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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도자, 흑인과 라틴계 여성 노동자1.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2030 여성의 절망, 자살률 증가에 영향 노동시장의 여성 소외가 젊은 청년 여성층의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민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논문 ‘노동시장에서의 위기 심화와 청년 여성 자살률’(한국여성학)을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밝혔다. 논문에서 인용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 여성의 자살률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18년 반등한 후 꾸준히 증가했다. 이 교수는 청년 여성의 자살률이 실업률보다는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 비중과 양적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청년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정체되었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더 많은 여성이 고용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 교수는 부연했다. 또 그는 ○ 청년 여성 중 구직단념자의 비율 증가 ○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주변화와 배제 ○ 생활의 어려움, 미래 불확실성이 겹치는 아노미 상황 등을 자살률 증가의 추가 요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에 의하면 청년 여성의 자살률 증가는 단순 정신병리학 차원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한 노동시장 내 차별의 문제로 분석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여성의 노동시장 주변화와 배제는 결혼-출산 규범이 아닌 노동 중심의 생애 계획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참조 기사> https://m.yna.co.kr/view/AKR20240211028800004?input=1195m 2.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여성 노동자 임금은 10년이 넘어도 최저임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16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족센터에 재직 중인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근거해 세워진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적응과 안정적 사회 정착을 돕는 기관이다.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주로 ‘결혼이민자 통·번역 서비스 사업’을 담당하는 통·번역사와 ‘이중언어교육지원’을 담당하는 이중언어 코치로 일한다. 사회복지지부가 지난 8일부터 ‘가족센터 및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 통·번역사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131명의 응답자 중 84.7%(111명)가 호봉 기준표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선주민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호봉 기준표를 결혼이주여성 노동자에게 적용하지 않는 불합리한 차별이 벌어져 온 것이다. 이러한 차별은 수당과 명절휴가비에서도 나타나는데, 전체 응답자 중 16.0%(21명)가 경력 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했고, 51.9%(68명)가 가족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58.8%(77명)가 시간외 근무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했고, 16.0%(21명)가 명절휴가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중언어 코치로 일하고 있는 A씨는 12년째 재직 중이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는다. A씨는 “임신 후 근로시간 단축 등의 선주민 종사자들이 받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는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모유 수유조차 보장받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참조 기사>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058 3.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도자로 나선 흑인과 라틴계 여성 미국 노동조합에서 흑인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2023년 현재 기존 10.3%에서 10.5%로 증가했다. 라틴계 여성 노동자의 경우 기존 8.5%에서 8.8%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얼핏 보기에 미미한 증가지만, 미국 비노조 일자리가 무서운 추세로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무척 인상적인 수치로 평가된다. 미국 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는 일자리의 비율은 2023년 10%까지 떨어졌다. 이는 미국 노동부가 1983년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폭스바겐 공장 조립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조합 활동가 욜란다 피플스(Yolanda Peoples)는 최근 노동조합의 조직 경과가 지난 어떤 때보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계 여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현장 노동조합 활동이 고양되고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를 상대로 한 3사 노조 동시 파업 승리의 경험이 흑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주 베이(Bay) 지역의 공공부문 노조 부대표인 셸시 배스(Shelsy Bass) 역시 지난 8개월 간의 협상에서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셸시 부대표에 따르면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들은 육아휴직 연장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이 훨씬 강력한 승리를 얻어 내는 데에 일조했다. 이는 미국 노동조합의 여성들이 임금 외에도 유연한 일정, 유급휴가, 건강보험과 같은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한편,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운동의 주체로 나아가는 와중에도 노동법은 유색인종 여성의 노동조합 가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022년 9.1%에서 2023년 7.8%로 더욱 가파르게 감소했다. <참조 기사> https://www.npr.org/2024/02/05/1228933397/union-membership-black-and-latina-women-2023 4. 유명무실한 육아휴직제도 … 대안은 유연근무 활성화?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제(자율출퇴근제)부터 재택근무제도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전통적인 근무시간이나 장소에 구속되지 않고, 노동자의 생활패턴, 업무량, 일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게 유연근무제의 도입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유연근무제가 직장과 가정생활 양립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재택과 원격근무를 넘어 시차와 선택근무를 포함하는 유연근무 전반에 걸친 컨설팅과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 153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가 발표한 유연근무제 확산 지원 계획이 일과 육아 병행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과도한 모성보호제도 확대가 오히려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심화시킬 우려”를 강조하는 한편 “시간선택제와 탄력근무제 등 폭넓은 유연근무제를 확산시켜 휴가·휴직에 편중된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연근무제는 계속근로를 전제로 하므로 경력 단절 우려와 대체인력 확보에 대한 부담이 적고, 적절히 활용할 경우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육아 병행을 위한 노동자 직접 지원보다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에 힘을 더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도 한국 가구와 개인의 경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유연근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보다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높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시차출퇴근제가 생산적이라는 응답이 53.1%로 가장 높았고, 선택근무제(41.8%), 원격근무제(34.7%), 재택근무제(25.7%) 순이었다. 문제는 아직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불과 8.8%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확대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노동자의 ‘시간선택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연근무제 활용 실태를 보면 노동시간과 장소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 강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유연한 노동시간과 근무형태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불규칙성 및 불확실성을 증대해 신체 및 정신건강 악화, 산업재해 유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유연근무제 등 노동시간 제도 개편에서 핵심은 노동자에게 시간 주권이 있느냐(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재량권 확보 여부)일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209_0002622814&cID=10221&pID=10200 5. 스리랑카, 기후위기가 증가시키는 가정 폭력 스리랑카의 많은 여성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족 소유의 작은 땅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농장 노동자로 일한다. 그런데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지고 기온과 강수 패턴이 변하며 농작물 피해가 주기적으로 생기면서 농촌 지역 여성의 가정 폭력이 악화되고 있다. 외딴 지역에 사는 카루나라트나는 수년간의 가뭄으로 농사에 실패하면서 수입이 줄자 자신에게 화풀이하는 남편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 농부는 “경제적 문제가 생기면 결국 두들겨 맞게 되죠. 