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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허지희 동지에게 들어본 여성노동 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3)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여러 사업장의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소개한다. _편집자 주 세종호텔은 사측의 노조탄압으로 유명한 사업장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초, 세종호텔 조합원들은 사측의 수년 동안 계속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맞서 로비점거파업을 벌였다. 이외에도 선전전, 집회 등을 펼치며 싸움을 이어왔다. 하지만 사측은 2021년 12월 코로나19를 핑계로 급기야 노동자 12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 노동자 12명은 지금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른 여러 사업장의 투쟁에도 발 벗고 나서 연대하고 있다.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조직위)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이하 세종호텔지부)와도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워크숍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와 참여 조합원 중 허지희 동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보았다. 육아휴직 안 쓰고 일했는데 해고하는 나라!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국제 사례 소개 ○여성파업 의미 살피기 ○자유토론 ○여성파업 깃발 만들기 순서로 진행되었다. 깃발 만들기 시간에 한 조합원은 ‘육아휴직 안 쓰고 일했는데 해고하는 나라!’라는 문구를 깃발에 적었다. 자유토론 시간에도 육아휴직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육아휴직제도는 1987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만 하다가 1995년부터는 남성 노동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무급 휴직이었던 것이 유급으로 바뀌고 돌봄 자녀의 나이 폭도 느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효용성은 여전히 미미하다. 최근에는 여성은 물론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도 의무화하자는 이야기가 제기되고 있다. 세종호텔에서도 육아휴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육아휴직을 쓸 경우 기존과 다른 보직으로 발령이 나기도 했고, 휴직 후 일자리를 보전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삭이 된 몸으로 기존 업무를 하더라도 가급적 고객과 마주하지 않는 곳에서 숨다시피 일을 해야 했다. 출산 후에도 친정부모님이나 시부모님 등 가족에게 돌봄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십수 년 전 여성 노동자의 경우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남성 노동자의 상황도 썩 좋지는 않다. 육아휴직 시 임금이 100% 보전되는 것도 아니고, 맞벌이를 해야 그나마 육아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육아휴직을 덜컥 사용하게 되면 풀어야 할 문제가 또 쌓일 수밖에 없다. 청소노동은 여성 노동자의 몫? 호텔에서 중요한 업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객실 청소다. 호텔의 주 용도가 숙박인 만큼 객실 청결이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에서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룸메이드들의 노동조건이나 처우는 열악하다. 룸메이드들은 고된 일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청소노동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이 담당하기도 한다.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된 분야도 룸메이드 쪽이다. 이미 호텔업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룸메이드 분야의 용역화가 시작되었다. 세종호텔지부는 이를 투쟁으로 막아내고 있는 중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호텔에서는 객실과 객실 청결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그런 일을 비정규직화하는 게 말인 안 돼요”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룸메이드는 호텔 내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에 비해 성희롱에 더 많이 노출되기도 한다. 허지희 조합원은 “남성 고객이 속옷만 입은 채로 객실에 머물면서 청소를 요구한 적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속옷만 입고 복도를 걸어 다니는 남성 고객을 마주할 때면 정말 곤욕스러웠죠”라고 했다. 여성파업에 나서는 이유 이번 3·8 여성파업을 맞이하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자, 허지희 조합원은 “근무 중에 파업으로 나서야 세상을 멈추는 데 더 힘을 보탤 수 있을 텐데, 해고자인 상황에서 이번 여성파업에 참가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파업과 차별에 노동자가 단결해야 해요. 파업의 성과는 단결에 있어요”라며 이번 여성파업에 함께할 뜻을 힘주어 이야기했다. 허지희 조합원은 2012년 세종호텔 로비점거파업 때 벨맨 전원과 시설팀 일부가 복귀하면서 파업 대오가 약해져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자본을 멈추고 세상을 멈추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힘이라고 느껴요”라고 했다. 더불어 “민주노총 전체가 하는 총파업의 10분의 1의 대오라도 제대로 참가하면 세상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멈추는 파업은 더 강력하리라 믿어요”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2024년 3·8 여성파업을 준비하며 5대 요구안을 내걸었다. 그 내용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이다. 허지희 조합원은 이 가운데 돌봄 공공성 강화가 가장 와닿는다고 지목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던 전쟁 같은 시간을 거쳤어요. 산전후 휴가는 물론 육아휴직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아이를 키웠어요. 무리를 해서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회사 분위기도 그렇고 가족 내에서조차 동의를 받을 수 없어 사용하지 못했죠. 지금은 많이 후회돼요. 제게 주어진 권리조차 사용을 하지 못한 셈이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최근 최저치를 경신하는 출산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출산율 절벽인 시대에 아이 돌봄 정도는 개개인이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아이를 낳을 수 있겠죠. 그런 기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여성들이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으리라 봐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허지희 조합원은 여성파업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이 해마다 총파업을 외쳐 왔지만, 매해 집회에서만 소리쳤다고 생각해요. 간부들만 외치고 마는 수준이죠. 진짜 세상을 멈춰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시작이라 여기며 이번 여성파업에서 여성 노동자가 먼저 움직였으면 합니다. 청소노동, 비전문적인 노동, 가사노동이라 부르며 하찮게 여기고 최저임금만을 보장하는 일터에서 일하는 여성이 세상을 멈췄을 때 여성의 노동이 결코 하찮은 노동이 아니라는 게 증명될 거예요. 여성의 노동은 세상은 물론 가정에서도 잘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가장 소중한 기본 노동입니다. 3·8 여성파업이 세상의 바닥 노동을 가장 가치 있는 노동으로 끌어올려 주는 지렛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미미하더라도 시간이 쌓이면 역사가 됩니다. 올해부터 함께 만들어 갑시다!” 한편, 오는 3월 14일 목요일, 세종호텔지부는 잠두봉 더나인 2층(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 582)에서 15시부터 21시 30분까지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생계·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을 연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티켓 구입: http://bit.ly/세종호텔후원주점_티켓구입 자원봉사 신청: http://bit.ly/3TkG1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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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 the Boat(배를 막아라!): 이스라엘의 선박을 막아선 노동자들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의 호소에 응답하려 했던 노동자들의 실천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지난 기사에 이어, 2014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한 항만봉쇄캠페인인 ‘블락 더 보트’(Block the Boat(배를 막아라!)) 운동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BTB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해운회사인 Zim의 화물운송을 막는 캠페인 운동이다. 지금껏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튀니지 등 여러 국가의 부두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선박과 화물의 선적 및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송을 거부하는 행동을 해왔다. 각 나라의 무기수송 거부 운동의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인데, 필자가 제일 먼저 알고 주목했던 사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아랍 자원 및 조직화 센터의 주도 아래 2014년과 2021년에 주되게 펼쳐졌던 Block the Boat 운동이었다. 2023년 11월 3일, 시위대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에서 ‘케이프 오를랜도’ 화물선 출항을 지연시켰다. (사진: AROC #FreePalestine X 계정) 2014년에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항구에서 시작된 BTB 운동은 그 이전 남아공과 스웨덴에서 벌어졌던 연대운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2008~09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던 당시, BDS운동은 항만노동자들에게 이스라엘 선박의 취급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고, 이 호소에 응답해 2009년 남아공 더반 지역에서 SATAWU(South African Transport and Allied Workers Union)노동조합이 세계 최초로 이스라엘 선박의 하역을 거부했다. 이어 2010년에도 스웨덴 항만노동조합이 가자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을 오가는 500톤 이상의 수출입 물품을 봉쇄했다. 이런 행동에 영감을 받아 미국 오클랜드 항구에서도 2014년에 BTB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BTB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항만노동자들과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Block the Boat 운동의 조직가들은 2014년에 몇 달 동안 서부항만노조(ILWU)가 운영하는 직업소개소(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공간)에 교대근무가 이뤄지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때마다 매일 찾아가 유인물을 뿌리며 많은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항만노동자들과 팔레스타인 국제연대의 대의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전세계 경제에서 항만산업이 가지는 전략적 위치로 인해 미국 항만노조가 가지고 있는 ‘노동귀족’(labor aristocracy)적 성격 등은 더욱 어려운 요인이었다. 2014년 BTB 운동의 조직가였던 Chmaine Chua는 위에 언급한 같은 웨비나에서, 항만노동자들과 관계를 맺는 작업이 다년 간의 끈질긴 헌신을 필요로 하며, 상호적인 연대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직접 옮겨보려 한다. “그리고 많은 노동조합이, 언제나 연대행동을 하는 전통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활동 중 일부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과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더디게 진행되는 정치적 교육이었습니다. … 접촉(outreach)을 하기 위해, 우리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존재했던 관계망을 최대한 깊이 빨아들였습니다. 2014년에 제가 LA에서 (BTB운동에) 관여할 때 몇 달동안 직업소개소에서 유인물을 뿌렸구요. 