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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6] "한다면 한다!" 대학사업장 청소·경비·미화 노동자에게 원청교섭은 '인간다운 삶'입니다전진이 기획한 원청교섭투쟁 인터뷰 여섯번째 순서로, 연세대분회 문유례 분회장과 연세대 노학연대모임 살맛의 윤승현 동지를 만났다. 연세대분회는 다른 9개 청소경비 대학사업장과 함께 대학당국과의 원청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당국은 "미화 노동자에게 와이파이를 제공하면 와이파이를 통해 교 전산망을 해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노위에 제출하는 등 원청교섭 요구에 대한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긴 노학 연대투쟁의 역사를 갖고 원청교섭 투쟁에 임하는 연세대분회와 노학연대 모임 살맛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문유례: 우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는 연세대에서 일하는 경비, 청소, 미화 노동자 약 350명 가량 중에 270명 정도가 가입해 있습니다. 원래는 이보다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비 조합원들이 정년으로 퇴직을 하면 그 인원을 충원시켜주질 않아요. 그러면서 규모가 조금 줄기는 했어요. 사업장에는 한국노총도 있지만 36명 정도라 우리가 다수 노조입니다. 저는 분회 설립 때부터 있던 사람은 아니에요. 당시 얘기는 말로만 전해 들었죠. 우리 분회 출범을 2008년에 했다고 하더라고요. 출범 연도인 2008년도부터 2010년도까지는 노조 설립 직후 학교 측 탄압이 엄청 심했어요. 그래서 2010년 당시에 일주일에서 15일 정도, 우리가 총파업을 하고 학교를 멈춰 세운 거예요. 그 뒤인 2011년에 제가 연세대학교에 입사했습니다. 2011년 후로는 당시에 산학관이라고 있었는데요. 학교 측에서 갑자기 일하던 청소 노동자들을 다른 건물로 옮겨버리고 그 건물 청소를 시간제 노동자로 채우겠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제가) 본격적으로 분회에서 하는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어요. 새벽 6시부터 나와서 몽둥이 들고, 빗자루 들고 건물 점거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싸워서 기존에 청소하던 노동자들을 다른 관으로 배치하는, 그러니까 인원 감축까진 못 막아냈지만. 시간제 노동자를 들이는 건 우리가 막아냈어요. 우리 조합원이 전일제로 들어가서 일하게 된 거죠. 2022년도에는 우리가 식대 문제로 투쟁을 했어요. 선전전 하는 거 가지고 학생이 (학습권 침해로) 고소하는 사건이 생겨서 우리 조합원들이 마음에 상처를 좀 많이 받았죠. 그 학생 개인을 원망하는 건 아니어도 사람이니까 마음에 상처가 생겼어요. 그래도 다잡고 해마다 교섭하고, 투쟁하고… 이렇게 잘 흘러오고 있습니다. 2.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윤승현: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은 2008년에,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할 때 그 과정을 돕던 학생들의 모임으로 같이 만들어졌습니다. 애초 만들어진 목적 자체가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데에 있었다고 할 수 있죠. 전통을 살려 꾸준히 노학연대를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2013년쯤 모임 형태에서 살맛을 포함한 다양한 학내 단위들을 포괄하는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로 모습을 바꾸기도 했는데요. 후배 활동가의 재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었어요. 작년 2025년 2학기부터는 다시 살맛으로 돌아오면서 노학연대의 초심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이름인 '살맛'도 선배 활동가들께서 노동자도 학생도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지으신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요즈음에는 살맛 나는 세상을 상상하고, 실천하고, 이바지하기 위해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다른 사업장 문제에도 연대하려고 합니다. 3. 지난 5월 6일, 서울지역 대학 원청교섭 촉구 투쟁 및 시정신청으로 고려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홍익대, 카이스트 총 10개교 사업장이 지노위에 시정 신청을 넣었습니다. 그 후로 3개월 넘는 시간이 지났고 대부분 대학에서 대학 당국이 원청사장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연세대와 중앙대만 이례적으로 중노위 재심을 신청했는데요. 이런 학측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유례: 저는 처음에 정말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까지 가리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연세대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것도 나중에서야 들었죠. 결국 중노위 가서도 결과는 지노위 판단과 같거든요. 우리가 요구하는 게 4가지 정도인데, 그 4가지 전부 학교가 사용자성을 발휘하는 진짜 사장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인터뷰어 주: 서울지부 소속 10개교 청소·경비·미화·시설 노동자들은 올해 (1) 적정인원 유지 및 결원 보충, (2) 고용보장 및 고용승계, (3) 휴게시설 개선, (4) 도서관, 보건실, 체력단련장 등 시설이용권 보장을 4대 교섭 의제로 학측에 제시했다. 