오면 잘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용석 씨는 절박했다. 고객센터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약 14년간 지켜봤다. 직고용은 꼭 필요했다. 용석 씨는 망설임 없이 원주행을 택했다. 만약 자신이 잘린다고 해도 이 투쟁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잘리면, 그 또한 투쟁으로 돌파해야 하는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겨울에 한 번, 여름에 한 번 용석 씨는 투쟁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노사는 소속기관 전환을 합의했고 용석 씨는 솔직히 실망했다. ‘더 싸울 수 있는데’, ‘우리의 투쟁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용석 씨는 대학을 다닐 때 노동조합과 투쟁에 대해서 배웠다. 한 발 물러선 요구가 다시 나아가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2023년 11월 8일, 용석 씨는 세 번째 원주 투쟁 8일째를 맞았다. 서울지회는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원주로 다시 오는 날이었다. 용석 씨는 아침에 조합원들과 버스를 타고 원주로 왔다. 단식자들의 건강이 걱정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용석 씨는 평온했다. 도착 후 약 700명이 넘는 인원이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를 했다. 한국에 있는 콜센터 조합원은 거의 다 온 거 같았다. 들어본 곳도, 처음 들어보는 곳도 많았다. 결의대회와 행진을 하면서 생각했다. ‘우리의 투쟁이 콜센터 노동조합 활동을 확장하는 데 물꼬를 틀지도 몰라. 우리가 이기면 콜센터 노동조합과 회사의 모습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어.’ 용석 씨는 이번 결의대회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진까지 다 끝난 후, 용석 씨는 바로 다음 투쟁을 생각했다. ‘결의대회는 결의대회고, 다음 투쟁이 중요하지.’ 용석 씨는 사실 단식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언젠가는 단식이 끝날 텐데, 그때를 대비한 플랜 B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용석 씨는 현재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중요한 건 ‘다음’이다. 용석 씨는 2021년의 간절함을 지금도 갖고 있다. 우리의 일터가 달라져야 한다고,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용석 씨는 투쟁 여덟째 날인 오늘을 ‘나의 싸움이 나만의 싸움이 아니고 고객센터의 싸움이며 그 시작점이 우리일 수 있음을 확인한 날’이라고 정리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을 향한 총파업 투쟁 여덟째 날, 대규모 결의대회라는 투쟁을 하면서도 다음 투쟁을 고민하는, 지금과 미래를 분석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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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와 억압에 맞선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계속된다 _ 2023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 후기앉아서 전화만 받는다고? 콜센터 노동자는 편히 앉아서 전화응대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관리자의 감시와 통제,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업무 안내와 상담, 여러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의 핵심 업무와 서비스 상담을 맡는 콜센터 노동자의 수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상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지난 11월 1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를 위해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21년 2월부터 3차례 강도 높은 파업을 벌였고 같은 해 10월 정규직 채용 합의를 쟁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합의안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본부 광장에서 천막농성에 나섰고, 쟁의대책위원회 대표자 11명은 집단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11월 8일, 오후 2시부터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다른 사업장 고객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결의대회를 열었다.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본부 앞에서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 노동자, 국세청 콜센터 노동자 등 민주노총 소속 콜센터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직접고용 정규직화! 생활임금 보장! 건강권 쟁취! 2023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울려 퍼진 주요 구호는 △실적 압박 중단! 콜센터 노동자 저임금구조 해결! △콜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폭언, 성희롱 문제, 감정노동 보호 대책 마련하라!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쉴 권리 보장하라! △콜센터 노동자 노조할 권리! 노동3권 보장하라!였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2024 3‧8 여성파업 11월 8일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2024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활동가들이 여성파업을 알렸다.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윤석열 정권과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2024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해 파업을 조직하고자 한다. 조직위원회는 여성파업을 통해 여성 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하고, 여성해방과 모든 노동자의 해방을 위한 디딤돌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2023년 11월 초 현재 2024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에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노동당 여성위(준)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여성노동조합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이대희(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지부) △오영주(녹색당원) △감자(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이영미(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열무(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정아(빵과장미,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류후남 등 총 20개 단체와 7명의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빵과장미의 할말많’ 현실을,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여성 노동자, 노동자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 11월 9일 저녁 7시 30분부터 ‘빵과장미의 할말많’이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주최로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빵과장미의 할말많’은 이번이 세 번째 시간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장 증언, 콜센터 노동의 성격, 실태, 산재 현황을 살펴보는 순서, 자유토론 등으로 이어진다. 