우리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교대시간 때마다 직업소개소로 달려가서 유인물을 뿌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려 시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항만노동자들은 실제로, 매우 시오니즘적이거나, 국수주의적(nationalist) 담론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 피켓팅 활동을 지지하는 건 실제로 해상운송의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이고, 이는 ‘국민경제(national economy)’에 피해를 줄 것이니까요. 이는 단연컨대 가장 흔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할게요”라고 반응한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 이 모든 작업들은 매우 더디고, 의식적인 접촉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어떻게, 어디에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 ‘뉴욕 레이버 포 팔레스타인(Labor for Palestine)’에 속한 대부분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항만노동자들과) ‘교류’(outreach)하기위한 활동에 헌신적이었습니다. 국제선원협회(ILA)는 (항만노동자들이 교대를 위해 모이는) 직업소개소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 교류작업을 위해 노동자들이 자주 가는 클럽, 식당을 찾아가고 항구에도 직접 찾아갔습니다. 즉 이런 (방법들을) 찾기위해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많은 시간을 헌신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제선언협회(ILA)는 미국 동부의 항만노동조합이다.) 이러한 수많은 활동가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로, 2014년에 오클랜드 항구에서는 성공적인 BTB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21년까지 ZIM 선박이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이후 2021년에 ZIM 선박이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BTB 캠페인을 재차 전개했다, 이런 꾸준한 국제연대의 조직 경험이 쌓여 2023년 10월 7일 이후에도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공, 벨기에, 튀니지 항만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의 무기운송을 거부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었으며, 전미자동차노조(UAW), 전미교사연맹(AFT),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AFL-CIO) 등이 휴전요구에 동참하게 하는 등 관료적이고 친-이스라엘적이던 노동조합들을 재편하는 내부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미교사연맹과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의 성명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하마스 규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모순과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이들이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도록 만든 것은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만들어낸 변화이다. UAW 지도부가 이전에 비해 전투적으로 재편된 것은 사실이나, 최근 바이든의 재선을 지지하는 배신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월 25일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들) 소속 조합원들이 UAW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할 때 항의행동을 하다 쫒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전투적 재편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UAW가 ‘UAW와 이스라엘의 공모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스라엘과의 무기거래와 한국 제조업 간의 연관성에 대한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 또는 특정 기업을 타겟으로 한 운동의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HD현대건설기계가 굴착기 수출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 이미 사회운동의 오랜 캠페인을 통해 폭로되었다.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 벨기에 운송노조 등이 대이스라엘 무기선적을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듯이, 현대계열사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비롯해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HD현대건설기계의 대이스라엘 거래행위에 맞선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은 이스라엘에게 직접적인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 전반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계열사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만나고 교육하는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2024년 1월 23일, 현대굴착기가 헤브론 남부 라세이페르 마을을 부수고 있다. (사진: youth of sumud 인스타그램) 한화오션 등 방산업체 노동자들은 군수물자 생산을 거부할 수 있고, 운송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물자가 세계 여러 전쟁지역으로 운송돼 전쟁용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모든 산업의 노동조합은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결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산업 부문에서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동자의 파업과 행동은 한국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고, 사회적으로 논쟁을 촉발할 것이며, 더 큰 파업과 더 광범위한 시위로 이어질 강력한 계기점을 형성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재난과 이에 대처하는 자본가들의 무책임함, 여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심화, 급증하는 동아시아 전쟁위기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익숙한 옛 방식인 야만의 시대를 호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이 모든 야만에 맞선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정치투쟁을 조직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을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과연 변화가 있을지 막막함부터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노동귀족’이자 노사협조주의의 대표주자였던 미국 UAW가 전투적인 지도부로 재편되고, 오랜 신자유주의 지배의 상징인 이중임금제 폐지에 이어 이번 성명을 통해 ‘전쟁산업에서 평화산업으로의 전환’을 언급하게 된 사례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전투적 재편이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대에 보여주고 있다. 비록 돌멩이로 철로 된 성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끈질기고 목적의식적으로 제조업과 운송, 공공부문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한국의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반전평화운동의 대의로 설득하는 일을 지속하자. 또 작더라도 소중한 노동조합의 국제연대 사례를 만들고, 그 힘이 더 많은 노동자들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이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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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행진'부터 '소속기관 쟁취의 날'까지2월 26일 오전 10시,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와 대통령은 들어라!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3일 간의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원전환 쟁취! 원주본사 천막농성’ 투쟁이 118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2년 전 약속했던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공연한 약속, 다짐, 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 사회, 그 부당하고 부정한, 자본이 지배하는 현실을 알리고 깨기 위해 조합원들은 다시 한 번 오체투지 행진으로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강력하게 표출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는 1,091가지가 넘는 자격, 부과, 징수, 급여, 노인장기요양 등의 건강보험공단 업무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재산, 소득, 자동차, 가족관계, 심지어 출입국 기록, 시설수용 등 개인의 1,500여 가지 민감정보를 다루며 상담을 통해 안내한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공적 상담의 공공성 확보와 직결된다. 하지만 3년이 다 되도록 “단 한 명”의 상담사도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민간위탁으로 남아 있다. 공단은 청년일자리를 위해,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에게는 공개경쟁채용을 하겠다고 한다. 2019년 이후 입사한 상담사는 707명이나 되며, 2019년 입사자는 올해로 경력 6년차 상담사가 된다. 국민건강고객센터 이은영 지부장은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의 공개경쟁채용은 전환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며, 6년 경력 상담사에게 다시 검증을 받으라는 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6년을 일한 공단 정규직 직원은 부서를 옮긴다고 다시 시험을 보지 않는다. 더구나 상담사는 부서를 옮기는 것도 아니고 하던 업무를 그대로 하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공개경쟁채용 고집은 현재 일하고 있는 상담사의 41%가 넘는 인원을 탈락시키겠다는 의도이기에, “공공성을 더욱 확보하기 어렵다”고 거리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 상담노동자와 시민사회는 ‘빨리 끊고 많이 받아’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고객센터가 아니라, 제대로 충분히 안내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가 되기를 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쟁채용을 요구하면 국민이 원하는 종합적인 상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설립 시 원했던 ‘원스톱 통합 상담’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체투지 행진단은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날마다 100여 명 대오를 유지하며 여의도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힘겹지만 보람찬 걸음을 이어갔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민복을 입고 두 손 모아 천천히 낮추어 절하는 노동자, 피켓을 들고 함께 걸어가는 노동자들, 단결과 연대로 길게 늘어선 장엄한 오체투지행진은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관심과 시선을 집중시켰다. ”정규직을 놓고 동료와 경쟁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동료를 해고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3일 동안 방송차 확성기를 통해 경쟁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질기게 투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가슴깊이 파고드는 강한 울림으로 남았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여현옥 대구지회장은 ”사람을 사람으로, 노동자를 노동자로 대하지 않는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비정규직 철폐 정책이 실종되고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를 핑계로 건보공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올바른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고용노동부 또한 수수방관하며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라며 정부기관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는 없고 책임전가하기 바쁜 사회에서 노동자만 생존을 내걸고 시름해야 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오체투지행진단은 락앤락 사무실 앞에서 투쟁하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락앤락지부 조합원들과 우연히 만났다. 