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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2]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메가스트라이크에 참여한 시위자들(출처: LeftVoice) 1. 독일의 메가스트라이크: 자본이 두려워한 노동자 기후파업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만남 2020년 독일의 기후운동가들은 중대한 고민에 봉착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FFF)’ 운동이 전략적 공백과 퇴조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금요일 기후파업’ 등을 중심으로 한 기후 운동 내에서 ‘체제전환(System change)’이라는 슬로건이 유행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실제로는 시민 불복종이라는 상징적인 행동, 혹은 정치 결정권자를 향한 몇 차례 집회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운동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호응 역시 줄어들던 추세였다. 기후운동이 쇠퇴하던 중에 독일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녹색당이 연합한 소위 ‘신호등’ 연방정부가 2021년 출범해 전형적인 녹색자본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연방정부는 기후운동의 상승기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했지만, 그 대신 기후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긴축 생태’ 정책을 펼쳤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후 에너지 위기가 증폭되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동력을 상실했다.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과이 늘어나고 군수산업 생산이 확대되는 등 퇴보가 이어졌다. 기후정의운동이 짧은 시간이나마 쌓아온 성과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었다. 기후활동가들이 새롭게 시선을 향한 곳은 바로 노동운동이었다. 이들은 기후정의운동에 더 많은 노동계급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기후 문제를 노동자들의 일터로 가져가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첫 시도로 기후활동가들은 대중교통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 부문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급여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청년층의 유입은 줄어들고 퇴직률이 높아 이미 수만 명의 운전자가 부족한 가운데, 교통요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으며, 특히 농촌 지역의 여객 운송 시스템은 점점 더 축소되고 있었다. 이는 1990년 이래 지속된 공공부문 민영화의 결과다. 1990년대 이후 연방정부는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자유화하면서 인력 감축, 업무강도 강화, 불안정한 고용, 소득 감소, 노동조합 약화 등 각종 긴축 조치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 공기업이었던 ‘도이체반’도 1994년에 민간 기업으로 전환되고, 철도 여객 서비스의 상당 부분도 1996년 이후 대부분 민간 공급업체로 넘어갔다. 민영화의 여파 속에서 조직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단체와 소속으로 분열되는 등 투쟁의 구심점을 모아내지 못한 채 결속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은 침체하던 두 운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2020년 지역 대중교통 단체교섭에 연대하며, 파업 당일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공서비스노조(Ver.di)의 투쟁을 방문하고 지원했다. FFF는 교통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자 “#wirfahrenzusammen (#WeDriveTogether) 2020”라는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들은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연대를 조직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승객들로부터 연대 성명서를 수집하고, 정치인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했으며,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을 조직했다. 심지어 활동가들이 직접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나서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물론 초창기에 기후 파업은 대다수 대중교통 노동자들에게 현실적이지 않았다. 공동의 행동을 논의하기 위한 조직이나 연대체에 참여하는 사람은 소수였고, 대중교통 노동자들 다수는 기후 의제에 회의적이었다. 파업에 연대하는 기후활동가들은 때때로 자신들을 소위 ‘기후 끈끈이(Klimaklebern)*’ 와 동일시하는 왜곡된 시선과도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이루어진 연대의 결실로 일부 운송노동자들이 기후정의운동을 자신들의 운동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2020년 파업을 계기로 여러 도시에서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동맹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의 단체들이 설립되었고, 2024년 현재 60개 이상의 도시에서 약 1,000명의 활동가들이 #wirfahrenzusammen 캠페인에 참여하여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몸에 접착제를 바르고 도로를 점거하거나 미술품을 훼손하는 등의 직접행동 전술을 취하는 기후운동가들을 향한 멸칭. 주로 이러한 방식의 직접행동을 주도해온 환경단체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를 가리킴. 독일 메가 스트라이크: “운송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 2023년 3월 3일,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후파업에 맞춰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공공서비스노조는 전국적으로 지역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하루 동안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6개 연방 주에서 경고 파업을 벌였다. 그 결과 최소 30개 도시의 20만 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다. 독일 고용주 연맹(BDA)의 CEO 슈테펜 캄페터는 “노조가 정치파업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파업을 비난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것은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운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노동조합은 운송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등 경제적 요구를 기후정의운동의 요구로 제시함으로써 폭넓은 사회적 지지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후정의운동은 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해 실제 파업이라는 물리적 힘을 확보하고 자본가들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3월 27일, 파업은 이제 전체 운송부문으로 확대됐다. 대중교통 종사자뿐만 아니라 항공, 철도, 수상 운송 종사자들도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독일 최대 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 등 전국 공항에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전국에서 장거리 열차 운행이 멈췄고, 베를린에서는 도시고속철도 운행이 끊기고, 독일 최대 항구인 함부르크 항도 마비됐다. 한 언론의 표현처럼 독일 안의 “모든 바퀴가 멈췄다(All wheels stand still!).” 대규모 파업에 놀란 사측은 27개월 동안 5% 임금인상과 일시금 2,500 유로(약 350만 원) 지급을 제안했다. 독일 내무장관 낸시 패저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매년 14억 유로(약 1조 9천억 원)가 추가로 든다”며 난색을 표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자가용 중심 정책의 일환으로 고속도로 건설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운송노동자들의 파업은 기후활동가와 민중으로부터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월요일에는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 버스, 트램, 지하철이 멈춰 서게 됩니다. 대중교통 노동자의 높은 임금은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하고 절박한 인력 부족을 극복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는 결국 운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기후 파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과 다른 기후 운동가들이 이 파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녹색당을 포함한 독일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조금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2. 프랑스 토탈(Total) 정유공장 파업 토탈의 그린워싱: 노동자 민중의 피눈물로 만든 “석유 제로” 2021년 1월 4일, 프랑스 그랑퓌 정유공장 노동자들은 석유·가스부문 거대 다국적기업인 토탈(Total)의 정유공장 폐쇄에 맞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위원회를 통해 아래로부터 자주적으로 조직된 파업은 45일 이상 전개됐다. 정유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하며 철도, 경제, 원자력발전소 노동자, 교사, 학생 등 사회 각계각층으로 이루어진 계급적 동맹이 건설됐고,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강렬한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기후·환경운동 단체들도 토탈 정유공장 파업을 지지하는 데 앞장섰다. 그랑퓌 정유공장 파업의 배경에는 토탈의 “석유 제로” 전략이 있었다. 지난 수년간 토탈은 정유공장 여러 곳을 폐쇄하면서 그랑퓌에서 200개, 관련 하청업체에서 500개의 일자리 감축 계획을 제시했다. 그랑퓌 지역의 고용 대부분은 토탈 정유공장에 의존하고 있었다. 일자리가 없는 농촌 지역에서 정유공장 폐쇄는 노동자들을 실업과 노동조건이 훨씬 열악한 최저임금 일자리로 내모는 일이었다. 한편 토탈이 자국의 정유공장을 폐쇄하는 진정한 목적은 다른 국가로 정유공장을 옮기는 것이었다. 공장 이전 예정지들은 원유매장지에서 가깝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환경기준이 느슨한 아프리카 국가 등이었다. 