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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은둔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청년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사진: gettyimages 히키코모리. 오랜 시간(6개월 이상) 집에만 틀어박혀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일본 후생성은 2001년 히키코모리의 기준을 위와 같이 제시했다. 2003년 일본 히키코모리 인구는 120만 명이었고, 그중 30%가 노동 가능 인구의 중추인 30대 청년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2023년, 여기 한국에서 고립, 은둔 청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무조정실 주관 ‘2022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이 전국에 약 54만명으로 추정된다. 여성(72.3%)이 남성(27.7%)보다 약 3배 정도 많았고, 이들 중 75.4%는 자살 생각을, 26.7%는 실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주의가 청년들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고립, 은둔 청년은 누구일까. 그들은 왜 고립, 은둔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왜 여성이 더 많이 고립되고 있을까. 삶의 위기에서 기댈 곳 없는 청년들 먼저 고립과 은둔의 정의를 살펴보자.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적 고립을 “정서적 교감을 포함한 도움이 필요한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가 부재한 상태”,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없이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즉, 사회적 관계와 지지체계가 단절된 상태를 의미한다. 은둔 상태는 “집이나 방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외출을 제한하면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단, 임신, 출산, 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외출이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 즉, 은둔 상태는 사회적 고립뿐 아니라 공간적·물리적으로도 고립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1). 1) 김성아, 「고립·은둔 청년의 현황과 지원방안」, 2023.05. 고립·은둔은 청년들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한다. 앞서 적었듯 자살 생각이 있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이 다수다. 그 밖에도 미래 희망이 없고(66.3%), 타인 시선이 두렵고(62.0%), 대인 접촉 회피(47.8%), 지인 대면 두려움(44.2%)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절반 정도(45.6%)는 용기를 내어 일상생활 복귀를 시도했으나 다시 고립·은둔 상태로 복귀했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27.2%)과 번아웃(25.0%), 기존 고립·은둔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서(22.9%)였다. 이렇듯 고립·은둔 생활은 정신적으로 치명적일 뿐 아니라,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고립·은둔 생활 기간은 1년-3년(26.3%)이 가장 많고, 10년 이상(6.1%)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모두를 비참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그렇다면 어떤 청년들이 고립·은둔 상태가 되고 있을까. 연령대로 보면 25세-29세(37.7%)와 30-34세(32.4%)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의 학력을 보면 대학원 이상(5.6%)과 대학교 졸업(75.4%), 고졸(18.2%), 중졸 이하(0.8%)로 전체 청년의 학력 비율과 유사하다. 즉 고립·은둔 청년 다수는 생애주기 상 학업을 마친 후 취업을 준비할 시기에 있다.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 시기 역시 20대(60.5%)가 가장 많다. 취업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고립·은둔의 주요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사자들이 말하는 고립·은둔의 원인 역시 취업 및 직업 관련(24.1%)이 가장 많았다.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물었더니, 마찬가지로 취업 및 경제적 지원(88.7%)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실제 구직단념과 사회적 관계 단절의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구직단념)’ 청년은 2016년 24.9만 명에서 2022년 7월 36만, 2023년 7월 40.2만으로 증가했다. 우울·낙심할 때 대화할 사람이 없다(사회적 고립)고 응답한 청년의 비율 역시 2019년 21.8%에서 2021년 30.6%, 2023년에는 31.6%로 증가했다. 경제적 고립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자. 15세-29세 최종학교 졸업자 452.1만 명 중 미취업자는 126.1만 명이다. 미취업자 중 절반 이상(53.8%)이 대졸 이상 학력을 가졌으며, 4명 중 1명(25.4%) 꼴로 아예 취업 시험 준비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 졸업 후에도 장기간 미취업 상태로 지내거나,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취업난은 개인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한편 취업·연애·결혼2) 등에 성공한 일부 또래 청년과의 비교와 박탈감으로 자연스럽게 기존에 맺고 있던 사회적 관계가 감소한다. 자본주의의 위기, 양질의 일자리 감소, 심화하는 경쟁이 청년들에게 한편으로는 혐오와 차별을, 다른 한편에서는 고립과 은둔을 강요하고 있다. 2) 한국은행이 작년 11월 30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을 못 하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인 청년들은 결혼 의향이 낮았지만, 공공기관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인 경우에는 결혼 의향이 높았다. 관련 내용은 <전진 기사: 자본주의가 강요한 정신질환, 각자도생 대신 집단적 변혁을!>를 참고하라 가사·돌봄의 덫, 3배 더 고립된 여성 한편, 고립·은둔 청년의 다수(72.3%)는 여성으로, 남성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이는 첫째, 성별화된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 어렵다는 것과 둘째, 여성의 경우 거의 모든 생애주기에서 가사·돌봄 의무가 부과된다는 데서 기인한다. 특히 미혼 청년들 가운데서도 ‘딸’과 ‘아들’에게 기대하는 가사·돌봄 노동은 차원이 다르다. 아래 그림은 성별/생애단계 유형별 하루평균 가사노동 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출처: 이진숙·이윤석, 「성인이행기 남녀의 가사노동 시간에 대한 탐색적 연구」, 『여성연구』 Vol. 98, 2018. 가족과 함께 사는 미혼 청년 중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85.7분)이 남성(27.4분)보다 3배 이상 길다. 이는 가정 내에서도 아들이 아닌 딸에게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남성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지만, 여성에게 집은 또 하나의 노동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돌봄 역시 많은 경우 ‘딸’들의 몫이다. 심지어 결혼 이후 남성의 가사노동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자녀가 없는 경우)하는 반면, 여성의 가사노동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여성은 전 생애를 통틀어 자기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없다. 여성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실제 2022년 한국 우울증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성별/연령집단은 20대 여성(12.1%)이다. 전체 연령으로 보더라도 여성(67만4천555명)이 남성(32만6천189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렇듯 청년 여성은 집안에서는 가사·돌봄, 사회적으로는 취업·결혼·출산 등을 요구받고 있다. 개별 여성이 이상의 압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회적 단절뿐이다.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한 뒤에야 여성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관계의 단절은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고립과 은둔이 아닌 가사·돌봄 사회화 등을 위한 연대와 투쟁이다. 오래된 미래 일본의 경고에도, 너무나 안일한 윤 정부 다시 히키코모리의 원조, 일본의 상황을 보자.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아동 및 청년층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만 15세부터 69세에 해당하는 일본 국민 중 146만 명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특징은 히키코모리 연령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처음 주목받았던 1980~90년대에는 10대 청소년들이 이지메(왕따) 등의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것이 히키코모리의 보편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청소년기부터 히키코모리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 사회활동 없이 장기간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연금수령 세대인 부모(80대)가 중장년층이 된 히키코모리 자녀(50대)를 부양하는 이른바 ‘8050 문제’가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조사에 따르면 히키코모리 중 40대가 약 40%를 차지하고, 정년퇴직 이후 일거리가 사라진 60세 이상도 25%를 초과했다. 심지어 70대 부모가 4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살해하거나, 히키코모리 당사자가 친족을 살해하는 등 끔찍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히키코모리, 고립·은둔 상태는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장기간 지속되기 쉬우며, 개인과 그 가족 모두의 삶을 파괴한다. 더 늦기 전에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청년들이 고립·은둔에 빠지는 여건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절실하다.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공개한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이 지원방안은 ▲고립·은둔 조기 발굴 ▲전담지원체계 구축 ▲학령기, 취업, 직장초기 일상 속 안전망 구축을 골자로 한다. 그 중 전담지원체계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즉, 지원사업 대부분이 자조모임, 관계복원 등 대인기술 향상에 맞춰져 있다. 그나마 취업 지원 사업의 경우(청년도전지원사업), 구직단념청년이 구직 활동에 참여할 경우 참여수당(최대 300만원)을 지원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 고립·은둔 청년은 단순히 ‘관계를 만들 줄 몰라서’ 고립된 것이 아니다. 이들이 애초부터 구직을 단념한 것은 더욱 아니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경쟁의 심화, 여성에게 부과되는 가사·돌봄의 의무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립·은둔 청년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재생산 사회화, 노동자계급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저출산·저출생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에서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조차 못한 상태다. 당장 ‘청년 문제’는 대개 수도권, 명문대 출신, 정규직, 남성 청년의 문제로 다뤄진다. 이를테면 명문대, 정규직 청년들의 ‘공정성’ 담론, 여성 혐오 같은 것들이다. 이른바 엘리트 청년의 삶을 ‘정상’으로 규정하고, 그 궤도에 올라서지 못한 청년들을 패배자로 낙인찍고, 자괴감에 빠뜨리고, 사회적 관심조차 주고 있지 않다. 그런 사이 고립·은둔 청년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운동사회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첫째, 양질의 일자리 보장을 통해 청년들에게 강요되는 취업·입시 경쟁을 해소해야 한다.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은 스스로부터 자기를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나서길 꺼리게 된다. 물론 이는 자본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청년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책망하며 고립·은둔에 빠지고 있다. 이제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입시경쟁 등을 철폐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여성에게 부과되는 가사·돌봄 등 재생산노동을 사회화해야 한다. 2-30대 여성이 ‘딸’이라는 이유로 가사와 돌봄 노동을 부과받고 있다. 당장 가정에서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것은 아들이 아니라 딸과 며느리의 몫이다. 그리고 이는 원래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노동이다. 그 외의 가사·돌봄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재생산노동을 전면적으로 사회화하고, 가사·돌봄을 비롯한 성별 분업을 철폐해야 한다. 셋째, 청년들의 연대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자본주의는 청년들을 노동력 상품으로써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경쟁하게 한다. 연대와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에 혐오와 고립이 확산하고 있다.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 물론 이는 단순 ‘자조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이 아니다. 진정한 연대는 함께 세상을 바꾸는 운동 속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존엄을 짓밟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이, 고립이 아닌 연대를 실현할 필수조건이다. 넷째, 노동자계급이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야 한다. 당장 고립·은둔 청년의 다수는 노동자계급의 가족 또는 일부다. 물론, 노동자들이 개별 가구에서 고립·은둔 청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적이다. 그러나 앞서 제기했던 과제, 노동시간 단축-양질의 일자리 확대-가사·돌봄 사회화는 노동자계급의 힘으로만 실현가능하다. 이 요구를 노동자계급 자신의 과제로 받아안고,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청년들도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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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한국 0.72 출산율’에 전 세계 언론 쇼크1. 전 세계 언론 ‘한국 0.72 출산율’에 쇼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23년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전년 대비(0.78명) 8%가량 떨어졌다. 이에 해외 언론도 한국의 저출생 현상을 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다”며 주목하고 있다. 