오체투지를 하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고배당으로 대주주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며,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쫓은 락앤락 자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 저지!‘, ’고용보장 쟁취!‘를 함께 외치며,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정리해고와 외주화’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오체투지행진단은 2월 7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고 방영환 열사 영결식에 참여하여 열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열사를 폭행, 협박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택시완전월급제를 시행하라’며 함께 울고 함께 외쳤다. 모든 투쟁은 연결되어 있고 노동자는 하나임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반면, 둘째 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는 차도, 인도, 고용노동청 건물을 바리케이트로 3중 차단, 오체투지 행렬을 차도 한 쪽으로 고립시켰다. 경찰의 과도한 분리에 한 시간 넘게 항의하며 연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셋째 날 숭례문 앞에서는 교차로에서 절을 하지 말고 밀착해서 빨리 지나가라고 과하게 요구하는 경찰에 항의하며 다시 그 자리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첫째, 둘째 날 모든 교차로에서 오체투지를 멈추지 않고 진행했었는데, 경찰은 제멋대로인 기준으로 방해했고, 한 시간이 넘게 방해를 받고서야 오체투지 행진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경찰들이 집회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집회참여자보다 몇 배나 더 많은 경찰대오가 나왔다. 집회방식에 대한 경찰의 고무줄 참견과 과잉대응에 오체투지행진단은 분노를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갈라놓은 양쪽 길에서는 고객센터지부 문선대가 ‘또다시 앞으로’ 투쟁가에 맞춰 절도있고 힘있게 몸짓을 선보이며 참가자들을 감동의 물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 어떤 억압에도 지치지 않고 당당하고 단결된 모습으로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었다.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대고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행위’는 분명 쉽지 않은 고행이다. 몸을 낮추고 바닥을 기는 듯한 겸손한 몸짓은 사측을 향한 비열한 조아림, 읍소가 아니다. 노동이 존중받고 인간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출이다. 오체투지는 차별, 착취, 탄압, 억압, 죽음이 판치는 노동의 현실과, 이윤만 쫓아 불안정노동을 만들어내는 자본의 세상을 향한 경고와 항의이자,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연대를 소망하는 간절함이었다. 3월 1일 2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원주) 앞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나와 우리의 내일을 위해 공공성을 살리고 차별을 철폐하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해고 없는 소속기관 쟁취의 날’을 선포하며 많은 연대자와 함께 공공성 강화와 차별 철폐를 위한 건보공단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앞서 펼쳤던 ‘오체투지행진’에 이어 더 가열찬 투쟁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합원들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 공공성 강화, 직고용 쟁취 바람을 담은 현수막을 만들었고 수백명 집회참여자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고 몸짓도 따라하며 공단거리를 신나게, 힘차게, 뜨겁게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는 함성으로 물들였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이은영 지부장은 “우리 지부는 어떤 역경도 반드시 이겨내고 한 명도 빠짐없이 소속기관으로 전환되어 자부심 가지고 당당하게 일할 것이다. 우린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건강보험공단은 잘 지켜보고 있다가 우리가 승리를 거두는 날 모든 상담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라며 건강보험공단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부산지회 이영림 조합원은 ”처음엔 노조가 생기고 개선되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이니 이대로 처우와 임금이 개선된다면 힘든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싸울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관리하는 한 상담사의 처우는 바뀔 수가 없다는 걸 투쟁하며 알게 되었다”며 건강보험공단이 소속기관 전환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고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당장 책임있게 나설 것을 요구했다. 연대자로 함께한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은 ”정리해고되고 나서야 우리 조합원들은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볼 수 있는 콜센터가 비정규직인 것을 알았다. 우리의 소중한 국민건강보험이 민간위탁업체에 맡겨져 콜수 경쟁을 한다는 것과 상담사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의지도 노력도 없음을 비판했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김경미 활동가는 ”2022년 여성 임금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 수준에 그친다. 같은 해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30.6%인데 반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46.0%라고 한다”며 여성가족부 조사를 인용해 더 많은 여성 노동자가 불안정한 일터에서 임금 차별, 처우 차별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여성해방을 위한 여성파업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는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차별에 반대하는 구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공개채용, 시험이라는 것이 사실은 그동안 수년 동안 일해온 콜센터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노력을 부정하는 차별적인 것임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상담사 노동의 시간을 문제 몇 개로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라며 공개채용 핑계를 대지 말고 상담노동자들의 노동을 인정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서울지회 송수진 조합원은 “제가 배운 노동조합의 정신은 ‘함께 단결하면 승리한다’이다. 여성으로 이뤄진 사업장이다 보니, 집회를 할 때마다 겁도 났었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도 부족하여 매번 경찰과 공단직원들과 맞서게 되면 그들의 무력진압으로 주눅 들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연대와 단결로 주눅들었던 사기가 다시금 솟아났고 뭐든 이뤄낼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며 승리를 위해 함께하겠다고 힘차게 다짐했다. ‘오체투지행진’부터 ‘소속기관 전환 쟁취의 날 선포’까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한결같은 외침 속에서 상담노동자의 직접고용 쟁취가 공공성을 강화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의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외침은 너무나 올바른 노동자의 대의이다. 그 대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자. *건강보험공단은 정규직전환 약속을 이행하라! *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사 고용안정을 보장하라!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져라! *시간끌기 이제 그만! 건보공단은 조속히 전환을 완료하라! ※3월 7일 저녁 7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3.8 여성의 날 정신계승 파업전야 투쟁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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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초분회, 교육현장과 법원에서 ‘끈질긴 투쟁’ 이어가겠다!2024년 2월 29일 오후 1시, 강릉 월화거리에서 ‘강원도교육청 합의이행을 위한 유천초투쟁공동대책위원회(아래부터는 유천초투쟁공대위)’는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억울하게 부당징계 받은 피해교사 3인의 복직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강원도교육청 행정폭력, 신경호교육감 합의불이행 규탄, 합의이행을 촉구하며 함께 투쟁한 845일을 돌아보았다. 유천초 분회의 끈질긴 투쟁은 혁신학교를 시도하는 과정에 일어났던 진보교육감운동의 한계, 전교조 탄압, 교사노동권 침해의 심각성을 폭로했다. 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가는 3인을 비롯해 유천초분회원 모두는 ‘새로 옮겨간 학교현장에서 학교민주주의, 교육혁명을 위해 더욱 확장된 현장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부당징계자 김나혜, 윤용숙 교사는 행정법원 1심 판결로 부당징계가 인정돼, 부당징계에 따른 부당전보가 일부 시정되었고 본인이 희망한 가까운 근무지로 발령됐다. 그러나 아직 2심 재판을 진행 중인 남정아 교사는 여전히 부당전보 상태이며, 본래 근무지인 강릉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거주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태백의 학교로 발령됐다. 그런데 2022년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약속한 합의에 따르면,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부당징계자 3인 모두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발령돼야 한다. 강원도교육청 합의이행을 위한 유천초투쟁공대위는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였지만, 강원도교육청은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학교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온 유천초 교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부당징계 유천초등학교는 지난 2021년, 개교한지 단 1년 반만에 강원도 교육청의 표적 감사, 혁신학교 지정취소를 겪었고, 유천초 교사 3인은 부당징계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학교 구성원들은 큰 고통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부당징계를 받은 교사들은 유천초등학교에서 강제 전보를 당했고, 강원도교육청의 온갖 방해와 폭력을 견디며 싸워야 했다. 2022년 7월 신경호 교육감은 유천초 분회와 합의를 통해 학교 민주주의를 지원할 것, 그리고 징계교사 3인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약속했다. 그러나 신경호 교육감이 약속을 한지 19개월이 넘은 2024년 2월, 개학을 앞둔 현재까지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신경호 교육감에게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적 연행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유천초투쟁, 잘못은 신경호 교육감이 저질렀는데 왜 ‘김남윤’을 연행했는가) 강원도교육청이 한 혁신학교 지정취소와 특정 교사들에 대한 표적 징계는 ‘학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었다. 강원도교육청이 혁신학교 지정취소, 표적 징계 핵심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기획회의’였다. 강원도교육청은 ‘기획회의’를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기구’로 규정하였다. 학교의 모든 결정은 학교장만 해야 하는데, 감히 교사들이 의견을 내고 여럿의 목소리를 똑같이 들을 수 있는 회의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는 강원도교육청이 학교민주주의에 관심없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유천초등학교는 교장이든 교사든 학생이든 N분의 1의 목소리로 회의에 참여하여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작년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며 우리는 철저히 분업화된 노동을 수행하며 각자도생하는 학교가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학교 구성원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기획회의’ 시도는 함께 손잡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바탕이었다. 그러나 강원도교육청은 ‘기획회의’가 서류만 오고 가는 관료적인 형식과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만들어 버렸다. 