실제로 토탈이 추진하고 있는 우간다 틸렝가 석유 시추 프로젝트와 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EACOP) 건설 사업은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1,443㎞ 길이의 송유관이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주요 생태계 보전지역을 가로지르면서 국립공원이 파괴되고, 1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토지를 빼앗긴 채 강제 이주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토탈의 ‘석유 제로’ 전략은 기후위기의 고통을 가장 열약한 지역과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정책이었다. 그린워싱에 맞선 동맹과 토론: 노동자 통제만이 친환경 전환의 유일한 경로다 토탈 그랑퓌 노동자들은 토탈의 그린워싱에 맞서 일자리를 위한 투쟁과 환경을 위한 투쟁을 묶어내는 광범한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토탈 정유공장 노동자들은 수년 전 정리해고가 관철됐던 라메드 정유공장 노동자들과 만나 소통하고, ‘지구의 친구들’, ‘그린피스’ 등 기후·환경운동 단체와 10월에 접촉했다. 기후·환경운동가들은 화석연료 자본과 맞서는 투쟁에 매우 흥분했고, 이를 계기로 형성된 노동자와 기후운동의 결합은 파업의 큰 동력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도 에너지·산업 전환에 관한 토론을 이어 나가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다국적기업의 손으로 친환경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노동자들이 공장의 통제권을 장악하면 오염을 덜 일으킬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윤 본위의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이라면 생태적 한계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존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와 환경 문제 두 가지 모두, 그 해답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에요. 우리에겐 노하우, 즉 실질적인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 손으로 장비들이 작동하게 만들죠. 그래서 만일 우리가 통제권을 쥔다면, 우리는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필요를 충족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갖고 운영할 거예요. 환경은 바로 우리에게, 우리 가족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건 토탈의 CEO, 패트릭 푸야네와 정반대 편에 있는 거죠.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윤 기계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요.” 3. 계급투쟁이 기후정의운동을 구원했다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통한 기후운동의 반등 세계 기후정의운동은 자본을 강제할 힘과 실제 변화까지는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몇 차례의 대규모 시위와 직접행동에 대한 회의가 확산하며 기후정의운동은 서서히 정체했다. 한국의 기후정의운동도 마찬가지다. 앞서 소개했듯, 기후위기 주범인 SK가 오히려 9월 기후행진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은 미약한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독일 메가스트라이크와 프랑스 토탈 노동자투쟁의 사례는 노동운동과 결합하는 것이 기후운동이 반등하는 방법임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 주범인 자본과 맞서 싸울 힘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과 직접 대립하는 유일한 계급이자, 이윤 창출을 중단시킬 능력을 갖춘 유일한 계급이다. 자본가들이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파업을 ‘정치파업’이라며 경계한 이유다. 기후위기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갖는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계급과의 만남을 기후운동의 과제로 메가스트라이크 사례에서 기후활동가들은 노동조합 조직을 자기 과제로 삼고 파업을 준비했다. 예컨대 이들은 대중교통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기후정의운동의 요구로 채택하고 노동자를 조직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기후정의라는 정당성과 사회적 지지를 부여함으로써, 기후운동을 낯설어하던 노동자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꿔냈다. 이는 기후정의파업이 실제 노동자파업이 되도록 하는 주요한 동력이다. 한국의 노동자 기후파업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후정의운동 역시 노동자계급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FFF 독일지부 역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다년간의 조직 과정을 통해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유기적 결합을 만들었음을 기억하자.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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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비정규직 여성 출산율, 대기업 정규직보다 4배 낮아1. 여성 출산율, 비정규직이 대기업 정규직보다 4배 낮아 지난 15일 오후, 부산에서 개최된 <노동정책포럼 주제 발표>에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출산율이 대기업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출산율보다 4배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발표를 맡은 문영만 지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연구 결과를 통해 저출생 개선 대책은 비정규직 위주의 노동시장 구조 완화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 소장은 “지난 14년간 15세에서 49세까지의 여성 노동자 출산율 차이를 분석한 결과 일용직 여성의 출산율이 정규직 여성의 출산율보다 4배 낮았다”며 “고용 불안정성과 소득 격차가 출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구별 자녀 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 17년간 임시‧일용직 여성 출산율 감소 폭은 0.42명으로 대기업 여성 노동자의 출산율 감소폭(0.18명)과 중소기업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감소폭(0.29명)보다 훨씬 컸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가 주택 보유자나 고학력자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저소득, 신혼 가구일수록 출산율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여성 출산에 대한 구조적 문제 진단이 없는 정책 남발 속에서 진정 집중해야 할 문제점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제가 격화되는 지금, 저출생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노동권 보장이 시급하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315123300051?input=1195m 2. 삼성반도체 노동자 ‘태아산재’ 첫 인정 …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 임신 중 유해 환경에 노출된 반도체 공장 노동자 자녀의 선천성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태아산재법(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후, 전자산업에서 나온 첫 인정 사례다. 기나긴 역학조사, 까다로운 인정 요건 탓에 그동안 ‘희망고문법’이란 평가도 받았지만, 조금씩 인정 사례가 쌓이는 분위기다. 22일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 3명의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을 같은 날 업무상 재해로 승인했다. 공단은 “자녀의 질환과 여성 노동자가 수행했던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업무상 재해로 판정한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2021년 5월 시민단체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약칭 ‘반올림’)을 통해 태아산재를 신청한 지 1,037일 만이다. 이번에 태아산재가 인정된 3명의 여성 노동자는 출산 전까지 10여 년간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벤젠, 아세트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의 유해 물질에 노출됐다. 이들의 자녀는 선천성 거대결장증, 무신장증, 발달장애 등의 질병을 안고 태어났다. 질병판정위원회는 여성 노동자들이 △여러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반도체 업종 여성 근로자에게서 유산의 증거가 확인된 점 등을 산재 인정 배경으로 꼽았다. 반올림은 “이번 산재 인정은 별다른 이름 없이 반복되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식독성 피해에 대해 ‘업무상 재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미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 간호사, 전자산업 분야 노동자뿐만 아니라 생식독성 피해를 겪고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을 확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전 산업에 걸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2217060003791?did=NA 3. 뉴욕시 재가 요양보호사, 24시간 노동제 중단을 위해 시청 앞 단식농성 미국 뉴욕에서 재가 요양 돌봄노동자들이 뉴욕만 허용하고 있는 하루 24시간 노동제 폐지를 위해 수백 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25명이 넘게 단식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No more 24!”를 힘차게 외쳤다. 환자의 집에서 24시간 온종일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유색인종 여성이다. 이들은 시의회가 24시간 노동제 폐지와 2교대를 도입하는 법안(No More 24법안, 인트로615)을 여전히 거부하는 행태는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살인적 노동착취라 규탄했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은 미국에서 24시간 살인적 노동착취가 허용되는 유일한 곳이다. 노동자가 24시간 재가 돌봄을 해도 임금은 13시간에 대해서만 받을 수 있다. 단식에 참여한 중국 이주 노동자 송귀하는 “오랜 시간 하루 24시간 일하면서 우리 몸은 혹사당하고, 망가지고 아픔과 통증으로 가득 찼다. 자녀와 가족을 돌볼 수 없다. 많은 자매의 건강이 나빠져 우리 역시 환자가 되었다”고 발언했다. 단식 중인 루즈 에스트렐라는 “지난 12년 동안 24시간 교대근무를 했고 때로는 14시간 연속해서 일하기도 했다”며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저들은 임금뿐 아니라 건강과 삶까지 훔쳐갔다”고 단식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노동착취 반대 청년 단체(Youth Against Sweatshops)의 릴리 랜달은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여성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 자랑스럽다. 지금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울 때다. 