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목록
-
[말벌을 만나다#5] “입체안경을 쓰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 IT노동자 동지를 만나다12.3 내란 이후, 투쟁의 현장에 연대하는 많은 '말벌동지'들을 만났다.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많은 ‘말벌동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 노동조합원이 되기도 하고, 때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기도 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왔을까? 그 전에 이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이들은 왜 광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같은 대오에 섰을까? 다섯 번째 인터뷰이는 IT노동자 동지다. 주 100시간 노동을 견디며 살아온 IT하청노동자인 그는, 세종호텔 투쟁을 통해 처음으로 ‘입체안경을 쓴 듯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고 말한다. 지금은 일반노조 누구나지회 소속으로 연대 활동을 이어가는 IT노동자 동지. 7월 15일, 그가 어떻게 광장에 서게 되었는지, 어떤 고민과 실천을 이어가는지 들었다. 안녕하세요. 본인을 ‘IT노동자’로 표현하고 계신데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IT노동자’라는 닉네임은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지은 건 아니고요. 1월에 허지희 동지가 만든 웹자보 보고 세종호텔 집회에 참여했어요. 집회에서 참석자 이름 확인하잖아요. 저는 온라인 활동을 안 해서 닉네임 같은 게 없어서요, 노동 현장이니까 노동자로 얘기해야겠다, 근데 IT쪽에서 일하니까 ‘IT노동자’로 해야겠다 해서 한 번 쓴 거에요. 근데 그때부터 계속 ‘IT노동자’로 기억을 해주셔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강서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신혼부부이고요. 작년에 결혼했는데, 윤석열 내란 때문에 신혼생활을 6개월 만에 빼앗겼습니다. 전에 IT현장에서 근무할 때 1주 100시간씩 4주간 400시간까지 일해봤단 얘기를 하셨어요. 충격적인 얘기였는데요, IT노동 현장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저는 SI(소프트웨어 통합) 업무를 해요. 그러니까 쇼핑몰이라든지, 키오스크라든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서 소비자들에게 오픈할 때까지 개발하는 과정이에요. 제가 일하는 업체는 전체 규모로는 200명 정도 일하는 곳인데요, 정직원은 50명이고 프리랜서가 150명 정도입니다. 업력은 15년이니 업계에서는 중견기업 정도 되고요.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라고 봐야 해요. 일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PM(프로젝트 매니저)이 바뀐다든지, 다른 업체가 펑크를 내 전체 일정이 밀린다든지 하는 일들이 터지는데, 원래는 그럴 때 인원을 추가 투입해야 하거든요. 프리랜서를 계약해 데려오든지 해야 되는데, 그냥 어차피 월급 받는 정직원들이 땜빵하라는 식이죠. 코로나 때는 장시간 노동이 더 심각했어요. 그 전에는 진짜 심각한 프로젝트도 많았는데, 그나마 약간 나아져서 이제는 주 7~80시간까지 가는 프로젝트는 적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예전에는 밥 먹듯이 넘겼는데. 그래도 주 60시간 정도는 일합니다. 그건 명백하게 노동법 위반인데 문제 제기하는 동료들이 없었나요? 아무래도 우리 업체가 하청이다 보니까, 항의를 해도 원청에 책임을 떠넘기죠. “네가 갑(원청)에게 직접 따져서 오더를 내리게 해라” 뭐 이런 식으로요. 원청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프로젝트 계약서를 쓰면요, ‘프로젝트 종료 후 2년간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조항까지 넣어요. 그래서 이미 끝난 프로젝트인데, 원청에서 애프터서비스 요구했다는 이유로 가서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원청이 작업 일정 등을 통제하는 거니까 불법파견 소지도 있어 보이는데요. 하청업체 사장은 어쩌다 일 터지면 나와서 보는 수준이에요. 보통 6개월에 한 번이나 얼굴을 봤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너네 사장은 그래도 양심 있다”는 얘기를 해요. 우리 업체는 나름대로 팀이라도 꾸려서 프로젝트에 투입됐는데, 어떤 대기업은 하청을 주면서도 아예 원하청 노동자 자리 배치를 같이 하기도 하죠. 같이 일하지만 원하청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도 크다고 들었어요. 본인은 일하실 때 어떻게 대응하셨어요? 일단 너무 바빠서 대응도 힘들었어요. 사실 1주 100시간 일했을 때, 정말 안 되겠다 싶어 퇴사하려고 짐을 다 쌌어요. 그리고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는데 너무 바쁜 거예요. 일하는 곳은 광화문이고, 본사는 강남이거든요? 사직서를 내려면 강남까지 가야 하니까, 바빠서 사직서 낼 시간을 못 만들고 흐지부지된 적이 있어요. 워낙 힘드니까 동료들하고 전우 의식 같은 것도 생기기도 했고요. 일하며 힘들어서 민주노총 IT연맹 홈페이지 찾아가 보곤 했어요. 근데 처음에 프리랜서 노조 가입을 받을지 결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프리랜서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노조가 아니겠다 싶어서 가입을 안 했어요. IT업체는 정규직이 적고 프리랜서가 많은데 프리랜서까지 가입이 돼야 뭔가 협상이 가능하지, 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내란 터졌을 때 일반노조 누구나지회가 더 낫겠다 싶어서 거기로 가입했어요. 내란 사태가 터지고 활발하게 활동하셨는데요, 그때의 심경과 고민을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저는 계엄령 발표되고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어요. 12월 3일에 친구 돌잔치 가려고 돌 반지까지 준비해서 나가려다가 취소하고요, 이틀 후에 집회에 나갔어요. 그게 생애 최초의 집회 참여였습니다. 저는 박근혜 때도 집회 안 나갔었거든요. 근데 계엄령은 진짜 나라 망한다고 생각했어요. 과거 6~70년대 현대사 시간에나 배웠고, 다른 비민주적인 사회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죠. 막 국정원에 끌려가고 그럴 텐데, 못 살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12월부터 집회에 참여하면서 1월부터는 집회 자원봉사 활동도 하게 됐습니다. 남태령, 한강진, 민주노총 노숙투쟁 모두 참여했고요. 회사 다니면서 집회 다니고 그러다 보니 탄핵되고 나서 몸이 힘들더라고요. 회사에 퇴직하겠다고 하니까 일단 휴직을 쓰라고 해서 6월부터 9월 말까지 휴직을 쓰는 중입니다. 남태령 말씀을 하셔서 말인데요. 고백하자면 저는 그날 남태령 갈 생각을 아예 안 했거든요. 낮부터 집회를 했으니까요. 저녁에 명동에서 정리집회할 때 ‘남태령에서 농민들이 경찰에 막혀 있다’는 얘기가 방송차에서 나왔죠. 저는 그때 ‘아, 그렇구나’ 하면서 집에 갈 생각만 했거든요. 남태령까지 가실 때의 생각은 어떠셨어요? 그때 2차 계엄령을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긴장감이 있었잖아요. 한덕수도 탄핵해야 하느냐로 시끄러웠고요. 내란 세력과의 파워게임이 되고 있는데, 남태령에서 농민들이 밀린다면 그럼 우리가 밀리는 거다, 저분들이 밀리면 모두 손해를 보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때 집회에서 같이 나간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저 혼자 남태령까지 갔어요. 근데 오래 활동하신 분들은 그때 약간 여유가 있으시더라고요. (웃음) 저는 그때 정말 나라 망하는 줄 알았고요. 윤석열 퇴진 광장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주장을 펼쳤죠. 그중에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들은 누구였어요? 세종호텔 투쟁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광화문에서 5년 동안 일했는데 세종호텔에 노숙 농성투쟁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거든요. 마치 입체안경을 쓰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너무 무관심하고 몰랐구나, 하는 충격이요. 이렇게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구나, 내가 이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부채 의식이 생겼죠. 나는 그동안 내 살 길만 살았는데 이분들은 이런 사회운동을 했구나, 싶은. 아까 말씀하신 대로 일반노조 누구나지회도 가입하신 건데요. 실제로 노조 활동에 참여해 보니 어떠신가요? 사실 한국에서 노조활동은 사업장 단위로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게 중심 활동이거든요. 이를 위한 의결체계가 만들어지고요. 그런데 누구나지회 같은 형태에서는 의결체계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활동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톡방에서 대화는 활발한데, 서로 얼굴을 익히기도 힘들고요. 두 달에 한번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교육을 하고요. 교육 내용은 민주노조의 형성 과정, 일반노조의 의미 같은 거요. 총회하면 오프라인으로 2~30명 정도? 줌으로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사업계획으로 지역 연대활동을 얘기하는데, 개념은 좋지만 아직 좀 막연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동지는 ‘사회주의를향한전진’에서 진행 중인 사회주의 기초학습을 듣고 계시죠. 6강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오프라인으로 개근하셨어요. 교육 들으면서 어떠셨어요? 일단 신선해요. 왜냐면 정규 교육에선 못 들었던 얘기니까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에는 전공투 같은 사회주의 운동이 있다고 알았지만, 한국에도 사회주의 운동이 있는지 잘 몰랐거든요. 지인들에게 ‘사회주의’란 얘기는 직접 하긴 좀 그런데, 같이 집회 자원봉사했던 사람들에게 ‘너 이거 들었으면 되게 좋았을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미학 공부할 때 변증법 이런 게 관심이 있어서, 1강 철학 교육이 제일 재밌었고요. 지금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60% 중반대로 찍더라고요. 아마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왔던 사람들 상당수도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앞날이 어떨까요? 좀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요. 자원봉사를 같이 했던 사람들 보면,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했다가 실망한 것 같더라고요. 이재명이 당선되면 공격적으로 내란 청산을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광장에 나왔던 사람 중에 민주당원들도 있는데, 이들도 내란 청산이 빨리 안 되는 데 실망감 같은 게 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9월에 복직한 후에 회사 내에서 노조 활동은 가능할 것 같으신가요? 글쎄요, 회사에서 노조활동 하면 회사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웃음) 사장님이 고령이어서 맨날 ‘회사 문 닫아야 하는데’라고 얘기하시는 분인데 노조가 생기면 진짜 문 닫을 것 같아요. 그래도 동료들을 누구나지회에 가입시킨다든지 이런 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노동자 투쟁 연대도 계속하고요. 윤석열 파면 때처럼 열심히는 못 해도, 일과 병행할 수 있을 만큼 투쟁 연대도 열심히 하고요.