이중 와이파이 사용은 시설이용권 보장의 일환으로 요구되었으며, 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의제에 대해 10개교 전원을 사용자성을 발휘하는 원청사장으로 판단하였다.) 제일 많이 화가 났던 건 우리가 요구한 시설 사용권 문제를 두고 연세대가 "미화 노동자에게 와이파이를 제공하면 와이파이를 통해 학교 전산망을 해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들었을 때예요. 너무 열 받았어요. 정말 한마디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막 치솟더라니까요. 이건 우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거고,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 거죠. 우리가 무슨, 와이파이 하나 쓰게 해줬다고 학교 전산망 해킹을 해요. 4. 3월에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서울지부 조직 사업장 중 하나인 이화여대 로스쿨 이승욱 교수가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지” 판단할 때 청소/경비 용역 노동자는 원청교섭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대학사업장 비정규직 청소, 경비, 미화 노동자로써 대학 당국과 만나는 원청교섭이 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분회는 원청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요? 문유례: 임금 교섭을 할 때 보면요. 늘 길어지는 이유는 하청 업체 쪽에서 "학교에서 안 해준다"고 해서예요. 6차, 7차까지 교섭이 이어지는 건 이제 아주 관례가 됐죠. 그래서 대학사업장 청소·경비·미화 노동자들에게는 원청교섭이 꼭 필요해요. 만약에 원청교섭이 이루어져서 학교와 바로 대화할 수 있다면 임금 교섭도 그렇고, 불필요하게 시간이 낭비될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우리 요구 중에 제일 필요한 건 단연 고용승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정년으로 퇴직하는 TO에 대해 학교나 용역 업체가 결원 보충을 안 해주고 있어요. 그나마도 우리가 항의하고 항의해서 전일제 자리를 시간제 노동자로 겨우 채워주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전일제 노동자가 있던 자리를 4시간짜리 노동자가 때우는 셈이에요. 물론 와이파이를 포함해서 시설이용권 문제도 중요하지만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라도 우리한테는 정말 원청교섭이 필요한 거죠. 5. 조합원 동지들과 원청교섭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신 적 있으신가요? 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의견들이 나오고 있나요? 문유례: 분회 회의 때고, 현장 순회 돌 때도 계속 그런 이야기는 해요. 왜 우리한테 원청교섭이 필요한지, 왜 교섭해야 하는지 같은 거요. 대부분 조합원들은 수긍하는 분위기예요. 그렇게 (원청교섭)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다. 그런 분위기라고 할까요. 원청교섭 언제 하는 거냐고 조합원들이 지금도 종종 물어봐요. 총장을 만날 수 있고 연세대 학측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에요. 6. 김영훈 현 노동부장관은 3월 개정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 간 대화를 제도화하여 원·하청간 격차와 갈등을 줄여나가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 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현실은 6월 기준으로 민주노총 산하 627개의 사업장이 교섭요구를 발송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81곳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고, 정부 통계상 10곳의 사업장만이 원청 사장과의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학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로써 현실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어떤 것인가요?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하실까요? 문유례: 아쉬운 점 많죠. 시행되고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라는 게, 의제를 하나하나 다 판단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오래 걸려요. 왜 이렇게 만든 건지 정말 의문이에요. 노동부 장관한테도 묻고 싶죠. 이걸 좀 쉽게 만들어놨으면 좋았을 텐데요. 하나하나 다 지노위, 중노위 거쳐 판단하려고 하니까요. 예를 들어 지노위에 우리가 의제로 넣은 것 중에 휴게실 문제가 있어요. 그게 (사용자성) 인정이 되면, 연세대 학측은 딱 그 의제에 대해서만 교섭하려고 해요. 임금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사용자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무조건 피해요. 이번에 교섭이 열리더라도 100% 휴게실 얘기만 가지고 교섭장에 나오려고 하겠죠. 만약에 (노동위원회 판단 없이) 하청 노동자와 원청이 바로 만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텐데 참 아쉬워요. 7. 