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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발전소 폐쇄 국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계속 만들며 싸우겠습니다오는 6월 13일, 경상남도청이 있는 창원에서 “613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이하 613 대행진)이 열린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의 요구를 걸고 전국의 발전 노동자, 연대 시민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는 2024년 남부발전을 대상으로 한 파업 투쟁을 포함해, 발전소 폐쇄 국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계속 싸워왔다. 613 대행진에서도 주요 주체로 나설 예정이다. 613 대행진을 앞두고 박규석 지부장과 김영구 하동지회장을 만나, 희망 고문이 반복되는 현장의 분위기·폐쇄를 명분으로 한 인력 부족의 실태·613 대행진 조직 과정에서의 고민 등을 들어보았다. 경남 하동 발전소가 올해 6월에 폐쇄가 될 예정이었다 전쟁을 이유로 갑자기 순연된 상황인데요, 폐쇄 관련 얘기가 오가는 상황 속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김영구: 중동 전쟁으로 인한 가스 공급 차질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하동 1호기가 내년 3월로 폐쇄가 연기되었습니다. 향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점이 되어서야 실제로 폐쇄되는지 알게 되는 상황에 저희 조합원들이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고용불안 해소 대책 없이 폐쇄 시점만 미뤄진 상황이 ‘희망고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발전HPS지부는 폐쇄에 대해 발전 5사가 책임져라고 파업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고용 보장을 위한 TF를 꾸린다는 성과를 쟁취한 바도 있습니다. 폐쇄 시점이 다가온 지금, 관련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박규석: 파업 이후 작지만 하나의 성과로, 폐쇄 시점이 오기 전 고용보장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을 HPS로부터 따냈습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곳에 전환 배치하도록 ‘노력한다’고 한 점, 원청 남부발전을 협의체에 강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올해 초에 전환 배치 논의를 위해 협의체 논의를 시작하려 했는데요, 시점이 연기되면서 협의체 논의도 미뤄졌습니다. 올해 말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노조 차원에서는 조합원들과의 개별, 집단 면담을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요구안은 어느 정도 정리했습니다. 조합원들과는 최대한 1:1로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개인 면담을 하니까 궁금한 점도 자주 묻고 자기 얘기도 하더라고요. 면담하면서 느낀 건데요, ‘카더라’로 도는 소문 중에 잘못된 정보가 많더라고요. 그런 것들 바로잡아주고, 최대한 조합원들이 원하는 곳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발전소의 순차적 폐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 번에 폐쇄되는 건 아니기에 대량 구조조정으로 즉시 이어지는 양상은 아니긴 한데요, 이것이 조합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시나요? 박규석: 말씀하신 것처럼 한 번에 모든 발전소가 폐쇄되는 건 아닙니다. 하동의 경우 1호기가 먼저 폐쇄되고 순차적으로 2, 3호기가 폐쇄되잖아요. 회사가 인원을 애초부터 적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2호기 폐쇄 시점까지는 폐쇄에 따른 유휴 인력을 같은 발전소의 다른 호기로 배치하는 등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소는 점차 폐쇄되고 노동자들이 갈 곳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하동의 경우 3호기가 폐쇄되는 시점부터 실질적인 해고 흐름이 본격화할 거라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 되어 대응하면 너무 늦죠. 한편으론 어려운 부분이, 조금씩 하나하나 폐쇄되니 잘 와닿지 않는 거예요. 고용불안은 분명 실존하는데, 한편으론 아직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잖아요. 노동자들로 하여금 소극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게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올해 613 대행진에서도 우리가 가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폐쇄 일정이 순차적이라는 것이 투쟁 조직에도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투쟁 동력이 약간 떨어진 상태이긴 합니다. 발전소 순차적 폐쇄가 조직에 어려움으로 작동한 부분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저희만 싸우다 보니까 힘이 약해진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몇 년째 싸우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아직 없는 것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고요. 그래도 계속 같이 싸우자고 조직해야겠죠. 폐쇄를 명분으로 인원을 뽑지 않는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 안전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박규석: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슈 때문인지 현장에 신규 인원이 잘 안 들어와요. 경력이나 기술이 검증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사람이 빠지면 인력을 채우는 건 회사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그게 돈이잖아요. 발전소와는 이미 인건비 계약을 다 했으니까요. 하동만 문제가 아닐 거예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가 느끼기엔 한 20% 부족한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거 같아요. 회사가 다른 사업장으로 파견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하동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대처할 인원이 없는 거죠. 오버홀과 같은 공사를 할 때도 인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 그대로 쓰는 거예요. 얼마 전에 광양 SK이노베이션 E&S 발전소 물량 일부를 HPS가 수주했습니다. 그런데 하동이 폐쇄될 거라고 예상해서인지 여기 있는 사람을 광양으로 빼간 거예요. 아직은 폐쇄가 안 되었으니 빼가면 안 되잖아요. 거기서 따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최근 폐쇄가 예고된 발전소의 기동정지 빈도가 잦아졌어요. 기동정지 하는 시간 동안 누군가는 계속 대기해야 합니다. 돌발 상황이 터지면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목적으로 사람을 세우는 거죠.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한 상태에서 누군가 대기해야 해서 빠지게 되면, 남은 인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HPS지부는 계속해서 원청 발전 5사가 책임지라고 싸워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HPS와도 교섭투쟁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요구안 설정 및 진행 과정과 관련하여 고민이 있으시다면? 박규석: 폐쇄 계획이 되었든, 물량에 대한 배치가 되었든, 정부와 발전소가 주는 메시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발전소지 않습니까. 정부에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죠. 실제로 저희가 정의로운 전환 내걸고 파업할 때도 회사는 ‘발전사하고 이야기해라, 우리는 힘이 없다.’라고 이야기해요. 석탄발전소 폐쇄를 정부에서 발표한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저희의 기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조합원들한테도 항상 정부 책임을 강조하면서 조직하고 있습니다. 교섭의 경우 현재 HPS를 대상으로 교섭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발전 비정규직들이 연계해서 같이 노정 교섭을 요구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교섭창구단일화,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 절차도 복잡하기도 했고요. 살인적인 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작년엔 산불도 경남에서 크게 났고요. 우리가 위기를 실제로 체감하는 거죠. 올해 총연맹이 하는 기후정의 캠프에 갔는데요, 휴게공간, 작업중지권 등의 의제를 단체협약에 넣는 것이 필요하다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정부에서도 폭염 시 작업을 멈추고 쉬어라는 지침이 내려오잖아요. 현장에서는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가 매우 많아요. 발전소 내부는 엄청 더운데 휴게공간도 별로 없어요. 휴게공간 마련하고, 위험할 때 작업을 쉴 수 있도록 강제성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노조의 힘이 지금보다 약할 때는 원청의 갑질이 더욱 심했고, 노동자들도 위험 작업을 거부하기 더욱 힘들었습니다. 저도 위험 작업 거부를 가지고 현장에서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의 강제성이 없어요. 작업자들이 위험하다고 작업 못한다고 말하면 이를 현장에서 딱 들어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요. 폐쇄가 수년 동안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일은 계속 해야 합니다.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계속 만들고 싸우는 것이 조합의 단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내용을 단협에 포함할 수 있도록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13 대행진을 앞두고 현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박규석: 613 대행진에서는 발전소 폐쇄 국면 총고용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이란 요구를 이해 못 했던 조합원들도 초기엔 있었어요. 이것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등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단어가 어려운 게 아니에요. 피부에 와닿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점에서 비롯한 거예요. 실제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우리 일자리가 될까 회의적인 조합원들이 꽤 있는 거죠. 현재 조합원들이 여유가 없어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강도도 강하고, 너무 바삐 일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다가 집에 가면 곯아떨어지고 하다 보니 같이 전망을 그릴 여유가 없어요. 그럼에도 열심히 조직하고 있습니다. 폐쇄와 고용 보장의 경우 어쨌거나 우리의 일이니까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가 많은 거 같습니다. 일상 활동도 잘 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함께 연대해 주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큽니다. 같이 하니까 저희도 힘이 납니다. 함께 613 대행진을 잘 조직하면 좋겠습니다. 김영구: 총고용보장, 고용승계 너무 중요합니다. 고용승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100을 받았다가 폐쇄를 이유로 그만큼 못 받으면 정의롭지 않은 것입니다. 그게 후퇴하지 않는 선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는게 필요합니다. 613 대행진이 이를 위한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2026-06-13 | 조회 34,486 -
[인터뷰] 고 김충현 1주기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 발전소 폐쇄 지역의 현실, 6.13 행진과 7월 총파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때2026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다 사망한 고 김충현 노동자의 1주기가 지났다. 발전산업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는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과 맞물리며 김용균에 이어 또 다른 죽음을 초래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재명 정부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김충현 투쟁은 청와대로 대통령실을 옮긴 1년 뒤에도 여전히 정부를 상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나도, 지방선거로 지역사회가 소란스러워도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은 항상 뒷전이었다. 오는 6월 13일, 창원에서 613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열린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요구를 걸고 전국의 발전노동자, 연대 시민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7월에는 원청교섭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도 예정되어 있다. 613 대행진과 7월 총파업을 앞두고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을 만나, 현재 상황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1. 지난 6월 2일 故 김충현 노동자의 1주기가 있었습니다. 김충현 대책위는 지난주를 故 김충현 1주기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1주기 추모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1년간의 투쟁을 돌아보며 느끼시는 생각이나 평가가 궁금합니다. 지난 6월 2일 김충현님의 1주기를 맞아 납골당에 참배를 하고 왔습니다. 그날 태안에 비가 많이 왔어요.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다음 해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었는데, 1년 동안 투쟁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뭐라 말씀드리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전체 발전소까지는 아니어도 현장 노동자들이 조금씩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어요. 지난 투쟁의 결과물들이 작게나마 모여 거대한 발전소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투쟁이 발전소랑 깊게 연결되어 있고, 노조가 많이 투쟁하며 그만큼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죠. (투쟁에 대해) 아직 현장 노동자들이 동요하거나 고민하고 계시는데, 대부분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고, 사측의 질서에 관행적으로 순응을 해왔던 분들이세요.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나 사측에 의해 억눌려왔던 틀을 깨면서 현장에서는 ’이제는 내 일자리가 없어지겠다’, ‘이제는 참으면 안되겠구나’와 같은 인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발전소 폐쇄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 많아요. 발전소 폐쇄가 진행되고 있는데 노조에서 뒤늦게 발견한 곳, 이미 하청노동자들이 떠나고 소수만 남아있던 곳도 있었어요.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말씀을 들어보면 ‘잘 몰랐다’, ‘대응하는게 쉽지 않았다’, ‘노조를 이제야 알게 되어서 활동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결과물들이 더 많아질 것 같고, 차츰차츰 한 발짝씩 더 나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의 투쟁을 거치며 새롭게 조직된 현장이 있나요? 기존에는 강릉, 인천, 태안분회가 있었고, 올해 1월에 서인천, 신인천, 영흥, 삼천포, 하동 5개 분회가 새로 만들어졌어요. 태안처럼 수십명 규모의 분회는 많지 않고, 대부분 10명 내외입니다. 현장을 순회하고 선전물을 배포하면서 교류를 시작하고 자주 소식을 주고받게 된 노동자들이 생겼어요. 특히 한전KPS 하청업체로부터 해고, 임금삭감을 당하거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곳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직접고용, 발전소 폐쇄 등 사안을 중심으로 노조 가입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력감축과 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함께 투쟁한 곳도 있어요. 서인천이 해고를 직접 겪었는데요,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 합의문에 따르면 직접고용 대상자들인 하청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이 되기 전까지는 고용이 유지되어야 해요. 이에 따라 원래대로라면 고용이 연장되어야 하는데, 한 업체가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면서 상황이 틀어진 거죠. 이걸 투쟁으로 바로잡아서 복직이 이루어졌고 이후 발전소에 현재까지도 쭉 다니시고 계십니다. 안타까운 것은 전체 발전소 현장에서 임금착복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하청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임금착복 구조들이 드러났고, 이에 관한 현장 선전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2. 김충현 투쟁을 거치며 노사전협의체가 구성되었고, 협의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화력발전분야 직접고용 이행 시한인 2026년 5월 31일이 지났지만, 노사전협의체 합의 및 직접고용 이행, 이행점검기구 구성은 김충현 노동자의 1주기(6월 2일)가 지난 이후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 상황과 원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김충현 1주기 추모주간 투쟁의 배경에는 노사전협의체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들을 압박하려는 목적이 있었어요. 특히 직접고용에 대한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쟁점들이 치열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기 위해 1주기 투쟁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쟁점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일 핵심적인 쟁점은 노사전협의체에서 한전KPS 사측이 주도권을 최대한 가져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전KPS는 정부와 대책위만의 결정으로 만든 합의문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를 기본 원칙으로 한전KPS 사측과 정규직 노조, 상급단체에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한전KPS 정규직 노조의 속내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된 하청노동자들의 직급과 임금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더 높다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치고 정규직이 된 입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를 동등하거나 더 높게 쳐줄 수 없고, 하위 직급 혹은 별도의 직군으로 정규직 전환 설계를 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사실상 하청노동자들이 발전소를 떠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별정직 등 직급으로 직접고용이 이루어지면 사실 하청업체의 위계질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나 발전소 현장에서 떨궈낼 수 있는 조건들이 남게 되고, 저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요. 하청노동자들은 평균 근속이 10년이 넘을 정도로 수십년간 발전소를 지켜왔습니다. 발전소가 폐쇄되는데 기존의 직급들과 다르게 설계되었던 이유로 하루아침에 발전소를 떠나야 한다는 것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정부는 한전KPS 사측과 대책위 편을 오고 가며 협상을 타결하려는게 목적인데, 저희 입장에선 정부가 한전KPS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아요. 공공기관의 잘못을 정부가 바로잡기 위해 강제할 건 강제해야 하고 한전KPS가 잘못한 것에 대해선 뜯어고쳐야 하는데 말이에요. 현재 한전KPS 사장 채용 공고를 하고 있고 곧 바뀔 예정인데, 기존 사장은 저희와 굉장히 대립을 해왔어요. 시기를 지켜보면서 투쟁의 방향을 정하고 강력하게 목소리 낼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현장 조직화를 최대한 하면서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분들을 상대로도 조직화를 하고, 적절한 시기에 더 강력한 투쟁으로 기회를 잡아보려 합니다. 3. 