-
[성명] 권리 보장을 위한 진전,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의결을 요구한다.7월 11일, 남인순 의원 외 11명의 국회의원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여 입법예고하였다. 이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수정하여 통일하고 수술만 언급되어 있던 정의 조항을 약물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신중지를 급여 대상으로 포함하도록 명시하였다. 또한 형법상 ‘낙태죄’가 효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모자보건법에 잔존해 남아 있던 위법성 조각사유인 14조를 완전히 삭제하였다. 이후 7월 23일에는 이수진 의원 등 10인의 대표발의로 또 다른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안 또한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약물과 보험급여 실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였으며, 지원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였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개정 방향을 환영하며, 22대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하고 의결할 것을 요구한다. 모자보건법 14조의 삭제와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 건강보험 보장 등의 내용은 ‘낙태죄’의 효력 상실과 함께 즉각적으로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2조의 정의 조항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이 법이 제정된 1973년의 의료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이미 1988년부터 승인되어 이제 WHO 필수의약품으로 등재된 유산유도제를 이용한 안전한 임신중지에 의학적 가이드에 크게 뒤쳐진 조항이다. 따라서 정의 조항은 현 시대의 의학적 가이드와 기준에 맞춰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임신중지 관련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포함하여 누구라도 의료비로 인해 임신중지 시기를 지연시키게 되거나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는 임신중지 의료비 수가를 명확히 하고 임신중지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의료의 접근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무엇보다도,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삭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조항은 '낙태죄'를 유지하는 동시에, 장애와 질병이 있는 인구를 우생학적으로 통제하고 여성의 몸과 결정권을 국가 목적에 따라 관리하려 했던 인구정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14조로 인해 수많은 장애인들이 강제적이거나 동의 없는 불임 시술과 임신중지를 겪어야 했고, 그 실태조차 여전히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조항은 상대 남성에 의한 보복성 고발을 가능케 하여, 심각한 폭력 상황에서도 여성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의료 및 지원 현장에서는 여전히 모자보건법 제14조를 근거로 의료 서비스와 지원의 범위를 제한해 왔고, 이는 여러 문제를 초래해왔다. 여전히 상당 수의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마치 법적 기준인 것처럼 말하며 환자로부터 더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게 하거나 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지원이 가능한 절차로 인해 임신중지 시기를 지연시켜왔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에 반영된 내용들은 앞으로의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며 그동안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을 통해 국가가 저질러 온 심각한 인권침해의 역사를 청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21대 국회에서도 권리 보장 조항을 포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된 바 있으나 결국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되었다. 22대 국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즉각 발의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빠르게 의결하기 바란다. 나아가, 현재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을 넘어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상담과 지원 체계, 보건의료 연계 체계와 시스템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명시하는 모자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모자보건법 뿐만 아니라 상위법으로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 및 과거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의 한계에 머물러 있는 근로기준법, 약사법 등 관련 법의 개정도 빠르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법안의 개정과 함께 정부 보건 당국의 실질적인 행정 조치와 인프라 마련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산유도제를 즉각 승인하고,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라. 그리고 안전하고 공식적인 임신중지 지원을 위한 임상 가이드와 의료, 상담, 지원 서비스 체계 구축에 나서라. 우리는 앞으로도 국회와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며 계속해서 변화를 밀어나갈 것이다. 2025년 7월 25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노동당, 녹색당,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탁틴내일,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 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리스행동
-
애국주의 물결에 휩쓸리는 금속노조 - 지배자들과 한배를 타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순 없다!사진: 금속노조 지난 7월 초 전미자동차노조(UAW) 간부들이 금속노조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전미자동차노조는 2007년 기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임금협약은 그대로 두되, 신규 채용 노동자에게는 기존 노동자의 절반 정도만 받도록 하는 '이중임금제'를 합의한 노조로 오랫동안 어용적 행보로 비판받아 왔다. 2023년 이른바 민주파 집행부가 등장해 차별임금제를 상당히 완화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최근 그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 공무원 대량 해고 등 노동자 민중을 향해 야수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거나말거나(?) 금속노조는 아무런 비판도 없이 이들을 초청하고 함께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양 노조는 자동차산업 공급망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약속했다. 자본의 의도에 따라 분열하고 반목하지 않고 함께 협력해 싸우며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이는 양 노조의 실제 행보와는 다른 포장에 불과하다. 관세전쟁이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승리? 전미자동차노조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승리’라 치켜세웠다.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숀 페인은 3월 26일 트럼프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주요 관세를 발표하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십 년간 노동자 공동체를 파괴해 온 자유무역 재앙을 끝내기 위해 행동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를 환영한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자동차 관세가 ‘미국 내 생산 회귀를 이끄는 가운데,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고 지역 경제를 황폐화한 정책으로부터 손해 입은 블루칼라 지역사회를 회복시키는 조치’라 주장한다. 숀 페인은 북미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자동차의 75%가 멕시코에서 생산된다며 고율 관세로 매우 짧은 시간에 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생존과 고용은 오직 자본의 생존, 국제적 승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노사협조주의적 관점이 깔려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에게 일자리가 생길 수만 있다면, 다른 산업,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조합주의적 태도, 이기주의적 태도의 표본이다. 이런데도 '전미자동차노조는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승리'를 말한다. 누구에 대한 승리인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승리" -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산업 관세 부과 조치를 환영하는 UAW성명 자본가들의 장단대로? 나라마다, 산업마다, 기업마다 관세전쟁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미국 안에서도 수입 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을 우려하며 ‘제 발등 찍기’란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클라이슬러, 지프, 램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스텔란티스(피아트와 PSA가 합병해서 만든 그룹) 회장 존 엘칸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산 부품이 다수 탑재돼 있으므로) 무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으며, 포드의 최고 경영자 짐 팔리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자동차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밀어붙이는 대표적 산업인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자본가들도 모두 관세전쟁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에 공장을 둔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알루미늄협회 회장 찰스 존슨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지지하면서도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금속 공급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취사선택한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범위와 속도도 조절한다. 예전에 한국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은 한칠레 FTA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한일 FTA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했다. 내수시장을 빼앗길 염려가 없었고 칠레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기에 한칠레 FTA는 찬성했지만, 일본 기업 자동차들의 대대적으로 상륙하는 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한일 FTA는 반대했다. 이런 자본가들의 장단에 발을 맞추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노동자들이 자기가 고용된 자본의 입장에 따라, 태도 변화에 따라 그때마다 노선을 바꾼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첫째, 노동자들은 나라별로, 산업별로, 회사별로 갈가리 찢길 수밖에 없다. 둘째, 정부와 자본가들이 퍼붓는 산업 살리기, 회사 살리기를 논리에 맞서지 못하고 임금 삭감, 정리해고 공격을 허용하면서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자본가들은 회사와 한 몸이 되어 투쟁과 단결의 정신이 희미해지는 노동자들을 쉽게 절벽 밑으로 내몰 수 있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경쟁 도구로 활용되며, 들러리가 된다. 노동자의 대안은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가 아니라 이윤경쟁체제 자체에 대한 투쟁이며, 자국 시장보호를 위한 자국 자본가들과 연합이 아니라 전 세계 자본가들에 맞선 노동자들의 국제연대 강화다. 피장파장 전미자동차노조가 국제연대의 대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제이슨 웨이든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수석보좌관은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7월 10일 열린 ‘전환기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노동자 권리 확대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웨이든은 “자유무역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반노조 정책으로 작용했다”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면 기업은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으로) 기업들이 한국에서 철수해서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면 한국 노동자도 미국과 같은 고통을 받는다”라며 “UAW가 미국 조합원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시각도 있는데 전 세계 모든 노동자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지지하며 오직 자국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이로운 보호무역을 주장하면서, 전 세계 모든 노동자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황당한 얘기를 할 수 있는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금속노조도 전 세계적인 물량 경쟁과 공장 이전 앞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다른 대답을 못 한다는 점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피장파장이니 금속노조나 한국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변덕? 안타깝게도 제임스 웨이든의 진단은 틀리지 않는다. 금속노조 장창열 위원장은 7월 10일 총파업 담화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쟁으로, 기후위기로, 트럼프의 변덕질로 전 세계 무역과 생산 공급망이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우리의 일자리를 직접 위협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방어하는 정부의 현명한 대책만큼이나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투쟁은 내 자신의 일자리에서 시작해 한국 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정의로운 투쟁입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단호한 태도’, ‘한국 산업을 지키는 정의로운 투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모든 나라 노동자가 단결해 모든 나라 지배자와 싸우는 전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계급의 대립을 지우고 국가를 위해 단결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애국주의까지 들이밀고 있다. 결국, 이 논리대로라면 금속노조도 UAW처럼 이렇게 변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속노조가 한국 조합원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시각도 있는데 전 세계 모든 노동자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 먼저,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의 원인은 금속노조 위원장 담화문의 진단과 달리 트럼프의 변덕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4월 2일 대대적인 고율 관세 조치를 발표한 후.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90일간 관세부과 유예를 발표한 이유도 트럼프의 변덕 때문이 아니라 주식 폭락, 물가 상승과 소비 감소, 생산량·고용 감소 등 부메랑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관세전쟁은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불안정성을 완화할 수 없는 트럼프 정부의 절박함을 말해준다. 트럼프 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관세를 내세웠다. 물론, 관세전쟁은 단지 미국 세수를 늘리고 미국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무역과 안보를 직결시키고 세계자본주의 자체를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구축하려는 지렛대다. 관세전쟁에는 실제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러한 체계는 국가 안보와 무역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구현할 수 있다. … 미국의 방위 우산 안에 들어오고자 한다면, 공정무역 체계 안에도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미란(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보고서 23p>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필연적으로 더 큰 전쟁 위협과 더 격렬한 세계적 경쟁을 낳을 것이다. 어떤 나라, 어떤 자본이 경쟁의 파고에 휘청거리며 몰락할지 알 수 없지만, 한쪽에서의 부분적 몰락도 세계 전반의 극심한 경제위기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 그럴수록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들을 더 강하게 경쟁시키려 할 것이며, 노동자 민중의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는 협조주의, 애국주의에 빠져들어 노동자 민중이 무장해제 되었을 때, 얼마나 쓰디쓴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보여줬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산업 살리기, 회사 살리기란 명분으로 노동자들을 가차 없이 공격했다. 사진: 한국경제신문 다른 전망 10일 토론회에서 이익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미래변화대응 태스크포스(TF) 위원은 “한국 (자동차) 노조 입장에서는 UAW가 우리를 죽이고, 혼자 살겠다고 한다는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지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혼자 살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가 함께 살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가? 기업들이 한국에서 철수해서 동남아 국가로, 다른 나라로 이전한다고 할 때 어떤 태도를 실천해 왔는가? 누구도 긍정적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원청 대기업들은 부품사 노동자들의 저항을 통제하기 위해 생산 물량을 이원화·삼원화하곤 한다. 노조가 없는 다른 부품사에서도 동일한 아이템(부품)을 생산하도록 만들어, 노동조합 파업의 효과를 봉쇄하고 생산 차질을 막는다. 이런 공격에 맞서는 노동자의 대안은, 다른 부품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기 위해 아이템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부품사에서도 민주노조를 건설해, 물량 이원화·삼원화 효과를 차단하는 것이며, 같은 아이템을 생산하는 다른 부품사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대체 물량 생산을 거부하는 것이다. 국제적 차원의 공장 이동과 물량 경쟁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 원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인도와 태국으로 이전한다면 인도와 태국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와 투쟁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그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을 때는 대체 생산을 거부해야 한다. 물량이 이전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총고용보장,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완전 월급제 쟁취를 위해 싸워야 한다. 사업장을 넘어, 국경을 넘어 단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러 곳에서 일국적 전망을 넘어선 공동의 네트워크와 공동의 활동을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이런 전망이 지금 당장 한국 대공장 노조의 손에 잡히는 전망이 될 수는 없다. 지도부의 관료화와 현장 활동가들의 후퇴만이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평조합원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전망, 올바른 전망의 씨앗을 계속 뿌려야 한다. 관세전쟁의 충격은 금속노조만이 아니라 모든 노조 앞에 회피할 수 없는 문제를 다시 정면으로 던지고 있다. 관세전쟁을 이유로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는 모든 공격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정확한 대치선을 그어야 한다. 민족주의, 애국주의의 포로가 될 것이냐, 국경이 아니라 계급으로 단결해서 전 세계를 바꿀 것이냐? 그 누구도 이 근본적 질문을 회피할 수 없다.
