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목록
-
[세계의 여성파업 3] 폴란드 - “죽을 아기는 낳지 않겠다”, 신자유주의 여성 억압에 맞선 여성파업의 시작[편집자 주] 지난 12월 6일 열린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를 비롯해, 2024년 3월 8일 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활동이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노동자계급의 여성해방 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여성파업 시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이 운동의 현황과 과제, 전망을 짚어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파업 사례를 돌아보고자 한다.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에서 시작해 지난 십수 년 사이에 폴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스위스, 아르헨티나 등 곳곳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각각의 사례는 그 자체로 세계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투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넓혀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여성파업의 양상과 결과, 다양한 쟁점을 훑어보면 우리의 과제에 대한 인식도 더 풍부하게 채워 갈 수 있을 것이다.1) 1) 이 글은 졸고 《검은 시위》 중 폴란드 장을 여성파업을 중심으로 수정, 보완한 글이다. 2016년 3월 14일 폴란드의 대표적인 극우단체가 하원의장에게 ‘임신중지 금지’ 입법발의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통보했다. 3월 30일에는 폴란드 주교회 의장단이 ‘현행법은 태아의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며 이에 만족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3월 31일 총리 대행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신중지 금지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4월 1일 이를 비판하며 ‘소녀들을 위한 소녀들(Dziewuchy Dziewuchom)’이란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됐고, 몇 시간 만에 수천 명의 여성 이용자가 결집했으며, 이튿날에는 지역 그룹까지 만들어졌다. 4월 3일 폴란드 좌파 라젬당 활동가 주도로 폴란드 여러 도시에서 임신중지 금지 법안을 규탄하는 첫 번째 시위가 열렸다. 현장에는 ‘여성을 고문하는 법안에 반대한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같은 날 소셜 네트워크에 미사 중 성당을 떠나는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한 비디오 영상이 퍼져 나갔다. 4월 4일에는 페이스북에서 ‘총리에게 옷걸이 보내기’라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4월 13일에는 ‘여성을 구하라’라는 이름의 대안 입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7월, 임신중지 금지 입법발의위원회가 연방의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4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8월 4일에는 대안입법발의위가 21만 5,000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제출했다. 9월 18일 여러 도시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않겠다’는 슬로건 아래 시위가 열렸다. 9월 21일 라젬당 활동가가 #blackprotest(검은 시위) 행동을 제안했다. 이후 소셜 네트워크에 해시태그 #blackprotest가 포함된 사진 수천 장이 게재됐다. 9월 24일 폴란드 배우 크리스티나 얀다가 페이스북에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에 대한 글을 게시하며,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여성파업을 제안했다. 9월 25일 폴란드 전역에서 검은 시위가 벌어졌다.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 시위에서는 활동가 마르타 렘파르트가 10월 3일에 전국적인 여성파업(Strajk Kobiet)을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9월 26일 폴란드 여성파업 페이스북 계정이 만들어졌다. 이벤트 페이지에 지역위원회가 구성되고 전국적인 행사 계획이 수립됐다. 10월 3일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이른바 검은 월요일. 전국적으로 결근 운동이 벌어지고 수많은 여성과 남성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파업이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은 병가나 돌봄휴가, 또는 헌혈을 하고 여성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결국 수많은 대중의 반발에 부딪힌 의회는 10월 6일 법안을 부결시켰다. 10월 23~24일 아이슬란드 여성파업 기념일을 맞이해 전국적인 여성파업의 두 번째 라운드가 펼쳐진다. 여성파업은 요구를 확대한다. 여성에 대한 경멸과 폭력 반대, 정치에 대한 교회의 간섭 및 교육에서의 정치 개입 반대. 11월 3일에는 바르샤바에 “죽을 아기는 낳지 않겠다”는 슬로건이 적힌 대형 벽화가 그려졌다.2) 2) 일부 사업장에서는 헌혈을 할 경우 휴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헌혈을 하고 여성파업에 참가했다. 출처: Razem 페이스북 계정 이것은 임신중지 금지 법안 발의에서 여성파업까지 사태가 전개된 과정이다. 임신중지 권리를 위해 여성파업을 벌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폴란드 사례를 주시해 보자. 폴란드 여성파업은 누구도 예상치 못할 만큼 강력했고, 임신중지 권리를 더 후퇴시키려던 정부의 계획을 며칠 만에 좌초시켰다. 사건의 한가운데 서 보자. 2016년 10월 3일 폴란드에서는 150개 이상의 도시에서 약 20만 명이 집회와 행진 시위를 벌였고, 거리를 봉쇄했다. 참가자들은 “나는 인큐베이터가 아니다”, “동정녀 마리아도 우리와 함께 싸울 것이다”, “우리는 일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는 페미니스트나 활동가뿐 아니라 시위 경험이 없는 여성 고교생과 대학생, 기층 노동자계급 여성이 광범하게 참가했다. 또 약 90%의 시위가 인구 5만 명 미만의 도시에서 일어났을 만큼 검은 시위는 폴란드 사회 저변으로 깊숙이 뻗어 갔다. 이들은 가장 단순하고 원시적인 임신중지 도구를 상징하는 옷걸이를 들고 거리로 나왔고, 이는 곧 임신중지 합법화 투쟁의 국제적인 상징이 됐다. 이러한 검은 시위에 이어 마르타 렘파르트가 페이스북에서 제안한 여성파업은 공개 제안된 지 하루 만에 6만 명이 ‘좋아요’를 누를 만큼 대중적인 반응을 얻었다. 결국 2016년 10월 3일 여성파업 당일, 수많은 지역에서 여성들은 출근 대신 검은 옷을 입고 거리를 점거했다. 전투적인 노동조합 ‘노동자 이니셔티브(Inicjatywa Pracownicza)’를 포함해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경제특구 노동자 등 주류 노총이 대표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여성파업에 가세했다. 결국 수십만 규모의 시위가 계속되고, 유럽과 해외로도 연대 시위가 확산하자, 집권당은 더 이상 법안을 고집할 수 없었다. 여성파업의 역사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법과정의당은 약 4년 만에 헌재를 통해 태아 손상의 경우에 대한 임신중지 금지 결정을 끌어냈다. 바로 2020년 10월 헌재가 낸 결정이 그것이다. 검은 시위를 학습한 법과정의당이 의회를 우회해 꼼수로 추진한 결과였다. “우리는 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더 크고 과격한 시위가 전국 도처에서 터져 나왔다. 헌재 결정 이튿날인 2020년 10월 23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만 1만 5,000여 명이 거리로 나와 헌재와 정부를 규탄했다. 이번에는 “엿 먹어라”라는 의미의 “Kaczyński!”, “Fuck PiS”라는 욕설까지 거침없이 쏟아졌다. 법과정의당 소속 정치인들의 집 앞은 돌을 던지는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로 아수라장이 됐다. 또 시위대는 전국 곳곳에서 자동차와 자전거를 이용해 도로와 철도, 공공시설을 봉쇄했다. 도심 못지않게 지역에서도 수많은 시위가 일어났다. 특히 150개 이상의 지역에 여성파업위원회가 조직되어 시위를 이끌었다. 낙태죄를 옹호해 온 성당들은 붉은색 페인트로 뒤덮이기도 했다. 급기야 10월 27일에는 최소 70개 지역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났으며, 28일에는 43만 명이 전국 600개 지역에서 다시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집회에서는 여성 배달 노동자와 교사, 세입자와 기후운동가, 장애 아동의 어머니와 장애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발언했다. 간호사를 비롯해 파업에 직접 동참하기 어려운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은 붉은 번개가 새겨진 마스크와 함께 검은 옷을 입고 일하며 지지를 표현했다. 한편에선 극우 청년들이 시위대를 공격했지만, 여성들의 반격을 멈추지는 못했다. 당시 폴란드에서는 하루에만 1만 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방역을 이유로 10명 이상의 집회가 금지된 상황이었는데도 시위 물결은 여러 개월 동안 지속됐다. 국제 공공데이터 플랫폼 ‘타블로우 퍼블릭(Tableau Public)’에 따르면, 2020년 10월 19일부터 2021년 2월 12일까지 폴란드에서 일어난 시위는 1,159건에 달했다. 외신은 당시 시위를 1980년대 폴란드 ‘솔리다르노시치(Solidarność, 연대노조)’ 운동 이후 가장 커다란 규모라고 기록했다. 폴란드 임신중지 권리 후퇴의 배경 폴란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억압적인 낙태죄 중 하나를 두고 있지만,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형태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했다. 1959년 폴란드 인민공화국은 임신중지를 합법화했고, 이는 스웨덴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여성들이 임신중지 시술을 받기 위해 폴란드를 찾을 만큼 급진적인 것이었다. 당시 여성의 권리가 확대된 이유는 소련이 이식한 폴란드 정권의 여성 정책 때문이었다. 하지만 폴란드 사회에서 나타난 이 같은 변화는 근본적인 한계를 노정한 것이었다. 폴란드 여성가족계획연맹 공동창립자인 반다 노비스카에 따르면, 당시 폴란드 여성의 지위 변화는 여성의 힘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부여된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역사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국가와 남성에 종속했던 국가주의와 가부장제가 인민공화국 시절에도 변함없이 지속했다. 단적으로 1970년대에 집권 통일노동당 지도자들은 광부의 어머니들에게 그들의 출산을 치하하며 훈장을 수여하고 ‘모범적인 애국자’라고 불렀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비교적 강력했던 여성운동마저 폴란드의 스탈린주의 체제 시절 완전히 사라지면서 여성의 목소리는 더욱 찾기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 폴란드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는 가장 진보적인 형태를 취했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한 것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신중지 권리는 1989년 폴란드 인민공화국이 무너지면서 정반대 경로를 걷기 시작했다. 바로 가톨릭교회가 후원한 야권 연대노조의 공세에 구(舊)통일노동당 세력이 받아들인 ‘임신중지 타협’ 때문이었다. 당시 신구 정치세력이 체제 전환에 합의하며 맺은 ‘타협법’은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이 위험한 경우나 심각한 태아 손상의 경우에만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이러한 낙태죄는 폴란드 의회가 1993년 도입해 1997년 헌재가 확정했으며, 이는 전환기를 나타내는 이정표 중 하나가 됐다. 붕괴를 겪은 소련 위성국들이 임신중지 권리를 특별히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폴란드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막달레나 스로다(Magdalena Sroda) 바르샤바대 윤리학 교수는 “민주화 시대가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백래시가 되리라고,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한다. 출처: Silar 한편, 시장주의 개혁 세력이 추진한 공공부문 민영화와 노동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기존의 불평등을 완화하기는커녕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사회 위기를 가중시켰다. 전 폴란드 통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세력 역시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는 지배집단의 한 축일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2001년 레흐 카친스키와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쌍둥이 형제가 창당한 ‘법과정의당’이 기득권 정당의 위기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해 갔고, 극심한 사회적 위기를 겪는 폴란드 대중에게 가톨릭 신앙과 민족을 외치는 한편, 주류 양당과는 다르게 최저임금이나 복지수당 인상을 공약하면서 유권자층을 빠르게 흡수해 갔다. 결과적으로 법과정의당은 창당 14년 만에 좌우 양대 정당을 완전히 제치고 최대 정당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법과정의당은 민생조치를 강화하면서도 사회적 위기의 원인은 약자에게 돌리고 통제를 강화하는 극우 정당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낙태죄 강화다. 뿐만 아니라 2019년에는 총선에서 ‘성소수자 없는 도시 만들기’를 공약했고, 결과적으로 법과정의당이 집권한 100여 개의 지방정부(전체 지방정부의 3분의 1)가 ‘LGBT 프리존’을 선언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장애아동 지원예산을 비판하며 하원을 점거하자 이들을 강제 퇴거했다.3) 법과정의당은 이미 2015년 총선에서 다수파가 된 뒤 사법제도를 바꿔 헌법재판소까지 장악했다. 2020년 10월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태아 손상의 경우에 관한 임신중지를 허용한 법안을 위헌 판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3) 폴란드 정부는 장애아 출산 시 1,000유로를 지급하며 장애 아동 돌봄비로 월 350유로를 지원하지만, 별도의 소득이 없을 경우에만 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장애 아동이 18세가 되면 이 수당도 종료된다. 폴란드 여성의 현실 전환기 이후 폴란드 여성이 임신중지 권리만 빼앗긴 것은 아니다. 애초 폴란드 전환기를 주도한 시장주의 개혁 세력은 1980년대 당시 서구를 지배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를 관료제에 억눌려 온 노동자들에게 유익한 발전 경로로 보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시장주의 세력이 추진한 공공부문 민영화와 노동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경제성장률이 증가했을지라도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하며 폴란드는 급속한 사회적 불평등과 위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3), 그 주된 피해는 노동자계급 여성에게 돌아갔다. 3) 애초 폴란드 사회 각계가 체제 이행을 합의하기 위해 구성한 원탁회의부터 합의안에서 노동자의 파업권을 유보할 만큼 보수적이었다. 그래서 당시 기층에서는 “폴란드 국민은 원탁회의보다는 식탁에 더 관심이 많다”는 말이 회자됐다. 김용덕, <폴란드 체제 전환 연구 – 원탁회의와 6월 총선을 중심으로>, 《세계역사와 문화연구》, 제59집, 2021, 205쪽. 실제로 폴란드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 속으로 편입된 뒤 경제성장률은 ‘아시아의 호랑이’보다도 빠르게 치솟았지만, 경제 성장에 따른 부는 소수에 집중되어 사회적 불평등과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대표적으로, 폴란드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1890년 약 11%에서, 1952년 폴란드 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는 5% 미만을 유지했지만, 세계시장체제로 편입된 1990년부터 다시 증가해 2015년에는 13%로 급증했다. 