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돌봄 서사원은 우리의 미래”...오대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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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공공돌봄 서사원은 우리의 미래”...오대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6)”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장은 여성파업의 의의에 공감하며 남성으로선 유일하게 여성파업 본대회 무대에 올라 발언하기도 했다. 늦었지만 오대희 지부장을 만나 3.8여성파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홍희자
  • 등록 2024.04.15 07:24
  • 조회수 529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이하 서사원지부)는 이번 3.8여성파업에 조직위 출범 때부터 참가단위로 함께해 왔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장은 여성파업의 의의에 공감하며 남성으로선 유일하게 여성파업 본대회 무대에 올라 발언하기도 했다. 늦었지만 오대희 지부장을 만나 3.8여성파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평등한, 좋은 일자리를 위한 여성파업

 

무엇보다 “여성파업 제안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시기상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오 지부장은, 공공돌봄을 더 확대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서사원의 존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많이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여성파업 조직위에 참가하게 됐다. “우리 깃발이라도 계속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여성파업 조직위로 여러 단위가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여성파업 한 번 끝났다고 바로 쪼개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서로 지지하고 함께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노조 현안에 치여 파업을 하지 못한 것이다. 2월 5일 <서사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발의되어 이에 대응하기 바빴다. 당장 기관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동시에 돌봄노동은 ‘관계노동’이다 보니 조합원들이 이용자를 돌보지 않고 일을 놓는다는 것은 늘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어르신과 아이들, 장애인을 놓고 현장을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흔히들 여성파업은 여성만 참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남성도 함께해야 제대로 된 파업이 가능하다. 여성 다수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파업할 때 남성 노동자가 함께하지 않고 일한다면 이는 곧 파업파괴행위가 될 테니 말이다. 오 지부장은, 여성파업이 왜 여성 정체성을 두는지 오래 고민해 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여성파업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따지지 않고 “성평등한 일자리, 좋은 일자리를 위한” 파업이라는 것. 그런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여성과 남성이 함께 논의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봤다.

 

“성평등하고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일자리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 아닌가? 역으로 남성은 돈 버는 기계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이런 성차별이 심한 불균형을 깨야 한다. 갈라치기가 심하다. 종사자와 이용자를 가르기도 하고 여성과 남성을 가르기도 한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른데 여성이라서, 남성이라서 이런 고정관념도 크다. 그렇잖아도 살기 힘든 열악한 시대에 성차별은 깨져야 한다.”

 

“여성이 많은 사업장만 여성노동을 하는 게 아니다. 일터내 성평등이 실현되고 성별분업이 무너지면 결국 모든 노동자의 문제가 된다. 과거 ‘여성노동’으로 치부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 곳곳에 있고 취약한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남성이 여성투쟁을 함께 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공성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성평등한 방향성을 가지고 동등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협의하고 서로 배제하지 않고 공동책임지는 이런 게 바로 공공성이라고 본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장애인 운동에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비장애인들도 많이 참여해야 운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화된 돌봄은 이윤중심으로 제로섬게임처럼 보이지만, 공공의 돌봄은 그렇지 않다. 비경합성, 권리중심으로 서로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누구만을 위한 것’이란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오 지부장은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워크숍, 실태조사, 기자회견 등에 참가했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조합원의 참가를 조직하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실태조사 정도는 조합원들과 공유했지만 여성파업이 무엇인지, 어떤 요구를 걸었는지 등에 대해 조합원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 솔직히 조합원들이 여성파업에 대해서 잘 모른다. “우리가 충분히 알려내지 못했다.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간부 두어 명이 발로 뛰며 온갖 일을 하느라 힘에 부치기도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는 단체협약이 해지된 상태다. 단체협약에 보장된 조합원 교육시간이 있었다면 몇 명이라도 교육하고 내용을 공유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조합원들에게 일주일에 두어 번씩 집회나 교육을 위해 시간을 내라고 요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조합원들이 서울전역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한 번 모이기도 만만찮다. 여성파업은 장기간 계획을 가지고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인 만큼 조합원 만날 때마다 간단히라도 내용을 알리는 걸 의식적으로 꾸준히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현안에 치이다 보니 여성파업이 자꾸 뒤로 밀리게 된 것 같다. 이번에 겪고 나니 뒤늦게 아쉬운 게 정말 많다.”

 

 

문턱을 낮출 필요성

 

조합원 연령대도 다양하다. 보육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젊어서 줌교육이나 카드뉴스 등 온라인소통을 편하게 여긴다. 반면 요양보호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종이 한 장도 직접 만나서 주고 눈 마주치면서 하나씩 다 이야기해야 이해한다.” 여성파업에 대해 조합원교육을 고민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조직위에서 마련한 워크숍 자료 등은 해외사례부터 주욱 설명하는 식으로 분량도 많고 내용도 어려워서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그동안 시장화된 돌봄은 개인희생과 헌신을 강조하는 종사자인식 때문에 노동자라는 인식도 아직 강하지 않은 조합원이 다수인만큼 좀 더 쉽게 다가가갈 수 있게 문턱을 낮춘 조합원 맞춤교육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여성파업 슬로건에 대해 조합원 만날 때 꾸준히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 Q&A 같은 것도 짧게 만들어 소통했으면 좋았겠다. 글씨 빼곡한 건 아무래도 읽기 힘들어 하니까.”

 

이런 점은 앞으로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미 조직되고 충분히 투쟁 경험이 있는 여성 노동자보다 그렇지 않은, 노조조차 없거나 투쟁이나 파업이라는 것을 거의 접해보지 못해 낯설어하는 여성 노동자가 훨씬 많다. 여성파업은 바로 이런 여성 노동자들이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권리를 요구하는 몸짓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파업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진척시키려면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보다 다양한 시도가 모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공돌봄과 투쟁의 거점이라는 자부심

 

오 지부장은 서사원이 지금 꽤 어려운 조건이지만 “나름의 자부심도 있다.” “우리보다 더 열악한 데도 많다. 지방은 더 어려운데 가시화되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총대를 멘 느낌이다. 우리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사원은 공공돌봄과 여성 노동자 투쟁의 거점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여성 다수 사업장이 아주 많다. 규모가 크지 않은 데도 많고. 반면 “서사원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조건은 마련되어 있다. 기존엔 말할 창구도 없고 누구도 책임 안 졌다. 공공돌봄 기관이 서사원 하나뿐이고 전체의 1%도 안 되지만 우리가 여기서 흩어지지 않고 더 뭉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올해는 여성파업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사원 조례 폐지에 맞서 폐원 위기를 막아내고, 불안정성 때문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조합원들도 더 이상 떠나지 않게 된다면 앞으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여성파업을 조직하겠다는 마음만은 분명하다. 돌봄 공공성·노동권 사수와 성평등한 공공돌봄 노동자의 자부심, 권리의식 향상을 위해 서사원지부가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노동자의 연대와 관심이 절실하다. 오 지부장은 말한다. “우리는 투쟁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어 있다. 노조 전임자도 있고 노조 사무실도 있고.” 이런 소박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더 힘찬 투쟁 이어가길 바란다.

 

돌봄 노동자가 행복해야 이용자도 행복하다!

돌봄 노동자가 존중받아야 장애인, 아이, 어르신도 존중받는다!

돌봄위기 속 착취의 굴레를 넘어 공공돌봄 서사원은 우리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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