-
[인터뷰] “잠깐만, 어? 진짜 부결이다!” - 통상임금 관련 사측 꼼수 걷어차고 투쟁 2라운드 준비하는 KEC지회 노동자들KEC지회는 2010년 자본의 민주노조 파괴 책동에 맞서 340일 동안 끈질기게 투쟁한 후, 현장에 들어가서 싸우자는 집단적 결의로 복귀했다. 사측은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만든 복수노조로 현장을 장악해 들어갔다. 그러나 KEC지회 동지들은 소수노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자본이 만든 어용노조가 앞장서 노동조건 개악안들을 수없이 밀어붙이는 속에서도, 전체 현장 노동자를 향한 선전과 선동을 지속하며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현장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평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기본적인 체계를 튼튼히 갖췄기 때문이다. 작년 통상임금 적용 범위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난 후, 지회는 자본의 꼼수를 예상하고 간부부터 조합원까지 전체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분투했다. 그 결과 끝내 교섭대표권을 가지고 있는 어용노조 조합원들도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을 선택했다. 잠정합의안은 부결됐고, 다시 투쟁의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김성훈 사무장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김성훈 사무장(왼쪽) 사진: 경향신문 최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작년 12월 19일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났죠. 대법원은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기존의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에서 ‘고정성’을 제외하고 ‘정기성과 일률성’만을 기준으로 봤습니다. ‘아, 우리 현장에도 영향이 있겠구나, 사측이 상여금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KEC는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저임금을 받고 있어요. 특히 지회의 여성 조합원들은 차별 시정이 있었음에도 금속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로 승진에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어용노조가 진행하는 교섭에서 임금 인상은 택도 없고, 그나마 법적으로 매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상분 정도만 오르는 실정이죠. 하기에 이번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두고 사측은 상여금을 기본급화하는 타 사업장 추세를 따라할 것이라는 점이 예상됐죠. 역시 사측은 2월 3일 지회와 진행한 개별교섭에서 ‘대법 판결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체불’이라는 문제 제기에, ‘상여금이 너무 많다’는 소리를 지껄였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대법 판결이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헛소리를 해대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다수노조인 어용노조를 이용해 통상임금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사측의 꼼수가 나오기 시작한 거죠. 현장을 조직한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우리는 판결이 나고 바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운 길로 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어요. 지회 임원회의를 열어 사측의 행보를 예상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확대 간부회의를 통해 대응방침을 확정했습니다. 임원회의, 집행부 수련회, 확간 수련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의제와 현장 대응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토론하기를 반복했죠.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전체 조합원 교육과 간담회를 통해 알려냈습니다. 올해 핵심의제로 현장 전체를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우리 지회만이 아니라 2노조, 3노조, 그리고 소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죠. 초반부터 너무 힘을 들이면 지칠 수 있기 때문에 타이밍 조절을 많이 했어요. 사실 소식지에 실었던 현장 반응도 초반에는 잘 올라오지 않았어요. 간부들이 주 2회 퇴근 후 회합을 하는데, 회의 내용을 봐도 내용이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전체 조합원 교육까지 다 마치고 나니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지회에 와서 현장에서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어요. 분명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활동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현장에서 조금 서툴고 때로는 틀린 얘기들이 들어오기도 해요. 이런 모습마저도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선 소식지를 발행했어요. ‘상여금은 임단협 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으며 예상되는 사측의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떼먹고 있는 임금이 어느 정도인지 직급별로 분석해 소식지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KEC지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 등을 담았죠. 주 2회 조합원들과 함께 선전전을 진행했고, 식당 등에서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OX 스티커 부착 등의 실천활동도 벌였습니다. 조합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지회 사무실엔 통상임금 관련한 유튜브 강의를 다운받아 틀어놓았어요. 조합원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보고 들을 수 있게 한 것이죠. 조합원들은 ‘내 상여금 니가 왜!’ 배지를 달고 라인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며 현장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했습니다. "내 상여금 니가 왜!" 4월이 돼서야 사측은 올해 임단협 안 속에 상여금 900%를 매월로 75%씩 나눠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짝수 달과 설, 추석, 여름휴가 100%씩 지급) 상여금을 기본급화해 그나마 매년 법적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랐던 임금 인상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6월 23일 사측 통상임금 안을 그대로 반영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나왔습니다. 그날도 식당에서 진행할 이벤트성 선전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아온 잠정합의안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간 관행을 봤을 때 사측도 어용노조도 결코 시간을 많이 주지 않고 바로 투표를 밀어붙일 것이라 예상됐거든요. 잠정합의안 부결 현수막부터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 잠정합의안 설명 시간 30분을 이용해 조합원들을 소집했습니다. 잠정합의안을 설명하는 데는 30분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교육과 활동으로 조합원들은 5분 만에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현장에 들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기에 바로 현장으로 뛰어갔죠. 잠정합의안 투표를 하기 전 3일 동안 조합원들은 집중력 있게 현장에서 부결을 조직했습니다. 그때부터 현장에서 포착되는 분위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지회로 마구 올라왔죠. ‘챗GPT에 확인해 봤는데 지회 말이 맞더라, 무조건 반대 찍을 거다’, ‘교섭위원이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화가 난다’, ‘최저임금 인상돼도 임금 안 오르면 뭐 먹고 사는데’, ‘이것들이 우리를 호구로 보네’, ‘열 받아 죽겠네, 최저임금 인상을 막아버리노’, 이렇게 현장은 분노로 들끓었어요. 그리고 조합원들이 올린 현장의 분노가 가득 찬 목소리들은 잠정합의안의 문제점과 함께 바로 소식지에 실어서 발행했죠. 소수노조로서 현장을 조직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KEC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2010년 노조를 파괴하려는 사측에 맞선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가 커요. 민주노조를 위한 처절한 투쟁 과정에서 먼저 떠나간 이들, 뒤통수 쳤던 이들을 마주하는 것은 15년이 흐른 지금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현장에 복귀한 초기에는 갈등이 심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내려가기도 하고, 결국 우리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성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했죠. 그동안 어용노조가 합의한 임단협을 두고 부결이 나오긴 했어요. 그러나 교섭대표노조(어용노조)가 가결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통과되곤 했죠. 그런데 어용노조에서도 부결 표를 던진 조합원들이 소수 있었어요. 같이 현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 술 한 잔 하면서 대화하며 관계를 형성해간 이들이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죠. 2015년에는 찬성률이 50% 조금 넘어선 걸 보면서 조금 더 노력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 해에 2016년에 찬성률이 70%가 넘어선 걸 보면서 속이 상했죠. 그래도 계속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기에 속상함에 머물지 않아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했어요. KEC지회도 힘들고 지치기도 해요. 그럼에도 꾸준한 현장활동 노력들이 예전에 비해 덜 뺏기고, 가끔 임금도 올리기로 하면서 결실을 맺는 거죠. 이번에도 조합원들과 이야기했어요. 이번에 상여금 뺏기면 10년간 우리 임금 안 오른다, 감정 내려놓고 어용노조 조합원들도 조직하는 것으로 무조건 다 붙어야 한다고요. 바로 우리를 위해서 싸우자고요. 우린 기본적인 현장활동의 구조가 갖춰져 있고, 조합원들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KEC지회는 3.8 여성의 날 전체 여성 노동자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고, 연 1회 복수노조 캠프에 타 노조 조합원들을 초대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일상적으로 공장 전체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 실천하고 있다_편집자 주) 부결을 확인한 순간은 어땠나요? 그날 우리가 퇴근도 미루고 대기하고 있었어요. 이미 우리 지회는 개표를 다 마쳐서 다수 노조에 결과를 팩스로 보내주고 기다리고 있었죠. 3개 노조 사무장 카톡방이 있는데 이전 경험으로 봐서 오후 6시 20분쯤이면 오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보다 조금 일찍 알림이 울렸어요. 기다리고 있던 모두가 저의 카톡 소리에 시선이 쏠렸죠. “부결이다. 아니 아니 잠깐만...” 어용노조 투표 결과를 먼저 봐야하는데 전체 결과를 먼저 본 거죠. 빠르게 스크롤을 내려 확인했어요. “어? 진짜 부결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 놀라면서도 환호했어요. 저 역시 놀랐죠. 사실 투표 전날 부결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소식지를 미리 써놨거든요. 지회장이 이거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간절한 순간들이 사무치게 다가왔어요. 조합원들도 열심히 현장에서 뛰면서 반응이 체크된 구역은 예상을 했죠. 반면에 반응이 없는 구역 조합원들은 말도 안 들어먹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한 조합원도 있었어요. 그래도 부결 소식을 함께 들었던 조합원들은 빨리 나가서 술 한 잔 마시러 가자고 했고, 그중에 야간 근무를 들어가야 하는 조합원들은 굉장히 아쉬워했죠. 현장 조합원들이 집중력 있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부결을 만들어 낸 현장활동이 그냥 자연스럽게 작동되는 것은 아니에요. 2010년 투쟁 이후 현장에 복귀하면서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강화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퇴근 후 간부 회합이나 수시 간담회 같은 것들이 있죠. 예정된 일정이 아니라 필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수시로 퇴근 후에 모여 논의하는 거죠. 2013년도에는 ‘민주노조 건설하자’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자주적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이런 시스템이 한 번 자리 잡으면 조합원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죠. 조금 활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더라도, 조합원들 스스로 체득한 경험은 마음먹으면 다시 끌어올릴 수가 있거든요.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원들과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하고, 규정도 있어야 하죠. 지회는 대의원대회를 거쳐 3주에 한 번씩 군(구역별) 간담회를 실시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규정이 있어도 대의원들이 실제 움직여야 가능하죠. 아마 이런 군 간담회를 자발적으로 하는 곳은 잘 없을 거예요. 군의 대의원이 의장이 되어 간담회를 진행하죠. 대신 방식은 군별로 자유롭게 열어뒀어요. 지회 회의실에서 하기도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하기도 하죠. 잘 되는 군도 있고, 좀 덜 되는 군도 있긴 해요. 매년 임단협 시작할 때 올해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현장에서 함께 대응하자고 말하죠. 또한 연대투쟁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옵티칼 투쟁에도 조별로 결합하고, 민주노총 최저임금 선전전 지침도 조합원들이 함께 결합하죠. KEC지회 안에는 일상적 노동조합 활동이 간부부터 조합원들까지 함께 논의하고, 함께 실천하는 것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요.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2010년 파업 당시 서로 소통하고 교육받고 토론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파업 당시 우리는 토론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처음에는 우리 조합원들도 토론하고 발표하는 것을 어색해하고 낯설어했죠. 6개 조에서 3개 조만 발표했어요. 조건이 있었거든요. 간부와 대의원들은 절대 발표자로 나서면 안 된다는. 그런데 3주 정도 지나니까 전체 조가 다 발표에 나서더라고요. 그리고 토론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집행부에서 수렴해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KEC지회가 소수노조인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활동하며 민주노조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뭐 특별한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속노조 강령대로,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 투쟁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죠. 민주노조의 기본 원칙은 우리 노동자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탄압을 이겨내면서 만들어진 것이잖아요. 그게 바로 노동자들이 만든 지혜가 모인 것이죠. 이런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우리 지회가 투쟁하면서 경험한 것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또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조합원들에게 공유되는 것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조합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교섭 과정이 비공개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용노조는 절대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죠. 제가 알고 있는 것, 집행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바로바로 조합원들에게 알려주죠. 그래야 상황 판단도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조합원들 속에서 아이디어도 나오거든요. 이렇게 기본정신을 지키는 것이 한편으로 힘 들기도 해요. 자본이 별다른 탄압을 하지 않는 시기에는 관성이 자연스레 똬리를 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게 무엇보다 민주노조가 절실하니까요. 원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수노조 사업장, 특히 소수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고생 많다, 진짜 힘들 건데.” KEC지회는 서로가 힘을 모아가면서 정말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이 워낙 활동을 잘하니까 자랑스럽죠. 지금은 소수노조로 있지만 처음에는 규모도 있었기에 괜찮아요. 그런데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노조들이 겪는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어요. 집행부에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조합원들이 알아주지도 않아서 스스로 자괴감이 들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민주노조를 유지하는 길은 무엇보다 지도부가 감당하면서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원도 얼마 되지 않아 조합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럼에도 소수의 무기력함 속에서도 훌륭하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계시는 걸 알아요. 일단 마음으로 위로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고 싶고요.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은 차후 문제인 거 같아요. 그리고 왜 우리처럼 못할까라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사업장마다 상황과 처지, 조건이 다 다르니까요. 어려운 조건에서도 버텨내고 있는 동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끝까지 할 거라는 걸 알아요. 그렇게 꾸준하게 가다 보면 그 동지들도 웃는 날이 있을 거잖아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없어져야 할까요? 생긴 게 없어지기는 쉽지 않잖아요.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 없어지지는 않겠죠. 현실에서 인정하고 가야죠. 복수노조 속에서 받는 탄압은, 탄압의 본질이 아니라 탄압의 구체적 형태, 탄압이 가해지는 구체적 지형이 변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근본적으로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잖아요. 변화된 지형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죠. 복수노조가 아니라 하나의 노조라면 좀 더 쉬울 수는 있겠죠.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 지회로 한 명을 더 데려와 조직화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고요, 다른 노조의 조합원도 같이 성장하는 방식이 있죠. 우리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면서 어용노조 조합원들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면서요. 그런 것이 현장활동이죠. 꾸준하게 밀고 가면 과정마다 맛보는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때로는 상처도 받고 욕도 하지만 원래 그런 거 아니겠어요.