2025년 12월 31일 태안화력 1호기가 폐쇄되었습니다. 태안화력 폐쇄에 따른 발전소 인력감축과 지역사회의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과 발전소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현장에서는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발전소 폐쇄를 직접 경험하며 불안이 강해졌어요. 폐쇄 당일 폐쇄식에서 굴뚝 연기가 꺼지는 것을 직접 보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발전소 폐쇄가 진행되는 것을 체감한 것 같아요. 하청노동자들은 ‘내게 영향이 있겠구나’, ‘확실하게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일터에서) 나가 떨어지겠구나’ 등의 감각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분회를 통해 타 지역의 소식을 들어보면 태안의 5년, 10년 후의 미래가 (먼저 발전소 폐쇄가 진행되어온) 남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저렇게 되면 안되는데’ 하며 경각심은 느끼지만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지자체의 경우 태안군은 관심 밖이고, 충남도청은 요새 저희가 하도 크게 떠들어대니까 법 제정을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이 지원정책에 그치는 수준이라 실용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지역사회는 참 힘든 상황이에요. 발전소 폐쇄로 자영업자분들도 더 힘들어지는 게 예상됩니다. 제가 자주 가는 식당들도 폐업했어요. 이런 악순환 속에서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려 하고, 지역에는 돈 많은 사람들만 남게 되면서 더욱 보수화되는 것 같아요. 이번 지방선거엔 좀 바뀌려나 기대했는데 바뀌지 않더라고요. 지역 유지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으니 쉽지 않아요. 4. 오는 6월 13일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대행진이 열립니다. 613 행진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요구를 담고 있으며, 이는 2024 충남행진, 2025년 531 행진/발전비정규파업의 연장선에 있기도 합니다. 613 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필요를 느끼는 것은 없는지, 613 행진이 어떤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궁금합니다. 613 행진은 발전소 폐쇄를 중점으로 정의로운 전환, 지역사회의 목소리 반영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태안의 경험을 떠올리면, 지역사회 이야기를 할 때 지역에 파고드는 이야기들을 했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지역사회에 발전소 이야기를 할 때, 자영업을 겸업하는 발전소 노동자를 통해 사안을 알리거나, 서산 등 인근 지역이나 타지에서 오신 분들을 상대로 ‘결국 우리도 발전소 때문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지역사회의 일원이다.’라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한편으론 태안, 하동, 삼천포 등 발전소 지역이 살려면 지역사회가 같이 연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문구를 잘 정해야 할 것 같아요. 발전소 이야기를 담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와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지역사회에서 기후운동과 연계할 때 대중교통 등 명확한 정책적 로드맵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비전이 없다면 지역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아요. 기후의제가 교통, 주거 문제 등 일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이미지를 그려주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이 작은 지역일수록 많이 모호한 것 같아요. 태안의 경우는 해상풍력을 갖고 끌고 갈 수 있는데, 다른 지역의 경우 어떤 확장성 있는 의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단순한 소상공인 지원 등 일부에 국한된 접근보다는 확장성 있는 의제가 좀 더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시민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순명료한 의제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531 행진을 했을 때 지역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어 사안을 공론화시킨 후에, 이 주제를 가지고 지역사회를 파고들고 싶었어요. 마을회관 같은 곳에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인사드리며 찾아뵙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조금씩 상황인식을 하게끔 만들어가며 어떤 것이 지역사회에서 유리한 대응이 될 수 있을지 판단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6.13 행진도 일회성 집회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이 의제를 들고 지역사회를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간담회를 진행한다거나 지역사회의 활동가들과 연계되는 등의 방식으로요. 노동조합도 많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발전노동자들이 모이기 쉽지 않아요. 발전사와 하청업체들이 분할되고 민영화되어 서로 경쟁하는 배경이 있는데, 의도적인 설계가 있죠. 자본의 영향이 엄청 큰 것 같아요. 현장에선 발전소 물량경쟁이 여전하고, 발전소 폐쇄에 대해 여전히 많이 체감을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사측에 의존하게 되는 모습들을 많이 봐요. 노동조합에게 물량 따오는 것이 우리가 살길이라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요. 발전소 민간하청이 여러 캐피탈이나 사모펀드와 연계가 되어있는데, 업체를 합병시키거나 볼트온(Bolt-on)으로 묶어 덩치를 키우려 한다는 소문들이 도는 등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저희 협의체에서 정부와 한전KPS의 합의 내용 중에는 물량과 연계되는 합의들도 있어요. 정부와 사측이 대책위에 문구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민간업체를 일부 보전한다거나 기술이전을 한다는 등으로 쉬쉬하고 있는 것도 있어요. 저희 의제와 맞물리는 것도 있어서 이렇게 흘러가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발전비정규직연대도 많이 반성해야 할 것 같아요. 합의 문구를 다 까발리고 발전노동자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잘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 같아요. 물량경쟁 문제에 대해 추가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물량의 경우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요. 정부 부처의 정책적 관행, 민간사업자들, 그리고 민간사업자들의 배후에서 자본을 투입하는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게 전체 발전소 폐쇄와 맞물려 있고 결국에는 고용과 직결되는 문제들로 이어지고 있어요. 정부는 민영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말로는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 돈으로는 하지 않으려 해요.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 같은 경우 설비부터 해저케이블까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 모든 걸 정부 자금으로 하려먼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그러면 표는 안될테니 민간 자본을 끌어다 쓰는거죠. 우리 입장에선 정부, 특히 발전공기업이 천문학적인 이윤을 거두고 있는데 왜 쓰지 못한다는 건지 안타까워요. 결국엔 이 점에서 한전KPS나 발전공기업이나 정부나 똑같은 것 같아요. 한전KPS가 정규직 노조와 하청업체를 활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대신 전하는 것처럼, 정부와 연계된 민간사업자들에게 ‘정부가 지원해줄테니 힘좀 써보라’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민영화 기조가 관철되고 있어요. 자본은 여기에 더해 전문 경영컨설팅을 통해 펀드와 캐피탈을 만들고, 거기에 포진된 대기업들이 덩치를 불리며 물량도 따오려 하고 많이 힘을 쓰고 있어요. 발전소 현장에선 회사가 커지면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노동자 입장에선 제 살 깎아먹는 일이고 많이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수합병이 될 때 누구를 쳐낼지 모르는 거잖아요. 희망퇴직 등이 있을 수도 있고요. 앞을 내다보면 어렵습니다. 지금 협의체에선 발전산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에 동의하면서 악덕 하청업체 퇴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와 발전공기업에선 한편으론 ‘하청업체 민간사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하청업체를 일방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며 컨소시엄을 만들려 하고 있어요. 이런 것처럼 민간 사업자들에게 몰아주려 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기존 하청업체 구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정경유착이 의심되어요. 하청 사장들 이름 조회해보면 전직 한전이나 한전KPS 출신이고요. 많이 우려스럽고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의체 문구가 공개될 즈음이면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들이 이면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합의 문구를 갖고 이야기를 꺼내면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발전소 폐쇄를 마냥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부도 발전소를 한 번에 폐쇄하면 큰일이 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야금야금 갉아먹듯 폐쇄하는 거잖아요. 순차적인 폐쇄에 따라 늦게 아니라 5~10년 바라보고 있는게 2~3년 후에 올 것을 생각하고 더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2차하청이 먼저 얻어맞으면서 이 지경이 된거고요. 직접고용과 발전소 폐쇄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1년 이내로도 보고 있어요. 그 다음에는 민간의 차례가 될 테니 어떻게 대응할 건지 고민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613 행진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마주치고 부대끼는 자리에 현장 조합원도 올 테니 행진을 계기로 소식들이 현장에 더 많이 퍼져나갔으면 좋겠어요. 발전노동자만의 힘으로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려운 일이고, 기관을 상대로 하는 투쟁이기에 사회적 여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많이 덥다고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후위기나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우리가 바라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김충현 1주기 토론회에 제출된 발전노동자 실태조사에서도 보듯, 발전소 간접고용 구조와 위험의 외주화는 김용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중입니다. 민영화/외주화 철회를 통한 하청노동자 정규직화, 경상정비 업무 재공영화 등의 요구가 현장 노동자들의 큰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요구는 원청교섭 투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2024년 발전HPS파업, 2025년 김충현 투쟁 모두 발전공기업, 발전사 원청을 향한 투쟁을 강조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원청교섭 투쟁, 그리고 원청교섭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는 7월 총파업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굼금합니다. 재공영화의 경우 김용균 투쟁 이후 원칙적으로 이행했어야 하는데, 재공영화 없이 임금 처우만 개선이 되는 과정에서 재공영화 요구가 형해화되었어요. 고용조건이 한전KPS에 비해서도 꿇리지 않아 한전KPS로 굳이 가야 하냐는 분위기에요. 민영화, 외주화와 관련해선 요새 협의체의 영향인지 발전사들이 민간하청에게 2차 하청을 흡수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어요. 어쨌든 이런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 마찬가지로 흡수 시 조건채용 여부, 임금, 처우 등에 대한 협의가 오가고 있기 때문에 발전비정규연대가 나서서 잘 주도를 해야겠죠.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쉽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원청교섭의 경우 발전사가 5개로 분할된 상태에서 어디를 상대로 원청교섭을 요구해야 할지 통일이 안되고 있어요. 현장별로 발전사가 다르니까 개별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발전사 통합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한전KPS비정규직지회의 경우는 한전KPS와 원청교섭을 시작했습니다. 3월에 원청교섭을 요구한 후, 전남지노위에서 5월 28일에 사용자성 인정 판단 결정문이 나왔어요. 한전KPS와 소송중이다보니 항소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한전KPS가 현장마다 교섭공문을 붙이더라고요. 절차적으론 6월 15일이 지나가면 정식으로 교섭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모든 하청업체 사무실에 원청교섭 공고가 게시된 이후에 현장에서 문의 전화들이 많이 와요. 현장에선 이런 걸 처음 겪다보니까요. 원청교섭에 대해 설명하고, 원청교섭을 위해선 노동조합이 필요함을 알리며 조직화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발전사 분할 조건에서 전국에 산재한 현장을 지회 자체의 여력으로 소화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보입니다. 하청업체 사측의 경우 역설적으로 그냥 유령회사다보니까 임금을 제외하고는 사실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이 많이 없어요. 대부분 교섭을 처음 해보는 업체들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크게 제약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소규모 지회이기도 하고, 5~6명이 일하는 현장에서는 한명이 빠지면 일이 안되는 조건에서 노조활동을 위해 현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태안에서는 3~4명이 빠져도 일이 커버가 되는데 나머지 분회에선 여건 자체가 안돼요. 간부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민간의 경우는 저희보다 훨씬 통제가 심해요. 타임오프도 인원에 비례해 작게 부여되고 소수노조다보니 제약이 많아요.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역시 7월 총파업에 집중적인 힘을 써보고자 쟁의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어요. 6~7월을 거치며 분회별로 쟁의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원청교섭 자체론 쟁의권 확보가 어렵지만 하청은 가능한 상황입니다. 특히 악덕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하여 현장의 힘을 최대한 끌어가려 하고 있습니다.2026-06-10 | 조회 26,902 -
613 발전노동자 대행진, 무엇을 내걸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1. 들어가며 기후위기 대응을 명목으로 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본격화되었다. 현재까지 서천 1·2호기, 영동 1·2호기, 보령 1·2호기, 삼천포 1·2호기, 태안 1호기가 폐쇄되었다. 2026년 태안 2호기·하동 1호기·보령 5호기 폐쇄가 예고 되었지만, 대체 발전소 건설 지연이나 중동전쟁 등을 이유로 순연된 상황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5.02)에 따르면, 2038년까지 태안과 당진, 하동 1~6호기, 보령 5·6호기, 삼천포 3~6호기, 동해와 영흥 1·2호기 등 총 37기를 폐지하고 LNG 발전소로 전환하겠다고 하고 있다. 시기는 상이할 수 있으나, 발전소의 순차적·단계적·일방적 폐쇄 국면은 지속될 예정이다. 자본의 시간표는 매우 빠르고 또 일방적이다. 자본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굴지만, 노동자에게 그 책임과 비용을 전가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전기차로의 전환 등은 매우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만, 이윤 극대화를 위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불안정한 노동 환경은 여전히 공고하다. 발전소 폐쇄 국면, 노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는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라는 기치 아래 여러 투쟁을 이어왔다. “414기후정의파업”(2023),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 행진(2024)”, “발전HPS지부 파업 투쟁”(2024),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대행진(2025),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중대재해 대응 투쟁”(2025) 등이 그 예시다. 그 결과 매년 9월 기후정의행진에는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발전 노동자 총고용보장”이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작년에는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입법 청원이 성사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6월 13일, 경남도청이 있는 창원에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을 내걸고 발전노동자 대행진이 조직되고 있다. 여기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과 반복되는 발전소 노동자의 중대재해가 드러낸 다단계 원하청의 구조를 살펴본다. 이는 결국 비용 절감과 이윤 확보만을 핵심 목표로 작동하는 자본주의가 만든 결과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원청교섭 쟁취 국면에서 613 대행진을 위치지어야 할 필요 역시 강조하고자 한다. 2.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흐름은 순차적이고 연속적이다. 특정 시기에 모든 호기를 한 번에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전소의 일부씩을 꾸준히, 수년간 폐쇄한다. 고용불안과 해고의 결과는 당연히 누적되겠지만, 동시에 이를 노동자들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수용하게 할 우려도 크다. 예를 들어 "이번에 몇 호기가 폐쇄되지만, 나는 다행히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안도하면서, 노동자들을 개별적이고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발전소 폐쇄 흐름은 그 자체로 매우 일방적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 및 대체 건설 계획과 전망을, 소수의 국가 관료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라는 한 민중가요의 가사가 현 상황을 정확히 보여준다. 노동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변화에 적응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림 1] 전쟁, 대체건설 등의 명목으로 일방 순연된 발전소 폐쇄의 시간표 정부입장은 뚜렷하다. 첫째,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 인력을 한편으론 과소평가하면서도[1] 마지못해 인정하고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서(2021)[2]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고 LNG 발전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약 5,000명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발전소 폐쇄가 되더라도 발전소 내외부로 전환 배치가 될 것이란 기만을 펼치고 있다. 2025년 10월 태안화력발전소를 방문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발언이 이를 대표적으로 드러낸다. 당시 김성환 장관은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폐지를 “기후위기에 대응한 녹색 대전환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하며 1호기 노동자 129명 전원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적인 처방에 불과할 뿐 아니라, 발전소 대부분이 부족한 인원 속에서 정년퇴직자 재계약을 통해 버티고 있는 상황을 무시한 발언이다. 