폴란드의 세계시장체제로의 편입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주된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폴란드 언론인 아가타 차르나카(Agata Czarnacka)에 따르면, 새로운 일자리는 남성에게 집중됐고, 여성 다수 사업장의 노동조건은 후퇴해 갔다. 이는 여성들이 열악한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 돌봄을 선호하게 된 계기가 됐다. 동구 붕괴 후 공히 나타나는 것처럼, 정부는 이를 올바른 모델이라며 치켜세웠다. 또 공공부문 노동자 다수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민영화도 여성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 또 다른 문제는 공공보육 해체였다. 이 역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해체되었고,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여성의 가사돌봄 비중을 증가시켰다. 1990년대 초 가임기 여성 1인당 출산율이 평균 1.33명으로 급격히 하락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1997년에는 헌법이 개정되어 부채 상한선이 국내총생산의 60%로 한정되었고, 이는 공공지출 규모를 제한해 여성에게 더 큰 타격을 입혔다. 2004년 5월 유럽연합 가입을 앞두고 폴란드가 인준해야 하는 유럽연합 평등 지침 등이 잠시 여성계의 기대를 모았지만, 이 역시 아무런 효과를 갖지 못했다. 폴란드가 유럽연합 정책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적 이탈권 제도(옵트아웃)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폴란드 통화의 유로화로의 통폐합과 긴축재정 아래, 폴란드 여성들은 공공부문 임금동결 같은 경제적 타격을 추가로 받았다. 폴란드 여성들은 그런 정부 정책을 피해 유럽연합 가입국 특히 영국과 독일로 대거 이주했으며, 이는 정부의 반여성 정책을 시사하는 또 다른 징후로 해석됐다. 결과적으로 폴란드는 유럽연합 젠더 평등 인덱스에서 2022년 기준 2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유럽연합 평균보다 10.9포인트 낮았다. 노동시장에 참여한 여성 비율은 2022년 기준 50.8%에 불과한 반면, 폴란드 여성이 요리와 집안일에 보내는 시간은 하루 최대 3.2시간으로 유럽연합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2015년 기준). 폴란드 성별임금격차는 2020년 기준 8.7%로 OECD에서 낮은 편이지만, 그 원인은 성평등 수준이 높다기보다는, 여성의 교육 수준은 비교적 높은 반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업 여성의 약 3분의 1이 육아나 돌봄 부담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할 만큼, 여성이 떠맡은 부담이 큰 편이다. 같은 여건의 남성은 약 3%에 불과했다. 이런 조건에서 법과정의당 정부가 2016년 도입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인 ‘패밀리 500+’가 기대를 모았지만, 이 역시 보육원과 유치원이 부족해 일과 보육을 결합하기 어려운 소도시에서는 여성이 집에 머물도록 유도한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폴란드 여성파업의 특징 이러한 조건에서 2016년 여권이 발의한 임신중지 금지 법안은 그렇지 않아도 힘겹게 살아가는 폴란드 여성들에게 거대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극우 정권에 대한 불만이 수년 동안 증가해 온 상황이기도 했다. 2020년 여권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온라인 교육이나 병원, 의료서비스를 강화하는 대신 선거운동에 바빴다. 뿐만 아니라 형편없는 의료서비스 수준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2017년에는 레지던트 의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맞서 단식투쟁을 포함한 파업에 들어갈 정도로 보건의료 수준이 열악했다. 그러면 폴란드 여성파업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선 폴란드 여성파업은 폴란드 역사상 최초로 임신중지권을 쟁취하기 위해 조직된 대중적 계급투쟁이다. 이는 2016년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에서 영감을 얻어 처음 제안했고, 즉시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파업이 반향을 얻은 것은 앞서 언급한 신자유주의 아래 후퇴한 여성들의 사회적 조건과 관련이 깊다. 폴란드 현장 노동자조직 ‘노동자 이니셔티브(Inicjatywa Pracownicza)’에서 활동하는 마르타 에르(Marta R)에 따르면, 여성파업이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유는 검은 시위에 참여한 여성 대부분이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 열악한 공공서비스 아래 무급 가사·돌봄노동 모두로부터 고통당하는 상황에서, 임신중지가 박탈당한 사회경제적 권리의 일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는 ‘파업’으로 자신에게 떠맡겨진 노동을 거부하는 것이 중요한 전술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임신중지 금지는 부자가 아닌 가난한 여성의 문제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중지는 계급적 문제였다. 실제로 폴란드 여성이 국내서든 아니면 해외서든, 임신중지 수술을 받으려면 월급의 50~100%를 지불해야 했다. 즉, 폴란드 여성파업은 임신중지 권리 억압을 계급적 문제로 보고 계급적 주체로 서서 저항한 반자본주의 계급투쟁이었다. 둘째, 소수의 노동조합이 여성파업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사실 폴란드 여성파업은 노조운동과는 거의 관련 없이 진행됐다. 애초 여성파업 주체들은 총파업을 예고하며 “우리는 일하러 가지 않겠다”라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노동자들에게 “하루 쉬자, 하루 무급휴가를 갖자. 헌혈을 위한 휴가를 내자. 사업자와 상점, 가판대를 접자. 그냥 단순하게 일하러 가지 말자. 폴란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이제 그만 멈춰 버리자! 그리고 새로운 폴란드를 만들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렇게 총파업을 호소했지만, 노동조합의 파업 행동은 조직되지 않았고, 여성파업은 출근하지 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거리 시위 형태로 진행됐다. 집회 시위에서 전폴란드노총(OPZZ), 자유노조연맹(49 WZZ Sierpień 80), 연합대안(Związkowa Alternatywa51)을 비롯한 여러 노동조합이 발언했고, 그들은 여성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시위 중 경찰에 제지된 이들에게 법적 지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오로지 단 하나의 노조, ‘노동자 이니셔티브’만 실제로 조합원들의 파업을 조직했다. 셋째, 폴란드 여성파업위원회는 산업이나 단체를 포괄하는 위원회라기보다는 여성단체에 가까웠다. 여성파업위원회는 전국 150개 지역에서 조직되었으며, 다양한 시위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을 기반으로 2020년 10월 헌재 판결 후 시위는 한 달 동안 계속됐고, 2021년 1월 해당 법안이 발효됐을 때에도 일주일 이상 시위가 지속됐다. 2021년 3월 8일에는 다시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노동조합 없는 여성파업 그러면 폴란드 노동조합은 왜 여성파업에 나서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폴란드 노동조합의 가부장적 질서 때문이다. 사실 폴란드의 양대노총 중 하나인 연대노조는 우파 정치세력에 가까우며 역사적으로도 가부장적 질서가 팽배한 노조였다. 연대노조에는 많은 여성노동자도 참여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조선소 크레인 여성노동자 안나 발렌티노비치 해고가 유명한 그단스크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연대 조합원 중 여성은 54%에 달해 여성노동자들도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를테면, 1980년 8월 연대노조 위원장 바웬사는 사측이 임금 인상 요구의 일부분을 수용하자 파업 종료를 선언했지만, 파업을 멈추면 정권이 더 많은 공세를 펼 것이라며 파업이 계속돼야 한다고 설득한 것도 여성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연대노조 내에서 여성 의제가 채택된 적은 없을 만큼 여성들은 소외되어 있었다. 오히려 1990년 연대노조 전국연대대회(NCS)는 ‘태어나지 않은’ 자의 법적 보호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여성의 의사를 외면했다. 당시 연대노조 여성부는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여성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그 결과 1991년 봄에 해산되고 말았다. 폴란드 페미니스트 문학평론가 마리아 야니온(Maria Janion)은 연대노조가 주도한 체제 전환 과정에 대하여 “그것은 남성 민주주의의 시작이었다”라고 지적한다. 체제 전환을 위해 구성된 원탁회의에는 여성(2명)보다 가톨릭 신부(3명)가 더 많이 참여했고, 모두 56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으로 구성됐다. 지난 여성파업에서도 연대노조는 유사한 태도를 취했다. 연대노조는 1989년 자신의 선거 포스터에 나오는 남성을 여성으로 묘사한 크로아티아 예술가 산자 이베코비치(Sanja Ivekovic)를 고소했다. 그러나 애초 선거 포스터를 제작한 예르지 야니체우스키(Jerzy Janiszewski)는 예술가와 시위대를 옹호하며 진보적 목적에 한해선 누구나 이 포스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Tomasz Sarnecki의 1989년 6월 선거 포스터와 Sanja Iveković의 작품 "잊혀진 연대의 여성들” (사진: Sławomir Sierzputowski / Agencja Wyborcza.pl; 바르샤바 현대 미술관) 둘째, 여성단체들도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설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 바르샤바대 법과대 조교수 표트르 그제비크(Piotr Grzebyk)에 따르면, 폴란드 여성파업 주체들이 임신중지권 쟁취를 위해 노동자 파업을 조직하려면, 임신중지권과 노동권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또한 임신중지 금지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함을 입증해야 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임금 삭감이나 실직 위험을 이기고 파업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여성파업위원회는 이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파업권을 제한하는 법 제도 때문이다. 1990년대 폴란드에서는 파업 주체, 절차, 요구 등 파업에 관한 제반 권리가 제한됐다. 법은 임금이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만 합법으로 인정했고, 임신중지권을 요구하는 여성파업은 법의 허용 범위를 초과했다. 요구 대상도 고용주가 아니라 국가라는 점에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가지기 어려웠다. 아울러 폴란드에서는 노조만 파업을 조직할 법적 권리가 있지만, 여성파업의 주체는 노조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폴란드는 파업 돌입 전 교섭과 조정 단계를 의무화하기 때문에, 노조가 여성파업에 참가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은 노조가 조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문제와 탄압을 감수하고 여성파업에 참가했다. 일례로 폴란드 남부 자브제의 교사 그룹은 여성파업에 참가한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했다가 교육당국 징계위원회에 신고됐고, 이에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위해 싸워야 했다. 2021년 11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시위 참가를 이유로 법정에 출두한 사람은 약 4,000명에 이른다. 폴란드 여성파업의 성과와 과제 이제 폴란드 사회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2020년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폴란드 국민 73%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반대했는데, 이는 2019년 53%에서 대폭 늘어난 것이다. 또 거의 절반(45%)이 임신중지 문제가 향후 선거에서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렘파르트는 “우리는 진정 빠르게 세속화하는, 또한 페미니스트가 많아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검은 시위와 여성파업은 폴란드 사회 전체를 뒤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 폴란드 노동자민중은 연대노조를 중심으로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했지만, 체제의 대안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로 삼으며 역설적으로 노동자계급에 반하는 국가를 건설했고, 여성의 처지는 더욱 악화했다. 즉, 공적 자원이 해체되면서 여성에게 노동력 재생산 책임이 주어지고, 무급 가사돌봄에 붙들린 이들의 노동력은 더 저평가됐다. 더구나 시장주의 개혁 세력은 가톨릭교회의 비호 속에서 집권해 더 반여성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건설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국가의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낙태죄 도입이었다. 이에 폴란드에서 임신중지 권리는 계급투쟁의 문제였고, 그 때문에 2016년을 시작으로 폴란드에서 대중적인 여성파업이 전개된 것은 노동자계급의 무기를 든 계급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계기를 기록한다. 뿐만 아니라 폴란드 여성파업은 아르헨티나 여성파업과 더불어 2017년 3월 8일 30여 개국이 함께한 국제 여성파업의 물꼬를 텄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폴란드 여성파업이 부딪힌 한계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폴란드 여성파업은 역사적인 투쟁을 전개했지만, 시위 중심이었고 강력한 파업으로 전개되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여성노동자의 이해 역시 대변해야 할 노동조합이 주요한 걸림돌로 작용해 여성파업의 위력을 저해했다. 이에 강력한 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적인 노동조합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우선 노동조합부터 여성노동자에게 사적으로 떠넘겨져 왔던 문제, 즉 성과 재생산 의제를 자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 생리부터 임신을 중지 또는 유지할 것인지를 비롯해 출산과 보육, 간병까지 여성노동자가 수행해 온 성과 재생산 의제를 전체 노동자계급의 문제로 삼고, 이 권리를 박탈하는 자본가계급에 맞서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온전히 쟁취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전체 노동자계급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위한 싸움은, 개별 사업장 단체협상부터 산별과 전국 수준의 투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출처: www.ozzip.pl 여성운동은 가부장적 노동자운동을 혁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이 외면해 온 여성노동자들을 주체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운동과 공동전선을 결성해 노동자계급의 성과 재생산 권리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운동은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해 노동자계급에 토대를 둔 대중적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나아가 폴란드 사례는 현 시기 성과 재생산 권리가 단순히 하나의 법안,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은 가부장적 자본주의 변혁을 우회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이에 성과 재생산 권리 운동 역시 체제 개선에 안주하지 않고 가부장적 자본주의 변혁운동으로 전진해야 한다. 예컨대, 2019년 아르헨티나에서 주류 임신중지 합법화 활동가들의 지지 속에서 당선한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최근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에게 정권을 내준 것은 중요한 메시지다. 