-
[성명] 예견된 법무부의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 실패, 지금 당장 폐기하라!2024년 6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비상한 각오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 “돌봄 수요 충족과 양육비용 절감”을 외치며, ① 외국인 가사관리사 확대(25년 상반기 1,200명 목표) ② 외국인 유학생‧외국인 근로자 배우자 등에 가사돌봄 취업 허용(시범사업 5,000명)을 발표하였다. 이중 2024년 9월 시행된 ‘외국인(필리핀) 가사관리사 확대’는 기업의 불법통제와 감시감독, 임금체불 등 다양한 문제를 낳으며 중단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편, ② 외국인 유학생 등에 대한 시범사업은 2025년 3월, 법무부의 “국내 체류 외국인 가사, 육아분야 활동 시범사업”(이하 법무부 시범사업’) 발표로 구체화되었다.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를 악용하여 최저임금조차 적용하지 않는 반인권, 반노동적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3억이라는 교육예산까지 편성하며 시범사업을 강행했다. 법무부 시범사업에는 경북, 전북, 경남도와 서울특별시가 참여했으나 사회적 비판과 부정적 여론, 참여자 부족 등으로 서울시를 제외하고 모두 철회한 상태다. 이미 2024년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하 서울시 시범사업)을 졸속으로 강행한 서울시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노동착취 등의 문제를 외면하며 값싼 비용만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여러 방면으로 드러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 없이, 앞장서서 300명 규모로 법무부 시범사업을 신청하였다. 언론 등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42명만이 법무부 시범사업 교육을 신청했는데, 신청한 42명 중 8명만이 실제로 교육을 마쳤다고 한다. 젠더화된 돌봄과 돌봄 노동이 사회적으로 저평가되어 온 현실을 기반으로 추진된 사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이하 연대회의)는 법무부 시범사업 강행 당시에도 해당 사업이 가사노동자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기준법 11조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돌봄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자체와 정부가 앞장서서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행태 역시 규탄해왔다. 또한, 서울시 시범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쪼개기 계약의 문제, 이용 가정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즉각 접수하고 대응할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일상적 통제와 감시 등의 문제 등을 계속해서 지적하며 활동해왔다. 연대회의는 법무부와 서울시의 시범사업 즉각 폐기를 촉구한다. 또한 서울시 시범사업에서 확인된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불안 역시 함께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시범사업 폐기 차원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점 역시 강조한다. 돌봄이 ‘인력난’에 놓였다면 그 기반에 있는 민간기관의 난립, 시급제 및 단시간 호출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 ‘돌봄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개선해가야 한다. ‘비용부담’ 운운하며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말할 것이 아니라,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조차 적용하고 있지 않는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제외”를 폐기해야 한다. 또한 “값싼 이주노동자 활용”만을 모색할 게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 고용허가제 폐지 및 노동허가제 실시 등을 포함해 이주노동자에게 부담과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 법무부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 즉각 폐기하라! -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즉각 폐기하고 돌봄공공성 보장하라! -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쪼개기 계약 즉각 중단하고, 안정적인 고용기간 제대로 보장하라! - 정부는 근로기준법 제11조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및 외국인고용법상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 정부는 저평가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 2025년 7월 16일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건강보험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촉구 파업 돌입1. 건강보험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촉구 파업 돌입 7월 15일, 전국의 건강보험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2021년 공단과 맺은 ‘소속기관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순환파업에 돌입했다. 이어서 22일에는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과 함께 지부 총회를 개최하고, 오는 29일에는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연다. 현장에서부터 각종 회의, 선전전, 현장투쟁 등을 거쳐 모아낸 이번 파업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첫 번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라는 점에서 정치·사회적으로도 큰 주목과 지지를 받고 있다. 국가 의료복지의 핵심인 건강보험 일선에서 콜센터 전화상담을 하는 노동자들은 1,091가지가 넘는 자격, 부과, 징수, 급여, 노인장기요양 등의 필수 공익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 재산, 소득, 자동차, 가족관계, 심지어 출입국 기록, 시설수용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다룬다. 하지만 공단과 정부는 아직까지도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약속한 직접고용 전환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공단은 도리어 ‘2019년 2월 28일 입사자 공개경쟁 채용’, ‘AI상담 시스템 선도입을 통한 인력감축 시사’ 등 합의를 무력화하는 탄압을 벌이고 있다.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올해 다시 파업에 나선 것이다. 지부는 “정규직을 가장한 구조조정 중단”과 “1,633명의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현직자와 50여 명의 휴직자 모두 정규직 정원으로 확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을 이재명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파업투쟁에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확산 정책으로 공단 정규직에서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지 18년.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모든 노동자 정규직 전환 투쟁은 하나의 공공기관을 넘어 비정규직 철폐와 사회대개혁을 여는 관문이다.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새로운 길을 열자. <참조 기사> https://kptu.net/board/detail.aspx?mid=BCB52DDC&page=1&idx=53270&bid=KPTU_NEW01 https://kptu.net/board/detail.aspx?mid=F686C1F3&grpid=0&idx=53278 2. “직업계고 현장실습 4주→12주 확대” 전북교육청 지침 개정 논란 전북도교육청이 직업계고 산업체 현장실습 기간을 최대 12주까지 확대하는 지침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전북지역 교육·노동단체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2017년 실습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4주 제한’ 원칙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학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내모는 제도 개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등은 15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7년 이후 유지돼 온 최소한의 교육권 보호 기준을 파기했다”며 “개정된 직업계고 현장실습 지침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 4월 ‘현장실습위원회’를 열고 관련 지침을 전면 개정했다. 이를 통해 실습 기간은 현행 4주에서 최대 12주(전북지역 이외)로 연장됐고, 실습 시기도 연중 가능하도록 했다. 기자회견 주최 단체들은 “교육청의 이번 개정은 교육·사회적 합의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비극적 사건을 망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지역에서는 2017년 전주생명과학고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콜센터에 배치돼 현장실습을 하던 중 실적 압박과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은 영화 <다음 소희>를 통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단체들은 현장실습이 ‘학습’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 공급’으로 변질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208071.html 3. 공적연금, 노인빈곤율 15%p 낮췄지만 … 여전히 OECD 1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양대 축으로 하는 공적연금 제도가 지난 17년간 한국 노인의 빈곤율을 15%p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공적연금 소득분배구조 개선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극적으로 강화됐다. 공적연금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해 실제 빈곤율을 낮추는 ‘빈곤완화 효과’는 2006년 2.4%p에서 2022년 14.9%p로 6배 이상 커졌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개선 효과 역시 같은 기간 3.5%에서 27.0%로 8배 가까이로 확대됐다. 이런 변화는 노인 부양 체계의 구조적 전환을 명확히 보여준다. 노인 빈곤 감소에 대한 각 소득원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2006년 공적연금은 전체 노인 빈곤율을 1.2%p 낮추는 데 기여했지만, 2022년에는 그 영향력이 6배 이상 커져 빈곤율을 7.3%p나 끌어내리는 핵심 안전망이 됐다. 하지만 이처럼 공적연금의 역할이 커졌음에도 2022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43.2%에 달했다. 특히 여성과 초고령층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2022년 남성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56.9%였지만 여성은 32.4%에 그쳤다. 이는 과거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가 노후 소득의 불평등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로 인해 여성 노인의 빈곤율(48.7%)은 남성 노인(35.9%)보다 1.3배 이상 높았다. 75세 이상 노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들의 빈곤율은 61.3%로, 65∼74세 노인(30.8%)의 2배에 달했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이미 중장년층이어서 가입 기간을 충분히 채우지 못한 세대가 현재의 75세 이상 노인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공적연금이 노인 빈곤 완화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성과 75세 이상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강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50716079000530?input=1195m 4. 임신 중 공무원 하루 2시간 ‘모성보호시간’ 사용 의무화 임신 중 여성 공무원의 휴식이나 병원 진료 등을 위한 ‘모성보호시간’ 사용이 보장될 예정이다. 또한 남성공무원이 배우자 임신기간 중 검진에 동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휴가가 신설되고, 배우자 출산 이전에도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2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마련되었다. 먼저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의 여성공무원이 모성보호시간 사용을 신청하면 복무권자가 이를 반드시 허가하도록 의무화한다.그동안 임신 중인 여성공무원은 임신기간에 1일 2시간의 범위에서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할 수 있지만, 복무권자가 휴가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복무규정 개정을 통해, 앞으로는 모성보호시간 사용 신청 때 복무권자의 허가를 의무화해 임신 초기 또는 후기 여성공무원의 휴식권을 두텁게 보장할 계획이다. 여성공무원의 모성보호시간 사용 보장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아직까지는 국가기관이나 대기업 등 일부 일터에서만 보장되고 있다. 모든 일터에서 이러한 제도들이 보장되고 안착되며 육아와 여성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저출생 경향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46003&utm_source=dable 5. 미국 트럼프 정부, 성소수자 청소년 전용 자살예방 상담전화 폐쇄 미국 트럼프 정부가 다양성·포용 정책 폐지의 일환으로 ‘988 자살예방 상담전화’의 성소수자 청소년 전용 회선(3번)을 전격 폐쇄했다. 정부는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 유지 위해 선택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성소수자 커뮤니티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 청소년의 인권과 생명을 경시한 이번 사태에 대한 분노와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그동안 국가가 운영하는 988 자살예방 상담전화의 3번 회선은 인구 10명 중 4명이 자살위기를 경험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전문 상담사가 정체성 고민, 차별과 폭력, 괴롭힘, 커밍아웃 공포 등을 상담해왔다. 2022년 7월 이후 약 1,650만 명이 988 자살예방 상담전화에 전화하거나 문자 또는 채팅을 보냈는데 이 중 약 150만 건이 성소수자 청소년 전문 상담서비스로 연결되었다. <2024년 트레버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3세에서 24세 사이 성소수자 청소년의 39%가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고, 이 중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청소년의 46%가 자살을 고려했다. 하지만 정신건강 관리를 원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절반은 치료받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성소수자 청소년 전용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없앤 것이다. 시민인 에리히는 “이 전화는 많은 사람, 특히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사회적 생명줄과 같다. 이를 없애다니 정말 끔찍하다. 사람들을 죽일 것 같다”라고 성토했다. 성소수자 청소년 자살예방단체인 ‘트레버 프로젝트’는 ‘이는 잔혹한 결정’이라며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규탄했다.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의 삶이 비효율로 규정되었다’,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이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달린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공공의 체계적 지원망이 없다면 청소년 자살 위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조 기사> https://www.npr.org/sections/shots-health-news/2025/07/19/nx-s1-5472593/988-suicide-crisis-lifeline-lgbtq https://edition.cnn.com/2025/07/17/health/988-lgbtq-youth-services-end-wellness 6. 핀란드 노동 연대 센터 주최 워크숍 열려…성 평등은 모든 노동자의 과제 7월 6일 아크라에서 열린 핀란드 노동조합 연대 센터(UNI-SASK) 주최 워크숍에 모인 여성 노동자들이 성 불평등을 모든 노동자의 문제로 다룰 것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노동조합이 성차별을 여성의 고립된 문제가 아닌 노동자의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포괄적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노동조합 조직인 UNI-Africa의 여성 대표 파트리샤 나이만은 단체 교섭에서 성평등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통해 직장 내 가부장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만은 ‘성 평등 관점’을 포함한 단체 교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부모의 권리, 유급 출산휴가, 모유 수유 시설, 교육과 승진 기회의 평등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워크숍에는 가나의 통신노동조합, 산업상업노동조합, TUC 보안노조 등 3개 노조가 참여해 협상 역량 강화를 모색했다. 