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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의 본질 – 관봉권 띠지 분실사건을 지켜보며최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건진법사 자택 압수수색 중 발견된 현금 관봉권의 스티커와 띠지가 분실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종교-정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민주당식의 검찰개혁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진다. 불법파견 범죄수사 등 노동자 민중을 대상으로 벌어진 기업범죄 수사에서, 검찰과 자본의 유착은 상시로 있었다.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통제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건진법사는 이전부터 윤석열과의 관계에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던 인물이다. 과거 최순실 게이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모종의 비선으로 기능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도 항상 따라다녔다. 이러한 의혹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을 통해 2022년 6월 보궐선거 및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보도와 그에 이은 일련의 폭로로 본격화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진법사는 출마희망자에게 1억 원을 수수하였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2024년 12월 17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관련 수사를 위해 건진법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때 현금 1억 6,500만 원이 발견되었고, 그중 5,000만 원은 한국은행 관봉권 형태로 압수되었다. 그런데 관봉권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문제가 되는 것일까? 관봉권은, 문자 그대로 관에서 봉한 돈이라는 뜻이다. 즉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에 돈을 공급할 때, 그 액수와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보장하는 의미로 띠지를 두르고 포장하여 스티커를 부착해 둔 돈의 묶음이다. 관봉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조폐공사에서 갓 찍어낸 ‘신권 관봉권’, 다른 하나는 시중에 유통된 후 다시 한국은행에 들어온 돈을 시중은행에 공급할 때 쓰는 ‘사용권 관봉권’이다. 이번에 압수된 관봉권은 사용권 관봉권으로 확인되었다. 관봉권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다. 과거에는 한국은행 본점을 통해 개인도 관봉 단위의 화폐 교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2022년 3월부터 한국은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신권 교환을 중지하였다. 시중은행에 공급되는 관봉권 역시 개인이 소유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관봉권은 대개 각 은행 본점 출납실에 보관된다. 영업점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출하하게 된다. 영업점은 이를 풀어 계수한 후, 은행 띠지로 다시 묶어 고객에게 전달한다. 통상 관봉 자체를 그대로 내주는 경우는 없다. 간혹 영업점의 협조 아래 관봉이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비정상적인 경우이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것이 수집 가치가 있는 신권 관봉권도 아니고, 사용권 관봉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출처가 의미심장하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중은행이 관봉을 주는 곳은 딱 두 가지”라고 하였다. “첫 번째 줘도 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곳, 두 번째는 힘 있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건진법사가 일개 개인이라면 어떻게 관봉권을 가질 수 있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더욱 미심쩍은 것은, 해당 관봉권이 지급된 일자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고작 사흘 뒤였다는 것이다. 해당 관봉권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건진법사 수중에 들어갔는지, 그 출처를 알기 위해서는 관봉권에 붙어있던 스티커와 띠지 등 증거물이 필요하다. 스티커와 띠지에는 처리부서, 기계식별번호, 담당자 코드, 현금 검수 날짜와 같은 중요 정보들이 있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자금줄을 역추적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하였듯,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출처 확인을 위한 증거물들을 모조리 분실하였다. 관봉권이 들어있던 비닐 포장에 붙어있던 스티커는 검찰이 촬영해 둔 자료가 있으나, 각각의 관봉권을 묶어두던 띠지는 완전히 분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압수수색 당시에는 띠지와 스티커가 전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증거물 접수 과정에서 스티커와 띠지가 폐기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수사팀에서 정확히 수사를 지휘했어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이렇듯 초보적인 실수가, 금융범죄수사를 자주 담당해 온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더욱 이상하다. 수사를 방해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띠지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근에는 띠지 분실에 책임이 있는 수사관들이 말을 맞춘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해당 수사관들의 진술과는 달리 증거물 원형 보존 시 비닐봉지나 띠지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증언이 법사위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이 의혹을 가속한다. 관봉권 띠지 사태는 노동자 민중에게 일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착은 노동자 민중에게 전혀 새롭지 않다. 불법파견 범죄수사를 비롯해, 기업이 노동자 민중에게 자행한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이는 행태는 노동자 민중에게 매우 익숙하다. 최대한 자본에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야말로 자본의 로펌이라고 할 만한 노골적인 유착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최근, 검찰이 쿠팡의 퇴직금 갈취를 무혐의 처분하며 핵심 증거를 누락·폐기했음이 드러났다. 가히 ‘노동판 관봉권 띠지 사건’이라고 부를만한 이 사건은, 검찰이 자본을 위해 얼마나 노골적으로 봉사하는지 잘 드러낸다. 2023년 5월, 쿠팡은 위법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체계적으로 갈취하기 시작했다.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쿠팡 노동자들의 진정으로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나섰고, 결국 쿠팡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쿠팡 내부 문건까지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 문건은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바꾸기 두 달 전 작성된 것이었다. 그 안에는 쿠팡이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시간 단절 개념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고, 이의 제기가 있을 시 개별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다시 말해, 퇴직금 갈취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남부지검은 이 핵심 증거조차 누락하며 쿠팡을 불기소 처리했다. 사진: 쿠팡대책위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 4건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35건에 대해, 검찰은 2021년 9월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고작 벌금 2천만 원을 구형했다. 개별 건당이 아니다. 중대재해 4건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35건, 총 639건 전체에 대해 고작 2천만 원이다. 이러니 노동현장에서 사람이 죽고 다쳐도, 기업들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위해 현장 안전에 돈을 쓰는 것보다 벌금을 지불하는 것이 더 싸니 말이다. 구미 아사히글라스 공장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문제에서도 검찰은 똑 닮은 행태를 보였다. 해당 사건에서는 원청 일본인 대표이사가 결국 2021년 8월 11일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실형 선고가 날 만큼 중대하고, 시비가 명확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즉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기소를 거쳐 처리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회사를 최초에 고소한 것은 2015년 7월이었다. 이토록 명확한 사건을 놓고, 검찰은 6년 동안 질질 끌며 노동자들의 투쟁 포기를 유도한 것이다. 검찰은 명백한 불법파견 증거를 가지고도 ‘도급’과 ‘파견’조차 구분하지 못하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자본의 로펌으로 기능하는 검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노동자들이 떠안는다. 검찰은 대기업의 중대재해범죄에도 유독 관대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27일부터 정권이 바뀐 올해(2025년) 6월 말까지도, 중대산업재해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121건 중 대기업의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사건은 13건에 불과했다. 반복적인 중대재해에도 불구하고 기소되지 않은 대기업도 많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더디게 기소하거나,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있다. 수사 역시 소극적이다. 형식적인 안전조치의무 이행을 이유로, 실질적 이행 여부는 면밀히 수사하지도 않는 것이다. 수사가 되지 않으니, 기소가 될 리도 없다.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맞선 투쟁과 노동자 민중의 권력통제가 대안이다 민주당은 앞서 살핀 건진법사 관련 핵심 증거 은폐 정황 등을 이유로 검찰개혁 필요성을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공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에 각각 넘겨준다. 기존 검찰청 검사는 공소청 검사가 된다. 기존 검찰수사관은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이 된다. 기존 검찰을 해체하고, 검찰이 가지고 있던 공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검찰권력이 각종 유착 요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이 이러한 ‘검찰개혁’을 이뤄낸다고 노동자 민중의 상황이 나아질까? 그 한계는 뚜렷하다. 현재 개혁안만 보더라도 그렇다. 기존의 현직 검사들, 검찰수사관들이 그대로 신설 기관으로 이동하여 공소청 검사,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이 된다. 재벌 대기업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이어오던 그들이 자리만 옮기는 것이다. 민주당은 결국 자본가들을 대변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당일 뿐이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만들어져도,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 본질적 기능 역시 변하지 않는다. 노동자 민중이 투쟁하지 않는 한, 공소청 검사들은 기존 검찰청 검사처럼 자본에 대한 기소를 지연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들은 자본의 범죄에 대해 질질 끌며 봐주기 수사를 계속할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맞선 투쟁과 노동자 민중의 권력통제만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공직자들에 대한 상시적 소환권과 파면권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맞물린다. 노동자 민중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공무원이 노동자 민중의 이해관계에 어긋나게 행위한다면, 언제든 소환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상황을 보자. 어떤 검사에게 아무리 큰 문제가 있어도, 해당 검사에 대한 탄핵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어야만 가능하다. 애초 노동자 민중과 괴리된 300명의 엘리트에 의해서만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그 문제제기에 대한 처분 또한 9명 남짓한 엘리트에 의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공직자들이 노동자 민중에게 해를 끼쳐도, 노동자 민중이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노동자 민중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식 ‘검찰개혁’에 기대서는 안 된다. 노동자 민중은 국가권력에 맞선 싸움 속에서, 국가관료들을 소환하고 파면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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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충현 동지를 돌아가시게 한 책임자들을 직접 처벌하는 순간까지 싸우겠습니다” - 한전KPS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을 만나다지난 9월 10일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김충현 노동자 기억식을 치른 후, 태안 읍내에서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훈이라고 합니다. 2021년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설립 이후 처음에는 태안분회장을 했고, 지금은 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현재 KPS비정규직지회는 지난 6월 2일 돌아가신 故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로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충현 동지의 죽음이 있기 전, 지회에서는 故 김충현 동지가 속한 서부발전 2차 하청업체 한국파워오엔엠을 포함한 사측과 교섭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교섭 경과를 알고 싶습니다. 