최근 폴란드에서도 여성파업의 정치적 여파 속에서 중도좌파 야당이 승리했는데, 이들 역시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폴란드 여성파업이 들려주는 교훈 사실 극우 법과정의당의 성과 재생산 억압은 비단 폴란드에서만 나타난 현상도 아니고 일시적인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저출생 심화에 따라 도입된 노동자계급의 성과 재생산 권리 억압이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계급의 생활수준을 공격해 결혼·출산 가능성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저출생을 낳는다. 특히 여성노동자는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떠밀리고 공공기반시설이나 서비스는 민영화되거나 삭감되어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 부담을 떠안는다. 그러나 자본가계급은 노동력이 세대에 걸쳐 재생산되어야 착취할 수 있기에,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결국 자본가국가는 여성을 이중으로 쥐어짜는 위기전가에 나서는데, 한편으로는 불안정노동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낙태죄를 비롯해 성과 재생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폴란드를 비롯해, 보수적 대법관을 임명해 결국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무력화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개적으로 페미니즘과 LGBTQ+ 운동을 반대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동성결혼과 임신중지에 반대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등 극우 정치인들은 앞다퉈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악화하고 있다. 성과 재생산 권리의 진전은 오직 대중투쟁의 결과였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하는 현재, 정권의 성과 재생산 권리 억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영아 살해 논란을 주도한 끝에 영아살해죄를 살인죄에 통폐합하고, 여성과 아이 둘 다 보호하지 못하는 보호출산제를 강행했다. 우리에게는 우리 계급의 이해를 지킬 힘이 필요하다. 체제와 정권의 공격에 맞서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것이 바로 폴란드 여성파업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교훈일 것이다.
-
성소수자 권리의 전진과 후퇴, 2023년에 벌어진 일들스타벅스노조 자긍심 파업. 출처: 레프트보이스 자본가계급은 경제위기와 사회 재생산 위기에 대응하며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계급 분열책을 구사한다. 그중 하나가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며 성소수자의 권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자본은 세계 곳곳에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며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노골화하거나, 때로는 대중적 저항에 부딪혀 ‘핑크워싱’을 구사하기도 했다. 인간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며, 자본 자신이 나눈 성별 이분법, 정상 가족 잣대로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야만적 탄압이다. 이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은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분열에 맞서고,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며 민주적 권리를 위해 투쟁할 때만 강해질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2023년 한해 성소수자의 권리 쟁취를 위한 세계 곳곳의 싸움을 돌아보고자 한다. 미국, 500개가 넘는 성소수자 LGBTQ+ 권리 공격 법안 2023년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에 맞선 가장 심각한 전투가 벌어진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보고에 따르면, 발의된 反(반) 성소수자 법안은 무려 508개다. ‘트랜스 입법 추적기(tracktranslegislation.com)’에 따르면 49개 주에서 589개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집계됐다. 노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미주리, 텍사스주 등에서는 LGBTQ+,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더 억압적인 법안 중에는 트랜스젠더의 성별에 맞는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법안에 따라 경찰 체포 위협을 받음), 트랜스 여성의 '여성 전용' 공간 출입을 금지하는 법안, 미성년자에 대한 성별확정 치료(호르몬 치료)를 금지하는 13개 이상의 주 법안 등이 있다. 미국 자본가들은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성소수자와 그 커뮤니티를 수익성 높은 시장으로 삼는 소위 ‘무지개 자본주의’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리고 현재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 우파는 트럼프 당선 시 백인 노동자와 유색인종 노동자를 분열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의 권리와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공격하며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고 민주적 권리를 후퇴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이슈를 의도적으로 멀리한다. 이에 맞선 최전선에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와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며 싸우는 노동자 민중이 있다. 이들은 미국 전역의 의회, 학교, 거리 등 곳곳에서 투쟁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커밍아웃을 했고, 특히 Z세대(19세~26세)에서 많이 증가했다. 특히 ‘U세대(유니온 세대)’ 대표주자 중 하나인 스타벅스노조(SBWU)는 성소수자 지지 장식물 금지에 맞서, 또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자긍심 파업(Strike with Pride)’을 벌여 150여 매장을 멈췄다. 이 파업은 자본의 이윤을 타격했을 뿐 아니라 부르주아 정치세력과 독립적으로 노동자계급 단결을 강화할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곳곳에서 매주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노동자들과 많은 성소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성애 비범죄화와 가족구성권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나라인 모리셔스(Mauritius)와 남태평양 쿡 제도(Cook Islands) 정부는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비범죄화했다. 모리셔스는 과거 식민지 시대 영국이 도입한 법에 따라 동성 간 애정관계를 범죄로 규정,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스리랑카 대법원도 지난 5월 동성애 비범죄화를 승인했다. 나미비아 대법원도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반면 우간다 무세베니 정부는 동성애 금지법안을 제정하고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활동가들은 시위를 이어가고, 일명 ‘게이살해법’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67개국은 여전히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한다. 안도라(Andorra)가 동성 결합을 합법화하면서 수백만 명이 평등한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에스토니아에서는 혼인평등 법안이 통과되어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도 대법원은 동성결혼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며, 관련 법을 만드는 것은 의회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도 성소수자들과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들은 평등을 위해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다. 일본은 동성결혼을 여전히 합법화하지 않음으로써 성소수자에게 혼인평등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G7 국가로 남았다. 태국은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담은 혼인평등법이 12월 22일 하원에서 압도적 찬성(출석 의원 371명 중 360명)으로 통과되어 제정을 눈앞에 두었다. 네팔에서는 LGBTQ+ 커플이 남아시아 최초로 합법적으로 결혼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우파 정부는 아이를 직접 출산하지 않은 레즈비언 엄마들의 존재를 자녀의 출생증명서에서 완전히 삭제시키려 한다. 정부는 임신중지권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백래시에 이탈리아 민중은 거리로 나와 저항하고 있다. 미스 이탈리아 선발대회 출전자격이 태어난 성별(지정성별)이 여성인 사람으로만 제한되자, 항의의 표시로 트랜스남성 100여 명이 출전을 신청하기도 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성소수자(LGBTQ+) 활동의 자유 스페인, 독일, 핀란드, 키프로스와 아이슬란드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소위 ‘전환 요법’ 포괄적 금지조치가 시행되었다. 영국 정부는 성소수자 권리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5년 전 약속한 전환치료 금지 입장을 연말에도 내지 않았다. 보수당과 노동당 역시 트랜스젠더 권리 보장에 관한 모든 약속을 내던져버렸다. 그러는 사이 우익 언론들은 혐오 조장을 강화하고 특히 여성과 트랜스젠더 여성을 대립시키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응답자 중 거의 3명 중 2명(60%)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소셜 플랫폼 활동을 접었다고 답했다. 러시아 정부는 성소수자 활동 자체를 ‘극단주의’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따라서 성소수자 커뮤니티 개인과 단체 모두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튀르키예에서는 정부의 자긍심 행진(Pride Parade) 금지령과 경찰의 연행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권리를 요구하는 행진을 펼쳤다. 독일 의회가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처음으로 퀴어 희생자를 추모했다. 칠레 정부는 동성 부모의 육아휴직에 대한 평등한 접근, 간성 자녀에 대한 불필요한 수술 금지, 전환치료를 수행하는 의료전문가 금지 등을 도입했다. 브라질 정부는 전환치료를 금지하지 않았지만, 의료종사자들에 의해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에서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과 증오범죄는 여전히 심각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를 배척해 온 기준을 뒤집고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하고 재판비용 2,860만 원도 청구했다. 동성 부부가 처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는 판결도 있었다. 대구시장은 퀴어 퍼레이드에 행정대집행을 발동했고 서울시장은 광장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성소수자와 그 권리를 옹호하는 노동자 민중의 행진은 2023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2024년에는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차별받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더욱 단결하여 전진하는 노동자계급의 걸음을 내디뎌보자.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일본, 동의 없는 아우팅 피해 급증. 산재로 인정되기도1. 새해에도 여성노동자 절반 이상 “괴롭힘 줄지 않을 것”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새해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여성(52%), 비정규직(51.5%), 20대(51.1%), 일반사원(51.5%), 월급 150만원 미만(53%)의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남성 61.6%, 정규직 60.5%가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한 것과는 대비된다. 직장인들에게 새해 소망을 질문한 결과 ‘임금 인상’이 77.7%(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높았다. ‘노동강도 완화 및 노동시간 단축’이 25.8%로 뒤를 이었다. 이어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24.3%)’ ‘자유로운 휴가 사용(18.4%)’, ‘좋은 회사 이직(17.0%)’, ‘희망부서 배치 및 승진(10.6%)’, ‘직장 내 괴롭힘 근절(5.2%)’ 등 순이었다. 비정규직은 새해 소망으로 ‘임금 인상’을 꼽은 비율이 67.8%로 정규직(84.3%)보다 낮았다. 반면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이라고 답한 비율은 35.8%로 정규직(16.7%)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새해 소망과 전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직장인들 대다수는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단축을 새해 소망으로 손꼽았지만, 정부는 그에 역행하는 연장근로 확대 방안을 시도 중이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자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 것도 법제도의 보호가 이들에 가닿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2311355001 2. 10년간 소폭 상승 그친 여성 고용 및 임금 실태 지난 10년간 남녀 고용률 격차가 줄었지만 여성의 취업은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고 임금은 남성의 70%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여성이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임금, 직종, 고용형태, 경력단절여성 등의 현황 등을 포함한 ‘2023년 여성경제활동백서’를 발간했다”고 12월 27일 밝혔다. 백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여성경제활동법)에 따라 2023년부터 매년 노동부와 여가부가 공동으로 발간한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가 가장 많았던 산업군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8.3%)이고, 도매 및 소매업(12.7%)과 숙박 및 음식점업(11%)이 뒤를 따랐다. 모두 소규모 사업체가 많은 산업군이다. 같은 여성 노동자라도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 편차가 컸다. 정규직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320만 3,000원으로 비정규직(144만 5,000원)보다 2.2배 높았다. 백서에 따르면 2012년 48.6%이던 여성 고용률이 지난해 52.9%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간당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 비율은 64.8%에서 70.0%로 조금 올랐다. 지난 10년간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2711140004916?did=NA 3. 박사학위 보유자도 성별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보고서 ‘박사학위 보유자의 성별고용형태별 임금 격차‘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연구위원은 “성별·고용형태별 격차는 한국 노동시장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며 박사학위 보유자 역시 이 차별적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연간 급여가 5,000만 원 이상인 남성 박사 비율이 여성 박사의 1.9배에 이르고, 전체 박사학위 보유자 중 비정규직은 34.7%였다. 