나이만은 여성의 목소리가 단체 교섭에서 반영되지 않는 현실이 신규 조합원 모집과 조직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단체 교섭이 노조의 핵심 기능이지만, 성별 이슈는 종종 후 순위로 밀리거나 완전히 배제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제는 노동조합에서 여성 조합원의 참여와 대표성을 저해한다고 했다. UNI-Africa는 여성의 협상 테이블 참여를 확대하는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UNI-Africa의 여성 지역 대표 레오카디 보도오는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성별 장벽을 해체하고 평등과 공동 책임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 조합원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은 여성 권익을 위한 집단적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이번 워크숍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되는 핀란드 노조의 지원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프로젝트 목표는 가나, 케냐, 짐바브웨 등에서 노조의 단체 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참고 기사> https://gna.org.gh/2025/07/dont-treat-gender-struggles-as-isolated-womens-issues-trade-unions-told/#google_vignette 7. 미국 볼티모어 간호사들, 7월 24일 첫 파업 예고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세인트 애그니스 병원(Ascension Saint Agnes Hospital)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7월 24일 하루 파업에 돌입한다. 볼티모어에서 간호사들이 파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간호사들은 2023년 11월, 볼티모어에서 최초로 병원 노조를 결성하며 주목받았으며, 전국간호사조직위원회/전국간호사연합(NNOC/NNU) 소속이다. 간호사들은 항상 환자 치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소 10일 전에 병원 측에 파업 예고를 하고 있다. 이번에 세인트 애그니스 병원 간호사들이 이번 파업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환자당 안전한 간호사 비율 확보 △간호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병동으로의 배치 금지 △수간호사에게 환자 직접 배정을 맡기지 않고, 다른 간호사들의 지원 역할에 집중하도록 할 것 등 크게 3가지다. 간호사들은 지난 2024년 1월부터 이와 같은 내용으로 병원 측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동안 수차례 집회도 진행했으나 병원 측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간호사들은 안전한 환자 치료, 적정한 인력 배치, 높은 직원 이직률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지난 5월 16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거의 만장일치로 이번 파업에 임하기로 했다. <참조 기사> https://www.nationalnursesunited.org/press/baltimore-nurses-announce-historic-one-day-strike-for-patient-safety [여성 뉴스 브리핑 X] http://x.com/Wo_newsbriefing
-
독일 좌파당은 자본주의에 넌더리 난 청년들을 언제까지 붙들 수 있을까?베를린에서 열린 좌파당 선거 파티. 가운데 있는 인물이 좌파당 공동대표 하이디 라이히네크다 사진: Jens Gyarmaty 예상을 뛰어넘은 좌파당의 선전이 말하는 것 지난 2월 독일 총선에서 좌파당(Die Linke)이 이변을 연출하면서 큰 관심이 모아졌다. 좌파당은 전 총선 에서의 4.9%에서 3.9%를 추가 득표해 8.8%(64석)를 차지했으며, 베를린 4개 지역과 튀링겐, 작센까지 모두 6개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특히 18~24세 유권자에게서 약 25%를 득표했는데, 이는 이전 선거에 비해 17% 상승한 결과였다. 지난해 12월까지 좌파당의 지지율이 3%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 좌파당의 유명 정치인이었던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2023년 연방의원 16명과 함께 탈당한 뒤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상징적인 반등이었다. 반면, 사민당은 9.3% 감소한 16.4%를 득표해 전후 역사상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고, 녹색당도 3.1% 감소한 11.6%에 그쳤다. 기사/기민당 연합은 28.5%로 제1당이,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20.8%로 2위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독일 사회가 우경화되는 가운데, 좌파당이 좌측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당의 선전은 2007년 창당 이후 근 20년 만에 거둔 중요한 성과였다. 창당 당시 10만 명 이상이던 당원은 축소되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분의 2 이상이 법정 정년을 넘겼지만, 최근 선거에서는 400만 명 이상이 좌파당에 투표했고 6만 명 이상이 당에 가입해 당원 수가 두 배로 늘었다.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여성과 퀴어 당원도 증가했다. 서독 지역에서도 지지가 확대됐다. 좌파당이 선전한 핵심 이유는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다른 길을 찾는 청년, 여성, 퀴어 등 사회 집단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방화벽’을 기민/기사당연합이 무너트린 사건이 좌파당이 선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거 나치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역사적 인식 속에서, 나치 옹호와 이민자 혐오 논란을 일으켜 온 극우 AfD와의 협력을 일체 거부하는 합의를 유지해 왔고, 이 합의를 ‘방화벽’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총선 전 기민/기사당 연합이 AfD와 함께 이민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전 사회적인 논란을 촉발시켰다. 수도 베를린에서만 최소 16만 명이 거리로 나와 “우리가 방화벽이다”를 외치며 저항했고, 각 정당들도 규탄 입장을 냈다. 그런데도 메르츠 기민/기사당연합 대표는 “우리가 제안한 정책이 옳다면, 누가 이를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같은 조건에서 주로 10~20대의 청년 세대가 방화벽 논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좌파당이 청년세대 지지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그들에게 이 문제는 “민주주의냐, 파시즘이냐”의 문제였고, “우리 세대의 미래를 누가 지킬 것인가”에 대한 절박한 질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들에게 좌파당 공동대표이자 연방의원인 하이디 라이히네크가 기민/기사당연합을 향해 “파시즘 부활의 길을 닦고 있다”라고 퍼부은 열변은 청년세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가령 그의 영상은 틱톡에서만 3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좌파당 외 다른 정당들도 이민 반대 결의안에 반대했지만, 사민당과 녹색당은 기민/기사당과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었고, 그들과 난민 정책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라바겐크네히트당 역시 이민 반대 법안을 지지했다.1) 결국 그들의 유권자들은 좌파당으로 대거 이동했다. 1)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이미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부터 정부의 난민 환영 정책을 비판하며 이른바 ‘워크주의(Wokism)’에 반대하는 ‘좌파 보수주의’라는 이름의 인종주의를 구축해왔다. '워크(woke)'는 애초 미국 흑인 인권운동에서 비롯된 용어로,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각성을 뜻했으나, 최근 우파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하고 비꼬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방화벽이다 (Wir sind die Brandmauer) 사진: Julius Liebing 이외에도 좌파당은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청년 세대가 겪는 생계와 주거 부담을 반영한 공약을 내놓았다. 실제로 독일 경제위기는 심각하며 이는 누구보다도 청년세대의 현실과 미래를 억누르고 있다. 지난 3년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독일의 전기세와 유류비는 4년 전 대비 40% 이상, 천연가스 가격은 90% 이상 올랐으며, 임대료는 10년 전에 비해 30% 이상 상승했다. 2021년 2월 기준 100유로의 가치는 현재 약 84유로에 불과하다. 독일 국민의 83%가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는 2022년의 39%와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이며, 독일대안당(AfD) 지지자들의 경우 그 비율이 96%에 달한다. 청년세대는 이 같은 경제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2023년에 발행된 독일청년빈곤보고서에 따르면, 18-24세 청년 25%가 빈곤위험군에 속해 있으며, 현장실습생 40%와 학생 3분의 2가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과도한 수준(소득의 40% 이상)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교육기관 '헤르티스쿨'의 동향조사(2022)에 따르면 청년층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임대료, 인플레이션, 기후위기, 노후 빈곤 등을 꼽고 있으며, 특히 14-29세 인구의 71%가 인플레이션, 64%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55%가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건에서 좌파당은 경제 문제가 당파적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좌파당은 기층의 다수를 대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선거 슬로건으로 “모두는 지배하고자 하지만,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함께 위에 있는 그들에 맞서 싸운다”와 같은 구호를 채택했다. 또 “임대료가 높으면 집주인이 행복하고, 생활비가 높으면 기업이 돈을 번다”, “마을이 물에 잠기면 부자들은 요트에 올라탈 것이다”, “난방비가 너무 비싸면 누군가는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등의 구호도 내걸었다. 공약에서는 이를 반영하여 임대료 상한제 및 동결, 주4일제 도입 및 15유로로의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 2배 인상 등을 내걸었다. 이뿐만 아니라 좌파당은 보수적인 가부장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극우나 기민/기사당연합에 맞서 성평등 정책을 강조하며 청년 여성과 퀴어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었다. 좌파당은 임신중지 비범죄화, 모든 성별 인정, 성별 확정 치료 접근권 향상, 퀴어 노동조합 지원 등 진보적 사회정책을 지지했다. 바겐크네이트가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지하는 법안에 반대하자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여성 유권자의 11%(남성 7%)가 좌파당을 지지했고, 특히 18-24세 여성의 지지율은 35%에 달했다. 이외에도 좌파당은 15,000회에 달하는 가가호호 방문 선거운동으로 유권자 설득에 성공했다. 신입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선거운동에 활력을 더했다. 반자본주의 계급투쟁보다 개량주의 노선 고수 이렇게 좌파당은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기층 민중과 청년 세대, 사회적 약자를 말하며 새롭게 도약했다. 하지만 좌파당이 이들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좌파당의 공약은 탈계급적이며 그 수준도 독일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한 수준이다. 가령 좌파당은 주거위기 해결을 위해 6년 간 임대료를 동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이미 폭등한 임대료에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몇 년 전 베를린에서 3천 채 이상을 소유한 부동산대기업 ‘도이체 보넨’에 대한 몰수 주민투표 가결을 고려하면, 좌파당은 이보다도 훨씬 미약한 공약으로 자본주의의 소방수 역할을 자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좌파당은 문제는 무엇보다 자본주의 위기 심화로 야기된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자본주의 변혁 전략이 필요하지만, 좌파당은 계급투쟁을 중심에 둔 변혁 전략은 사실상 포기하고, 제도 내 개량주의 노선에 머물러 있다는 데 있다. 예컨대 기사/기민당연합이 AfD와 함께 추진한 이민 반대 결의안은 자본주의 위기로 인한 불만을 이주민에게 전가하는 수단이었지만, 좌파당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계급투쟁을 조직하기보다는 탈계급적인 인종차별 반대 담론에만 치우쳐 있다. 좌파당은 애초 독일식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장본인이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사민당에서 탈당한 ‘노동·사회 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과 동독의 공산당이었던 ‘민주사회주의당(PDS)’이 통합해 만든 정당이다. 노동·사회 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은 슈뢰더의 신자유주의에는 반대했으나 사민주의의 개량주의 노선을 추종했고, 민주사회주의당은 스탈린주의의 한계 속에 있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좌파당은 계급 투쟁을 추동하는 정당이 아니라 개량주의 노선의 선거정당으로서 역할했으며, 그 한계는 반복돼 왔다. 대표적으로 좌파당의 뿌리 중 하나인 민주사회주의당이 베를린 시정부에서 사민/녹색당과 연정할 당시인 2003년에는, 대학·버스·청소 부문 노동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임금 삭감과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동독 공공주택 수십만 채를 헐값에 민간에 매각해 주거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또 최근 좌파당은 이민 반대 결의안에는 반대했지만, 그동안 독일 제국주의 정책에는 타협해 왔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좌파당은 최근 메르츠 정부가 계획하는 ‘국가부채 제동장치(Schuldenbremse)’ 완화 개혁안에 대해, ‘국방비로만 배타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이러한 개혁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규 차입으로 독일 재무장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용인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튀링겐주 전 총리이자 2025년 2월 직접 선출된 의원 6명 중 1명인 보도 라멜로프는 새 총리와 근본적으로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애초 팔레스타인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제국주의적 정책을 지지하며, 튀링겐주 총리로서 이미 난민 수천 명을 추방한 이력이 있다.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지 않는 ‘좌파’의 한계를 뛰어넘는 계급적 실천 필요 좌파당의 부상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2008년 세계 공황 후 이미 전 세계적으로 좌파가 부상한 바 있다. 그리스 시리자와 스페인 포데모스, 영국 제레미 코빈, 미국 버니 샌더스와 민주적사회주의자(DSA) 등 ‘좌파’들은 자본주의에 염증 난 수많은 청년 세대를 끌어모았고, 시리자나 포데모스는 집권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과 역시 알고 있다. 노동자계급과 유리된 그들은 자본가계급과 싸우기는커녕 투항했고, 오히려 그 집행자가 된 사례도 있었다. 좌파당 역시 반자본주의적, 반제국주의적 노동자계급 투쟁을 조직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개량할 수도 없다. 이미 좌파당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하여 그러한 도전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좌파당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학살 규탄 시위를 7월 진행한다고 밝혔으나, 하마스에 대한 ‘당내 의견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팔레스타인 학살은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벌어진 제국주의적 침략이며, 전쟁위기 확산의 중요 계기라는 점에서, 집회 연기 결정은 좌파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좌파당 역시 자본주의에 넌더리 난 청년들의 마음을 언제까지 붙들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다수의 청년이 다른 길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계급투쟁과 좌파당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자본주의의 폐허 위에서 청년들의 열망이 진짜 해방으로 이어지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더 급진적이고, 더 단호한 계급투쟁이다.