더욱이 2026년부터 폐쇄 예정인 다른 호기들의 인력 재배치 방안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셋째, LNG뿐 아니라 풍력 및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투자와 개발을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에 노동자들을 전환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에 정부는 민간 기업과의 경쟁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과 분배에 대한 결정권을 틀어진 자본과 정부는 이윤만을 위해 파괴적 생산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미 동서, 서부, 남부발전은 "미래 먹거리 반도체 산업"을 위한 LNG 발전소 건설 입찰에 뛰어들었다. 제반 비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반면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의 혜택은 SK나 삼성 같은 기업에 집중되어 재벌 특혜의 성격을 띠는, 그 자체로도 막대한 물과 전기를 소비하는 그 클러스터에 말이다. 3. 반복되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드러낸 발전소 위험 현장 발전소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상이하다. 꾸준했던 민영화와 외주화로 인한 결과다. 노동자들의 작업복에 적힌 회사명도 다르고 운영 인원 자체도 매우 적다. 형식적·징벌적 안전 체계는 마련되어 있지만, 부족한 인원과 쪼개진 고용 형태는 강한 노동강도와 위험 환경으로 노동자를 내몰고 있다. 그 결과 발전소는 중대재해와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일터가 되었다. 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가 작업하던 선반에 방호덮개는 설치되지 않았다. 2018년 컨베이어벨트에 감겨 사망한 김용균 노동자의 중대재해 이후 태안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벨트에는 근접 작업 예방을 위한 방호 장치가 빠짐없이 설치되었지만, 감김 사고가 발생하는 선반 전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TBM(Tool Box Meeting, 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 이나 위험성 평가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는 매우 형식적, 징벌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도급계약이라지만 원청 한전KPS의 구두 작업 지시는 일상이었고, 하청의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위험한 작업이 전가되며 음지화되었다.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발전소 중대재해는 반복되고 있다. 2026년에만 벌써 두 건이 발생했다.[3]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인원의 부족, 위험의 전가, 사업주 책임 공백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듯, 사망자 절대다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특히 올해 3월 23일 영덕 풍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다단계 하청 구조 아래에서 중대재해가 발전소 유형에 국한되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사망자들은 모두 운영사인 ㈜영덕풍력발전에 고용되어 있지 않았다. 3명 모두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외부 위탁업체 소속이었고, 이중 2명은 계약직(일용직) 노동자였다. 당시 작업 현장에 원청인 ㈜영덕풍력발전 소속 직원은 없었다. 육상 풍력발전소 시공을 했던 회사(유니슨)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되고 모든 노동자가 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그 전환될 일자리가 불안정하면 안 된다는 점을 뼈아프게 보여준 사례기도 하다. 한편, 발전소가 곧 문을 닫는다는 명분은, 필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일례로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해있던 하청업체 ㈜한국파워O&M의 정원은 27명이지만, 현재 25명만 일하고 있다. 정원에도 미달하는 적은 수의 노동자가 불안정하게 일한다는 점은 사고의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러한 쪼개기 계약 구조를, 설비나 안전 관련 문제가 있어도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고(故) 김충현 사망사고 이후 구성된 정부와의 협의체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 이하 협의체) 주관으로 17,000여 명의 발전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25)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전 공기업에 비해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3.73배,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3.86배 더 많은 업무 중 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해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32.3%로 상당히 높았으며, 특히 발전 공기업(40.2%), 1차 하청업체(31.6%), 2차 하청업체(42.2%) 노동자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현장에서 위험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개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느껴 작업을 멈추면 계약이 끊길까 봐 두렵다"라고, "그래서 작업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라는 한 하청 노동자의 말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원하청 등 위계화된 고용구조가 발전소 폐쇄 흐름에서 더욱 극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다. 심지어 노동부도 "(발전소 폐쇄 국면) 인력 감축은 발전공기업에서는 발생하지 않았고, 특히 협력업체(특히 2차)와 자회사 중심으로 발생. 발전공기업 – 자회사 - 1차 협력사 - 2차 협력사(때론 3차까지 포함) 등으로 중층화된 발전사의 고용구조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충격의 차별성으로 이어짐"[4]이라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8기에서 일하던 정규직 601명은 전원 재배치됐지만, 하청 노동자 667명 중 39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발전소 폐쇄로 인해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용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언급한 협의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2차 하청 노동자의 68.1%가 현재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발전소 폐쇄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4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발전소 폐쇄 이후 본인의 고용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답변이 자회사 66.4%, 1차 협력업체 85.8%, 2차 협력업체 89%로 매우 높았다. 실제로 1년 단위로 재계약을 반복해 온 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폐쇄가 곧 회사 정원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거야. 누가 먼저 나가는지. 이게 어떻게 보면 잔인하죠. 같이 일했던 사람끼리 싸움 붙이는 거”라는 한전KPS 하청 노동자의 발언은, 발전소 폐쇄가 노동자 내부의 의자 뺏기 싸움을 유도할 수 있단 우려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용불안은 단순히 불안감으로 그치지 않는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인해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던 사례, 한국GM 공장 폐쇄로 2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던 사례, 폐쇄를 앞둔 삼천포발전소 노동자의 자살 사례 등, 일방적 폐쇄와 해고가 노동자를 (가장 극적인 형태인)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발전소 폐쇄가 만성적, 순차적, 일방적 성격을 가지며, 이로 인한 불안과 해고는 누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폐쇄를 경험한 주체들이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령발전소의 경우 2026년 6월 30일과 12월 30일 폐쇄가 예고된 상황에서 (그 일정이 변경되었더라도)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면, 그 대상이 본인들이 될 수 있단 있다는 불안감이 현장에 상존하고 있었다. 발전 5사 등 원청은 하청 노동자에 대해 자기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5] 당진 1호기 폐쇄를 경험한 당진발전소 노동자들의 경우 언더-티오로 2~3년째 유지되고 있다. 호남발전소 폐쇄 당시 하청 노동자들은 개별 자구책을 모색해야 했고, 그중 일부는 여수발전소의 2차 하청 노동자로 들어와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일하고 있다. 한전KPS 하동사업소의 경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를 단기노무원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했고, 폐쇄를 명목으로 26년 12월 31일까지만 계약 연장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2024년 발전HPS 지부의 파업 투쟁 결과 지자체와 발전 5사,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고용보장 협의체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협의체 논의는 폐쇄 연기와 맞물려 올해 12월로 미뤄진 상황이다. 김영구 발전HPS지부 하동지회장은 폐쇄가 예고되었다가 연기되는 반복되는 상황 속 현장이 "희망고문"과 같은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고용과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가 다층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폐쇄로 인한 대응이 개인적인 자구책 수준으로 축소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4. 비용 절감 자본주의, 심화하는 기후위기 발전소를 포함,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수많은 현장에 뿌리 깊게 정착했다. 이는 그 자체로 불안정한 노동 형태를 양산해 왔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위험 작업을 거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일례로 성동조선, 현대중공업의 표준도급계약서(2021)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의 단체행동, 작업거부, 작업 태만으로 원청에 손해를 끼칠 경우 “즉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또한 안전관리 등의 벌점 관리에도 중대재해나 산재 은폐로 인한 벌점뿐만 아니라 일반 안전사고(산재)와 작업 중지 건수에도 벌점을 매기고 있기도 하다. 징벌적이고 통제적인 안전이 원·하청 구조에서 강화될 뿐만 아니라, 작업중지권을 포함한 노동권 침해가 ‘계약’을 통해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면 위험이 해결될 거라는 기대 대신 불이익이 따라올 거라는 불신을 가져오는 핵심적인 기제다.[6] 케이블 통신 노동자 역시 그렇다.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을 유지, 보수하는 노동자들은 20여 개의 2차 하청업체로 쪼개져 고용되어 있고, 계약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보건 실태 조사에 따르면,[7] 폭염경보가 발현되었음에도 작업을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작업 중지를 하지 못한 이유로 절차가 복잡하거나 사측의 보복이 두려워서 행사할 수 없다는 응답이 80%로 압도적이었다. 이처럼 용역, 외주, 아웃소싱, 도급, 사내하청, 파견…. 온갖 불안정 노동 구조의 양산은 이윤만을 위한 자본의 전략이었다. 그 결과 불안정 노동과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했다. 다른 한편, 이윤만을 바라보는 자본의 멈출 줄 모르는 과잉 생산은 그 자체로 지구를 파괴해 왔다. 한쪽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없다며 대량으로 폐기되는 물품들이 쏟아지지만,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식량과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새벽배송이니 로켓배송이니 하며 24시간 돌아가는 생산과 소비, 유통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공장식 축산과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지구 파괴적 산업의 집약화,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자원 파괴도 일상적이다. 하지만 자본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교묘하게 가린 채, 마치 기후위기의 해결사인 척 행동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친환경 전기차 생산을 통해 미래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HD 현대건설은 2024년 "기후변화 완화"를 재무적 중대이슈 1위 및 환경 · 사회적 중대이슈 2위로 꼽기도 했다. 이것이 기만이자 일종의 그린워싱임을 우리는 잘 안다.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때는 ‘녹색 자본주의’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으나, 자본의 초점은 “기후위기 해결”이 아닌 “이윤 창출”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매우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를 비롯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기후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며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를 단행했다. 트럼프는 또한 자신의 패권 유지를 위해 스스로 초래한 전쟁 위기를 기후 규제 완화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2026년 4월 6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석유 및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 플레어링(Flaring, 가스 연소 배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최종안을 발표했다. 강경한 대이란 노선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에너지 수급 불안을 심화시켰고, 이를 다시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환경 규제를 철폐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2025년 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면 가스 화력발전소 50개를 짓겠다”라고 공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4년 11월 7일 기자회견에서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계약이 마무리되면, 원전 산업을 비롯한 우리 산업 전반에도 더 큰 활력이 불어넣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현 대통령 역시 고리 2호기 원전 수명연장을 승인했고, ‘현실적’, ‘기술적 한계’ 등의 이유를 들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터무니없이 낮게 설정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한 파괴적 개발도 밀어붙이고 있다. HD 건설이 이스라엘에 수출한 굴착기 등 중장비는 "어떠한 굴착 환경이나 작업조건에서도 최고의 생산성을 약속하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었다. HD현대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이스라엘의 학살을 뒷받침하는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살해당했으며, 지구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자본주의는 또한 현장 노동자 안전 체계 마련을 비용의 문제로 치부하며 비극을 가속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후위기와 관련한 책임과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윤 생산 체제인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는 모두 개별 자본이 결정한다. 그리고 이는 매우 기후부정의하다. 앞선 발전소 사례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듯, 자본은 비정규직 하청 구조를 활용해 에너지 전환의 책임과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점을 빌미 삼아, 노동자의 협상력과 힘을 봉쇄하려고도 하고 있다. 공동체의 안전보다 이윤 생산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제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충분히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후 대체 건설될 발전소는 왜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되어야 하나?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전망을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는 없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대중교통 노선을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운영할 순 없나? 무기 생산에 쓰일 기술력을 의료기기 생산으로 전환할 순 없나? 우리는 위법하고 부당한 생산을 거부하면 안 되나? 결국 자본의 과잉 생산에 제동을 걸고, 사회적 필요에 따른 생산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이 주체가 된 노동자가 기후정의를 실현한다는 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생산하느냐를 포함해 “왜”, “어떻게”까지 나아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는 자본 중심의 권력관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문제기도 하며,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가능한 문제기도 하다. 5. 613 대행진을 원청교섭과 사회적 총파업 조직의 교두보로!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위험의 외주화 철폐,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이행 등의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의 구조, 위험을 노동자가 말하지 못하는 일터도 여전히 공고하다. 김충현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과 부상, 질병을 반복 목도하는 현실이 아프기도, 또 무력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수록 확고해지는 점들도 있다. 자본과 정부로부터 독립된, 확고한 노동자 투쟁이 필요하다. 정부 논의나 협의체 결과 등을 바라보거나 따라가는 수준으로 우리 역할이 한정될 수 없다. 폐쇄 일정에 시차가 발생하고 분절적 대응 양상이 굳어질수록 힘을 모으기 어렵기에, 원하청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사업장 담벼락을 넘는 활동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실제 파업을 만들어내고 사회적 힘을 갖게 만들어내야 한다. 어렵더라도 진짜 사장 국가와 발전 5사를 앉혀야 한다. 613 대행진을 비롯한 집회와 투쟁이, 이러한 투쟁을 건설해 가는 데 교두보로서 역할해야 한다. 이러한 기조 아래, 아래를 강조한다. △ 비정규직 철폐가 곧 기후정의다! 현장 안전장치의 미비·노동자 참여권의 박탈· 인력 부족과 강한 노동강도의 강요·반복되는 쪼개기 계약과 만성적 고용불안·위험 작업의 외주화(이주화) 등은 자본의 비용 절감 기조 아래 자행되고 있다. 고용구조의 더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험 작업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과잉 생산에, 지구에 해로운 생산에 문제 제기하기도 어렵다. 관련된 정보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동자들이 현장 통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자본의 계획에 종속되도록 만드는 이 비정규직 시스템이, 자본의 맹목적 과잉 생산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8]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쪼개지고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기후위기 대응과 완화를 위한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활동에 방해로 작동하는 사례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라서 작업중지권 발휘가 어렵다.”, “일용직이라서 안전보다 고용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발전소 폐쇄 등 산업전환 과정에서 특히 하청 노동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등등. 