보고서는 “박사 성별 임금 격차의 분포적 특성은 밑바닥 일자리 효과와 제한된 수준의 유리천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며 경력이나 생산성 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격차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박사 고용형태별 임금 격차는 (경력·생산성 등으로) 설명되지 않는 요소에 의해 주도됐다. 비정규직에 대한 페널티(불이익)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261451001 4. 이주 가사 노동자의 계속되는 고통 국제가사노동자연맹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각 가정에 고용돼 돌봄·청소·운전·경비 등을 하는 15세 이상 가사 노동자는 국제적으로 약 7,600만 명이다. 이 중 76%가 여성이다. 이주 가사 노동자는 15%에 해당하는 1,150만 명에 달한다. 가사, 돌봄 부문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역시 다른 이주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저임금과 차별, 학대에 시달린다. 3D 직종이 아니라도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노출되어 산업재해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라틴 아메리카에는 약 1,800만 명의 가사 노동자가 있고, 이 중 17.2%가 이주 노동자고, 92%가 여성이다.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로 인해 페루로 이주한 카티아 콘트레라스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고용주들로 인해 매우 힘들었다면서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가 없어서 병원에는 가기 힘들다. 보건소에 가도 높은 약값이나 진료비를 내야 할 때가 많아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니카라과 출신으로 파나마로 이주한 이주 노동자 에바 마리아 케사다는 “난생 처음으로 새벽 3시에 기절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아시아 전역에서도 이주 가사 노동자들이 열악한 생활 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권리와 자유를 거의 누리지 못하며, 고용주로부터 학대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주 가사 노동자들의 고통은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가면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트라우마와 같은 훼손된 심신의 건강 문제 등으로 취업도 힘든 사례가 보고되는 등 전반적 삶의 어려움을 겪는다.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가사 노동자로 일하며 고용주에게 착취와 학대를 당한 카르티카는 “학대 때문에 생긴 흉터는 아직 내 몸에 남아 있고, 흉터 부위도 매일 부어오르고 있다. 그래서 자신감을 잃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who.int/news-room/feature-stories/detail/shedding-light-on-the-challenges-of-migrant-workers-in-latin-america-on-migrants—day https://time.com/6549753/foreign-domestic-workers-return-home-trauma-challenges/ 5. 결혼 이주 여성의 우울증 경험률 한국 여성보다 2배나 높아 질병관리청 국립 보건연구원이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건강행태, 만성질환, 성·재생건강 등을 파악한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2023’ 통계집을 1일 공개했다. 통계집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여성의 우울증 경험률은 27.4%로 한국 여성 14.1%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이주 여성의 우울증상 경험률은 소득과 한국어 구사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반면 한국 거주 기간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었다.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결혼 이주 여성의 37.9%, 한국어 구사 정도가 낮은 결혼 이주 여성의 31.8%가 우울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2015년 조사에서는 이들의 우울증상 경험률이 젊은 연령에서 가장 높고, 중년에 감소하였다가 60살 이후 고령층에서 다시 높아지는 U자형 패턴을 보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연령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22479.html 6. 일본, 10년간 아우팅 피해 1,300건 넘어 산재로 인정되기도 26일 일본의 ‘사회통합지원센터’의 성소수자 대상 무료상담 기록에 따르면 본인의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우팅’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2022년까지 10년간 1,35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0건 내외에서 수백 건으로 아우팅 피해가 일어나고 있으며, 2019년 248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접수됐다. 2015년에는 히토츠바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친구에 의해 성적 취향을 폭로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3년 7월에는 직장 상사에 의해 동성애자임이 폭로돼 우울증을 겪었던 20대 남성이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현재 일본의 노동기준법은 아우팅을 사내 따돌림과 같은 부류로 분류하고 직장에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여러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는 아우팅 피해에 대한 금지 조항을 설치하고 이를 조례화하는 곳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후생노동성이 운영하는 상담창구의 상담 기록이 본인의 동의 없이 소속 학교나 직장으로 정보가 무단 공유되는 이른바 '행정적 아우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nordot.app/1112195565574046060?c=39550187727945729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31227010016464 7. 2023년 세계에서 일어난 여성 권리의 전진과 후퇴 -스페인, 유럽 최초로 사회보장시스템을 통한 유급 생리휴가 도입 -이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틈타 히잡 착용 규정 등을 어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수감자 처형 확대 -대만, 넷플릭스 드라마가 일으킨 미투 운동 확산 -콩고, 자원을 둘러싼 내전 속에 난민촌 거주 국내실향민 여성에 대한 젠더 기반 폭력 급증 -멕시코, 임신중지 합법화 -아프가니스탄, 여성 전용 미용실 폐쇄로 집 밖에서 여성들이 모여 젠더 기반 폭력 상호 지원 등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안식처 해체 -일본, 강간죄 명칭 ‘부동의 성교죄’로 변경하며 비동의 강간죄 도입 -수단, 내전의 참화와 가부장적 폭력 속에 여성들이 스스로 임산부를 돕는 등 생명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여성 운동 지속 -러시아, 약국의 임신중지약 통제와 모든 병원의 임신중지시술 금지 등 임신중지 반대 추진 -프랑스, 헌법에 임신중지권을 명시하는 법안 발표 -중국, 여성은 집에서 아이나 낳아 키우라며 가부장적 여성 역할 강요 -미국,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후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투쟁 격화(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안하는 주는 21개) 2022년 조사를 기준으로 여성살해가 약 8만 9,000명으로 집계되어 지난 20년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GENDER-RELATED KILLINGS OF WOMEN AND GIRLS (FEMICIDE/FEMINICIDE)) 또한 조지타운 여성·평화·안보연구소(GIWPS)와 오슬로 평화연구소(PRIO)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WPS 지수 보고서(Women Peace and Security Index)에 따르면, 여성이 살기 좋은 상위 5개국은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순이며 반대로 여성에게 최악의 국가 5개국은 아프가니스탄, 예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으로 선정되었다. <참조 기사> https://www.france24.com/en/asia-pacific/20231228-women-s-rights-and-women-wronged-in-2023
-
이런 ‘먹튀기업’은 또 없었다! - 한국옵티칼 서울 지역 간담회 후기연말이 다가오면 무언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일어 더 바쁘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이하 한국옵티칼지회) 조합원들은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을 앞두고 있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실제로 몸과 마음이 더욱 바쁘고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비정규직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한국옵티칼지회 조합원들과 20여 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함께 자리한 배태선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은 “투쟁이 막히고 답답할 때는 이야기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라며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서 최현환 한국옵티칼지회 지회장은 “승리를 향한 투쟁의 방향을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2022년 10월,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 공장에 불이 나자, 닛토덴코는 공장 청산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지회는 화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사측에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한 달 만에 문자로 청산을 통보해 왔다.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이다. 한국옵티칼은 LG디스플레이에 편광필름을 납품해 왔으며, 총 220억 원을 투자해 2004년 문을 연 이후 18년이 지난 2021년까지 총 7조 7,1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재가 발생하자 한국옵티칼은 1,300억 원의 화재보험금도 챙겼다. 이 금액은 불탄 공장을 다시 세우고도 남는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노동자들의 일터를 하루아침에 빼앗으며 노동자의 삶을 짓밟았다. 지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철거를 반대하며 공장을 지키고 있다. 공장 재건이 어렵다면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지만 이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자 사측은 공장철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12월 말 또는 1월 중에 재판부가 이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승인할 경우 공장 철거, 경매와 같은 강제집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이는 손배가압류처럼 노동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도 극단으로 모는 탄압이 될 수 있다. 차곡차곡 준비된 먹튀 닛토덴코는 구미의 한국옵티칼 외에 평택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평택 공장의 이름은 한국니토옵티칼(이하 니토옵티칼)이다. 한국옵티칼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해왔다면 니토옵티칼은 삼성에 납품해왔다. 현재 니토옵티칼은 구미에서 생산했던 LG디스플레이의 물량까지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3년 9월에 30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그러면서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한국옵티칼 조합원 11명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닛토덴코 입장에서는 한국옵티칼의 화재가 호재나 다름없었다.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가 생산 거점의 상당 부분을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하자 한국옵티칼의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한국옵티칼은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닛토덴코는 영업실적이 나빠지는 데도 불구하고 현금배당금을 늘렸다. 그러는 동안 이익잉여금은 줄었다. 1,000억 원대를 유지하던 이익잉여금은 2019년 이후 10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한국 정부와 구미시의 지원으로 그동안 이익을 챙길 만큼 챙긴 닛토덴코가 한국옵티칼을 언제든지 쉽게 청산할 수 있도록 몸집을 최대한 줄여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의 물량을 니토옵티칼로 이전할 수 있어서 더욱 쉽게 청산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LG디스플레이의 개입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납품업체의 생산 과정은 고객사(원청사)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부품 공급망이 크게 불안정하게 변화된 상황에서 원청사의 공급망 관리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배태선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은 “한국옵티칼 청산은 닛토덴코의 명백한 위장 폐업”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의 투쟁을 천 명의 투쟁, 만 명의 투쟁으로 간담회에서는 현재 한국옵티칼지회의 상황을 공유하며 앞으로의 방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은희 동지는 "한국옵티칼 투쟁이 조합원들뿐 아니라 천 명의 투쟁, 만 명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사측이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을 공격하며 고발하고 있는데, 옵티칼 노동자만의 투쟁이 되지 않도록 나를 고발하라, 우리를 고발하라는 사회적 선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명숙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많은 사람이 한국옵티칼이 화재를 핑계로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하며 먹튀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옵티칼의 경우 니토옵티칼이 있고 실제로 그곳에서 기존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먹튀기업과 다르다.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소현숙 한국옵티칼지회 조합원은 “예전 같으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르는데 여러 동지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박정혜 조합원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방향이 말하고 나면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을 느낀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투쟁의 길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정답이랄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때로 그 길을 걷는 것이 더 고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소리가 있다면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옵티칼지회의 발걸음에 발걸음을 얹어 주고 그 소리를 널리 알려주길 부탁드린다.
