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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7 투쟁 열흘 차, 기연 씨의 마음

이훈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기사입력 2023.11.11 19:56 | 조회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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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021년 여름 투쟁당시 김기연 동지

     

    투쟁 열흘 차, 기연 씨의 마음

     

    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열흘 차는 부산1센터 지회장인 김기연 지회장을 통해 돌아보았다.

     

    2023년 봄, 쟁의대책위원회는 다시 한번 파업을 결정했다. 쟁대위원들이 집단 단식도 하기로 결의했다. 부산지회장인 기연 씨도 조금 고민했으나 단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식은 고민이 많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공단이 말하는 소속기관 전환 방식은 노조가 결코 받을 수 없는 안이었다. 입사 시기에 따라 ‘제한 경쟁 대상자’와 ‘공개채용 대상자’를 나눠서 여러 시험을 통과해야 소속기관으로 입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연 씨는 연차가 높아서 시험을 보지 않아도 소속기관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노조 부산지회 부장들은 시험을 봐야 한다. 다른 지회까진 몰라도 당장 내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해고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간으로서 모른 척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연 씨는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은 언젠가 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기연 씨는 단식으로 자신과 동료를 지키기로 결의했다.

     

    2023년 11월 1일, 노동조합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본부 앞마당을 점거했고 기연 씨를 포함한 11명의 쟁의대책위원이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이틀 차 오후까지만 해도 기연 씨는 괜찮았다. 그런데 밤이 되면서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원래 기연 씨는 귀에 지병이 있다. 단식으로 몸이 약해지면서 원래 아픈 곳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한 거였다. 귀가 먹먹하고 욱신거렸다. 머리가 울리고 토할 거 같았다. 단식 나흘 차, 고개만 돌려도 구역질이 나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경찰이 차 벽을 친다며 텐트에 손을 대고 갑자기 밀고 들어왔다. 조합원, 연대자가 다 같이 달려들어 대치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은 기연 씨를 더 힘들게 했고 저혈당 쇼크가 왔다.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왔으나 경찰이 못 들어오도록 막아섰다. 기연 씨는 심각한 통증 속에서도 비참함을 느꼈다. ‘내 목숨이 이렇게 가벼워?’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겨우 간 병원에서 진통제와 영양제를 맞았다. 하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연 씨는 ‘집에 가야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죽어도 집에서 죽고 싶었다. 데리러 온 남편 차를 타고 부산까지 가면서도 계속 아팠다. 게워내고 게워내도 머리는 울리고 속은 아팠다. 그렇게 이틀간 꼬박 화장실과 이불만 오갔다. 11월 8일, 기연 씨는 몸이 조금 나아졌다. 당장 원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몸 상태는 불안정했고 혹여나 원주에서 다시 아프면 동지들에게 피해만 끼칠 거 같았다. 11월 10일, 기연 씨는 ‘이젠 진짜 괜찮아’라는 확신이 들었다. 바로 원주로 향했다. 아파서 회복한 시간이었지만 기연 씨는 그동안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죄스러웠다. 다 나아서 동지들한테 오니 친정에 온 거 같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단식자들부터 찾았다. 남은 단식자는 4명이었다.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초췌하고 초라한 그들의 얼굴은 기연 씨가 마음을 단단히 먹게 했다. 기연 씨는 단식을 중단한 쟁대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우리 얼른 나아서 다시 원주에서 보자. 단식자들 뒤에 단단하고 강한 동지들이 있음을 공단에 보여주자.” 기연 씨는 투쟁 열흘 차인 오늘을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든 날’이라고 정리했다.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조합 총파업 10일 차, 단식을 중단한 사람과 이어나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한 날이 아닐까. 남은 사람은 중단한 사람의 몫까지 무겁게 짐을 지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짐을 지우는 게 아니다. 새로운 관계가 생기는 거다. 단식을 이어나가는 동지와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동지가 단단히 엄호하는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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