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대중공업의 배를 만든다. 그러므로 HD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하청업체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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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대중공업의 배를 만든다. 그러므로 HD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하청업체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3차 전국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

  • 배예주
  • 등록 2026.10.20 21:53
  • 조회수 448

 

HD현대중공업에서 터져 나온 이주노동자 투쟁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E-7-3)의 성과차등임금제-저성과자 해고제(나쁜 계약)를 반대하는 투쟁에서 시작해 사내하청 이주노동자로 번져나가고 있다. 10월 18일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보장!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전국이주노동자 제3차 공동행동대회’는 이러한 투쟁의 확장을 한눈에 보여주는 집회였다.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를 중심으로 노조에 가입하거나 지회와 함께 HD현대중공업 자본과 정부의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에 맞서는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HD현대중공업 진짜 사장과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얼마나 야만적으로 차별하는지를 폭로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서울지역 연대버스와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 버스를 비롯해 경기, 충북, 경북, 대구, 거제, 순천 등 전국에서 모인 약 90개 단위, 500여 대오는 대회사부터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주노동자 채워진 발언에 하나같이 집중했다.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차민다 사회자와 발언자의 구호에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행진까지 거센 바람을 가르며 국경을 넘어 하나로 단결했다.

 

(C)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부터 도입한 쉬운해고제 노동개악 철회 교섭 요구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올해 초 사내하청 정주, 이주노동자를 포괄하는 원청교섭 요구안을 채택했다. 그러다 HD현중 자본이 6월부터 직접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부터 쉬운 해고제 - 성과차등임금제를 도입하면서 지회는 직접고용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포함하여 현중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의 최전선에 서고 있다.

 

 

대회사에 나선 오세일 지회장은 “지난 7월 5일 이곳에서 노조가입을 선언하고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그 노동자들이 이제는 HD현대중공업에 당당히 교섭을 요구하려 한다.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과 교섭하기 위해 대의원을 선출했고 교섭 요구안을 마련했다. '나쁜계약을 철회하라, 차별없이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성과금을 지급하라, 재계약을 보장하라' 등 노동자로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이제 이 요구안을 갖고 당당히 HD현대중공업과 마주앉아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오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임금체불, 고용불안, 위험의 외주화, 노조탄압 등 HD현대중공업이 만든 착취와 차별은 이주노동자에게도, 정주노동자에게도 똑같다”며 HD현대중공업을 교섭자리에 끌어내지 못한 한계를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손을 맞잡고 투쟁을 조직해 현대중공업을 원청교섭 자리에 끌어내고, 차별과 착취로 얼룩진 하청제도 철폐로 나아가겠다”고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선명히 밝혔다.

 

이주노동자가 노조하면, 탄압과 해고

 

지회는 여러 나라 노동자가 발언하고, 참여하는 점을 고려하여 실시간 문자 통역서비스를 13개 언어로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큐알코드를 통해 자신이 익숙한 언어를 선택해 소통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대의원으로 선출된 위제싱하 스리랑카 노동자가 HD현대중공업 자본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에게 탈퇴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을 규탄하며, “나쁜 계약을 거부하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은 사실을 폭로했다. 11월 30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직접고용 E-7-3 노동자들이 있다. E-7-3는 조선업에서만 일할 수 있고, 조선소 자본가들의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추천이 있어야만 구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계약 거부는 ‘강제 추방’과 다름없다. 그는 “이 투쟁은 HD현대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 공정함에 관한 더 넓은 문제!”라며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자본의 탄압은 이주노동자의 의식을 깨우고 있다.

 

베트남 노동자 리딘탕 대의원이 다음 투쟁사에 나섰다. 리딘탕은 성과금, 휴가비, 귀향비 차별을 규탄하며 “우리는 특별대우가 아니라 평등을 요구한다! 국적과 피부색은 달라도 존엄과 권리는 평등해야 한다!”며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하여 서로의 권리를 지키자”고 외쳤다.

 

사내하청 이주노동자 나쁜 계약, 임금갈취

 

 

인도네시아 사내하청 노동자가 자신을 소개하자, 그동안 직접고용 스리랑카, 베트남 노동자만 접했던 이들이 반가운 함성을 보냈다. 그러나 노동자의 이야기는 분노와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근로계약서에 따라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되찾기 위해 한국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집단진정을 준비하고 있다. 거의 3년 동안 우리의 권리를 빼앗겼지만, 회사는 그동안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대로 임금을 주지 않았다고? 그것도 3년이나? 그렇다. 말 그대로 E-7-3 숙련기술 사내하청 이주노동자가 법무부가 정한 임금지급 기준(지난 3년 중소업체는 국민총소득GNI 70%)에 맞춘 근로계약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시급은 대부분 최저임금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계약 설명 없이 서명만 강요하고, 계약서도 주지 않았다. 2023년 10월에 이미 금속노조가 정의당과 국회에서 발표한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은 실상을 냈지만 정부와 자본은 당연하다는 듯 이를 방치했다. 노동조합도 대응하지 못해왔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의 조선회사다. 우리는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나쁜 근로계약 때문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때다. 이제는 단결할 때다”

 

실망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번역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만 50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만 E-7-3비자 이주노동자가 2,300명 정도 있다. E-7-3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1,600명 임금 갈취에 이어 사내하청 이주노동자 임금 갈취까지 HD현대중공업에서 이주노동자는 노예란 말인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수천 명에 E-7-3 이르는 중소·하청업체 이주노동자를 대표해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교육을 받던 중 하청업체 사장이 저를 때렸습니다

 

 

러시아 노동자 인준 조합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교육받던 중 하청업체 사장이 저를 때렸습니다” 그의 첫 이야기에 정적이 흘렀다. 모든 귀가 그에게 쏠렸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그에게 돌아온 건 “경찰 신고를 취하하지 않으면 너는 다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거다”라는 협박과 불이익이었다. “퇴직할 때는 받아야 할 돈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다. 상여금도 깎였고, 연차수당도 빼앗겼다” 그가 사장에게 맞기 전 있었던 일은 사내 안전신고앱에 안전 위반 사항을 접수한 거였다. 그것도 우즈베키스탄 청년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후에.