-
[세계의 여성파업 2] 스페인 - 2018년과 2019년, 여성파업이 스페인을 뒤흔들었다[편집자 주] 지난 12월 6일 열린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를 비롯해, 2024년 3월 8일 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활동이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노동자계급의 여성해방 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여성파업 시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이 운동의 현황과 과제, 전망을 짚어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파업 사례를 돌아보고자 한다.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에서 시작해 지난 십수 년 사이에 폴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스위스, 아르헨티나 등 곳곳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각각의 사례는 그 자체로 세계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투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넓혀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여성파업의 양상과 결과, 다양한 쟁점을 훑어보면 우리의 과제에 대한 인식도 더 풍부하게 채워 갈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가득 메운 2018년 여성파업 참가자들(사진_Lluis Gene) 누군가 주먹을 치켜들고 소리 높여 외친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이 함성을 들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허무맹랑한 소리!”, “농담이 심하군, 당신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러나 여기, 그 농담 같은 얘기를 현실로 일궈 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2018년 3월 8일 스페인으로 간다. 스페인을 뒤흔든 2018년 3월 8일 여성파업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2018년 3월 8일 스페인 여성파업은 이 구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실상부하게 증명했다. 전국 120여 개 도시에서 무려 530만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다수 노동조합이 2시간 파업으로 여성파업에 동참했고, 조직 규모는 작지만 더 활력 있는 일부 노동조합은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으로 300여 편의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날 출퇴근 피크타임에 교통 부문 전체 운행의 절반가량이 중단됐다. 교육 현장에서도 파업 참여가 두드러졌다. 카탈루냐에서는 사실상 모든 고등학교와 대학교 노동자들이 2시간 파업을 벌였고, 중학교 교사들의 20%가 24시간 파업을 했다. 발렌시아에서는 모든 교사 노동조합의 50%가 파업에 참여했다. 학생들도 동맹휴업에 나섰다. 안달루시아 대학생의 90%, 수도인 마드리드에서는 고등학교 여학생의 90%, 대학교 여학생의 65%가 파업에 동조하며 시위에 합류했다(이 글에서 소개한 스페인 여성파업 참가 규모와 양상은 주로 이 기사를 참조했다). 의료 부문의 경우, 카탈루냐와 발렌시아에서는 80%, 안달루시아에서는 대략 70%의 병원 노동자들이 여성파업에 함께했다. 언론사 노동자, 공장 노동자, 마트 노동자, 청소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들도 거리로 나왔다. 여성파업 참가자들은 얌전하게 행사를 치르고 귀가하는 식으로 이날을 보내지 않았다. 평화적이고 쾌활하며 힘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도, 카탈루냐에서는 주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도로봉쇄 시위가 벌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는 거리와 광장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철도를 막아선 노동자들(사진_Left Voice) 곳곳에서 도로도 봉쇄됐다.(사진_X_Endavant València) 정부와 자본가들의 여성혐오, 노조혐오 공세가 판을 치는 지금 이곳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리,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El Pais)》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여성 차별을 깨부수기 위한 여성파업이 정당하다고 답변했다. 2018년 3월 8일 스페인 여성파업은 성별 임금 격차, 직장 내 성차별, 가정과 거리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규탄했다.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데 앞장선 3.8위원회가 발표한 여성파업 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우리의 목표는 고전적인 노동자 파업을 조직하는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것이다. 우리는 여성이 수행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모든 업무와 활동을 다양한 모든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중단하려 한다. (중략) 오늘 우리는 성차별적 억압, 착취, 폭력이 없는 사회를 요구한다. (중략) 우리에게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하며 침묵할 것을 요구하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동맹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고 투쟁하자고 호소한다. 우리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순응하지 않을 것이고, 남성과 똑같이 일하고 더 적게 받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530만 명이 일궈 낸 압도적인 여성파업 행진은 2018년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더 넓게 퍼진 물결 1년 뒤인 2019년 3월 8일에도 여성파업이 대규모로 조직됐다. 전국 수많은 도시에 걸쳐 조직된 시위가 1,400여 건에 이르렀다. 여성단체, 노동조합, 좌파 정당 등을 널리 아우르며, 2시간 파업에서 24시간 파업에 이르는 형태로 600만 명이 여성파업에 참여했다. 스페인 여성파업은 두말할 나위 없이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주도한 운동이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전체 노동자계급을 이끌고 전진하는 운동으로서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대는 “우리는 멈출 수 없다”, “거리는 두려운 곳이어서는 안 된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나는 남성이 아니라 복스(Vox: 스페인 극우정당) 패거리를 증오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위력적으로 전개된 2018년 여성파업 이후 스페인에서는 안티페미니즘을 내세운 복스 같은 극우세력이 힘을 키워 갔다. 이들은 성폭력을 금지하는 법안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식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성파업 시위대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드리드에서 여성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런 구호를 외쳤다. “마드리드는 마초 근성의 무덤이 될 것이다!” 투쟁의 기본 목표는 2018년과 같았다. 3.8위원회는 “세계 질서와 도처에 만연한 이성애 중심적, 가부장적, 인종차별적, 신자유주의적 헛소리(rhetoric)를 뒤집어엎는 것”이 여성파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목표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에는 일정한 스펙트럼이 있다. 한편에서는 여성파업을 ‘소비 총파업’ 같은 것으로 해석할 정도로 자본주의에 대한 느슨한 시각이 묻어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전국노동자연합(CNT)의 경우 “자본주의를 폐지하고자 한다면, 우리 투쟁을 세계로 확산해야 한다”며 반자본주의 계급투쟁 관점을 표출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이 여성들만의 투쟁을 넘어 확대되면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차별받는 여성과 트랜스젠더를 엄호하고 가부장제와 모든 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끝장내기 위한 계급투쟁이다.” 이런 색조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들이 대규모 파업과 시위의 중심에 서서 이 운동의 전체적인 성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야말로 스페인 여성파업이 다른 나라 여성파업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운동 내에서도 역시 색조 차이가 감출 수 없이 드러났다. 노조 관료들의 수동성과 기층 분위기 스페인 양대 노총(CCOO, UGT)은 3.8 여성파업 당일 오전과 오후 근무조가 각각 2시간 파업을 벌이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 스페인 노동조합 중 이들의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마치 2시간 파업이 스페인 여성파업의 기본 방침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여성파업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주도해 온 활동가들의 입장에서는 경멸할 만한 일이라고 한다. 노동조합 운동의 역사가 깊은 스페인에서는 노동조합 관료집단도 두텁게 자리를 잡고 있다. 노동자계급 상층부에 주요 관심사와 기반을 두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불안정한 처지에 있는 여성과 청년이 겪는 차별과 고통에 무관심한 게 노조 관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1) 이런 특성은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노동조합 지도부들은 기본적으로 여성파업이 성공적이지 못할 거라는 분위기에 젖은 채 시큰둥한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이들 지도부 안에 오랜 운동 경력을 지닌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있었는데도 그 모양이었다. 1) 트로츠키, “이행강령”, 1938. 여기서 트로츠키는 쇠퇴하는 자본주의가 임금 노동자이자 주부인 여성에게 가장 큰 타격을 가한다고 말한다. 2018~2019년의 경험이 명백하게 보여 주듯이, 노조 관료들의 태도는 완전히 틀렸다. 그들은 단지 아래로부터 조직된 여성파업 운동의 열기에 떠밀려 수동적으로 2시간 파업이라는 면피용 방침을 내놨을 뿐이다. 2018년에 여성파업에 참가한 한 마드리드 노동자는 이런 평가를 내렸다. “노동총동맹(CGT), 전국노동자연합(CNT), 평조합원위원회(Co.Bas) 등이 쟁의권을 얻어 줘서 우리가 24시간 파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줬다. 양대 노총(UGT, CCOO)의 2시간 파업은 우리가 원한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나은 거라고 본다. 작년엔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이 발언은 노조 관료들의 수동성과 대조되는 기층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잘 보여 준다. 스페인 노동조합 운동 내의 전투적인 소수파 노조들은 적극적으로 24시간 파업을 제기했다. 24시간 파업 주장은 노동자계급 내의 다른 부위보다 여성이 다수인 사업장들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예산 삭감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희생을 감내하며 공공의료와 교육을 지탱해 온 여성 노동자들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탈루냐 교사 노조가 대표적이다. 경제위기와 함께 임시직이 늘어나면서 고용이 불안정해졌고, 이는 가장 열악한 임금을 받는 민간 부문 여성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주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호텔 청소 노동자들이 그 대표 사례다. 달리 말하면, 이 시기 스페인에서 여성파업이 대대적인 운동으로 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럴 만한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 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1,000유로 세대에서 700유로 세대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전까지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시 유럽 평균인 1~1.5%를 웃돌았다. 하지만 2007년에 3.6%였던 스페인의 성장률은 2008년에 0.8%로 추락했고, 2009년에는 –3.6%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와 나란히 실업률은 2008년 11%, 2009년 18%, 이후 20~25% 이상으로 치솟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듯이 스페인에서도 청년실업률은 훨씬 높게 나타난다. 2008년 이전의 호황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건설 산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붐을 일으키면서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올랐다. 그 이면에서 무역수지 적자는 누적되고 외채 의존도가 늘어났는데, 이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같은 외부 충격 앞에 스페인 경제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위기 이전의 표면적인 호황기에도 젊은 세대는 주로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렸고, 이미 전체 일자리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생활 조건의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2005년경부터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나라를 중심으로 ‘1,000유로 세대’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000유로는 원화로 환율에 따라 120~150만 원가량 되는데, 이는 그 정도의 저임금으로 한 달을 살아 내야 하는 젊은 세대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것이었다. 2008년 무렵이 되자 이를 대신해 ‘700유로 세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들로서는 부동산 거품으로 조성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주택 가격을 보며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경제위기가 가시화하는 국면이 닥치자 비정규직부터 해고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노동개악을 추진했고, 한층 더 불안정한 단시간 시간제 근무를 늘렸다. 이제 부동산 거품이 터지며 집값은 폭락하고, 대출 이자는 폭증하며, 해고는 더 늘어나고, 회사는 해고 비용마저 절감하기 위해 퇴직금을 삭감하면서 지옥도가 펼쳐졌다. 그리고 질문이 이어진다. 이렇게 경제위기라는 바윗덩어리가 노동자계급 전체를 짓누를 때, 그 하중과 고통이 누구에게 더 크게 전가될까? 여성 노동자의 상태 노동자계급 내에서 여성의 상대적 저임금은 하나의 보편적 법칙처럼 자리 잡았다. 스페인에서도 이 점은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의 성별 임금 격차는 한국은 물론 OECD 평균보다도 현저히 작은 편인데(여성파업 당시인 2018년 기준 한국 34.1%, OECD 평균 13%, 스페인 8.6%), 그럼에도 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 연간 성별 임금 격차가 3,000유로에서 10,000유로까지 발생한다. 이는 한화로 대략 400~1,400만 원에 이른다. 성별 임금 격차는 연금 격차로 이어진다. 남성은 은퇴 후 월평균 1,200유로의 연금을 받지만, 여성은 760유로를 받는 데 그친다. 가사와 돌봄 노동에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종사한다. 육아, 요리, 청소, 그 밖의 집안일과 돌봄 등 무급 가사노동에 여성은 주당 평균 26.5시간을 사용하고, 남성은 14시간을 투여한다. 스페인국립통계청(INE)은 하루평균 남성은 2시간, 여성은 4시간을 무급 가사 노동에 사용한다는 통계를 내놨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래 임금 삭감, 해고 등의 타격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됐다. 그 비정규직의 다수가 여성이다.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 격차가 뻔히 보이지만, 생계를 해결하려면 불이익을 감수하며 비정규직으로라도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여성이 겪는 성폭력과 그에 따른 사망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스페인 정부는 2018년 통계를 발표하면서, 2003년 이래 972명의 여성이 배우자 또는 전 배우자에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2021년에 그 수치는 1,125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2022년 1월부터 모든 유형의 여성 살해 사건을 공식적으로 집계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여성 살해 반대 시위에 나선 스페인 여성들(사진_AFP) 이와 같은 여성 살해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성적 괴롭힘, 여성의 빈곤화와 노동의 불안정화가 스페인 여성 노동자의 삶을 옥죄고 있었다. 이 현실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여성 노동자들이 성별 임금 격차와 여성을 겨냥한 폭력에 맞서 파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비 과정 40년 가까이 장기집권하며 독재체제를 유지해 온 프랑코가 사망한 뒤, 민주화를 거치면서 1978년 전국페미니스트단체연합이 결성됐다. 이 연합은 ‘페미니스트조정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고 한다. 이 연합이 스페인에서 3.8 여성파업을 주도적으로 조직했다. 지역마다 공동 활동을 위한 조정그룹들이 만들어져 함께 토론하며 여성파업 선언에 포함할 요구를 결정하고, 파업 참가자들을 조직했다. 3월 8일이 되기 전부터 다양한 전국 집회와 지역 집회, 총회, 실행위원회 구성, 집담회, 시위, 여러 시설, 현장, 지역에서 여성파업 계획을 알리는 피켓팅 등의 활동이 이어졌다. 