자본이 노동자를 저비용(저임금) 고위험 노동으로 내몰고, 필요할 때 쓰다가 손쉽게 내버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메커니즘, 과잉·파괴적 생산을 지속시켰던 이러한 구조가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은 비정규직 철폐이며, 비정규직 철폐가 곧 기후정의다. 이러한 요구를 내걸고 총노동 차원에서의 싸움을 조직하자. △ 원청교섭 투쟁 국면, 7월 총파업의 교두보로서 613 대행진을 조직하자 오랜 투쟁 끝에 노조법이 개정되었다. 원청교섭을 쟁취하여 진짜 사장을 교섭장에 앉혀야 한다는 투쟁 국면이 열렸다. 개정 노조법에 의하면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 원청은 하청 노동자와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맞서는 파업,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시행령 등을 통해 하청노조들의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적법성 입증과 판단부터 교섭 창구 단일화 및 분리 절차[9]등 전체 45일간 절차를 밟도록 강제함으로써 원청자본가들이 교섭을 지연, 회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많은 자본은 여전히 자신의 사용자성을 거부하고, 교섭에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청자본가들의 교섭 무력화 시도는 이곳저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2026년 화물연대본부는 서광석 열사의 죽음을 안고, CU 원청을 교섭장에 끌어냈다. 현대IHL지회도 램프 사업 매각 투쟁을 통해 현대모비스 원청 대표를 합의 주체로 끌어냈다. 이들 사례가 보여준 건 명확하다. △개별사업장 투쟁으로만 머물지 않고 전국과 지역 노동자들의 연대와 공동 투쟁을 조직하면 가능하다는 것 △물류 봉쇄나 10일 넘는 파업을 통해 그들의 이윤이 압박받을 때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전KPS비정규직지회의 경우 한전KPS의 사용자성을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인정받았다. 2024년 발전HPS지부는 진짜 사장 한국남부발전을 상대로 파업 투쟁을 전개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발전노동자들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선례들을 조합원들에게 더욱 선전하고 토론해 나가자. 물론 다단계 하청 구조 속 나의 원청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는 쟁점으로 남아있다. 발전소 폐쇄 국면이기에 더더욱, 발전 5사와 국가가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안전을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수의계약 확보나 고용유지 등의 수세적 요구는 자본의 단계적, 분열적 폐쇄 전략 앞에서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기에, 이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2026년 핵심 요구 중 하나를 “원청교섭 원년! 초기업 교섭 돌파”로 결정했다.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원청교섭 사업장의 공동 투쟁과 공동 파업을 통해 원청교섭과 7월 총파업의 사회적 파급력을 확대·확장하고, 산별 임단협 투쟁도 총파업 투쟁을 엄호, 지원하는 방향을 결의했다. 금속노조 역시 7 ~ 9월 (원청교섭 사업장 7월 총파업 복무, 8말 9초 총파업) 시기 집중 공동 파업을 원청노조와 공동으로 전개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613 발전노동자 대행진을 7월 총파업 투쟁을 촉발하는 계기로 활용하자. 대행진을 계기로 만나는 노동자들에게, 7월 위력 있는 총파업을 통한 원청교섭 쟁취 투쟁의 주체가 되자고 조직하고, 설득해 나가자. 발전소 폐쇄 계획도, 발전사 통합 계획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시간표와 계획에 대응하는 정도를 넘어서자. 이러한 행진과 집회를 전국적으로 조직하여, 현장 노동자의 파업을 넘어 전 사회적인 투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어 나가자. [1] 기후부(산자부)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유휴 인력 수를 계산할 때, 단 한 명도 신규 채용하지 않은, 퇴직자 정원을 메꾸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2] “(2034년까지) 폐지되는 30기 인원 모두가 일자리 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7,935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는 LNG 발전으로 전환되면 7,935명 중 LNG 발전소 필요한 인원은 3,024명에 불과. 일대일 전환을 가정했을 때, 전환 불가 인원은 4,911명” - 산자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2021 [3] 2018년 김용균 사망 이후 발전소 사망 현황 (14건 사고 사망, 폐쇄 비관 1명 자살) 1. 2019년 5월 중부발전 신서천화력발전소 37미터 높이 크레인에서 떨어진 부품에 일용노동자(50대)가 맞아 사망 2. 2020년 9월,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1부두 화물노동자(60대)가 화물차에 적재된 컨베이어스크루장비(석탄하역기)가 떨어지면서 이에 깔려 사망 3. 2020년 11월 28일 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 화물노동자 심장선 씨가 3.5미터 화물차 상부에서 석탄회를 싣다 떨어져 사망 4. 2021년 7월 중부발전 신서천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이**(40대)가 전신 화상 치료 중 사망 (2020년 4월 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전기설비 폭발 사고로 화상) 5. 2021년 8월 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3부두 선박, 이산화탄소 용기호스 고체적압을 하던 하청 소속 노동자 4명이 질식, 이중 1명(40대) 사망 ○ 2021년 8월 21일 새벽, 남부발전 부산LNG발전소에서 원청 갑질에 항의하며 투신, 자살 시도 6. 2021년 10월 15일 폐쇄를 앞둔 남동발전 삼천포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30대) 자살 7. 2022년 3월 폐쇄를 앞둔 남동발전 삼천포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40대)가 3호기 보일러 건물 5층에서 추락사고 8. 2022년 7월 21일, 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내 신축공사현장, 40대 노동자 쓰러짐(폭염으로 당시 34도) 9. 2023년 2월 9일, 중부발전 보령발전소, 1부두 하역기에서 낙탄 청소를 하던 하청 노동자 이**(50대)가 15미터 높이에서 발판(그레이팅)이 떨어지며 함께 추락 10. 2023년 11일 중부발전 신서천화력발전소 본관 5층 보일러실 배관에서 밸브가 폭발해 고압 수증기 누출로, 정비작업 중이던 한전KPS 소속 노동자 1명 사망, 중부발전 소속 노동자 2명 중화상 11. 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 2차 하청노동자 김충현 사망 12. 2025년 7월 28일, 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 환경설비개선공사 비계 해체 작업 중 30대 노동자 추락 사망 13. 2025년 11월 6일,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작업 중 붕괴 사고로 9명의 노동자 매몰. 1명은 HJ중공업의 하도급업체 코리아카코 직원, 8명은 코리아카코의 일용직 14. 2026년 3월 17일, 한전KPS 인도사업소에서 석탄재 저장 호퍼 내부 점검 중 잿더미 매몰로 노동자 1명 사망 15. 2026년 3월 23일, 영덕 풍력발전소 날개 균열 수리 중 화재로 인해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사망, 이중 2명은 일용직 [4]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2022) [5] 이러한 불안감이 만성화되면서 무뎌지는 분위기 역시 존재했다. [6]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와 과제”(2024) [7] SK브로드밴드 전송망 유지보수 하청노동자 노동안전보건 실태 토론회. 2024.10.16 [8]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팀 3차 워크숍 토론문 중 [9] 교섭 창구 단일화 대상 확정→자율적 단일화 시도 14일→과반수 노동조합에 의한 단일화→자율적 공동교섭대표단 구성 5일→공동대표단 구성하지 못할 시 노동위원회의 결정→하청노조 사이의 교섭 단위 분리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 기본 blockquote 스타일 */ blockquote { border-left: 4px solid #c0392b; /* 사이트 분위기와 맞는 붉은 계열 */ padding: 12px 18px; margin: 20px 0; background: #fafafa; font-style: normal; color: #333; line-height: 1.6; } /* blockquote 안의 p 태그 정렬 */ blockquote p { margin: 0 0 10px 0; text-align: justify; } /* 마지막 p 태그 여백 제거 */ blockquote p:last-child { margin-bottom: 0; }2026-05-22 | 조회 15,925 -
[번역] 탈성장 및 “화려한” 공산주의에 대한 에코 공산주의 대안아르헨티나의 마르크스주의자 에스테반 메르카탄테는 신간 『불타는 붉은빛 - 생태 위기에 맞선 공산주의적 성찰』에서 자본주의를 “다차원적” 생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정면 비판하면서, 탈성장과 에코 모더니즘 같은 생태주의의 흐름과 중요한 대화를 전개한다. 이 흐름들에 맞서 메르카탄테는 노동을 자기 해방의 주체이자,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질적으로 전환시키는 행위자로 삼는 “에코 공산주의(Ecommunism)” 전략을 주창하며, 이것만이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이 스페인어로만 출간된 상황에서, 사회주의적 입장의 국제 학술지 『LINKS』의 페데리코 푸엔테스가 『좌파 사상(Ideas de Izquierda)』 편집위원이기도 한 메르카탄테와 만나 책에서 제기된 핵심 논점들을 짚었다. F: 마르크스주의, 생태주의, 기후 위기에 관한 문헌이 이미 존재하고 끊임없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M: 이 문제가 오늘날의 논의에서 그토록 중대한 초점이 되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의 생태 위기는 여러 쟁점이 교차하는 문제고, 이 문제와 그에 따른 영향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저는 두 가지를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스페인어 사용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논의에 도입하고 싶었어요. 특히 이 책이 출간된 아르헨티나에서 그랬죠(지금은 스페인에서도 출간되었습니다). 존 벨러미 포스터의 초기 저작부터 사이토 고헤이와 안드레아스 말름 같은 최근 저자들까지, 지난 수십 년 동안 나온 에코 마르크스주의(ecomarxist) 저작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혁명적 좌파 활동가들과 생태 운동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염두에 두고, 생태적 비판을 제시하는 몇 가지 동시대 문헌을 종합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에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자신의 관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천착해야 할 물음들이 있는데, 그 부분에도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이 자본 축적의 반생태적 성격을 폭로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모든 각도에서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에, 자본 생산 및 순환의 여러 국면을 재구성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본–노동 관계에서 출발해서 점점 가속화되는 상품과 화폐의 흐름에 기반한 세계 시장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살펴보는 거죠. 이는 순환의 각 단계에서 이런저런 생태 문제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사유할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르크스주의가 그간 제대로 다루지 못했지만 우리가 반드시 토론해야 할 핵심 물음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본에 대한 생태적 비판과,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자본 이후 사회를 예비하는 혁명적 전략을 서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포스터, 사이토 같은 이들이 중요한 논점을 제시했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중대한 약점으로 남아 있죠. 비교적 최근에 이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예컨대 안드레아스 말름의 “생태 레닌주의”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접근이 신선하기는 해도, 사회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첫걸음으로서 혁명을 통한 권력 장악은 오늘날 더 이상 의제가 아니라는 말름의 견해는 그의 제안을 다소 허황된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책은 제가 근본적이라고 믿는 어떤 논의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말하자면 생태적 관점에서 인류를 착취로부터 해방시키는 동시에, 서로 구별되면서도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는 사회와 자연 사이의 균형 잡힌 대사 작용을 복원하는 공산주의적 전망을 중심으로 혁명 전략을 어떻게 발전시킬까 하는 것입니다. F: 환경주의자들은 흔히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데, 당신의 책은 이 문제를 더 광범위한 “다차원적” 생태 위기 안에 위치시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M: 우리가 다차원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생각은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의 연구가 잘 보여 줍니다. 이 연구는 여러가지 ‘지구 위험 한계선’을 설정합니다. 온실가스와 지구 온난화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 상실, 삼림 파괴와 토지 이용 변화, 해양 산성화, 대기 오염, 그 밖의 여러 한계선도 포함하고 있어요.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는 아홉 가지 한계선과 각각에 대한 임계점을 제시하는데, 바람직한 삶은 차치하고 “견딜 수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악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게 하려면, 이 임계점들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다차원적 생태 위기입니다. 이 쟁점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녹색 자본주의 옹호자들이 생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제안하는 해법 상당수가 단일 쟁점, 주로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내놓는 제안에 따르다 보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결국 다른 문제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컨대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축전지 생산의 원료인 리튬 같은 광물을 대규모로 채굴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더 많은 자원 채굴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며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같은 종속국들의 생태계가 훼손됩니다. F: 왜 이 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의 DNA”에 있다고 보시나요? M: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자연을 가치 증식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시키려는 충동입니다. 노동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자본에 종속된 노동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대의 가치를 끊임없이 생산하도록 강제됩니다. 가치 법칙이 자연으로까지 확장되면 농축산업이든 목재 공급용 농장이든 양식업이든 광업이든 간에 최저 비용으로 최대 자원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시됩니다. 자연은 오로지 전유 비용이라는 관점에서만 “가치 평가”가 이루어지죠. 그러면서 특정 지역들은 폐기물 “투기장”으로 지정되는데, 이건 자본이 착취할 수 있는 하나의 “서비스”로 간주됩니다. 역사적으로 자본의 논리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기업의 방정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전통적 경제 이론에서 이 부분은 기업 운영 비용에 내재하지 않는 “외부성”으로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세금, 벌금, 탄소 배출권 같은 방식을 포함한 환경 거버넌스를 통해 이것을 “교정”하려고 했죠. 그렇지만 이런 조치들은 자본과 자연의 관계나 각종 생산 활동의 부정적 영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그저 오염에 “가격”을 매겨서 기업이 대가를 지불하게 할 뿐,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죠. 자본은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단기 수익을 우선시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행위가 낳은 이런 예기치 못한 결과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전 세기의 온실가스 배출이 야기한 기후 변화 말이죠. 그렇지만 이런 결과를 알고 있는 지금도, 석유 기업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 시점이 가까워 오면서 마지막 한 방울의 석유까지 채굴하려고 서두르며 결과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사이토가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려 묘사한 것처럼 “내가 죽은 뒤에 대홍수가 오든 말든” 하는 관점으로 움직이는 이런 행태는 세대 간 지속 가능성이라는 전망을 무너뜨립니다.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성을 주문처럼 되뇌지만 대부분은 순전히 그린 워싱에 불과합니다. 자본주의의 논리는 지리학자 닐 스미스의 표현처럼 “자연의 생산”을 시도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즉 자본이라는 사회적인 것에 의해 전적으로 매개된 자연이죠. 그렇지만 이런 시도는, 스미스는 그 한계를 조금 과소평가하고 있는데, 긴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연의 대사 작용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용을 포섭하려는 자본의 시도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낳고, 그 영향의 크기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노력에 비례합니다. 자연 법칙이 부과하는 한계를 무시하고 이윤을 위해서 그것을 “비틀려”는 지배 시도에 맞서서 자연이 “복수”한다고 말할 때 엥겔스가 염두에 둔 것이 이 부분입니다. F: 책의 서론에서 당신은 환경이 국가 정책과 기업 관행에 매우 깊이 침투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아자이 싱 초더리(Ajay Singh Chaudhary)의 표현을 빌려서, 당신은 오늘날 지배적인 것은 “우파 기후 현실주의”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요? M: 초더리는 지배 계급의 상당수가 기후 정책을 겉치레에 불과한 것, 무력한 것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정확히 지적합니다. 그들이 기후 변화 부정론자라서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 갈수록 빈번하게 파국적으로 되풀이되고 악화가 가속화되어도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초더리는 “무장한 구명정”이라는 발상을 제시하는데, 충분한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 기본 필수품을 모두 갖춘 지하 벙커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언젠가 선택된 소수만 지구를 탈출할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를 기술에도 투자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이 같은 생각이 얼마나 실현 가능하고 또 얼마나 순전한 공상인가 하는 것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명백한 물음이겠죠. 그렇지만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세력들이 생태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위기와 관련해 무언가 조치에 나서기를 거부하는데 스스로 아무런 모순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너무 자주 듣는 “우리 모두 한배를 타고 있다”는 생각을 허물어뜨립니다. 생태 위기에 관한 한,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계급과 빈민이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부정론자든 아니든 지배 계급의 어떤 분파도 그걸 우리 대신 찾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F: 극우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와 미국에 극우 대통령이 있죠. 