-
[말벌을 만나다#4] "노동자민중이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 사회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해요" 레어 동지를 만나다12.3 내란 이후, 투쟁의 현장에 연대하는 많은 '말벌동지'들을 만났다.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많은 ‘말벌동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 노동조합원이 되기도 하고, 때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기도 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왔을까? 그 전에 이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이들은 왜 광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같은 대오에 섰을까? 지난 5월 19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으로서 고공농성을 엄호하던 레어동지를 인근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대선시기에 진행했던 인터뷰지만, 이재명 정부가 시작부터 내란 장관을 유임하고, 동성애 혐오자 김민석 국무총리와 같은 문제적 인사들을 권좌에 앉히고, 기후위기와 전쟁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K-방산 확대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외치는 지금, 인터뷰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광장에서 우리가 외쳤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 대선시기 민주노총 지도부는 중집에서 민주당 지지안건 통과를 시도했고, 이미 전현직 간부와 단위노조의 민주당 지지가 줄지어 벌어졌다. 민주노총을 정부에 묶어두는 거간꾼 역할을 하기 위해 발탁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은, "보수양당과 일체의 협력을 금한다"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무색하게도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란 타이틀을 자랑거리처럼 얘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계급투쟁의 기관으로 재편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임을 다시 상기해본다. 12·3 내란사태 이전에도 사회의제나 활동에 관심이 있으셨다면, 주로 어느 방면에서였나요? 집회에 참여해본 적이 있으셨나요? 혹은 아예 없으셨나요? 처음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내란 전에도 윤석열 탄핵 관련 집회들이 있었잖아요. 당시에는 윤석열에 대해서 압박도 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촛불행동 집회 말고는 갈 수 있는 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촛불행동 집회에 참여했었어요. 그거 말고는 따로 더 집회를 나가거나 그랬던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내란 이후는 계속 비상행동 집회에 혼자 갔었어요. 누구랑 같이 가는 건 좀 신경 쓰여서 혼자 다녔었어요. 윤석열 탄핵된 4월 4일날에 한화빌딩 앞 집회에서 간호법과 관련해서도 발언 때 언급하셨었잖아요. 저는 그걸 듣고 ‘이전에 간호법 제정 운동에 참여하셨었나’ 생각했었어요. 그건 아니고요. 솔직히 좀 비관적인 생각이기는 한데, 저는 간호사가 단결하는 게 되게 힘들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일하는 것도 힘들고. 물론 안 힘든 노동자가 어디 있겠냐만, 힘들고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박혀 있고요. 노조에 들어가서 목소리 내는 것을 되게 귀찮아해요. 그런 걸 보면서 그냥 혼자 답답해 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어디 단체에 들어가서 목소리 낼 수 있었겠지만 안했고요.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도, 그냥 막연하게 간호사의 현실이 부당하고,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라는 걸 생각만 하고 있었어서, 그냥 그때 발언했을 때도 알리고 싶었어요. 간호사들도 이런 법의 제정이 필요하니까 한번 알아봐줘라, 간호사가 좀 힘들다라는 거 한 번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때 발언했었던 거고요. 저는 간호사 관련한 단체에 들어가거나 그러지는 못했었어요. 탄핵광장에서 보건의료봉사를 한게 간호사로서 했던 유일한 일이에요. 많이 비관적이죠. 이번 탄핵 정국 때에도 대한간호협회에서 성명서를 낸 것도 없었어요. 간호사는 조직력이 왜 없을까요? 병원에서 가장 많은 게 간호사거든요. 간호사들이 제일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우를 못 받고 있으면서도 그냥 안에서만 맴돌아요. 이거를 어디에 얘기하거나, 단결해서 파업을 한다던가 이런 거를 못해요. 이유를 생각하자면, 일차적으로 환자 때문이겠죠. 우리가 이렇게 힘든 거를 환자들도 알 수 있도록, 우리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를 인식시키려면, 간호사들도 뭔가 행동을 해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이 커요. “그럼 우리가 나가버리면 환자는 누가 케어하느냐” 거기서 아직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그거를 넘어서야 뭔가 전진될 수 있는데도 아직 그거는 좀 힘든 것 같아요. 그걸 하기 위해서는 가장 큰 단체인 대간협에서 뭔가를 해야 될 거 같은데, 그들도 되게 보수적이라 아직은 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번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때 처음 얘기했던 것 같아요. 제가 간호사라는 걸. 대단한 건 아니지만요… 처음엔 촛불행동 쪽 집회에 참여하셨다고 했잖아요. 언제, 어떤 계기로 거통고나 세종호텔, 이런 투쟁하는 노동자들 집회하는 데에 오시게 됐나요? 원래도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었어요. 제가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 사회가 노동자들에게는 상당히 부조리하잖아요. 저는 부조리를 느끼지만, 뭘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었거든요. 그런데 12월 7일 날 국회에서 양경수가 얘기했던,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 진짜 뭔가 … ‘멋있다’. ‘되게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이 저에게 크게 다가왔었어요. ‘이거 뭔가 될 것 같다’ 라고 생각해서, ‘이제부터 집회나갈 때 무조건 민주노총 깃발 따라다녀야지’ ‘그럼 노조분들이랑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그 뒤론 계속 민주노총 깃발, 금속노조 깃발만 따라다녔어요. 거통고에 연대하게 된 건 무지개 조선소가 컸어요. 그 전까지는 2022년 파업 투쟁으로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어요. ‘어떤 노동자가 케이지 안에 들어갔다’ 라는 것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거통고인 줄은 몰랐거든요. 그냥 그런 투쟁이 있었다는 것만 알았죠. 그런데 그게 거통고였고, 처음에 무지개조선소에 왔을 때는 그렇게 큰 투쟁을 하고 있는 지도 몰랐었던 상황이었고, 되게 죄송했죠. ‘내가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왔구나’ ‘이 프로젝트도 하나의 투쟁인데, 나는 너무 놀러 왔네’ 라는 생각이 되게 컸어요. 그래서 ‘나는 늦게 온 만큼, 대화도 잘 해보고, 잘 알아가 보자’라는 마음이 되게 컸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거통고에 연대하면서 투쟁하게 됐고요. 세종호텔도 그 전까지는 솔직히 진짜 몰랐거든요. 거통고에 연대하기 전까지도요. 저는 박근혜 퇴진 광장 때 진수동지가 고공에 올라갔던 줄도 몰랐어요. 핑계긴 한데, (고향인) 제주도는 정말 정보량이 적거든요. 큰 것만 알 수 있어요. ‘박근혜 퇴진 광장 집회에 몇 명이 모였다’ ‘어떤 의원이 왔다’ 이런 정보만 있었지, 솔직히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건 되게 축소시켜 놓잖아요. 그래서 저는 몰랐어요. 그래서 그것도 또 너무 죄송한 거예요. 저는 모든 연대의 마음의 시작에는 죄책감이 커요. 이들은 진짜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제주도에 있다는 핑계만 대고, 분명히 찾아봤으면 알았을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게을러서요. (어떻게 모든 걸 다 알겠어요) …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중에 알았다는 게 되게 죄송했었죠. 세종호텔에도 솔직히 자주 가진 못했잖아요. 그거는 아직도 좀 죄송하죠. 박근혜 퇴진 정국 때 제주도에 살고 계셨어요? 그때 학생이었어요. 그땐 제가 한창 바쁠 때여서…(간호사) 국가고시도 준비해야 되고 … 보세요 제가 이렇게 핑계를 댄다니까요. 그래도 시험은 쳐야죠, 그래야 간호사가 되잖아요.(웃음) 아무튼 그때는 정말 죄책감이 컸어요. 되게. 그때 참여했었던 시민들한테 정말 감사했죠. 제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지만요. 윤석열 파면된 날에 제가 정말, 친구들이 이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던 말이 있었어요. “레어야 고생했다” 이 말 정말 듣기 싫었거든요. 이유는 너무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것 같아서요. 남의 일이 아니잖아요. 이 내란이 그 당시에 계엄이 터지고 달려갔었던 시민들 덕분에 막아졌고, 더 퍼지지 않은 거잖아요. 그래서 막아진 거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데, 내란이 종식이 되니까 되게 별거 아닌 걸로 생각을 하는 … 가끔 그들과 대화를 하면 좀 제 3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어요.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몇몇 친구들과 집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게 딱 한 번이었거든요. 어쨌든 내란이 길어지면서 그들도 지쳤겠죠. 그 뒤로 제가 몇 번 가자고 했는데, 안 가겠다고 하는 얘기 들으면서도 좀 속상했는데, 그걸로 끝났어요. ‘내가 열심히 해야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수고했다’라는 말만은 듣기 싫었거든요. 제 주변에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고. 제주도에서도 분명 민주노총이나 비상행동 주최로 집회를 했단 말이죠. (제주도에 있는 사람들에게) “거기라도 참여해라”라고 말해도 안가요. 왜 안 가냐고 하면 일이 많대요. 알겠다고 했어요. 레어동지는 언제부터 서울에 살았어요? 3년 전에 왔어요. 서울은 꼭 오고 싶었거든요. 제주도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주도는 커뮤니티가 너무 좁아요. 말이 너무 잘 퍼지고요. 주변에 가족들 지인이 너무 많아요. 제 행동을 되돌아봐야하고, 조심해야하고. 물론 서울에서도 그러긴 해야 되지만요. 제주도는 그게 좀 많이 심했고요. 제가 언제 마음을 먹었냐면, 병원에서 일하면서, 그냥 환자 A였는데, 제가 그 환자를 막 돌보다가, 그 환자가 갑자기, “근데 너 000 딸 아니냐?” 하는 거예요. “네 맞는데 누구세요?” 하니까 “아 나 000 친구 누구야” 하는 거예요. 그때 ‘빨리 벗어나야지’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버리면 간호를 제대로 못 해요. 신경쓰이니까요. 물론 제가 뭐 간호에 큰 뜻이 있고 그러진 않거든요. 간호는 제 성격이랑 안 맞아요. 어쨌든 그때 진짜 크게 마음 먹었고, 그래서 떠나오게 됐습니다. 12월 3일 내란 터지기 전과, 지금의 레어 동지를 비교해 보면, 내란사태를 거치면서 뭔가 변한 게 있나요? 일단 가볍게 얘기하면, 야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 물론 경기 찾아보고 분노하고 그러긴 하는데요. 제가 그 전까지는 야구 시즌만 기다리며 살았던 사람이거든요. 쉬는 날마다 야구장 가고, 잠실에서 게임하면 무조건 가고요.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그 다음, 저의 취미 생활을 다 뒤로 미룬 거요. 원래 책 읽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책을 읽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사색할 시간이 필요한데 저는 지금 그럴 수 있는 조건이 없잖아요.(웃음)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영화도 못 본지 오래됐고, 공연 보는 것도 좋았는데 공연도 못 봤고. 그건 뭐 가벼운 변화인 거고요.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너무 많은 투쟁장들을 알게 됐고, 부조리를 너무 더 격하게 알게 됐어요. 그 차이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저는 그 전까지는 막연하게 분노만 하고 있었거든요. 저의 상황에 한정돼서요. 간호사면 간호사, 여성이면 여성에 대해서 그냥 한정적으로만, 분노만 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저의 범위를 더 넓혀서, 간호사 말고 다른 노동자들, 퀴어와 소수자들로 나의 범위가 더 넓어졌고, 알게된 만큼 그들을 바라보게 된 것도 변화라면 변화겠죠. 그 전까지는 남이었는데 지금은 동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고요. 저는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이들을 알게 된 이후에는, ‘내가 너무 곱게 자랐구나’ 싶었어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지혜복 선생님 투쟁장에 갔을 때 발언을 하는 동지들을 보면서, ‘나는 학교를 정말 순탄하게 다녔구나’라는 생각도 하게됐고요. 그리고 간호사는 면허증만 따면, 이력서 내면 별로 어렵지 않게 병원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쉽게 사직서를 내고 나올 수 있는 여건도 돼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에 대해서 계속 분노, 아니 분노도 아닌 것 같아요. 이들과 비교하면 그냥 짜증만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듣고, 이들이 처한 상황을 들으면서, ‘난 도대체 뭐에 분노를 하고 뭐에 짜증이 그렇게 났을까?’ ‘이들은 더 힘들고 더 안 좋은 조건에서 더 심한 탄압을 받았었는데, 넌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그렇게 사회에 불만이 많았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정말 나 곱게 자랐네’ ‘그냥 막연한 불만만 했구나’라고 생각하며, 제 자신한테 짜증이 많이 났었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당당한 거통고 조합원이 되셨군요. 맞아요. 근데 진짜 거통고지회에 가입하기 전까지도 정말 많이 고민을 했었거든요. 조합원 동지들이 얘기하는 것과는 약간 고민의 결이 다른데요. 처음에 조합원이 됐을 때 ‘내가 여기 와서 뭘 할 수 있지?’ ‘내가 뭘 도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 조합에 가입해서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 때문에 가입할지 말지 갈팡질팡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뭔가 이제는, 생각을 정리해서 잡았고, ‘아 이렇게 하면 같이 싸울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좀 하게 돼서요. 지금은 좀 정리가 된 것 같아요. 아직도 조합원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고 있기는 한데요, 일단 제 자리에서 열심히 싸워야죠. 저는 어디에 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냥 옆에서 누가 막 얘기하면 ‘맞지 맞지’ 맞장구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머릿속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어디 가서 막 발언하고 그러는 건 제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 탄핵 정국을 지나고 거통고에 연대를 하게 되면서 같이 싸우고, 조합원이 되고, 발언을 한 두 번씩 하게 됐는데, 이런 게 저의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내란 사태 이후에 거통고를 만나면서, 그냥 ‘이런 곳도 싸우고 있네’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잖아요. 