대학사업장의 경우 사실 이미 지난 몇 년간의 투쟁 동안 교섭 국면에서 대학 본관을 점거하거나, 총장실을 방문하는 등 대학 사업장에서의 실질적 고용주가 대학 당국 및 총장임을 입증하는 투쟁들을 적립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사업장 동지들 입장에서는 “우리는 이미 (진짜 사장을 상대로) 그렇게 싸워왔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관련해서 말씀하고 싶으신 투쟁 경험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문유례: 일단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2017년 본관 점거 50일 투쟁이에요. 그리고 2024년에 연세대 본관에 천막 치고 투쟁한 거요. 노동자 입장에선 아무것도 안 하면 학교가 목소리를 절대 안 들어주니까, 행동으로 보여올 수밖에 없었죠. 우린 이미 그때부터 진짜 사장이, 총장이 나오라고 외쳐왔어요. 이 과정에서 학생 동지들 힘이 엄청 컸어요. 특히 살맛 동지들이요. 우리가 본관 점거 투쟁할 때도, 일단 투쟁이 시작되면 학교 측은 본관 문부터 걸어 잠그거든요. 그때 학생 동지가 미리 들어가 있다가 (점거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학교 측이 학생도 미리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정년 퇴직 조합원을 포함한 8명이 들어가서 교직원이 문을 잠그려는 그 찰나에 발을 넣어 막기도 하고, 이랬죠. 돌이켜 보면 그때 우리가 참 의지가 강했고, 잘 싸웠다고 생각돼요. 싸워야 우리가 쟁취한다는 깨달음이 있었으니까요. 8. 7번 질문에서의 경험에 부쳐, 2학기 개강에 맞추어 연세대 분회 동지들의 원청교섭 투쟁 결의와 계획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문유례: "이건 꼭 한다"는 게 있다면 인원 감축 반대요. 결원자 자리 채우는 거랑, 고용 승계. (인터뷰어 주: 현재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미화 노동자들은 하청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신규 입사 노동자로 처리되어 근속 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우리가 지노위, 중노위 판단에서 이겼으니 교섭이 잘 진행될 수 있게 촉구하면서 학생 동지들과 일상적인 투쟁을 이어가 봐야죠. 9. 연세대의 경우 2022년 청소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학생이 학습권 침해로 고소하면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와 같은 정서가 캠퍼스 사회의 극우화와도 크게 맞닿아 있다고 보여집니다. 원청교섭 투쟁 국면에 돌입하면 대학 당국은 학생과 노동자를 갈라치는 선동을 적극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대학 당국의 악선동에 맞서 우리에겐 어떤 내용의 노학연대가 필요할까요? 22년 당시 상황을 현장 조합원 동지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문유례: 2022년도 학생 고소 건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특별히 가슴에 담아두거나, 그 학생 개인을 미워하고 원망하지는 않아요. 우리도 생계 문제로 집회를 하는 거였고. 당시가 중간고사 기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공부 중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마는 거죠. 그런 학생들보단 투쟁할 때 주먹 한 번이라도 같이 솟구쳐주고 지나가는 학생들이 훨씬 많아요. 이름도 안 적고 음료수를 사다 놓고 가는 학생들도 많고요. 아직도 기억나는 건 학생회관 앞에, 라면박스에 음료수를 가득 담아서 두고 갔던 어떤 학생이에요. 우리가 투쟁하면 학생들은 다 응원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조합원들이 특별히 오래 가슴에 담아두려고 하지는 않죠. 윤승현: 2022년에도 살맛(당시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에 있었는데, 당시에도 쇼킹하긴 했던 거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도 노학연대 동아리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할지언정 지지하는 학생들이 많았거든요. 그 해에 받았던 지지 연서명도 3천개 넘게 모였을 정도예요. 그럼에도 반대한다, 불편하다는 감상을 넘어 고소까지 하다니. 노학연대라는 가치를 포함해 대학 사회의 지향점이 많이 붕괴했다고 생각했죠. 우리 세대가 연대의 필요를 많이 못 느끼고 있구나.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나 무너졌다는 걸 상징하는 사건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 원청교섭 의제 자체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 거라 봐요. 연세대를 위해 일하고, 연세대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다른 곳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이런 내용으로 카드 뉴스 같은 선전물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투쟁 상황이 벌어지면 열심히 결합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차근히 알려 나가다 보면 어려운 메시지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10. 두 동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윤승현: 분회장 동지께서 올해 본관 점거할 일 없을 거라고 말씀하고 계시지만요. 