아래로부터 자주적인 조직화 활동이 폭넓게 펼쳐지고 공감대를 넓혀가자, 마침내 노동조합들이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스페인 여성파업은 상징적으로 파업이라는 이름을 내건 시위나 ‘소비 총파업’을 넘어 생산에 직접 타격을 가하는, 다시 말해 착취 구조를 마비시키는 실질적인 파업으로 나아가게 됐다. 여성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이중의 굴레’ 중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그 전체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스페인 여성파업은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규탄하는 구호로 가득 채워졌다. “페미니즘 없이 혁명은 없다”, “가부장제와 자본에 맞서 다양성을 인정하며 단결하자”,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파업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범죄 동맹”, “우리는 너희가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이다!” 2011년 광장점거 운동이 남긴 경험 스페인 여성파업이 대대적인 규모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경제적, 사회적 배경과 나란히, 대중운동 차원에서 축적된 정치적 경험도 여성파업의 폭발적 진출에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투쟁을 낳았다. 스페인에서는 2011년에 인디그나도스(Indignados), 즉 ‘분노한 사람들’이라고 불린 광장점거 운동이 일어났다.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르테델솔 광장에 수만 명이 모여 천막을 치고, 경제위기의 대가를 노동자 민중에게 떠넘기는 긴축 정책에 대항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이 투쟁은 곧 수백만 명의 시위로 번져 나갔다. 경제가 호황이든 위기 상황이든 언제나 상대적인 차별과 박탈감과 폭력에 노출돼 온 여성들도 이 거대한 대중운동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때 수많은 여성의 뇌리에 각인될 수밖에 없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난다. 광장점거 운동에 참여한 일군의 여성들이 긴축 정책에 맞선 투쟁과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연결되기를 바라며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페미니즘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혁명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일부 농성 참가자들이 이 여성들을 비난하며 “나가라, 나가라!” 하고 야유했다. 급기야 수천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누군가 플래카드를 뜯어내 버렸다. 광장점거 운동에 등장한 페미니스트 플래카드(사진_IN THESE TIMES) 이 운동은 부패한 정치를 규탄하며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이 운동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한 셈이다. 광장점거 운동 참가자들의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장치인 대중총회에서는 페미니스트의 질문이나 제안을 거부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유럽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어떤 성차별 효과를 낳는지” 토론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이는 “그런 사소한 문제를 토론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반응과 함께 기각됐다. 천막농성이 이뤄지고 있는 광장 안에서는 남성 우월주의적이거나 동성애 혐오적인 분위기도 간혹 보였다. 그래서 일부 여성들이 “밤에는 광장에 머무르기 어렵다”며 떠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2011년 스페인 광장점거 운동이 지니는 중대한 진보적 의미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인 규모의 운동, 이후 포데모스로 수렴되는 ‘좌파’적 흐름이 폭넓게 형성됐지만, 그런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차별받는 여성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운동에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또한 냉혹하게 드러났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지닌 여성들은 기존 운동에 안주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조직하고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전망을 갈구했다. 여성파업이 그 열망에 길을 터줬다. 길을 발견한 여성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이처럼 새롭게 생명력을 얻고 성장하는 운동은 새로운 쟁점과 토론 과제를 던져 준다. 2018년과 2019년에 스페인 사회를 뒤흔든 여성파업 역시 운동의 전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쟁점을 동반하며 추진됐다. 아래에서는 스페인 여성파업이 마주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쟁점: 계급을 넘어선 모든 여성의 단결? 첫 번째로, 계급 경계선을 넘어 모든 여성의 단결을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쟁점이 있다. 생물학적 여성만의 결집과 운동을 지향하는 일부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여성파업에서도 노동자계급의 단결이라는 관점 대신 여성의 단결이라는 관점을 채택하려 했다. 이런 관점은 이미 적대적인 계급 대립으로 갈라진 냉혹한 현실을 자의적으로 외면한다는 점에서 가망 없는 태도였다. 현장에서 조직된 여성파업으로 이윤에 타격을 입게 될 자본자계급 여성들, 그리고 이들과 친화적인 부유한 중간계급 여성들이 노동자계급 여성과 동맹을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이 쟁점은 빠르게 정리됐다. 인민당(Popular Party), 시민당(Ciudadanos), 복스(Vox) 같은 부르주아 우익 집단의 여성들이 여성파업을 맹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현실은 계급 이해관계의 충돌을 등한시하는 느슨한 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 자본 친화적이거나 지배계급 정당에 기대려는 경향이 여성운동 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사안은 거듭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쟁점: 남성 노동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성파업 운동에 남성 노동자들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쟁점으로 남았다. 남성 노동자도 전면적으로 함께 파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 여성이 파업하는 동안 필수적인 최소한의 업무를 남성 노동자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드러내 보일 수 있도록 남성은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 이날만큼은 그간 여성이 가정과 직장에서 해 왔던 업무를 전적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여성파업 운동 일각에서는 여성파업의 목적이 “사회의 작동에 여성이 얼마나 기여하는지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남성이 같이 파업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튀어나왔다. 가사, 돌봄 등 여성이 손을 놓은 일을 남성이 대신할 필요가 있으며, 현장에서 여성이 파업할 때 남성이 그 업무를 대신하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여성의 기여를 가시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같이 파업하면 안 되며 여성의 일을 남성이 대신 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사실상 남성에게 파업파괴자 역할을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업을 깨는 행위에 적대감을 느끼는 노동자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전투적으로 24시간 파업을 제기했던 노동조합들은 명시적으로 이런 요청을 거부했으며, 남성 노동자에게 여성파업을 지지하며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실제로 파업 집회와 시위가 벌어지는 곳에는 여성과 더불어 수많은 남성 노동자들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9년 6월 14일 여성파업이 조직된 스위스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성 노동자들이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과 직장 내 성차별 폐지 등을 내걸고 여성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남성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우리가 서로 지지하지 않으면 미래에 누가 남겠는가?’라고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BBC와 인터뷰를 했다.” 쟁점: 체제를 유지하는 운동과 그것을 넘어서는 운동 여성파업이 대규모 운동으로 조직되면서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과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의 결합이라는 과제가 전면화됐다. 하지만 그 결합이 어떤 정치 전망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가사 노동 임금제나 소비 총파업 같은 무력한 주장이 다시 모습을 내비치는가 하면, 좀 더 좌파적인 입장으로는 “새로운 여성운동은 99%를 위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 “99%를 위한 기층의 반자본주의적 여성주의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 ‘99% 페미니즘’이 내건 반자본주의는 실체가 모호했다. 전면적인 여성해방 정책을 실행할 노동자 정부 수립과 사회주의라는 전망을 명시적으로 제출하는 흐름은 소수에 그쳤다. 최근 몇 년간 크게 확산한 기후정의 운동에서 ‘체제 전환’ 같은 구호가 두드러졌지만, 아직 노동자계급에 기반한 혁명적 사회주의 지향으로 발돋움하지는 못하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혁명적, 계급투쟁적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스페인 빵과장미 시위대(사진_Izquierda Diario.es) 혁명적이고 사회주의적이며 계급투쟁적인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스페인 활동가들은 모든 억압을 끝장내기 위해 가부장제에 맞선 투쟁과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을 분리하지 않고 그 둘 모두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파업 전망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여성들의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 변화, 문화의 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이 체제를 뒤흔들기 위해 자본가들의 이윤을 직접 침해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남성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다투는 게 아니라 남성 노동자 다수를 여성파업 지지 세력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여성파업이 남긴 결과와 과제 2018년 3월 8일 열광적인 여성파업을 경험한 뒤, 산체스 총리는 성평등 문제에 관한 스페인의 역사는 2018년 여성파업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며, 자신이 이끄는 사회당 정부는 이 운동을 충실하게 반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위선에 불과하다. 사회당 정부는 경제위기 앞에 긴축 정책을 강행하며 노동자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의 발언은 여성파업으로 표출된 계급투쟁의 압력을 어떤 세력도 함부로 거스를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 준다. 여성파업은 실제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몇 년간 다양한 ‘개혁’ 조치들이 추진됐다.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강화하는 성 및 생식 건강과 자발적 임신 중지에 관한 법안, 성전환자 성별 정정 간소화 법안, 월 최대 3일의 유급 생리휴가 법안 등이 통과됐다. 2018년에 정부는 ‘페미니스트 내각’을 선포하며 17명의 장관 중 11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2020년 초 사회당과 포데모스가 함께 구성한 연립정부 내각에서는 5명 더 늘어난 22명의 장관 중 11명이 여성이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무엇보다도 다시 여성파업을 매개해 계급투쟁이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이를 빌미로 집회와 시위를 금지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El Pais)》에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시장과 다수의 관중이 몰린 축구 경기장, 지하철 인파는 내버려 둔 채 오직 여성 집회만 통제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2020년에는 3.8 여성의 날 집회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했다며 비난을 쏟아 낸 반면, 그보다 앞서 열린 우익 집회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당시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 정부’를 자처하면서도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 투쟁만 콕 집어 억압했던 것을 빼닮았다. 내각에 다수의 여성이 기용된 것도 ‘페미니스트 정부’라는 포장지를 두르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기층 노동자 민중 여성의 삶을 직접 개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CEO의 얼굴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더라도 착취는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한계에도, 수백만 대중이 참가한 여성파업이 스페인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스페인 여성파업은 성차별을 깨기 위해 성별을 넘어 단결한 노동자계급의 힘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제 스페인 여성 노동자들은 지난 여성파업의 성과를 지키고 더 많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더 나아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범죄 동맹’을 타도하기 위해 또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튀르키예 리바이스 공장 여성노동자 한 달째 파업 중1.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성 노동자 모두의 투쟁 21일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소속기관 전원 전환은 2년 전 80여 일의 파업 투쟁을 통해 쟁취한 합의사항이다. 하지만 공단은 합의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다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자 오히려 ‘제한경쟁 채용, 공개경쟁 채용’이라는 구조조정안을 꺼내 들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기만적인 안을 거부하고 파업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선언에 참가한 이들은 콜센터가 대표적인 여성 다수 일자리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은 전체 여성 노동자들의 구호이기도 하다고 외쳤다. 선언에는 298명의 개인과 56개 단체가 참여했다. <참조 기사>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672 2.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드는 노동자들, 여성 노동자 억압에 맞서 한 달째 파업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한 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튀르키예 최대 의류업체 중 하나인 리바이스(Levi’s) 하청업체 ‘오자크섬유(Özak Tekstil)’ 공장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 1명이 해고되자 파업을 시작해 4주째 싸우고 있다. 자본가들은 이제껏 어용노조와 손잡고 노동자에게 저임금과 20시간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면서 특히 여성 노동자에게는 새벽 3시까지 강제로 일을 시키고, 한두 시간 자고 돌아와서 다시 일할 것을 명령하기 일쑤였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과 억압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몇 달 전 어용노조 대신 BİR-TEK SEN(섬유-직물-가죽 노동조합연맹) 민주노조를 선택했고, 한 달 전 여성 노동자 1명이 해고당하자 일제히 생산을 멈추고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노동자의 파업시위에 자본과 정부, 경찰, 헌병대는 한통속이 되어 산업지구(OSB)에 집회를 금지하고 물대포, 후추가스, 곤봉과 방패 등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했으며, 체포하고 구금했다. 해고예고장도 날아왔다. 하지만 오자크섬유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에 분노하며 오직 노동자 단결에 의지해 ‘해고자 복직, 민주노조로 노조할 권리 보장, 파업기간 임금 전액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중인 여성 노동자 푼다 바키스는 “우리는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생존권을 찾고자 한다. 저들은 노조가 권리를 포기하길 바라지만, 우리는 여성으로서 최전선에서 계속 투쟁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원한다. 위협과 협박을 받지 않는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고 말했다. 