돈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싸움으로 번집니다”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스리랑카인의 4분의 1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그중 약 3분의 1이 여성이다. 연구자들은 농사 실패, 소득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면 남성이 가족 구성원에게 좌절감을 표출하기도 하면서 여성의 가정 폭력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재해를 가장 크게 입은 국가 중 하나다. 최근 10년 동안 기후로 인한 재해와 위험이 1973~1983년에 비해 20배나 증가했다. 2019년 스리랑카 통계청이 처음으로 실시한 여성폭력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40%가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경제적,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가정 폭력은 잘 연구되지 않은 기후위기의 부작용이다. 특히 빈번해지는 폭염, 가뭄, 홍수, 폭풍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악화하고 이것이 분노와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가난한 나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2/15/world/society/domestic-violence-climate-change-sri-lanka/ 6. 미세플라스틱, 여성 건강에 더 치명적 생수 1리터당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심지어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수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세안제, 치약, 의약품, 세탁세제 등에 사용하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인 마이크로비드(microbead)는 이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제품들은 하수구로 버려져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물고기를 통해 돌고 돌아 다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에서 분석한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 중 나노 플라스틱은 무려 90%에 달했다. 김영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플라스틱은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걸러지거나 몸 밖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나노 플라스틱은 DNA 크기 정도로 작으므로 우리 몸 어디든지 침투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입자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혈관을 통해 전달되면서 폐와 뇌, 태반, 모유, 고환(정자)에서도 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성의 경우 “혈관이 많은 자궁이나 난소 같은 생식기관에 미세 플라스틱이 침투해 생식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회수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성과 아이(태아 포함)뿐만 아니라 전 인류와 지구상 모든 생물종이 플라스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사용량과 생산량의 절감 노력, 오염 유발 기업에 대한 강력한 책임 부여가 뒤따라야 한다. 지구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와 기업에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7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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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 이끌어 내는 3‧8 여성파업 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1)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여러 사업장의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여성파업조직위원회의 활동과 여성파업의 의미, ‘찾아가는 여성파업’의 진행 취지와 내용을 살핀다. 이어서 다음 회차부터는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소개하려 한다. _편집자 주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2024년 3‧8 여성파업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지난해 11월 발족되었다. 2월 현재,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등 총 30여 개의 단체들이 조직위에 결합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직위는 그동안 더욱 많은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오픈 마이크’, ‘찾아가는 여성파업 워크숍’ 등을 진행해 왔다. 조직위에는 공공돌봄, 반도체, 고속도로 관리 등 여성이 다수인 여러 사업장 노동조합과 여성단체, 인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오는 3월 8일 국제여성의 날 여성파업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3월 8일 여성파업대회는 오후 12시 20분부터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구호를 외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의 날에 성큼 다가가려 준비하고 있다. 2024년 3‧8 여성파업은 무엇이 다른가?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여성파업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세계 첫 여성파업은 아이슬란드에서 열렸다. 1975년 10월 24일 오후 2시 5분, 아이슬란드 전체 여성의 90%가 파업을 벌였다. ‘2시 5분’은 남성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적용했을 때 당시 여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2시 5분까지 수준밖에 안 되었던 것에서 착안했다. 첫 여성파업에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무급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모두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광장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는 당시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2만 5,000~3만 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여성들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유치원을 늘려라!”,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라!”, “성폭력을 멈춰라!” 등 평등과 권리를 외쳤다. 이후 독일, 폴란드, 아르헨티나, 스페인, 아일랜드, 스위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뉴욕의 직물공장에서 일어난 파업을 비롯해 여성 노동자들은 초기 자본주의 시기부터 파업투쟁의 오랜 전통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910년 8월 제2인터내셔널 사회주의자 여성대회에서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매년 3월 ‘국제여성의 날’ 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고, 1917년 3월 8일, 러시아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요구하며 벌인 대규모 파업 시위는 러시아 노동자계급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한국에서도 여성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파업한 사례가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보다 더 일찍 1923년 7월 3일에 경성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경성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당시 경성의 4개 고무공장에서 100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가 임금 삭감 중단과 무례한 일본인 감독 해고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후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이나 여성 노동자들이 주도한 크고 작은 파업과 투쟁이 있었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이해 집회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2시 5분’에 여성파업을 벌인 것처럼 한국에서는 2017년에는 ‘3시 STOP 조기퇴근시위’가 일어났다. 이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3시 STOP 여성파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오프라인 시위가 어려워지면서 ‘3시 STOP’ 투쟁은 휴식기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여성파업과 2024년 3‧8 여성파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개별 노동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자발적이며 실제적인 파업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점이다. 중앙 단체의 지침에 따른 집회 참여에 그치는 여성파업이 아니라 여성파업의 의미를 새기며 왜 여성파업을 벌여야 하는지, 각각의 노동자들이 여성파업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며 만들어 가려 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러한 차이를 더욱 널리 퍼트리고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 조직위는 3월 8일 이전에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이 그중 하나다. 톨게이트지부와 함께한 ‘찾아가는 여성파업’ 톨게이트지부의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2월 3일에 진행되었다. 톨게이트지부 노동자들은 여성파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일상에서의 여성차별,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여성차별을 지적했다. 2019년, 7개월 동안 직접고용 투쟁을 벌인 톨게이트지부는 전체의 80%가 조금 넘는 수가 여성 노동자다. 톨게이트지부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며 고용불안과 지독한 차별에 맞서 싸워 왔다. 