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의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 각서를 폐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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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HD현대중공업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의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 각서를 폐지하다!

  • 배예주
  • 등록 2026.09.04 23:06
  • 조회수 24

얼마 전 언론을 통해 HD현대중공업에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매월 2천 달러의 벌금으로 사업장 변경이 가로막혀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강압에 의한 기본권 제한으로 국내법과 국제법이 금지하는 인신매매이자 강제노동이다. 2026년에 이런 일이 글로벌 1위 조선소라는 HD현대중공업에서 버젓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당국의 서면 허가 없이 HD현대중공업에서 사업장을 옮길 경우 거액의 벌금이 부과되는 인신매매 사태는 다른 인신매매 범죄가 그러하듯 한동안 수면 아래 감춰져 있었다. 그러다 7월 18일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여러 번 일하다가 다쳤지만, 벌금이 두려워 사업장을 바꾸지 못했던 우즈베키스탄 청년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그러자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마침내 목소리를 냈다.

 

‘우리에게 부당하게 채운 족쇄를 끊어내자!’ 노동자들은 HD현대중공업 경영진과 우즈베키스탄 정부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빼앗는 매월 2천 달러 벌금제도를 없애라”고 요구했다. 벌금 2천 달러, 한국 돈으로 약 3백만 원은 최저시급을 받는 이주노동자가 현대중공업에서 한 달 동안 몸을 갈아 넣어 일해도 벌기 어려운 돈이다. 기막힌 HD현대중공업 인신매매 사태 앞에 이주노동자 투쟁에 함께하는 노동조합과 이주운동 단위, 언론노동자과 법률가가 함께 힘을 보탰다. 한국 정부도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에 큰 압력을 받았고 8월 27일 문제가 해결되었다.

 

우즈베키스탄 대외노동청 당국이 울산이주민센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지부,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금속노조를 만나러 울산에 왔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사업장 변경을 가로막은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각서 및 계약서 조항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거대한 인신매매 사태가 드러난 지 한 달여 만에 얻은 승리였다. 지난 7월 5일 HD현대중공업이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에게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징수한 밥값을 돌려받은 1차 승리에 이어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인신매매-강제노동 불법 사태도 승리했다.

 

20대 청년의 죽음이 드러난 거대한 인신매매 사슬

 

한국 사회에 이 문제가 드러난 건 한 달여지만,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은 1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한 본인과 고향에 있는 가족이 함께 말 못 할 고통을 겪었다. 2026년 7월 18일 동료 노동자의 죽음은 노동자들을 일으켜 세웠다.

 

7월 18일 토요일 오후, 선체 벽면에서 곤돌라 작업 중 우즈베키스탄 청년 노동자가 자본의 안전 조치 미준수로 숨지고 말았다. 명백한 기업 살인이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사실이 있었다. 숨진 오가벡 노동자가 현장의 위험과 부상에 사업장을 바꾸고 싶었지만, 매월 2천 달러 벌금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도 다르지 않은 문제가 결국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노동자들은 더 참을 수 없었다.

 

7월 18일과 19일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빈소 없이 시신이 안치된 울산대학교병원 영안실을 찾았다. 7월 20일 월요일 이른 아침에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과 원하청 노조가 동료가 숨진 현장 부근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이후 같은 날 저녁에 우즈베키스탄 대외이민청이 현대중공업내 한 기숙사를 찾아 간담회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19일, HD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인신매매 벌금 조항 문제해결을 촉구하여 잡힌 자리였다. 누르마트존 코밀로프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장이 150여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 앞에 불려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김성훈 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은 프레시안 인터뷰에 간담회 풍경을 전했다. “100명 넘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분노를 쏟아 냈다”, “억울하게 벌금을 물고 있다는 피해 호소도 터져 나왔다. 10명 정도가 더 있다 하더라”, “하청업체가 내보낸 사람도 대외노동청이 벌금을 내라고 한다. 그냥 울산 현대중공업을 절대 벗어나지 말라는 말이다”.“여기에서 일할 게 아니면 우즈벡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등을 따져 물었다.

