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을 거부한다! 공장철거를 거부한다! 공장의 주인은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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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을 거부한다! 공장철거를 거부한다! 공장의 주인은 우리다!

  • 김경미
  • 등록 2024.01.08 23:22
  • 조회수 361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기상청 예보대로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졌다. 난방기를 틀었지만 추위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소식을 들었다.

 

1월 8일 새벽 6시 40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이하 한국옵티칼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옵티칼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얼마나 화가 아니, 분노가 차올랐으면 영하의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공농성에 나섰을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고공농성을 위해 공장 옥상에 오르기 전,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르고 왔다. 스스로 결의를 한 번 더 다진 셈이다.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은 일본 닛토덴코의 자회사로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업체로 한국 정부와 구미시의 지원을 받으며 2003년에 세워졌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공장 부지 무상 제공 50년을 보장받은 것에 더해 각종 세제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닛토덴코는 이윤을 더 늘리기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에서의 ‘먹튀’를 준비해 왔다. 그러다 2022년 한국옵티칼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를 이유로 청산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되어 버렸다. 닛토덴코는 평택에도 공장(한국니토옵티칼)을 두고 있어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그럴 여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르쇠를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닛토덴코는 화재로 인해 챙긴 보험금은 새로 공장을 세우고도 남을 금액이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고공농성을 시작하며 “2022년 11월 4일, 옵티칼이 청산을 문자로 통보한 그날부터 저는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습니다. 12년을 일한 회사가 한순간에 우릴 버리고 떠난 날부터 마음 편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고, 혹시 내가 잘못해서 회사가 우릴 버렸을까 매일 스스로 의심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쓸데없는 자책을 멈추고 잘못한 사람에게 저희를 책임지라고 당당히 주장하려 합니다. 하루하루 죽어가던 것을 멈추고 투쟁 승리로 살아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날 오후 5시 30분, 구미시는 결국 공장철거를 승인했다. 이어서 사법부의 가처분 승인이 나면 공장철거를 거부하는 행위는 손배가처분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공장을 지키는 한국옵티칼지회 조합원들과 고공농성을 사수하는 두 조합원들은 몸을 던지면서 손배가처분을 뚫고 맞서 싸우려 한다.

 

자본가는 자본을 가지고 기업을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이윤을 얻는다. 하지만 그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다. 그런데 자본가는 기업의 주인이 공장의 주인이 자신이라 말한다. 하지만 자본가만이 기업과 공장의 주인일 수는 없다. 노동자 역시 기업의 주인이자 공장의 주인이다.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는 자본가 마음대로 공장을 청산할 수 없다. 비록 불탄 공장이라 할지라도 고용승계 없이는 공장을 철거할 수 없다.

 

시청과 사법권의 공장철거에 맞서 고공농성이 시작된 데 이어 오는 1월 13일에는 한국옵티칼 공장에서 집회와 문화제가 열린다. 한국옵티칼 지회 동지들의 절박한 투쟁에 많은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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