조합이 설립된 2021년 당시 한전KPS는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을 많이 하고 임금 착취도 많이 했었어요. 그것 때문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죠. 노동조합 설립 이후 불법파견도 인지하게 되어 2022년에 불법파견 소송, 즉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함께 임금청구 소송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한전KPS에게 불법파견 인정과 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발전소 상시·지속업무에 하청 사용은 위법이니 이를 중단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한전KPS와 싸우는 와중에 한전KPS로부터 업무지시가 몰린다거나, 시키면 안 되는 일을 계속 시키는 등 탄압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김충현 동지가 돌아가시게 된 것입니다. 불법파견에 대해, 한전KPS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들을 했어요. 불법파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있으니까, 책임을 지우려고 한 것이죠. 기존에는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근무했다면, 따로 근무시키는 식으로요. 눈속임으로 업무를 나눠놓은 게 있거든요. 그래도 발전소가 내 일터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이 있어요. 그 자부심으로 어떻게든 참고 일하던 와중에 내 형제 같은 사람이 옆에서 죽은 거잖아요.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어 밖으로 뛰쳐나가 투쟁을 결의하게 되었던 거죠. 3개월 동안의 투쟁이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다 싶은데, 당연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한전KPS와는 얘기가 안 통하더라고요. 현재 지회가 3개 정도 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김충현 동지가 돌아가신 한국파워오엔엠이라는 회사와의 교섭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저희의 직접사용자인 한전KPS와의 교섭, 그리고 범정부 협의체, 정부와의 교섭이 있는 거죠. 사실은 전부 다 잘 안되고 있어요. 한국파워오엔엠은 소속 노동자가 돌아가셨는데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불법파견 승소판결이 나니, 오히려 ‘그래, 우리는 직접사용자가 아니야’, ‘사실 우리는 인력사무소야’, ‘우리는 한전KPS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죄가 없어’라는 반응이에요. 한국파워오엔엠은 내년 1월에 계약이 종료되면 철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것도 ‘한전KPS에 따져라, 우리는 줄 것이 없다’, ‘손해를 많이 봤다’며 빠져나갈 생각만 합니다. 김충현 동지 장례 전에, 한전KPS와 서부발전이 같은 테이블에 나와 직접교섭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주말 밤을 꼬박 새워 교섭했는데, 한전KPS와 서부발전은 ‘처벌불원서’를 원했어요. 심지어 사측은 유족분 앞에서 처벌불원서를 원한다고 이야기하고, 그 요구로 유족분 집에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건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해보려는 파렴치한 짓이었습니다. 지금 지회는 직접고용을 주장합니다. 김충현 동지가 돌아가신 근본적 원인은 원청 책임 안전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전KPS는 김충현 동지에게 전화 등 문서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 업무지시를 했어요. 문서는 불법파견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측은 계속 ‘긴급작업’ 방식으로 업무를 직접 지시했고, 그 작업들은 사실 계약에 없는 사항들이었어요. 계약하지 않은 일도 계속 맡게되다보니, 업무가 과중해 김충현 동지가 생전에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그래서 예전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셨었어요. 그때도 그 얘기를 자주 토로하셨고, 다른 회사로 이직도 심각하게 고민하셨죠. 한전KPS에 직접고용 의지가 없음을 교섭에서 확인했습니다. 직접고용을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최종 결론이었어요. 그렇게 첫 교섭은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한전KPS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오라고 했기 때문에, 교섭 결렬 후 김충현 동지 장례를 치르고 나서 상경투쟁을 시작했어요. 7년 전 김용균 동지의 죽음 이후 민주당 정권이 약속한 것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은 우리 같은 2차 하청업체까지는 적용되지 않았어요. 1차 하청에 집중되어 있었고, 2차 하청은 아예 범위 밖에 있었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 요구와 함께, 2차 하청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한전KPS에서 정부 승인을 받아오라는데, 정부는 그동안 뭘 했느냐’, ‘한전KPS가 이 모양이다. 발전소 하청에서는 무수한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 그 불법으로 사람이 죽었다’ 등등. 새 대통령이 산업재해를 근절하겠다고 했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하청노동자 얘기를 듣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협의체가 원만하게 열릴 줄 알았어요. 김충현 대책위가 꾸려지고 나서, 수많은 국회의원이 장례식장에 찾아왔어요. 국회의원들이 조문와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무슨 힘을 썼는지 잘 모르겠어요. 본인들이 언론에 나오려는 의도 외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정부협의체도 대통령 비서실장이 요구안을 받아간 후 빨리 꾸려질 줄 알았는데 늘어졌어요. 김충현 동지가 6월 2일 돌아가셨는데, 8월 13일에야 협의체가 출범했어요. 두 달 넘게 걸린 거죠. 그 이유를 들어보니 국무총리가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회 동지들이 국무총리 공관에서 노숙농성 하며 항의했습니다. 당시 국무총리 내정자였던 김민석도 빈소에 와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내뱉은 말이 있었거든요. 공관 앞 농성 다음 날 김민석이 민주노총에 방문했을 때도 연좌하며 요구를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8월 13일에 협의체가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꽉 막힌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Q3. 한전KPS, 2차하청업체, 서부발전 원청, 그리고 정부까지 다양한 이들과 투쟁하고 계십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의 망언도 떠오르는데요, 투쟁하며 잊지 못할 기억들이 있나요? 김소희 의원 망언, 기억에 많이 남네요. 김영훈 노동부 장관 청문회 당시 이야기한 건데, 그것도 저희 보도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했던 거예요. ‘노조 가입 안 해서 왕따시킨 거 아니냐’, 그 이야기를 듣고 조합원들이 엄청나게 분노했었어요. 당시 얘기를 드리자면 김충현 동지가 노조에 가입했다가 탈퇴했었어요. 김충현 동지는 베테랑 선반 기술자고 자격증도 많아요. 그런데 한전KPS가 김충현 동지 경력과 기술에 비해 임금이나 계약조건을 후려친 게 정말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노조도 최선을 다해 교섭하려고 했는데 역부족인 현실도 있었습니다. 사실상 한전KPS와 직접 교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와 교섭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 과정은 정말 답답했죠. 김충현 동지도 한전KPS 관리자한테 얘기하고 하청업체 사장한테도 얘기하고, 한편으로는 이직을 고민하시기도 했어요. 그렇게 힘들어했던 과정에서, 김충현 동지 본인은 노조에 폐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던 거고요. 그때 지회는 단체교섭 중이었거든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중 개인 교섭을 하면 안 되는 게 있어서, ‘내가 일단 노조를 탈퇴하고 회사와 직접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시며 탈퇴하셨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한전KPS와 관리자한테도 얘기했어요. ‘내가 이렇게 부당한 계약을 하고 있는데 한전KPS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을 때, 오히려 한전KPS는 김충현 동지 목줄을 쥐면서 ‘당신과 계약 못 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나가시게 됐던 거고, 김충현 동지가 하던 선반 작업을 다른 동지가 했어요. 이후 김충현 동지가 필요해져서 한전KPS가 다시 채용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시 임금을 후려쳐 깎으며 채용한 것이죠. 김충현 동지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 이직을 준비했었는데, 나이가 있으시니 이직이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이 현장에 돌아오시게 된 거죠. 한전KPS에 억울한 점이 많았는데, 그 내용을 저와 조합원 동지들이 다 알고 있잖아요. 같은 현장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김소희 의원이 그런 말을 해서, 속으로 욕이란 욕을 다 했을 거예요. 한편으로는 매주 상경해서 투쟁문화제를 하잖아요. 연대하는 분들이 너무 고마운 거예요. 매주 서울 대통령실 앞에 앉아 투쟁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공연도 해주시고, 발언해 주시고, 같이 앉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 김충현 동지가 사고 당하고 쓰러져 계실 때는 머리가 백지가 되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정신이 번쩍 든 것이, 과학수사반이라고 하죠? 경찰들이 와서 상황을 보는 와중에 한전KPS가 통제를 하려고 했던 거예요. 조합원 동지들이야말로 김충현 동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알아야 하는데, 한전KPS가 못 보게 하는 거예요. 정신이 번쩍 들면서 ‘대응해야겠네, 그런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당장 다른 노조에 전화했었어요. ‘어떻게 대응해야 되냐’, 저와 교류가 있었던 노동조합에 먼저 전화했었고, 공공운수노조에도 소식을 전하며 대응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가족들이 상황을 알아야 하니, 유가족을 찾아 모셔야 했고요. 유가족에게 한전KPS의 행태를 전달하며 같이 대응하자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제일 많이 도움이 됐었던 것 같고요. 경찰이 수사하는 동안 한전KPS는 입장문을 냈었어요. 입장문에는 ‘왜 김충현 동지가 혼자 작업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시킨 게 아닌데 임의작업 한 거다’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굉장히 화가나고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며 함께 대응했던 거고요. 그때 소식 듣고 부랴부랴 장례식장에 달려와 주신 분들이 기억에 남죠. 앞에 계신 학생사회주의자연대(인터뷰어는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회원이기도 하다)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관심 가져주고 만나 뵙는 자리가 많지 않거든요. 사실 조합원들도 굉장히 관심 있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고요.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태안에 직접 찾아와서 저희와 간담회를 한 것도 뜻깊다고 생각했습니다. Q4.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누구나 아찔했던 경험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권한이 없어 위험이 방치되거나 증폭되고, 결국 재해로 이어졌을 때 작업자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경험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발전소에는 중대재해도 많지만, 어떤 때는 경미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어떤 때는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하게 다치기도 하고... 많이 다쳐요. 어떤 사람은 이빨이 부러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2도 이상의 화상을 입기도 하고, 어디가 부러지기도 하고, 물에 빠지면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안전조치를 분명히 요구했는데도 사측이 지키지 않아 사고를 당한 거다’, ‘안전 개선조치 해달라, 그래야 우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수도 없이 말합니다. 그래도 한전KPS와 서부발전, 특히 서부발전은 ‘안전 예산이 부족하다. 여기 효율도 안 나오는데 뭐 하러 안전조치하고 개선하냐’는 식이예요. 회사도 설비는 고장 나면 안 되고, 유지는 해야 하니 현장노동자를 땜빵으로 투입하고 보수하는 건데, 유지보수도 한계가 있어요. 유지보수만으로 도저히 안전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대공사를 해야 한다고 요청을 하는데 그게 반영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원청에서는, 일단 다치면 119에 신고하지 않고 은폐하려고 해요. 한전KPS나 서부발전 같은 경우 산재가 발생하면 페널티를 받아요. 경영등급 점수가 깎이니 산재를 은폐하죠. 경영등급을 잘 맞아야 성과금이 잘 나오는데, 정규직들은 경영등급 점수가 깎이면 성과금이 깎이잖아요. 그걸 어떻게든 막으려고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은폐하냐면, 사내에 자체 의료시스템이 있으니 외부에 신고하지 말라고 해요. 