이 상황 때문에 국가 정책이나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같은 국제 포럼의 입장이 부정론 쪽으로 기울었을까요? 이것과 관련해서, 이 광범위한 극우 내부에서 에코 파시즘 경향이 부상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M: 극우가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강화하면서 파리 협정과 2030 의제를 거부하고 COP에서 이탈하려는 부정론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그렇지만 극우 사이에서 분열과 긴장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는 동맹이었지만 지금은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계속 부정론자였지만 머스크는 전기 자동차를 옹호합니다. 둘의 싸움 때문에 전기 자동차와 관련 기술에 대한 공적 재정 지원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죠. 우리가 자주 보았듯이, 매우 강력한 부정론자인 극우가 자기 사상을 언제나 반드시 일관된 정책으로 전환시키지는 않아요. 우리는 각각의 경우마다 어떤 동맹이 형성되는지, 대자본의 어떤 부문들에 어떤 양보가 이루어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부정론자들의 공격이 여러 다자간 포럼에서 의제가 정체된 것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좌파와 진보 진영은 우파의 공격으로부터 이런 포럼을 방어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포럼들이 인색하고 무력하고 냉소적이라는 정당한 비판까지 침묵시키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부정론자들의 공격이 오히려 기업들의 “녹색 자본주의”와 이 포럼들에 일정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죠. 우리는 이런 위험도 경계해야 합니다. 에코 파시즘의 출현 역시, 아직은 맹아적 단계지만, 주목해야 할 중요한 현상입니다. 생태 위기의 결과가 악화될수록 이른바 “비상 조치”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에코 파시즘의 성격을 띠는데, 이건 놀라울 것도 없죠. 이를테면 극우는 기후 위기 때문에 이주민의 물결이 거세질 위험을 이야기하면서 이걸 외국인 혐오와 연결시킵니다.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노동자 계급이 사회적 필요에 응답하고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에 맞서서 이러한 위기로부터의 출구를 제시하는 독자적·혁명적 정치 전망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반동적 해법이 강제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F: 에코 파시즘의 성장과 나란히 종말론적 전망이 갈수록 확산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 파국론이나 붕괴 담론이 대중 운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 일부 좌파 진영에서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M: 붕괴라는 것도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특정 반자본주의 좌파 진영은 경제 위기든 생태 위기든 모든 위기에 대해서 매번 낡은 기계론적 파국론을 가져다 붙입니다. 주체적 지형에서의 어려움, 그러니까 혁명적 사회 세력 건설의 어려움을 보상해 줄 객관적 요인으로 그런 위기를 끌어오는 거죠. 이런 경향은 혁명 운동의 역사 내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들이 생태 위기를 연료로 쓴다는 점은 놀랍지 않아요. 두 번째 경향은, 희소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사회 조직은 어떤 유형이든 유지 불가능하다고 믿으면서, 자원 고갈이 사회적 수요의 축소를 필연적으로 강제한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세계화는 지속 불가능한 것이고, 지역적·공동체적 영역으로의 회귀를 강제합니다. 이런 사고는 흔히 탈성장의 특정 조류와 결부됩니다. 바람직한 탈성장이 아니라 우리에게 불가피하게 부과되는 것으로서의 탈성장 말이죠. 마지막으로, 붕괴라는 관념은 일종의 일반화된 상식 내지 “감정의 구조”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건 기후 재난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강화됩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시간이 없고, 이미 불가항력적으로 파국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바로 여기에서 생겨났습니다. 이런 생각은 반체제적 대중 운동을 촉발하기보다는 대중을 마비시키는 비관주의로 이어집니다. 기계론적 사고의 산물이든 비관주의의 산물이든, 붕괴론은 행동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그 대신 우리는 다가오는 파국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F: 일부에서는 북반구 국가들이 위기에 대해 주된 책임을 져야 하고, 남반구 국가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천연자원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흔히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고 부르는, 또 가장 급진적인 형태로는 기후정의라고 부르는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 그 관점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중요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국제 거버넌스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부분이고, 예를 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각각 차별화된 온실가스 배출 목표가 설정되죠. 전 지구적 기후정의 운동은 이러한 쟁점의 상당수를 부각시키는 기여를 했습니다. 생태론의 여러 경향도 불평등한 생태 교환이나 생태 부채 같은 개념들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렇지만 경제가 북반구에 종속되어 있는 국가들에게 문제는 “자본주의적 발전”이 헛된 꿈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의 역사는 제국주의 세계 질서 안에서 이 나라들이 자본주의적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저는 『세계적 무질서 시대의 제국주의』에서 전 지구적 가치 사슬의 형성이 어떻게 종속국들을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내몰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각국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유연한 노동 및 환경 규제와 세제 혜택을 경쟁적으로 제공합니다. 그 결과, 기존 가치 사슬의 여러 고리에 편입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조차도 자국 경제를 유의미한 방식으로 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 사슬을 따라서 점점 더 불평등하게 가치가 분배되고, 부유한 국가들이 대부분의 몫을 가져가죠. 이것이 첫 번째 쟁점입니다. 두 번째 쟁점은, 생태 위기 시대에 발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비자본주의적 전망만이, 첫째로 종속과 약탈의 사슬을 끊고, 둘째로 인간과 자연의 건강한 대사 작용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필요를 온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본주의는 이것을 할 수 없습니다. F: 당신은 “비판적 생태론과 에코 사회주의 내의 서로 다른 흐름들이 탈자본주의 사회 조직을 이끄는 중심 좌표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매우 다른 답을 내놓는다”고 썼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흐름들이 있습니까? M: 대체로 이 흐름들은 탈성장 지지자들과 반자본주의적 내지 에코 모더니즘적 가속주의 옹호자들 사이에서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탈성장의 주요 표적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 성장이고, 경제 성장을 다차원적 생태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이 계열의 저작 대부분은 성장 “이데올로기”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죠. 여러 탈성장 문헌은 국내총생산 성장이 경제적 성공의 반박 불가능한 척도가 된 과정, 그리고 1930년대 이래 모든 경제 정책의 목표는 지속적 성장을 자극하는 것임을 한참 설명합니다. 탈성장론자들은 GDP 성장, 더 구체적으로는 1인당 GDP 성장과 삶의 질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 높은 1인당 GDP가 사람들의 삶에서 그만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 저자들이 부유한 나라에서 글을 쓰고 상황을 사유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과잉 소비에 직면했고, 지금까지 추출된 것을 보충하는 지구의 역량을 훨씬 초과해서 자원이 채굴되었다는 논변은 선진국에 대해 말할 때는 타당합니다. 그들은 “제국적 생활 양식” 같은 개념을 제기하는데, 말하자면 부유한 사회들이 지속 가능한 한계를 넘어서 살아가고 있으며, 지구의 다른 부분에서 자원을 추출하고 그곳에 환경적 영향의 비용을 전가하면서 그렇게 산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제국주의를 생태 담론에 도입하면서 흥미로운 쟁점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문제를 내포하죠. 예컨대 이런 논의는 생산 자체보다 소비를 문제 삼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고, 의도와 무관하게, 체제에 내재한 문제의 뿌리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또 부유한 국가의 노동자 계급이 “제국적 생활 양식”의 참여자로 여겨지거나 적어도 명시적으로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민영화와 전 지구적 경제 구조조정 때문에 최근 수십 년간 노동자 계급의 생활 수준이 현저히 악화되었음을 보여 주는 여러 지표가 있는데도 말이죠. 이런 사실은 탈성장 관점에 명확히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균등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관점을 취할 때는 불평등이라는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전용기와 요트와 저택을 가진 초부유층이 그렇게나 거대한 생태 발자국을 만든 것에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죠. 탈성장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경제 성장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생산주의적 사고가 심지어 일부 반자본주의 진영에서도 뿌리를 내렸지만, 그건 분명 막다른 길입니다. 따라서 그런 경고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관된 대안을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는 탈성장 관점에 큰 약점이 있습니다. 탈성장론자들은 생산 방식에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걸 어려워합니다. 그들이 명확하게 주장하는 방법은 생산과 소비의 규모를 줄이는 것 같은 양적 강조뿐이죠. 서로 다른 탈성장 전망들 간의 공통분모는 불분명하고 다의적인 반자본주의적 입장뿐입니다. 경제 성장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적 측면에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자원 추출이 함께 증가하지 않으면 가치의 지속적 자본 축적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부정적 관념을 긍정적 대안으로 전환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탈성장의 대표자들 사이에서도 대안에 관해서 차이가 있습니다. 세르주 라투슈 같은 저자들은 관료화된 노동자 국가라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사회주의 이념에 대놓고 적대적이고, 모든 마르크스주의자를 생산주의자라고 비난합니다. 또 다른 이들은 정상 상태 자본주의 경제(일정한 지속적 조치를 통해 성장을 억제하면서 안정적 비율로 재생산을 보장하는 경제)가 성립 가능하기 때문에 탈성장과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적대적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제이슨 히켈이나 사이토 고헤이처럼 좀 더 반자본주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고, 특히 사이토는 명시적으로 탈성장 공산주의를 옹호합니다. 이렇게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이 전망들의 공통된 특징은 일종의 최소 강령 내지 당면 강령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강령의 내용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한 요구로 이루어지죠. 여기에는 노동시간 단축처럼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쟁점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행기적 전망이나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에 해당하는 것과 결합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 입장들에 거의 거울상처럼 맞서는 것이 에코 모더니즘입니다. 이 관점에서 생태 위기의 답은 기술 발전을 가속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혁신을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로 전환해서 투자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어렵기 때문에 혁신의 잠재력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이 에코 모더니즘의 진단입니다. 아론 바스타니의 책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가 대표적인 예죠. 바스타니에 따르면,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가 부과하는 제약에서 기술 발전을 해방시키면 생산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에코 모더니즘은 대사 작용을 축소하자는 주장에 반대합니다. 오히려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낳으려면 성장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고, 어쩌면 더 빠르게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본주의가 낳는 문제들은 그저 계획의 부재로 환원됩니다. 에코 모더니즘은 지금의 생산 양식에 고유한 소비 형태가 자본주의 이후에도 지속된다고 상정함으로써 이 소비 형태를 자연화하고 탈역사화합니다. 기술도 물신화하죠. 기술에는 중립성이라는 아우라가 부여되곤 하는데, 사실 모든 새로운 발전과 혁신은 계급 관계에 의해서 형성됩니다. 에코 모더니스트들은 이른바 경제와 환경의 탈동조화, 그러니까 자원 추출과 폐기물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영향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에는 거의 한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바스타니가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라고 정의한 체제는 지속 가능성 문제에 전혀 부딪히지 않고 확장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발전된 국가들의 자본주의 하에서 이런 과정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물질적 영향 측면에서는 효율성 향상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른바 탈동조화에 관한 통계 대부분이 한 가지 사실을 빠뜨린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전 지구적 분업의 변화로 인해 발전된 국가들이 자국 국경 밖에서 진행되는 물질적 과정에 훨씬 더 의존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제국주의 국가 기반의 다국적 기업이 통제하는 개발도상국의 산업 과정에 발전된 국가들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가 처한 상황은 탈동조화라기보다는 생산 과정이 제3국으로 오프쇼어링(offshoring, 해외이전)된 상태고, 이 과정을 따라서 환경에 대한 영향이 “외주화”됩니다. 생태 발자국을 따질 때 이 “오프쇼어링”을 고려하면 탈동조화의 규모는 크게 축소되고, 어쩌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이토록 취약한 가정에 기반한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를 믿으면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에코 모더니스트들도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흔히 양다리를 걸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충분한 탈동조화를 달성하지 못하면 답은 우주 채굴(소행성에서의 금속 추출)에 달려 있고, 지구 곳곳에서 갈수록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축적되고 있는 쓰레기는 우주 공간에 버리면 된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에코 모더니스트들은 노동의 변혁보다는 노동의 제거를 더 많이 생각합니다. 데이브 비치는 이 경향을 본질적으로 반노동적인 것으로 봅니다. 이런 시각은 자기 해방의 주체, 다른 사회적 대사 작용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서의 노동자 계급이 부재하다는 데서 드러납니다. 에코 모더니스트들은 자기들이 제안하는 가속주의가 체제의 수축(진통 *이유: 출산에의 비유인 것 같아서...)을 심화하고, 그러면 계획 가능한 탈자본주의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부유층의 소비 패턴을 나머지 사회로 “민주화”하고 확장하기를 바라죠. 이런 패턴들이 유한한 지구의 한계 안에서는 보편화될 수 없기 때문에, 에코 모더니스트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우주적 해법을 끌어온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바스타니 같은 주장들인데, 말하자면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적 망상을 (화려한) “공산주의적”으로 변형한 것이죠. F: 이런 경향들에 맞서서 당신은 “에코 공산주의”라는 관점을 주장합니다. 에코 공산주의란 무엇입니까? 에코 사회주의와는 왜, 어떻게 다릅니까? M: 에코 공산주의라는 용어는 아리엘 페트루첼리의 신간 제목에서 따온 것인데, 이 책은 제 책과 거의 동시에 스페인어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용어가 생태 마르크스주의 내지는 에코 사회주의가 강조해야 할 핵심 쟁점을 전면에 부각시키기 때문에 저는 이 용어를 사용합니다. “해법”이 기술에서 나올지 대사 작용 축소에서 나올지 논쟁하는 대신에 우리는 생태 파괴의 초점들, 즉 자본주의와 이 착취적 사회 질서가 낳는 생산 관계를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 세력을 조직해야 합니다. 많은 비판적 생태론자들이 보기에, 심지어 일부 에코 사회주의자들에게도, 생산 관계는 일종의 “블랙박스”입니다. 탐구되지 않은 채 방치된 영역, 겨우 주변적으로만 언급되는 영역이죠. 이 사람들은 거대한 생산 계급인 임금 노동력과 생산 수단 사이의 소외 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습니다. 에코 모더니스트와 탈성장론자 모두 서로 다른 이유와 논리에 따라 노동 시간 단축을 이야기하지만,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이 자기 해방의 행위자이자 사회–자연 관계의 질적 전환의 행위자로서 주인공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누락합니다. 생산 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의 독점을 종식시킨다는 것은 노동자 민주주의, 즉 생산하는 사람들인 동시에 생산된 것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를 현재 자본이 지배하는 영역까지 확장한다는 뜻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소비는 교환 과정에 의해 매개되는 분화된 전체입니다. 이 안에서 사회적 필요는 재정적으로 타당한 수요로서만 표현될 수 있습니다(그리고 자본가들이 생산해서 판매하기로 사전에 결정한 이런저런 상품의 선택으로서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산 수단을 사회화해야만 우리는 두 과정의 진정한 통일을 다시 수립할 수 있고, 이 안에서 생산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기반합니다. 이것이 모든 계획을 향한 첫걸음이죠. 에코 사회주의자들의 논의는 “더 많이” 아니면 “더 적게”로 양극화되곤 했는데, 여기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적 측면이기도 하고요. 어떤 사회적 필요를 우선시해야 하는가에 기초해서 무엇을 생산할지 집단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사회와 자연의 대사 작용을 합리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이, 곧 자본주의가 남긴 환경 파괴의 유산과 관련된 어려운 결정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의 재생산을 핵심 기능으로 하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자본의 사적 권력에 의해 이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 수단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은 생산 계급 전체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안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 가지 목표를 충족시킬 것입니다. 