참가신청은 아래 링크를 통해 할 수 있다. 많은 동지들의 참여를 바란다. 빵과장미의 할말많3: 콜센터노동 참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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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책읽기모임 - "조선 자본주의 공화국"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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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책읽기모임 -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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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든 공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조직하자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지난 11월 5일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 긴급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초대 손님인 시마, 하마드 두 동지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나 요르단으로 옮겨간 팔레스타인인 집안 출신이었다. 팔레스타인 동지로부터 직접 듣는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은 국내 주요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보다 훨씬 심각했다. 시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발견하기도 어려워 언론에서 나오는 사망자 통계보다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고, 1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이미 10월 16일부터 가자지구에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은 사라진 지 3주가 되었고, 10월 27일부터는 모든 통신이 끊겨서 가자지구 내에서도 주민들이 서로 연락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구호 물품 트럭 역시 이스라엘이 극심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실상 구호 물품을 거의 지원받지 못해 생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된 관심이 가자지구에 쏠려있는 터라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인 노동자와 서안지구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안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출신 노동자들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탄압과 폭력적인 강제추방 조치는 다른 자리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또 현재 가자지구 못지않게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의 학살이 자행되고 있고, 서안지구에서 꾸준히 이스라엘의 학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강조하였다. 이러한 지점들은 현재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단순히 지난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에서의 무력 분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시마와 하마드 두 동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 상황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설명하며 소위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의 무단 점령을 인정하자는 주장이기에 동의할 수 없고, 하나의 팔레스타인 국가만이 대안임을 역설했다. 세계 각국이 휴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서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휴전’보다 중요한 것은 ‘해방’이고 이를 함께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의 주요 뉴스와 서방 국가 정부들의 주장이 얼마나 거짓 정보와 날조로 가득 차 있는지 알려주며 이에 대한 폭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이스라엘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모든 유대인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비백인 유대계를 배제하면서 만들어졌음을 이야기하며, 이스라엘 국가는 존재 자체로 인종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지금의 팔레스타인인 학살과 그 배경이 일맥상통함을 설명하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 동지들의 여러 질문에 대한 팔레스타인 동지들의 답변도 이어졌다. ‘한 국가’의 상과 유대인과의 공존, 이스라엘 민중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성심성의껏 답변하면서 고민과 복잡한 심경도 밝혔다. 우선 ‘두 국가’가 아닌 ‘한 국가’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국가의 모습과 형태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팔레스타인 영토의 완전한 탈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사는 국가”라고 답변하였다. 이는 정착 행위 중단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원래 자신들이 살던 땅으로 귀환할 권리를 포함해야 하고, 유대인들과의 공존 문제에 대해서는 어차피 이스라엘 건국 전에는 서로 함께 살아가지 않았었냐고 답했다. 이와 함께 많지는 않지만, 이스라엘 노조 중에서 팔레스타인 노동자와 연대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노동자계급과 팔레스타인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연대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민중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한 동지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이주·정착해 온 과정 자체가 곧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해 온 과정이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원래의 땅으로 돌아가는 게 자신들의 요구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동지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면서, 이스라엘의 정착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75년이 흘렀고, 그들을 다 쫓아내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비록 모든 이스라엘인이 시온주의자는 아닐지라도 모두 이스라엘 군대에서 복무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 인종청소 실행과 정착 행위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민중과 정부를 완전히 구분해서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입영을 거부하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뒤풀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국가권력과 이스라엘 민중을 쉽게 나눠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대인과의 공존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고민을 알 수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국 활동가 중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단지 군사 점령 문제가 아니라 식민주의와 인종주의 문제로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한 동지가 있었다. 