튀르기예의 많은 노동자는 오자크섬유 노동자 투쟁은 모두의 투쟁이라며,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연대로 승리하자고 결의하고 있다. 12월 23일에는 오자크섬유공장 노동자 연대 캠페인(#LevisTakeAction, #Voice to ÖzakResistance)이 튀르키예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 위치한 리바이스 매장에서 펼쳐졌으며, 국제적 연대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gazeteduvar.com.tr/ozakta-direnen-kadin-isci-erkeklere-diyemediklerini-bana-diyorlar-haber-1654334 https://www.labournet.de/interventionen/solidaritaet/arbeiterinnen-von-oezak-tekstil-in-urfa-wehren-sich-gegen-gelbe-gewerkschaft-eine-davon-deshalb-entlassen-auf-proteste-folgen-verbote-gendarmerie-und-festnahme/ https://twitter.com/birlesiktekstil 3. 6개월간 문 닫은 여성가족위원회, 국회는 뭘 했나? 지난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130여 개의 밀린 법안이 한꺼번에 처리됐다. 그런데 처리된 법률안 목록 중 여성가족부를 맡는 여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여가위 소관의 법률 개정안은 총 295건이 발의됐고 처리된 건은 55건(18.6%)에 불과하다. 이는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론, 김행 전 여가부장관 후보자 사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면서 6월 이후 여성가족위원회 회의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엑시트”를 호언장담했던 김행 후보자는 정작 본인이 먼저 물러났고, 잼버리 사태 추궁을 피해 국회에서 모습을 감췄던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지만,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2차 개각을 통해 열 명 가까운 장관을 교체했지만 여성가족부장관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이처럼 21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지난 6개월간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여가부 폐지를 내걸고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현 정부의 모습이자 이를 견제해야 할 국회마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1219001033 4. 4배나 증가한 스토킹 범죄...개정법은 피해자 보호 미흡 25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스토킹 범죄 처벌법상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의 실효적 대응’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추가 스토킹 범죄를 실제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긴급응급조치’의 강제력이 부족하고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가둘 수 있는 ‘잠정조치’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였다. 긴급응급조치는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전기통신 수단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를 말한다. 그러나 응급조치를 어길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이를 내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한 접근금지 조항에 대한 잠정조치 기간은 2개월,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기간은 1개월로 한정해 이 역시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당역에서 일하다 살해당한 여성 노동자 사건 이후 정부는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하고 마치 모든 여성폭력이 해결될 듯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위 보고서의 연구 결과에서처럼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실제 지난해 6월 한 달간 스토킹 신고 건수는 1만4,272건으로,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인 전년 동월대비 약 4배나 증가했다. <참조 기사> https://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2250827001 5. 한국 노인 빈곤율 OECD 중 가장 높다…여성 노인 더 가난 OECD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소득 빈곤율은 평균 소득이 ‘중위가구 가처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의 비율이다.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성별로 보면 66세 이상 여성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45.3%로 남성(34.0%)보다 11.3%포인트 높았다. OECD는 “여성 노인은 소득 관련 연금 급여가 적고, 기대수명이 길어 남성 노인보다 빈곤율이 높다”며 “한국은 남성과 여성 노인의 빈곤율 차이가 11%포인트가 넘어 비교적 격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노인 고용률은 높았다. 작년 기준 한국의 65∼69세 고용률은 50.4%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편,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31.6%로, OECD 평균(50.7%)에 못 미쳤다. 이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강제적 사적연금을 합쳐서 계산한 결과다. 부실한 사회보장제도가 노후소득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니 노인의 소득 빈곤율과 고용률도 치솟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한국은 고령일수록, 특히 여성일수록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었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2191507001 6. 일본 ‘부부 성씨 통일 의무법’ 때문에 사실혼 많아 일본은 배우자들이 성을 하나만 선택하게 법으로 강제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혼인신고를 하면 무조건 한쪽의 성씨가 바뀌는데, 1898년부터 남편의 성씨로 통일하라는 규정이 없어도 가부장적 사회압력에 의해 아내가 남편 성씨로 개명하는 경우가 95%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일본은 이름 호칭이 성씨(예, 홍길동씨가 아니라 홍씨)이기 때문에 이 제도의 영향은 매우 크다. 이혼하게 되면 성을 바꿨던 대부분 여성이 원래 이름으로 되돌리는 온갖 절차를 떠안고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이혼이라는 사생활이 공개되는 일을 겪어야 한다. 이러한 탓에 사실혼 관계가 늘고 여성의 결혼 기피 경향이 커지고 있다. 여성들의 오랜 소망은 ‘부부 별성’ 제도다. 사실혼 부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선택한 이유 중 '별도의 성을 가지기 위해서'가 여성은 89.3%였고, 남성도 64.0%나 됐다. 일본에서도 여성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는 이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 스탠포드대학교 월터 H.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APARC)의 스탠포드 재팬 바로미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0%가 부부 별성을 찬성했다. 그러나 이는 30년 가까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대파의 명분은 “가족이 동일한 성씨를 써야 가족이라는 일체감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자녀에게도 이득”이므로 이것이 바뀌면 가족에 관한 사회적 비용도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설득력은 없다. 일본의 여성들은 지난 3월 8일 국제여성의날, 부부 별성 도입 요구를 내걸고 행진했고 여전히 이를 요구하고 있다. <참고 기사>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122105420001412 https://inews.co.uk/news/international-women-day-protests-japanese-surnames-2195971 https://aparc.fsi.stanford.edu/news/japanese-public-broadly-supports-legalizing-dual-surname-option-married-couples
-
석유자본에 백기투항한 COP28, 파국에 맞서는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조직하자바이든도, 시진핑도 COP28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 DPA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을 거부했다. 지난 13일 두바이에서 채택한 최종 합의문에는 ‘10년 안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시작한다’고 적혀있다. 2년 전 COP26에서 합의한 석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보다 더 후퇴한 표현이다. 덕분에 당장 화석연료 자본이 생산을 늘려도 합의 위반이 아니다. 실제로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부터 화석연료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그것도 COP28 폐막 이틀 만에 말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자본주의의 맨얼굴이다. COP28 의장 “화석연료에 더 많은 투자를” COP 회의장에는 언제나 석유자본과 핵자본 로비스트가 득실거렸다. 심지어 이번 COP28에는 대놓고 UAE 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 COP28 의장은 개회 전 한 행사에서 “(1.5도 제한을 지키기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발언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이나 할 법한 얘기를 할 정도로 그는 석유자본의 이해에 충실하다. 의장을 배출한 석유자본가들은 합의문에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했다. COP26에서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한 이후, COP27은 화석연료에 대해서도 단계적 퇴출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의장에 화석연료 자본을 대변하는 총 636명의 로비스트가 참석했고, 화석연료에 대한 합의는 불발됐다(전진 기사 “COP27에서 확인된 것 : 자본가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참고). 논의는 COP28로 넘어왔고, 세계 2위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이 화석연료 퇴출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 결과 합의문 초안에는 ‘퇴출’ 대신 ‘소비와 생산의 감소’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얼마나, 언제까지 감소하겠다는 목표조차 없는 무기력한 문구다. 당장 수몰 위기에 놓인 태평양 국가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산유국들은 10년 내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진다’는 문구를 최종 합의문에 넣었다. 화석연료로부터 ‘어떻게’ 멀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미 기후파국에 접어들었음에도 ‘10년’이나 더 기다리라고 하는 화석연료 자본에 COP28이 굴복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7년간 1,500억 달러(한화 약 200조) 규모의 투자 계획을 COP28 폐막 불과 이틀 뒤에 발표한 것이다. COP28 의장국이 행동에 나섰으니 다른 산유국도 마음 편히 석유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 COP28은 실상 기후위기 해결이 아닌, 석유자본 이윤 확대를 위해 모인 회의였던 셈이다. 기후파국으로 질주하는 COP, 이것이 자본주의의 실체다 이렇듯 COP28은 석유자본의 요구 앞에 무기력하다. 이는 비단 올해에만 일어나는 특수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자본주의의 실체다. 자본주의에서 제국주의 전쟁, 에너지 위기, 석유자본의 이윤 앞에 ‘기후위기’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당장 이번 COP28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 정상, 바이든과 시진핑이 불참했다. COP는 강제력이 없고, 불참 국가에 대한 제재나 처벌도 없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올해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경험한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일제히 화석연료로의 회귀를 외치기 시작했다. “에너지 공급을 외국에 의존하지 마라. 자국 내에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러우 전쟁과 공급망 위기가 가져다준 교훈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자국 내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화석연료뿐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한 달간 북해에 27곳의 신규 유전 개발을 허가했다. 독일의 화석연료 발전량은 2020년 302TWh에서 2022년 332TWh로 10% 이상 늘었고, 영국도 164TWh에서 176TWh로 7% 이상 늘었으며, 프랑스도 56TWh에서 69TWh로 20% 이상 증가했다. COP28에서 ‘화석연료 퇴출’이 거부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심지어 손실과 피해기금(Loss and damage fund) 조차 난도질당했다. 지난해 COP27에서 기후위기 피해국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진통 끝에 합의되었다. 물론 구체적인 보상 범위와 규모는 논의되지 않았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위기 피해복구를 위해 연간 1천억 달러의 기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COP28에서 확인된 기금은 약 8억 달러(0.8%)에 그쳤다. 특히 미국은 겨우 1,750만 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전쟁과 학살 지원에는 아낌이 없지만, 기후위기 피해국을 지원할 돈은 없다. 자본주의 국가에 기후위기 해결을 맡기는 것은 이렇듯 허망하다. 지구를 구할 유일한 희망,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에 나서자 한편 COP28 회의가 열린 두바이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그런데 그 규모는 최근 수년간 COP 앞에서 열린 시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UAE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인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또한 세계 기후정의운동의 정체를 반영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세계 기후정의운동은 그레타 툰베리 등장에 이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와 함께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초기 몇 차례의 대규모 거리시위나 직접행동 외에, 자본을 힘으로 강제하거나 실제 변화를 이룬 사례는 많지 않다. 지금, 자본이 기후정의운동을 두려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운동의 동력은 정체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 반전의 실마리가 나타났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기후파업이 성사된 것이다. 독일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노동자계급의 참여가 기후정의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대중교통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퇴사율이 높았다. 또한 도서 지역에는 대중교통 체계가 매우 열악했다. 독일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들은 2020년부터 대중교통 노동자의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라며 연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3년 3월 3일, 세계 기후파업에 맞추어 독일 최소 30개 도시, 대중교통 노동자들을 비롯해 20만 명 이상이 파업에 나섰다. 독일 고용주 연맹(BDA)의 CEO 슈테펜 캄페터는 파업에 대해 “노조가 정치파업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자본이 두려워할 만한 기후파업을 조직해 낸 것이다. 같은 달 27일에는 대중교통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체 운송노동자의 파업인 메가스트라이크(Mega strike)로 확대됐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참여가 기후정의운동을 반등시킬 수 있는 경로임을 보여준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의 이윤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기후정의운동에 가장 절실한 ‘자본에 대한 강제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물론, 한국에서 노동자계급에게 기후정의운동은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발전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은 분명 확산하고 있다.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 이후 에너지 산업 국유화와 해고 없는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발전노동자들이 등장했다. 발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자본의 책임을 묻고 해고 없는 산업전환을 쟁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야 한다. 내년 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둔 충남 지역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이 열린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시작된다. 이것만으로도 연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자본주의가 가속하는 기후위기,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서 막아내자.