외신이 꼽은 한국의 극단적 저출생 현상의 원인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젠더 불평등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워킹맘이 집안일과 육아까지 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문화적 요인도 주요 원인”이라며 “한국에서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많은데, 생활비에 대한 우려 등으로 결혼도 감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영국 BBC 방송은 1년 이상 실제 현장에서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어떻게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갖지 않게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릴 뿐 아니라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육아 기간 뒤 필연적으로 경력 단절의 두려움까지 겪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BBC는 한 방송사 프로듀서와 그의 주변 사례를 공유하며 “한국의 노동 시간은 길기로 악명이 높다”며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 위해 휴가를 내면 일터에 복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고 짚었다. 더불어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도 저출생 현상에 한몫한다고 봤다.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데, (해당 지역의) 너무 높은 집값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신들이 한국 출산율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저출생이 세계적 문제라는 점이 있다. 출산율 제고의 주요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2022년 1.79명에서 2023년 1.68명으로 떨어졌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서서 출산휴가 및 지원금 혜택을 강화하겠다며 밝히고, 기시다 일본 총리가 2023년에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내놓겠다며 대대적으로 선포했듯 한국에서도 저출생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상의 본질을 짚지 못한 단발적인 정책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저출생의 탈출구는 요원해 보인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0353.html#cb 2. 호주 보육노동자, 저임금에 맞서 3월 8일 파업하기로 호주 보육노동자들이 심각한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에 맞서 국제 여성의 날인 3월 8일 전례 없는 규모로 파업할 예정이다. 호주에서는 보육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많은 노동자가 이직하고 있다. 이들이 가입한 유나이트드노동조합(UWU)은 고용주와 정부를 상대로 교섭해 왔으나, 사용자들이 어떤 임금인상도 약속하지 않자 전국 1,000개가 넘는 보육센터에서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헨렌 기븐스 교육본부장은 “보육돌봄이 위기에 처했다. 노동자들이 계속 희생하며 일할지 아니면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떠날지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의 빈곤 임금으로는 계속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보육교육자의 92%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 중요한 업무가 수십 년 동안 저평가되고 저임금에 시달려 왔다. 호주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지속가능한 유아교육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유아교육 노동자가 없다면 호주는 멈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파업을 앞두고 실시한 보육노동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정부가 3개월 내로 보육돌봄 노동자 저임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1년 내로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또한 85%는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사직한 동료가 있으며, 무려 99%의 응답자가 인원 부족으로 아이들이 받는 보육과 교육의 질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참조 기사> https://thesector.com.au/2024/02/09/union-calls-ecec-strike-action-for-international-womens-day/ https://tasmaniantimes.com/2024/02/half-of-early-childhood-educators-ready-to-leave/ 3. 인권위 ‘유엔 여성차별철폐 협약 이행 보고서’ 논의, 위원 간 말다툼 끝에 파행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인권위원 간 말다툼 끝에 파행을 빚었다. 2월 26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국내 이행 정도를 인권위가 독립적으로 평가한 보고서 의결 안건이 상정됐으나 논의하지도 못하고 폐회됐다. 한국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 정부는 지난해 5월 협약 이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제출했다. 올해 5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유엔의 정부보고서 심의에 앞서, 인권위는 한국의 여성차별철폐 이행 상황에 대한 독립보고서를 4월쯤 제출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에는 ‘여성·성평등 정책 후퇴·축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에 대한 젠더 기반 폭력’ 등 주요 쟁점의 한국 이행 정도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이 담길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열린 2024년 제4차 전원위에서 위원 간 공방과 말꼬투리 잡기, 비난이 오가면서 해당 안건은 논의를 시작조차 못했다. 인권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인권위원 구성이 여당 쪽 추천 위원 수가 우세하게 바뀌면서, 일부 상임위원들의 막말·혐오 발언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의 책무를 망각한 듯한 이들의 행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271807001 4. 여성 언론노동자 4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경험 여성 언론노동자 4명 중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간한 ‘성평등·조직문화 진단과 노동조합의 역할 및 과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직장 안에서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당한 여성 노동자는 27.5%였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유형으로는 ‘성적 비하, 성적 모욕감을 주는 외모 평가, 성적 대상화 등 통한 성적 농담’(전체 50.8%·여성 61.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얼굴이나 손 등 신체를 접촉해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전체 26.2%·여성 33.3%), ‘성적인 칭찬이나 제안, 연애 관계에서 가능한 친밀한 언행을 하는 행위’(전체 15.4%·여성 19.7%) 등이 뒤를 이었다. 대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피해자가 그렇듯 언론노동자 역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이후 문제 제기하는 것을 꺼렸다. 상급자, 노동조합, 사내 신고상담센터 등에 고충을 호소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27.7%에 그쳤다.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 대해선 ‘회사 내 동료들 간 관계·직장 분위기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가 36.2%(중복 응답)로 가장 높았다.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아서’(27.2%), ‘회사에서 일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22.8%)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회사가 가능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평등한 조직문화·조직운영 개선기구 구성’에 의한 성평등한 조직 문화 개선이 꼽혔고, 노동조합이 가능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회사의 적절한 조치 감시와 피해자 조력’이 꼽혔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3011454001 5. 정부 통계에는 없는 사람들 … 여성 노숙인의 실태 거리의 여성 노숙인들은 성폭력, 폭행, 폭언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숨어 지낸다.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삭발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노숙인들은 안전하게 잘 곳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여성 노숙인들은 정부의 실태조사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일정한 자리’에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이 이뤄지다 보니 주로 남성이 조사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정부 대책 역시 남성 노숙인 위주로 나오고 있다. 현재 여성 노숙인 일시 보호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뿐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처음으로 여성 노숙인 지원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여성 노숙인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여성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이유는 주로 경제적 궁핍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 가정폭력 등이 꼽힌다. 이러한 피해경험 때문에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 중심의 노숙인 시설에 가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은 생존을 위해 일하고 싶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경력단절을 문제 삼아 취업조차 쉽지 않다. 거리로 내몰리는 여성들을 없는 듯 쉽사리 외면하는 정부 대책이 가장 큰 문제다. <참조 기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04201&ref=A 6. 가나, 성소수자(LGBTQ)와 지지자 처벌법 통과 가나 의회가 종교를 등에 업고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활동을 홍보하거나 모금할 경우 3년에서 5년의 징역, 애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3개월에서 3년 사이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가나의 인권단체, 성소수자단체와 지지단체들은 이를 인권침해 처사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도 가나 대통령에게 법안 서명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12월 총선 전에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외에서 법안 반대시위를 조직하는 영국 블랙프라이드(UK Black Pride)의 활동가들은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공론화된 법안은 충분히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퀴어로 보이는 이에게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나의 인권변호사단체 ‘빅(Big)18’의 타키와 마누는 “개인의 정체성을 범죄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LGBT+ 권리 가나’의 설립자인 알렉스 돈코르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가나에서 성소수자들을 지금보다 더 소외되고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이 법안은 차별을 합법화할 뿐 아니라 공포와 박해의 환경을 조장한다”고 규탄했다. 국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및 인터섹스 협회(ILGA)에 따르면 현재 약 30개 아프리카 국가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4/feb/28/ghana-intensifies-crackdown-on-rights-of-lgbtq-people-and-activists https://m.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2290931001#c2b 7. 프랑스 상원, 임신중지 자유 개헌안 통과 프랑스 상원이 ‘임신중지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찬성 267표 대 반대 50표로 가결했다. 최종 절차를 거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임신중지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나라가 된다. 이는 여성운동이 ‘여성권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는 것이다. 여성운동이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만들어 낸 지 50년이 지나며 프랑스에서도 임신중지 반대 시위가 재개되고, 가족계획정책이 보수화되면서 보수언론에서 임신중지 반대 목소리가 증가하는 등 극우세력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가 미국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대중적으로 임신중지권을 좀 더 확고한 법적 권리로 보장하길 원하며 ‘임신중지권’의 헌법 보장 방안이 추진된 것이다. 장조레스(Jean-Jaurès)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포함하는 데 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신중지권이 서류상 헌법에 보장된다고 여성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지난 15년간 130개의 IVG센터(임신중지를 지원하는 병원)와 수백 개의 산부인과 병동이 폐쇄되었고 공공 서비스가 파괴되었다. 자원 부족과 의료의 빈곤으로 현실적으로는 임신중지라는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긴축정책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와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와 제 정당들은 헌법개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운동은 이번 ‘임신중지권 헌법 보장’을 계기로 실질적이고 자유로운 임신중지권을 위한 저항을 계속할 것이다. 3월 8일 대규모로 모여 투쟁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참조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81715?cds=news_edit https://www.revolutionpermanente.fr/Constitutionnalisation-de-l-IVG-la-defense-de-l-avortement-dependra-de-nos-lu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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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책읽기모임 "장애시민 불복종"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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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 심의과정에서 폐기됐다. 극우 대통령의 등장에 위축되지 않고 아래로부터 힘차게 투쟁을 이어나간 노동자·민중이 거둔 첫 승리다. (참고: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 옴니버스 법안, 빈껍데기로 전락하자 자진 철회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곧바로 일련의 ‘충격요법’ 조치들을 단행했다. 12월 12일에는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 동결 등이 담긴 ‘경제비상조치’를 발표했다. 12월 20일에는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12월 27일에는 △공기업 사유화 △시위제한 명령권 △불법시위 처벌 강화 △환경규제 완화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의 대통령 양도 등이 포함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 밀레이 정부는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면서 옴니버스 법안의 절반 정도를 포기하고 300여 개 조항으로 추려냈다. 2월 2일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는 찬반투표가 가결됐을 때, 밀레이 정부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2월 6일 옴니버스 법안의 각 조항별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공기업 사유화 등 핵심 조항들이 무더기로 부결되면서 옴니버스 법안은 빈껍데기가 되어갔다. 