더 이상 24시간은 없다!”고 외치며 동조단식 소감을 밝혔다. 이 투쟁에는 중국노동자협회(the Chinese Staff and Workers’ Association), 여성단체 나는여자가아닌가(the Ain’t I a Woman), 가브리엘라 뉴욕(GABRIELA New York), 노동착취 반대 청년(Youth Against Sweatshops), 뉴욕택시노동자연합(NY Taxi Workers’ Alliance), 뉴욕법률서비스지회(LSSA 2320), 쉬울프베어커리노조(She Wolf Bakery Union), 아마존노조(Amazon Labor Union), 뉴욕대학연구재단교직원지회(Professional Staff Congress), 레드카나리송(Red Canary Song), 아파르트헤이트에는 기술이 없다(No Tech for Apartheid), 비영리법률단체 정의를 위한 동원(MFJ)의 파업 노동자, 자유의길 사회주의조직(Freedom Road Socialist Organization) 등이 함께했다. 자신의 투쟁과 연결해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밝히는 노동자들의 연대사도 가득했다. <참조 기사> https://www.harlemworldmagazine.com/stop-the-24-hour-work-day-nyc-home-attendants-support-hundreds-at-city-hall-hunger-strike-seeking-end-to-24-hour-workday/ 4. 정부, 첫해 ‘성평등지수’ 산출 끝내고도 석 달째 비공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한국 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국가성평등지수’ 산출을 지난해 말 끝내고도 석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간 정부가 해마다 국가성평등지수 산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 그해 연말 또는 이듬해 초 그 결과를 발표한 일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 산출을 위해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통해 <2023년 국가성평등보고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2022년 기준 각 분야 통계를 활용한 이 연구는 지난해 12월 20일 종료됐다. 그러나 여가부는 지난해 1월 ‘2021년 국가성평등지수’(75.4점)를 공표한 이후 지금껏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가성평등지수란 2009년에 국가의 성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발된 지수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가부는 성불평등이 심각한 분야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해마다 국가성평등지수를 조사·공표해야 한다. 경제활동(성별임금격차, 경제활동참가율 등), 의사결정(국회의원, 4급 이상 공무원 비율 등), 교육·직업훈련(고등교육기관 진학률 등), 안전(강력범죄 피해자 비율 등), 가족(가사노동시간, 육아휴직자 등) 등 8개 분야를 살펴 점수를 매긴다. 사회 각 분야 성불평등 실태를 드러내는 성평등지수는 국가 차원의 정책을 평가하는 근거가 되는 만큼 지수 발표가 이례적으로 늦어지는 건 그만큼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정책에 무관심한 결과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32933.html 5. 경제문제로 비혼을 선택하는 중국 여성들 중국에서 젊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차이 완러우는 많은 청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이 불공평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전 세대에 결혼한 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은 자신과 경력 개발을 위해 희생하고 약속된 행복한 삶을 얻지 못했다. 요즘은 내 삶을 사는 것도 충분히 어렵다”고 말한다. 중국은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며 낮은 임금에 청년실업률은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청년실업률은 40% 전후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청년 여성은 결혼을 미루고 있다. 2021년 공산청년동맹이 약 2,900명의 미혼 도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성의 44%가 결혼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평균 초혼연령도 10년 만에 4세 정도 높아졌다. 2020년 출산율은 1.28명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의무교육을 단축시키고 혼인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대책들을 제안하며 가부장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루 핀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페미니스트 활동은 중국에서 허용되지 않지만,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것은 가부장적 국가에 대한 비폭력적 불복종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3/07/asia-pacific/society/china-economy-women-singledom/ https://www.etnews.com/20240307000250 6. 일본 고법, 동성결혼 불인정은 위헌 일본 삿포로고등법원이 최근 3월 14일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일본 고등법원의 동성결혼 금지에 대한 위헌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모두의 혼인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메리지포재팬(marriage for all japan)’ 소속의 동성커플들이 2019년 2월부터 삿포로와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5곳 지방재판소에 제소한 동성혼 불인정 위헌소송 중 가장 앞선 판결이다. 삿포로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동성커플에게 결혼을 불허하는 것은 합리성이 결여된 차별”이라고 밝히며 동성결혼을 허용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도 불이익이나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원고 중 한 명인 타카시는 “꿈을 꾸는 줄 알았다”며 판결 결과에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날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는 헌법 제14조(평등권), 제24조(결혼의 자유) 등을 근거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법률 규정을 ‘위헌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두 법원은 국가가 법률을 개정하지 않은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한편 오사카지방법원은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일본은 G7국가 중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가시다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헌법이 이성애자 부부간의 결혼만 인정한다고 주장하면서 혼인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동성결혼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72%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했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6458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3/14/japan/crime-legal/same-sex-marriage-ruling/ 7. 뉴욕 나소 카운티 공화당,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를 표적으로 삼아 우위를 노리다 나소 카운티의 집행관인 브루스 블레이크먼이 나소 카운티 소유의 공공 스포츠 시설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MTF)과 여성 청소년이 소속된 스포츠팀의 시설 이용을 금지한다는 행정 명령을 내려 논란이다. 나소 카운티는 뉴욕주에 포함된 지역으로 미국 내 민주당 권력의 중심지였으나, 블레이크먼이 문화 정치(culture war issues) 측면에서 선동을 거듭하며 지역 공화당원을 빠르게 양성해왔다. 2021년 COVID 유행 당시 마스크 의무에 대한 반대 담론을 부상시킨 것은 블레이크먼 식 정치의 일례다. 지난 18일 블레이크먼은 트랜스젠더 올림픽 선수로 큰 인기를 얻었던 케이틀린 제너와 함께 대중 앞에 나섰다. 이날 케이틀린 제너는 트랜스젠더 스포츠 선수의 공공 스포츠 시설 이용을 금한다는 제한적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방했다. 이어 그는 “블레이크와 함께 여성과 여성 청소년들을 보호할 것이며, ‘깨어 있는 의제’를 전면적으로 물리치겠다”면서도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여전한 연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과거 올림픽 선수이자 현 방송 노동자로서 잘 알려진 케이틀린 제너를 대동한 것은 트랜스젠더 혐오 이슈에서 젊은 지지층을 모으려는 공화당의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이러한 정치적 행보는 미 대중들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2021년에는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중 40%가 트랜스젠더가 원하는 스포츠팀에서 뛰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2023년에는 그 수치가 10%p 하락한 30%에 불과했다. 심지어 트랜스젠더를 알지 못하는 응답자 중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에 대한 지지도는 같은 기간 8%p 하락한 23%로 나타났다. LGBTQ 인권 단체들의 비판이 예상되는 가운데, 블레이크의 행정 명령이 이대로 실시될 경우 앞으로 공공 시설을 사용하는 모든 스포츠 단체는 회원의 법적 성별에 따라 팀을 남성/여성 또는 혼성으로 명시적 기재해야 한다. 한편 레티샤 제임스 주 법무장관은 이러한 움직임이 “트랜스 혐오적인 모습이고, 매우 위험하다”고 공식 비판했다. 그러나 분리주의에 기반한 우파적 여성 정책이 유럽에서 대두되는 흐름을 고려할 때, 나소군에서 시작된 트랜스젠더 혐오 정치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조 기사> https://www.nytimes.com/2024/03/20/nyregion/nassau-trans-women-spor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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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1] 그린래시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8월 29일, 영국 런던에서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기후정의운동의 급격한 성장과 정체 우리는 2018년의 그레타 툰베리를 기억한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던 툰베리가 시작한 결석시위는 1년 만에 152개국 1,600개 지역의 동맹휴학으로 확산했다. 현실이 된 기후재난을 세계 각지의 청소년들은 피부로 느꼈고, 툰베리는 그들의 슬픔과 분노에 불을 지폈다. 툰베리와 청소년들의 결석시위는 양식 있는 자유주의자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갈수록 파괴적이고 빈번해지는 폭염, 홍수, 산불 등의 기후재난 역시 사람들을 움직였다. 2010년대 말,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시위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2020년과 함께 시작한 코로나19 위기는 기후시위를 더욱 발전시켰다.