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국가비상사태’라며 ‘범국가적 총력 착취와 억압’을 주문하는 정권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저출생 ‘국가비상사태’라며 ‘범국가적 총력 착취와 억압’을 주문하는 정권

노동자의 비상한 투쟁이 절실하다!

  • 배예주
  • 등록 2024.06.22 08:15
  • 조회수 258

저출생 반전을 위한 총력 대책

 

윤석열 정부가 6월 19일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저출생을 ‘인구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하고 범국가적 총력 대응을 위한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을 내놓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 ‘반전 대책’의 주된 내용은 ①일·가정 양립, ②양육, ③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이다. 육아휴직 지원금 확대(1년 육아휴직시 상한액 약 5백만 원 인상 등), 초등학생 늘봄프로그램 확대와 외국인 가사관리사 활성화, 신생아 특례 대출 소득기준 완화 등이 세부사항으로 제시되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초등생 야자 시킨다는 게 대책?” “엄두 안 나는 내 집 마련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현실, 기존과 똑같은데 무슨 반전”, “일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각자 집을 한 채씩 갖고 있는 커플이 얼마나 많길래 1주택으로 쳐 주겠다는 건지”, “합산 연봉 2억5,000만 원인 부부가 연 2~3%포인트 낮은 금리 혜택을 받는 게 그렇게 시급한 건지”, “지금도 중소기업 직원이나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방송국 파견직) 재계약을 포기했다. 차라리 모든 직업에서 육아휴직을 의무화해달라”,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없고 해외 가사노동자를 데려와 애 키우게 하라는 게 맞냐”, “진짜 이런 대책만으로 출생률 오를 거라 생각하냐”는 등의 냉소와 분노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부는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내년 상반기 이주 가사노동자 1,200명 도입 계획을 확정하고, 민간자본에 의한 최저임금 미적용 이주 가사사용인 5,000명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33개 단체로 구성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은 논평을 내고 “정부의 저출생 대책은 심각한 오류투성이지만 이주 가사·돌봄노동 대책은 더욱 심각하다. 한 국가의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주노동자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대책은 인권유린이요, 국가적 망신이다. 정부는 지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망언을 내뱉고 있다”고 일갈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돌봄노동을 시키겠다는 것은 값싸게 노예를 사다 부리던 전근대적 시대로의 회귀’라며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까지 가사서비스 노동자를 더 쥐어짜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필리핀 4개 노총(FFW, KMU, SENTRO, TUCP)과 함께 우려를 표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는 청년들이 ‘출산의향이 생기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육아휴직제도에 소외된, 이미 임금노동자 절반에 이른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의 ‘아이 낳아 키울 권리’를 외면했다. 노동법의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청년이라도 청년정책 지원 통장 하나 못 만들고, 육아휴직은 먼 나라 얘기, 연차 하루도 쉴 수 없고 체불임금을 받을 방법도, 폭염에 산업안전 보장받을 권리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보장은 없이 ‘낳으라’는 주문만 있는 것이다.

 

그래 놓고 이주노동자를 가사돌봄 노동자로 착취한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못 박았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공공돌봄의 대표적 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쇄를 결정하더니 앞으로 민간자본이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도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경쟁시키며 싼값에 쓸 수 있는 착취 시장을 선물했다. 정부와 민간자본에 의한 이주노동자 착취망을 넓혀 가사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개별가구를 모집함으로써 여성의 가사돌봄 노동을 하층으로 서열화하고 젠더와 직종, 인종과 국적 등에 따른 노노분열을 강화해 노동자단결을 더욱 해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자본은 ‘인구 국가비상사태’에도 ‘각자도생-출산파업’을 강요한 일터와 젠더 차별 등 구조적 불평등은 외면하고, 오히려 가사돌봄 이주노동자 착취까지 활용해 ‘아이를 낳으라’는 강요만 늘어놓았다. 결국 저들의 범국가적 총력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더욱 확장해 노동자 민중에게 책임을 가중하는 ‘총력 착취와 억압’이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7월 31일 연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에 관한 공청회'에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등 활동가들이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저출생, 고통의 아우성에 누가 응답할 것인가

 