덧붙여서 BDS운동(Boycott Divestment Sanctions Movement 보이콧, 투자철회 및 제재운동)에 동참하고 조직된 연대를 구축하자고 제안하였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결성되고 두 차례 서울 도심 집회를 진행했으나, 아직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미약하고 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팔레스타인 연대는 생소한 영역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맞서 투쟁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연대하는 것, 이것이 지금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 맞선 가장 중요한 투쟁이다. 지금부터라도 각자 자신이 속한 지역, 현장, 영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스라엘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투쟁을 조직하자.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각종 인종차별 범죄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자본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고, 더 나아가 노동자 국제연대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함께 해나간다면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집단학살을 막아내는 것도 지난 수십 년간 자행된 이스라엘의 압제로부터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쟁취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 그리고 이스라엘을 앞세워 중동을 통제하려는 제국주의가 팔레스타인 민중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으로 밀어넣고, 추방했으며, 학살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팔레스타인 연대가 절실하다. 한국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계급이 그 투쟁에 앞장서자. 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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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자라, 갭, H&M, 리바이스를 만드는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노동자들. 거리 시위 벌이며 일주일 넘게 파업 중1. 2024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열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 2024년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이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진행됐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을 슬로건으로 한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9월 초 초동모임을 꾸렸고, 1차 모집기간 20개의 노동조합과 단체, 개인들이 모였으며, 이후 사업을 통해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앞으로 노동조합 및 단체 워크숍과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여성파업을 현실화시켜내기 위한 조직사업을 진행하고, 12월 6일에는 여성파업 대토론회를 비롯해 여성파업운동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여성 지우기에 나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 여성들 스스로 행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으며, 2024년 3월 8일 함께 노동을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고 외쳤다. <참조 기사>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598 2.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 수천 명, 임금인상 요구 파업과 거리 시위 벌여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생산국인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노동자들의 거대한 파업투쟁이 일주일 넘게 일어났다. 수천 명의 의류 노동자들은 수도 다카와 가지푸르 공업지구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갔다. 400만 명의 의류 노동자들은 방글라데시의 안정적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월 8,300타카(75달러)라는 저임금에 시달리는데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다. 의류 노동자 샤히다 아크터는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생필품) 가격을 낮추면 임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며 높은 물가 상승에 대해 “가족을 꾸리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아는가? 아기가 생기면 더 많이 지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초과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는 월 최저임금으로 208달러를 요구했는데 자본가들의 의류수출협회(BGMEA)는 90달러, 25% 인상안을 내놓자 파업시위가 시작되었다. 노동자들의 시위에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사용했으며, 연행하고 체포하며 강경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1명이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숨졌다. 그 소식을 들은 의류 노동자들은 자본의 공장폐쇄와 경찰의 무력 진압에 맞섰다. 돌을 던지기도 하고 고속도로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번 파업으로 세계 주요 의류 브랜드의 공장이 멈췄다. “여기에는 갭, 월마트, H&M, 자라, 리바이스 등이 포함된다. 파업의 영향을 받은 공장이 600개에 달한다”고 방글라데시의류산업노조연맹 위원장 악터가 말했다. 노동자들은 직무등급을 기존 7등급에서 5등급으로 낮추고, 출산휴가를 4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며, 배급제 도입, 근속수당과 상여금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보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의류 여성 노동자의 무려 77%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과로에 시달려 빈혈 상태에 있다고 한다. <참조 기사> https://apnews.com/article/bangladesh-garment-workers-protest-minimum-wage-928de69317e2f39911987f9369285bdf https://www.france24.com/en/live-news/20231103-bangladesh-protests-halt-production-for-top-fashion-brands-union-1 3. 여성 고용 많은 월마트 등 미국 기업,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내몰아 2020년 미국 회계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보충영양 지원프로그램 스냅(snap, 이전 food stamp) 또는 메디케이드에 의존하는 노동자가 있는 상위 25개 기업 중 월마트가 1위, 아마존이 6위를 차지했다. 