자체 시스템에 신고하면 119로 안 보내고 내부조치를 해버립니다. 가능한 한 산재로 보고를 안 해요. 한전KPS는 관리자가 아무 조치도 안하고, 심지어 내부시스템 신고도 안하고 그냥 개인적으로 병원에 데려가 공상 처리를 유도합니다. 만약 산재 처리한다고 하면 ‘너 괜찮겠냐’, ‘회사에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웬만하면 공상 처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돌려 말하며 협박해요. 사실 일하는 입장에서는 계약기간도 짧은데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산재 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산재 처리하려면 잘릴 각오해야 하는 상황은 참담합니다. 오히려 다친 사람이 벼랑으로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특히 사고가 나면 경위서를 개개인이 쓰게 만들어요. 반성문도 쓰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기 부주의나 불찰로 몰아요. ‘왜 사고가 났습니까?’, ‘당신이 잘못한 거 아니에요? 경위서 쓰세요’라는 식으로요. 경위서 쓰면, 경위서를 보고 ‘경위서 보니 당신이 잘못한 거 맞네요’, 트집 잡아 책임을 개인에게 돌려요. 비열한 수법을 많이 쓰더라고요. 사실 안전은 원청 책임인데, 안전시스템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안 들어주고 강제로 일 시키고 사고나면 오히려 뻔뻔하게 반문합니다. ‘그렇게 위험했으면 작업중지권 쓰지 왜 안 쓰셨어요?’ 사실상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쓸 수 없는 구조예요. 원청은 어떻게 건 저희를 작업하게 하려고 하는데, 위험하다고 작업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코지할지 몰라서요. 작업중지권 행사에 대해 불이익을 주거나, ‘내년에 당신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어 작업중지권을 쓰기 힘들어요. 이렇게 개개인이 위험을 감내하며 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는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일하는데, 사고가 일어나면 그것조차 작업자 개인들에게 책임을 물으니 많이 힘들었죠. Q5. 발전소 폐쇄가 임박한 상황에서 현장 조합원 동지들이 이를 얼마나 급박하게 체감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바깥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비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저희는 발전소 폐쇄에 대해 이전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저희는 하청업체와 계속 쪼개기 계약을 하니까요. 짧으면 3개월 6개월, 길어봤자 1년 이렇게 고용하고, 회사가 계속 바뀌는 와중에 발전소 폐쇄까지 겹치게 되니 그렇지 않아도 늘 있던 고용불안이 더 심해졌거든요. 특히나 그동안에는 발전소 폐쇄한다는 소식을 귀동냥으로 들었지 실제로 언제 폐쇄되는지는 노동자들도 최근 알게 되었어요. 2025년 12월로 날짜까지 정해지니 이제 버틸 수가 없는 거죠. ‘가만히 있다가는 다 잘리게 생겼다’, ‘몇 명 나가라고 하면 우리끼리 싸우게 생겼다’며 불안해했죠. 폐쇄된 다른 곳을 보니 실제로 해고당하거나 협력업체가 통으로 계약해지되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폐쇄될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정규직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는데, 정규직들이 잘리지 않으려면 비정규직들이 잘려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원청은 협력업체를 애초에 그렇게 설계한 거예요. 소모품처럼 써먹으려고 설계한 거죠. 원청은 ‘계약해지 하면 되지 그게 뭐가 문제야’라고 하고, 계약해지 하면서도 ‘이건 해고가 아니라 정당하게 계약에 따라 집행한 것뿐’이라고 해요. 그러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가 부품처럼 쓰이는구나, 당장 12월 되면 우리를 자르겠구나’라는 불안감이 더 팽배해진 거죠. Q6. 지난해 5월 발전HPS 하청노동자들에 이어 지난 8월 27일 한전KPS, 금화, 발전HPS 등 발전비정규노동자 수백 명이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파업의 요구와 경과, 조직 과정, 의미, 성과 등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8월 27일이었죠. 많이 놀랐어요. 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한자리에 그렇게 많이 모인 것은 저도 처음 봤거든요. 그동안은 모여도 소규모였고, 아무래도 조직하기 힘들다 보니까요. 8월 27일 파업을 준비하면서도 다 모일 수 있을까, 기대 반 불안 반이었는데, 이 투쟁 속에서 우리가 해왔던 노력이 의미가 있었는지 엄청 나와 주셨더라고요. 발전노동자들이 다들 발전소 폐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고, 다들 우리와 다르지 않았구나. 그때 많이 도와주셔서, 감동하기도 했어요. 제가 발언을 했었는데 목소리에 힘이 좀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1차 하청과 우리 같은 2차 하청 사이에 온도차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모두 발전소 폐쇄로 인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차 하청은 인원이 얼마 안 되거든요. 전국적으로 따지면 꽤 규모가 있는데, 발전소 하나하나 따지면 1차 하청에 비해서 소규모죠. 2차 하청이 먼저 잘려나가면 그 다음이 1차 하청인 걸 그들도 알기 때문에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되긴 하지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기 때문에 같이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된 자리였고, ‘이런 자리를 만들었으니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Q7.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의 요구로 제시해 온 정의로운전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힘을 만들어왔을까요? 사실 정의로운전환과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을 주변에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나 싶기도 한데요. 저희가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했는데도 저희 상황을 알고 나서 도와주신 분들이 참 많아요. 사실 ‘정의로운 전환’이나 ‘공공재생에너지’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다 설명하려면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했죠. 그런데 ‘발전소 상황이 이랬구나’ 하는 공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발전소에도 비정규직이 얼마나 많은지, 비정규직이 얼마나 참담한 현실 속에 있는지 설명하고, 공공재생에너지 선전물 같은 걸 돌리면서 조직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민주노조 동지들한테 통했던 것 같아요. 지난 활동이 의미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설득 과정이 많이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저희가 돌아다니며 힘을 받았죠. 감사한 일이죠. (설득의 과정이 없었기보다는, 발전노동자 동지들이 현장의 고민 속에서 대안으로 정의로운 전환, 공공재생에너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실천하면서 스스로 사회적 동의를 만들어 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이라면, 예전에는 갈등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기후운동 진영에 있는 분들이랑 사실 많이 고민이 있었고요. 발전소에 있는 사람들은 당장 잘리게 생겼는데 기후를 생각할 수 있냐는 얘기도 있었던 거고요. 기후운동 진영에서는 발전소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몰랐으니까 일단 폐쇄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고... 이런 얘기들이 부딪혔는데 서로가 교류를 자주 했어요. 그 과정에서 기후활동가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구나, 또 우리 얘기를 들어주는구나, 그러면 우리도 달리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국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기후위기 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데, 우리는 뭘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발전산업이 바뀌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발전소가 폐쇄되면 지역적으로도 영향이 있는데, 노동자들의 생계와 지역경제를 고려할 때 발전소 폐쇄가 결국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희생이 있어야만 한다면, 그게 어떻게 정의로운 전환일 수 있겠느냐고 얘기됐던 거죠. 기후활동가들과 발전소 노동자들이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소가 폐쇄되어도 노동자의 삶은 폐쇄될 수 없다’라는 슬로건이 나온 거죠. 그러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렇게 하면서 노조 활동가이자 기후활동가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생겨나고요. Q8. 8월 28일 불법파견 1심 승소판결 당시 심정이 궁금합니다. 특히 KPS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현장 복귀한 이후에는, 김충현 투쟁 당시 작업중단 상황에서 싸웠던 것과는 또 다른 결의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2월 발전소 폐쇄와 연동된 투쟁 계획, 방향, 고민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법원이 직접고용 판결울 내린 후 한전KPS는 교섭에 안 나왔어요. 대신 불법파견을 부정하기 위해, 비정규직노동자들과 회사가 연관이 없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수단은 파업이죠. 이미 한국파워오엔엠과는 교섭이 결렬되어 쟁의권을 확보하고 있어요. 그래서 파업투쟁으로 한전KPS에 직접고용 판결 이행을 요구하는 거고요. 험난하겠지만, 투쟁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차근차근히 하고자 합니다. 협의체를 통해 국무총리 훈령이 나올 거예요. 국가기관이라면 이 훈령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으니, 저희 요구가 잘 반영되도록 정부에도 요구해야 하고요. 저희가 매주 상경 투쟁을 했듯 계속 서울 갈 일이 있을 겁니다. 대통령이 그랬잖아요. ‘하청의 하청은 문제가 있다,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 저는 이런 유령회사 같은 하청이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청구조, 일 좀 해보셨던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왜 하청이 이런 식으로 존재해야 하지, 불합리다고 느끼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노란봉투법도 통과됐잖아요. 노조법 2·3조가 개정된 배경이 무엇인지를, 현장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이 숨졌는지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일해왔는지를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한국 사회가 좀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청이 중간착취가 너무 많아요. 아웃소싱도 너무 많고요. 발전소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어느 공장이든 조선소든 산업현장이라면 아웃소싱, 하청이 많기 때문에, 그런 하청부터 근절해야 노동자도 제대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어요. 특히 하청업체들은 유령회사들이 많거나, 아니면 인력사무소처럼 진짜 인력만 공급하는 기형적인 형태가 많거든요. 건설업이라고 등록은 해놨지만 실질적으로 건설업 전문 지식도 없이 인력만 조달하는 회사들이 알바사이트에 업체 등록하고 사업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착취가 너무 심한 것 같고, 그런 것부터 하나하나 풀려야 사람들이 제대로 된 노동 환경에서... 하청업체들은 대부분 안전시스템도 구축이 안돼있어요. 저희도 똑같습니다. 김충현 동지가 돌아가신 원인은, KPS가 직접사용자로서 안전관리 체계를 적용했어야 하는데, 그런 책임 없이 위험을 방치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당해도 어디 하나 하소연할 데도 없었던 거고, 김충현 동지가 그렇게 돌아가셨어도 한전KPS는 책임지지 않으려고 계속 법을 악용하고 회피하거든요. 이게 발전소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우리나라 전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9.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이나 연대 동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불법파견 승소했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우선 불법파견임을 법원이 공증한 것이니 이 공증으로 다시 투쟁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한전KPS가 이렇게까지 악독하게 구는 상황을 두고만 보지 않을 거고, 발전소 전체에서 횡행하는 불법적인 일들을 밝혀낼 겁니다. 다단계 하청과 불법을 근절시키는 투쟁 과정에서 정부에 책임을 묻고, 저희 뜻을 끝까지 관철할 겁니다. 이 투쟁을 끝까지 잘해보려고 합니다. 한전KPS가 저희를 못살게 굴면 저희도 똑같이 못살게 굴 겁니다. 한전KPS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직접고용 쟁취와 불법적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잖아요. 김충현 동지를 돌아가시게 한 책임자들, 그 책임자들을 직접 처벌하는 순간까지 싸우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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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지 않았어! 지워지지 않았어! 앞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대구퀴어문화축제지난 9월 20일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날, 새벽 비가 그치고 날이 갰다. 축제를 여는 것조차 투쟁인 현실과 닮은 날씨였다. 벌써 17회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올해도 보수적 상인회, 법원,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 등 방해를 뚫어내는 투쟁을 거치며 장소를 옮겨 열렸다. 