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발걸음, 너르고 너르게 –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평택공장 선전전을 진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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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발걸음, 너르고 너르게 –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평택공장 선전전을 진행하며

  • 김경미
  • 등록 2023.08.29 16:09
  • 조회수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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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8일 오후, 사회주의를향한전진 회원들과 세종호텔지부, 서울교통공사 현장동지회 동지들이 함께 닛토 그룹 평택공장(한국니토옵티칼)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먹튀 자본 닛토 그룹에 맞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날 선전전에 참가한 동지의 후기입니다. 

 

 

#장면 하나. 닛토 그룹의 또 하나의 계열사, 한국니토옵티칼(코레노) 앞에서

 

오후 5시 즈음. 한국니토옵티칼(코레노)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차를 몰고 퇴근하던 한 여성 노동자가 차창을 열고 퇴근 선전전을 하는 노동자들이 든 플래카드 문구를 지긋이 바라본다. 그는 문구를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828일 코레노 공장 정문에서 노동자들이 퇴근 선전전을 열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먹튀 자본 닛토에 맞서 싸우는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 상황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과 연대의 폭을 넓히려는 마음은 크고 넓었다. 평택에 위치한 코레노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마찬가지로 일본 닛토 그룹의 계열사다. 두 공장 모두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한다.

 

최근 코레노는 화재가 발생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물량까지 받아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닛토 그룹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는 나 몰라라 한다. 필요할 때는 손쉽게 노동자의 손을 가져다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더 손쉽게 노동자를 내팽개쳤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도 2018,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을 했고, 지난해 10월 화재가 발생하자 약 1,300억 원의 화재보험금을 챙기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장 문을 닫았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은 일터를 빼앗기고 일상을 짓밟혔다.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얻으려는 자본의 논리와 힘으로 노동자들은 헌신짝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있다.

 

#장면 둘. 지역을 넘어, 국가를 넘은 연대

 

20199.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6일 동안 일본에서 원정투쟁을 진행한다. 다섯 번째 원정투쟁이다.

 

20157, 아사히글라스는 하청 노동자 178명을 전원 해고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일본 미쓰비시 그룹 계열사다. 이후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 직접 가서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때 일본 노동자들이, 특히 도로치바(일본 치바현 철도노조)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도로치바 노동자들은 앞서 구미 KEC 노동자들이 원정투쟁을 나섰을 때에도 연대의 힘을 모았다.

 

일본 노동자들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없을 때에도 자체적으로 모여 아사히글라스 본사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그 얘기를 듣고 아사히 동지들은 노동자의 연대가 어떤 것인지 더 골똘히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 경험은 나중에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서울에서 농성투쟁을 하는 동안 아사히 동지들이 김천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로 달려가 항의 집회를 벌일 수 있는 힘이 됐다.

 

#장면 셋. 공장 벽을 넘어선 연대

 

2012년 대한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대한문 앞에 분양소를 설치한다. 많은 노동자, 학생 등이 분양소를 함께 지킨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이고 투쟁을 이어갔다. 고공농성을 벌이고, 공장 앞에서, 평택역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서울 대한문 앞에서도 상황을 알리고 싸워나갔다. 그 와중에 정말 안타깝게도 30명의 해고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끝까지 공장 벽을 넘어 힘을 모으려 했고, 다른 노동자 투쟁에 연대했으며, 또 다른 이들이 쌍용자동차 투쟁에 함께했다.

 

무궁무진한 연대의 힘, 그 힘을 끌어내는 수많은 방법

 

노동자 한 사람의 힘으로, 한 공장 노동자들만의 힘으로 자본에 맞서 싸우기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래서 노동자는 단결하고, 연대한다. 덩치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자본에 맞붙어 싸울 수 있고, 승부를 볼 수 있다. 연대의 폭을 넓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아사히 동지들이 일본 노동자들의 연대 소식을 듣고 배우며 그 방법을 톨게이트 투쟁 연대에 적용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그 사례에서 배우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에 연대할 수 있다.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다시 첫 번째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차창을 내리고 선전전 모습을 빼꼼히 바라보던 평택공장 노동자가 있다. 구미에서 노동자의 등골을 빼먹은 닛토 자본이 평택에서라고 다를 리 없다. 닛토 자본은 구미공장에서 일어난 일을 남 얘기로 여기도록 평택공장 노동자의 귀를 틀어막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높이고 연대를 넓혀 나가야 한다. 차창으로 지긋이 바라만 보던 그 노동자가 차 문을 열고 걸어 나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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