무지개조선소 왔다가 그냥 잘 참여하고 갔을 수도 있는데, 왜 계속 이렇게 같이 하게 되었을까요? 그들의 투쟁을 알게 되었고요. 그게 가장 컸고요. 두 번째는, 나도 노동자니까,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거통고 투쟁이 그들만의 투쟁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노조법 개정) 의제를 갖고 와서, ‘이거를 개정하라’는 요구가 있었잖아요. 저는 이게 정말 컸어요. ‘이들은 그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모든 노동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투쟁을 하고 있구나’ ‘그러면 나도 노동자니까 같이 싸워야지’ 그래서 했던 것 같아요. 노조법 2,3조 개정이 거통고만을 위한게 아니니까요. 맞아요. 노조법이 개정되면, ‘간호사도 파업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그냥 막연하게 생각해 봤어요. 물론 노조법 개정 자체에는 그런 내용은 없지만…혹시 모르잖아요. 간호사 파업했다고 손배 때릴지도 모르니까요. 뭔가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나왔던 것 같아요. 궁금해서요. 이들은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어떻게 싸울 예정인가. 그게 궁금해서 계속 나왔는데 지금의 제가 됐어요. – 고맙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결국 윤석열은 노동자민중의 이름으로 파면을 선고받았는데요. 윤석열 파면 광장도 일단락되며 퇴진 이후를 향해가는 사회대개혁의 광장이 새로이 열렸죠. 개인적으로 윤석열 퇴진 투쟁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혹은 파면 이후 조직된 노동자 운동(민주노총)에 바라는 점, 또는 조직된 운동(민주노총)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길이 있으시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민주노총에 한정돼서 얘기하는 아쉬운 점은 아닌데요. 트위터에서도 그 얘기 했었잖아요. 파면을 위해서라면 ‘서로 머리채 잡고서도 광장 나가서 싸운다’ 저는 그게 되게 컸거든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서로 막 갈라치기를 하려고 하고, 모 정당 지지자들이 우리가 노동의제에 대해서 구호를 외치고 있을 때, 옆에서 비꼬고 하는 게 저는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 모습이 저는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도 노동자이고 노동자가 될 예정인데도, 노동의제에 관련해서는 되게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가야 될 길이 많이 멀었구나 싶었어요. 그때 좀 많이 안타까웠어요. 넓게 보지 못하고 그냥 그 당만 지지하는 모습이 좀 안타까웠어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저는 그렇게 (무한히 지지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무한히 채찍질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지하는 건 좋긴 한데,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를 해야 되는 게 정말 진짜 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해야 발전이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고 그냥 무조건적인, 뭔가 팬클럽 같은 모습을 보면서 ‘큰일 났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민주노총에 바라는 점은요, ‘모든 사람이 (스스로) 노동자임을 어떻게 체감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노조에서 외치는 이 의제들이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이라는 걸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 같아요. 민주노총이 앞으로 가야할 길에 가장 큰 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조합원만 노동자가 아니잖아요. 지금 여기(카페)에서 알바하는 사람들도 다 노동자고, 여기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도 다 노동자인데…거기서 (사람들이) 벽을 치는 걸 보고 ‘아 이거 쉽지 않겠네’ 싶었어요. 이걸 어떻게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가 민주노총에게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그러게요. 특수고용, 플랫폼까지 다 합해 2천만, 2천5백만 노동자라고 하는데, 민주노총은 110만이고, 전체의 5%정도 되는 건데요. 사실 노동자지만 노동자로서 스스로를 조직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지요. 간호사만 잘 코꿰면 될 텐데.(웃음) 레어 동지 주변 간호사 분들 중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분들은 없나요? 없어요. 아, 생각해보니 제가 거통고 들어오기 전에 잠깐 조합에 가입한 적 있어요. 병원에 다녔는데 거기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있었거든요. 제 첫 노조 활동은 거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는 잘 모르니까… 물론 노동조합이 필요한 건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가입한 것도 맞아요. 그런데 뭐 하는 게 없었어요. 제가 그때는 신규였어서 얘기할 수 있었던 건 없긴 했지만…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양경수 위원장을 제가 뽑았네요. 아 그래요? 투표도 했었어요? 마침 제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그 해인가 그 다음 해에 위원장 선출 투표를 했었을 거예요. 근데 저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르잖아요. 그 때 노동조합에 되게 진심인 선임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한테 ‘저는 누가 누군지 모르는데요. 누구 뽑아야 돼요?’ 하니까 ‘이 사람 뽑아’. 해서 뽑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양경수 위원장이더라고요. 정근식(서울시 교육감)도 제가 뽑고, 양경수도 제가 뽑았어요. 그래서 더, 노동자지만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노동자로 조직할 건가 이런 고민이 많군요. 좀 하기 힘들 것 같긴 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음, 그래서 말인데요…다음 질문이,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인데요. 전진, 민주노동당으로 이번에 출마한 분들, 고공3사 투쟁사업장들, 비정규직 이제그만 등 다 생각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부르주아 정당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같은 자본가 정당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라고 하는 데에서는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자본가계급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동자로서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전에는 ‘거대 정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라도 노동의제를 통과시켜야한다’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그들도 ‘노동자를 어떻게 탄압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함에 있어 자본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서요. ‘그전에 내가 생각하던 건 말도 안되는구나’ 라고 느꼈고요. 그 때는 잘 몰랐으니까, 법안 같은 걸 통과시키려면 그들(거대정당)의 도움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그런 생각은 아예 없어졌고요. 지금은 ‘노동자민중이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 사회를 바꿔야한다’라고 생각이 바뀌었고, 그러려면 조직을 잘 해야겠죠. 그리고 법안에 머무르는 투쟁이 아니라, 법을 넘어서는 투쟁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법을 바꾸는 것도 자본이 만든 하나의 선을 넘는거잖아요. 그런, 선을 넘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선을 넘는게 많이 어렵더라고요.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려면 민주노총이 그 분위기를 만들고 가장 앞장서야하는데, 지금 제가 바라본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그 선넘는 투쟁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본이 만들어놓은 선을 넘는 투쟁을 조직노동자들의 대표체인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레어동지가 말씀하신,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더 자각하도록 만들어야 된다’라는 문제의식을 푸는 열쇠도 거기 있는 거 같아요. 일반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는 사실 노동조합이란 ‘진지’를 갖기도 어려운 조건에서 살아가잖아요. 반면 대기업, 대공장, 공공부문 등 이른바 전략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그러한 조건들 덕에 노동조합을 하고 있는데…그 힘을 전체 노동자계급을 위한 요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민주노총이 먼저 선을 넘어서 투쟁해야 미조직 노동자들도 같이 선을 넘어 스스로를 조직화할 수 있는 길이 더 열릴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계급투쟁을 얼마나 크게 벌여내느냐에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것도 더 진전될 수 있는 것 같고요. 계급투쟁과 동떨어진 어떤 정치세력화, 또는 계급투쟁과 동떨어진 진보정당 운동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 다른 질문으로 가볼게요. 광장에서 ‘사회대개혁’이라고 하는 걸 다들 엄청 얘기를 했는데요. 민주당도 사회대개혁 얘기하잖아요. ‘빛의 혁명’, ‘광장의 후보’라 하면서. 그런데 그러면서 ‘AI산업 진흥’, ‘반도체 특별법’ 하겠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어떻게 사회대개혁인지. 그러니까요. 그래서, 동지가 생각하는 사회대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대화를 나눴다시피 저는 일단 노동의제 관련한 개정,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광장을 바라볼 때, 많은 시민들이 본인이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임을 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안타까웠거든요. 그리고 사회대개혁에서 노동 관련한 의제가 개혁이 된다면 다른 의제들에도 큰 발판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노동자가 소수자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다수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일단 노조에 가입하고 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소수이긴 하죠. 그런데 이 소수라고 여겨졌던, 노동조합이 사회대개혁을 통해 뭔가 발판이 마련돼 진보하게 되면, 우리가 같이 싸웠던 동지들의 다른 의제들도 같이 딸려서 전진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사회대개혁을 얘기할 때, 노동의제를 가장 먼저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게 해결이 돼야 다른 것도 다 같이 끌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이런 것들도 말이죠. 맞아요. 그냥 나이브한 생각인 것 같긴 한데 그냥 막연하게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조합원, 노동자, 성소수자, 퀴어, 장애인 … 계속 만났던 동지들이잖아요. 뭔가 하나라도 해결되면, 같이 결합을 했었으니까. 다른 거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다같이 목소리를 내서, 진보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이 질문을 보고서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저도 공감이 되네요. 노동자 운동이 해야 될 역할이 큰 것 같아요. 노동자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라는 말에 저도 공감하는데, 노동자계급이 실제 인구적으로도 다수고, 사회의 온갖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고 유지시키는 노동을 하니까, 노동으로 모든 게 만들어지고 하니까. 거기에 잠재된 노동자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러면 그 힘을, 차별과 억압들을 없애 나가는 데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조합주의라고 하죠. 자기 조합의 협소한 권리만 요구하는 식으로, 노동귀족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지 않으려면 정말 모두의 해방을 위한 운동을 만들어 가야 되는데, 그런 운동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다 중요하지만, 노동자계급에게 요구되는 과제라는 게 있고, 책임이 큰 거 같아요. 저는 전장연 동지들의 투쟁을 보면서, 매번 쫒겨나는 게 너무 화나고 슬프기도 하고…진짜 ‘파업으로 지하철을 한 번 멈출 수 있으면 얼마나 큰 연대가 될까’ 생각을 해보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현실은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전장연 지지 입장도 제대로 안내고 그러니까요…레어 동지가 전에 SNS에 쓴 글에서 본 것 같은데, ‘민주노총의 현실을 알았지만, 이젠 이걸 고쳐 쓰는 데부터 시작해야겠다’ 대략 이런 말이었는데, 공감이 됐어요. 진짜 많이 답답해요. 그래서 연관된 질문인데요. 레어 동지는 앞으로 어떻게 활동해 갈 생각이신가요? 저요?(웃음) 일단 저의 계획은, 거통고 투쟁이 마무리되면, 산업안전기사 공부를 할 거예요. 필요할 것 같아서. 괜찮죠? 그렇군요. 너무 멋있잖아요. 지금 그냥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단 이 투쟁이 끝나고 나서의 일이기 때문에… 좀 뭔가, 참견을 하고 싶어요. 제가 뭔가 전문적으로 자격증을 따서 열심히 말하고, ‘이건 이래서 잘못됐어요’ 라고 하면 뭔가 열심히 ‘긁을 수’ 있지 않을까. 자격증 있는 사람이 얘기하면은 더 타격이 있지 않을까… 예컨대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뭐가 문제인지 훨씬 자세하게 밝히며 할 수 있겠네요. 네 맞아요. 그래서 그 생각으로 그렇게 갈 것 같아요. 그렇군요. 레어동지는 이미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웃음)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에 혹시 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제가 유일하게 그거를 못 썼어요. 여기만 빈칸이에요 지금. 무슨 말을 해야될지…전진이라는 단체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더 세력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더 열심히 뛰세요.(웃음) 네 알겠습니다. 필요한 것 같아서요.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회주의’ ‘공산주의’ 얘기를 하면 빨갱이 소리 듣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인식 변화의 첫 발자국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정말 필요한 단체 같아요. 기대감이 아주 큽니다.