축제 장소가 가까워지자 ‘다만세(다시만난세계, 윤석열 탄핵광장의 대표곡과 같은 노래)’가 울려 퍼졌다. 마치 탄핵광장에서 휘날리던 무지개빛 깃발들이 어른거리는 듯했다. 축제 장소는 예상대로 무지개로 빛났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우리는 지(워지)지 않아!’ 성소수자의 존재와 존엄, 평등한 권리를 자랑스럽게 드러냈다. 4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90여 개의 부스부터 무대행사, 퍼레이드, 퍼포먼스와 마무리까지 인종과 젠더를 넘어 성소수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장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부산대학교에서 처음으로 공식 동아리로 등록된 성소수자 동아리 ‘케세라’는 부스에서 ‘퀴어고사’를 치를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는 타투 스티커를 붙여주었고, 비상 플리마켓은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지혜복 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투쟁도 제1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응원합니다”라는 선전물을 배포하고 카라노조 연대 서명운동도 벌였다. 전교조는 ‘모두에게 안전한 교실’스티커와 여러 퀴어한 핀버튼을 나눠주었다. 팔레스타인 부스에서는 팔레스타인 성소수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을 수 있었다. 준비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민주노총 무지개동지’ 깃발을 걸고 노동자 권리수첩과 노동권에 관한 팜플렛 등을 배포하며 무지개 리본을 서비스로 주는 다양한 무지개 굿즈를 판매했다. 대구지역본부 이길우 본부장은 무대 발언에서 “사회에는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차별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노동, 여성, 장애, 성소수자를 비롯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이 아닌 비록 소수의 사람이지만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축제에서 단연 돋보인 곳은 탄핵광장에서 조직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달곰이지부였다. 달곰이지부는 조직적으로 축제에 참여했다. 광장에서 가시화된 성소수자와의 연대를 위한 ‘앨라이설명서’ 책자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날 페이스페인팅을 맡았던 두두동지는 “이전에도 부스든 뭐든 퀴퍼 많이 갔었는데, 언제나 믿음직한 동료들과 함께였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달곰이들과 대구본부 동지들의 듬직함은 그 느낌이 완전 달랐다. 준비부터 진행까지 온전히 즐거움뿐이었다. 힘든 건 그닥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올라가기도 했지만, 이전처럼 두려워지진 않았다. 원가족이 볼 수 있다는 걱정은 새로운 가족, 동지들이 덮어주었다”는 감회를 전했다. 달곰이인형들과 함께 안내해주신 넴동지는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번 슬로건이었던 ‘우리는 지(워지)지 않아’라고 외치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지워졌으니까요”라고 소회를 말했다. 빨간 조끼를 입고 앨라이설명서를 권하신 조은 동지는 어느 때보다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달곰이부스로 참여했지요. 지부에서 오픈된 퀴어 중 한 명이라 종이동지와 함께 앨라이설명서 제작을 맡았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물을 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평등수칙이나 다른 동지들이 말하는 걸로 대충은 성소수자들이 있는 걸 알고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단순하게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동지들이 많아 종종 동지들 사이에서도 소통에서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음을 압니다. 그래서 이 작업이 더 큰 연대와 공동체문화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부스 참여는 처음이었는데 처음엔 제 얼굴이 찍히는 걸 약간 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래 찍어라 찍어 내 주변에 동지들이 있다’ 하는 마음이 들어서 더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축제 당일에도 분주했던 종이동지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올해 대구 퀴퍼에는 달곰이지부가 조직위원회에 참가했고, 저는 달곰이지부의 파견위원으로 대구 퀴퍼의 집행위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번 슬로건인 ‘우리는 지(워지)지 않아’는 제가 썼어요. 우리를 지우려는 시도가 거듭될수록, ‘우리는 지지 않아’로 더 강하게 선명해지는 의지와 연대를 담고 싶었습니다. 지난 광장으로 무지개가 쏟아져 나가 우리를 더는 세상에서 감출 수 없게 되었듯이, 이번 퀴퍼에는 반대로 광장의 깃발들을 불러들여 우리가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축제가 끝나고 나니 과연 우리는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누구에게 보여줄 수 있었나? 무엇에 지지 않았는가? 그런 반성이 남습니다. 퀴어퍼레이드는 언제나 축제인 동시에 투쟁이니까요.” 그렇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에서 성소수자의 퀴어퍼레이드는 축제인 동시에 투쟁이다. 착취당하는 노동자계급이 더 큰 차별과 억압 속에 있는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에 누구보다 앞장서며 단결하는 것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계급 분열에 맞서 전체 노동자민중의 단결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일터에서 성소수자의 권리를 말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해 불평등을 깨뜨리는 투쟁을 곳곳에서 벌이자. 현장과 지역을 연결하며 법 문구에 갇히지 않고 모든 차별과 억압에 맞서는 실천적 투쟁으로 지(워지)지 않는 평등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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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조지아에서 벌어진 인간사냥에 분노한다면, 울산에서 벌어진 인간사냥에도 분노하자지난 9월 16일,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사무소 앞 모듈화 단지 내 자동차 부품공장 ‘모팜’에서 이주노동자 50여 명이 수갑 채워져 강제로 연행됐다. 태국 국적 노동자 42명 등 이주노동자들은 미란다원칙 고지도 받지 못한 채 사복경찰과 출입국관리소 단속 인력에게 체포되었고, 줄줄이 묶여 호송되었다. 이것은 인간사냥이다. 이번 울산 사태는 모든 노동자 민중을 경악케 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구금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475명을 단속·구금했고, 그 중 317명은 한국 노동자였다. 이들은 쇠사슬에 묶이고, 감옥과 같은 시설에 갇히며,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한국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당한 단속·추방과 울산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은 하등 다르지 않다. 트럼프 정권은 ‘불법 이민자 연 100만 명 추방’을 내걸고 대대적 단속·추방을 벌이며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주노동자 혐오’라는 극우 민족주의를 전파하고 있다. 9월 4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노동자 구금 사태는 그 산물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단속·추방 역시 마찬가지다. 2024년 법무부가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목표지향적 불법체류 감축 계획’을 통해 ‘불법체류’를 41만 명에서 20만 명대로 감축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상시 정부합동단속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이 모두가 이주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정주노동자에 대한 민족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 노동자를 국적에 따라 분열시켜 착취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이다. 장기화하는 한국경제 침체 속에서, 국가와 자본은 분노의 화살을 피하고자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 이주노동자들을 확대하면서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없이 무권리 상태로 착취하고 억압하며, 끝없는 단속·추방으로 정주노동자와 분열시킨다. 미국에서 체포된 한국 노동자들에게 존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체포된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존엄이 있다. 국가와 자본에 맞서, 노동자는 국적이 아니라 계급으로 단결해야 한다. 모든 단속·추방에 반대하자. 일터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냥에 맞서 노동자의 국제연대를 강화하자. 노동조합은 국적에 관계 없이 지역 현장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싸우자.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중단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쟁취하자!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는 계급으로 단결하자! 2025년 9월 25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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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청소·경비’는 제외한다?...노동자들은 즉각 반발1.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청소·경비’는 제외한다?...노동자들은 즉각 반발 [사진] 경향신문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구체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경비 용역 등 일부 업종이 원청교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논란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청사진을 담당하는 교수가 한 강의에서 판례를 들며 청소·경비 용역 등 일부 업종은 원청교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정책연구회 소속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5일 한국노총에서 진행한 강연자료에서 과거 CJ대한통운 판결에서 제시된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사업 수행에 필수적인지 여부’를 사용자 지위 판단 기준으로 언급하면서 ‘청소·경비 용역은 원청교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 때문이다. 노동정책연구회는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노동 싱크탱크로, 이 교수는 노조법을 다루는 2분과의 분과장을 맡고 있어 향후 노란봉투법 관련 정부 정책과 지침 방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경비직은 필수노동인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에서 만드는 지침과 매뉴얼이 사용자 책임의 범위를 좁힌다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렵게 이루어낸 법개정을 정부 지침으로 무력화하거나 교섭 직종, 의제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참조 기사> http://khan.co.kr/article/202509170600041 2. 국가인권위 노조, 인권위원장 반인권 언행 인권위에 진정 접수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에 대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 소속 직원이 위원장을 피진정인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은 2001년 11월 인권위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인권위 노조)는 1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10층에 있는 인권상담조정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권위 노조는 지난 7월 29일부터 안 위원장의 ‘반인권 언행’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노조에 제보된 내용 중에는 “업무보고 들어간 과장과 직원에게 ‘동성애자 아니죠?’라고 물었다”거나 “‘양심적 병역 거부한 사람들은 모두 여호와의증인’이라고 하여 특정 종교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정호 인권위 노조 지부장은 “소속 직원이 기관의 장을 진정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인권위는 독립기구이며 실제 반인권적 정책이나 사건을 조사해 바로잡아야 하는 인권구제기관이기 때문에 지부가 진정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위가 이 진정에 대한 조사를 할지는 미지수다. 안 위원장이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한다”는 자신의 저서 내용을 재확인했고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 수단이 된다” 등 발언을 해 36개 인권·시민단체의 연대체인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이 진정을 낸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은 탓이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8870.html 3. 트랜스젠더 배제한 국제 성소수자단체 출범 최근 국제 레즈비언·게이·양성애 국제연합(LGB International)이 기존의 성소수자 단체와 공식적으로 결별을 선언하면서 출범했다. 이들은 “젠더 정치가 우리의 목소리를 지워왔다”며 성소수자운동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를 희생하고 트랜스젠더를 우선시한다면서 공식적 분리를 선언해 성소수자 권리 운동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분리의 핵심 쟁점은 ‘생물학적 성(sex)’과 ‘젠더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LGB연합은 성명에서 “젠더 정치(gender politics)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들의 현실과 권리를 가리웠다”며 성적 지향을 기반으로 한 권리 보장을 강조했다. 