교육관료들 눈에는 당연히 ‘비합리적’이며 ‘불법’적인 학교 운영이었겠지만, 이는 오히려 유천초등학교가 너무나 민주적이어서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비민주적인 학교의 모습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자본주의 체제 축소판이다. 그래서 유천초투쟁공대위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부당징계 피해교사 3인을 비롯해 유천초분회와 유천초공대위는 앞으로 어떤 이름으로든, 어느 곳에서든, 학교 민주주의, 교육혁명을 위해 이 땅의 모든 작고 낮고 여린 민중들과 연대하며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유천초투쟁공대위 박옥주 대표는 “세 분 중 두 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원도교육청의 행정폭력이 부당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수적인 1심 법원이 증명한 것이다. 또 한 분의 선생님은 여전히 무죄를 다투는 법정 투쟁을 진행중이다. 2심 법원이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라고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했다. 그리고 유천초분회의 투쟁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이 원하는 교육, 즉 경쟁해서 살아남기를 강요하는 능력주의 교육이 아니라, 협력교육과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학생들을 자본에 순종하는 예비노동자가 아니라 학생 자치를 통해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려 했던 교사 노동자들의 활동을 알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릉시민행동 김성수 대표는 교육적 가치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진보교육감의 무책임을 비판했고, 임기 첫 날 합의서에 직접 서명을 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던 신경호교육감의 비열함을 규탄했다. “시민단체, 교육단체, 모든 지역의 노동단체들은 이러한 세 선생님의 결단에 대해서 환영하고, 그분들이 가시는 길에 항상 함께하고자 한다. 그동안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라며 부당징계에 맞서 투쟁중인 세 교사 노동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부당해고취소 원직복직 쟁취’를 걸고 1022일째 투쟁 중인 선원노동자 해운지부 박성모 지부장은 “한 (유천초)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학생들과 토론하고, 개개인의 다름을 가르치고, 친구들을 존중하는, 참된 인성이 형성되게 아이들이 주도하는 참교육을 한다고! ‘아 정말 이런 학교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민주적인 학교운영에 감탄했다”며 “(반면에) 강원도 교육청은 부당징계를 강행하고, 전교조 교사를 혐오하며 낙인찍고, 악덕기업이나 하는 탄압을 하고있다.”고 울분을 토하며 이윤만 쫓는 자본을 닮은 교육청의 행태를 비판했다. “아이들을 참된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무엇이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교육하려는 교사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당신들의 무능함과 악랄함을 덮으려 하지말 것”을 요구하며 “아이들에게 정직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당신들이, 정작 교사들에게는 거짓말을 일삼고 약속을 안지키는 당신들이 진정한 교육자입니까?”라며 의문을 던졌다. 부당징계 취소로 동해(*본래 근무지는 강릉이었으나, 근무만기로 동해에 발령됐다.)에 발령받은 김나혜 교사는 “투쟁의 선봉 유천초 분회동지들, 전국의 수많은 동지들의 연대투쟁으로 드디어 복직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고맙다. 강원도교육감 신경호는 2022년 7월1일 유천초 분회와 원직복직 약속을 하며 취임했으나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유천초 투쟁은 복직을 했다고 해서 끝이 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며 “이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을 결의하며 교육노동자로 현장에서 투쟁하며 배운 것들을 실천하고, 함께 투쟁하고 함께 승리하겠다, 마음 변치않겠다”며 결연히 다짐했다. 부당징계 취소로 강릉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윤용숙 교사는 “행정권력은 합의를 하고도 이행을 하지 않았고 사법권력은 행정권력의 눈치를 보며 징계당사자들을 갈라치기하는 사법폭력을 휘둘렀다. 3년째 국가권력에 맞서 싸우면서 배우고 성장한 지점은 우리가 옳았다는 것이다.”며 복직 소감을 나누었고 “맑은 영혼들과 호흡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공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차별을 뚫고 평등한 세상,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학교 민주주의 교육은 계속 될 것이다. 지금까지 힘든 싸움 함께 연대해주신 모든 동지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도 평등세상을 위한 전국의 여러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행정소송 2심을 진행 중인 필자, 남정아 교사는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이 의무임을 실천했고, 두 사람의 부당징계 강제전보가 취소되는 승리를 이루었고, 자본의 탄압과 착취에 저항하며 싸우는 수많은 노동자와 연대하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우리 학생들, 그 보호자들의 삶을 더 생생히 알아갈 수 있었다.”며 투쟁 과정에서의 배움을 이야기했고 “학교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삶을 가꾸며 부당하고 불합리한, 비민주적 학교현장을 바꾸는 교육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지금 이 순간의 설렘과 떨림을 꼭 기억하며 새롭게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교사의 앞선 복직을 응원하고 축하하며 “복직은 했으나 바로 복귀하지 못 하고, 두 달 동안 쉼과 치유, 아직 끝내지 못한 투쟁으로 병가 속에서 지내게 됐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학생들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꿈꾸며 기다릴 것”이라며 “끝나지 않은 싸움을 위해 다시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천초투쟁공대위는 복직이 투쟁의 끝이 아니며 여전히 남정아 교사에 대한 2심 재판이 남아있고, 3월 6일 수요일 심리가 재개되므로 2심 재판부가 부당징계를 인정하도록 법원 앞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실천계획을 밝혔다. 또한 노동시민사회 의견서도 받아 법원에 전달할 예정이며, 매주 수요일 5시부터 법원 앞에서 펼쳐질 ‘강원도교육청 규탄’ ‘학교민주주의, 교사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 촉구’ 1인시위, 그리고 재판투쟁에 많은 관심과 응원, 연대를 부탁했다. *강원도교육청은 표적감사, 혁신학교지정취소, 부당징계, 강제전보 등 행정폭력에 사과하라! *신경호교육감은 합의불이행을 사과하고 지금 당장 약속을 지켜라! *학교민주주의를 위해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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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진 대자보 1호] 모든 현장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진보정당’ 지지철회 운동에 나섭시다!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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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은둔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청년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사진: gettyimages 히키코모리. 오랜 시간(6개월 이상) 집에만 틀어박혀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일본 후생성은 2001년 히키코모리의 기준을 위와 같이 제시했다. 2003년 일본 히키코모리 인구는 120만 명이었고, 그중 30%가 노동 가능 인구의 중추인 30대 청년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2023년, 여기 한국에서 고립, 은둔 청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무조정실 주관 ‘2022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이 전국에 약 54만명으로 추정된다. 여성(72.3%)이 남성(27.7%)보다 약 3배 정도 많았고, 이들 중 75.4%는 자살 생각을, 26.7%는 실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주의가 청년들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고립, 은둔 청년은 누구일까. 그들은 왜 고립, 은둔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왜 여성이 더 많이 고립되고 있을까. 삶의 위기에서 기댈 곳 없는 청년들 먼저 고립과 은둔의 정의를 살펴보자.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적 고립을 “정서적 교감을 포함한 도움이 필요한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가 부재한 상태”,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없이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즉, 사회적 관계와 지지체계가 단절된 상태를 의미한다. 은둔 상태는 “집이나 방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외출을 제한하면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단, 임신, 출산, 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외출이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 즉, 은둔 상태는 사회적 고립뿐 아니라 공간적·물리적으로도 고립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1). 1) 김성아, 「고립·은둔 청년의 현황과 지원방안」, 2023.05. 고립·은둔은 청년들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한다. 앞서 적었듯 자살 생각이 있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이 다수다. 그 밖에도 미래 희망이 없고(66.3%), 타인 시선이 두렵고(62.0%), 대인 접촉 회피(47.8%), 지인 대면 두려움(44.2%)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절반 정도(45.6%)는 용기를 내어 일상생활 복귀를 시도했으나 다시 고립·은둔 상태로 복귀했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27.2%)과 번아웃(25.0%), 기존 고립·은둔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서(22.9%)였다. 이렇듯 고립·은둔 생활은 정신적으로 치명적일 뿐 아니라,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고립·은둔 생활 기간은 1년-3년(26.3%)이 가장 많고, 10년 이상(6.1%)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모두를 비참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그렇다면 어떤 청년들이 고립·은둔 상태가 되고 있을까. 연령대로 보면 25세-29세(37.7%)와 30-34세(32.4%)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의 학력을 보면 대학원 이상(5.6%)과 대학교 졸업(75.4%), 고졸(18.2%), 중졸 이하(0.8%)로 전체 청년의 학력 비율과 유사하다. 즉 고립·은둔 청년 다수는 생애주기 상 학업을 마친 후 취업을 준비할 시기에 있다.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 시기 역시 20대(60.5%)가 가장 많다. 취업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고립·은둔의 주요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사자들이 말하는 고립·은둔의 원인 역시 취업 및 직업 관련(24.1%)이 가장 많았다.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물었더니, 마찬가지로 취업 및 경제적 지원(88.7%)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실제 구직단념과 사회적 관계 단절의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구직단념)’ 청년은 2016년 24.9만 명에서 2022년 7월 36만, 2023년 7월 40.2만으로 증가했다. 우울·낙심할 때 대화할 사람이 없다(사회적 고립)고 응답한 청년의 비율 역시 2019년 21.8%에서 2021년 30.6%, 2023년에는 31.6%로 증가했다. 경제적 고립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자. 15세-29세 최종학교 졸업자 452.1만 명 중 미취업자는 126.1만 명이다. 미취업자 중 절반 이상(53.8%)이 대졸 이상 학력을 가졌으며, 4명 중 1명(25.4%) 꼴로 아예 취업 시험 준비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 졸업 후에도 장기간 미취업 상태로 지내거나,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취업난은 개인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한편 취업·연애·결혼2) 등에 성공한 일부 또래 청년과의 비교와 박탈감으로 자연스럽게 기존에 맺고 있던 사회적 관계가 감소한다. 자본주의의 위기, 양질의 일자리 감소, 심화하는 경쟁이 청년들에게 한편으로는 혐오와 차별을, 다른 한편에서는 고립과 은둔을 강요하고 있다. 2) 한국은행이 작년 11월 30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을 못 하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인 청년들은 결혼 의향이 낮았지만, 공공기관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인 경우에는 결혼 의향이 높았다. 