어떤 상황이 터져도 노학연대체로써 열심히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원청교섭을 알리고, 간담회 같은 자리를 더 적극적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연세대 총장 윤동섭이 나오는 그 날까지! 문유례: 윤승현 동지가 본관 점거 농성을 하자고 자꾸 꼬드겨요. (웃음) 하지만 "하게 되면 한다" 는 정신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시정신청 후로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윤동섭 총장이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투쟁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문유례 연세대분회장이 원청교섭 선전전을 위해 자필로 준비한 발언문] -
자본의 끝없는 욕망을 보여주는 경총의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경영계 제언」8월 17일, 경총은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경영계 제언」을 발표하며 성과배분 단체교섭 대상 제외, 소위 ‘고도의 경영상 결정’에 대한 쟁의행위 금지, 노동시간 규제 완화와 비정규직 확대 등 전면적 노동개악을 요구했다. ‘메가특구 초과착취 지대’를 세우려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준비하자. ‘국가 경쟁력’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자본의 탐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8월 17일 발표한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경영계 제언〉은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를 무제한적 착취 대상으로 환원하려는 자본의 계급적 탐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입장이다. 경총이 요구하는 성과배분 교섭 차단, 경영권 불가침, 그리고 메가특구를 둘러싼 전면적 노동유연화 조치는 노동자계급의 정당한 저항을 사전에 분쇄하고, 법적·사회적 규제가 거세된 ‘자본의 예외 공간(치외법권 지대)’을 건설하고, 나아가 이를 보편적으로 확장하려는 치밀한 기획이다. 자본주의 등장 이래, 자본은 항상 노동시간을 늘리고 임금을 억제하여 착취율을 높이고자 했고,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재편해왔다. ‘국제 경쟁력’은 그 주요 명분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국제 경쟁력'이란 노동자의 생존권을 가능한 짓밟아 초과이윤을 취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전체 사회의 발전이 아니라 오직 자본의 무제한 축적을 위해 입맛에 맞게 국가를 뜯어고치겠다는 파렴치한 선언이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배분’ 거부 경총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배분 요구가 임금·복지·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은 불법이라는 논리를 폈다. 같은 보고서 말미에서는 기업 이익의 활용과 배분을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으로 규정하고, 이를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요구했다. 이것은 노동자의 교섭권에 대한 이중의 봉쇄다. 노동자가 이윤 분배를 요구하면, 성과급은 ‘임금도 노동조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벽을 쌓고, 자본이 그 이윤을 독점적으로 처분하려 할 때는 ‘고도의 경영상 결정’이라며 벽을 쌓는다. 이윤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오직 자본이 결정하고, 노동자는 자본이 주는 몫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과급은 명백히 노동자의 실질소득 일부다. 즉, 문제의 본질은 성과급이 법적으로 ‘임금’에 해당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노동자가 자신이 만들어낸 이윤의 용처를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통해 통제할 수 있느냐에 있다. 경총은 그 권리를 부정하고, 이윤 처분권을 자본이 독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 현장에서 흘린 노동자들의 땀과 피, 밤샘 교대근무로 쥐어짜낸 연구개발(R&D) 없이 자본의 천문학적인 이윤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자본은 이윤 창출의 주역인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나누지 않기 위해 ‘법적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핑계만 대고 있다. 나아가 경총은 해외 주요국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합의 사례가 드물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교묘한 왜곡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한국 노동자들보다 높다. 한국 노동자는 OECD 최장 수준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저임금 구조에 묶여 있다. 