 

이후 7월 29일 프레시안 손가영 언론노동자가 사태를 보도했다. 울산시, 고용노동부, HD현대중공업에게 관련 사실을 물은 기자의 연락에 저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에 애써온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노동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벌금은 사업장 변경을 막기 위한 경제적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정부가 벌금을 부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하면 국내 사용자는 송출기관이나 외국 정부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우회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되고, 결국 외국인고용법과 근로기준법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며 “노동부와 특별감독에 준하는 조사와 원하청 사용자와 울산시가 각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 조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HD현대중공업-한국 정부와 울산시-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인신매매 연결 사슬

 

이 기막힌 일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구체적으로 2024년 울산시와 우즈베키스탄 업무협약(MOU)에서 시작되었다. HD현대중공업 등에서 일할 이주노동자 고용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비자(울산형 E-9와 E-7-3 비자)를 발급해주었다. 국가적 정책 지원으로 울산시가 세금 10억 원을 내고, HD현대중공업이 교육을 담당하는 ‘울산 글로벌 인력 양성센터’가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에 지어졌다. 2025년 3월 18일 문은 연 이 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HD현대중공업 강사진에게 도장, 사상, 발판, 전기, 보온 교육을 받고 출국 전 몇 가지 서명을 마친 후 울산에 오게 된다.

 

그런데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출국 전에 반드시 서명해야 하는 각서와 계약서의 내용은 이렇다. “본인은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의 서면 동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월 2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 “본인은 이에 관한 각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하고 보증은 역시 이에 서명한다”, “본 각서는 5부 작성되었으며, 1부는 대외노동청, 1부는 근로자, 1부는 보증인, 1부는 근로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 주민 모임, 또 1부는 대한민국 내 고용주에게 전달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를 중단하지 않고, 파업과 관련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기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기가 막힌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ILO국제노동기구의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비준 국가다. 한국에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인신매매방지법)」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도 마찬가지로 「인신매매 방지법 (О противодействии торговле людьми)」이 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에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데에는 모든 법과 상식, 사회적 기준은 필요 없었다.

 

[그림] 각서

캡션.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에게 작성을 강요하는 각서(5부)이 사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하단에 각서가 공유되는 단위 중 ‘대한민국 내 고용주’는 ‘HD현대중공업’이며, ‘근로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 주민 모임’은 ‘울산시’라고 읽힌다.

 

[그림] 계약서

캡션. 4.2.3 각서 및 사용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근무하고, 이주노동청 한국사무소의 서면 동의 없이 직장을 이탈하거나 변경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불법체류 상

태가 되지 않을 것.

4.2.6. 대한민국 법률을 엄격히 준수하고,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를 중단하지 않고, 파업과 관련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기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까지 일하러 온 노동자는 매우 용기 있고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데 매월 2천 달러 벌금에 서명해야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한편에서 걱정이 있었지만, 현대중공업에서 일하게 되는 기대와 포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위험, 고강도 노동에 최저임금은 매일 노동자들을 지치게 했으리라. 두 달 전 HD현대중공업 기숙사 선전전을 하면서 만났던 어느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는 1년 만에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고 했다.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강도 고위험 노동이 강요되는 현장, 게다가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사이의 차별이 고통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가족이 삶까지 발목 잡힌 처지를 누구에게 말하지도, 같이 상의하지도 못한 채 매일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견뎠을 테다. 쉬이 흐르지 않는 시간 동안 노동자들은 자신의 편이 아닌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한국 정부, HD현대중공업 원하청 사용자의 실상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단결 투쟁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과 손잡고 목소리를 냈다. 7월 29일 HD현대중공업 문현관 글로벌하우스 부근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투쟁대회와 8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에서 우즈베키스탄 벌금 각서를 규탄했다. 인신매매 벌금각서 폐지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노동조합 소식지 1면에 기사를 실었다. 울산이주민센터와 함께 발행하는 12개 언어의 이주노동자 기숙사 선전물에도 내용을 담고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에게 세심하게 말을 걸었다.

 

금속노조는 언론보도 후 7월 29일 곧바로 성명을 냈다. "이주노동자 인신매매성 각서가 웬 말이냐"며 "울산시와 고용노동부는 울산형 고용허가제 설계자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현대중공업은 강제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방지 대책을 내놓아라"고 촉구했다. 울산이주민센터와 현중사내하청지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을 이어오며 8월 13일 울산시 항의 면담도 진행했다.