관련 내용은 <전진 기사: 자본주의가 강요한 정신질환, 각자도생 대신 집단적 변혁을!>를 참고하라 가사·돌봄의 덫, 3배 더 고립된 여성 한편, 고립·은둔 청년의 다수(72.3%)는 여성으로, 남성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이는 첫째, 성별화된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 어렵다는 것과 둘째, 여성의 경우 거의 모든 생애주기에서 가사·돌봄 의무가 부과된다는 데서 기인한다. 특히 미혼 청년들 가운데서도 ‘딸’과 ‘아들’에게 기대하는 가사·돌봄 노동은 차원이 다르다. 아래 그림은 성별/생애단계 유형별 하루평균 가사노동 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출처: 이진숙·이윤석, 「성인이행기 남녀의 가사노동 시간에 대한 탐색적 연구」, 『여성연구』 Vol. 98, 2018. 가족과 함께 사는 미혼 청년 중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85.7분)이 남성(27.4분)보다 3배 이상 길다. 이는 가정 내에서도 아들이 아닌 딸에게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남성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지만, 여성에게 집은 또 하나의 노동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돌봄 역시 많은 경우 ‘딸’들의 몫이다. 심지어 결혼 이후 남성의 가사노동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자녀가 없는 경우)하는 반면, 여성의 가사노동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여성은 전 생애를 통틀어 자기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없다. 여성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실제 2022년 한국 우울증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성별/연령집단은 20대 여성(12.1%)이다. 전체 연령으로 보더라도 여성(67만4천555명)이 남성(32만6천189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렇듯 청년 여성은 집안에서는 가사·돌봄, 사회적으로는 취업·결혼·출산 등을 요구받고 있다. 개별 여성이 이상의 압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회적 단절뿐이다.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한 뒤에야 여성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관계의 단절은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고립과 은둔이 아닌 가사·돌봄 사회화 등을 위한 연대와 투쟁이다. 오래된 미래 일본의 경고에도, 너무나 안일한 윤 정부 다시 히키코모리의 원조, 일본의 상황을 보자.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아동 및 청년층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만 15세부터 69세에 해당하는 일본 국민 중 146만 명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특징은 히키코모리 연령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처음 주목받았던 1980~90년대에는 10대 청소년들이 이지메(왕따) 등의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것이 히키코모리의 보편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청소년기부터 히키코모리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 사회활동 없이 장기간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연금수령 세대인 부모(80대)가 중장년층이 된 히키코모리 자녀(50대)를 부양하는 이른바 ‘8050 문제’가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조사에 따르면 히키코모리 중 40대가 약 40%를 차지하고, 정년퇴직 이후 일거리가 사라진 60세 이상도 25%를 초과했다. 심지어 70대 부모가 4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살해하거나, 히키코모리 당사자가 친족을 살해하는 등 끔찍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히키코모리, 고립·은둔 상태는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장기간 지속되기 쉬우며, 개인과 그 가족 모두의 삶을 파괴한다. 더 늦기 전에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청년들이 고립·은둔에 빠지는 여건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절실하다.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공개한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이 지원방안은 ▲고립·은둔 조기 발굴 ▲전담지원체계 구축 ▲학령기, 취업, 직장초기 일상 속 안전망 구축을 골자로 한다. 그 중 전담지원체계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즉, 지원사업 대부분이 자조모임, 관계복원 등 대인기술 향상에 맞춰져 있다. 그나마 취업 지원 사업의 경우(청년도전지원사업), 구직단념청년이 구직 활동에 참여할 경우 참여수당(최대 300만원)을 지원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 고립·은둔 청년은 단순히 ‘관계를 만들 줄 몰라서’ 고립된 것이 아니다. 이들이 애초부터 구직을 단념한 것은 더욱 아니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경쟁의 심화, 여성에게 부과되는 가사·돌봄의 의무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립·은둔 청년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재생산 사회화, 노동자계급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저출산·저출생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에서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조차 못한 상태다. 당장 ‘청년 문제’는 대개 수도권, 명문대 출신, 정규직, 남성 청년의 문제로 다뤄진다. 이를테면 명문대, 정규직 청년들의 ‘공정성’ 담론, 여성 혐오 같은 것들이다. 이른바 엘리트 청년의 삶을 ‘정상’으로 규정하고, 그 궤도에 올라서지 못한 청년들을 패배자로 낙인찍고, 자괴감에 빠뜨리고, 사회적 관심조차 주고 있지 않다. 그런 사이 고립·은둔 청년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운동사회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첫째, 양질의 일자리 보장을 통해 청년들에게 강요되는 취업·입시 경쟁을 해소해야 한다.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은 스스로부터 자기를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나서길 꺼리게 된다. 물론 이는 자본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청년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책망하며 고립·은둔에 빠지고 있다. 이제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입시경쟁 등을 철폐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여성에게 부과되는 가사·돌봄 등 재생산노동을 사회화해야 한다. 2-30대 여성이 ‘딸’이라는 이유로 가사와 돌봄 노동을 부과받고 있다. 당장 가정에서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것은 아들이 아니라 딸과 며느리의 몫이다. 그리고 이는 원래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노동이다. 그 외의 가사·돌봄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재생산노동을 전면적으로 사회화하고, 가사·돌봄을 비롯한 성별 분업을 철폐해야 한다. 셋째, 청년들의 연대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자본주의는 청년들을 노동력 상품으로써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경쟁하게 한다. 연대와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에 혐오와 고립이 확산하고 있다.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 물론 이는 단순 ‘자조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이 아니다. 진정한 연대는 함께 세상을 바꾸는 운동 속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존엄을 짓밟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이, 고립이 아닌 연대를 실현할 필수조건이다. 넷째, 노동자계급이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야 한다. 당장 고립·은둔 청년의 다수는 노동자계급의 가족 또는 일부다. 물론, 노동자들이 개별 가구에서 고립·은둔 청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적이다. 그러나 앞서 제기했던 과제, 노동시간 단축-양질의 일자리 확대-가사·돌봄 사회화는 노동자계급의 힘으로만 실현가능하다. 이 요구를 노동자계급 자신의 과제로 받아안고,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청년들도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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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한국 0.72 출산율’에 전 세계 언론 쇼크1. 전 세계 언론 ‘한국 0.72 출산율’에 쇼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23년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전년 대비(0.78명) 8%가량 떨어졌다. 이에 해외 언론도 한국의 저출생 현상을 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다”며 주목하고 있다. 외신이 꼽은 한국의 극단적 저출생 현상의 원인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젠더 불평등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워킹맘이 집안일과 육아까지 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문화적 요인도 주요 원인”이라며 “한국에서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많은데, 생활비에 대한 우려 등으로 결혼도 감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영국 BBC 방송은 1년 이상 실제 현장에서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어떻게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갖지 않게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릴 뿐 아니라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육아 기간 뒤 필연적으로 경력 단절의 두려움까지 겪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BBC는 한 방송사 프로듀서와 그의 주변 사례를 공유하며 “한국의 노동 시간은 길기로 악명이 높다”며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 위해 휴가를 내면 일터에 복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고 짚었다. 더불어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도 저출생 현상에 한몫한다고 봤다.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데, (해당 지역의) 너무 높은 집값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신들이 한국 출산율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저출생이 세계적 문제라는 점이 있다. 출산율 제고의 주요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2022년 1.79명에서 2023년 1.68명으로 떨어졌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서서 출산휴가 및 지원금 혜택을 강화하겠다며 밝히고, 기시다 일본 총리가 2023년에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내놓겠다며 대대적으로 선포했듯 한국에서도 저출생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상의 본질을 짚지 못한 단발적인 정책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저출생의 탈출구는 요원해 보인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0353.html#cb 2. 호주 보육노동자, 저임금에 맞서 3월 8일 파업하기로 호주 보육노동자들이 심각한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에 맞서 국제 여성의 날인 3월 8일 전례 없는 규모로 파업할 예정이다. 호주에서는 보육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많은 노동자가 이직하고 있다. 이들이 가입한 유나이트드노동조합(UWU)은 고용주와 정부를 상대로 교섭해 왔으나, 사용자들이 어떤 임금인상도 약속하지 않자 전국 1,000개가 넘는 보육센터에서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헨렌 기븐스 교육본부장은 “보육돌봄이 위기에 처했다. 노동자들이 계속 희생하며 일할지 아니면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떠날지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의 빈곤 임금으로는 계속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보육교육자의 92%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 중요한 업무가 수십 년 동안 저평가되고 저임금에 시달려 왔다. 