바로 근본적인 사회적 필요를 완전히 충족하고, 생산을 민주화하고, 자연과의 합리적 대사 작용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 우리는 “수탈자를 수탈”함으로써 더 폭넓은 부 개념을 회복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조장해 온 부 관념, 풍요는 곧 무한한 소비주의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관념과 단절하는 것입니다. 탈자본주의적 에코 모더니즘의 신기루는 자동화를 통한 노동의 종말을 상상하는데, 여기서 자본의 궁극적 구현체인 기계는 신적 현현으로 등장하지만, 무엇을 생산할지 결정하는 방식과 주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가 이해하는 공산주의는 노동의 변혁, 노동과 자연의 관계를 핵심 물음으로 삼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이 강요한 소외 관계 때문에 박탈당한 모든 잠재력을 노동이 회복하고, 동시에 자연의 추상화를 끝내기 위한 초석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필연의 영역에서 자유의 영역으로 이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고, 그 자유는 균형 잡힌 사회적 대사 작용을 전제합니다. 저는 자본이 폐지된 이후의 사회가 마주할 위험한 생태 위기에 대처하는 만능 해법을 제안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단적 의사 결정에 기반한 새로운 생산 관계를 쟁취한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초래한 생태 재앙을 하룻밤 사이에 고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내놓는 좀 더 냉철한 제안은,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의 기술 낙관주의적 프로메테우스주의로 우리 자신을 현혹할 필요도 없고, 탈성장론자들이 옹호하는 고난 때문에 체념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모든 노동자와 공동체의 민주적 숙의에 기반한 사회, 소수 착취자의 수중에 있는 생산 수단을 사회화해서 이루어지는 계획적인 사회적 생산에 기반한 사회를 쟁취해야만, 우리는 사회적 필요를 온전히 충족시키는 동시에 균형 잡힌 사회적 대사를 (재)수립해 나갈 조건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Left Vovice에 2025년 8월 1일 실린 기사를 번역함 LINKS에 2025년 7월 21일 처음 게재됨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 진한 빨강 */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밑줄 제거 */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hover 시 더 진한 빨강 */ }2026-03-13 | 조회 12,962 -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 반도체특별법을 폐기하라사진: 반올림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통과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주 52시간 노동시간상한제 예외 조항’을 민주당이 삭제한 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앞세워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법정기준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계와 야당이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법사위에 자동 회부된 반도체특별법안, 즉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관한 정부 지원 의무화 △RE100 실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설비공급 및 설치비용 지원 △반도체산업지원기금 조성 및 지역 상생협력 사업실시 등을 골자로 한다. 이상의 내용은 여야가 이미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내용들로, 주 52시간제 적용예외 조항을 빼놓고도 기업규제완화 내용 일색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반도체특별법 자체에 인프라 지원 등 의미 있는 내용들이 있으니 일단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부터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첨단산업에 대한 민간기업들의 투자 장벽을 철폐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세제혜택과 재정지원, 입지규제 완화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는 이 법안을 업계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주 52시간 적용예외 조항은 일단 빠졌지만 주 52시간제 적용예외 조항이 빠졌다고는 하나 반도체특별법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정부는 반도체산업 연구개발인력 특별연장근로 허용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법개정 없이도 노동시간 연장 유연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반대 공동행동’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에서 누차 지적해 온 것처럼,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문제는 △대기업 특혜지원 정책 △입지규제 완화로 인한 환경파괴 △노동건강권 침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의도는 자명하다. 위기에 처한 반도체산업을 구하려면 국가적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인식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 법안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예외 조항’을 삭제한 이후 노동시민사회의 대응도 급격히 가라앉았다는 사실이다. ‘반도체특별법 폐기’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려 퍼져야 할 지금, 공동의 힘은 제대로 모이지 않고 있다. 여기엔 나름의 원인이 내재해 있다. 먼저, 반도체산업 노동자 노동시간 연장 조항에 비판이 집중되며 특별법의 다른 문제점들은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되거나 주변화되었다. 다른 한편, 특별법이 반도체‧전자산업에서 정부의 직접투자를 촉진해 고용 증대와 보상 확대의 계기를 제공하리라는 지역‧현장의 기대감 또한 일정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에서, 재생에너지 문제와 맞물려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그 지역에서 소비함) 원칙에 따라 용인산단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주요 생산지역으로 산단을 이전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반도체산단 건설, 비수도권 지역으로 옮기면 정말 괜찮나? 최근 제기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 및 호남권 이전 주장은 법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반도체특별법은 공공재정을 대자본의 사적 이윤으로 바꾸는 제도적 장치다. 반도체특별법은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 단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한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 및 용수 공급망 설치ㆍ확충에 관한 사항을 국가적 계획으로 마련하며,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대규모 보조금과 인프라 조성 비용을 국가 부담으로 지원한다. 특별회계 자금이 부족할 경우 일반회계나 타 특별회계로부터의 전입도 가능하다. 산업인프라 조성, 보조금 지급, 조세 감면 등 세제 지원, 예비타당성조사 신속처리 및 면제, 인허가 신속 처리, 전문인력 양성까지 보장하는 반도체특별법안은, 사실상 공공 재정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자본의 이윤으로 이전하는 법적 장치이자, 이윤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의 전형이다. 반도체산업 국제경쟁 심화를 명분으로, 공공재정을 자본의 이윤으로 바꾸는 행위는 곧 대중에 대한 노골적 수탈이다. 이 정도면 가히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 아닌가? 반도체특별법 아래 용인산단이 ‘호남산단’으로 바뀌어도 기업 규제완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킬러규제’로 지칭했던 신산업 관련 규제들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규제합리화’라는 기치 아래 제거 또는 완화해야 할 목표로 떠올랐다. 반도체특별법 역시 기업투자의 걸림돌을 신속하게 제거한다는 정부 계획의 일환이다.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경영계 주문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패스트트랙에 오른 반도체특별법은 기존 법률에 규정된 입지·용도·환경 등에 대한 규제 조항을 한꺼번에 무력화할 것이 분명하다. 둘째, 막대한 재정을 특혜지원하면서도, 반도체특별법안에는 반도체산업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 정규직 고용의무, 이윤 환수, 노동안전보건 의무 준수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관련, 삼성전자 하청업체 ‘명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반도체산업 경쟁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명일은 화성·기흥·온양 사업장 하청기업으로, 850여 명의 노동자를 간접고용하고 있다. 33년 동안 사업을 이어가며 320억원의 주주 배당을 시행하고, 사내유보금 538억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또한 2024년 이자비용이 53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임에도 126명의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이런 탄압에 노조간부를 표적으로 한 전환배치와 해고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주야 맞교대, 월 20일 이상 걷는 노동을 강요받았으나, 1년 단위 도급계약을 이유로 산재 신청조차 제한받았다. 명일 해고자들은 명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동일 업종 재취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산업에 ‘특별법’이 필요하다면, 그 법안의 중심은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가 아니라 이런 처참한 다단계 초과착취의 근절에 있어야 한다. 사진: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명일지회 셋째, 반도체특별법은 지역 고용창출을 앞세워 반도체산업 노동자의 권리를 희생시킨다. 현재 입법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안 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무) 4항은 “반도체 특구 입주기업체의 사용주와 근로자는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 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파업 금지’라는 노골적 용어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 뿐, 이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무쟁의 선언을 강요하는 조항이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조항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이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라는 선례가 있다. GGM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9월 출범한 기업으로, 광주시와 현대차가 민관 공동출자 방식으로 투자협정을 맺은 ‘광주형일자리’ 1호 사업체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는 대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적정임금’과 ‘상생협력’을 내걸었는데, 실제로 GGM은 동종 업계의 절반도 안 되는 저임금, 높은 노동강도로 악명을 떨쳤다. 고용지표 개선에 혈안인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노사상생협약’으로 임금억제와 노동권 침해를 강제했던 것이 광주형일자리의 실체였다. 반도체특별법은 지역일자리 확대 명분의 노동권 침해 위험을 내재한다. 넷째,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재벌의 공공자원 전유 문제를 회피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은 비단 용인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산업은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 ‘물 먹는 하마’다. 용인산단 완공 시 예상 전력수요는 10GW 이상으로 추산된다. 수도권 전력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조차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력수요만을 예측한 값이고, 인근에 들어설 300~500여 개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15~20GW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 부족 문제 역시 심각하다. 용인산단이 가동된다면 앞으로 하루 167만t가량의 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서울 1천만 인구 물 사용량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전력수요 집중 및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 이전은 능사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용인보다는 재생에너지와 물 공급 여력이 충분한 호남권 이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그러나 당장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에 끌어다 쓸 공업용수’가 충분하다는 얘기는 극심해진 기후재난을 애써 외면할 뿐 아니라, 공적자원인 물 이용에 대한 우선순위(농업용수와 생활용수 등)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다시 반도체특별법 폐기를 위한 싸움을 점화하자 이상의 문제점만 살펴보더라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기업 규제완화 일변도의 반도체산업 육성·지원정책과 특별법이 과연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과 법률은 모두 거대한 규모로 자원 추출과 생산을 가속하는 반도체산업 입지 규제, 노동안전 규제, 화학물질 배출 규제 등을 간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별법은 대부분 일반법이 정한 규제를 회피하고 보다 신속하게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말하자면, 국가와 자본의 입장에서 △환경 및 자원 한계를 고려한 배출량 제한기준 확립 △노동3권 보장과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 등의 ‘규제’ 기준이야말로 기업 투자와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일 뿐이다. 실제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추진 과정에서도 반도체산업 재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입김을 행사한다. 최초 투자계획부터 부지 선정, 공사 기간은 물론이거니와, 산단 조성 규모와 팹(제조공장)의 개수,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입주 공간까지 자본의 제안을 정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모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조성계획과 관련해서는 산단 조성 이래 최초로 정부・지자체・산업계가 함께 참여한 ‘범정부 추진지원단’이 2023년 3월 말 발족했다. 반면, 산업단지 조성과 맞물려 막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주민과 노동자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수용 대상지역 원주민 피해보상에 초점을 둔 민관공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 민중은 특정 기업에 물, 전기 같은 공적 자원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양도하지 않았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공공적 통제는 생태적 한계 준수와 노동권 확대를 위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온갖 규제완화와 재벌특혜로 공적재정을 자본의 이윤으로 바꾸는 반도체특별법을 폐기해야 한다. 기간산업은 노동자 민중의 손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 민중의 싸움으로 반도체특별법 폐기투쟁을 재점화하자. 사진: 반올림2025-10-23 | 조회 8,089 -
[기고] 기후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지난 9월 27일, 광화문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강화, 농민권리와 생태친환경농업 전환, 먹거리 기본권 보장,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수출 중단 등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한편 쿠팡은 물류센터 산업을 대폭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과잉생산과 낭비를 유발하고, 24시간 물류센터를 가동하며 노동자들을 야간노동과 과로에 시달리게 하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센터 내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물류센터 산업에서의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온 쿠팡물류센터지회도 이날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참여했다. 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과 스튜디오 알이 함께 준비하여, 쿠팡물류센터지회 정동헌 지회장과 최효 사무장으로부터 쿠팡에서의 기후정의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튜디오 알 영상인터뷰 내용을 지면기사로 함께 전합니다. 고태은(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동헌(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저는 공공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지부 쿠팡물류센터 지회장 맡고 있는 정동헌이라고 하고요. 지금은 쿠팡 동탄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4년 4개월 정도 일한 것 같네요. 최효(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 저는 쿠팡물류센터 지회 사무장 최효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태은: 기후악당 쿠팡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동지들을 모셨는데요. 쿠팡과 기후위기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최효: 일단 쿠팡의 목표가 전국민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나'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건데요. 그렇게 하려면 더 많은 상품을 로켓 배송 품목으로 만들고, 전국적으로 촘촘한 물류망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하는 건데요. 이를 위해서 물류센터도 공격적으로 많이 짓고, 물류센터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을 많이 도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윤을 많이 축적하려면 물류센터를 쉬지 않고 24시간 돌려야 하기 때문에 쿠팡에는 야간노동이 굉장히 활성화가 돼 있어요. 소비자에게도 빠르고 저렴한 그리고 간편한 소비가 가능하다고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사실 불필요한 소비도 많이 촉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잉생산과 쿠팡은 뗄래야 뗄 수가 없기 때문에 기후 위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태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은 어떤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정동헌: 우리 시민들이 쓰시는 로켓 배송을 위해서 거진 뭐 주야 나눠가지고 밤낮 없이 돌아가는 물류센터 현장이고요.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겠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현장입니다. 휴게 시간도 제대로 없는 현장이고, 그런 곳에서 로켓 배송을 위해 무거운 물건들도 나르고, 고강도의 노동도 하고 그런 현장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고태은: 아무래도 그런 현장에서 일하시다 보면 기후변화나 이런 것들을 크게 체감하실 것 같아요. 정동헌: 네, 그렇죠. 제가 21년도 4월에 입사를 했는데 그때가 코로나 때였어요. 