이러한 엄연한 현실에는 애써 눈감은 채,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폄훼하는 것은 자본의 극단적인 탐욕과 이윤 독점욕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경총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해 지급하는 해외 사례가 드물다고 하지만, 이는 나라마다 다른 임금결정과 이윤 배분 경로를 무시한 왜곡이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산업별 단체협약과 높은 단체협약 적용률 등으로 임금과 이윤 분배를 집단적으로 결정한다. 반면 한국 노동자는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로,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격차가 구조화된다. 또한, 해당 보고서에서 경총도 인정하듯 미국 자동차산업에서는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중심으로 이익공유제가 운영되고 있고, 프랑스에는 기업 이윤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는 ‘법정 이익참여제’가 존재한다. 독일에서는 이윤의 배분 기준을 사측과 사업장평의회의 협정으로 정한다. 이렇듯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성과배분 제도가 존재하며, 각국의 배분 방식이 다양한 것은 계급투쟁의 경험과 경로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총이 예로 든 국가들은 이윤 분배를 법률이나 노동조합, 사업장평의회와의 집단적 교섭으로 결정하지만, 정작 경총은 이러한 집단적 결정구조가 한국에 자리 잡는 것을 기를 쓰고 반대하지 않는가? 결국 경총은 다양한 이익공유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가리며, 오직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사합의로 고정하는 방식’이 드물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만들어낸 결실에 대한 배분은 경영진의 자선이나 은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이자 정당한 대가다. 전년보다 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가 나면 그 즉시 ‘노동자들도 책임져야 한다’고 하면서 이윤은 자본이 독식하겠다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경총은 전면 노동개악을 주문하고 있다 ‘공장 신설 등 경영상 결정’은 불가침? 경총은 신규 공장 신설, 공장 해외 이전, 외주화 등 투자 결정이 ‘고도의 경영상 결단’이므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공장의 신설, 폐쇄, 생산 라인 이전은 단순한 자산 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전환배치, 강제 전출, 통근 한계, 나아가 일방적인 정리해고와 생존권 박탈로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자신의 삶과 노동조건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정 앞에서 ‘노동자는 입을 닫고 경영진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라’는 경총의 요구는, 노동자를 주체가 아닌 생산라인의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취급하는 자본의 반인간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노동자의 생존과 직결된 결정을 스스로 통제할 권리는 경영권이라는 자본의 특권 아래 제한될 수 없으며, 이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례를 보자. 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를 일방 결정했다. 자본은 공장을 폐쇄하는 ‘경영상 결정’을 했고, 이 결정으로 군산공장 노동자 약 2,000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군산을 떠났고, 협력업체 164곳의 노동자 약 1만 명도 실직과 고용불안에 내몰렸다. 협력업체 50여 곳이 도산하거나 휴·폐업했고, 군산지역 생산 감소액은 지역총생산의 16%인 약 2조3,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즉, 이는 GM군산공장 노동자, 부품사 노동자, 지역사회 모두에 재앙이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도 마찬가지다. 일본 니토덴코의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구미공장 화재 이후 법인 청산을 결정하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17명을 정리해고했다. 구미공장 생산물량은 같은 계열 평택 한국니토옵티칼로 넘어갔지만 고용은 승계되지 않았다. 물량은 유지되어도 노동자의 삶은 버려질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자본이 말하는 ‘경영의 자유’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300일 연대집회 사진: 금속노조 노동자의 삶터를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일방적 폭력을 ‘경영의 자유’로 포장하는 기만은 중단되어야 한다. 일터의 주인인 노동자를 배제하는 경영 독재는 결국 고용 불안과 사회적 재앙을 낳을 뿐이다. 