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더 심각한 보건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기후위기는 단순한 생태파괴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초래한 총체적 위기의 한 축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거리의 기후시위는 더욱 커져갔다.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2021년 11월, 100여 개 나라에서 ‘기후정의 세계 행동의 날’ 시위가 열렸다. 특히 COP26 회의장 앞에만 10만 명이 넘는 군중이 모여 탈석탄과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했다. 갈수록 불어나는 기후시위 앞에 국가와 자본도 ‘그린뉴딜’, ‘탄소중립’, ESG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거리의 시위가 변화를 만들어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 각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기후정의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COP28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거부했고, 폐막 이틀 뒤 의장은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간 한미일 등 22개국은 원자력 에너지 3배 확대 선언을 발표했고, 작년 4월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독일에서도 핵발전 회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은 기업 100곳에 북해 석유·가스 시추를 신규 허용했다. 프랑스는 환경규제가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유럽연합 환경규제의 일시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요국 그린래시(greenlash) 사례> 국가 내용 그린 래시 확대 스웨덴 203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 우세(찬성 42% 반대 47%) 독일 2024년부터 가정용 화석연료 보일러 사용금지법안 채택 후 과도한 기후대응 정책에 반대하는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지지율 상승(2위, 22%) 네덜란드 2019년 도입된 가축농가질소규제배출 비판 정당인 농민시민운동(BBB) 지지율 10%대로 상승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아젠다를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상승 탄소 중립 후퇴 EU ‘기업 지속가능성 주의 지침’ 대상에서 금융기업 제외 논의 시작 신규 배기가스 규제안인 ‘유로 7’을 현행 ‘유로 6’으로 유지 스웨덴 2024년 기후 대책 관련 예산(약 2.6억 크로나) 삭감, 유류세 감면 등을 통한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자 부담 경감, 신규 원자로 10기 건설 계획 발표 등 탈원전 기조 철회 영국 휘발유 및 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 연기(2030년→2035년) 기타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는 석탄화력발전 규제 등 에너지전환조치 완화 2024년 「글로벌 트렌드」, 현대경제연구소, 2023.12.29. 자본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ESG의 퇴조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ESG 펀드에서 50억 달러(약 6조 6,7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전례 없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최근 기업 경영진의 ESG 언급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도 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ESG’가 언급된 횟수는 2020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자본의 ‘그린워싱’을 비판했으나, 자본은 이제 거추장스러운 ‘워싱’조차 하지 않는다. 거리의 기후시위 역시 빠르게 퇴조하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을 거부한 지난해 COP28 회의장 앞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그 규모와 위세는 불과 2년 전의 COP26과 비교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초창기 대규모 시위는 기후위기에 분노를 표출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분노의 표출만으로는 국가와 자본의 변화를 강제하지 못했다. 시위의 효능감과 동원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새로운 운동으로 떠올랐던 기후시위가 어느덧 낡고 진부한 것이 된 것이다. 그 빈틈으로 극우의 기후·환경운동에 대한 반발, 이른바 ‘그린래시(greenlash, green+backlash의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2023년은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지구는 뜨거워지는데 기후정의운동은 식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국가와 자본의 그린래시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2010년대 후반 이후 성장한 기후시위에 자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우선 진단해야 한다. 이제 관점을 바꿔 전지적 ‘자본’의 시점에서 기후운동의 성장을 돌이켜 보자. 기후위기와 함께 성장한 녹색자본 2018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기후시위에 대해 국가와 자본은 ‘녹색자본 축적 전략’으로 대응했다. 단적인 예가 ‘그린뉴딜’이다. 한국, 미국 등에서 자본은 재생에너지, 전기차·수소차 전환을 내세우며 기후위기 해결사로 등장했다. 심지어 ‘좌파적’ 버전의 그린뉴딜도 마찬가지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그룹(DSA) 소속 하원의원이던 오카시오-코르테스는 2019년 2월 7일 “그린뉴딜을 위한 연방정부의 의무를 인식한다”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결의안의 골자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백만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의 주창자들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화석연료 산업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그 근거는 부실했고, 녹색자본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린뉴딜의 공동발의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렌을 보자. 워렌은 그린뉴딜 참여 기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직접투자와 전략적 지원으로 수출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첫째, 타국의 녹색전환을 지원하고, 둘째, 자국 녹색산업의 해외시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공적자금으로 녹색자본을 육성해 해외시장 장악에 나서자는 것으로, 이는 일종의 ‘녹색제국주의’다. 심지어 버니 샌더스조차 화석연료 기업에 대해선 몰수 수준의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지만, 재생에너지 등 녹색자본에는 별다른 제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른바 그린워싱과 ESG 열풍은 녹색전환이 새로운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자본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다. 거리의 기후시위가 성장할수록 녹색자본이 함께 성장했고 국가는 이들을 지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은 전기·수소차 확산을 위해 5년간 20조 3천억 원 지원을 계획했다. 물론 그 수혜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가장 많이 만든 현대차 그룹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기술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한화 등 재벌에게 61조 1천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전쟁과 에너지 위기의 교훈: 녹색은 비싸고 탄소는 싸다 그러나 녹색이윤의 꿈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쳤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요한 계기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자본은 공급망 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유럽-미국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2022년 유럽과 미국에 ‘에너지 위기’라는 공포가 휩쓸었다. 2021년 12월 1kJ당 3.63 달러이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2022년 8월엔 9.33 달러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대중에겐 빈곤으로 나타나고, 자본에겐 생산원가 상승, 즉 이윤율 저하로 나타난다. 마침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시작됐다. 이제 자본은 ‘그린워싱’을 할 여력조차 없다. 이윤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핵과 석탄은 대수가 아니다. 비싸고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대신 값싸고 항구적인 석탄발전으로 전 세계가 회귀하기 시작했다. 가스 공급의 15%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네덜란드는 이미 2022년에 석탄발전 생산 상한선을 해제했고 이탈리아도 석탄발전 확대를 선언했다. COP28의 화석연료 퇴출 거부는 그 연장선이다. 핵발전 역시 증가 추세다. 지난 1월 31일 국제에너지기구(IAEA)에서 각국 에너지 장관들은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선택하거나 그 사용을 지원하는 국가들은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잠재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석유와 가스의 비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SG가 퇴조하는 이유 역시 ESG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S&P500)의 주식이 20% 증가하는 동안, 글로벌 청정에너지 관련 주식은 20% 감소했다. 핀란드의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기후 테마 펀드들이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국가와 자본은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존권 위기의 책임을 기후·환경운동에 돌리고 있다. “생태 광신주의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 7월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 정치집회에 대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연대사다. 