결국 집권 자유진보당(Libertad Avanza)이 법안 자체를 자진 철회했다. “이 법을 필요로 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라는 게 이해될 때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면서. 옴니버스 법안이 폐기된 직후 대통령실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공식 성명에서 “주지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정부가 갖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들의 압력으로 하원의원 다수가 옴니버스 법안에 반대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은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밀레이의 패배는 그의 정치적 경험부족을 드러냈다’면서 무엇보다 ‘모든 개혁을 하나의 거대 법안에 담아내려 했던 게 실패 요인’이며 ‘밀레이 정부가 정치 전략을 재고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을 해외 언론들에 전했다. JP 모건 이코노미스트 디에고 페레이라는 “이건 아르헨티나에서 전례 없는 사건인데, 정부가 첫 번째 입법을 거부당한 사례를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우 대통령에 맞선 첫 전투 -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나? 그런데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이 말하지 않는 결정적인 진실이 있다.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가한 강력한 압력 때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가 취임 직후부터 ‘충격요법’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취임 10일 차인 12월 20일부터 노동자·민중의 투쟁도 시작되었다. 이 투쟁에 발동을 건 것은 노동조합총연맹 공식 지도부가 아니었다. 노동조합 공식 지도부가 ‘공세를 완화하기 위한 교섭테이블 모색’이나 ‘다음 선거를 통한 심판’ 정도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등 좌파전선(FIT-U)에 결집한 혁명적 좌파 정치세력이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를 추동해 2만 명의 도심 시위를 조직해 내면서 투쟁의 물꼬를 텄다. 아래로부터 촉발된 도심 시위는 밀레이 정부의 도로점거 시위 금지령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매일 같이 이어졌다. 밤에는 각 지역마다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벌이면서 2001년 민중항쟁을 상기시켰다. 총파업을 소집하라는 압력이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밀려오자, 마침내 12월 28일 최대 노총 CGT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1월 24일 3대 노총이 주도하고 150만 명이 참여한 위력적인 총파업이 전개됐다. 총파업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됐다. 전투적인 노동조합, 여성조직, 문화단체, 사회단체, 은퇴자 등 수천 명의 시위대가 연일 폭염 속에서도 의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난사하고 때때로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밤에는 다시 각 지역마다 집회를 열고 카세롤라조 시위를 이어나갔다. 상당수 지역 집회는 참가자들이 민주적 토론을 진행하는 자발적 총회 형식을 띠었다. 노동조합총연맹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결정타를 날릴 잠재적 가능성으로 밀레이 정부를 비롯한 전체 자본가 정치세력들을 압박했다. 그리고 좌파전선 소속 하원의원 다섯 명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들은 매일 가두시위 현장과 의회를 오가면서, 가두시위가 가하는 압력을 의회에 온몸으로 전달했다. 시위대 맨 앞에서 최루탄을 뒤집어쓴 뒤 의회로 달려가 “누가 옴니버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지 대중 앞에 다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 257명의 하원은 자본가 정치세력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이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대중투쟁과 그 압력을 의회 안으로 직접 끌어들이는 좌파전선 의원단의 활약은 대중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다수 자본가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밀레이 정부와 쉽사리 타협에 나서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아르헨티나 하원의원 니콜라스 델 카뇨 (PTS, 좌파전선 소속)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은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와 치른 첫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왜 그렇게 경제위기가 잦은가? 2024년 1월 아르헨티나 물가는 전월 대비 20.6% 올랐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254.2% 상승이다. 물가가 공식 수치로 5%만 올라도 생활에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250%를 훌쩍 넘겨 버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상상이 잘 안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물가가 ‘아르헨티나’ 얘기라고 하면 으레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 아냐?’ 하는 반응들이 이어진다.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졌고 그래서 한때는 선진국 소리까지 들었다지만 포퓰리즘의 퍼주는 정치를 하다가 경제가 망해버린 대표적인 나라.’ 그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아르헨티나의 이미지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면이 보인다. 경제가 그렇게 망가졌다는데도 그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왔을 때 한국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김대중 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엄청난 규모의 정리해고였고, 뒤이은 비정규직화였다. 그렇게 해서 구축된 고강도 초과착취 시스템 덕분에 삼성·현대·SK·LG로 대표되는 한국의 재벌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거대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부 노동자들도 그 떡고물을 얻어먹으며 ‘노동귀족’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이 그렇게 약진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의 다수를 이루는 비정규직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또 하나. 한국의 재벌들은 언제까지고 약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이 있다면, 바로 ‘불균등발전의 법칙’이다. 어떤 기업, 어떤 국가도 언제나 경쟁에서 승리하고 언제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한국의 재벌들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노동자계급의 운명은 다시 어떻게 될까? ‘노동귀족’ 소리를 듣던 정규직의 삶은? 그리고 비정규직의 삶은? 2001년 아르헨티나는 큰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국의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다. 그런데 그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거대한 규모의 민중항쟁이 폭발했다.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도망쳐야 했고, 그 뒤로 들어선 임시대통령이 2주일 사이에 세 명이나 줄줄이 날아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결국 자본가 정치세력들 가운데 가장 덜 공격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페론주의 좌파,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키르치네르주의는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사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대다수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제국주의 국가들에 경제가 이미 심각하게 종속된 상황에서 자본주의 틀 안에서는 어떤 획기적인 돌파구라는 걸 찾기 어려웠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수준을 대폭 강화해서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에 조성된 계급역관계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심각한 경제위기가 왔다. 거듭되는 경제위기에 지친 대중은 누군가 어떤 마법이라도 부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우인사 밀레이를 선택했다. 밀레이가 부리려는 마법은 간단하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전투에서 밀레이는 패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밀레이를 지지했던 대중의 상당수는 옴니버스 법안을 비롯한 그의 ‘충격요법’을 실수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밀레이를 지지한다고 한다. 밀레이가 마법을 부려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마법이 나의 권리를 박탈하는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아니기를 바란다는 뜻이겠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노동자·민중에게도 아주 고통스럽다. 자본의 위기 전가를 어느 정도 막아낼 힘은 있지만,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큼의 힘은 아직 없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던 볼셰비키 의원단을 연상시키는 사회주의 의원단이 당당하게 활동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이 수만 명의 대중투쟁을 직접 주도해 나갈 정도의 힘은 있지만, 아직 거대한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력은 페론주의 세력에게 강고하게 장악돼 있다. 어쨌든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보자면, 아르헨티나는 그저 ‘포퓰리즘 하다가 망한 나라’가 아니다.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막아낼 정도의 힘을 노동자계급이 갖고 있는 나라다. 또 하나. 여성의 권리와 해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여성파업을 조직해 낸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아르헨티나는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라는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일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기괴한 극우 대통령은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별난 일’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세계 자본주의 전반에 밀어닥칠 일들을 미리 보여주는 전조일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세계 노동자계급에게 던지는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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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교육자적 양심을 짓누르는 탄압을 멈춰라!2월 27일 오전 10시,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 대책위원회' 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학교폭력 공익제보 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에는 공익제보 교사에게 행정폭력을 가한 서울시교육청을 규탄하며, 하루빨리 부당전보를 철회해 공교육을 정상으로 돌려놓기를 원하는 교사, 보호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말하는 ‘공존’ 오랜 시간 학교 안에서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져 온 학교폭력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교육청에 공익제보로 해결지원을 요청한 교사에게, 학교는 표적전보, 보복전보, 부당전보를 실시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눈감지 않은 것이 죄가 되어, 행정폭력 피해자가 된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이 사안을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2월 27일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37일째 투쟁 중이었고, 이 날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이라는 교육청 건물에 크게 써 있는 글귀가 무색하게, 부당전보된 교사는 37일 동안 단 한 번도 교육감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공익제보교사를 대하는 교육청의 응답은 ‘부당전보’ 작년 6월쯤 학생 상담 중에 학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2년 동안이나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혜복 교사는 즉시 학교장에게 이를 알렸다. 사건 신고가 접수돼 성폭력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해 신고 학생들의 신원이 유출되었고, 별다른 보호책 없이 공개적인 조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피해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성폭력 사안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가해 학생들과 그 친구들의 2차 가해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매우 심각하게 뒤따랐고, 피해신고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했다. 지혜복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 이 사안에 대한 민원을 넣었고, 중부교육지원청(이하 중부청) 통합지원센터가 학교로 특별장학을 나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학생 면담은 전혀 하지 않고, 일부 교사만 면담 후 고작 몇 시간 정도를 교장실에 머물다 돌아갔다. 이후 중부청 통합지원센터는 성폭력 조사과정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많은 학생이 피해를 호소했던 문제들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혜복 교사는 포기하지 않고 전교조 서울지부 여성위원회와 함께 적극 항의하고 거듭 탄원을 반복했다. 그 결과 작년 10월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이하 인권센터)에서 학생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12월 말쯤에는 인권센터 권고 조치가 학교에 공문으로 통보되었다. 인권센터 권고를 통해 피해 학생들에게 가해졌던 인권침해 사실이 대부분 밝혀졌다. 그러나 인권센터 권고 조치조차 학교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권고문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 학생들과 보호자들은 모두 체념하고 포기해 버린 상태였다. 학교는 도리어 피해 학생들의 인권침해 사실을 밝히려고 노력했던 교사를 부당하게 쫓아내고 있다. 과감하게 은밀하게 치밀하게, 절차만 갖추기 지혜복 교사는 사회과 교사이다. 그런데 A중학교는 2024년도 교사 정원 감축을 실시할 때, 역사과 한 명이 과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역사과 3명, 사회과 2명) 역사과가 아닌 사회과 교사의 전보를 결정했다. 이 경우 사회과 교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역사교과 전공교사가 대신 사회교과를 수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모든 중학교에서 역사과와 사회과는 독립된 교과목으로 수업 시수 배치부터 교과운영 계획, 평가까지 분리하여 운영한다. A중학교에는 2024년도 교육과정 운영에 사회교과 전공교사 2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과 교사를 필수인원에 미달하는 1명으로 줄이면서까지, 공익제보 교사를 특정해 전보결정을 내렸다. 