그래서 센터에서 확진자들 여럿 발생하면 실제로 센터 셧다운되는 것도 몇 번 경험을 했었고, 그때 한여름에 마스크 끼고 더위에 쩔어가면서 일을 했었고, 그 즈음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희가 매년 여름에 제일 처음으로 했던 게 현장에 에어컨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일부 센터만 있고 하니까 선풍기만 돌아가는 그런 곳이었으니까, 제일 처음으로 했던 게 "에어컨 설치해라", "냉방장치 설치해라"를 요구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22년도에 저희가 에어컨 끌고 잠실 본사에서 동탄센터까지 행진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해 여름에, 그 전에 산업안전보건규칙의 폭염 가이드라인이 실외 노동자들한테만 적용이 됐던 게 실내 노동자들한테도 적용될 수 있게 개정이 되는 성과도 있었고, 그러면서 저희가 계속 매년 여름마다 여름 집중투쟁이라 해서 폭염 때마다 열심히 투쟁을 해왔는데요, 그리고 건설 노동자들,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 그런 폭염의 현장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서 만들어낸 성과로 작년 9월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이 되어가지고, 폭염, 혹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사업장, 사업주들의 보건조치 의무가 의무화되는 그런 성과도 있었고, 올해 여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개정이 됐어요. 현장에서 갑자기 시행이 되다 보니까 덜거덕거리는 그런 것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폭염의 현장에서 한 번, 두 번이라도 더 쉴 수 있는, 그런 성과들도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데, 그런 환경 속에서 더더욱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그 현장을 바꿔내는 투쟁, 저희는 처음에 그게 저희 노동 환경 개선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보니까, 기후위기의 피해 당사자로서, 그리고 24시간 돌아가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그러니까 저희도 기후위기에 책임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고민이 좀 들긴 들더라고요. 고태은: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사실 현장을 바꾸는 운동들을 굉장히 많이 해오셨잖아요. 동헌 동지가 앞에서 설명을 좀 해주셨었는데, 이러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운동이 기후정의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효: 일단 쿠팡의 기만적인 그린워싱에 대해서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회사인데 아마존처럼 똑같이 하려고 로켓 배송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물류 과정을 압축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근데 이게 쿠팡은 "생태계를 위한 것이다"라고 홍보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쿠팡은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매년 여름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고, 사실 작년에도 폭우 속에서 배송하시다가 급류에 휩쓸려서 돌아가신 노동자가 계셨는데...그것에 대해서는 꼭꼭 감추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보고 있고, 또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물류센터, 그리고 야간 노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도 은폐한 채, "우리는 물류 과정을 압축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기업이다"라고 말을 하고 있어서, 이 또한 역시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쿠팡에서만 6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셨는데, 이 중 3분이 캠프 물류센터에서 한여름에 일하시다가 사망하셨고, 나머지 한 분이 아까 말씀드린 경북 경산에서, 일용직 배송노동자였어요. 그분이 급류에 휩쓸려서 돌아가셨는데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하셨다고 해요. 이 공통점은 폭염과 폭우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 자체가 법적으로 부재했다는 점이에요. 폭염과 폭우를 무릅쓰고, 그리고 2급 발암물질이라고 불리는 야간 노동을 무릅쓰고, 이렇게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 이유는 다 먹고 살기 위해서인데요. 건강한 일자리가 없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사회와 이 기후위기가 서로 악영향을 주고 있고, 서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덜 일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기후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쿠팡물류센터지회) 고태은: 오늘 9.27 기후정의 행진이 있었잖아요. 이 행진 발언 섭외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상황이었는지요?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기후정의행진 본대회에서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쿠팡풀필먼트 지부가 발언자로 섭외된 것을 비판하는 입장을 낸바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의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기후악당 기업인 쿠팡과 타협해 적극적인 친자본적 행보를 보이는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소속의 지부를 본대회 발언에 세우는 것은 쿠팡의 그린워싱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점이었다. 실제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장은 지난 7월 11일, 한 기자회견에서 쿠팡을 언급하며 “주7일 배송 사업을 하면서도 충분한 인력 충원, 백업 시스템, 분류 전담 인력 직고용으로 노동자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기업의 의지와 사회적 책임감이 있다면 노동자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배송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말했다. 둘째는 한국노총 쿠팡풀필먼트지부가 쿠팡물류센터 현장에서 조직적 실체가 불분명하고, 해당 조직의 기후정의 관련 실천은 올해 폭염 시기를 포함하여 전혀 없다는 점, 이러한 조건에서 폭염 시기 고통받는 전체 물류노동자를 대표하는 발언의 위상을 갖는 927 기후정의행진 본대회 발언을 한국노총 쿠팡풀필먼트지부가 한다면, 자본과 권력에 맞선 기후정의운동의 실현이라는 927 기후정의행진의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동헌: 한국노총 소속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발언자로 섭외가 되는 과정 속에서 저희가 인지를 하고 지회 차원의 입장을 제출을 했어요. 기후정의행진의 목적에 맞는 발언자 섭외가 돼야 되지 않느냐, 그러니까 단순히 피해 당사자가 아닌 기후정의운동을 위한 활동, 이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는 자리가 됐었어야 되는데, 그런 취지에서 좀 벗어난 발언자 섭외가 아니었냐라는 저희는, 조직위에 그런 문제 제기를 했었고요. 이후에 입장에서도 밝혔지만, 이후 조직위 평가 과정, 그 다음에 내년에도 기후정의행진이 있을 거니까, 내년에 발언자 섭외 과정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고려가 돼서 기후정의운동의 취지에 맞는 발언자 섭외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고태은: 저는 물류센터, 특히나 쿠팡에서 일하시는 동지들께서 어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기후악당 쿠팡에 맞서서 열심히 싸우고 계신데, 올해 행진의 발언에 서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발언의 대표성을 갖지 못하더라도, 저는 충분히 동지들의 운동으로서 기후운동을 계속 해오셨고 앞으로도 해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최효: 쿠팡과의 투쟁이 사실 폭염과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노조 설립 이후부터 계속 여름에 굉장히 바쁘게 보냈고,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세우는 일이 사실 쿠팡 투쟁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그런 현장의 노력과 실천들이 있었기 때문에 발언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런 행진 같은 행사에서 어떤 사람에게 대표성을 줄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 생겼으면 좋겠고, 이번에 저희가 낸 이런 입장문 등을 통해서 내부에서도 진지하게 토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 논의에 저희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 때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 폭우 때 무리한 작업지시로 사망한 경산의 쿠팡배송노동자를 추모하며, 작업중지권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고태은: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기후정의행진에 여러... 사전에 일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기후정의행진 같이 하셨는데 소감이 어떤지 좀 여쭤보고 싶어요. 최효: 행진을 하다가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경찰들이 그 네타냐후 사진을 적극적으로 감싸면서 신발을 던지지 못하게 퍼포먼스를 방해하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너무나 화가 났는데, 권력의 질서에 분열을 내는 거는 그만큼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우리가 자본을 상대하는 일을 하려면 이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하는 거고, 폭염과 폭우 속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이 권력의 질서에 순응하기 굉장히 쉽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태은: 앞으로 기후정의를 위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의 의지 같은 걸 좀 듣고 싶은데요. 정동헌: 올해 어떻게든 산업안전보건규칙 바뀌면서 그나마 폭염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한 번, 두 번 더 쉴 수 있었지만은, 그래도 현장에서 많은 꼼수들이 있었거든요. 제가 기사 보니까 건설 현장에서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 다음에 쿠팡 같은 경우는 온도계를 냉풍기 밑에 놔두는 그런 갖가지 꼼수들이 나왔는데, 저는 내년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쿠팡물류센터 내 온도계 위치를 향해 냉풍기가 틀어져있다.) 내년에 어찌 됐든 법 시행된 지 1년 넘어가는 시기니까, 내년 여름은 확실하게 현장에서 체감온도 33도 이상 넘어가면 휴게 시간이 의무적으로 부여될 수 있게 좀 더 확실하게 현장에서 투쟁해 볼 생각이고... 그런 질문 많이 받았어요. "35도 넘으면은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도 법정 휴게시간은) 똑같지 않냐." 아 그러니까 이게 또 보니까 (법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을 해가지고, 진짜 뭐 35도 심하면은 뭐 대구 같은데 현장 내 체감온도가 37도도 찍히고 하거든요. 진짜 뭐 작업중지권이나 그런 이제 폭염, 진짜 사람이 죽을 그런 폭염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중지권, 요런 것들이 포함된 새로운 산안법, 더 강화된 산안법 개정투쟁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아닐까, 개인적인 고민입니다. 고태은: 앞으로 1년간도 또 기후위기에 최전선에 있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대해보고 같이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효: 결국에는 이 사회를 바꾸려면 힘이 필요한데, 모순적이게도 이 사회의 모순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들, 더 열악한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이 사람들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더 함께하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서 다 같이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기후 행진 때에도 또 1년 열심히 보낸 투쟁의 성과를 가지고 또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기후위기가 지속되는 이상 저희는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기후위기와의 전쟁을 치를 것 같은데요. 변함없는 자세로 현장에서 기후위기와 맞서는 노동자들을 선명하게 대변하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모아내는 역할을 쿠팡지회가 하겠습니다. 고태은: 네, 감사합니다.2025-10-14 | 조회 6,552 -
[기고]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경과와 전망> 정세집담회 후기927기후정의행진을 일주일가량 앞둔 9월 19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책선전위원회가 주최하고 백종성 동지가 발제를 맡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경과와 전망> 정세집담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사전 배부된 발제문을 훑어보던 중 “탈성장론에는 자본주의와 싸울 방법이 없다”라는 소제목이 눈에 박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낸 일상의 위태로움과 기후위기 담론의 확산에 응답하듯 한국 사회운동 진영은 2022년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을 출범시켰고, 자본주의 성장체제가 기후재난과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기조 아래 기후정의행진을 조직했으며, 체제비판적 연구자들은 ‘탈성장’, ‘생태적 레닌주의’, ‘제국적 생활양식’, ‘커먼즈’ 등 다채로운 개념들을 대항 담론으로 생성‧유통해 왔다. 이러한 최근 몇 년의 흐름은 침체된 노동‧사회운동에 ‘기후정의’라는 새로운 동력을 제시하며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 한편, 대안을 자처하는 무수한 언어의 물살 속에서 우리를 표류하게 만들기도 한 것 같다. 이번 정세집담회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그 힘을 믿는 방법을 잊어 온 우리의 강력한 무기, ‘계급투쟁’을 기후정의 실천의 핵심 동력으로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백종성 동지의 발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첫째, 기후위기는 명백한 자본주의의 문제이고, 따라서 계급적 문제이며, 자본주의 체제는 이 파국적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놀랍게도 인류 출현 이래 30년 전까지 배출된 양보다 훨씬 많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2.7도, 한반도 포함 중위도 지역은 4도 이상 상승할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기후위기 논의들을 ‘사기’로 일축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선포했다. 가장 부유한 상위 1%와 하위 10%의 백 배가 넘는 탄소배출량 격차를, 폭우나 더위의 위험이 계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경험되고 책임까지 전가됨을 사람들은 이미 알거나 감지한다. 이러한 정세에서 계급은 누락시켜도 그만인 변수가 아니라 원인, 효과, 대안 모든 측면에서 핵심이다. 그렇다면 좌파들은 위기의 원인과 효과로서의 자본주의라는 조건에 기반하여 대안을 구축해 왔는가? 여기에 발제의 두 번째 파트는 아니라고 답한다. 가령, 좌파적 탈성장론은 자본주의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짚고 생산과 소비에 대한 민주적‧계획적 통제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와 일정한 접점이 있다. 하지만 사이토 고헤이나 제이슨 히켈과 같은 논자들은 계급투쟁 대신 커먼즈 확대나 제국적 생활양식의 극복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계급투쟁이라는 동력과 이행경로가 부재한 대안들은 윤리적 소비 담론과 그린워싱을 비판함에도 결국 ‘소비의 억제’라는 또 다른 개인 도덕주의로 귀결되거나, 자본과 국가권력의 승인과 원조에 의존하면서 착한 사람들의 섬을 짓는 일에 머무른다. 이행경로의 모호함은 단지 운동 수위의 문제라기보다 운동 좌표 상실의 문제다. 예를 들어 2023년 상반기 기후정의운동에서 일부 환경운동 진영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철회 요구를 비롯한 ‘에너지 기본권’ 주장이 기후위기‧탈탄소 시대에 적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에너지 요금 전반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민중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 같은 주장은 부지불식간에 발전산업 자본의 입장을 뒷받침하고, 대중을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규제되어야 할 상품 소비자로 규정하며 시장주의와 공조한다. 이와 달리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를 낳은 체제와 노동자 민중을 궁핍하게 만드는 체제는 결국 같은 체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백종성 동지는 강조했다. 발제의 마지막 파트에서는 기후정의 계급투쟁이 전개되어 온 국내외 사례를 살피고, 앞으로 조직해야 할 운동의 방향을 짚었다. 1970년대 영국 군수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이 무기 생산을 거부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생산품 계획서를 공개한 사례, 2018년 캐나다 GM 오샤와 공장에서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이 함께 사회적 필요를 중심으로 생산 전환 요구를 조직한 사례, 독일 공공운수노동자들이 기후운동과 접점을 만들며 2023년과 2024년 전개한 노동자 기후정의파업(메가 스트라이크), 프랑스 토탈 정유공장의 공장 폐쇄와 그린워싱에 “다국적 자본의 손에 친환경 전환을 맡길 수 있는가?”를 질문하며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단체들이 파업과 공동 행동에 나선 사례, 2024년 한국하동화력발전소 폐쇄에 맞서 발전HPS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활동가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한 파업 사례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과정은 이번 정세집담회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빨아먹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노동자들이 기꺼이 동의하는 이유는, 이데올로기에 속아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화해하는 것이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지처럼 눈앞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터에서부터 운동사회까지 팽배한 이 정치적 체념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보증하는 메커니즘이라면, 체념을 흔들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드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쌓고 알려내야 한다. 청송군에서 2023년부터 군 내 모든 버스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전환으로 버스 이용률이 20%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이번 집담회를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진짠가 싶어서 검색도 했다). 공적자금으로 교통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 대신, 발제의 제안처럼 대중교통 완전공영제를 쟁취하여 노동자 민중의 통제에 둠으로써 효율적으로 노선을 재편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아닐까? 927기후정의행진이 끝나고 참여자들과 이상한 심심함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부스 짐을 창고로 나르며 위화감 속에서 지난 정세집담회를 떠올렸다. 우리는 내란과 탄핵이라는 격동의 정세를 겪고도 고작 보수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그쳤다. 행진을 했으되 무엇을 이루었는지 모르겠다는 이 허무한 감각이 축적되어 냉소주의로 번지기 전에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번 행진의 6대 요구안은 정말로, 어떠한 투쟁을 통해 실현 가능한가? 발제에서 제안된 특정 부문 사업장 외에 무수한 이들이 몸담은 불안정 노동과 재/생산 노동의 현장 사안을 기후정의 의제로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가 분할통치로 쪼개진 세계를 통합하여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한때는 좋았다. 선배들이 알려 준 정답과 결말을 큰 소리로 뱉기만 해도 박수를 받았고 내가 세상의 원리를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한때는, 사회주의 운동진영이 반복하는 거대서사와 관성화된 분석이 게으르고 투박하고 오만하다고도 느꼈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한데 이를 쫓는 노력을 방기하는 관념론 같았다. 지금 사회주의는 무엇을 상상하게 하는가? 누구나 대중교통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운동 속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기후정의운동과 만나게 하기. 노동자들의 현장통제권 확보 투쟁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집단학살을 중단토록 하기. 이 세계가 노동하고 돌보는 사람들을 통해 지탱되고 있음을 모두가 알게 하기. 다른 원리로 운용되는 세계는 가능하다고, 방법은 이미 실행되어 왔다고, 두터운 체념을 뚫으며 설득하는 사회주의가 이제는 그저 반갑다.2025-10-13 | 조회 6,221 -