지배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신음하는 대중에게 “이건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기후활동가들 때문”이라고 호도한다. “기후위기 책임을 함께 분담하자”며 대중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요하는 일부 시장주의적 환경운동의 행위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극우파는 기후·환경운동을 비난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렇듯 자본은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그린래시에 나서고 있다. 안타깝지만, 지금 자본과 국가에게 거리에서 열리는 기후시위는 대수롭지 않다. 한국 기후정의운동이 마주한 갈림길 한국 역시 세계 기후정의운동과 궤를 같이 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등장은 한국에서도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민중에게 큰 자극이었다. 2019년 고등학생들의 금요 결석시위에 뒤이어 같은 해 9월, 최초의 대규모 기후시위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됐다. 이 흐름은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으로 발전했으며, 그 내용 역시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문제의식이 깊어졌다. 이는 2023년 4·14 기후정의파업에서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반대를 내걸게 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기후정의행진이 자리를 잡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은 세계 기후정의운동과 비슷한 정체 내지 하강을 겪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참가자 수의 정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SK에코플랜트(건설)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9·23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했다. 이는 기후정의행진이 정부와 자본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2019년 기후정의행동 이후 만 4년이 흐른 지금, 단순히 9월 하루 거리에 모여 요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운동이 발전할 수 없다. 거리 행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을 넘어, 자본과 정권에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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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자보] 2호: 가자 330! 가자 태안으로! 충남노동자행진으로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시작하자가자 330! 가자 태안으로! 충남노동자행진으로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시작하자 3월 30일 태안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이 열린다. 정부는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28기를 폐쇄한다면서도 발전노동자의 고용 문제는 내팽개치고 있다. 산자부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7,935명의 노동자 해고가 예상되지만 정부는 ‘취업 알선 프로그램’만을 제공할 뿐이다. 기후파괴의 주범은 자본과 정부임에도 일자리를 잃는 것은 노동자계급이다. 발전노동자들은 여기에 맞서 총고용 보장, 비정규직 철폐는 물론 에너지산업 국유화와 민주적 통제를 요구한다. 충남노동자행진은 발전노동자들이 제안한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다. 그리하여,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는 발전노동자들이 동지들에게 330 충남노동자행진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자본과 정부의 기후위기 책임전가는 발전소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을 보자.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해결책은 전기차·수소차 전환을 위해 현대차 등 재벌에 20조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윤석열 역시 현대차·한화 등 재벌의 탄소중립 사업에 61조원을 지원한다. 그 덕분에 기후악당 현대차 재벌이 순식간에 기후위기 해결사로 둔갑했다. 반면 산업전환으로 해고가 예상되는 비정규직과 부품사·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덕담을 건넬 뿐이다. 이는 제철소, 철강 등 여타 금속산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싸워야 한다. 지금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은 기후파괴 주범인 자본을 징벌하는 것이다. 자본은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한 주범인 동시에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기후악당이다. 심지어 산업전환 비용을 가장 열악한 노동자에게 전가하기까지 한다. 그 힘은 자본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생산을 통제한다는 데서 비롯한다.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은 자본의 생산수단 소유권과 통제권을 빼앗는 것을 향해야 한다. 노동자 산업통제로 필요에 따른 생산과 분배를 실현해야 한다. 그 경로는 현장과 산업을 넘나드는 계급투쟁이다. 자본에 맞서 자본의 통제권을 문제 삼을 수 있는 투쟁이라면 그것이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다.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은 발전과 금속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태안에서 열릴 1차 충남노동자행진을 시작으로, 당진·보령 등 금속노동자와 만날 수 있는 곳에서 2, 3차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30일 13시 기후정의 계급투쟁, 노동자 산업통제운동의 확산을 위한 사전결의대회를 진행하고, 14시 본대회에 함께 참여한다. 더 넓고 깊은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으로, 기후악당 자본을 응징하고 노동자 산업통제를 실현하자. <노동자 산업통제를 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사전결의대회 참가신청> :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2024년 3월 21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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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대결 멈추고 공공의료를 말하라민중의 건강을 볼모로 한 의정 대립 정부의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발표와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벌써 한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의 강 대 강 대립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 제때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정된 수술조차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있다. 사태가 길어지면 중증 또는 응급질환 환자들에게 언제 심각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고 제때 치료받지 못한 후유증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의정 대립이 파국으로 치달으면 보건의료 체계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다. 의사들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 한 명이 진료하는 환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점, 의사들의 장시간 노동 및 현격히 높은 노동강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착취에 의존하는 의료기관의 현실 등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분명한 징후다. 한국이 자랑하는 높은 의료접근성이나 짧은 진료 대기 시간도, 본인 부담 의료비 비중이 높고 지방의 응급 및 필수의료 역량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 등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의사들은 필수의료의 붕괴나 지방의 의료공백이 의사 수가 아니라 의료인력 배분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 경쟁 질서를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의료인력 배분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건강보험 의료수가(醫療酬價)를 인상하자’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필수의료 분야에 더 많은 수가를 지급함으로써 해당 의사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가 인상을 통한 유인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흉부외과 수가를 2배로 늘렸어도 흉부외과 지원율은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감소했다. 수익성과 경쟁이 지배하는 시장 질서에서 의료인력이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쏠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더구나 얼마나 의료수가를 올려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살아날지도 알 수 없다. 수가 인상은 필수의료 파탄과 지역의료 붕괴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거대 의료자본의 이윤만 증대시킬 것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의사들의 맹목적 반대는 대다수 노동자 민중에게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공공의대 설립 반대 등 한국 사회에서 의사들이 그릇된 특권의식을 내비쳐 온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의대 정원 확대라는 포퓰리즘 물론 이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현재 3,000여 명인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면서도 확대 규모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확대된 의료인력의 배치에 관한 구체적 로드맵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한국 보건의료 문제의 핵심이 의사 수 부족이며 의사 수만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굴고 있다. ‘어떤 의사’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느냐는 사라지고, ‘얼마나’ 존재하느냐만 남은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오직 ‘기승전 의사 수 확대’로 몰아가는 정책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증원 발표 전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 역시 예산이나 구체적 계획 없이 희망 사항만 적어놓은 것에 불과하며, 심지어는 기존에 실패했거나 실현 가능성 없는 정책들을 나열해 놓았을 뿐이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의대 증원 발표가 불러올 파장을 정부가 몰랐을 리 없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이것은 선거용 기획이다. 