때문에 자신들이 일터와 가정,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그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투쟁을 하면서 그동안 여성차별을 스스로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점을 알게 되었고, 투쟁 후 지부 외의 주변 노동자들이 여전히 여성차별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노동자들은 “여성차별을 인식하고 여성차별을 타파할 힘을 기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자 스스로가 주변 노동자들에게 이에 대해 더욱 알려야 한다”고 했다.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끌어내야 대대적인 여성파업도 조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노동자도 있었다. 더불어 한 노동자는 “차별과 차이가 다름을 알고 차이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크숍에서는 3월 8일 당일 여성파업대회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개별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투쟁 방식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오고 갔다. 각자 일하는 공간에서 일손을 일정 시간 동안 놓거나 외출을 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작지만 대대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KEC지회와 함께한 ‘찾아가는 여성파업’ 2월 13일 진행된 KEC지회의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왜 여성 동지들만의 것인지 부채의식이 평소 있었다”는 남성 노동자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KEC지회는 2010년 파업 이후 계속해서 노조탄압에 맞서고 있으며 악명 높은 ‘승격 성차별’에 여성 노동자, 남성 노동자가 함께 저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남녀 차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전히 퍼져 있는 남녀 고정 관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그에 대한 답답함과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들이 오고 갔다. 특히 얼핏 보기에는 KEC 사업장 내 ‘승격 성차별’이 투쟁을 통해 해소된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투쟁 이후 “승진, 승급에서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갭은 줄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승진, 승급 자체가 전체적으로 멈췄다”고 지적했다. 또한 “월급 수준이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노동자는 “세상이 내일 아침 당장 바뀌리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수라 하더라도 깨어 있는 사람이 되어 그 물결을 계속 퍼트려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직이나 사업장이라는 틀을 벗어나 같은 대한민국에서 같은 노동을 하는 계급으로서, 남녀를 떠나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KEC지회에서는 2019년부터 매년 3월 8일 어용노조 여성 조합원을 포함한 여성 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 그리고 핸드크림과 같은 선물을 나누며 국제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긴다. 워크숍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어용노조 조합원들과 하나로 힘을 모을 수 있는 기대를 비치기도 했다.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크게 취지 발언, 국제 여성파업 사례 소개, 토론, 깃발 만들기 순서로 진행되었다. 깃발 만들기 시간에는 각 사업장의 구호가 적힌 깃발 여백에 워크숍에 참여한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이 여성파업에 대한 각오, 다짐, 의미 등을 직접 적었다. 2월 19일 현재까지 조직위와 함께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는 톨게이트지부와 KEC지회 이외에도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확대간부회의), 비정규직이제그만 부산울산경남모임,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상근간부와 교육공무직지부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서교공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여성파업’ 토론 시간에는 “민주노총이 진행하는 파업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여성파업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현장에서부터 토론하고 실천하고 조직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확대간부회의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여성파업’에는 참가자들이 대부분 남성 노동자였다. 참가 노동자들은 다소 낯설 수 있는 내용을 진지하게 함께했다.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여성해방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여성해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 남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 장애 노동자, 이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가 노동계급,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4년 3‧8 여성파업은 그 시작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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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쓰레기통에 처넣은 진보당에 분노한다2월 13일, 진보당은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가 정당과 함께 당을 만들고, 강령과 공약을 만들고, 후보를 세워 노동자 민중의 지지를 구걸하겠다는 것이다. 진보당의 행보는 예견되어 왔다. 작년 4월 전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은 ‘고맙습니다 민주당’ 슬로건을 걸었고, 당선 이후로도 민주당과의 연대를 노골적으로 표명해왔다. 더욱 참담한 것은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민주노총 조합원 신분으로, ‘민주노총 후보’ 자격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이고 민주노총은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 진보당을 포함한 위성정당 창당세력이 민주당과 연대하는 명분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자본가 정치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또 다른 자본가 정치세력과 연대한다는 결정이 가당키나 한가? 심지어 숱한 반노동 공세와 실정으로 윤석열 정권을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지 않은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은 자본가 정치세력일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건설노조 탄압을 보자. 2021년 10월,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해왔다”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건설노조 탄압을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는 이를 이어받은 것이다. 화물노동자 탄압은 어떠한가. 민주당은 압도적 국회 다수당으로서 얼마든지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할 수 있었지만, 여당시절에도, 야당이 된 후에도,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 와중에도 화주 자본가들의 편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을 부추겼다. 자본가 정치세력과의 연대는 계급투쟁의 무덤이다. 이를 용인하지 않기 위한 연대행동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분투해온 모든 이들의 의무다. 다음 요구로 함께 행동하자. 첫째, 일터와 지역에서 민주당과의 연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토론을 조직하자. 총선은 물론 모든 사안에서 민주당과 독립적인 노동운동이 필요함을, 자본가 정치세력과 독립적인 노동자계급운동이 필요함을 토론하자. 둘째, 진보당 행보는 민주노총 정치·총선방침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인바, 민주노총을 비롯한 모든 산별연맹-지역본부-단위노조는 진보당 및 진보당 후보에 지지철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불과 5개월 전 민주노총은 ‘노동자 직접정치, 광장정치를 통한 노동정치세력화’,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 금지는 물론 전·현직 간부의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행위 금지’를 결정했다. 민주당과의 위성정당 창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행위다. 셋째, 오는 3월 25일 전국 16개 권역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 창당에 동참한 모든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를 요구하는 연대행동을 조직하자. 2024년 2월 15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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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3]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2023년 12월 3일, 유럽 12개국 극우정당 지도자들이 이탈리아에서 만났다. (사진: AFP) 1.