 

그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다칠 경우를 말했다. “회사는 어떻게 합니까? 구급차를 부릅니까? 아닙니다! 의료진을 부르지도 못하게 합니다! 다친 노동자를 병원에 데려가면서 집에서 넘어졌다고 거짓말하도록 강요합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병가도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팔이 부러진 상태에서도 일합니다! 상처를 꿰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일합니다! 여기가 무슨 강제수용소입니까?”

 

임금차별도 심하다. “저는 이 조선소에 제 인생의 7년을 바쳤습니다! 7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연간 상여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자기들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마십시오! HD현대중공업은 배에 사용되는 철판의 1밀리미터까지 꼼꼼하게 검사합니다. 볼트 하나하나의 품질까지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그런데 왜 정작 그 배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는 이렇게 무관심합니까? 우리는 시혜나 동정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해서 번 돈을 정당하게 받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는 특권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협박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일하기를 원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눈을 뜨십시오! 여러분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책임을 지십시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인준 노동자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힘이 넘쳤다. 다 같이 외친 “투쟁!”은 맞은편 HD현대 본관 건물을 흔드는 듯했다.

 

사업장 변경 못하는 강제노동, 조선업쿼터 E-9

 

 

“한국 정부는 2026년부터 조선업 별도 쿼터를 일반 제조업 쿼터로 통합했다. 그런데 과거 조선업 쿼터로 입국한 우리는 왜 여전히 일반 제조업으로 자유롭게 옮겨 갈 수 없는 것인가? 우리는 한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조선업 쿼터로 입국한 E-9-1 노동자들이 일반 제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업종 제한을 철폐하라!”

 

젊은 목소리의 이주노동자들은 또박또박 직접 쓴 피켓도 들었다. 글자 하나하나에 고통과 간절함이 묻어났다. 정부는 조선산업 자본가들에게 이주노동자 인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려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고용허가제 제조업 이주노동자조차 ‘조선업 쿼터’로 묶어두었다. 이 불합리한 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되었는데, 정작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에게 직장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특정 업종에 묶여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즈베키스탄 샤흐노자 여성노동자의 연대 영상

 

여러 해 조선소에서 일하며 부당한 일을 겪은 샤흐노자 여성 노동자. 참다 참다 병 얻고서야 저항을 시작한 그는 정의를 통해 용기를 얻고, 이제 연대하는 노동자가 되었다.

 

 

“비자 걱정, 돈 걱정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너무 많이 참았더니 제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회사는 건강마저 빼앗았다. 그래서 오늘 HD현대에서 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과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제발 저처럼 너무 오래 참지 마세요. 여러분이 성실하게 일했고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도 부당한 일을 당한다면 혼자 참고 있지 마세요. 무서워하지 말고 서로 혼자 두지 마세요. 서로 도와주고,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자기 권리를 지키세요”

 

“건강을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말합시다”, “혼자 두지 마세요”는 노동자가 힘을 모으기 위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명심할 말들이다. 온 마음으로 나지막이 전한 메시지는 강했다. 영상을 보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고,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단결만큼 연대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원서현노동자는 강제단속으로 사망한 유학생 고 뚜안님의 1주기 추모제(10월 25일)를 앞두고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상처와 질문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은 한국돈 1600만원이 항상 통장 잔액으로 있어야 하고, 한국어 토픽은 4급이상, 성적 80점 이상 등이 유지되어야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는”현실을 비판하며 10월 25일 1주기 투쟁에도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 라지즈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여권 압수 등 극심한 통제에 노동조합에 가입했더니 재계약 거부를 자행하는 자본을 규탄했다. 아울러 “비자 제도와 재계약을 무기로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탄압할 수 있게 만든 제도가 문제”라고 꼬집으며, “제도를 바꾸는 투쟁을 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금속노조로 단결하여 제대로 된 이주제도를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일반노조 외국어교육지회 제임스 워릭덕스 해고노동자는 워릭덕스와 HD현대중공업의 탄압이 다르지 않음을 지적했다. “문제는 같은 시스템이다. 사측은 우리의 임금을 떼먹고, 병가를 거부한다. 소리를 지르고, 위협하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한다” 그는 10월 24일 워릭덕스 집회도 안내하면서 “부당해고 철회하라!”를 힘차게 외쳤다.

 

마지막으로 이주노조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을 만든 울산에서 40여 년 후에 이주노동자들이 일어서고 있다”며, “국경을 넘어 만국의 노동자 단결을 여기에서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사내하청으로, 정주-이주노동자로, 전국으로 정문에서 서부문으로 거쳐 돌아오며 참가자들의 구호 소리는 더 커졌다. 프리 잡 체인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나쁜계약 철회하라! 차별처우 중단하라! 노동자는 하나다!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권리찾기네크워크가 주최하고,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금속노조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울산이주민센터가 주관한 3차 대회는 3개월만에 사내하청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본과 정부를 규탄하면서 단결 투쟁이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투쟁을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도 더 확대할 때 거대한 자본이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의 투쟁이, 무권리 상태에 있는 전국에 이주노동자의 투쟁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하자”는 제안과 화답을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가자.

 

[참고]

이 링크를 통해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보장!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전국이주노동자 제3차 공동행동대회’의 발언을 13개 언어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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