마치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유도한 것처럼 보이는 정부의 일방적 발표와 밀어붙이기식 행태가 이를 드러낸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을 탄압하면서 재미를 본 정부가 이번에도 ‘이권 카르텔’로 의사들을 악마화하면서 지지율 상승이라는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사태가 결국 일종의 정치적 쇼로 끝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내지르고, 긴장이 극대화된 시점에서 타협안을 제시하는 영웅을 만들어냄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만약 정부가 정말 정치적 쇼로 이 사태를 기획했다면 이는 민중의 건강을 볼모로 지지율 장사를 하는, 정말 치졸하고 간악한 정권이 아닐 수 없다. 보건의료 산업화를 위한 의사 수 증원?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정책이 소위 ‘의료민영화’, 즉 보건의료 산업화를 위한 의료인력 확충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공공’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역할했던 지방 의료원들에 정부는 6개월의 회복기 손실보상금 외에 아무런 지원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울산의료원과 광주의료원 설립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반면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와 실손보험의 확대를 야기하는 ‘건강보험 개편안’, 의료영리 플랫폼을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추진, 건강관리를 산업화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 개인 건강정보와 보건의료 데이터에 민간 보험회사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규제 폐지 등 보건의료 산업화를 위한 정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의대 증원을 보건의료 산업화 정책의 일부로 보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만 8~9개 대학병원이 2027년~2028년 개원을 목표로 500~1,000병상 규모의 총 10개소 분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대학병원들이 500~1,500병상 규모의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울산과기대 등에서 바이오·헬스산업에 필요한 의과학자들을 위한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이 정부가 주장하는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보건의료 시장화, 바이오·헬스산업 등의 이윤 증대를 위한 인력 공급이라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 문제는 공공의료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대립은 한국 보건의료의 진정한 문제를 오로지 의사 수 논쟁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과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과잉 진료,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 등 한국 보건의료가 드러내는 심각한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의 특징은 공적 재원으로 마련된 건강보험 제도와 시장 질서에 근거한 민간 의료자본 중심의 의료공급체계 간의 모순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필수의료 붕괴, 의료전달체계의 파탄은 ‘의료 시장 매커니즘’ 자체가 붕괴했다는 징조이고 한국의 의료공급체계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해결책은 보건의료 부문에서 영리추구 행위를 근절하고 무상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는 것이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시장주의에 기반한 의료공급체계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의료자본의 이윤을 늘릴 뿐이다.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시장 경쟁 질서, 의료산업에서의 영리 추구 행위를 그대로 두고서는 의료인력의 합리적·계획적 배치란 불가능하다. 이제는 의사 수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의 치킨게임에 가려진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진정한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 전면적 무상 공공의료체계로 나아가지 않고서는 저출생으로 지방 소멸이 현실화된 한국에서 각종 의료공백은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이 문제에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의료자본을 포함해 자본의 이윤 증식을 자기 사명으로 하는 자본가 정부나, 자신들의 특권을 한 치도 내놓을 생각이 없는 의사들이 무상 공공의료체계를 도입할 리 만무하다.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당당히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는 모든 민중의 기본권이다. 노동자들이 앞장서 공공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쟁취해야 한다. 1977년 의료보험 도입은 박정희 정권이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 시행한 시혜적 정책이 아니다. 1970년대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노동자 민중의 불만 고조, 전태일 열사의 분신으로 시작된 노동자들의 투쟁 증가라는 배경이 있었다.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확대 시행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이, 2000년 국민의료보험의 통합에는 1996~97년 총파업과 1994년부터 시작된 ‘의료보험통합일원화와 보험적용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를 통한 노동자 투쟁이 있었다. 민간자본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전면적 무상공공의료체계로 개편하는 것도 오로지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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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여성장애인 고용률·임금, 남성장애인의 절반에 그쳐1. 여성장애인 고용률·임금 ‘남성장애인의 절반’ ‘장애인차별’과 ‘성차별’이라는 이중의 차별을 겪고 있는 장애여성은 노동 현장에서 특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7일 ‘2023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의 여성장애인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경기도 여성장애인(23만 2,714명) 고용률이 19.9%인 반면, 도내 남성장애인(33만 4,988명)의 고용률은 47.9%이었다. 이러한 조사 통계를 통해서도 장애여성의 취약한 노동 조건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성·남성장애인의 임금 격차도 상당한데, 같은 조사에서 남성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은 234만여 원, 여성이 117만여 원으로 2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도 심각했다. 경기도장애인옹호기관이 지난 2022년 11월께 실시한 ‘2022 경기도 여성장애인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도내 거주 여성장애인 중 조사에 응답한 152명 가운데 38명은 ‘여성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따돌림, 소외 등 직장생활·대인관계 관련 차별(28.6%)’이 1위를 기록했으며, ‘업무 평가 관련 차별(17.9%)’, ‘직무·부서 배치 관련 차별(14.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장애여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노동 현장에서도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고질적인 이중차별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장애여성은 노동권과 성적자기결정권, 주거권, 교육권 등 사회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할 다양한 권리의 주체다. 따라서 장애여성의 교육 기회 보장, 장애여성의 특성과 욕구에 기반한 고용서비스 지원 등 단순히 고용률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넘어 장애여성의 일자리 정책 전반에서 권리 중심의 정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39916 https://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40533 2. 작년 이주여성 성폭력 상담 40% 늘었다는데 … 이유조차 모르는 정부 지난해 젠더폭력 관련 상담을 요청한 이주여성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발표한 ‘2023년 이주 여성 상담 및 보호 통계’를 보면, 2023년 서울이주여성인권센터의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5,345건으로 전년(4,416건)보다 21% 증가했다. 성폭력 상담 건수는 733건으로 전년도 522건에 비해 40.4%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사업주에 의한 성폭력, 사업장 변경 제한과 체류자격 문제가 만드는 위계로 인해 발생되는 성폭력·성희롱, 기숙사 내 발생한 성폭력, 사업장과 같은 곳에서의 불법 촬영 피해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담 통계 외에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젠더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3년 15만 865명이었던 결혼이민자는 2022년 16만 9,633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이처럼 이주여성의 규모 자체가 확대되면서 가정폭력·성폭력 위험에 처한 사례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시 가정폭력 피해 조사 항목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실태조사부터는 가정폭력 조사 항목을 처음으로 포함할 예정이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31924.html 3. 인도 아몬드 공장 여성 노동자 5,000명, 최저임금 등 요구 파업 인도 카라왈나가르 아몬드 공장에서 일하는 약 5,000명의 노동자들이 3월 1일부터 파업 중이다. 60여 개의 아몬드 공장의 사용자들은 대부분 비하르 지역에서 이주한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노동법을 위반한 채 장시간, 저임금, 고강도, 위험 노동으로 착취해 왔고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가 상승했지만 12년째 임금을 동결했다. 