과원인 역사교과 교사는 그대로 두고서 말이다. 이 과정도 당사자 동의 없이 전보 서류를 일방적, 강제적으로 중부청에 제출한 부당한 행정이었다. 공익제보자를 쳐내기 위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훼손하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런 학교의 행태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부청은 그동안 독립되어 있던 사회교과와 역사교과 전보 현황을 올해는 갑자기 하나로 합쳐서 기재해 각각 교과 전공자들을 마구 뒤섞어 전보 발령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는 ‘2024년 중등교사 및 전문직 인사원칙’ 제4조(전보) 5항에 따라 교과별 수급 상황에 따라 전보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역사 전공자는 역사교과로, 일반사회와 지리 전공자는 사회교과에 배치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게다가 중부청을 제외한 서울의 모든 교육지원청에 공시된 ‘2024년도 전보 현황표’에는 사회교과와 역사교과 전보 현황을 모두 다 분리하여 배치하였다. 더구나 중부청 또한 2023년도까지는 이를 분리 배치하여 전보 작업을 진행했다. 특정인을 선정해 전보시키기 위해 학교장과 중부청이 함께 머리를 맞대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권한만 갖고 책임은 떠넘기는 교육청 A중학교 역사, 사회 교사들은 2차례의 교과협의회를 거치면서 비정기 전보대상자 결정을 위한 원칙적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학교장, 교감이 개입해 교과협의회 장소를 교장실로 변경하고 직접 협의에 관여하였으며, 지혜복 교사가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익제보교사인 사회 교사를 전보 대상자로 결정했다. 이렇게 졸속적, 비원칙적, 비민주적 개입을 인지하면서도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자 부당전보 발령을 2월 2일 발표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내린 결정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중부청은 중학교 전보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이라 서울시교육청에서 그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한다.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결정하였으므로 부당전보를 받아들이고 이동하라고 강요한다. “서울시교육청이 국가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부당전보 통보를 받은 지혜복 교사가 한 달이 넘도록 찬바닥에서 요구해 왔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불의가 법일 때 저항은 의무 전교조 서울지부는 2월 3일 ‘공익제보교사 인사불이익 금지 법령 위반한 서울시교육청의 부당전보 강행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공익제보자 보호 관련 법령은 "전보, 전근,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등 인사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교과 정원 감축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당하게 전보 조치하는 것은 명백한 인사불이익이며 이는 관련 법령 위반이다.’라고 밝혔다. 또 ‘학생과 교사의 권리 신장을 위해 애써야 할 교육청이, 학교 내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하고 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교사를 피해 상담 학생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라며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법령을 위반하고 학생과 교사 보호를 포기한 서울시 교육청을 규탄하고, 하지만 3월 개학 전까지 서울시 교육청이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으니 그 안에 부당행정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2월 27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교조 서울지부 최은경 부지부장은 “학교 내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학교와 교육청에서 발생한 일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부당전보를 바로잡는 일은 학교 내 성폭력 사안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마지막 기회”이자 “피해 학생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을 돌려주는 것”이고, “A학교 교직원들에게는 부당한 일에 목소리 내고 피해자의 편에 서는 일이 정당함을 밝혀서 학교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교육청이 본연의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은경 대표는 “인권센터는 피해 학생 보호에 더 노력하고 공익제보교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할 것”이며 “인권센터 권고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선생님이 다시 A중학교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임을 강조했다. 부당전보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보란 현장교사는 ”학교나 교육지원청의 잘못된 교육 행정을 바로잡는 것은 누구의 역할인지, 노동자가 구성원에게 일어난 폭력과 피해 사실 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 현장에서 내쫓기는 사회는 과연 안전한 사회인지, 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아무런 법적, 제도적, 행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피해당사자와 동시에 2차, 3차적인 폭력에 노출이 되는 사회는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지?“ 물음을 던졌다. 또한 ”해당 학교 교감과 교장, 서울시 교육청은 이러한 조직적인 불의를 저지른 가해 당사자“이고 이는 “사용자 입장의 학교 관리자, 교육 관료 조직, 서울시 교육감의 보신주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비민주적 성차별적 학교 문화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슬픔과 분노를 넘어 투쟁으로! 지혜복 교사는 “홀로 남겨질 학생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장 가슴이 아파온다”며 “학생들이 용기내어 신고하는 일이 은폐되고 오히려 피해를 입고 위축되어 체념하는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며,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선 교사를 부당한 기준으로 전보하는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며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심정을 토로했다. “때때로 슬픈 감정이 올라오고 고통스러우며 지쳐있지만, 힘을 내어 해결될 때까지 학교에서 남은 임기 동안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싸워주고 계신 동지들을 보며 다시 힘을 냅니다. 다들 제가 쓰러질까봐 걱정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쓰러지지 않도록 몸을 챙기며 제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싸워보겠습니다. 동지들의 사랑과 연대에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끝까지 투쟁하여 꼭 승리하겠습니다. 투쟁!” 끝까지 질기게 당당하게 투쟁할 것을 다짐하고 결의하는 지혜복 교사의 목소리는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 마음에 깊고 강한 울림을 남겼다. ’교육감 면담요구서‘ 조차 받기를 망설이며 한 시간을 넘게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기다리게 하는 교육청, 신고한 집회를 불법으로 몰아가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드는 경찰들, 그리고 이런 교육청 행태에 항의하는 학부모까지 연행하는 만행은 오늘날의 기막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교사는, 교육청과 학교가 저지른 불의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한순간에 불법의 존재가 되어 끌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공익제보로 행정폭력을 당한 피해교사가 교육청 문 앞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면서, "질서라는 이름으로 권력에 의해 존재의 빛을 지우는 일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다. 교육감 면담요구서를 전달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라고 질문하며 길바닥에 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교사의 양심을 보호하라 교육자적 양심을 억누르며 행정폭력으로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서울시교육청은 이제 탄압과 횡포를 멈추고 책임있는 자세로 응답해야 한다. 더 이상은 피해 학생들에게, 공익제보 교사에게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 어이없는 행정폭력에 억울하고 답답한 교사는 이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교사, 학생, 보호자들, 그리고 노동시민사회가 서울시교육청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의 교육청에 ‘교육혁명’까진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교육청이 최소한 피해 학생들과 교사를 보호하며 교육적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혜복 교사와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를 즉각 철회하라!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교사에 대한 인사불이익 즉각 철회하라!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전보 내신 인사원칙을 지켜라! 서울 교육청은 공익제보교사와 피해학생을 보호하라! 2월 27일 저녁부터 지혜복 교사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3월 5일 기준, 철야농성 대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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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 결혼도 출산도 꿈꾸지 말라? 3·8 여성파업으로 미친 세상에 파열구를!결혼은 상위 20%의 전유물? 결혼과 출산은 온전히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이지 않은 추상적 개인은 없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누구나 직감하겠지만 결혼도 우선 먹고살 만해야 할 수 있다. 결혼 의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정규직 청년의 결혼 계획 승산이 비정규직 청년보다 37% 높았다. 또한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월평균 임금이 300만 원을 초과했을 때, 3년 내 결혼 계획 승산이 반대의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이 확인된다. 결혼 여부가 개인의 경제적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는 남성의 임금 수준별 혼인율 통계다. (이 연구는 남성에 한해 임금 수준과 혼인율을 조사했는데, 성별분업 체계에서 남성은 결혼 이후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혼인 프리미엄’을 갖기 때문이다.) 2017~2019년 기준, 31세~35세 남성 노동자 중 임금 수준 상위 10%의 혼인율은 76%, 하위 10%의 혼인율은 31%에 그친다. 36~40세의 경우, 상위 10%의 혼인율은 91%, 하위 10%의 혼인율은 47%에 불과하다. 아래 그래프는 임금 수준과 혼인율이 정비례 관계임을 나타내고 있다.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 2022. 12. 지난해 말 통계청이 행정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2022년 신혼부부통계 결과’도 마찬가지다. 초혼 신혼부부의 2022년 연간 평균소득은 6,790만 원에 이르며, 특히 맞벌이 부부의 평균소득은 8,433만 원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연간 평균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경우가 27.1%, 7천만 원 이상~1억 원 미만인 경우가 28.6%에 이른다. 가구소득이 7천만 원 이상인 경우가 55.7%로 절반을 넘는 것이다. 이를 다음과 비교해 보자. 통계청의 소득 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2022년 4분기 기준)에 따르면, 전체 평균 가구소득은 연 5,800만 원에 그친다. 소득 8분위 가구에 이르러서야 연 7,745만 원, 소득 9분위는 연 9,668만 원을 기록한다. (최상위 10분위 가구는 1억 5,344만 원에 이른다.) 즉 2022년 신혼부부의 절반 이상은 소득 상위 2~30% 가구에 소속된 셈이다. 결국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경쟁에서 승자의 지위를 차지한 상위 2~30%에게나 결혼의 자유가 허락됐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 떠나서 주택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은 신혼집 장만부터가 실현 불가능한 미션이다. 내 자식을 경쟁에서 승리시킬 수 없다면 출산은 무책임한 짓? MZ세대들이 주된 이용자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난하면서 애를 낳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논리가 득세한 것은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낳음 당했다’라는 신조어는 이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다. 오늘날의 쇠퇴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의 승자는 각종 혜택을 만끽하고 사회적 자원을 독점하지만, 경쟁의 패배자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된 채 사회 바깥으로 내몰린다. 하루하루 이를 폭력적으로 체험하는 이들은 ‘낳음 당했다’란 표현으로, 무한경쟁에서 자식을 지원할 재력도 능력도 없으면서 나를 낳아버린 부모에게 원망을 드러낸다. 이들에게 출산과 양육은 삶의 기쁨일 수 없으며, 자신의 고통을 대물림한다는 죄책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올해 초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2023년 한 해 동안 38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가구를 더 팔아치우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조사다.) ‘식구들과 함께 웃는 시간이 즐겁다’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은 전체 평균이 33%인데 비해 한국은 14%로 최하위로 그쳤다. ‘집에서 자녀·손주를 키우는 게 기쁘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 비율도 8%로 역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전체 평균은 22%). 한국의 노동자 민중에게 출산과 양육은 막대한 고통을 감수하며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비합리적’이고 ‘무모한’ 짓이 된 것이다. 특히 한국 특유의 입시 사교육 경쟁은 고통을 극대화한다. 2022년 기준 가구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이다. 그런데 이는 평균의 함정에 불과한데, 가구 소득별로 사교육비는 엄청난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월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평균 사교육비는 64.8만 원으로, 200만 원 미만 가구의 평균 사교육비 12.4만 원의 6배가 넘는다. 입시 경쟁에서 투자액(?)만큼 성과가 산출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2020년 기준, 월평균 가구소득 700~1,000만 원 가정 학생의 특목고 진학 비율은 100~300만 원 가정 학생의 특목고 진학 비율보다 2.5배 높다. 반대로 월평균 가구소득 1,000만 원 이상 가정의 학생 중 전문계고 진학 비율은 4.1%에 그치지만, 100만 원 미만 가정 학생의 전문계고 진학 비율은 10배인 43.7%다. 사회적으로는 소수에 불과한 부유층과 경쟁의 승자들이 SNS 등에서 자랑스레 휘두르는 ‘공정 경쟁’의 깃발을 바라보며 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들과 경쟁할 만큼 내 자식을 지원해 줄 수 없다면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이 엄혹한 경쟁 질서에서 내 자식이 경쟁의 승자가 되고 행복할 가능성은, 내 자식이 ‘루저’가 되고 ‘삼백충’이 돼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될 가능성보다 결코 높지 않으니까. 