여기에 노동자는 어떤 응답을 해야 하는가? 올해 출산율은 작년 0.7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0.7명의 의미는 명확하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노동자 민중, 특히 젊은 세대가 생존을 위해 결혼, 출산, 육아를 꿈도 꿀 수 없다고 외치는 아우성이다. 귀를 열어보자.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비정규직이 만연한 일터에서 2년 연속 감소하는 실질임금1)을 받으며 OECD 평균보다 55%나 높은 의식주 물가2)를 감당한다. 경력단절, 독박육아 등 만연한 젠더 차별과 최저임금제부터 노조법 2,3조까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법과 제도에 고통받는다. 사회안전망은 취약하기 그지없고 공공 일자리와 공공서비스 지출 예산은 갈수록 축소되지만 부자 감세만 역대급인 세상에 한탄한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자기 결정권 보장도 없다. 며칠 전에도 경주에서 임신상태인 미등록 이주 여성노동자가 폭력적 강제단속에 큰 부상을 입고 병원치료도 제대로 못 받은 채 출국당했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는 더 차별받고 자본을 위한 정책과 지원은 넘쳐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 가난, 소외 속에 각자도생에 내몰리고 있다.

1)고용노동부 자료(사업체노동력 조사)를 보면 전 산업, 임금 총액 기준 실질임금은 현 정부 출범(2022년 5월)부터 통계가 집계된 지난 1월까지 모두 21개월 중 17개월은 감소(전년 동월비)했다. 특히 지난 1월 실질임금 감소율은 11.1%에 이른다.

2)6월 1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OECD 평균(100)보다 55% 높았다. 의류·신발 품목의 경우 물가 수준은 평균을 61% 웃돌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과(OECD 평균 100 기준 279)·돼지고기(212)·감자(208)·티셔츠(213)·남자정장(212)·골프장이용료(242) 등의 물가가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작년 데이터 컨설팅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미혼 남녀의 자녀관’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한 결과, 성인의 70%가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었다. 이는 2022년 발표된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3)에서 현실로 확인된다. 2010~2019년 소득 상위층은 출산율이 24.2% 줄었는데, 소득 하위층은 51.0%로 상위층보다 2배가 넘게 줄었다. 그 결과, 출산한 가구 중 고소득층 가구 비율은 54.5%에 달했다. 출산 100가구 중 고소득층이 55가구라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고소득층은 그래도 아이를 낳고 있고, 중산층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아예 출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며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有錢有子女 無錢無子女)”라고 표현했다.4)

3)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017150001652

 

이러한 불평등으로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에, 유자녀 가사돌봄은 이주노동자가’ 하는 내일을 맞지 않기 위해 조직노동자 운동은 노동자계급의 대의로 단결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이 펼쳐지던 시기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나같이 강조한 말은 ‘자녀(아이)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말자’였다. 이 말이 지금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이미 생존을 위해 출산을 포기해서 과거 세대의 말이 되어버릴까? 노동자계급에 대한 책임을 갖고 청년 노동자와 후세에게 물려줄 다른 내일을 만들자.

 

사업장 울타리에만 머무는 노동조건 개선 투쟁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억압을 허무는 투쟁을 한다면 다른 내일은 가능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확대적용과 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노동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일터와 사회의 젠더 차별 근절,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비자 도입, 가사돌봄 국가책임과 노동권 보장, 주거와 의료, 교육의 공공성 강화, 차별금지법 제정 등 모든 노동자 민중을 위한 투쟁과 나를 위한 투쟁을 연결하며 나서야 한다.

 

물론 한국의 노동자 운동은 지금도 최저임금 인상을 내걸고서는 ‘합법’ 파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후진적 법 제도에 고통받고 있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 단축 법개정 투쟁’으로 파업이라도 하면 불법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투쟁으로 돌파하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력이 쪼그라드는 만큼 노동시간 단축의 실질적 성과도, 노조활동 보장에 대한 민주적 권리도 축소될 것이다. 반대로 노동조합이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사회적 노동시간 단축 투쟁으로 이어 확장한다면, 청년세대 노동자들도 투쟁하는 노동자 운동, 노동조합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노동조합으로 뭉칠 의지와 용기를 갖고 전체 노동자로 단결해서 저출생-출산파업을 강요하는 현실을 같이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노동자 투쟁의 역사가 이어지고 세대가 연결될 것이다. 여성과 이주노동자 차별에 있어 계급적 단결의 태도를 명확히 하여 적극적으로 현장과 사회적 사안에 주체적으로 투쟁할 때 정부와 자본이 내놓은 ‘범국가적 총력 착취와 억압’을 제대로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계급적 책임을 갖고 노동과 젠더, 이주노동에 관한 투쟁에 나서자.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