호주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지속가능한 유아교육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유아교육 노동자가 없다면 호주는 멈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파업을 앞두고 실시한 보육노동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정부가 3개월 내로 보육돌봄 노동자 저임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1년 내로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또한 85%는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사직한 동료가 있으며, 무려 99%의 응답자가 인원 부족으로 아이들이 받는 보육과 교육의 질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참조 기사> https://thesector.com.au/2024/02/09/union-calls-ecec-strike-action-for-international-womens-day/ https://tasmaniantimes.com/2024/02/half-of-early-childhood-educators-ready-to-leave/ 3. 인권위 ‘유엔 여성차별철폐 협약 이행 보고서’ 논의, 위원 간 말다툼 끝에 파행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인권위원 간 말다툼 끝에 파행을 빚었다. 2월 26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국내 이행 정도를 인권위가 독립적으로 평가한 보고서 의결 안건이 상정됐으나 논의하지도 못하고 폐회됐다. 한국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 정부는 지난해 5월 협약 이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제출했다. 올해 5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유엔의 정부보고서 심의에 앞서, 인권위는 한국의 여성차별철폐 이행 상황에 대한 독립보고서를 4월쯤 제출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에는 ‘여성·성평등 정책 후퇴·축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에 대한 젠더 기반 폭력’ 등 주요 쟁점의 한국 이행 정도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이 담길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열린 2024년 제4차 전원위에서 위원 간 공방과 말꼬투리 잡기, 비난이 오가면서 해당 안건은 논의를 시작조차 못했다. 인권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인권위원 구성이 여당 쪽 추천 위원 수가 우세하게 바뀌면서, 일부 상임위원들의 막말·혐오 발언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의 책무를 망각한 듯한 이들의 행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271807001 4. 여성 언론노동자 4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경험 여성 언론노동자 4명 중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간한 ‘성평등·조직문화 진단과 노동조합의 역할 및 과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직장 안에서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당한 여성 노동자는 27.5%였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유형으로는 ‘성적 비하, 성적 모욕감을 주는 외모 평가, 성적 대상화 등 통한 성적 농담’(전체 50.8%·여성 61.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얼굴이나 손 등 신체를 접촉해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전체 26.2%·여성 33.3%), ‘성적인 칭찬이나 제안, 연애 관계에서 가능한 친밀한 언행을 하는 행위’(전체 15.4%·여성 19.7%) 등이 뒤를 이었다. 대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피해자가 그렇듯 언론노동자 역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이후 문제 제기하는 것을 꺼렸다. 상급자, 노동조합, 사내 신고상담센터 등에 고충을 호소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27.7%에 그쳤다.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 대해선 ‘회사 내 동료들 간 관계·직장 분위기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가 36.2%(중복 응답)로 가장 높았다.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아서’(27.2%), ‘회사에서 일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22.8%)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회사가 가능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평등한 조직문화·조직운영 개선기구 구성’에 의한 성평등한 조직 문화 개선이 꼽혔고, 노동조합이 가능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회사의 적절한 조치 감시와 피해자 조력’이 꼽혔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3011454001 5. 정부 통계에는 없는 사람들 … 여성 노숙인의 실태 거리의 여성 노숙인들은 성폭력, 폭행, 폭언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숨어 지낸다.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삭발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노숙인들은 안전하게 잘 곳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여성 노숙인들은 정부의 실태조사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일정한 자리’에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이 이뤄지다 보니 주로 남성이 조사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정부 대책 역시 남성 노숙인 위주로 나오고 있다. 현재 여성 노숙인 일시 보호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뿐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처음으로 여성 노숙인 지원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여성 노숙인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여성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이유는 주로 경제적 궁핍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 가정폭력 등이 꼽힌다. 이러한 피해경험 때문에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 중심의 노숙인 시설에 가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은 생존을 위해 일하고 싶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경력단절을 문제 삼아 취업조차 쉽지 않다. 거리로 내몰리는 여성들을 없는 듯 쉽사리 외면하는 정부 대책이 가장 큰 문제다. <참조 기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04201&ref=A 6. 가나, 성소수자(LGBTQ)와 지지자 처벌법 통과 가나 의회가 종교를 등에 업고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활동을 홍보하거나 모금할 경우 3년에서 5년의 징역, 애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3개월에서 3년 사이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가나의 인권단체, 성소수자단체와 지지단체들은 이를 인권침해 처사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도 가나 대통령에게 법안 서명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12월 총선 전에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외에서 법안 반대시위를 조직하는 영국 블랙프라이드(UK Black Pride)의 활동가들은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공론화된 법안은 충분히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퀴어로 보이는 이에게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나의 인권변호사단체 ‘빅(Big)18’의 타키와 마누는 “개인의 정체성을 범죄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LGBT+ 권리 가나’의 설립자인 알렉스 돈코르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가나에서 성소수자들을 지금보다 더 소외되고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이 법안은 차별을 합법화할 뿐 아니라 공포와 박해의 환경을 조장한다”고 규탄했다. 국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및 인터섹스 협회(ILGA)에 따르면 현재 약 30개 아프리카 국가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4/feb/28/ghana-intensifies-crackdown-on-rights-of-lgbtq-people-and-activists https://m.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2290931001#c2b 7. 프랑스 상원, 임신중지 자유 개헌안 통과 프랑스 상원이 ‘임신중지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찬성 267표 대 반대 50표로 가결했다. 최종 절차를 거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임신중지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나라가 된다. 이는 여성운동이 ‘여성권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는 것이다. 여성운동이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만들어 낸 지 50년이 지나며 프랑스에서도 임신중지 반대 시위가 재개되고, 가족계획정책이 보수화되면서 보수언론에서 임신중지 반대 목소리가 증가하는 등 극우세력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가 미국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대중적으로 임신중지권을 좀 더 확고한 법적 권리로 보장하길 원하며 ‘임신중지권’의 헌법 보장 방안이 추진된 것이다. 장조레스(Jean-Jaurès)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포함하는 데 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신중지권이 서류상 헌법에 보장된다고 여성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지난 15년간 130개의 IVG센터(임신중지를 지원하는 병원)와 수백 개의 산부인과 병동이 폐쇄되었고 공공 서비스가 파괴되었다. 자원 부족과 의료의 빈곤으로 현실적으로는 임신중지라는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긴축정책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와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와 제 정당들은 헌법개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운동은 이번 ‘임신중지권 헌법 보장’을 계기로 실질적이고 자유로운 임신중지권을 위한 저항을 계속할 것이다. 3월 8일 대규모로 모여 투쟁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참조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81715?cds=news_edit https://www.revolutionpermanente.fr/Constitutionnalisation-de-l-IVG-la-defense-de-l-avortement-dependra-de-nos-lu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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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책읽기모임 "장애시민 불복종"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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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 심의과정에서 폐기됐다. 극우 대통령의 등장에 위축되지 않고 아래로부터 힘차게 투쟁을 이어나간 노동자·민중이 거둔 첫 승리다. (참고: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 옴니버스 법안, 빈껍데기로 전락하자 자진 철회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곧바로 일련의 ‘충격요법’ 조치들을 단행했다. 12월 12일에는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 동결 등이 담긴 ‘경제비상조치’를 발표했다. 12월 20일에는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12월 27일에는 △공기업 사유화 △시위제한 명령권 △불법시위 처벌 강화 △환경규제 완화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의 대통령 양도 등이 포함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 밀레이 정부는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면서 옴니버스 법안의 절반 정도를 포기하고 300여 개 조항으로 추려냈다. 2월 2일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는 찬반투표가 가결됐을 때, 밀레이 정부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2월 6일 옴니버스 법안의 각 조항별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공기업 사유화 등 핵심 조항들이 무더기로 부결되면서 옴니버스 법안은 빈껍데기가 되어갔다. 