약자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멸시하는 사회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했다. 특히 전년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투쟁하는 계급들이 함께 몰락”(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해야 할까?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격변이 불러일으킬 사회적 파장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특히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공공연해질 것이며, 이는 노동자의 국제적 단결이라는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혐오와 차별이 우선 여성들에게 가해졌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몇 년 전부터 횡행하는 ‘맘충’이란 표현이 단적인 예다. 저출생으로 나라가 망하게 된 판국에도, 아이가 식당에서 음식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카페에 갔다는 이유로, 여성은 남편에 기생하는 ‘맘충’으로 비하된다. 임신과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이 부지기수인데도, 생애주기 내내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데도, 무급 가사노동과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는데도, 가장 약자인 여성이 오히려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공동체적 연대와 협력이 완전히 해체된 사회, 각자도생이 유일무이한 생존 방식이 된 사회에서 약자들은 이렇게 서로의 살을 물어 뜯으며 고통을 견딘다. 소비자의 권리, 승자의 권리만이 절대적 권리다. 마치 자신은 어릴 적 누군가에게 한 번도 피해를 주지 않았던 것처럼, ‘노키즈존’은 제값을 지불한 소비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치부된다.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보육교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건 내 자식의 돌봄을 내팽개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수년 간 자신을 희생(?)한 대가로 얻어낸 각종 자격증과 정규직의 훈장은 승자가 누려야 할 불가침의 특권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겠다는 것은 자신의 성취에 무임승차하겠다는 반사회적 떼쓰기다. 의대 정원 증원은 전공의 시절 주 80시간 노동을 견디면서도 승자의 특권을 수호해 온 의사들에게 감히(!) 사회가 도전하는 일이다. 저출생을 해결할 수 없는 자본가 정부, 3·8 여성파업으로 미친 세상에 파열구를 내자! 이런 미친 세상에서 저출생이 필연이 아닐 리 있겠는가? 까딱하면 비난과 혐오의 대상으로 굴러떨어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세상에서 누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아이를 낳을 수 있겠는가. 자본가 정치세력은 틈만 나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 떠들지만, 저들은 이 아비규환과 각자도생의 각축장에서 벌어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나 민주당이 저출생 대책이라고 내놓는 정책들은 자본가 계급에게 이 사회를 운영할 역량이 없음을 증명하는 수백 가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정답이 멀리 있나? 그렇지 않다. 간단하다. 한마디로 모든 노동자가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고용형태가 안정적이어야 하며, 노동시간은 규칙적이며 짧아야 하고, 충분한 생활임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강요된 성별분업 없이 남녀 양육자 모두가 경력단절과 소득의 손실 없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사회에서 성장하는 후세대 모두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예외없이 보장받아야 한다. 내 자식이 살아가는 인생이 냉혹한 경쟁의 승패로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 속에 느끼는 기쁨으로 충만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가 정부는 이것을 할 수 없다. 노동자 민중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자본의 이윤을 침해한다는 것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이윤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존재 목적인 자본가 정부로서는 수용 불가능한 얘기다. ‘지방 발전으로 경쟁을 완화하겠다’, ‘셋째를 낳으면 1억 원을 주겠다’ 등 변죽만 울려대는 이유다. 진짜 희망은 노동자들 스스로에게 있다. 약자에 대한 멸시와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이 넘치는 사회, 누구라도 인간인 이상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존엄성을 보장받는 사회, 노동자가 실업과 저임금의 공포 대신 안정된 고용과 생활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 이로써 출산과 양육의 결정이 온전히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르게 되는 사회, 출산과 양육을 결정한 노동자들이 죄책감과 공포를 느끼는 대신 충만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회는 바로 노동자들이 만들 수 있다. 3월 8일, 이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다. 여성은 일터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경쟁에서 밀려나고, 저임금에 고통받고, 임신·출산을 이유로 해고되고,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성은 무급 가사노동, 육아 책임을 온전히 부담하면서도 ‘맘충’이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지위를 가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노동자들 개개인이 서로를 물어뜯는 경쟁에 몰두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것은 자본가 계급뿐이다. 그 대신 노동자들이 하나의 계급으로서 단결하고 투쟁할 때 이 미친 세상을 대신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역사는 몇 번이나 보여주었다. 3·8 여성파업은 이 미친 세상에 파열구를 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진군하는 위대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 길에 모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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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6]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생존권 위기 심화 앞서 밝혔듯, 생존권 위기는 국제적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2024년 2월 29일 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2022년 0.2% 감소에 이어 2년째 감소했다. 2023년 가구실질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분기 증가율 0.0%, 2분기 3.9% 감소, 3분기 0.2% 증가에 그쳤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30개월째 전체 평균보다 높고, 가공식품은 24개월째 높다. 세계자본주의 위기에 따른 식량가 상승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상황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정치투쟁이 절실하다. 출처: 고용노동부 2. 노동개악과 노동탄압 정부는 집권 이후 일관된 노동개악 의지를 밝혔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사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명시된 노동개악 추진 방향은 그간 정부 노동개악안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는데, 이는 자본입장에서 보아도 정부가 요란할 뿐 무능함을 드러내는 단면이자, 다수의석 확보가 정권에게 그만큼 절실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2024년 상반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 마련 △직무성과급제 확대와 해당 조치 시행기업에 대한 재정인센티브 신설 △2024년 상반기 주 52시간제 무력화와 노동시간 확대개악 추진 의지를 주요 노동정책 방향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노총 경사노위 복귀를 반영하듯 해당 절차에 있어 노사정 대화를 명시하고 있다. 경총은 회원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회적 대화에서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주제로 '노사간 힘의 균형 회복을 위한 노조법 개선'을 가장 많이(54.0%) 꼽았는데, 이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와 △사업장점거 전면금지 등을 포괄한다. 민주노총 탄압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정권은 신년사에 ‘카르텔 타파’를 밝혔을1) 뿐만 아니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도 ‘노사법치’를 명시하며 ‘불법 노조전임자 운영 등 불법・부당행위를 근절’,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입니다.” 공안탄압 역시 예상할 수 있다. 그간 정권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매도하며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했고, 국정원은 소위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민주노총을 친북집단으로 몰았다. 현 한반도 위기 심화에 따라, 공안탄압의 빈도와 강도는 더욱 높아질 공산이 높다. 종합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 마련으로 표현되는 △귀족노조 공세를 통한 정규직 임금통제와 고용의 유연화 시도 △주 52시간 내 1일 연장노동 한도를 무력화한 대법원 판결과 경사노위를 매개로 한 노동시간 확대개악 시도 △점거파업 금지 등 파업권 억압 시도 △회계공시 압박과 노조전임자 축소공세 등 노조 길들이기 공세가 예상된다. 2023년 10월 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3. 출생률 급감 등 사회재생산 위기 출생률 1 미만 국가는 OECD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며, 이 추세는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2023년 12월 14일 통계청 발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5명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저임금 불안정노동 일반화, 여성비정규직 확대, 성별임금격차 확대, 소위 경력단절에 따른 여성의 노동력시장 퇴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시장화, 사회보장제도의 절대적 부족 등 한국 자본주의는 낳지 않을 권리와 낳을 권리 모두를 보장하지 않으며, 출생률 급감은 그 결과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 정책은 현 위기를 대하는 정부의 모순과 무능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는 혐오와 차별을 조장해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노동력 재생산 위기에 대응해 이주노동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비전문취업비자(E-9) 기준 정부 외국인 노동자 신규도입 규모는 2021년 5만 2천 명에서 2022년 6만 9천 명, 2023년 12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2024년에는 도입 규모를 16만 5천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관련 대책은 정부의 무능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도 강제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자본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실업급여 수령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스스로 노동력 재생산 위기를 조장하면서도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정부와 자본의 모습은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여야는 저출생 대책을 내놓았지만, 각 대책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본가 정치세력은 현 위기에 대응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드러냈을 뿐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대책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의 구축이 아니라 이미 아이를 낳은 가구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집중되어 있을 뿐이고, 국민의힘이 내놓은 대책은 육아휴직 확대를 매개로 한 기업지원책일 뿐이다. 국가와 자본은 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출처: 통계청 4.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 명분 핵발전과 전력산업 민영화 확대, 노동자 민중을 위한 기후정책 후퇴 국가의 핵발전 육성이 노골적이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3조원 이상의 원전 신규 일감을 발주할 계획이며, 곧 발표할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실무안은 원전 비중 확대와 신규원전 건설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삼성·대우·GS·한화·대림·금호 등 원전시공 건설자본에 대한 부양계획이기도 한데, 국내 건설시장 포화에 따른 건설자본의 위기를 핵발전으로 부양하겠다는 반동적 계획의 일환이다. 2036년까지 화력발전소 28기 폐쇄 계획에 따라, 고용문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2023년 1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023년 27.1%(40.2GW)에서 2030년 16.0%(31.7GW), 2036년11.3%(27.1GW)로 발전용량과 비중 모두 감소한다. 그러나 노동자 고용보장 대책은 없다. 2023년 10월 통과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전지원법은 고용노동부 산하 전문위원회 설치를 명시하고 있을 뿐이며, 일각의 대책 요구 역시 노동자 비례성 확대 등 거버넌스 확대 차원에서만 논의되고 있다. 투쟁의 부재 속에,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상응하는 민간 LNG발전 확대로 자본의 이윤 확대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1월 9일 국회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을 의결했는데, 법안 33조 ‘도시가스 처분에 관한 특례'는 에너지자본의 제3자 가스 판매를 허용한다. 즉, 2005년 노무현 정부시절 가스 직도입 허용 후 에너지 자본은 그간 천연가스를 민간발전사와 산업체의 자가소비를 위해서만 수입할 수 있었는데, 이번 법안으로 천연가스 수입-도매-소매 산업에 전면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또한 ’가스위원회 설치 법안‘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에너지 자본의 산업장악력 확대를 위한 경로다. 