대부분이 여성인 노동자들은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카라왈나가르 마즈도르 노조(Karawal Nagar Mazdoor Union)로 뭉쳐 최저임금 적용, 8시간 노동시간, 안정적 임금 지급(매달 1일~15일 사이), 어린이집 제공, 화장실 개선, 안전장비 제공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함께 파업에 참여한 라리타는 “(그동안) 우리 노동자들은 비참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강제적으로 하루 14~15시간씩 분류와 청소작업을 했다. 남성들에게는 주로 기계작업이 맡겨졌다. 임금은 많이 받는 날에는 하루 300루피를 받는데, 이는 델리 지역 비숙련노동자 최저임금 하루 673루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장에서는 마실 수 없는 식수가 제공되었고, 화장실은 개수도 적고 아주 더러운 남녀공용 화장실뿐이었다. 정부로부터 의료보험,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했다. 사용자는 장갑, 마스크, 보안경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아몬드 표백에 사용되는 사폴라이트(Safolite) 화학물질과 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이나 기계 사고 등으로 매년 12명이 사망했고 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병을 얻었다. 사장들은 새벽 4시에도 호출해 일을 시키기도 했다. 6~8세의 아동노동 착취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지난달 임금을 주지 않으며 업무에 복귀하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노동들은 완강했다. 경찰의 시위 제지도 소용이 없자 사측은 깡패를 동원해 파업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더 용감하게 맞서며 단결했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에도 붉은 깃발을 흔들며 행진했다. 수차례의 노동부 항의에도 반응이 없자, 노조는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의 주요 구호는 “노동자들을 존중하기는커녕 노예로 대우했다”, “사장은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는데 임금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우리는 목숨을 바쳐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공정인가?”, “우리의 노동을 훔쳐 가게 놔두지 않겠다” 등이다. <참조 기사> https://en.themooknayak.com/labourer/enslaved-almond-workers-demand-for-basic-rights-and-daily-wage-in-delhi https://thewire.in/labour/delhi-amid-threats-over-5000-almond-workers-in-karawal-nagar-protest-for-fair-wages 4. 생식기능 상실 … 여성 노동자도 남성처럼 7급 장해 부여해야 여성 노동자가 난소 질환으로 생식기능을 잃을 경우 남성과 같은 장해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에는 여성의 생식기능 상실에 관한 별도의 장해 등급 기준이 없는데, 이는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등급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단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승소를 거뒀다. A씨는 2003년에서 2012년까지 LG전자 평택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질환을 얻었으며 이후 치료 과정에서 조기난소부전, 비장절제술로 인한 비장결손 등 후유 질환에 시달렸다. 조기난소부전은 이른 나이에 난소기능이 약해져 임신 능력을 잃는 병이다. 그러나 A씨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산업재해보험법령에 관련 장해등급 기준이 없다는 점이었다. 생식기능을 상실한 남성 노동자에게는 장해 등급을 인정하는 반면, 여성 노동자가 생식기능을 잃었을 때는 별도의 기준을 부여하지 않은 탓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3월 A씨의 장해등급을 8급으로 정해버렸다. 8급은 비장이나 한쪽 신장을 잃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등급이었다. A씨는 남성 노동자의 경우처럼 7급으로 산재를 인정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2월 1심 재판부는 “난소의 경우도 기능적 상실에 대해 7급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단은 불복했으나 2심 역시 판단은 같았다. 국제적으로 여성 노동자의 생식기능 상실은 형식적 존재 여부나 물리적 상실과 관계 없이 기능 상실의 여부를 근거로 판단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생식기능 관련 산재 판정은 기능 상실에 토대해 판단되고, 미국의사협회는 기능 상실 여부에 맞게 장해 등급을 부여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까지 제시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결론을 내려 차후 생식기능에 관한 다른 산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1716540001900?did=NA 5. 그리스, 트랜스젠더 혐오 공격이 벌어지자 수천 명이 시위에 나서 3월 9일, 그리스 테살로니키시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에서 검은 옷을 입은 200명에 가까운 군중이 21세 트랜스젠더 커플을 계속 쫓아다니며 병을 던지고 침을 뱉고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퍼붓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곧바로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었고 바로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수천 명의 시위가 조직되었다. 이날 시위에는 성소수자, 여성단체, 반파시스트연합, 학생, 노동자 등 약 3,000~4,000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파시즘, 동성애 혐오, 트랜스젠더 혐오를 비판하는 현수막과 피켓, 프라이드 깃발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한 참가자는 “24시간도 안 돼 조직된 집회치고는 많이 모였다”고 했다. 이번 성소수자 혐오 공격은 그리스가 정교회 국가 중 최초로 동성결혼과 입양을 합법화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심지어 해당 지역에서는 ‘증오 폭력과 인종차별 거부’ 메시지를 담은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중이었다. 6월에는 2024 유로프라이드(2024 EuroPride)가 테살로니키에서 열린다. 예술가인 필 이에로풀로스도는 “이번 사건은 새로운 법으로 일부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리스 사회, 특히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전반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테살로니키 유로프라이드 행사의 주최 측은 “두려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모이고 연대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숨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pinknews.com/2024/03/11/thessaloniki-greece-trans-attack-protest-lgb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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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1초에 4만 2천 원, 1일에 950만 원을 내라고 찾아오는 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이젠 헛웃음만 나와’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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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유인물]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자본가정당과 단절해야 한다아래에서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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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빼앗긴 선생님, 이제 누가 교단에서 정의를 가르칠 수 있을까?공익을 제보하니 투쟁에 나서야 하는 기막힌 현실 개학을 맞은 지난 3월 4일, 지혜복 선생님은 학교가 아닌 서울시교육청(이하 교육청)으로 향했다. 교육청 앞에서 연좌시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지혜복 선생님이 일하던 A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지혜복 선생님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이하 학폭 심의)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가해와 피해에 대한 올바른 해결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피해 사실을 진술한 학생들의 신원이 알려지고 그 학생들은 2차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학폭 심의 결과 가해 학생들은 서면 사과를 하는 데 그쳤다. 이에 지혜복 선생님은 지난해 6월 말, 이 사실을 교육청에 제보했다. 학교 측이 사안 자체를 은폐, 축소한 점도 교육청에 알렸다. 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들에 대한 2차 피해와 학교 내 갈등이 발생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권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러한 권고 조치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익제보를 한 지혜복 선생님을 다른 학교로 전보하기로 결정했다. 명백한 부당전보 사회교과 담당인 지혜복 선생님의 전보는 A학교 성폭력 사안 축소 은폐에 맞선 교육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부당전보다. 역사교과 선생님이 3명이었던 A학교는 2024년 교원 정원 감축지침으로 역사교과 선생님을 2명으로 줄여야 했다. 그런데 A학교와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은 “역사교과와 사회교과는 통합교과”라며 정작 사회교과 담당 지혜복 선생님을 올해 2월 초 전보 대상자로 지정했다. 이에 지혜복 선생님은 교육청 앞에서 피케팅과 연좌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3월 14일 현재 부당전보 철회 투쟁 52일 차, 전보 거부 2주 차를 맞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서울교육청 공익제보 지원 및 보호 조례’ 등에 따르면 공익제보자가 인사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 이에 지혜복 선생님은 “이번 조치는 공익제보자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으며 교과 정원 감축 과정에서 부당하게 전보 대상자로 결정됐다”며 교육청이 공익제보자 보호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로서 선생님의 권리와 교육과정 파행을 막기 위한 투쟁 투쟁을 이어가는 지혜복 선생님은 주변에서 “B학교에 가서 새롭게 시작하라”는 말을 적지 않게 듣는다. 