결국 집권 자유진보당(Libertad Avanza)이 법안 자체를 자진 철회했다. “이 법을 필요로 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라는 게 이해될 때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면서. 옴니버스 법안이 폐기된 직후 대통령실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공식 성명에서 “주지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정부가 갖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들의 압력으로 하원의원 다수가 옴니버스 법안에 반대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은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밀레이의 패배는 그의 정치적 경험부족을 드러냈다’면서 무엇보다 ‘모든 개혁을 하나의 거대 법안에 담아내려 했던 게 실패 요인’이며 ‘밀레이 정부가 정치 전략을 재고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을 해외 언론들에 전했다. JP 모건 이코노미스트 디에고 페레이라는 “이건 아르헨티나에서 전례 없는 사건인데, 정부가 첫 번째 입법을 거부당한 사례를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우 대통령에 맞선 첫 전투 -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나? 그런데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이 말하지 않는 결정적인 진실이 있다.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가한 강력한 압력 때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가 취임 직후부터 ‘충격요법’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취임 10일 차인 12월 20일부터 노동자·민중의 투쟁도 시작되었다. 이 투쟁에 발동을 건 것은 노동조합총연맹 공식 지도부가 아니었다. 노동조합 공식 지도부가 ‘공세를 완화하기 위한 교섭테이블 모색’이나 ‘다음 선거를 통한 심판’ 정도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등 좌파전선(FIT-U)에 결집한 혁명적 좌파 정치세력이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를 추동해 2만 명의 도심 시위를 조직해 내면서 투쟁의 물꼬를 텄다. 아래로부터 촉발된 도심 시위는 밀레이 정부의 도로점거 시위 금지령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매일 같이 이어졌다. 밤에는 각 지역마다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벌이면서 2001년 민중항쟁을 상기시켰다. 총파업을 소집하라는 압력이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밀려오자, 마침내 12월 28일 최대 노총 CGT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1월 24일 3대 노총이 주도하고 150만 명이 참여한 위력적인 총파업이 전개됐다. 총파업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됐다. 전투적인 노동조합, 여성조직, 문화단체, 사회단체, 은퇴자 등 수천 명의 시위대가 연일 폭염 속에서도 의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난사하고 때때로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밤에는 다시 각 지역마다 집회를 열고 카세롤라조 시위를 이어나갔다. 상당수 지역 집회는 참가자들이 민주적 토론을 진행하는 자발적 총회 형식을 띠었다. 노동조합총연맹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결정타를 날릴 잠재적 가능성으로 밀레이 정부를 비롯한 전체 자본가 정치세력들을 압박했다. 그리고 좌파전선 소속 하원의원 다섯 명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들은 매일 가두시위 현장과 의회를 오가면서, 가두시위가 가하는 압력을 의회에 온몸으로 전달했다. 시위대 맨 앞에서 최루탄을 뒤집어쓴 뒤 의회로 달려가 “누가 옴니버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지 대중 앞에 다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 257명의 하원은 자본가 정치세력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이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대중투쟁과 그 압력을 의회 안으로 직접 끌어들이는 좌파전선 의원단의 활약은 대중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다수 자본가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밀레이 정부와 쉽사리 타협에 나서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아르헨티나 하원의원 니콜라스 델 카뇨 (PTS, 좌파전선 소속)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은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와 치른 첫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왜 그렇게 경제위기가 잦은가? 2024년 1월 아르헨티나 물가는 전월 대비 20.6% 올랐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254.2% 상승이다. 물가가 공식 수치로 5%만 올라도 생활에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250%를 훌쩍 넘겨 버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상상이 잘 안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물가가 ‘아르헨티나’ 얘기라고 하면 으레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 아냐?’ 하는 반응들이 이어진다.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졌고 그래서 한때는 선진국 소리까지 들었다지만 포퓰리즘의 퍼주는 정치를 하다가 경제가 망해버린 대표적인 나라.’ 그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아르헨티나의 이미지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면이 보인다. 경제가 그렇게 망가졌다는데도 그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왔을 때 한국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김대중 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엄청난 규모의 정리해고였고, 뒤이은 비정규직화였다. 그렇게 해서 구축된 고강도 초과착취 시스템 덕분에 삼성·현대·SK·LG로 대표되는 한국의 재벌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거대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부 노동자들도 그 떡고물을 얻어먹으며 ‘노동귀족’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이 그렇게 약진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의 다수를 이루는 비정규직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또 하나. 한국의 재벌들은 언제까지고 약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이 있다면, 바로 ‘불균등발전의 법칙’이다. 어떤 기업, 어떤 국가도 언제나 경쟁에서 승리하고 언제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한국의 재벌들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노동자계급의 운명은 다시 어떻게 될까? ‘노동귀족’ 소리를 듣던 정규직의 삶은? 그리고 비정규직의 삶은? 2001년 아르헨티나는 큰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국의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다. 그런데 그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거대한 규모의 민중항쟁이 폭발했다.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도망쳐야 했고, 그 뒤로 들어선 임시대통령이 2주일 사이에 세 명이나 줄줄이 날아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결국 자본가 정치세력들 가운데 가장 덜 공격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페론주의 좌파,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키르치네르주의는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사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대다수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제국주의 국가들에 경제가 이미 심각하게 종속된 상황에서 자본주의 틀 안에서는 어떤 획기적인 돌파구라는 걸 찾기 어려웠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수준을 대폭 강화해서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에 조성된 계급역관계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심각한 경제위기가 왔다. 거듭되는 경제위기에 지친 대중은 누군가 어떤 마법이라도 부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우인사 밀레이를 선택했다. 밀레이가 부리려는 마법은 간단하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전투에서 밀레이는 패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밀레이를 지지했던 대중의 상당수는 옴니버스 법안을 비롯한 그의 ‘충격요법’을 실수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밀레이를 지지한다고 한다. 밀레이가 마법을 부려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마법이 나의 권리를 박탈하는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아니기를 바란다는 뜻이겠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노동자·민중에게도 아주 고통스럽다. 자본의 위기 전가를 어느 정도 막아낼 힘은 있지만,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큼의 힘은 아직 없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던 볼셰비키 의원단을 연상시키는 사회주의 의원단이 당당하게 활동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이 수만 명의 대중투쟁을 직접 주도해 나갈 정도의 힘은 있지만, 아직 거대한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력은 페론주의 세력에게 강고하게 장악돼 있다. 어쨌든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보자면, 아르헨티나는 그저 ‘포퓰리즘 하다가 망한 나라’가 아니다.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막아낼 정도의 힘을 노동자계급이 갖고 있는 나라다. 또 하나. 여성의 권리와 해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여성파업을 조직해 낸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아르헨티나는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라는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일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기괴한 극우 대통령은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별난 일’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세계 자본주의 전반에 밀어닥칠 일들을 미리 보여주는 전조일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세계 노동자계급에게 던지는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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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교육자적 양심을 짓누르는 탄압을 멈춰라!2월 27일 오전 10시,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 대책위원회' 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학교폭력 공익제보 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에는 공익제보 교사에게 행정폭력을 가한 서울시교육청을 규탄하며, 하루빨리 부당전보를 철회해 공교육을 정상으로 돌려놓기를 원하는 교사, 보호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말하는 ‘공존’ 오랜 시간 학교 안에서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져 온 학교폭력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교육청에 공익제보로 해결지원을 요청한 교사에게, 학교는 표적전보, 보복전보, 부당전보를 실시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눈감지 않은 것이 죄가 되어, 행정폭력 피해자가 된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이 사안을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2월 27일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37일째 투쟁 중이었고, 이 날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이라는 교육청 건물에 크게 써 있는 글귀가 무색하게, 부당전보된 교사는 37일 동안 단 한 번도 교육감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공익제보교사를 대하는 교육청의 응답은 ‘부당전보’ 작년 6월쯤 학생 상담 중에 학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2년 동안이나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혜복 교사는 즉시 학교장에게 이를 알렸다. 