-
[성명]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유천초 조합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무죄판결을 환영한다!오늘 춘천지방법원(판사 송종환)이 전교조 유천초분회 소속 조합원 4명과 공대위 전 대표(김나혜, 남정아, 남희정, 윤용숙, 최덕현)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우리는 정당한 투쟁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이는 유천초 조합원들과 연대 동지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정당한 성과이며, 법원의 무죄 판결은 단지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노동권과 교육권 수호를 위한 현장 실천의 정당성을 재확인한다. 애초 2023년 3월 28일 유천초 조합원 등 5인이 강제 연행된 사건은 신 교육감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의 폭력 연행도 위법했다. 전날 김나혜, 남정아, 윤용숙 조합원이 강원도교육청에 방문한 것은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약속했기 때문이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그 자신이었다. 이에 조합원들은 밤을 새워 신 교육감을 기다렸고, 조합원들의 연대가 이어졌으나, 교육감은 오히려 경찰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퇴거했다. 경찰은 조합원들을 사지를 들어 연행했고, 그 때문에 조합원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야 했으며, 그중 1인은 속옷까지 노출되었다. 이에 조합원들이 항의한 것은 정당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경찰은 조합원들에게 퇴거불응죄를, 그리고 그 중 1인에게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공무집행방해와 상해죄로 기소까지 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당일 유천초분회 조합원들이 강원도교육청에 찾아간 것은 협의된 면담에 응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하고, 현장에 남았어야 할 이유가 더 크게 보인다고 밝혔다. 또 면담자는 5명에 불과했고, 공무 수행 등에 방해가 된 것으로 단정 짓기 어려우며, 조합원들이 넓은 복도 구석 한 쪽 벽면에 있었기 때문에 강제 퇴거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현장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 행위는 교육감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있다고도 보았다. 이외에도 강원도교육청은 부교육감이 조합원들을 만나겠다고 밝혔는데도 이를 조합원들이 거부하여 퇴거불응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약속에 대한 최종 권한자인 교육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조합원들의 입장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밝히며 퇴거불응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나혜 조합원의 경우 사전에 미란다 고지를 하지 않고 여러 명이 연행한 상황이므로 정당행위로 인정된다며 역시 무죄를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르면, 약속을 기다린 행위나 폭력적 퇴거 연행에 대한 반발 등 조합원들이 한 행위는 모두 정당한 것이었다. 즉, 잘못은 약속을 저버리고 경찰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퇴거한 강원도교육감 그리고 폭력적으로 연행한 강원도경찰청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로 강원도교육청이 유천초 부당징계부터 강제퇴거까지 얼마나 자의적으로 교육행정을 좌우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부당징계를 규탄했던 법원 앞 1인 시위마저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기소하고 단죄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통해, 부당한 교육행정과 공권력 행사를 바로 잡는 것은 투쟁하는 현장 교육노동자들, 연대하는 노동자 민중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한다. 또 정당한 판결을 이끌어낸 유천초 조합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앞으로도 투쟁하는 교육노동자와 함께 진정으로 민주적인 교육을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2025년 7월 15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안창호 인권위원장 ‘성소수자 혐오’ 관련 보고서 상정 가로막아1. 안창호 인권위원장 ‘성소수자 혐오’ 관련 보고서 상정 가로막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이 성소수자 혐오 표현 관련 진정 사건에 개입, 보고서 상정을 막았다는 인권위 내부 폭로가 나왔다. 인권위 차별시정국 조사관 A씨는 지난 9일 인권위 내부망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리고 “안 위원장이 성소수자에 관한 진정 사건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며 안건 상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A씨의 글에서 언급된 진정 사건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교육청 교육자료 중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관한 설명이 적시된 것이 법률 위반이라며 했던 일련의 발언을 가리킨다. 당시 조 의원은 “우리 청소년들한테 남성·여성·장애인·그 외 동성애를 암시하는 것일 텐데, 저런 것들을 교과서에 준용하는 교육자료로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동성애가 인정되는 나라인가 아닌가”라며 “법률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이다. 그런데 왜 교육자료에는 동성애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들려고 하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대한민국은 동성애가 인정되지 않는 나라”라고 답변한 뒤 시정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10일 논평을 내고 “안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성소수자, HIV감염인,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을 해 제1호 진정대상이 됐다”며 “개인의 혐오적 시각을 넘어 지위를 남용해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인권위 입장조차 가로막는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자 인권위원장으로서 직무 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101451001 2. 여성 살해 사건의 32%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선행돼 지난해 살해됐거나 살해당할 뻔한 여성 3명 중 1명은 살해 범행 전 가해자로부터 폭력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여성 폭행에서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가해자가 대부분 ‘친밀한 관계’ 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가 경찰청 차원에서의 통계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인 간 살해나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청은 2023년 1월부터 살인(미수 포함) 사건 피해자·가해자 사이에 과거 폭력 이력이 있는지 기입하도록 했다. 11일 경찰청이 발간한 보고서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 활동>을 보면, 지난해 살인 범죄(미수 포함) 여성 피해자 총 333명 가운데 ‘여성 폭력’ 피해 이력이 있는 경우는 108명(32.4%)이다. 여성 폭력의 세부 유형은 가정 폭력 피해가 60건(55.6%)으로 가장 많았고, 교제 폭력 34건(31.5%), 스토킹 12건(11.1%), 성폭력 2건(1.9%)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살인 피해자(435명)의 경우 과거 가정 폭력·교제 폭력 등의 경험이 있는 경우가 42명으로 9.7%에 머물렀다. 살인에 앞서 ‘친밀한 관계 폭력’을 겪었던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3배 이상 높았다. 2023년에도 여성 살인 피해 사건 중 여성 폭력 피해 이력 비율은 34.4%로, 남성(8.2%)보다 높았다. 여성 살해 사건의 30% 이상에서 ‘친밀한 관계 폭력’이 선행됐다는 사실은 많은 여성들이 가정 폭력, 교제 폭력, 스토킹 등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여성 폭력이 사회구조적 폭력의 일환이며, 여성 폭력이 더 심각한 범죄로 확대돼 이어지기 쉽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여성 폭력에 대해 수사기관이 초기 대응 과정에서 범죄의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는 등 정책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207426.html 3. “혹시 몰라 문 닫는다”…폭염에 우는 쪽방촌 여성 주민들 사진출처: 뉴스1 ‘역대급 더위’로 쪽방촌 주민들이 더욱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최근 5년 6개월간(2020년 1월~2025년 7월)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여름철 쪽방촌’ 관련 민원 199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7월 초 현재 접수된 관련 민원은 총 46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36건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 내용에는 주민 위급상황 확인‧대응체계 구축, 실내외 방역 등 위생 관리 요청, 쓰레기 불법 투기 개선, 침수·화재 대비 안전 관리 강화 온열질환 대비 사전 조치 요청, 쪽방촌 시설 설치·운영 개선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주민 위급상황 확인·대응체계 관련 내용으로는 쪽방촌에 거주 중인 고령자 등의 안부를 상시 확인하고, 위급상황이라고 확인되면 지역사회 보건의료자원과 연계해 신속하게 대처하는 관리 체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특히 쪽방촌 내 얽히고설킨 전선으로 인해 화재나 폭우 시 감전 사고 위험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도 있었다. 에어컨을 지원받더라도 전기요금 걱정으로 활용을 못 해 선풍기나 쿨매트를 지원해 달라거나, 노면에 물을 뿌리고 무더위 쉼터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해 쪽방촌 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 거주자들은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서울에 있는 주요 쪽방촌 5곳에는 모두 2,200여 명이 거주 중이며, 여성은 13%인 300여 명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는데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혹시나 모를 범죄 위험 때문에 문조차 자유롭게 열어놓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한 쪽방촌 여성 주민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 열어놓고 잠가요. 덥고 그래도 싫어요. 내가 밀리니까. (누가 무서운 사람 올까 봐) 응. 올까 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폭염은 단순한 자연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쪽방촌 거주자와 같은 취약계층에게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일 수 있다”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mbn.co.kr/news/society/5125582 https://www.news1.kr/politics/pm-bai-comm/5842884 4. 홍콩 동성 파트너십 제도 추진, “환영하지만 2등 시민 취급 여전” 홍콩 정부가 성소수자 동성 커플을 위한 법적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이성결혼제도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동성 커플의 의료결정권, 재산권 등 일부 법적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인권단체들과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환영하면서도 실망스럽다’, ‘완전한 평등에는 아직 멀었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2023년 9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동성 커플의 일정한 법적 권리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2년 기한 종료를 앞두고 발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마련된 법안은 오는 2026년 초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홍콩에서는 1991년 동성애가 비범죄화되었지만, 고용·사회서비스·혼인·증오 표현 등 성소수자를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법이 없다. 2023년 동성 결혼 지지도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0%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찬킷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결혼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법 앞에 ‘똑같지 않은’ 사람들로 남아 있다. 정부는 우리를 제도 바깥에 머무르게 하면서도 ‘보호는 했다’고 말하고 싶어한다”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청한 홍콩 내 성소수자 변호사는 “정부는 우리가 ‘결혼’이라는 문 앞까지는 갈 수 있지만, 그 문턱은 넘지 말라고 말한다. 이는 평등이 아니라, 체계적인 배제다”라고 일갈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긍정적 진전일 수 있지만, 진정한 평등은 아니다. 성소수자 커플이 ‘결혼’이라는 단어로부터 배제되는 한, 그들은 여전히 2등 시민이다”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와 노동자, 시민사회는 파트너십 제도는 ‘차별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반쪽짜리다’라며 성소수자의 혼인평등을 요구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5/jul/09/hong-kong-same-sex-lgbtq-marriage-equality-registration https://hongkongfp.com/2025/07/11/monogamous-heterosexual-marriage-not-compromised-by-same-sex-union-framework-hong-kong-govt-says/ 5. 스코틀랜드 여성 노동자 중 약 10%, ‘직장에서 성희롱 당해’ 스코틀랜드유나이트(UNITE)노동조합(이하 유나이트)이 스코틀랜드 여성 노동자 중 약 10%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유나이트는 조합원이 120만 명 이상인 영국‧아일랜드 최대 규모 노동조합이다. 유나이트는 최근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의 여성 노동자 6,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스코틀랜드에서는 유나이트 여성 조합원 1,143명이 응답했다. 스코틀랜드 지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9.3%의 여성 노동자가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했으며, 4.6%는 성적 강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여성들 중 52%는 부적절한 성적인 농담의 대상이 되었고, 45.6%는 원치 않는 작업 내 플러팅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한 37.5%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13.6%는 상사나 동료에게서 포르노 이미지를 전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나이트는 2023년 10월 시행된 노동자보호법(Worker Protection Act 2023)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고 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보호법은 노동자 권리 강화, 특히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예방과 처벌 강화 내용을 담은 법률로 안전한 작업 환경 보장을 목표로 한다. 유나이트 평등 담당관 로나 글렌은 “‘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었음에도 고용주들은 법적 책임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으며, 성희롱이 신고되지 않고 묻히는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신고한 여성들은 믿음을 얻지 못하거나, 가해자와 계속 일해야 하고, 심지어 해고당하기까지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유나이트는 스코틀랜드 및 영국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소리 높였다. <참조 기사> https://news.stv.tv/scotland/unite-the-union-survey-finds-almost-10-of-women-in-scotland-sexually-harassed-while-at-work 6. 영국 유나이트 대의원들, 세계적 여성 혐오 해결에 나서! 영국 유나이트 대의원들이 7월 8일 열린 정책 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여성 혐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이며, 여성의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 북서부 지역 대표 도나 맥클래스키는 이와 관련된 안건을 상정하며, 사회가 여성이 열등하다는 믿음을 완전히 없앤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맥클래스키는 최근 ‘도발적인 유머’, ‘표현의 자유’, ‘전통적 가치’ 등의 형태로 여성 혐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진보는 영구적이지 않다. 매일 보호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런던 동부 지역의 레이첼 에보럴은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지하며, 여성 혐오 확산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억압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젠더 여성과 트랜스젠더 여성의 권리는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연결돼 있고, 이는 노동조합의 핵심 이슈”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북서부 대표 윌리엄 호지슨은 여성 혐오와 학교 내 폭력 문제를 모두 지지하며, 두 사안이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나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 여성 혐오적 언행을 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이들은 결국 직장으로 들어올 것이고, 우리는 시한폭탄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 세계 여성 혐오 대응’과 ‘학교 내 폭력 문제 해결’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참조 기사> https://www.morningstaronline.co.uk/article/rise-global-misogyny-must-be-tackled-unite-delegates-say [여성 뉴스 브리핑 X] http://x.com/Wo_newsbrief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