성별은 생물학적 성별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성 전용 공간, 청소년의 성확정 치료, 자기 성별정체성 확인(self-ID) 제도 등이 레즈비언과 여성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기존 성소수자 단체들은 이들의 주장이 성소수자 내부의 분열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평등 오스트레일리아단체 등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non-binary) 인권을 배제하는 권리운동은 온전할 수 없다”며 포용과 연대야말로 성소수자 전체 권리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 활동가는 인터뷰에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만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트랜스젠더를 배제한다면, 결국 사회는 성소수자 전체를 다시 소외시킬 명분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배제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모두를 지킬까’이다. 4.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여성 안전·건강권 보장” … 여가부 국정과제 발표 정부가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젠더폭력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임신중지에 대한 법·제도 개선 및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착수한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확정 발표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여성가족부 주관의 3대 과제와 11개의 실천 과제가 담겼다. 여가부 주관 국정과제는 ▲기회와 권리가 보장되는 성평등 사회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및 다양한 가족 지원 등 3개다. 정부는 3대 과제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으로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한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고,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 추진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정부지원을 확대하고 민간 서비스 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성평등 전담 부처의 기능과 권한이 확대되는 모양새이지만, 일부 특단의 대책만으로 사회 전반의 성차별 구조를 일거에 해소할 순 없을 것이다. 정책과 제도가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억압과 차별에 고통받아 온 당사자들의 투쟁과 연대를 튼튼히 건설해 나가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16_0003330880 5. 영국 워릭셔 주 의회, 무지개 깃발 철거를 위해 최고의장 권한까지 박탈했다… 의회 내 성소수자 노동자들 ‘불안해’ 영국 잉글랜드의 워릭셔 주 의회가 무지개 깃발을 내리기 위해 최고 의장으로부터 의회 건물 바깥에 게양할 깃발 결정권을 박탈했다. 지난 6월,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표하는 이른바 ‘프라이드 먼스(자긍심의 달)’가 끝나기도 전에 깃발이 철거된 셈이다. 이는 의회 건물 바깥에 게양한 성소수자 깃발을 철거해달라고 조지 핀치 의원이 요구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워릭셔 주 의회의 최고 의장이었던 모니카 포가티는 조지 핀치 의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번 결정권 박탈은 무지개 깃발 게양 보호를 주장한 최고 의장 모니카 포가티에 대한 즉각적인 제지로 해석된다. 한편 워릭셔 주 의회 내 LGBTQ 노동자 모임은 이 결정을 두고 다시 성소수자 깃발의 게양 여부가 안정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면 ‘매우 불안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LGBTQ 노동자 모임의 대표인 앤젤라 던은 6월 프라이드 먼스 한 달 동안 무지개 깃발을 게양할 수 있도록 주 의회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워릭셔 주 의회는 9월 22일 회의에서 요구에 따라 재고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 박탈 사유를 조사하는 초당적 위원회를 결성하자는 요구가 부결되면서 최종적으로 해당 결정의 재고는 무산됐다. 해당 최종 결정에 따라 앞으로 워릭셔 주 의회 건물 밖에는 영국 국기, 주 깃발, 그리고 성 조지 깃발만 게양할 수 있다. 앞서 공개 재검토를 요청했던 앤젤라 던은 “최근 직원 참여 조사에서 많은 노동자가 주 의회의 (성소수자) 포용적 문화를 이곳에서 일하기로 선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았고, 이것이 그들이 계속 일하기로 결정한 주요 요인이었다”고 호소했다. 또 영국 녹색당 의원인 샘 존스는 이번 결정이 “실제로는 모든 성소수자 관련 사항을 없애는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 나라(영국)에는 성소수자들을 체포하고 (국가 폭력의 일환으로서) 거세까지 저질러 온 역사가 있는데,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그걸 했다”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bbc.com/news/articles/c306vnz744jo 6. 여전히 힘든 ‘아빠 육아휴직’ 아빠 육아휴직 비율이 매년 늘고 있지만, 지난해 중앙행정기관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육아휴직 대상 10만4천937명 가운데 5만8천921명(56.1%)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공무원은 자녀가 만 12세 이하(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일 경우 자녀 1명당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 기간은 승진 경력으로도 인정된다. 여성 공무원은 지난해 기준 96.2%가 육아휴직을 사용해 사실상 대부분이 제도를 활용했다. 반면 남성 공무원 중 육아휴직 대상자는 지난해 7만3천674명이었는데, 이 중에 2만8천850명(39.2%)만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남성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직장 내 부정적 시선과 낮은 급여가 지목된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눈치가 보이는 건 마찬가지”라면서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급여도 적어지다 보니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인사처는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육아휴직수당 지급액을 기존 월 최대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렸다. 승진에 누락될까봐 육아휴직 사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 남성 공무원과 달리, 중소사업체 등 민간기업에서는 해고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 사용이 여전히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현실을 바꾸려면, 육아휴직 의무화와 사용자의 불이익 처우 금지 등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50917160700530?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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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입증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선거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9월 2일 발표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선거 경선 결과 기호 1번 한기박·우하경·이윤경 후보조가 득표율 50.48%로 당선했다. 당선한 기호 1번 후보조의 기치는 “민주적 노조, 투쟁하는 노조, 연대하는 노조”였다. 한기박, 우하경 후보는 전 집행부의 전임자 처우 개선에 대한 비공개 이면 합의를 비판했다가 ‘제명 및 피선거권 3년 제한’이라는 보복성 징계를 당했다. 지난 3월 전 집행부는 조합원 평균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노조 전임자에게 적용하는 합의를 사측과 했다. 사전에 이 교섭 내용을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으며, 서면 합의도 없이 구두로 합의했고, 조합원 찬반투표도 거치지 않았다. 역동적 결과 현장 밖에서는 많은 활동가가 집행부의 패권적 관료주의를 비판했지만, 현장 안에서는 기호 1번 후보조를 지지하는 흐름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면 합의에 대한 실망과 반발로 조합원 7,000여 명 이상이 탈퇴하기도 했다. 기호 1번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조합원들이었다. 1번 후보조의 조직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확실한 소수파였다.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으로 어렵게 조합원 자격을 회복했기에 선거를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당선보다는 부당징계에 대한 비판, 민주노조로 전진하기 위한 방향성 제시를 위해 출마했다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뜻밖의 결과를 낳은 원인은 여러 개일 수 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SK하이닉스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임단협에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며 더 투쟁할 것 같은 후보를 선택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선한 후보조의 투쟁력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작용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역동적 결과는 나오기 힘들다. 노동자 민주주의의 가치 투쟁은 정당한 방법으로만 온전히 승리할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은 비공개 교섭, 밀실 협상, 이면 합의를 거부하며 ‘공개 교섭’, ‘협의(합의)안 공개’를 교섭의 원칙으로 세워 왔다. 그래야만 조합원들이 교섭 과정 전반에 참여하고 통제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노동조합의 장기적 생존과 발전이 가능하며, 그 결과 조합원들의 생존권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퇴각하더라도, 온갖 사기저하에 맞서며 현장에서 반격을 준비할 힘도 노동자 민주주의에서 탄생한다. 조합원들이 투쟁의 개시부터 진행, 종결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만,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실질적 주인으로 설 수 있다. 그렇게 조합원들을 실질적 주인으로 세우는 것이 최상의 성과다. 조합원들은 작년 파업 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겪었고, 고과제도로 인한 극심한 차별과 통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전임자 처우개선을 앞세우는 것은, 집행부 이기주의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집행부 전임자에 대한 고과와 승진 차별은, 조합원들의 지지와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 공개 교섭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의 힘을 결집하는 투쟁 속에서 풀어야 했다. 노동자 대중이 스스로 토론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노동자 민주주의는 노동자들이 상황을 주도하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자발성과 지도력이 제대로 결합해야 노동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다. 노동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모든 시행착오와 오류에도, 노동자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노동자 민주주의 없이 위로부터 지시와 명령으로 이뤄지는 성과는 존재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존재하더라도 노동자 대중의 자주적 발전과정을 봉쇄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전진을 가로막는다. 금속노조의 심각한 잘못 금속노조는 2021년부터 전삼노와 연대해 왔고, 전삼노와의 연대사업을 중요한 조직화 사업이라고 얘기해 왔다. 그런데 이면 합의 문제가 터지자, 금속노조 상층 일부에서는 이면 합의가 아니라거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조의 정신이 땅에 추락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여러 활동가가 치열하게 비판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금속노조 내부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속노조는 뒤늦게 이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상황이 너무 악화한 후여서 문제를 제대로 바로 잡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민주노조운동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이면 합의를 감싸거나 문제점을 축소하는 주장이 나올 수 있었을까? 집행부와의 좋은 관계에만 집착하는 태도, 조합원 다수의 변화가 아니라 집행부 몇몇을 설득해 ‘속성’으로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끌어내려는 태도가 아니었다면, 그런 주장이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민주적 조직운영과 투쟁 조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집행부의 잘못된 행동을 정확히 비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연대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간부 및 조합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전삼노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전삼노에서 어떻게 투쟁을 강화할 것이냐’가 주된 목적이었다면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합원들이 단결과 연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금속노조로의 전환을 위해 크고 작은 행동에 나서야만 제대로 된 조직 전환이 가능하다. 