온전한 발전산업 통합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향해 전진하자!발전사 통합 흐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셀 수 없다”며 대대적 통폐합 지시를 내렸고, 이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하라”고 재차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전·에너지 부문이 통폐합 대상 공기업 1순위로 거론되었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TF가 구성될 예정이다. 발전산업 현장의 관심과 혼란을 의식한 듯, 발전사의 새로운 주무부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통합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발전사에 ‘승진 보류 및 조직개편 시 협의’하라는 정부 지시가 내려간 점을 고려할 때, 통합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발전산업 분할 체제, 이제는 끝낼 때다 분할된 발전사는 진즉에 통합했어야 했다. 사실 2001년 발전회사가 한전에서 분사된 것부터가 잘못이다. 매각을 위해 6개 회사로 졸솔적으로 쪼개진 발전회사는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노동자들이 우려한 대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연료구매비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연료비는 전력 생산에 드는 전체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발전 산업이 분리되기 전에는 한국전력이 연료를 한꺼번에 사들여 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분사 이후 각 발전 회사가 따로 연료를 구매하면서 협상력이 약해졌고, 연료 가격도 오르게 되었다. 발전 회사들 사이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연탄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이에 더해 각 회사가 개별적으로 유연탄을 구매하다 보니, 선박이 항구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에 따라 ‘체선료’(배가 하역을 기다리는 동안 선주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실제로 200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 비해 2008년에는 체선 일수가 3배 이상 증가했고, 체선료도 12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발전사들이 따로 연료를 사면서 발생한 구매 비효율과 운송 지연으로 인해, 유연탄 구매 비용만 해도 매년 5,0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필요한 전력거래시장 개설과 관리조직의 중복적 비대화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했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에 전가되었다. 이제 발전사 통합은 전력산업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고, 기형적 경쟁으로 촉발된 많은 문제점을 극복하는 계기여야 한다. 무엇보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막고,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부문 분리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요구와 역행한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발전사 통합은 발전노동자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발전 5사의 온전한 통합이 아니라, ‘화력발전 2개와 재생에너지 공기업’으로 개편하는 소위 ‘2+1방식’이다. 더불어 ‘재생에너지청’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어중간한 통합, 특히 재생에너지 부문 분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재생에너지 부문을 통합하지 않는다면, 발전공기업은 석탄공사처럼 사양산업 신세로 전락해 결국 없어질 것이 뻔하다. 보다 본질적으로, 현 흐름상 재생에너지 부문을 분리하려는 속셈은 국가 주도로 민간자본의 재생에너지 진출 확대를 위한 기획일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업PPA(기업 자체의 전력구매계약), 각종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해상풍력 컨소시엄 사업 등으로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민간자본의 진출을 추동해왔다. 새로운 조직 역시 민간자본 참여 확대를 목적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 흐름 역시 그러하다. 이렇게 되면 재생에너지 부문은 민간에게 넘어가며, 공기업은 사양산업만 떠안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발전산업 전체를 통합하고, 포괄적 계획에 근거한 과감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윤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 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재생에너지 자본의 이윤을 보장할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자본이 이윤을 보장받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전환은 멈춘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오로지 자본이 이익을 낼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 정부 발전사 통합안 역시 이런 흐름 안에 있어,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 현 정부 발전사 통합안은 기후위기 대응과도,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도 동떨어져 있다. 사진: 발전노조 발전사 통합과 함께 인력감축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폐합 시나리오에 따른 인력감축 및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발전산업 분할체제로 만들어진 한전 본사의 중복된 관리업무 등에 대한 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발전현장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발전설비를 유지·보수·감독하는 인력에 대한 감축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효율과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 아래 인력감축과 재배치를 시도할 것이며 그 모델은 민자발전이 될 공산이 크다. SK와 남동발전이 공동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인 고성그린파워 1·2호기의 총 발전용량은 2GW로. 태안화력 9·10호기와 같지만 교대근무 1개조 인원은 2명이 적다. 같은 용량의 중부발전 신보령 1·2호기 전체 인원은 250여 명인 반면, 고성그린파워는 190여 명이다. 인력감축을 검토하는 기획재정부 행보가 드러내듯, 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합과 함께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할 공산이 크다. 맞서 싸워야 한다. 5개로 나눠진 발전사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그저 정부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구상하는 통합은, 기후위기 대응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정부가 제시하는 통합은 노동자 구조조정까지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사 통합,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쟁취하자 한판 투쟁을 준비하자. 설마 하다가는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질 수 있다. 현 정권의 노동자를 대하는 기본 태도는 지난 정권과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은 직무급제 도입을 예고했다. 개정된 노동법 2·3조 역시 노동자 정의 확대와 손배가압류 금지 등 그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을뿐더러, 개정 노동법의 해석과 적용범위를 좌우할 매뉴얼 제작에 있어서도 연일 자본의 요구를 청취하며 노동자 투쟁을 억제하고자 한다. 노동자의 동맹군은 같은 노동자다. 석탄발전소 폐쇄로 가장 고통 받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공동투쟁으로 구조조정을 박살내자. 발전사 통합은 기후정의 실현과 정의로운 전환의 계기여야 한다. 노동자 투쟁으로 올바른 발전사 통합을 쟁취하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비정규직 철폐하자! 사진: 노동과 세계2025-10-03 | 조회 5,993 -
[기고] <태안화력 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간담회 후기지난 7월 4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과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공동주최로 열린 [태안화력 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 공공재생에너지·정의로운 전환 투쟁으로 나아가는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는 발전노조 서부본부장 이재백 동지와 기후정의동맹 한재각 동지의 발제, 이후 토론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이재백 동지의 발제는 고 김충현 동지 사망 사고에 대한 보고로 시작하여, 발전 사업장의 하청 및 재하청 등 후진적 고용구조, 발전산업 전환기에 발생하고 있는 불안정 고용 문제 등을 짚고, 공공 주도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외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수십 년 경력의 숙련 노동자조차 손쓸 틈 없이 희생되고 마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이 같은 환경을 낳은 자본의 탐욕에 새삼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제자가 지적하는바, 발전산업 분야에서 이렇게 불량한 일자리를 줄이고, 더 나아가 화력 발전소의 점진적 폐쇄에 따라 발생할 해고 노동자들을 빠짐없이 끌어안는 방법은 공기업 주도의 재생 에너지 발전소 건설 확대뿐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이재백 동지의 발제에서 특히 눈여겨볼 내용은 태안화력 노동자 동지들의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 투쟁 경과에 관한 부분이었다. 화력발전소 원·하청 노동조합 동지들은 ‘내가 일하는 산업은 계속 존속해야 한다’는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지역 민중과 손잡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요구해 왔다. 이들의 투쟁은 에너지 전환이 ‘정의롭기’ 위해 우리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하며, 계급투쟁과 기후정의 운동이 하나라는 점을 일깨운다. 발전 노동자들의 8월과 11월 파업에 결합해 힘을 보태고, 9월 기후정의행진에서도 가능한 한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가 다시금 떠올랐다. 이어진 공공재생에너지연대 한재각 동지의 발제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해상풍력 분야에서 민간이 투자하는 경우와 공기업이 주도하는 경우를 비교하여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의 필요성을 논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제도까지 언급하여 총체적 관점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공공의 것이어야 할 바다와 바람은, 이미 갈래갈래 쪼개져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는데 기존 입법은 그마저도 민간 사업자들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고스란히 내주며 우리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중 민간 비율 90%라는 위태로운 현실에 이르렀다. 전력 민영화가 먼 나라 이야기라는 것은 세간의 착각이다. 한재각 동지의 발제 가운데 민간과 공공의 해상 풍력 개발 비용을 비교한 자료가 인상적이었다. 발제는 민영화가 신속성과 효율성을 동반한다는 환상을 여러 방향에서 무너뜨렸는데, 민간 사업자들은 금리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을 지연·철수하곤 한다는 점, 공기업은 본질상 민간 자본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보다 낮은 금융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용자인 시민들에게 더 적은 비용이 전가된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를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데 유리한 공적 투자를 늘리려면, 기후정의에 의거한 과세 및 그와 연계된 재원 관리 기관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25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입법청원이 마감 기한을 이틀 앞두고 성사되었다. 고무적인 성과지만,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 2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5만 서명을 얻는 데 한 달이 꼬박 걸렸다는 사실은 발전 노동자들의 투쟁과 그에 화답하는 연대투쟁이 한참 더 확대되어야 함을 뜻한다. 청원이 심사와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의해 실행됨으로써 우리의 요구를 실제로 쟁취하기까지의 원동력 또한 계급투쟁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최우선 과업은, 8월과 11월 발전노동자 파업투쟁과 그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9월 기후정의행진 역시 그 가교가 되어야 한다.2025-07-28 | 조회 6,513 -
[발언]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이 기후정의" 슬로건을 걸고 파업에 나서야 합니다[편집자 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대행진>이 태안과 창원에서 열렸다. 올해 말 폐쇄되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전국 59개의 발전소 중 28개가 폐쇄될 예정이다.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걸고 정부와 원청자본에 맞선 기후정의파업에 나서자는 발전노조 서부본부 이재백 동지의 발언을 싣는다.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고 발전노조 서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재백입니다. 반갑습니다! 투쟁! 작년 330 충남노동자 행진에 이어서 1년 만에 이곳 태안에서 노동자시민대행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고 태안에서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오늘 오신 동지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합니다. 작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었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5년 내에 1년 정도는 2도씨를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조천호 박사가 ‘2도씨는 파국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말했는데, 그 위험에 한 발 더 다가섰습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올 12월부터 태안화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폐쇄가 시작되지만, 대책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문제와 발전소 노동자 해고 문제는 다르지 않습니다. 노동자 문제를 포기한다고 해서 기후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후문제를 포기한다고 노동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실 둘은 공동의 목표, 공동의 상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정부입니다. 자본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기후정책 때문에 기후위기는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고 노동자 문제는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후정책과 노동자 대책의 키를 쥔 정부을 움직이지 않는 한, 기후위기도, 발전소 노동자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해법을 알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공공주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건설하고 발전소에서 해고되는 노동자를 고용하면 됩니다.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주도해야 합니다. 민간이 주도하면 건설도 더디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민간 자본은 이윤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도중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일입니다. 또 민간이 주도하면 최소한의 인력으로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것입니다. 공공이 주도해야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건설할 수 있고, 적정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 뻔한 방법을 압니다. 하지만 하지 않습니다. 이윤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노동자 민중이 투쟁해야 합니다. 2023년 3월에 독일에서 운수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습니다. 20만 운수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언론의 표현처럼 ‘모든 바퀴가 멈춘 파업’이었습니다. 이 파업은 기후파업으로 불렸습니다. 기후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 성공시킨 파업이기 때문입니다. 기후활동가들은 시민들과 노동자 지지모임을 만들고, 파업연대 서명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파업을 주저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설득해 파업에 참여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내건 슬로건이 "운수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 였습니다. 운수노동자의 처우가 매우 열악했고,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떠났습니다. 정부는 이를 핑계로 대중교통을 줄였고, 대신 고속도로를 열심히 건설했습니다. 당연히 개인 자가용 이용이 늘 수밖에 없었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기후위기를 심화했습니다. "운수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싸운 독일노동자와 기후활동가들의 판단이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이 기후정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싸워야 합니다. 발전소 노동자들은 8월 경고파업 그리고 11월 파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노조간부가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여러 활동가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조직해야 힘 있는 파업, 정부정책을 올바르게 바꿀 수 있는 파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급투쟁 없는 환경운동은 정원가꾸기에 불과하다“는 치코 멘데스의 말처럼, 자본과 노동자가 윈윈하는 기후운동은 없습니다. 자본의 탐욕을 꺾지 않으면 기후위기도 막지 못하고, 노동자 대량해고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힘차게 투쟁해서 기후위기 막고 발전소 노동자 총고용 보장 쟁취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 민중 하나되어 정의로운 전환 쟁취하자!2025-06-02 | 조회 12,8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