유엔 극빈 인권특별보고관 올리비에 드 슈터는 서한을 통해 월마트, 아마존, 도어대시 등 미국 상위 기업 자본가들이 턱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해 노동자들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이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극빈 인권특별보고관이 지적한 대표적 저임금 사업장의 착취 방식은 이렇다. “연방 또는 주 차원에서 법률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 고용주에 의한 임금 도둑질,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유연근로제, 서류 미비 노동자 처우에 대한 불이익, 노조 권리 침해, 자동화 등”이다. 그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많은 노동자에게 강요된 현실이자 미국 노동계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월마트는 미국 민간기업 중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이자, 여성을 고용하는 최대 규모 사업장으로 월마트에 고용된 전 세계 노동자 200만 명 중 여성 노동자는 53%에 이른다. 월마트 자본은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며, 창업자인 월튼 가문은 세계 최고 부호로 추정 순자산만 2,40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월마트는 노동자 저임금 문제로 오랫동안 조사받아 왔고, 노조 파괴 전력도 화려하다. 아마존은 높은 산업재해율과 노조탄압을 이유로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도어대시(DoorDash)는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고 대기시간을 유급 노동시간에 포함하지 않는 대표적 플랫폼 자본이다. 드 슈터는 “미국의 임금은 생활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늘날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진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거의 50년 전인 1979년보다 2.7%나 적다. 그런데 이것은 노동자의 생산성이 두 배로 증가한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라며 놀라워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2009년 이후 변동이 없고, 20개 주의 최저임금은 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미국 여성 노동자는 극심한 불평등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nov/02/un-poverty-amazon-walmart-doordash-wages-unions 4. 절반으로 깎이는 월급은 어쩌고 자동육아휴직?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저출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책이라고 내놓는 정부의 정책은 구조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다. 3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을 추진하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한국이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다. 관련 정보가 공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9개 국가 중 사용자 수가 가장 적은 규모다. 실제 육아휴직 사용 후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내용은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 문제도 육아휴직 사용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2년 기준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은 한국이 44.6%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액은 통상임금의 80%, 최대가 150만 원까지다. 최대 기존 수입이 반토막되는 상황에서 쉽사리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여성에게 독박육아가 강요되는 현실에서 성별임금격차와 사적 돌봄체계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양육자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처지에 놓인 여성 양육자에게 독박육아 쏠림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31031068900530?input=1195m 5. 일하는 30대 여성 증가…또 경제적 영향만 말하는 정부 노동시장에서 30대 여성은 전통적인 약자에 속했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연령대다 보니 원래 하던 일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10년대 들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년 전인 2002년에는 30대 여성 100명 가운데 ‘54명’만 경제활동에 참가했다면, 올해는 어림잡아 ‘70명’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해당 연령대의 유자녀 여성 비중이 감소하는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월 30일 펴낸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는 해당 연령대의 유자녀 여성 비중 감소에 밀접하게 연동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노동력 공급 둔화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출생률 하락으로 이어져 향후에는 생산가능인구와 노동공급 감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향이 장기화할수록 경제성장 둔화, 연금재정·정부재정 악화 등의 심각한 문제가 추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처럼 정부는 저출생 현상이 야기되는 근본적 원인은 외면한 채 이의 경제적 영향만을 우려할 뿐이다. 최근에도 정부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저평가하는 현실을 내버려 둔 채, 단지 고용 지표의 개선만 바라보는 정부 정책은 일‧가정 양립도, 저출생 대응에 대해서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4222.html 6. 내년 ‘양성평등’ 예산 삭감, 뒷걸음질 거듭하는 성평등 정책 여성가족부가 내년 예산에서 ‘양성평등’ 정책 예산을 감축한 가운데 양성평등을 포함한 여성 정책 관련 대부분의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 총액은 올해 예산안 대비 9.4%(1,475억800만 원) 증액됐지만, 양성평등 정책 예산은 2.5%(61억9,600만 원) 감액됐다. 양성평등 정책과 함께 청소년 정책은 올해 예산안 대비 6.9%(173억1,800만 원) 떨어져 사업 집행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 소관 사업 중 예산이 줄어든 사업은 주로 사업평가 결과가 저조한 경우에 속했다. 이처럼 정부가 사업 실적 저조를 이유로 양성평등 정책 관련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여성계는 “정책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실적 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은 국가가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 예산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한 나라의 자원을 어떻게 동원해 어디에 투입할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여성정책 관련 예산삭감은 결국 국가의 성평등 정책이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근거다. <참조 기사>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110117304794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