 

규탄의 목소리에 정부가 반응했다.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큰 ‘인신매매’ 사안이자 미국와 한국의 조선산업 경제적 관계가 얽히다 보니 민감했다. 우선 성평등가족부가 인신매매 주무부서로서 고용허가제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및 법무부 유관 부서에 우즈베키스탄 인력 송출 과정에서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 8월 8일 고용노동부가 “최근 언론 기사 등을 통해서 인지하게 되었”다며 “이주 노동자 “이직 위약금” 관련 우즈벡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어느 경제지는 이 사태에 직면한 자본가계급의 걱정을 솔직히 전했다. “강제노동 논란 번진 ‘울산형 외국인력 사업’…K-조선 수출 리스크 되나”라며 국제적 제재로 인한 현대중공업 공급망 타격을 우려했다.

 

요구와 성과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울산이주민센터, 현중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지부와 금속노조는 8월 13일 울산시를 찾아 항의하고 이후 우즈베키스탄 대외노동청의 면담 제안에 다음을 요구했다. △벌금 각서를 통한 인신매매 행위에 관한 대외노동청의 공개 사과 △벌금 각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폐지 △관련 소송의 전면적인 중단과 이미 낸 벌금액(소송비 포함)의 전액 반환 △한국 법률이 보장하는 파업권, 노동조합을 할 권리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 전면 금지 등

 

결국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단결의 목소리가 퍼져 나가며, 8월 27일 우즈베키스탄 국무총리실 산하 대외노동청은 단결한 노동자들 앞에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 각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1) 벌금 각서 폐지, 2) 소송 중인 경우 소송 중단, 3) 소송 확정시 재소송 통해 벌금 환급될 수 있게 하겠다, 4) 이주노동자들의 노조가입권 및 파업권 등 한국의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즈베키스탄 관할 당국은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 우즈베키스탄 당국을 책임을 면피하고자 담당자에게 화살을 돌렸지만, 적지 않은 성과다. 그리고 아직 공식적 문서나 발표로 공표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인신매매 벌금 계약 폐지는 적지 않은 성과다. 안타깝게도 몸통을 밝혀내진 못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료들은 담당자 책임을 거론하며 꼬리 자르기를 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당국이 노동조합, 이주단체와 마주 앉았다는 사실이 그만큼 절실히 몸통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건지도 모른다.

 

곳곳에서 많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기뻐한다는 소식을 전해지고 있다. 조선소 공장 앞 선전전에서 만나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도 승리의 소식을 듣고 환한 미소로 인사해준다. 노동자들은 고향의 가족과도 기쁨을 나누었을 것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1주일 사이 2명의 노동자를 죽게 한 책임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오가벡 노동자를 추모한다.

 

이어가야 할 투쟁

 

이번 일로 HD현대중공업은 인신매매 수법을 써야 이주노동자를 묶어둘 수 있는 일터임을 증명한 셈일 수도 있다. 자본은 25~30%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를 정주노동자 아래 줄 세워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내리고 마구잡이로 착취하는 도구로 삼는다. 가진 건 몸뿐인 노동자의 삶을 덜미로 더 많이 착취당하고, 더 차별당할 것을 강요하는 강도질은 참으로 야만적이다.

 

비난 현대중공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HD현대중공업에 밥값 차별, 나쁜 계약, 인신매매가 등장했다. 삼성중공업에서는 기숙사비를 정주노동자보다 6배나 많이 내고 인물로 기본급을 차등 지급하는 일이, 한화오션에서는 이주노동자가 거주하는 기숙사 침수 복구를 뒷전으로 미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조선소 자본가들은 고질적인 고강도·저임금·고위험 노동을 해결하는 대신 오로지 이윤만 늘리려 정주 하청노동자가 빠져나간 자리를 더 값싼 숙련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있어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는 자본이 더 싼 값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비자와 정책, 제도 등을 제공했다. 법무부 소관 비자, 지역광역 비자 등과 규제 완화로 이주노동자를 권리 없이 저임금으로 노동력만 착취당하게 길을 터주고 있다. 이러한 정경유착과 이주노동자 차별에 피해는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이미 6월부터 직접고용 이주노동자가 증명했듯이 이주노동자는 겁먹고 침묵하는 피해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단결 투쟁이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바다에서부터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지 않은가. HD현대중공업은 숙련노동자를 최저임금으로 고용하려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마스가 프로젝트를 앞두고 중남미지역 페루까지 착취의 손을 뻗치고 있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더 많은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단결하여 착취의 몸통에 맞서자. 자본과 정부의 차별과 착취에 맞서는 단결투쟁을 현장과 사회 곳곳에서 강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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