메가특구 노동유연화: 초과착취 지대 구축 경총의 핵심적인 계략은 「메가특구특별법」에 온갖 노동규제 완화 조치를 쑤셔 넣어 메가특구를 ‘노동법의 무풍지대’이자 ‘자본의 축제현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연장노동 계산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년으로 넓혀, 일이 몰리는 시기에 초장시간 노동을 집중해 총고용을 줄이고 임금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은 연구개발직·전문직·스타트업 핵심인력을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해, 야근과 초과노동을 일상화하면서도 초과노동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유연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계산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려, 경기 변동에 따라 노동시간을 고무줄처럼 조정해 임금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해제는 ‘평생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파견 대상 업무 확대는 중간착취와 간접고용을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은 늘리고, 임금은 줄이고, 비정규직은 확대하는 것, 이것이 경총이 말하는 ‘유연화’다. 메가특구로 전면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자본의 탐욕, 계급적 단결로 분쇄하자! 경총의 이번 발표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본은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구호 아래 실제로는 노동시간 규제 철폐, 비정규직 전면 확대, 노동조합 교섭권 무력화라는 오랜 계급적 숙원을 완수하려 하고 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또다시 ‘메가특구 초과착취 지대’를 세우려는 자본의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생존권을 위협하는 자본의 시도를 막아내고, 노동유연화라는 이름의 야만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계급의 강력하고 단결된 투쟁이 요구된다. 지금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자본을 위한 예외지대는 전국 모든 일터로 번져나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 우리 전체를 옭아맬 것이다. 일터와 삶을 지키는 유일한 무기인 계급적 단결과 투쟁으로 자본의 파상공세를 단호히 분쇄해야 한다. -
[정세집담회] 3대 메가프로젝트, 왜 문제이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 시간·장소: 8월 28일(금) 19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 사회: 이용덕(사회주의를향한전진) - 발제: 백종성(사회주의를향한전진) - 토론: 이주용(민주노총 충북본부) 우하경(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종란(반올림) 이재명 정부는 자본을 위한 총동원체제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메가특구를 통해 주52시간제 예외,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노동 확대 등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최근 경총은 파견 노동 전면확대, 무제한적 기간제 사용, 연구개발 노동시간 규제 폐지 요구를 내걸었습니다. 이번 정세집담회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정치·경제적 본질을 살피고, 노동운동이 이에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할지 함께 토론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자료집은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성명] 차별 막자면서 성소수자 차별한 교육부를 강력 규탄한다!교육부가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사건을 계기로 만든 ‘혐오, 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은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배제하면서 차별이나 혐오를 하지 말자고 말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해 실질적인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치에 즉각 나서라. 2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서울시교육청의 ‘혐오·차별 표현 예방·대응 안내서’ 초안을 참고했으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 성소수자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했다. 또 성소수자 학생의 피해 사례와 학교 대응 지침도 삭제하여 ‘성소수자’, ‘커밍아웃’, ‘아웃팅’ 같은 표현도 사라졌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성소수자 차별 노선을 재확인한다. 보수 기독교계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의제화하며 세력화했고, 국내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동성혼 법제화 등 성소수자 권리 쟁취를 위한 운동을 탄압해 왔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으면서도 이러한 기독교계의 압력에 법안을 휴지조각처럼 폐기하고 지금까지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도 마땅히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존중받으며 교육받고, 일하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성소수자 정체성과 관련해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21.8%, 성인은 27.1%에 달할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심각하다.