정권과 자본의 행보는 기후정의운동의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조심스러운 진단이나, 현재 한국 기후정의운동은 급속한 대중화 이후 일정한 정체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924기후정의행진, 2023년 414기후정의파업,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의 흐름은 상승세라고 보기는 힘든데, 이는 단지 참여자 수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9월 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 흐름이 ‘행사’ 성격을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는 기후정의운동이 거리에서 일터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 평가는 다음을 명시하고 있다. “9월 행동이 어떤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인가와 관련해, 참여자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운동의 흐름이나 투쟁의 현장'보다는 '행사'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확인됨” “그리고 9월 행동이 이에 그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과제로 '정의로운 전환-파업' 실물화와 같은 싸움 또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뾰족하게 타격할 수 있는 경험과 투쟁들을 소수 인원이더라도 비상행동이나 동맹의 기후운동 주체들이 함께 경험하고 기획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 관련, 민주노총은 기후정의운동 현장화를 위한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923기후정의행진에서 민주노총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해내지 못했고, 기후특위 역시 상층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2) 핵발전 확대와 전력산업 민영화에 맞서는 투쟁, 산업전환 총고용 보장과 전환과정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아래로부터 확대해야 한다. 2) 관련, 923 기후정의행진 민주노총 부스는 대나무칫솔과 비누 등을 나누어주었는데 이는 민주노총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계급투쟁’이라는 노동운동의 과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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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성파업을 듣다! _스페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호세피나 마르티네스 온라인 초청 강연 후기지난 2월 20일 저녁 7시, 많은 관심과 뜨거운 열기 속에 온라인 강연 ‘스페인 여성파업을 듣다’가 진행되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이 주최한 이번 자리에는 스페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호세피나 마르티네스 동지가 강연자로 참여했으며 4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노동운동 활동가, 페미니스트 활동가, 성소수자 활동가, 인권 활동가, 학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가 하면 또 관심의 폭이 넓은 이들이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오는 3월 8일, 대대적인 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를 포함한 40여 개 단체와 함께 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결성했다. 한국에서의 여성파업을 준비하며 스페인 여성파업 진행 과정과 성과 등을 전해 듣고, 여성파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여성파업을 더욱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호세피나 마르티네스 온라인 초청 강연을 준비했다. 스페인에서는 2018년과 2019년에 대규모 여성파업이 벌어졌고 2018년 당시에는 530만 명이 참여했다. 그로 인해 300편의 열차 운행이 취소될 정도로 위력을 보였다. 그 결과 스페인에서는 ‘임신중지 숙려 제도(임신중지를 선택한 당사자가 자신의 선택을 재고해 보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대기기간)’를 폐지하고 16~17세 여성과 장애 여성이 법적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 또한 트랜스젠더 성별 확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었고, 생리휴가를 법제화하는 등 성평등 개혁 조치가 이루어졌다. 강연을 맡은 호세피나 L. 마르티네스(Josefina L. Martinez) 동지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주로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스페인 여성단체 빵과장미와 혁명적 노동자 경향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최근 몇 년간 스페인 여성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No somos esclavas)>, <혁명적인 것(Revolucionarias)> 등 여러 책을 썼고 <여성, 혁명과 사회주의(Mujeres, revolución y socialismo>의 편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연은 ○스페인 여성파업은 어땠는가? ○여성파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여성파업의 계기는 무엇이었나? ○여성파업 조직과정은 어땠는가? ○여성파업 당일 투쟁의 모습 ○여성파업을 바라보는 여성노동 및 노동운동 시각과 쟁점 ○빵과장미의 주요 개입 노선 ○최근 몇 년 동안의 경과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아래 내용은 당시 강연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스페인 여성파업은 어떠했는가? 2018년과 2019년 스페인에서 벌어진 여성파업은 매우 중요했다. 메인 슬로건은 ‘여성인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였다. 그 이전에도 젠더 폭력에 맞서 여러 도시에서 수천 명의 여성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여성들은 ‘가부장적 정의’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이 일어나 여성운동의 가시성을 증폭시켰고 국제 여성파업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여러 나라에서 투쟁으로 표현되었다. 스페인에서도 2018년, 2019년 여성파업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특히 스페인은 아르헨티나와 함께 여성파업과 여성운동이 활발하고 대규모로 진행된 국가 중 하나였다. 여성파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다수 노조는 교대조당 2시간의 파업을 소집한 반면, ‘좌파 노조’는 24시간 파업을 소집했다. 물론 많은 여성 노동자가 종일 파업에 돌입했지만 몇 시간만 파업에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 파업은 대규모 시위와 함께 노동계급과 청년 사이에서 중요한 투쟁의 날로 기억되고 있다. 노조 조합원 가운데 500만 명 이상이 부분적 작업 중지에 참여하기도 했고 수천 명이 24시간 동안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학생파업도 벌어져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마비되었고,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빌바오, 사라고사, 세비야를 중심으로 스페인 전역의 거리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함께했다. 스페인의 여성파업은 지난 10년간의 자본주의 위기와 긴축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여성, 노동계급, 청년 대중이 깊은 사회적 불만을 표현하는 대규모 통로가 되었다. 여성파업의 계기는 무엇이었나? 우선, 여성 살해 사건을 비롯한 젠더 폭력의 증가가 불씨가 되었다. 이것이 광범위한 분노를 불러일으켰으며 운동을 추동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이 강력한 목소리가 아르헨티나에서 탄생한 ‘더 이상 한 명도 잃지 않겠다(니 우나 메노스, Ni Una Menos)’ 운동을 통해 국제적으로 표현됐으며, 스페인에서도 대규모 시위를 통해 표현됐다. 분노의 또 다른 초점은 빈곤의 여성화, 또는 여성 노동자의 삶이 처한 불안정성이었다.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스페인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와 최악의 노동조건을 지닌 일자리는 대부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98%는 여성 노동자인 가사노동에도 해당한다. 시간제 고용의 경우 75%가 여성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실업자 중에서도 여성이 더 많다. 임금 격차, 즉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급여 차이는 평균 13%에 달하며 이는 여성 노인들의 연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에서는 전체 학생 가운데 58%가 여성이지만, 여성 교수는 22%에 불과하다. 또한 여학생들은 학업을 마친 후에 남학생보다 더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불안정안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여성 노동자가 주도하는 여성의 낯 투쟁이 자본주의 위기와 결과로 고통받는 불안정 노동자들 및 학생, 청년들과 함께한 노동계급이 사회적 불만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여성파업 조직과정은 어땠는가?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 여성의 날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에 대회들이 소집됐다. 각 대회에는 이미 수년간 페미니스트 운동에 참여해 온 여성들을 비롯해 노동자, 학생, 연금 수급자 등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많은 여성 역시 함께했다. 대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열렸으며, 파업의 쟁점이 토론되었다. 예컨대, 파업을 확대하는 방법, 노조에 파업을 촉구하는 방법 등이 주요 의제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파업을 촉구했다. 그 후, 노조는 많은 가맹 조직과 대의원들의 압력을 받아 이 파업을 수용하고 소집했다. 이러한 대회들은 지역 사회와 학교에서도 소집됐다. 더불어 많은 여성과 함께 스페인 전역을 포괄하는 대회가 두 차례 조직되어 파업에 힘을 실어줄 방법을 논의했다. 대회는 기본적으로 민주적 요소들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진짜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치 않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거부했고 모든 것을 ‘합의’로 결정하길 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수에 의한 결정을 가로막는 방식이어서 많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논쟁 중 하나는 파업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였다. 빵과장미를 비롯한 여러 페미니스트는 여성파업이 “여성파업인 동시에 총파업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달리 말하면, 노동조합이 파업을 소집해야 하고 여성 노동자는 물론 남성 노동자도 파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면 우리는 모든 걸 멈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작업장, 운송 및 상업을 마비시킴으로써 여성 노동자의 요구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계급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원치 않았다. 이들은 오로지 여성만 파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해서는 안 되고 여성 동료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파업의 위력이 훨씬 축소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결국, 어떤 현장에서는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 모두가 파업에 나섰고, 또 어떤 현장에서는 여성 노동자만 파업에 나섰다. 그로 인해 투쟁의 위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는 여성파업 논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여성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해 전체 노동계급을 단결시키는 정책을 제안했다. 우리는 이 파업이 단순한 ‘상징적’ 파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파업이 되기를 원했다. 결국 이는 ‘파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우리는 총파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통수단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파업을 만드는 것만이 가장 불안정한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다른 페미니스트들과 몇몇 노조는 상징적인 행동만을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한 투쟁의 날들이었다. 여성파업 당일 투쟁의 모습 파업 당일 아침부터 여성파업 행사가 시작됐다. 도시마다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예를 들어, 마드리드에서는 파업 참가자들의 피켓 라인이 도심에 형성되었다. 참가자들은 행진을 했고, 쇼핑센터나 은행 앞에서 피케팅을 해 문을 닫게 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호텔 청소 노동자 대오의 피켓 라인이 형성되었다. 호텔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불안정한 여성 노동자였는데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상황이었다. 빵과장미 동지들도 여러 곳의 피케팅에 함께 참여하고 거리를 차단했다. 스페인 전역 대학에서도 학생총회에 의해, 교사에 의해 파업이 선언되었다. 빵과장미에 소속된 학생 동지들은 수업을 중지하기 위해 피켓 행렬에 참여했고, 강의실은 텅 비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대신 캠퍼스 곳곳에서 행사가 열렸다. 정오가 되자 수백 개 작업장에서 두 시간 동안 파업이 벌어졌고, 오후에는 각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여성파업을 바라보는 여성노동 및 노동운동 시각과 쟁점 노조 관료들은 두 시간짜리의 매우 제한적인 파업을 시도했다. 그런가 하면 노동계급 중 가장 취약한 부문인 불안정 노동자들은 파업을 포기했다. 실질적으로 불안정 노동자들은 파업에 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조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여성 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몇 달 동안 작은 자기조직화 공간을 만들어 내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전국단위 회의, 수백 개의 대회, 강연, 행사, 노동조합의 회의, 시위가 벌어졌고, 학교, 직장, 지역에서 피켓 시위가 일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연속성을 갖는 것이었다. 빵과장미는 전국단위의 회의, 집회, 여성위원회가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또한 어떻게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하고 결정하기를 원했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여성파업과 대중운동이 위축되었다. 왜 그랬을까? 우선 개량주의 정당들은 모든 형태의 불만을 끌어모아 자유주의-사민주의 정당인 사회당(PSOE)이 주도하는 정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들은 정부에 들어가 ‘평등부’ 또는 ‘여성부’의 직책을 받았다. 그들이 한 일은 의회 합의와 자본가 정부 부처를 통해 모든 것이 ‘위로부터’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해체한 것이다. 빵과장미는 그러한 개량주의적 행태를, 뭔가를 바꾸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는 ‘제도적 페미니즘’으로 규정했다. 이후 노조 관료들은 더 이상 파업을 소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개량주의자들이 정부에 참여하면 모든 것이 ‘위로부터’ 해결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여성운동 안에서는 여성파업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개량주의 관료들이 등장했다. 운동 사회에는 ‘새로운 관료제’가 생겼는데 이로 인해 집회에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소수의 논의만으로 결정을 내렸고, 다수결을 위한 투표를 거부했으며, 이른바 ‘진보적인’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거부했다. 빵과장미의 주요 개입 노선 빵과장미는 모든 억압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포함한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심대한 변화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여성파업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료들과 개량주의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행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우리의 요구가 수백만 명의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운동, 노동계급 운동, 학생운동 사이의 단결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라 부른다. 다시 말해, 노동자계급이 여성을 비롯한 모든 억압받는 대중과 함께하는 운동을 말한다. 