-
[우리의 투쟁] 울산 팔레스타인 3차 긴급행동: 한국군 군사적 개입·홍해 파병 반대한다!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
[우리의 투쟁] 한국군 군사적 개입·홍해 파병 반대한다! 가자지구 집단학살 중단하라!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성 노동자 모두의 투쟁“건보고객센터지부의 투쟁은 지난 2019년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직접고용 투쟁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2015년 이후 입사자 버리면 지금 당장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지들의 손을 더 꼭 붙잡았고 더 가열 차게 싸웠습니다. 물론 그 길은 더 힘들고 춥고 질긴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모두 함께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의 음성은 쩌렁쩌렁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019년 6월부터 서울영업소 캐노피 고공농성과 함께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 점거 농성을 비롯해 수백 번의 집회와 문화제, 행진 시위 끝에 승리했던 그날의 결기 그대로였다. 그는 건보 고객센터지부 동지들에게 그 결기를 남김없이 전하려는 듯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무섭게 할퀴고 가도 뜨거운 연대의 메시지를 계속 눌러 말했다. “우리는 약하지 않습니다.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줍시다. 우리가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저들에게 제대로 착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오전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선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모두 비슷한 말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바로 “이 투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기도와 같은 마음이었다. 철석같이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공단에 또다시 거리에 선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누구에게나 정당한 싸움이었다. 더구나 건보고객센터가 대표적인 여성 일자리이기에 여성 노동자라면, 공단의 배신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누구에게나 다 자기 얘기였다. 1년 전 약속을 저버린 강원도교육감 때문에 여전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유천초분회 부당징계자 남정아 교사 역시 그랬다. 그는 “2년 전, 온 세상에 공공연히 알리고 다짐한 사회적 합의, 약속이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어찌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있겠습니까”라며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를 자기 일처럼 이해할 수 있다며 지지했다. 시험은 볼 만큼 봤다 사실 소속기관 전원 전환은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년 전 80여 일의 파업 투쟁을 통해 쟁취한 약속이다. 노조는 세 번의 파업 투쟁과 수많은 거리 시위 끝에 공단으로부터 소속기관 전환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공단은 합의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다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자 그제야 안을 꺼내 들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제한경쟁 채용, 공개경쟁 채용’이라는 구조조정안이었다. 이경화 건보고객센터지부 경인지회장에 따르면, 공단의 구조조정안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에 대한 것이다. 이 안은 서류전형으로 자격요건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면접과 인성검사를 통해 제한경쟁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17년이나 근무한 상담사도 자격검증이 필요하다. 둘째는 2017년 5월 13일부터 2019년 2월 27일 입사자를 대상으로 서류전형, 건강보험상담 기초지식평가, 인성검사, 면접을 보고 채용 경로와 친인척 여부 등을 확인해 부정입사 여부를 점검하고 제한경쟁 채용하겠다는 안이다. 이 시기에 입사한 사무직은 건강보험 상담기초평가가 아닌 직업기초능력 평가를 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에 대해선 서류전형, 직업기초능력평가, 인성검사 면접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은 신규입사자와 함께 공개경쟁 채용되며, 그동안의 근속을 경력으로 보고 가점을 준다고 할 뿐이다. 이러한 공단의 구조조정안에 이경화 경인지회장은 “우리 건강보험 상담사는 고용노동부에서 직업양성과정으로 진행하는 건강보험 상담사 양성과정의 교육을 마치고 시험 보고 보고 또 보고, 공단사번 받고, 상담사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미 시험은 볼 만큼 봤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지금도 알바몬과 잡코리아 등 구인 사이트에 건강보험 상담사 구인광고가 올라가고 있다”라며 “단순상담, 협력사 정규직(이라고 구인하는데) 취업사기 아닙니까?”라고 제기했다. 2년 전 소속기관 전환을 약속하고도 이를 저버린 채 또 다른 상담사를 채용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불안정 고용형태를 유지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데도 ‘협력사 정규직’이라는 말을 버젓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천여 가지를 외워야 상담할 수 있는 업무를 생각하면 ‘단순상담’이라는 말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러니까 공단은 2년 전에 어떤 약속을 했든, 현대의 ‘화이트칼라 공장’이라는 콜센터 산업의 구조적인 본질, 그러니까 주로는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은수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가 지적했듯, “콜센터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며, 성희롱·성차별에 취약한 노동환경,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의 이중구조화, 고강도 노동 대비 저임금,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점 등 젠더화된 직군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구나 “이러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감정노동자보호법이 도입됐지만,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지키기에는 법의 실효성이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접고용된 이들은 원청에도 하청에도 그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공단은 노동자들을 세 종류로 분류해 등급을 찍고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지만,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도, 2017년 5월 13일부터 2019년 2월 27일 입사자도,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도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사실 이 구호는 2015년 이후 여성살해에 맞서 아르헨티나를 뒤흔든 수백만 규모의 '니 우나 메노스 운동(Ni Una Menos,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의 구호였다. 건보 고객센터는 전형적인 여성 일자리라는 점에서 니 우나 메노스 투쟁과 연결되어 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실 여성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쥐어짜고 박해하며 살해하는 신자유주의 아래 여성 노동자들의 절규가 닮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선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콜센터는 대표적인 여성 다수 일자리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은 전체 여성 노동자들의 이해와 직결된다. 그래서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외침은 여성 노동자 모두의 구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 298명의 개인과 56개 단체의 외침이었다. 건보고객센터지부는 이제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원주 건강보험공단 본부까지 500리를 도보로 행진하고 있다. 최악의 혹한 속에서 물집 잡힌 발을 한 발 한 발 떼며 이미 절반 이상을 걸었다. 21일을 기준으로 전 조합원 전면 총파업 51일에, 이미 이은영 지부장은 35일 단식 끝에 쓰러지고, 조합원들은 릴레이 동조단식으로 16일째 곡기를 끊고 있다. “우리는 법과 제도를, 그에 따른 처리지침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건강보험의 첫인상이고 얼굴입니다. 그에 합당한 노동처우와 임금을 요구합니다”라는 이경화 경인지회장의 요구가 실현돼야 할 때다. 이날 선언은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가 제안했다. 조직위는 내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준비하며 최근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를 비롯해 설문조사 사업, 오픈 마이크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직위에는 링크(https://bit.ly/2024womenstrike)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파업지지 여성노동자 선언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그대들의 승리가 우리 모두의 승리다! 지난 11월 1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이하 건보고객센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소속 기관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는 2021년 10월 소속기관 전환을 사회적으로 합의했음에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간위탁 그대로이기에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파업한 지 벌써 50일째(선언발표일인 12/21일 기준)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합의이행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상담노동자들이 하는 상담업무는 건강보험에 가입된 모든 사람과 연관된 일상적이고 중요한 정보가 담긴 공공성이 있는 업무일 뿐 아니라 상시지속업무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다.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이 처음부터 비정규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파견법이 제정되고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분야 대부분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건강보험공단은 2006년 고객센터를 외주화해 전화ᄋ인터넷 민원 상담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와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건보고객센터는 전국 7개 지역에 12개 민간 용역업체로 위탁 운영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12개의 민간업체와 번갈아 가며 근로계약을 맺으며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다. 업체 변경으로 인해 근속연수가 반영되지 않고, 업체별로 서로 다른 복지정책과 노동조건이었으며 임금과 노동조건은 운에 맡기는 거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국민연금공단ᄋ근로복지공단이 콜센터를 정규직 전환했지만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는 여전히 비정규직이었다. 건보고객센터ᅠ노동자들이ᅠ수행해ᅠ온ᅠ콜센터ᅠ상담노동은ᅠ대표적인ᅠ여성ᅠ저임금ᅠ불안정ᅠ노동이다. 10년을ᅠ일해도ᅠ언제나 ᅠ최저임금 수준인 220만 원이었으며, 인력 부족으로ᅠ화장실도 가지 못할ᅠ정도로ᅠ격무에ᅠ시달리고 있다. 공단은 2021년 90일이 넘는 노동자들의 파업 끝에 직접고용은 아니나, 소속기관 전환에 합의했다. 민간 용역업체에 떠맡겨온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공단은 어떤 합의 이행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속기관으로 전환할 시 고객센터 인원의 41.3%에 해당하는 700명을 정리하고 경쟁 채용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공단은 합의사항 이행은커녕 해고계획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2021년 합의한 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은 사회적 약속이다. 원주ᅠ건강보험공단ᅠ본부 앞에서는 목숨을 건 지부장의 단식농성이 있었고, 현재ᅠ릴레이 단식농성을 비롯해ᅠ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ᅠ있다. 전국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단이 있는ᅠ원주로 와서 투쟁을 하고 매서운 겨울 바람과 빗속에서도 매일ᅠ집회를 하고ᅠ있다. 그러나 공단은 이은영 지부장이 35일간의 단식으로 쓰러질 때까지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비상식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까지 여성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할 것인가! 우리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이고 노골적인 착취와 차별에 반대하며 공단에 요구한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합의대로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 전원을 소속기관에 전환 채용하라! 생활임금 쟁취하고, 노동조건 개선하자! 여성 노동자 단결해 여성억압, 성별임금 격차, 불안정노동 철폐하자! 2023년 12월 21일 298명의 개인과 56개 단체 등 선언 참가자 일동 단체: 2024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고양여성민우회, 금속노조 kec지회,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사망 해결촉구 지원모임, 공공운수 대전지역일반지부, 공공운수노조 21센츄리시티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공공운수노조 환경부 국가하천관리지부,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구속노동자후원회, 극단고래,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 녹색당,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디엘이앤씨 중대재해근절 및 고 강보경건설일용직하청노동자사망시민대책위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민주한전MCS지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부산경남울산열사정신계승사업회,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생명안전 시민넷,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성서공단지역지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장 언약교회(한익스프레스물류창고화재참사 고 김형주님 유가족일동),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사람연대, 인천여성노동자회, 장애해방열사_단,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풍당당 여성대리기사모임,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진보 3.0,진보당 여성-엄마당, 천주교예수회JPIC, 철도고객센터지부, 파리바게뜨노동자힘내라공동행동,플랫폼C,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제주여민회 (총 56개 단체) 개인 : 강남남,강미진,강수정,강한아,강호원,경원,고광완,고지연,고태은,구본경,권민경,권수정,권영국,권지수,권지은,권태성,권혜진,김가은,김경남,김경미,김그루,김금희,김기웅,김나연,김나은,김나혜,김다빈,김미경,김미랑,김미성,김미이,김미자,김민숙,김민정,김민준,김병수,김선철,김선호,김설,김성숙,김성애,김소라,김소현,김수연,김수원,김수현,김수현,김승화,김연순,김연희,김영태,김예린,김우주,김유리,김유주,김윤수,김윤영,김은희,김자아,김정남,김정대,김정대,김정심,김정우,김정우,김정희,김정희,김종련,김종환,김주영,김지혜,김현주,김혜란,김혜명,김혜선,김혜윤,김혜은,김혜진,깅순임,나경화,남영란,남정아,남지윤,남춘미,뎡야핑,도명화,레나,류남미,마미자,명숙,몽,문소홍,미류,밍갱,박광미,박근태,박금순,박내현,박단,박미경,박선미,박선영,박성혜,박세중,박소희,박수정,박순남,박신영,박완식,박은경,박은주,박은화,박조은,박주분,박창근,박현미,박현서,박현숙,박현주,박혜란,반효정,방경희,방미옥,방민서,방진,배서영,배소희,배예주,배우리,배진경,배태선,배현주,백선영,백승호,백종성,범현숙,새라,서경숙,서명숙,서범주,서재은,서정은,서지원,서춘미,서희경,선미선,설애정,설재환,성희령,손소희,손정미,송재연,송제경,송제경,송지영,숨,신경순,신상아,신용희,신유정,신효진,심청,심상호,안나,안소정,안종호,안지현,양동민,양수복,양희주,엔틸드,예진,오승희,오종연,오춘상,유경이,유경화,유설인,유영기,유효빈,유흥희,윤용숙,윤지영,은사자,이강규,이도한,이란화,이명실,이명환,이미선,이민아,이민자,이민주,이복음,이복주,이상림,이소연,이수미,이수빈,이수정,이수현,이숙견,이승주,이시영,이애진,이연화,이영진,이온,이원우,이윤주,이윤주,이인영,이재준,이지연,이지영,이지윤,이진이,이진희,이채은,이청우,이하나,이해성,이향춘,이현숙,이혜정,임병택,임영빈,임정순,임청미,장경희,장남희,장동준,장미정,장미화,장수지,장은희,장종수,장준호,전경희,전다정,전진,전희영,정경애,정고운,정난숙,정다빈,정명선,정명숙,정보라,정보영,정서영,정은숙,정은희,정이슬,정인아,정자현,정종순,정진수,정진희,정창수,정태연,정해경,정혜진,조귀제,조선영,조성애,조애진,조영은,조혜원,주성민,주현이,지수,지혜복,진다인,차미애,최명식,최민,최보근,최새봄,최수빈,최수정,최양예,최은아,최정숙,최정학,최종춘,하지연,한미경,한아람,함인희,허지희,혜원,홍은영,홍지원,홍희자,황서현,황세연,황태령 (총 298명의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