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확대 확산하는 위기와 전쟁을 토대로, 극우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제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2023년 12월 18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발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 500개 평균에 따르면, 트럼프는 바이든을 2.2% 차로 이기고 있다. 2023년 12월 11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주요 경합주에서도 바이든보다 우위에 있다. 4년 전 바이든이 약 1만 2천표 차로 이긴 조지아주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5% 앞서는 것으로, 2020년 바이든이 약 15만 5천표 차이로 이긴 미시간주에서도 10%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화당 경선에서도 압도적임은 물론이다.1) 1) 2023년 7월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과 친공화당 유권자 중 69%가 바이든이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밝히는 주요 계획(아젠다 47)은 노숙자를 도시 외곽캠프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 공립학교 교사에게 ‘애국적 가치’ 수용을 요구한다는 계획,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불공정 무역국’에 대해 이를 더 인상한다는 계획, 불법 이민자 망명 신청 중 멕시코 체류, 불법 이민자 자녀 시민권 자동부여 중단, 국제원조 수천억 달러 삭감과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나토 탈퇴 검토 등을 망라한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러시아의 승리 인정을 뜻하는데, 이는 미국 헤게모니의 더욱 큰 균열을 부르며 열강의 쟁투를 더욱 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유럽 전역 극우파 부상, 균열하는 유럽연합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전역에서 극우파가 부상하고 있다. 2023년 12월 3일, 유럽 12개국 극우정당들이 이탈리아에서 회합을 열고 반이민정책 강화와 산업보호를 위한 기후정책 축소를 결의했다. “우리의 목표는 최소한 중도우파와 사회당에 이어 유럽의회에서 세 번째 그룹이 되는 것” - 이 회합을 주최한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의 발언이다. “유럽이 아프리카의 ‘5성급 숙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 프랑스 국민전선 당수 조르당 바르델라의 발언이다. 이렇듯 유럽 극우파는 △지정학적 위기 △난민-이주민 유입 확대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문제 △신자유주의 이후 취약해진 유럽 사회안전망과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토대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가 유럽을 휘감고 있으며, 현 흐름이 확대될 경우 유럽연합 자체가 균열할 수도 있다. 독일에서는 10년 전 '유로화 반대'를 내걸며 창당한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최근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 기후·에너지위기, 이민자에 대한 불만을 토대로 지지율 2위 정당으로 급부상했다. 당 전략가인 비욘 회케의 ‘참다운 유럽이 살기 위해 이 유럽연합이 죽어야 한다’는 2023년 7월 당대회 선언이 압축하듯, 독일을위한대안의 주요 노선은 기후변화 부정, 이민자 반대, ‘미국으로부터의 해방’, 친러-친중 노선을 추구한다.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펜이 부상하고 있으며, 202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프랑스는 2022년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에 이어 극우가 집권한 주요국이 될 것이다. 북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스웨덴에서는 이민 반대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2022년 2당 지위에 올랐다. 2023년 핀란드 총선에서는 이민에 반대하는 핀란드인당이 2당 지위에 올랐다. 2023년 11월 22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PVV)이 150석 가운데 37석을 차지하며 1당으로 급부상했고, 헝가리에서는 극우 오르반 정부가 4선 연임에 성공했다. 3.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밀레이 정부 등장 2023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자신을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anarcho-capitalist)’라고 부르는 하비에르 밀레이가 집권했다. 밀레이는 집권하자마자 소위 ‘충격요법’과 ‘메가 대통령령’을 내놓았는데, 이는 페소화 54% 평가절하2),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대대적 노동권 탄압, 공공사업 축소와 민영화 매각 등을 포괄한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대자본가들의 갈채를 받은 1월 16일 밀레이의 다보스포럼 연설은 현 극우파가 추구하는 바를 여실히 드러낸다. “서구의 가치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사회주의와 빈곤으로 이어지는 가치관에 동조해 서방이 위험에 처했다”, “국제기구가 ‘집단주의’, ‘급진페미니즘’, ‘잔혹한 환경의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2) IMF 부총재 기타 고피나스는 이를 밀레이 정부의 '대담한' 조치라고 추켜세웠다. 세계 전역 극우세력 확대는 상황은 자본주의 위기의 반영이자, 위기를 격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1차 대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기존 헤게모니의 균열과 함께 격화하는 열강의 투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4. 이민자, 여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 ‘백인이 아이를 낳아서 유색인종 이민을 막아야 한다’ - 이민자,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공세는 번성하는 극우파의 공통 가치지향이다. 출생률 저하와 노동력 부족에 따라 미국과 유럽 극우파는 임신중지권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고,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확대하고 있으며, 인구정책에 입각한 여성 통제를 강화되고 있다. 한편, 각국이 저출생과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유색인종 이민자 혐오공세를 강화하는데, 이는 나치독일이 한편에서는 임신중지를 엄격히 금지하며 출산장려 인구정책을 펴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전적으로 열등한 자손의 출산을 금지’하는 우생학에 근거해 대대적 강제불임시술을 자행한 역사와 마찬가지다. 관련, 최근 유럽 극우가 대중을 조직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소위 ‘거대한 대체 이론’인데, 이는 권력자들이 더 많은 자녀를 낳는 아프리카와 중동 이민자들을 유럽에 유입시켜 백인을 몰아내려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EU 27개 회원국 모두에서 출생률은 인구유지 출생률(대체출산율, 2.1명)을 밑돌며, 이는 체제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재생산 권리를 공격한 결과다. 신자유주의 이후 축소된 사회보장체계와 심화하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토대로, 혐오가 번성하고 있다. 이민자, 여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연대가 절실하다. ‘신, 가족, 조국’을 슬로건으로 집권한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에게 출생률은 ‘백인의 인종적 생존’에 관한 문제다. 2022년 멜로니는 동성결합 반대론자이자 임신중지권 반대론자를 가족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33년까지 신생아 수를 연간 50만 명으로 늘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며 가족주의 이념을 강화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출생률이 감소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가족주의 때문이다. 국가 사회보장 체계가 빈약한 결과, 가족에게 재생산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다. 출생률 저하는 그 결과이나, 극우파는 여성을 출산 도구로 놓으며 가족주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멜로니의 이념적 동지, 헝가리 오르반 정부는 혐오 공세를 펴는 유럽 극우의 또 다른 구심이다. 최근 4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정부는 2015년부터 2년 주기로 ‘부다페스트 인구정상회의’를 열며 성소수자 억압과 함께 극우적 정상가족주의를 확대하고 있는데, 2023년 인구정상회의에서 오르반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헝가리는 가족을 지원하는 강력한 요새다“, "우리에게는 정치노선 변화가 필요하다. 가능한 한 많은 유럽국가에서 가족친화적이고 보수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민자 혐오 조장에 있어, 현시기 극우는 기존보다 훨씬 세련된 논리를 구사하는데, ‘이민자 급증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극우가 노동자계급 내 세력을 확대한 주요 배경이다(미국도 마찬가지다). 또한, 여성의 권리를 명분으로 이민자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파도 확대되고 있다. 마린 르펜과 조르자 맬로니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친 여성’을 적극적으로 앞세우기도 한다. AfD 공동대표이자 연방의회대표인 알리체 바이델은 여성이자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자유주의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자본주의체제 자체에 맞선 투쟁의 필요를 드러낸다. 왼쪽부터 알리체 바이델(독일을위한대안), 마린 르펜(프랑스 국민연합), 조르자 멜로니(이탈리아의형제들). 일러스트: guardian 5. 그린래시(greenlash)와 핵발전 확대, 기후위기 대응 퇴조 ”생태 광신주의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 7월,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 정치집회에 대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연대사다. 미국, 유럽, 남미를 막론하고 극우파는 기후위기 대응책을 공격하고 있다. 소위 ‘그린래시’, 즉 기후·환경정책에 대한 백래시다.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생존권 위기, 전쟁위기 확대에 따른 에너지가 상승 등을 조건으로, 극우파는 기후·환경정책을 공격하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효율이 낮은 자동차나 난방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노동자 민중에게 교통비나 연료비 상승은 큰 부담이다. 생존권 위기의 고통과 분노를 극우가 조직하는 지금, 생태적 전환은 대중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일찍이 이를 드러낸 사건이 2018년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다.3) 녹색자본을 위해 대중에게 전환 비용을 전가하는 시장주의 기후대책과의 적극적 논쟁이 필요하다. 3) 2018년 마크롱 정부는 2019년 1월 유류세 재인상을 발표했는데, 이미 1년간 유류세 23%, 일반 가솔린 유류세 15%가 인상된 뒤였다. 마크롱은 대선 공약으로 유류세 등 ‘탄소세’ 강화를 내건 바 있고, 대중은 가중되는 고통에 분노했다. 심지어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부자감세를 밀어붙였다. 사회연대세, 이른바 ‘부유세’를 부동산 중심으로 축소하며 호화 요트와 슈퍼카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인세도 깎은 뒤였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에 찬 노동자 민중이 뛰쳐나온 것이다. 즉, 노란조끼 운동은 기후·환경대책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전환의 비용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자본과 국가에 대한 저항운동이다. 