민주노조운동의 진정한 전진은 단순한 ‘쪽수’ 늘리기가 아니라 민주노조다운 정체성 수립과 투쟁 조직화로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관료들은 이런 주장을 선언적, 자족적 주장이라 헐뜯으며 비밀스러운 상층 사업에 몰두하고, 자신들과 관계 맺고 있는 집행부가 심각한 오류를 저질러도 합리화하거나 축소하려 한다. 조합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2024년 사실상 최초로 대중파업을 전개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린 전삼노는 조합원 수가 3만 명에 이르는 거대 노조지만, 이제 민주노조를 향한 첫걸음만을 떼었을 뿐이다. 아직은 한국노총 소속이며, 많은 조합원이 자신들만의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에만 몰두하는 조합주의에 갇혀 있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기호 2번 후보조는 연대투쟁, 정치투쟁 배제와 금속노조나 다른 외부(?)단체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노동조합의 ‘독자성’을 주장했다. 어떤 노조도 후퇴와 실패 없이 직선적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처럼 민주성·자주성·투쟁성을 많이 상실하고 노동귀족적 태도를 보이며, 자신들만의 틀에 갇힌 다른 대공장노조에 비하면 오히려 아직 틀이 굳어지지 않은 전삼노에서 더 많은 가능성, 더 많은 역동성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 결과가 그렇다. 동시에 우리는 민주노조가 가야 할 길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세계적인 독점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삼성 정규직 노동자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꿈꿀 수 없는 임금(성과급 포함)을 받아왔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아 왔다. 그런데 삼성 자본의 성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청업체와 부품사 노동자들을 초과착취한 결과물이다. 전삼노의 요구가 자신들의 임금인상, 성과 보상, 노동조건 개선에만 머물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요구로까지 뻗어나가야 삼성전자 밖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며 성과 경쟁, 해고와 산재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민주노조운동의 상태와 전삼노의 상황을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이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수단은 노동자 민주주의다. 노동자 대중이 자기결정권과 주도성에 입각해 움직일 때, 당장의 한계 때문에 일시적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뼈저린 교훈을 되새기며 힘을 더 효과적으로 조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와 역사의 주인공으로 도약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모든 개량주의자의 치명적 약점은 바로 이 같은 노동자운동의 본성에 대한 무시다. 노동자 대중이 사회의 능동적 주체로 도약할 가능성을 불신하고 가로막는 지배계급의 관점에 젖어 있다. 물론 그들도 노동자 대중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지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방법론에서 지배계급의 엘리트주의를 공유한다. 노동자 대중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부족하며, 따라서 그들의 운명을 지배계급, 엘리트들, 노동조합 관료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관점을 철저히 배격한다. 노동자들은 책임감 있는 주인으로서 노동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도 민주적·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면 합의에 반대하며 노동조합의 민주성·투명성·투쟁성을 내걸고 등장한 전삼노 집행부를 눈여겨보자. 새 집행부는 원칙을 믿고,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믿고 끈기있게 실천해야 살아있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씨앗이다. 노동조합의 전체주의적 운영, 그리고 이 운영을 강제하는 지도자들에 대항해 노동자 대중이 나설 수 있도록, 노동자 민주주의를 지키자! 민주노조운동의 기본 원칙을 움켜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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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청소노동자 투쟁, 노란봉투법에 잠재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단결과 연대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정부는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자본은 이 법이 마치 자신들의 권한을 송두리째 빼앗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9월 17일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기아차노조 조합원 이상언 동지는 17일 오후 기아차 화성공장 카렌스센터에서 열린 ‘기아차 원하청구조와 노란봉투법’이라는 주제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노동자의 권리는 투쟁으로만 쟁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사용자 범위 확대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제도로 보장된다고 기아차가 하청 노동자 또는 하청노조와의 교섭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가 자본가를 힘으로 끌고 나와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상언 동지는 대표적 사례로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을 들며, 2005년 노조 결성 당시 조합원 400명으로 시작했지만, 강력한 투쟁을 통해 총고용 보장을 힘으로 쟁취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원청은 초기부터 비정규직지회와 하청업체가 교섭할 때, 사안마다 일일이 비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지시했다. 그래서 결국 사용자 범위 확대라는 것이 비정규직지회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힘이 있으면 원청과의 협상 통로는 마련할 수 있는데, 투쟁으로 그 힘을 형성하지 못하면 원청이 교섭에 나오도록 견인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쟁의행위 범위 확대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역시 마찬가지다. 이상언 동지는 “사측은 언제나 노조가 힘이 약할 때면 합법 투쟁도 불법으로 몰아간다”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현장”이라고 답했다. 또 “손배 가압류 문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하면 풀 수 있었다”라며 “회사가 스스로 양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의 20년 역사는 노동자의 권리는 싸워서 쟁취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심화하는 기아차 비정규직 고용불안 지금 기아차는 청소노동자 탄압만이 아니라 식당 이원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와 다른 업체를 경쟁시키려 해 비정규직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불안해지고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노조가 민주적으로 거듭나고 무너진 조직력을 복원해야 한다.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모아 투쟁해야만 회사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 기아차 화성공장에는 정규직 1만 2천여 명, 10여 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600여 명이 일한다. 식당, 경비, 청소뿐 아니라 일부 생산공정도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원청은 식당을 이원화 하고 있고, 청소업체 역시 외부 용역사로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조가 약하면 비정규직 고용과 노동조건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광산업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5월부터 부당업무 지시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활동을 탄압하며 조합원 5명 중 2명을 해고하고, 3명에게는 30~90일 출근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는 부당업무 거부, 성희롱·성추행 폭로, 노조 활동, 연대투쟁 등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 10월 1일 7차 연대선전전에 많은 연대를!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점심을 굶으며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2주마다 연대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차기 7차 연대선전전은 오는 10월 1일 오후 2시 50분에 열린다. 현장조직들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기아차 현장공통투쟁은 공동 회의를 열고 △청소노동자 투쟁 홍보 △연대집회 결합 △서명운동 △자체 선전물 게재 등을 결의했다. 현장조직 ‘현장의힘’은 이미 자체 선전물에 청소노동자 투쟁 소식을 실었다. 노란봉투법은 투쟁의 성과를 반영하긴 하지만, 결국 그 법만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아차 사례는 노동자의 권리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바로 단결과 연대임을 보여준다. 기아차 청소노동자 투쟁의 승리가 곧 노란봉투법을 실질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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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료] [정세집담회]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경과와 전망"사기" - 취임 첫날 다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규정입니다. 폭염과 폭우, 일상이 된 기후재난에도 자본주의는 기꺼이 이윤을 위해 파국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대안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에 있습니다. 바로 지금, 자본의 이윤을 위한 생산을 노동자 민중의 필요충족을 위한 생산으로 재편하기 위한 투쟁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미 세계 곳곳 노동자 민중이 그 사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정세집담회에서 우리는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흐름을 짚고,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를 토론합니다. - 일시: 9월 19일(금) 저녁 7시 - 장소: 강북노동자복지관(서울 마포구 환일길 13) 205호 ※온라인 Zoom 참가 병행 - 주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책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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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기만의 시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노동자의 길이다9월 4일 양대노총위원장-대통령 회동 최근 민주노조운동은 갈수록 이재명 정부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양경수 집행부는 26년 만에 노사정 기구(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는 기류가 민주노조운동의 상층만이 아니라 현장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만이 아니라 여성운동, 기후정의운동, 노동안전보건운동 등에서도 “이재명 정부에 대한 태도”는 아주 중요한 논쟁 지점이다. 장기 투쟁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쟁사업장에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관계자들이 찾아오니 불편한 일들을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들리기도 한다. 과연 민주당은 해결사인가? 민주노조운동에서 장기 투쟁사업장의 의의는 너무나 크다.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정신을 구현하며 다른 노동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장기 투쟁사업장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놓여 있는 우리가 싸우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장기 투쟁사업장은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선 수많은 노동자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옵티칼지회, 세종호텔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혜복 교사 투쟁, 현대차 이수기업, 성서공단지회 태경산업 투쟁 등에 연대의 손길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장기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에 많은 사람의 눈길이 쏠렸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동지가 고공에서 내려왔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동지가 고공농성 600일 만에 고공에서 내려왔다. 그때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언뜻 보면 이재명 정부가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과거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전혀 진실이 아니다. 민주당은 아주 오랫동안 투쟁사업장을 탄압해 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많은 노동자 투쟁을 돌아봐도 그렇다. 