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다. 민주당 정부가 겉으로는 보수적 기독교계의 반발을 문제삼지만, 사실은 그들 역시 사회를 통제하고 안정적인 노동력 수급을 위해 이성애에 기초한 ‘정상가족주의’를 옹호한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성별 분업과 이성애주의에 맞서, 성평등한 노동자운동을 조직하자. 누구도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성평등한 세상을 건설하자! 2026년 8월 28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기고] 2026 청년학생 순회투쟁을 돌아보며7월 28일부터 31일까지, <2026 청년학생 노동해방 순회투쟁단>은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 KEC지회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 성서공단지역지회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 동희오토분회 ·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방문해 연대활동을 진행했다. 이 글은 순회투쟁의 소회를 담은 후기다. 노학연대 활동을 하며 투쟁 사업장에 연대하다 보면,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일관적인 태도에 신물이 난다. 적자를 명분으로 조합원들을 표적해고하고, 민주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교섭 자리에서 복직은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는 기업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알고도 못 본 척 침묵하거나, 심지어 기업 편을 드는 자칭 ‘노동 친화’ 정부. 안 그래도 막막한 상황에 최근 젊은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점점 줄어든다는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생각해 보면 우리 권리를 지키자는 말에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나 또한, 아르바이트 월급이 제때 들어오지 않자 자연스럽게 일터에서 도망치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 구직 끝에 들어간 직장이 나를 혹독히 착취할 때, ‘노조’보다는 ‘이직’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청년 세대로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투쟁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것이 내가 청년학생 순회투쟁단에 참여한 이유다. 순회투쟁단이 방문한 사업장들은 모두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40도에 육박하는 울산의 더위 속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니, 일 년 넘게 농성 중인 이수기업 해고자 동지들, 백 일 넘게 고공에서 버티고 계신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고영기 동지의 절박함이 피부에 와닿았다. 동시에 잠시 농성장에 다녀가며 한두 시간의 선전전으로만 함께할 수 있는 나의 역량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복잡한 마음을 안고 함께 식사하던 중, 한 이수기업 해고자 동지께서 내 얼굴이 기억난다며 말을 걸어 주셨다. 이수기업 직접 방문은 처음이라 어디서 보셨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A학교 투쟁 선전전에서 연대발언을 하던 나를 보고 기억해주신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의 부족한 연대가 이분들에게 의미가 있긴 할까’ 하며 회의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만났던 동지들과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또 있다. 순회투쟁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스리랑카·베트남 노동자들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집회에 연대하고자 노조 간부들과의 간담회, 출퇴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이주노동자 집회에도 참여하였다. 현장 조직의 어려움에 대한 투쟁단의 질문에, 한 조합원 동지는 ‘현장에는 노조 가입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겁이 났다. 하지만 나는 회사가 이 상황이 될 동안 뭐라도 했다고 말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불의에 저항한다’, ‘세상을 바꾸겠다’ 같은 커다란 이유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말이 더 가슴에 와닿았다. ‘뭐라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 - 내가 처음 노학연대 활동을 시작한 계기 또한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저녁 이주노동자 집회에서 그 조합원 동지와 다시 마주쳤다. 