독일 정당지지율 2위를 달리는 ‘독일을위한대안’은 기후위기가 인간활동의 결과임을 부정한다. 이 극우정당을 급부상시킨 주동력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선동과 ‘히트펌프’ 의무화 반대다. 2023년 9월 독일 연방의회는 석유-가스난방 단계적 폐지 법안을 의결했는데, ‘건물에너지법(GEG, 일명 난방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신규설치 난방시설이 최소 65% 이상의 재생에너지로 가동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히트펌프는 기존 보일러보다 설치비용이 상당히 비싸다.4) 베를린은 소득수준에 따라 신규 히트펌프 비용의 최대 70% 환급을 약속했으나, 침체하는 경제 속에서 고통받는 대중의 불만은 높다. 결국 정부는 특정 조건에서 가스 및 석유난방 기구 신규설치를 계속 허용하는 것으로 법안을 수정했다. 4) 히트펌프 설치 비용은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최소 9천 유로에서 최대 12만 유로까지 다양하다. 독일을위한대안은 추정치 상단을 부각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농민의 이익'을 앞세운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2023년 3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상원 1당이 됐다. 질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가축을 1/3 줄이라는 정부에 반대하는 대중이 결집한 것이다. 영국은 기업 100곳에 북해 석유·가스 시추를 허용했고, 프랑스는 환경규제가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유럽연합 환경규제 일시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심화하는 경제위기와 지정학과 경제의 직결 속에, 환경정책이 퇴조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트렌드」 현대경제연구소, 2023.12.29. 2023년 12월 2일,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미일을 비롯한 22개국이 ‘원자력 에너지 3배 확대 선언’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기후변화 대응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핵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2023년 4월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독일에서 역시, 극우파 부상과 함께 핵발전 회귀 여론이 확대될 공산도 있다. 기후위기 대응정책 퇴조는 국제 기후정의운동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COP28 회의가 열린 두바이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으나 그 규모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세계 기후운동 대중화 계기였던 ‘미래를위한금요일(FFF)’ 운동도 정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를 통한 생태적 계급투쟁으로 정체를 극복해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노동자들의 거대한 기후정의 파업(mega strike) 사례를 보자. ”미래를위한금요일(FFF)의 정체성은 매주 대규모 시위에 기반했다. 팬데믹이 닥쳤을 때 단체는 더 이상 같은 규모와 빈도로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 모을 수 없었다. FFF는 자전거, 온라인 시위, 예술 캠페인으로 시위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은 이전의 대규모 집회와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에도 이미 FFF 참가자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복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학교파업은 이제 주류가 되어 뉴스 가치를 잃었다. 팬데믹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자 FFF시위는 재개되었지만, 더 이상 매주 열리지는 않았다. … 2023년부터 '미래를위한금요일' 운동은 새로운 전략을 따랐다. 최근 FFF는 독일 통합서비스노조가 조직한 파업에서 대중교통 노동자들과 힘을 합쳤다.“ (원문) "동맹 구상은 '미래를위한금요일' 독일지부의 전략적 공백으로부터 나왔다. 기후운동은 서서히 사그라들었고, 더 넓은 사회 영역에 호소하지 못해왔다. '체제를 바꾸자(체제전환, system change)'라는 슬로건은 모든 사람 입에 오르내렸지만, 실제로는 시민불복종이라는 상징적 행동이나 정치적 결정권자를 겨냥한 대규모 시위에 머물렀다. 2020년, 동맹은 기후정의 투쟁에 더 많은 노동계급을 적극 참여시키고, 기후투쟁의 한 형태로서 노동자 파업의 위력을 더하고자 기후 문제를 일터로 가져오고자 했다. … 3월 3일 노동자파업과 기후파업 동시 진행은 노동조합원들과 기후활동가들이 수년간 다리를 만들어 온 결과다. 2020년 초부터 여러 지역 기후운동가들은 대중교통노동자 파업을 지원했다." (원문) 독일 노동자들의 '거대한 파업(mega strike)' 사진: Sven Ho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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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의 호소에 응답하려는 각국의 노동자들10월 7일 이후 126일이 지난 오늘까지, 이스라엘의 대량학살로 가자지구에서 최소한 2만 8천여명이 살해됐다. 이 중 12,150명이 아동이고, 8,300명이 여성이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대량학살을 멈추기 위해, 나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와 강제점령을 종식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이 전세계 노동자민중에게 이스라엘의 무장을 중단시켜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이 요청에 응답해왔고, 응답하고 있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10월 7일 이후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1월 중순 이후에도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와 로테르담,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을 포함한 여러 도시,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프랑스 마르세유, 뉴질랜드, 캐나다 오타와, 요르단 암만, 바레인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끝내라는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거리시위만이 아니다. 2023년 10월 16일 팔레스타인의 노동자들이 긴급요청을 보낸 이후, 이에 응답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파업과 봉쇄 행동, 집회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4개 노조와 200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항만노동자들, 유럽 항만노동자 협의회(EDC)와 연계된 항만노동자들도 무기운반을 중단했다. 벨기에에선 운송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무기를 항공기로 운송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 운송회사 Zim의 선박화물 이동을 봉쇄했다.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BAE 시스템즈 공장 입구를 막았고, 카탈루냐 노동자들은 백린탄 생산에 연계된 ICL-Iberia에 항의했다. 캐나다에서는 노동자와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해밀턴,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의 무기공장 4곳을 폐쇄했다. 1억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도의 12개 노조 연맹은 팔레스타인 연대 선언과 함께, 이스라엘이 노동 허가를 취소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10만 명의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는 협상에 강력히 반대했다. 100s of dockworkers & human rights activists block the port of Genoa, Italy, with a march to offices of Israeli shipping company ZIM, pledging to block arms shipments and calling to stop Israel's #GazaGenocide.#CeasefireNow#StopArmingIsrael#DismantleApartheid pic.twitter.com/WVlb41lGNs — BDS movement (@BDSmovement) November 10, 2023 (11월 10일, 항만노동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를 봉쇄하는 시위를 벌였다.) "Israel assassina, @ICLiberia patrocina!" Com a resposta a @WorkersinPales1 ens hem concentrat amb la Taula Sindical de Catalunya fora les oficines de ICL-Iberia al Port de BCN per denunciar el rol de l'empresa en el genocidi contra el poble palestí a Gaza!#StopArmingIsrael pic.twitter.com/4HwrN5i8zv — ProuComplicitat #AturemElGenocidi (@proucomplicitat) November 9, 2023 (11월 9일, 카탈루냐 노동자들이 항만에 있는 ICL-Iberia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바이든 정부를 지지했고, 노사협조주의적이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자동차 빅3 자본에 맞서 파업을 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1일, UAW는 휴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에서 휴전을 요구한 가장 큰 노동조합이 됐다. 나아가 집행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이스라엘과 노동조합의 경제적 관계를 연구하고, 미국 노동자들이 전쟁에서 평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 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 그룹’을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또 현장활동가들로 구성된 UAWD라는 현장조직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할 이유를 조합원들에게 교육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UAWD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BDS(*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연루를 없애기 위한 비폭력 운동)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BDS를 UAW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 또한 UAWD는 UAW 조합원과 지도부들을 위한 철저한 대중 교육 활동을 조직할 것이다. 