그들은 지금 ‘해결사’ 흉내를 내지만, 그 흉내조차 어설프다. 옵티칼 투쟁은 민주당이 약속한 청문회 개최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진전이 없다. 세종호텔도 마찬가지다. 첫 교섭에 나온 세종호텔 자본은 ‘교섭’이란 말조차 거부했다. 상당한 압박을 받는 개별 자본이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투쟁사업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면 그 기운이 계열사 현장으로, 또한 전체 노동자들에게로 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더 크고 넓은 노동자 투쟁뿐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노동자 투쟁에 밀려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 아니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기대를 걸고 의존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이재명 정부에 어떤 환상과 기대도 없이, 정부에 대한 독립성을 지키며, 노동자 투쟁대열을 늘리고 연대투쟁을 강화하는 것이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할 가장 빠른 길이다.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물론 현실의 어려움을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다. 현실과 원칙의 틈은 넓다. 그런데 이 틈을 좁히려는 노력 대신, 어려운 현실만을 근거로 이 틈을 더 넓히는 사람들이 있다. 투쟁사업장의 어려운 현실을 얘기하며 노사정 대화 기구(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보자. “제가 속한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외국인투자단지가 많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외투먹튀 문제로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2012년 하이디스, 2023년 한국와이퍼. 배재형 동지가 죽음으로 투쟁하려 했던 하이디스 투쟁 때 저는 을지로위원회뿐 아니라 국힘 조경태 의원 쫓아다녔습니다. 당시 경기지부장도 국힘이라도 찾아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절실했습니다. (···) 투쟁사업장들 다 마찬가지입니다. 다 을지로위원회와 창구 만들어보려고 사업하지 않습니까. 이 짓을 왜 투쟁사업장에게 하게 합니까. 이제는 하기 싫습니다. 민주노총이 하십시오. 우리 투쟁하는 동지들이 더 이상 보수정당 쫓아다니면서 애걸복걸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민주노총의 힘으로 당당하게 요구하고 그 역할을 하십시오. 저는 그래서 국회 사회적 대화를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민주노총 중앙위원, 엄미야) 모든 투쟁사업장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창구 만들어보려고” 사업한다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당장 9년 넘게 싸워 이긴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기도 했다. “그동안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정부가 자본을 제대로 압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자본가들에게 봉사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문재인 정부에 맞서며,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을 점거하며 싸웠다. 2019년 6월, 문재인 정부의 대량해고에 맞서 결집한 톨게이트 노동자들 사진: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무엇보다 투쟁하는 동지들을 보수정당 쫓아다니면서 애걸복걸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민주당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인 힘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엄미야 중앙위원은 정반대 방향을 제시한다. 민주노총이 투쟁사업장을 대신(?)해 민주당을 만나고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면, 갑자기 투쟁사업장에 없던 힘이라도 생기는가? 대안과 전망이 없기에, 민주노조운동의 단결과 연대가 미약하기에, 투쟁사업장들이 민주당에 매달린다. 필자는 이 기대를 합리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힘들더라도 현장토론을 조직하고,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투쟁계획을 만들고, 장기 투쟁사업장 한 곳이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 연대를 조직해야 이 안타까운 상황을 풀 실마리가 생긴다. 그런데, 민주노조운동 지도부를 자처하는 관료들이 하지 않는 일이 바로 그 일이다. 투쟁사업장은 당당하게 요구할 힘이 없는데, 민주노총은 당당하게 요구할 힘이 있는가? 민주노조운동 상층 지도자들은 대중적 투쟁동력을 조직하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재명 정부 아래 보여주기식 투쟁 아닌 “진짜 투쟁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자본가들에게 온갖 형태의 교섭과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 ‘애걸복걸’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며 ‘이제 민주노총이 투쟁사업장을 대신해 노사정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자본가정당에 의존하게 하자는 말이다. 이런 노선은 결국 투쟁사업장들을 더 힘든 지경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 투쟁성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개량적 지도부는 끊임없이 ‘대중의 투쟁동력 부족’을 핑계 댄다. 그러나 지도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핑계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분투다. 그것이 지도력이다. 민주노조운동은 이런 지도자들이 너무나 부족해 고통받는다. 대중의 자발적 투쟁이 성장하면 이를 자신들이 조직한 것으로 화려하게 포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중의 투쟁동력 부족’을 이유로 대중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파렴치한 지도자들을 넘어서지 않고 민주노조운동의 추락을 막을 수는 없다. 불변의 진리 노동자들의 모든 권리는 자본과 정부의 공격을 제압할 강력한 조직과 투쟁을 통해서만 보호되고 확대될 수 있다. IMF 시절의 수많은 노동조합의 양보교섭을 돌아보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양보하자, 일자리에 대한 위협은 더 커졌다. 일자리가 더 위협받게 되자, 임금과 노동조건이 더 나빠졌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조합이 패배했고 문을 닫기도 했다. 개량주의자들은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을 지탱하며 강화하는 단결력과 투쟁력,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을 중심으로 현재의 투쟁을 바라보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에게 노동자의 대의를 지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당장 나의 손에 쥐어지는 ‘실리’만이 중요할 뿐이다. 심지어 돈 몇 푼에 해고자 복직을 포기하거나, 노사화합 선언이나 무쟁의 선언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단기적·실리적 성과에 집착했을 때, 그 결과는 분명하다. 단결력과 투쟁력, 노동자 의식을 잃은 노동조합은 자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장기 투쟁사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과는 ‘단결력, 투쟁력, 노동자의식’이라는 노동자계급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이다. 그래서 수많은 투쟁사업장은 깨지고 고립되어 피투성이가 된 채로도,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도 노동자계급의 근본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랬기에 장기 투쟁사업장은 자기 주위에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힘을 결집할 수 있었고, 자기 투쟁의 승리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추진력으로 자신을 세워낼 수 있었다. 여러 투쟁사업장에 결합하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노력하는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투쟁사업장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고민하고 있다. 그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자본가정당에 맞서 독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는 방법이 장기 투쟁사업장의 온전한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험 역대 민주당 정부는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와 비정규악법을 만들어 노동자를 공격했다. 집권 초 민주당 정부들의 친노동 행색은 오래지 않아 그 한계와 본질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드러난 대중의 폭발적 열망을 목격했기에, 집권 초기 ‘노동 존중’ 같은 그럴듯한 구호를 내걸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내놓았다.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만들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실체는 몸집만 커진 용역회사, 즉 자회사로 노동자들을 배속하는 가짜 정규직화였다. 현대중공업, 성동조선, STX조선소 등 수많은 조선소에서 대량해고가 벌어졌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폐쇄되었고, 금호타이어는 해외매각되었다. 그리고 일자리 현황판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까지 확대 개악하며 저임금 노동자들을 후려쳤다. 이에 노동자운동이 제대로 맞서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민주당 정부에 대한 정치적 종속성이 가장 큰 몫을 했다. 이정미, 심상정 같은 정의당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을 대변하기에 손색이 없는 정부”,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 “나라는 민주당에 맡겼으니 지역은 정의당에 맡겨 달라”라며 민주당을 떠받들었다. 노동자가 문재인 정부에 기대하고 스스로 투쟁을 자제했을 때,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손발을 묶은 노동자의 목을 졸랐다. 적폐청산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게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며 주저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를 벼랑 끝에서 밀어버렸다. 환상의 애드벌룬이 터졌을 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던 비극이 더 확대된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민주노총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그토록 매달리는 노사정 대화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한 노사정위원회에서 알 수 있듯, 사회적 대화기구는 노동자의 이름으로 노동개악을 관철하는 수단이다. 이 사회적 합의기구가 자본가들에게 주었던 추가 전리품은 바로 노동조합 같은 노동자조직의 독립성, 자주성, 전투성을 지워나갔다는 점이다. 노사정위원회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경사노위와 한국노총 관료들의 탄력근로제 확대 야합을 보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이 철폐되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겨날까? 구조조정이 중단될까? 그것은 국회 사회적 대화 같은 잡담가게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적 부를 움켜쥔 재벌 대자본을 공격해야 가능한 일이다.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의 책임을 자본가에게 묻는 투쟁을 조직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환상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이 애드벌룬이 터지며 그 모든 환상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을 때, 누가 어떻게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까? 노동자계급과 민주노조운동의 운명은 국회 사회적 대화장에서의 말씨름,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으로 결정된다. 현재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을 덮칠 가혹한 공격에 맞서기 위해, 경제위기를 이용한 임금 감소와 실업 확대를 막기 위해,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자본가정부와 자본가정당에 대한 노동조합의 독자성을 지키자! 아래로부터의 단결투쟁을 조직하자! 당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소 - 우리의 상황은 열악하다. 어둠은 깊어가고 세력은 약해지고 있다. 수년 동안 활동을 거듭해 온 끝에, 이제 우리는 처음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적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져 있다. 적의 세력은 강화된 것 같고 적은 불굴의 모습을 띄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류를 범했고, 이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들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외치는 구호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말의 일부를 적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해 버렸다. 우리들이 했던 말 가운데 지금 어떤 것이 잘못되어 있는가? 일부인가, 아니면 전부인가? 누구에게 우리는 아직도 기대를 걸고 있는가? 우리는 역동적인 흐름에서 밀려난 채 살아남은 자들인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도 이해시키지 못한 채 처져 있는가? 우리에게 과연 행운이 따르겠는가? 이렇게 당신은 묻고 있소. 기대하지 마시오. 당신 자신의 답변 외에 그 누구의 답변도! 