하지만 지혜복 선생님은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A학교 학생들을 내버려 둔 채 새로운 학교로 발걸음을 떼기가 교사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너무나 힘들다. 또한 이번 부당전보를 받아들일 경우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지혜복 선생님에 대한 전보는 명백한 인사보복이다. A학교에서 사회교과를 담당하던 지혜복 선생님이 B학교로 옮길 경우, A학교에서는 사회교과 선생님이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 성폭력 피해자들의 곁을 지킨 교사가 사라진다. 가르치며 곁을 지켜야 할 학생이 있고, 있어야 할 자리가 있는 곳의 선생님을 전보시키는 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교사 정원을 축소하는 일이며 노동자로서 선생님의 삶을 짓밟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 학생들의 곁을 지키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싸운 교육노동자에 대한 부당징계임은 물론, 그 자체로 교과과정 파행이다. 지혜복 선생님이 투쟁을 시작한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외롭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혜복 선생님은 이번 성폭력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학교의 성폭력 실태조사가 실시되고 그에 따라 철저하고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이 시행되어 청소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한 단계 성장시켜 성평등문화가 학교 내 정착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바라고 있다. 한편, 이번 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17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 교육청 앞에서 A학교 성폭력 사건 해결과 재발방지, 지혜복 선생님의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집중 피케팅이 진행된다. [참조] A학교 성폭력 사안·교육과정파행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 기자회견문 및 공대위 참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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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홍콩 이주 가사노동자의 현실이다(출처: 공공운수노조) [필자 주] 한국은행이 지난 3월 5일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간하고 이주 가사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제를 주장해 논란이 크다. 한국은행은 또 실제 최저임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는 홍콩 사례를 들며, 현지 이주 가사노동자들의 업무만족도 역시 높다고 소개했다. 그러면 과연 현실은 어떨까? 돌봄, 이주노동자들은 합동으로 한국은행을 규탄했다. 필리핀에서 온 시엘라 테비아 보니파시오(Shiela Tebia Bonifacio)는 홍콩에서 수년째 이주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오전 5시에 일어나면 그의 동선은 톱니바퀴처럼 온종일 뱅글뱅글 돌아간다. 한밤중에 일이 끝나도 몸을 뉘일 곳이 바닥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가사노동자가 되어 방문한 첫 가정에서는 큰아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그래도 보니파시오의 사정은 강요에 못 이겨 외벽 창문을 닦다 떨어져 죽은 무수한 동료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외벽 창문 청소 강요가 금지된 지도,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일어나 2012년에야 법이 바뀌었으니 고작 10년 정도 지났을 뿐이다. 최근에도 이주가사노동자를 자전거 사슬로 구타한 뒤 음식도 주지 않은 채 의자에 묶어두고 해외여행을 떠난 고용인도 있었다. 홍콩아시아가사노동조합연맹(FADWU)는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노예와 로봇처럼 취급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FADWU에 따르면, 홍콩 이주 가사노동자들은 임금 착취, 성폭력,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우선 홍콩 법정최저임금은 시간당 40홍콩달러(약 6,700원), 시간당 평균 임금은 77.4홍콩달러(약 13,000원)이지만, 이주가사노동자들이 받는 시간당 실질임금은 7.8홍콩달러(1,300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FADWU가 2022년 접수한 사례에 따르면, 일자리 중계업체가 한 해 동안 평균 19,174홍콩달러(약 320만 원)를 부당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전년보다 54% 증가한 수치였다. 이렇게 과도한 중계수수료 때문에 부채 사슬에 묶인 이주가사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다. 또 2022년에 FADWU가 접수한 338건의 불만사항을 살펴보면, 이중 60%는 휴일 없음, 부적절한 음식,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포함한 노동권 침해를 호소했다. 이외에도 코로나 등 질병 지원을 거부당하거나 질병을 이유로 해고된 사례도 즐비했다. 그러나 노동자가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6%에 밖에 되지 않았는데, 노동자들이 취업 허가를 거부당할 수 있어 침묵해야 했던 것이다. 2021년 수행된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당한 성적 학대 및 괴롭힘 보고 건수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팬데믹 동안에는 4만 명의 가사노동자가 휴가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2016년 지역 비영리단체 저스티스센터(Justice Cente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자의 18%가 신체적 학대를 당했고, 66%가 초과착취의 피해자였으며, 6명 중 1명이 강제노동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1,000명 이상의 가사노동자는 주당 평균 71.4시간을 일했다. 홍콩에서는 소위 ‘2주’ 규정에 따라, 가사노동자가 직장을 잃으면 2주 이내에 도시를 떠나야 한다. 가사노동자들은 추방이 두려워 학대하는 고용주를 떠나기 어렵다. 또 ‘상주’법에 따르면 이들은 고용주의 집에서 살아야 하기에 과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주 좁은 공간이나 최악의 경우 맨 바닥에서 자도록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2023년 유엔이 홍콩에 ‘2주’ 규정과 ‘상주’ 규정 그리고 최저임금 적용 예외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을 만큼, 이러한 실태는 홍콩 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도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은 보수언론만 찾는 편협한 연구 결과만을 인용하여 최저임금 적용 예외를 정당화한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 아래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바닥을 치며, 전체 저임금 여성노동자 수가 2년 연속 증가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연구 결과인데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본인이 2년 전부터 했던 말이라고, 본인이 옳았다고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말 중 한 가지는 사실인 것이 확실한데, 바로 돌봄위기가 실제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간병살인이나 간병파산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돌봄 공백으로 인한 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이주노동자들을 더 착취해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올바른 대처법일까? 지난해 자산만 4조원 이상 불은 이재용 같은 재벌에게는 요구해야 할 게 없을까?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1천조 원이 넘게 쌓였는데, 왜 서민들이 돌봄 때문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가장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이 더 많이 착취되어야 할까? 더구나 최저임금 적용이란 둑이 무너지면, 그다음 칼날은 정주노동자를 향할 것이 뻔하다. 그런 점에서 13일 오전 한국은행 앞에서 진행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이슈노트 반대, 한국은행 규탄 돌봄/이주노동자 합동 기자회견’은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위해 중요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은행 이슈노트는 이주노동자 차별”이라며 “즉각 폐기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한국은행이 돌봄노동의 가치를 하락시킨다”고 규탄하며 “서사원의 완전월급제를 사수하여 돌봄 공공성 확보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이 90% 이상인 돌봄노동자의 고통과 희생 위에 국가 시스템을 만들고 시민의 불안을 볼모삼아 돌봄비용을 개별가정으로 떠넘기려는 계략을 우리는 용서하지 않겠다”라며 “인종 국적, 성별에 따른 차별없는 노동권과 인권, 그리고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돌봄 강화와 돌봄노동자의 적정임금과 고용안정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돌봄과 돌봄노동 저평가, 초국적으로 여성의 돌봄노동 착취를 조장하는 성·인종차별적인 한국은행 보고서는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미 한국에서 이주가사노동자는 휴게 없는 장시간 노동과 초저임금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이주가사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이주가사노동자의 82%가 입주제로 일하며 주 6일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동시간의 경우 하루 16시간 이상이 62%를 차지했다. 휴일은 1일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조차도 일요일 오전에 외출 후 일요일 저녁에 복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급여가 200만 원 이하가 74%이며 150만 원 이하의 초저임금도 11%를 차지했다. 이렇게 우리가 최저임금 적용 예외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최저임금 적용 예외는 이주노동자 차별이자 여성노동자 차별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무너져 내리는 최저임금제도를 더 후퇴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것은 생활임금 수준으로의 최저임금 인상이다. 또한 오히려 우리 사회에 절박한 것은 서사원 조례 폐지가 아니라 강화다. 전체 노동자가 단결해 최저임금 적용 예외 막고, 생활임금과 서울사회서비스원 강화 쟁취하자! [참고] ‘Tools more than humans’: HK domestic workers fight for rights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홍콩 이주여성 가사노동자, 일자리 중개 수수료 60%나 더 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