이는 BDS, 팔레스타인 해방, UAW의 반-아파르트헤이트 활동의 역사, UAW 집행부의 공모에 대한 아랍 및 흑인 노동자들의 오랜 저항의 역사를 다루는 하나 이상의 교육 행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 교육 행사 및 기타 조직화를 위한 홍보를 통해 UAWD는 제조업 노동자, 특히 영향을 받는 무기 제조업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interest)을 분석하여 작업 현장에서 BDS와 팔레스타인 해방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할 것을 결의한다. … UAWD는 ‘투자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그룹 설립’을 위한 UAW의 선언을 지지하며, UAW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노동자와의 연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한 일반 조합원들’을 실무그룹에 초대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UAW 지도부는 이후 2024년 1월 25일 바이든의 재선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즉각적인 휴전과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면서, 집단학살을 가능케 하고 있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은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이에 대의원대회와 비슷한 위상을 지닌 CAP라는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을 할 때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현장조직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을 비롯한 평조합원들은 UAW지도부의 바이든 지지선언 철회를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은 2023년 11월 8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멈추고 즉각 휴전을 수용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2024년 1월 7일 금속노조 위원장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해 “현장에서부터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작년 12월 1일 출판노조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거나 이스라엘 기관과 연루된 책을 만들지 않겠다”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식민, 제국주의의 피해를 알리고 평등과 평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겠다” 등 구체적인 결의를 밝혔다. 1월 7일에 언론노조 조합원으로서 한국의 편향적인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노동자도 있었다. 한편 울산에서는 지난 11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비롯해 여러 지역활동가들이 함께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또 강연회 당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이스라엘 굴착기 수출로 전쟁범죄에 공모하고 있는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이후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지역 노동, 사회단체들이 합세하여 울산에서는 2주마다 울산 시내 중심가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선전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편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도 지난 1월 18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 투쟁문화제에 참여한 고진수 지부장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향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동아시아 전쟁위기 앞에서도 노동자들은 무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청우 세종호텔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자들의 실천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가, 함께 그 운동을 조직해나가자”고 결의를 밝혔다. 이 모든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고 소중한 한걸음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노조의 주요한 공식 사업으로서 힘을 동원하는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은 조직되지 않고 있다. Labor for Palestine이라는 캐나다 노동단체 활동가는, “노동자 대 노동자 연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는 노조의 역할” 웨비나 행사에서 “북미 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은 이제 성명 발표를 넘어 성명을 실제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라고 현재의 과제를 밝혔다. 이와 비교한다면 아직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가 노동자들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 오늘날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등에 대한 각 단위노조의 간담회와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조합원들의 동의에 기반한 성명서와 작은 캠페인부터 조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전세계 모든 노동자가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노동조합을 지키고,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조차 자본가들과 치열한 싸움을 필요로 하는데, 얼핏 내 문제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조직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쉬운 지름길은 없어보였지만, 고무적인 변화가 감자처럼 땅에서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활동가들이 최대한 많은 노동자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 기사에서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조직했던 미국 ‘Blcok the Boat 운동’ 사례에 대해 자세히 다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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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6차 울산긴급행동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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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받고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하기를 고대합니다![편집자 주] 지난 1월 12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 농성장 앞에서 3.8 여성파업 오픈마이크 행사가 열렸다. 이어서 두 여성 노동자가 한 달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2월 3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에서 또 한 번 오픈마이크가 진행되었다. 고공농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옵티칼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번째 오픈마이크가 열렸던 당시 고공에서 발언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의 발언문을 전한다. 처음 이곳을 올라올 때는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고, 개인적으로 상황이 나은 제가 고공농성을 해야지 싶어 올라왔습니다. 1월 8일 새벽 6시 40분에 올라왔는데 그날이 구미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핫팩을 몸에 감싸고 동지들을 기다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래에 있으나 위에 있으나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랑하는 동지들을 가까이서 못 본다는 것 정도입니다. 2024 3.8여성파업조직위가 구미 한국옵티칼 농성장에서 오픈마이크를 진행한다고 해서 참 고마웠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외관검사부서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있어선지 그동안 그리 성차별을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돌아보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 은재) 그랬더니 역시나 차별이 있었습니다. 생산라인에서는 여성에게는 기계작동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성이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왜 어려운지, 정말 여성이 작업하기에는 어려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여성들은 두 가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남성 노동자는 기계를 돌린다는 이유로 임금이 더 많았습니다. 기계를 돌리면서 인사고과 평가를 잘 받고 그로 인해 승급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계를 익힐 기회, 전문역량을 늘릴 기회를 여성 노동자는 아예 차단당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여성들은 기계를 돌리기가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성별을 떠나서 각자에게 묻지 않고 여성들은 처음부터 배제합니까? 그리고 다른 사업장에도 많이 있을 차별이 있었습니다. 여성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사하는 데 반해 남성은 군대 갔다 왔다고 처음부터 호봉을 두 단계 높게 받았습니다. 물론 그게 나이에 대한 인정인지, 군대 경력에 대한 인정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단 것이지요. 나이 든 여성이 들어온다고 호봉을 높여주지 않았으니 아마도 군 경력이 이유일 텐데요. 그렇다면 여성들의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는 왜 없는 것일까요? 물론 한국옵티칼은 KEC처럼 노골적인 성차별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성차별을 저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거나 세상이 원래 남성에게 유리하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파업조직위가 온다고 하니 저도 성차별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겨 좋습니다. 다른 어떤 성차별을 겪었나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20대 때의 첫 사회생활이 생각났습니다.