브레히트 - 흔들리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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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여성의 얼굴을 한 방송 비정규직 … 방송사 프리랜서 10명 중 7명은 여성1. 여성의 얼굴을 한 방송 비정규직 … 방송사 프리랜서 10명 중 7명은 여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방송3사(KTV·아리랑국제방송·국악방송)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의 72.5%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계약 기간은 8개월 미만에 불과했고, 같은 직무여도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 방송계의 성차별적 노동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일하는시민연구소가 민주당 이기헌 의원실과 함께 지난 6월 기준 방송3사의 인력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방송3사의 전체 인력 1,012명 가운데 프리랜서는 425명(남성 117명‧여성 30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계약기간은 7.9개월에 불과했고, 인력규모는 2022년 557명에서 올해 425명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여성의 감소 폭이 77명으로 남성(55명)보다 컸다. 임금 면에서도 성별격차는 현저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방송사 비정규직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슬기 프리랜서 기자는 자신의 칼럼에서 “교사, 간호사, 승무원 같은 다른 여초 직업과 함께 방송작가는 젠더화된 형태의 노동을 기대받았다”고 지적했다. 가령 방송작가는 촬영 현장에서 가정의 ‘엄마’ 또는 ‘여동생’ 같은 역할을 부여 받는다. 프로그램 기획, 대본 작성, 출연진 섭외 같은 기본적인 업무에 더해 제작진·출연진의 심기 경호, 돌봄 노동, 잔심부름 같은 가정에서 ‘엄마’나 ‘여동생’이 할 법한 일들이 여성인 작가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이에는 법제도의 미비와 동료 노동자들의 외면이 자리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방송사를 포함한 언론노동자들의 오랜 침묵 역시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한 원인이다. 9월 15일은 방송사 비정규직인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거둔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숨진 딸의 어머니는 공영방송 MBC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MBC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방송사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 구조를 일신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참조 기사>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675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7344 2.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주5일제 위한 9월 17일 파업 예고 [사진] 한겨레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이 주 5일제 도입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9월 17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 소속으로, 지하철 역사와 차량 청소, 전화상담, 경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은 현재 주 6일 근무와 야간 연속 교대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옥녀 공공운수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장은 “부산지하철 역사 청소노동자들은 85년 지하철 개통부터 2021년까지 1일 8시간 주 48시간 근무했다. 현재는 1일 7.5시간 주 45시간을 일하고 있다. 연간 2,159시간을 일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부산지하철노조가 2025년 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역사 청소노동자 499명 중 397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했다. 노동조합은 주5일제를 도입하고, 4조 2교대로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며, 노동조건 후퇴 없이 임금은 그대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인력 증원 없이 업무 구조 개선을 통해 주 5일제를 도입하겠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수준이라, 노동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 호포서비스지회 허명신 지회장은 “우리의 요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부산 시민의 청결을 위해 공공의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와 노동조합들이 청소노동자들의 건강한 노동환경을 보장하고,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대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책임을 지고 주5일제 시행, 인력충원 등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218140.html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7863 3. 세르비아 성소수자 행진도 반정부 투쟁에 가세 최근 수개월 간 세르비아에서 사회적 참사와 부패에 맞선 대학생 시위를 시작으로 노동자운동이 합세한 반정부 시위가 펼쳐지는 가운데, 9월 6일 성소수자 노동자민중이 벨그라드 프라이드 행진으로 반정부 투쟁에 함께했다. 성소수자 행진 참가자들은 현재 투쟁에 대한 연대를 명확히 하고 경찰 폭력과 표현의 자유·집회의 자유 침해를 규탄하며 성소수자(LGBTQ+) 인권 보장의 필요성 강조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경찰 국가에 반대한다!”, 학생 시위 구호인 “저항을 멈추지 말고 계속 고조시키자(Pump it up!)” 등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며 성소수자 운동과 반정부 시위의 연대와 결합을 강조했다. 또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 감을 수 없다. 프라이드는 정상처럼 보이기 위한 위장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세르비아는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해왔지만,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년간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여성 총리가 있었음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이 만연했다. 프라이드행진은 일상적으로 금지되거나 경찰의 철저한 통제 아래 진행되었다. 그러나 수개월 간 반정부 시위를 통해 노동자와 민중은 사회의 부정부패, 국가폭력, 노동권과 파업권 보장뿐 아니라 법률적 차별 금지 조치, 소수자 혐오범죄 및 혐오 발언에 대한 엄중한 처벌, 성소수자 파트너십의 법적 인정, 성 정체성과 표현의 다양성 보호 등 성소수자의 권리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apnews.com/article/serbia-pride-lgbtq-protests-police-brutality-1139d618dd1d60fd019c31b81e5ea71b 4. 아직도 육아휴직 맘 편히 못 쓴다 … 올 상반기 신고 건수 작년 전체 건수 넘어서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신고가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이 같은 위반 행위의 발생 비율이 높았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확인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육아휴직 미부여로 신고된 건수는 총 18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들어온 신고 건수 총 180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출산·양육을 위해 출산·육아·난임치료·가족돌봄 휴직이나 육아기 근로단축을 신청하면 허용해야 하고,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단축 사용을 이유로 각종 불리한 처우를 해서도 안 된다. 위반 사례 발생시 근로자는 익명으로 노동부 포털에 신고가 가능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징역·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육아휴직 미부여 신고는 △2021년 99건 △2022년 135건 △2023년 182건 △지난해 180건으로 최근 5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육아 양립을 위한 제도를 위반하는 사례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더 빈번했다.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집계된 제도 위반 2,242건 중 31.2%에 달하는 700건이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30인 미만으로 확대하면 1,160건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1410590000510?did=NA 5. 홍콩, 동성 파트너십 법안 거부 홍콩 입법회(국회)는 동성 커플이 해외에서 혼인 혹은 연인관계를 등록한 경우에 병원 면회, 장례 등 일부 법적 권리를 허용하는 동성 파트너십 법안을 거부했다. 표결에 참석한 의원 중 71명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14명이 찬성, 1명이 기권했다. 성소수자 권리단체들은 “오늘은 홍콩에 실망스러운 날”이라며 이번 표결이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법안은 2023년 홍콩 대법원이 동성혼(same-sex marriage)을 헌법적으로 완전 인정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해외에서 등록된 커플들에 대해서는 “기본적 사회적 필요”를 보장 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마련하라는 판결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중국 당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5년에 맞서 민주적 권리를 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성소수자 활동가 지미 샴은 “이건 끝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홍콩에서 동성 커플의 동등한 권리를 개선할 기회가 있다”며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와 아시아 지역 성소수자 인권단체 30곳은 공동성명을 내 “동성 파트너십을 인정하고 모든 동성 커플이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등록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법적 틀을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 <참조 기사> https://www.reuters.com/business/healthcare-pharmaceuticals/hong-kong-lawmakers-veto-bill-same-sex-partnerships-2025-09-10/ 6. 성평등가족부 개편 두고 ‘성소수자 혐오’ 부추기는 보수진영 여성가족부가 오는 10월부터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된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들이 ‘성평등’ 용어의 사용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등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7일 정부가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성평등가족부 개편을 명시하자, 국힘 소속 여가위 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성평등이란 용어는 성별의 구분을 흐리거나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사용될 위험이 크다”며 “국민적 합의 과정도 없이 특정 이념적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성정체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개념이므로 이념편향적 용어를 채택하는 것은 사회적‧정책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입장이다. 보수진영은 앞서 2014년에도 양성평등기본법이냐 성평등기본법이냐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성평등 용어의 도입이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보수진영이 성평등 개념을 반대하면서 외치는 ‘양성평등’ 구호는 성소수자를 배격하는 차별과 혐오의 언어일 뿐이다. 성별이분법과 그에 따른 위계질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여성억압과 여성차별의 핵심 원인이다. 또한 성평등을 주장하지 못한다면 성차별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정부는 해묵은 논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확대‧재생산하는 보수진영에 대한 눈치보기부터 멈추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 추진에 올곧게 나서야 할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11_0003325443 7. 2025 트랜스젠더 추모의날 집회 및 행진 기획단 모집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을 앞두고 행진 기획단이 꾸려진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오는 11월 20일, 2025년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을 맞아 집회와 행진 준비를 위해 기획단을 모집한다. 대상은 트랜스젠더 인권에 관심이 있는 시민 누구나이며, 첫 회의 일정은 10월 1일 저녁 7시 반에 진행된다. 공동주최 단위는 이후 모집될 예정이다.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은 매년 11월 20일 트랜스젠더의 존엄과 권리에 대하여 생각하는 국제적인 기념일로, 1998년 11월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트랜스포비아를 이유로 살해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리타 헤스터의 추도에서 유래한다. <신청> https://forms.gle/YKPLwF7AcdYS62E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