사건 신고가 접수돼 성폭력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해 신고 학생들의 신원이 유출되었고, 별다른 보호책 없이 공개적인 조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피해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성폭력 사안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가해 학생들과 그 친구들의 2차 가해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매우 심각하게 뒤따랐고, 피해신고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했다. 지혜복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 이 사안에 대한 민원을 넣었고, 중부교육지원청(이하 중부청) 통합지원센터가 학교로 특별장학을 나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학생 면담은 전혀 하지 않고, 일부 교사만 면담 후 고작 몇 시간 정도를 교장실에 머물다 돌아갔다. 이후 중부청 통합지원센터는 성폭력 조사과정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많은 학생이 피해를 호소했던 문제들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혜복 교사는 포기하지 않고 전교조 서울지부 여성위원회와 함께 적극 항의하고 거듭 탄원을 반복했다. 그 결과 작년 10월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이하 인권센터)에서 학생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12월 말쯤에는 인권센터 권고 조치가 학교에 공문으로 통보되었다. 인권센터 권고를 통해 피해 학생들에게 가해졌던 인권침해 사실이 대부분 밝혀졌다. 그러나 인권센터 권고 조치조차 학교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권고문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 학생들과 보호자들은 모두 체념하고 포기해 버린 상태였다. 학교는 도리어 피해 학생들의 인권침해 사실을 밝히려고 노력했던 교사를 부당하게 쫓아내고 있다. 과감하게 은밀하게 치밀하게, 절차만 갖추기 지혜복 교사는 사회과 교사이다. 그런데 A중학교는 2024년도 교사 정원 감축을 실시할 때, 역사과 한 명이 과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역사과 3명, 사회과 2명) 역사과가 아닌 사회과 교사의 전보를 결정했다. 이 경우 사회과 교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역사교과 전공교사가 대신 사회교과를 수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모든 중학교에서 역사과와 사회과는 독립된 교과목으로 수업 시수 배치부터 교과운영 계획, 평가까지 분리하여 운영한다. A중학교에는 2024년도 교육과정 운영에 사회교과 전공교사 2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과 교사를 필수인원에 미달하는 1명으로 줄이면서까지, 공익제보 교사를 특정해 전보결정을 내렸다. 과원인 역사교과 교사는 그대로 두고서 말이다. 이 과정도 당사자 동의 없이 전보 서류를 일방적, 강제적으로 중부청에 제출한 부당한 행정이었다. 공익제보자를 쳐내기 위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훼손하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런 학교의 행태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부청은 그동안 독립되어 있던 사회교과와 역사교과 전보 현황을 올해는 갑자기 하나로 합쳐서 기재해 각각 교과 전공자들을 마구 뒤섞어 전보 발령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는 ‘2024년 중등교사 및 전문직 인사원칙’ 제4조(전보) 5항에 따라 교과별 수급 상황에 따라 전보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역사 전공자는 역사교과로, 일반사회와 지리 전공자는 사회교과에 배치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게다가 중부청을 제외한 서울의 모든 교육지원청에 공시된 ‘2024년도 전보 현황표’에는 사회교과와 역사교과 전보 현황을 모두 다 분리하여 배치하였다. 더구나 중부청 또한 2023년도까지는 이를 분리 배치하여 전보 작업을 진행했다. 특정인을 선정해 전보시키기 위해 학교장과 중부청이 함께 머리를 맞대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권한만 갖고 책임은 떠넘기는 교육청 A중학교 역사, 사회 교사들은 2차례의 교과협의회를 거치면서 비정기 전보대상자 결정을 위한 원칙적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학교장, 교감이 개입해 교과협의회 장소를 교장실로 변경하고 직접 협의에 관여하였으며, 지혜복 교사가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익제보교사인 사회 교사를 전보 대상자로 결정했다. 이렇게 졸속적, 비원칙적, 비민주적 개입을 인지하면서도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자 부당전보 발령을 2월 2일 발표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내린 결정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중부청은 중학교 전보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이라 서울시교육청에서 그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한다.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결정하였으므로 부당전보를 받아들이고 이동하라고 강요한다. “서울시교육청이 국가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부당전보 통보를 받은 지혜복 교사가 한 달이 넘도록 찬바닥에서 요구해 왔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불의가 법일 때 저항은 의무 전교조 서울지부는 2월 3일 ‘공익제보교사 인사불이익 금지 법령 위반한 서울시교육청의 부당전보 강행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공익제보자 보호 관련 법령은 "전보, 전근,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등 인사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교과 정원 감축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당하게 전보 조치하는 것은 명백한 인사불이익이며 이는 관련 법령 위반이다.’라고 밝혔다. 또 ‘학생과 교사의 권리 신장을 위해 애써야 할 교육청이, 학교 내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하고 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교사를 피해 상담 학생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라며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법령을 위반하고 학생과 교사 보호를 포기한 서울시 교육청을 규탄하고, 하지만 3월 개학 전까지 서울시 교육청이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으니 그 안에 부당행정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2월 27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교조 서울지부 최은경 부지부장은 “학교 내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학교와 교육청에서 발생한 일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부당전보를 바로잡는 일은 학교 내 성폭력 사안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마지막 기회”이자 “피해 학생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을 돌려주는 것”이고, “A학교 교직원들에게는 부당한 일에 목소리 내고 피해자의 편에 서는 일이 정당함을 밝혀서 학교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교육청이 본연의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은경 대표는 “인권센터는 피해 학생 보호에 더 노력하고 공익제보교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할 것”이며 “인권센터 권고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선생님이 다시 A중학교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임을 강조했다. 부당전보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보란 현장교사는 ”학교나 교육지원청의 잘못된 교육 행정을 바로잡는 것은 누구의 역할인지, 노동자가 구성원에게 일어난 폭력과 피해 사실 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 현장에서 내쫓기는 사회는 과연 안전한 사회인지, 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아무런 법적, 제도적, 행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피해당사자와 동시에 2차, 3차적인 폭력에 노출이 되는 사회는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지?“ 물음을 던졌다. 또한 ”해당 학교 교감과 교장, 서울시 교육청은 이러한 조직적인 불의를 저지른 가해 당사자“이고 이는 “사용자 입장의 학교 관리자, 교육 관료 조직, 서울시 교육감의 보신주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비민주적 성차별적 학교 문화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슬픔과 분노를 넘어 투쟁으로! 지혜복 교사는 “홀로 남겨질 학생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장 가슴이 아파온다”며 “학생들이 용기내어 신고하는 일이 은폐되고 오히려 피해를 입고 위축되어 체념하는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며,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선 교사를 부당한 기준으로 전보하는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며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심정을 토로했다. “때때로 슬픈 감정이 올라오고 고통스러우며 지쳐있지만, 힘을 내어 해결될 때까지 학교에서 남은 임기 동안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싸워주고 계신 동지들을 보며 다시 힘을 냅니다. 다들 제가 쓰러질까봐 걱정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쓰러지지 않도록 몸을 챙기며 제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싸워보겠습니다. 동지들의 사랑과 연대에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끝까지 투쟁하여 꼭 승리하겠습니다. 투쟁!” 끝까지 질기게 당당하게 투쟁할 것을 다짐하고 결의하는 지혜복 교사의 목소리는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 마음에 깊고 강한 울림을 남겼다. ’교육감 면담요구서‘ 조차 받기를 망설이며 한 시간을 넘게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기다리게 하는 교육청, 신고한 집회를 불법으로 몰아가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드는 경찰들, 그리고 이런 교육청 행태에 항의하는 학부모까지 연행하는 만행은 오늘날의 기막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교사는, 교육청과 학교가 저지른 불의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한순간에 불법의 존재가 되어 끌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공익제보로 행정폭력을 당한 피해교사가 교육청 문 앞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면서, "질서라는 이름으로 권력에 의해 존재의 빛을 지우는 일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다. 교육감 면담요구서를 전달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라고 질문하며 길바닥에 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교사의 양심을 보호하라 교육자적 양심을 억누르며 행정폭력으로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서울시교육청은 이제 탄압과 횡포를 멈추고 책임있는 자세로 응답해야 한다. 더 이상은 피해 학생들에게, 공익제보 교사에게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 어이없는 행정폭력에 억울하고 답답한 교사는 이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교사, 학생, 보호자들, 그리고 노동시민사회가 서울시교육청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의 교육청에 ‘교육혁명’까진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교육청이 최소한 피해 학생들과 교사를 보호하며 교육적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혜복 교사와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를 즉각 철회하라!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교사에 대한 인사불이익 즉각 철회하라!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전보 내신 인사원칙을 지켜라! 서울 교육청은 공익제보교사와 피해학생을 보호하라! 2월 27일 저녁부터 지혜복 교사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3월 5일 기준, 철야농성 대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