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잠시 근무했습니다. 한식당에서 서빙을 맡았는데 커피숍 업무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같은 부서지만 여성은 커피숍 일을 배워야 하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은 테이블을 옮기거나 무거운 것을 들기는 했지만, 담배를 피운다며 자리를 비우면 여성들이 다른 모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모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회식 자리에 가면 항상 상사들과 손을 잡고 춤을 췄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사회생활이라서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 건가 싶었고, 싫어도 싫다는 티를 낼 수 없었습니다. 분명 저에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희롱, 성차별이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당연하다고 여긴 것 같고 최근에야 비로소 알게 되어 후회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성파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여성파업은 성차별과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멈춤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여성파업은 간악한 일본자본 닛토덴코에 맞서 싸우는 저의 투쟁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요.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노동자가 일해서 번 이윤으로 6조 넘게 벌고도 노동자의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닛토덴코는 돈이 있고 물량이 있고 돌아갈 공장이 있는데도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민주노조가 있는 우리가 부담스러워서이겠지요. 그러나 이는 너무 부당하지 않습니까. 자본이 마음대로 노동자를 버려도 되는 세상은 정말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활동은 노동자의 권리이고, 고용승계는 회사의 의무입니다.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올라왔습니다. 제 12년의 공장생활을 인정받고, 저의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 왔습니다. (사진출처: 은재) 2월 16일에 강제집행 철거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솔직히 두렵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투쟁입니다. 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일에 못 오더라도 sns에 많이 올려주세요. 3.8 여성파업 전에 반드시 승리해서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 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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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2]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미국 주도 공급망 재구축 시도와 러우전쟁, 미국의 호황과 유럽의 침체 2023년 12월 발표된 미국 3분기 GDP성장률 확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환산 4.9%(전 분기 대비 약 1.2%)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성장률 구성요소를 분해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부지출 확대, 이에 상응하는 민간투자 확대 등이 중요 요소로 드러난다. 즉, 보호주의 산업정책이 미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1) 1) 미국 3분기 성장률의 가장 큰 요소는 소비지출인데, 저축액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신용카드 부채가 이를 상쇄했다. 아래 그래프가 드러내듯, 미국 제조업 설비투자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 이후 급증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해외직접투자(FDI) 역시 급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발효된 2022년 8월부터 2023년 말까지, 총 980억 달러에 달하는 142개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이 중 가장 많은 수가 한국 기업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보호주의 산업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2023년 6월 독일 경제부장관 로베르트 하벡의 말을 잠시 옮겨 보자. “이는 선전포고와 같다”, “미국인들은 반도체를 원하고, 태양광산업을 원하고, 수소산업을 원하고, 전기분해장치를 원한다”,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면 핵심 산업은 그들이 가지게 되고 우리는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잔인한 현실이다.” 유럽 자본이 자국을 떠나 미국으로 유입되는 현실 앞에, 유럽 각국은 그들 역시 보조금으로 대응하거나, 여력이 없으면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 후 미국 제조업설비투자 급증 추이(좌)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독보적이다(우) G7 국가 2023년 성장률 전망치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나 홀로 호황’이다. 보호주의 산업정책 확대와 함께 주요국 성장률 격차가 심화하는 양상이며, 특히 유럽의 정체가 뚜렷하다. 유로존 3분기 GDP는 0.1% 감소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영국도 3분기 실질성장률 0%, 2023년 성장률 전망치 0.5%로 겨우 역성장을 면하는 수준이다. G7 국가 2023년 실질성장률 전망 (OECD. 2023.11.29.) 미국 2.4% 일본 1.7% 캐나다 1.2% 프랑스 0.9% 이탈리아 0.7% 유로존 평균 0.6% 영국 0.5% 독일 - 0.1% 유럽의 침체 뒤에, 미국의 보호주의와 장기화하는 러우전쟁이 있다. 유럽 에너지 가격은 치솟았고, 유럽 산업자본은 미국 경쟁사보다 에너지 비용을 서너 배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 특히, 독일경제의 추락은 극적이다. 독일은 2분기 성장률 0%, 3분기 성장률 -0.1% 등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그간 유로존에서 러시아, 중국경제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독일경제의 침체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통합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를, 또한 이를 재구축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드러낸다. 반면, 미국은 전쟁특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대러시아 제재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에 따라, 유럽은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 수출이 급증했고, 급기야 사상 최초로 석유가 2023년 미국 수출액 1위 품목이 될 전망이다. (2023년 9월 기준 원유 생산량 국가별 순위는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이라크, 중국,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이란, 쿠웨이트다. 미국의 석유는 OPEC+ 감산에 따른 물가상승 동인을 상쇄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 원유수출 급증 추이 (출처: 미 에너지정보국) 이렇듯, 미국의 보호주의와 장기화하는 전쟁의 피로감은 미국과 유럽의 균열을 부르는 주요 갈등 축이다. 러우전쟁은 미국의 보호주의에 대한 유럽의 불만을 ‘지금은 전시’라는 명분으로 억누르는 기제이나, 유럽의 침체가 길어질 경우 미국의 수탈적 행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2. 미중 투쟁과 미국 주도 공급망 재구축 난항 많은 기관은 공급망 병목 완화와 인플레이션의 추세적 하락을 미국 경기 ‘연착륙’ 주요 근거로 든다. 실제로 팬데믹 정점이 지나며 물류비용은 일정히 하락했으나, 이를 전체 공급망 안정화로 보기는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중국의 유럽연합과 미국 등 대 서방 수출량은 중국 전체 수출량의 45%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초의 약 54%에 비해서도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대신 미국이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은 급증했다. 그렇다면 이는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공급망의 형성을 뜻하는가? 그렇지 않다. 공급망은 더 복잡해졌고, 불투명해졌으며, 비싸지고 있다. 중국 자본은 역시 미국의 공급망 이전 시도에 조응해 동남아 등 해외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네트워크 데이터상 글로벌가치사슬(GVC)이 길어지고 있다. 기업 간 평균 거리는 2021년 9.67개에서 2023년 10.03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 공급업체와 미국 고객사를 잇는 공급망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9.18에서 10.11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급관계 다변화를 함의하는 ‘네트워크 밀도’는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각 공급업체 평균 고객기업 수를 나타내는 Out-degree는 2021년 2.49에서 2023년 2.45로 소폭 하락했으며, 각 기업이 물품을 받는 평균 공급업체 수를 측정하는 in-degree 역시 2021년 2.25개에서 2023년 2.23개로 하락했다. 공급자기업과 수요자기업 사이의 거리가 길어졌다 (BIS.2023.10.) 이렇듯 세계 자본주의 공급망은 길어지고 있으나, 미국 의도대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수 공급업체 의존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진영 기업들이 중국을 제외한 비상공급경로를 구축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말뿐임을 시사한다. 열강은 믿을 수 있는 동맹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고자 하나, 그 결과는 길어졌을 뿐 다각화되지 못한 공급망이다. 이는 그 자체가 물가인상의 동인이자, 생산의 파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요인이다. 미국은 공급망 재구축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과정은 자국 기업의 피해와 미국 인민의 생존권 악화로 귀결해 바이든 정부 재선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2) 디커플링이건 디리스킹이건, 공급망 재구축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2) 그 단면이 2023년 11월 중국 공급망 엑스포였다. 