또한 우리는 자본가들, 다시 말해 사장들의 이윤을 타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멈춰야 한다.’ 전체 노동자계급이 생산, 운송, 통신수단을 마비시켜야 한다. 여성들은 그 노동자계급의 일부다. 그리고 여성운동의 또 다른 큰 과제는 많은 남성 동지, 노동자, 학생, 청년들을 모아 마초주의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남성 동지들이 우리의 깃발을 함께 높이 든다면, 더 많은 사람이 심각한 불평등에 기초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수천 명의 남성 노동자가 우리와 함께 시위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고무적이다. 따라서 여성의 날 시위에 남성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을 원치 않는 페미니스트들은 매우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여성들이 대오의 맨 앞줄에 서야 한다. 우리가 여성파업의 중심이다. 하지만 남성도 우리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여성의 투쟁은 인종차별에 맞서는 이주민의 투쟁, 퀴어 혐오에 맞서는 LGTBI 투쟁,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맞서면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전체 노동계급의 투쟁을 포괄해야 한다. 이러한 잠재적인 동맹을 촉진하는 것은 운동의 시급한 과제이며, 이는 억압을 ‘가시화하는’ 제안으로만 머물지 않고 모든 억압과 착취를 종식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변화나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문화적 변화를 달성한다는 잘못된 환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모든 걸 바꾸고 싶다. 그러한 환상을 품는 것은 큰 실수다. 때문에 우리는 반가부장제 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을 분리하는 일부 여성운동의 전략에 맞서 싸운다. 또한 우리는 페미니즘을 모든 남성에 대한 투쟁으로 간주하는 ‘분리주의’ 페미니스트들을 비판한다. 우리는 남성 동지들을 우리 투쟁의 일부로 획득하기를 원한다. 여성운동이 억압에 대한 단순 저항에서 전면적인 전투로 나아가려면 노동계급과 전투적인 청년들 속에서 동맹세력을 만들어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맞서 우리의 요구를 승리로 이끄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빵과장미 동지들과 여러 여성 동지들이 함께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와 자본가 정당들로부터 독립적으로 여성 조직화를 추진한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집회, 토론, 행사를 활성화하고 여성 노동자들과 모든 노동자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노동계급과 연합해 위대한 투쟁 운동을 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마초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그리고 자본의 이익을 위해 여성과 남성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가부장적 위계와 편견을 조장하는 자본주의 구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의 페미니즘은 계급투쟁의 페미니즘이다. 노동계급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며, 사회주의를 위한 페미니즘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경과 앞서 이야기했듯이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 정당의 개량주의자들이 정부에 입성하면서 우리의 운동은 침체에 빠졌고 제도화되었다. 개량주의자들은 변화가 위로부터 달성된다는 생각을 강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도래했을 때, 소위 ‘진보적인’ 스페인 정부는 2021년 여성의 날 시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빵과장미 동지들을 비롯한 여성운동 진영 내 동지 중 일부는 금지를 무시하고 어떤 식으로든 시위를 하기 위해 나섰다.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경찰들은 우리를 체포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우리는 큰 소리를 외치며 맞섰다. 우리는 자칭 ‘진보’ 정부의 역할을 비난했고 이는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여성의 날 운동을 이끈 진영 가운데 개량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더 이상 여성파업 소집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상징적인’ 시위만을 선호하고 평등부 장관을 신뢰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여성파업은 더 이상 개량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운동으로 자라나 있었다. 이로 인해 매우 중요한 결과가 발생했다. 극우파들이 여성운동을 해체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극우파는 ‘페미니즘’을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동일시한다. 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남성과 여성 노동자의 급여가 삭감되는 동안 정부 부처들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은 채 내용 없는 제스처들과 사소한 문화적 변화에 몰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극우파는 페미니즘을 적으로 간주한다. 극우파는 ‘젠더 이데올로기’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공포와 반동적인 분노를 일으킨다. 극우파들은 이러한 반동적 이데올로기를 갖고 거대한 사회적 위기 상황 속에서 성장해 왔다. 우리는 우익 정당과 극우 정당과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들의 이념과 가부장적 반동에 대향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소수의 여성을 위한 변화만을 추구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싸움이다. 수백만 명의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불안정이 계속되는 한 승리는 이루어질 수 없다. 유일한 길은 여성운동과 노동계급을 단결시키는 강령을 통해서만 열릴 수 있다. 자본가의 이윤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자본주의적 의미에서 민주적, 사회적 요구를 통합시켜 내는 강령을 통해서만 열릴 수 있다. 즉, 사회주의 페미니즘만이 유일한 승리의 길이다. 우리는 일하는 여성, 학생, 이주여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을 위해 싸운다. 극우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공동전선을 발전시키고 페미니스트, 반인종차별 운동과의 단결을 발전시켜야 한다. 지난해 우리는 아르헨티나 빵과장미 창립 20주년을 기념했다. 올해는 스페인 빵과장미가 20주년을 맞는다. 빵과장미는 많은 나라로 퍼졌고 현재 15개국 이상에서 수천 명의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노동자파업 연대에 참여해 왔는데 그곳에서 파업 노동자들의 여성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노동계급 여성들이 다른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자기조직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싸운다. 여성운동 속에서 우리는 여성운동이 모든 자본가 정당들로부터 독립하고 투쟁하는 강령을 취하도록 분투한다. 우리는 시위를 조직하기 위한 위원회에 참여했다. 우리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여성들의 요구를 위해 싸운다. 주거권을 위해, 실업에 맞서, 임금인상을 위해, 불안정에 맞서 싸운다. 젠더 폭력에 맞서 우리는 폭력 방지 계획 예산 증액, 도움이 필요한 여성을 위한 쉼터 제공, 모든 교육 단계에서 포괄적인 성교육 등의 긴급 대책을 제안한다. 또한 우리는 모든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위해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더불어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관한 여러 컨퍼런스와 강연을 해 왔다. 사회주의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다룬 많은 책과 이론 논문도 출판했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제국주의적 군국주의, 팔레스타인 대량학살에 반대하는 행진도 벌였다. 우리 페미니즘은 국제주의 노선을 지향한다. 올해도 큰 페미니스트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아르헨티나, 스페인, 그리고 빵과장미가 있는 모든 나라의 동지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의 페미니스트,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활동가들과 스페인 여성파업과 혁명적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쁘다. 3월 8일 한국에서도 정말로 강력한 여성파업이 일어나길 바란다. 한편 3월 8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는 12시 20분부터 여성파업 본대회가 열린다. 강연 당시 녹화 영상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yavEul4P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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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총선 앞두고 다시 성별 갈라치기 하는 윤석열 정부1. 총선 앞두고 다시 성별 갈라치기 하는 윤석열 정부 - 여가부 폐지 시도를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의 사표를 5개월 만에 수리하면서 후임 장관을 지명하지 않았다. 이에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참여하고 있는 900여 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여가부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행동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정부가 다시 ‘성별 갈라치기’를 꺼내 들었다고 지적했다. 전국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혐오를 통해 모은 표심이었으나 그마저도 ‘진짜’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성차별의 현실은 왜곡, 축소되고 여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며 거듭되는 여가부 폐지 시도를 중단할 것, 성평등 정책을 실현할 ‘제대로 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명할 것을 촉구했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231343001 https://kwwnet.org/recent/?idx=18148090&bmode=view 2. 호주 이주 여성 노동자들, 직장 내 성폭력에 맞서 투쟁 호주대형 신선식품회사인 퍼펙션 프레시(Perfection Fresh)의 이주 여성 노동자 12명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회사를 고소했다. 이들은 토마토 농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했는데 상사 2명이 권한을 이용해 이들에게 반복적인 성희롱을 가했다. 12명의 이주 노동자는 용기를 내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법원에 상사들의 행동이 성차별법 위반이며, 회사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소송했고 현재 이들이 가입한 노조(United Workers Union)가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회사는 해당 직원들을 해고했다며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측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 변호사 자흐라는 “농장 노동자 중 이주 노동자라는 신분은 여성이 성희롱과 다른 형태의 착취에 특히나 취약함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성희롱은 농장 및 계절 노동자에게만 만연한 것이 아니라 호주의 모든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통계청 조사를 종합하면 노동자 3명 중 1명이 성희롱을 당한다. 이 수치는 지난 6년 동안 변함이 없다. 또한 호주국립여성안전연구기구(ANROWS)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난민 여성의 약 50%가 성희롱을 겪었고,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퍼펙션 12’로 자신을 칭한 이주 여성 노동자들은 밭, 온실, 공장, 창고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이주 노동자 착취가 만연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선택했다. 이들은 퍼펙션 프레시에서 일하는 노동자 1만여 명의 고용안정과 일하는 첫날부터 노조 가입 및 활동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역사적 여성 노동자 투쟁곡인 ‘빵과장미(Bread and Roses)’를 개사한 노래도 직접 불렀다. (※ 퍼펙션 12 이주 여성 노동자의 노래 듣기 https://www.rottenperfection.org/album/) <참조 기사> https://womensagenda.com.au/latest/twelve-women-sue-perfection-fresh-for-workplace-sexual-harassment/ https://www.australianunions.org.au/2024/02/21/migrant-workers-take-a-stand-against-gendered-workplace-violence/ 3. 최저임금 받는 통·번역사, 결혼이주 여성이면 돈 적게 줘도 되나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결혼이주 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및 차별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주된 요구는 가족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결혼이주 여성 노동자에 대한 규정상 임금 보장, 수당과 명절휴가비 보장 등이었다. 현행법상 많은 결혼이주 여성 노동자는 호봉 기준표가 미적용된 임금을 받고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2월 초 진행한 ‘가족센터 및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 통·번역사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간 외 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한 노동자 역시 전체 131명 중 77명(58.8%)이었다. 노동자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모성보호제 역시 이주 여성 노동자에게는 차별적으로 적용됐다. 이중언어코치로 12년간 일해 온 한 이주 여성 노동자는 “임신 초기 단축근무, 육아휴직, 유급 모유 수유 시간 등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개월 23일의 짧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 2년간 아이가 자주 아파서 남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여러 차례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노조와 결혼이주 여성 당사자의 투쟁으로 임금과 수당이 조금씩 오르긴 했으나, 아직 결혼이주 여성 노동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넘지 못하는 데다가 각종 수당마저 예산 부족을 핑계로 밀려 있다며 시급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기본 사업이 아닌 별도 사업들은 예산이 따로 책정되며 직무 범위와 자격 요건 등에 따라 인건비 단가를 선정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191100011 4. 영국 공공노조 여성 노동자들, “여성의 권리는 성소수자 동지로 인해 줄지 않아” 영국 공공부문노조 유니슨은 2024년 여성대의원대회 첫날인 2월 15일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동의안 등을 가결했다. 유니슨은 영국 정부와 보수세력의 성소수자 공격에 맞서며 2024년을 성소수자(LGBT+) 노동자의 해로 정한 바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성소수자 평등을 포함”할 것을 결정했다. 안건 논의에서 리즈 휘틀리는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말했다. “여성으로서 제 권리는 성소수자 동지들에 의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토리당의 편견·분리·혐오주의자들에 의해 축소된다. 