테슬라, 인텔, 퀄컴, HP, 엑슨모빌, 비자 등 참여 기업 면면은 미국의 난항을 드러낸다. "세계경제가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해졌지만, 이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미국의 능력은 약해졌다. 냉전 시대 미국은 적국과의 경제교류를 제한하려 했고, 세계화에 초점을 맞춘 미국은 이를 촉진하려 했다. 이제 정책 입안자들은 과거 미국 관리들이 직면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제인 상호의존성과 씨름해야 한다. 냉전 시대에는 제조 물류는 정부가 아닌 민간 산업의 영역이었다. 오늘날 미국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이 경제 안보에 매우 중요함에도,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4개 영역에 걸쳐 공급망 검토를 시행했으며 정부 부서가 관련 공급망에 대한 위험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는 불완전한 상업 데이터베이스와 민간기업이 공개를 매우 꺼리는 불완전하고 비표준화된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기업 자체적으로도 공급망 취약점을 파악하는 데 한계적인 경우가 많다. 공급업체가 무엇을 하는지 안다고 하더라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문 링크) 3. 중국자본주의의 현재 1) 부채위기 중국은 리오프닝에 따른 초기 추진력이 사라지고 최근 부동산 부문에서 위기가 터져 나오는 등,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경제의 25-30%가량을 차지해온 건설·부동산업이 과잉축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속에서, 현 중국 부채위기 심화는 미국 주도 금리인상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없다. 즉, 미국의 금리인상에는 중국의 부채위기 폭발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3) 이에, 중국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3) 중국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달러와 유로 등 외화표시 미결제 대외부채는 총 9조 7,766억 위안(1조 3,530억 달러 상당)으로 미결제 대외부채의 56%를 차지한다. 물론 이는 LGVF 등 위기 진원지에 대한 집계를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상승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차입비용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러한 파급효과는 부채부담을 크게 악화시켜 부채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일부 신흥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와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금융정책은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와 매우 일치하며, 글로벌 개발 금융시스템을 보완하는 새로운 중요 동력이다." (원문 링크) 성장률 저하, 청년실업 확대, 지방정부 부채위기 등에 더해 최근 중국 경제의 뇌관을 구성하는 부동산 부문 부채위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헝다와 비구이위안 사태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는 3,25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국가부채보다 많은 금액이다.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부채는 1,900억 달러로 부채 규모는 에버그란데가 훨씬 크나, 컨트리가든이 개입한 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이 더 많아, 컨트리가든의 파산은 지방정부 부채위기 폭발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또한, 중국은 10년 전 원대하게 착수한 자본수출 계획, 즉 일대일로의 후과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철도와 공항 등 거대 인프라사업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거대한 자본수출이 이윤을 남기기는커녕 화려하나 실익이 없는 사업, 소위 ‘흰코끼리 프로젝트’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있다. ‘흰코끼리 프로젝트’가 집약하는 중국경제의 심각한 불균형은 중국공산당 통치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방 일부 관리들은 "중국이 '부채의 함정'을 설치해, 별생각 없이 중국 자금을 지원받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개도국들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대출을 받은 국가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중국이 해당 국가의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소유권 등 중국 측에 유리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불만이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경우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후 중국 자금으로 건설된 함반토타 항구에 대한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고의로 그런 함정을 설치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중국은행들은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대출해 줌으로써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들은 대출받은 국가들이 침몰하게 놔두기보다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 그룹인 에이드데이터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은행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850억 달러의 구제금융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2010년에는 중국의 해외 대출금 총액 중 구제금융 대출액 비율이 5% 미만이었지만, 2022년에는 그 비율이 6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2) 중국을 떠나는 서방, 자본유출 위험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9.4% 줄었다. 심지어 3분기에는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많았는데, 11월 초 공개된 3분기 중국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FDI는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직접투자 순유출은 중국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초의 일이다. 패권투쟁 격화에 더해, 미중 금리차에 따른 자본이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벌어진 일이다. 해외직접투자 감소와 유출에 더해, 외환유출 징조도 있다. 2023년 9월, 10월 모두 외환유출을 기록했는데, 9월 유출액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이었다. 물론 중국은 3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에 단기간에 외환위기가 닥칠 공산은 낮으나, 자본유출 지속가능성은 분명한 위험으로 남아있다. 3) 공급망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부상하는 브릭스 블록 그러나 중국경제가 붕괴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GDP 대비 중앙정부 부채비율은 약 22%로 G7국가 평균 중앙정부 부채비율의 약 1/8에 불과하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위기, 대략 60조 위안(약 1경 1천조 원)으로 추정되는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부채위기4)가 가중되고 있으나, 최근 달러 표시 LGFV 채권가격 급등은 중국정부가 위기를 일정히 관리해내고 있음을 뜻한다. IMF는 2023년 중국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5.4%로 상향 조정했고, 주택시장 부채위기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산업생산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산업부가가치 생산량은 2023년 12월에 전년 동월 대비 6.8%, 전월 대비 0.52% 늘었다. 설비가동률은 4분기 75.9%로 3분기 75.6%, 2분기 74.5%, 1분기 74.3%로 추세적으로 늘었다. 4) 중국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벌이는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파산 위기 중국은 미국의 공급망 봉쇄 압박에 대응해 소위 ‘홍색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동남아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피하고, 애플ᅠ등 대자본의 공급망 이전에 조응해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중국의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특히, 중국은 최근 ‘중국 대체제’로 부각되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고, 중국의 대베트남 수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5년 베트남 수입시장 점유율 27.67%를 기록한 중국은 2022년 35.1%를 기록하며 무역전쟁ᅠ전보다 10%p가량ᅠ점유율을 높였다. 2023년 11월 누계 중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8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어, 유입된 외국자본의 30%를 점했다. 2023년 8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 역시 1억 4,400만 달러 규모 베트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브릭스를 통해 우방을 규합하고 있다. 2023년 8월 브릭스는 기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에 더해, 사우디·UAE·이집트·이란·에티오피아·아르헨티나를 가입국으로 초청했다(아르헨티나는 밀레이 집권 이후 가입을 철회했고, 사우디는 가입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위안화 국제화 시도 역시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과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상품무역 시 위안화 결제액은 2020년 중반 이후 매월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23년 위안화 결제비중 성장세는 가파른데, 2023년 1월 1.9%에서 10월 3.6%로 증가했다. 아직 달러(47.25%)와 유로(23.36%)에 비할 바는 아니나, 이미 중국은 자국 상품·서비스 무역액의 거의 30%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와 첫 위안화 대출 협정을 맺고, 중국-브라질 교역 시 위안화-헤알화 거래에 합의하는 등,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맞선 중국 행보가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