함께하면 더 강해지고, 함께 싸울 때 우리 모두가 더 많은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 청소년 정신건강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학교에서 트랜스젠더 학생 지원 대신 트랜스젠더 단어 사용 금지 등 권리를 침해하는 정부의 ‘청소년에 대한 트랜스젠더 지침’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에 노동조합 운동은 차별금지법 28조를 폐지하기 위한 캠페인의 최전선에 있었다. 이번 성소수자 노동자의 해를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그러한 반동적 정책에 반대해 싸우고 극우 세력의 수사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유니슨 등 노동조합을 비롯해 영국의 노동자 민중과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 28조 폐지 후 만들어진 2월, ‘LGBT+ 역사의 달’을 맞아 다양한 캠페인과 행사 등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국은 국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및 인터섹스 협회의 ‘유럽국가 무지개 지도’ 순위에서 꾸준히 하락해 왔다. 노동조합들도 LGBT+에 대한 차별 증가와 불평등을 없애는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unison.org.uk/news/2024/02/as-a-woman-my-rights-are-not-reduced-by-my-lgbt-comrades/ https://www.thepinknews.com/2024/01/26/lgbt-history-month-2024-uk-us-date-theme/ 5. 좋은 돌봄을 주고받을 권리, 헌법에 명시해야 총선을 앞두고 누구나 좋은 돌봄을 받고 돌봄을 할 권리를 헌법에 기본권으로 명시하자는 제안이 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조 등 여성단체에서 나왔다. 이들은 돌봄정책의 재구성은 기존의 ‘남성 생계부양자-여성 돌봄전담자’ 역할 구도를 깨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돌봄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편적 돌봄권을 헌법상 시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자는 게 이들 단체의 제안이다. 이번 제안에서 또 하나 두드러지는 점은 주 35시간 노동제를 돌봄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자가 서로 돌보며 돌봄 받을 권리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한국의 장시간 노동체제 이면에는 이를 가능케 한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이들 여성단체는 설명했다. 이 밖에도 취약노동자의 돌봄권 강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프리랜서, 플랫폼, 특수고용 등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이 많은 만큼,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하지 않고 모든 출산 여성에게 출산전후휴가를 지급하고 일하는 모든 부모와 양육자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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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원 김정남 동지에게 들어본 여성노동 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2)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여러 사업장의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회차부터는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소개한다. _편집자 주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김정남 사무국장을 만났다. 서사원에서 파트타임 정규직으로 일하는 김정남 동지는 13년 차 장애활동지원사다. 서사원 1기로 입사해서 지금은 노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자기소개를 할 때 ‘여자 사람’이라 끝맺는다. 이름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남성으로 오해받는 일이 잦아서다. 5년도 안 돼 서사원 존폐 위기 서울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은 2019년에 문을 열었다. 든든어린이집, 모두돌봄센터(재가돌봄), 장애인활동지원 등 서울 시민을 위해 공공돌봄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설립한 지 5년도 안 되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의회에서 서사원 관련 조례 폐지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7개의 어린이집 가운데 하나는 문을 닫았고 남은 어린이집도 6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민간위탁으로 넘기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도 지난해 문 닫겠다는 걸 노조가 파업투쟁해서 겨우 미뤄둔 상태다. 모두돌봄센터는 12개에서 5개(장기요양 4개+장애인활동지원기관 1개)로 줄었다. 회사가 없어진다는 불안감으로 매달 퇴사자가 늘어 돌봄 인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사원 안에 있는 4개 노조 가운데 공공노조 서사원지부는 조례 폐지에 맞서 돌봄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조례 폐지 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서울시에서는 서사원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인력 감축, 노동조건 후퇴 등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며 혁신안을 받지 않으면 문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노동자들은 지금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중”이다. 서사원지부는 교섭을 거듭하고 있지만 김정남 동지 눈에는 서울시가 서사원을 폐지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처럼 보인다. “말로는 공공돌봄이라지만 돌봄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이동시간을 이젠 노동시간으로 안 쳐주려 하는 걸 보니 그동안 나간 돈이 아까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센터 수가 줄어 요양보호사의 이동거리는 훨씬 더 길어졌다. 그는 또 이렇게 지적했다. (가운데가 김정남 동지,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지금은 이런 걸 대비하는 시기라 봐요. 서울시는 그걸 못 기다리는 건지……. 오히려 민간업자들이 난리를 치고 있어요. 서사원 역할이 분명히 있어요. 표준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걸 서사원이 해야 해요. 거기까지 가기 전에 이런 상황 돼서 속상해요.” 공공돌봄, 실험으로 끝날까 걱정돼요 김정남 동지는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에서 내건 다섯 가지 요구(성별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모두가 중요하지만 특히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돌봄 공공성 강화 요구에 제일 마음이 간다. 서사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와 장애활동지원사는 전문서비스직이지만 서울시생활임금만 받는다. 그런데 행정직은 공공기관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애초에 설계가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한다. “만일 돌봄노동이 남성이 주로 하는 업무였다면 이렇게 했을까요? 중장년 여성이 주로 하는 업무이다 보니 저임금을 못 벗어나는 것 같아요. 서울시의회에서 자꾸 우리 노동조건을 낮추려고 혁신안을 강요하는 것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고 봐요. ‘여성, 아줌마’가 하는 일, 아무나 데려다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거 말예요.” 물론 현장 조합원 다수도 평생 저임금 불안정/여성 노동자로 살다 보니 “여성 일자리는 원래 그래” 하는 의식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돌봄 공공성 강화 요구는 서사원 노동자 모두의 관심사다. “지금처럼 기관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엔 굉장히 중요한 의제예요. 앞으로 어르신 비중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장애인, 어린이 못지않게 장기요양 문제가 특히 중요한 돌봄이거든요. 재가돌봄이나 장애인돌봄은, 노동자가 가진 역량에 따라 서비스 질이 달라져요. 정말 천차만별이에요. 민간에선 부정수급과 같은 문제도 많아 도저히 표준화를 못해요. 그런 걸 만들어 내고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면서 공공돌봄으로 가야 하는 거죠. 돌봄을 공공으로 끌고 와서 시민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해요. 서사원이 공공돌봄을 끌어가고 사회 전체가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많이 알려야 하는데 이렇게 실험하다 끝날까 봐 걱정이에요. 공공돌봄이 유지, 확대돼야 우리 일자리도 살고 시민도 행복한데 말이죠.” 노동자안전 VS 효율성 돌봄노동은 대면서비스이다 보니 감정노동 부분이 정말 힘들다. 성비불균형으로 어쩔 수 없이 남성 이용자를 서비스해야 하는 경우엔 어려움이 더 크다. 서사원은 남성활동지원사가 민간보다는 많지만 30% 수준에 그친다. 반면 이용자는 남성 비율이 더 높다. 성희롱성 발언은 흔한 일이다. 목욕 등을 도울 때 간접적으로 성기 부위를 처리해달라고 요구받으면 헷갈린다. 진짜 필요해서 그런 건지 즐기는 건지. 기관에 어려움, 개선점 얘기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이렇다. “아들도 키워봤고 남자랑 살아 봤잖아요. 그게 뭐가 문제가 돼요? 너무 유난스러운 것 아녜요? 역량 부족 아녜요?” 요양보호사들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씩씩한 사람, 멘탈 강한 사람’은 좀 유리하다.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나랑 차나 한 잔 하러 가자, 나랑 연애하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래도 융통성을 발휘해 대처한다. 무서우니 2명씩 보내달라고 하면 이용자가 ‘안 된다, 집이 좁다, 둘이 오면 정신 사납다’라고 하기도 한다. 더구나 서울시가 ‘효율성’을 강조하니까 기관에서도 서울시 눈치 보느라 1명만 보내려고 한다. 요양보호사가 치매 어르신에게 성추행당하면 기관에선 ‘치매시잖아요’라고 할 뿐이다. “노동자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꾀병 식으로 취급하는 거죠. 심지어 동료들도 그렇게 보는 경우가 있어요. 내놓고 심리치료 받는 건 나은 경우고, 못 버티고 퇴사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르신 혼자 사는 집에 화장실 문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 요양보호사들은 주변 공중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해야 하고 이로 인해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아줌마, 50대 여자, 살림해 본 사람’이라는 고정관념 장애인이 못하는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게 활동지원사의 역할인데 “다른 건 됐고 ‘집안일’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딱 그 용도로 장애활동지원사를 원하면 정말 화가 나요. 그런 분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파출부나 가사도우미 일이 우리 업무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여자라서 ‘그냥 해 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관리자와 싸워도 시원하게 답이 안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질의하니 고작 ‘지침에 따르고 적절한 협의를 통해서 하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음식솜씨가 좋진 않아도 노력은 해요. 이용자를 위해서요. 요리를 잘 못하면 ‘아니 안 해 봤어요? 못한다고요? 여태껏 반찬도 안 만들어봤어요? 일을 너무 못하네. 살림도 제대로 못 해서야 밥 먹고 살겠어요?’ 하며 화를 내요. 많은 이용자가 저희를 ‘아줌마, 50대 여자, 살림해 본 사람’이라 여기고 그러면 당연히 요리를 잘할 거라고 생각해요. 전 손재주가 없어요. 한 번은 머리 땋는 걸 좋아하는 여성 이용자를 만났어요. ‘아이 키워봤으니 머리 잘 땋지 않아요? 딸 있다면서요?’라고 하더군요. 이 일을 남성이 했어도 저런 생각을 했을까? 그렇진 않을 거잖아요. 이런 일은 여자가 더 잘한다, 이 정도는 하겠지 하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죠.” 전신마비 장애인 이용자에게 여성, 남성 지원사 둘이 가면 남성 지원사는 힘쓰는 일만 하고 여성 지원사는 밥 차리고 청소한다. 남성 지원사 혼자 가면 목욕 정도만 도와달라고 한다. 그 남성 지원사도 청소, 요리 다 할 줄 아는데 그런 건 안 시킨다. 어르신들은 장애인들보다 더 성별분업 고정관념이 심하다. “‘여성의 일’이라고 판단되는 것, 정말 싫어요.” 김정남 동지는 “이용자님도 장애에 대해 고정관념 갖는 것 싫어하시잖아요? 제가 고정관념 안 갖듯 이용자님도 저에 대해 그래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이 일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이 있어요. 돌봄노동=여성이 하는 일. 진입장벽이 낮아서도 그렇고요. 잘하려고 들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여성노동이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3‧8 여성파업에 참가하면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여성일자리는 급여도 적고 사회적 인식도 낮아요. 여자라서 그럴까요? 전문화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같고. 일하는 여성의 권리가 높아질 수 있었으면 해요. 이 일 하면서, 의미 있고 좋아요. 여성의 일이라 생각해서 하는 건 아녜요. 적성에 맞아서 하는 거지. 3‧8 여성파업이 일하는 여성들에게 ‘일에 대한 권리의식을 가져라’라는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어요. 안타까운 게, 요양보호사 가운데도 ‘서사원 없어지면 다른 일 하지 뭐’라고 말씀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전 그래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 대한민국에서 월급제로 일하는 요양보호사, 서사원이 유일하다. 자부심을 가져라. 우리 일에 대한 권리의식을 가져라. 전문화해야 가치를 인정받는다’라고요. 우리 일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지금껏 돌봄노동이 돌봄 노동자의 희생으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노동, 공공돌봄에 응원이 필요해요! 김정남 동지는 많은 노동자에게, 특히 여성 노동자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의 노동은 일하는 여성을 자립적으로 만들어요.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자신을 위해 당당히 일하고 우리의 권리 요구했으면 해요. 내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한 만큼 사회가 인정해주길 요구하자고요.” 그리고 여성노동, 공공돌봄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조합원들이 사실 많이 지쳐있어요. ‘공공돌봄 좋은 거 알겠고 우리가 바로미터인 것도 알지만 2년 넘게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니 힘들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거든요.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해요. 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사회서비스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서사원을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돌봄이 지금보다 더 무너질 수 있다. 이미 민간 손해보험사에서 요양 분야 쪽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수명이 늘수록 장기요양보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상황에서 돌봄 서비스가 민간으로 넘어갈 경우 돌봄 서비스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질이 떨어지기 쉬우며 관련 노동자들의 처우도 훨씬 열악해질 것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정남 동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내년이면 40% 정도는 촉탁직으로 넘어가요. 그럼, 다음에 또 누가 들어와야 해요. 노조활동을 하는 이유가 그거거든요. 내 뒤에 오는 누군가는 좀 더 편하게 일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돌봄노동뿐 아니라 여성들의 노동에 좀 더 관심 가져 줬으면 해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일하며 살아가려면 정말 많은 게 요구되잖아요. 사회가 이 많은 걸 좀 나눠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