이주노동자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을 사이에 두고 나와 손 흔들며 인사하던 동지는, 집회에 나온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어느 노동자의 아이일 6-7살 남짓 베트남 소년이 나와 동지가 흔들던 적기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그 아이가 자기 몸만한 적기를 건네받아 신나게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사탕 좋아해?’라 묻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방에 들어있던 마지막 사탕을 꺼내줬다. 익숙하지 않은 상대와 말을 붙이고 가까워지는 일은 분명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우리는 그렇게 했다. 집회라는 자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연대가 이토록 좋구나, 라고 오랜만에 진심으로 생각했다. 울산을 떠나 구미에서 만난 금속노조 KEC지회와의 간담회에서는 2010년 노조파괴로 시작된 민주노조 투쟁의 과정에 관한 발제를 들었다. 간담회 내내 투쟁에 함께한 조합원들에 대한 김성훈 사무장 동지의 자부심과 사랑이 느껴졌다. 이어진 아사히글라스지회 간담회에서는 부지회장 자리를 맡을 자신이 없었으나, 오랜 시간 몸을 갈아가며 복직을 위해 싸운 지회장을 위해 결심했다는 오수일 전 수석부지회장, 현 지회장 동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9년이라는 세월 동안 삶을 건 싸움에서 조합원들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냐는 나의 질문에, 조합원 동지들은 웃으며 “9년간 엄청나게 싸웠다”고, KEC 조합원들의 연대가 긴 투쟁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단숨에 단결하고, 자본의 폭력 앞에 한 치 흔들림 없이 버티다 끝내 승리하는 노조가 존재한다고는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순회투쟁에서 느낀 것은, 싸우는 이들은 흔들리기도 하고, 다투고 상처받기도 하고, 부끄럽거나 나약한 자신을 마주하기도 하며, 그 모습은 생각보다 더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온몸으로 겪은 이들이었기에,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연대’나 ‘투쟁’, ‘노동해방’ 같은 단어가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투쟁이 대단한 사람들만의 일이었다면, 김성훈 사무장 동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녹아 있는 KEC 조합원들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 감동적이었을까? 나는 왜 그날 울산에서 적기를 든 소년과 조합원 동지의 곁을 좀처럼 뜨지 못했을까? 문득 그동안 산발적으로 흘러나오는 인터넷 기사나 들려오는 소식, 머릿속으로만 나와 나의 세대에 관해 비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윗 세대가 유독 강해서 자본의 탄압을 이겨냈던 것이 아니다. 지금은 운동의 허무함을 느낄 때가 아니었다. 형태는 다르더라도, 우리에게는 우리의 할 일이 있다. 그들이 그러했듯, 우리 또한 더 용기를 내 한껏 헤매고 실패하더라도, 서로 연대의 발길을 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순회투쟁에 참가한 목적을 이루었다고 느꼈다. 순회투쟁에서 돌아온 뒤 나의 운동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내 곁에는 여전히 어렵거나 멀게 느껴지는 일들이 존재하며, 청년학생으로서 분명하게 느끼는 한계도 여전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청년 노동자 조직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명확한 타계책이 떠오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순회투쟁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대한 ‘해상도’가 활자를 통해서나 집회 연대자로서만 바라보던 시절보다 높아졌다고는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의 경험을 발판 삼아 내가 투쟁해야 할 청년학생 세대의 노동현장으로 조금 더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는 활동가가 되고 싶다. -
울산에서 서울 청와대로 울려 퍼진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의 함성이토록 큰 함성을 들은 적이 있나?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한 손엔 피켓을, 한 손엔 주먹을, 두 팔을 있는 힘껏 뻗어 올리는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8월 16일, 지난 7월 5일에 HD현대중공업 앞에서 열린 나쁜계약 철회, 임금삭감 철회, 차별처우 중단을 위한 ‘1차 전국이주공동행동대회’에 이어, 서울에서 열린 ‘2차 전국이주공동행동대회’에서 한국노동자운동을 깨우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가 드넓게 울려퍼졌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하라, 보장하라! 투쟁!”, “나쁜 계약-철회하라, 철회하라 투쟁!”, “재고용을-보장하라, 보장하라! 투쟁!”, “노조할 권리-쟁취하자, 쟁취하자! 투쟁!” ©스튜디오 알 3대의 투쟁 버스 8월 16일 새벽, HD현대중공업 앞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3대가 가득 찼다. 금속노조의 예산 편성에 따라 28인승 버스 3대가 운영됐다. 아쉽게도 집회 전날까지 이어진 이주, 정주노동자, 활동가들의 상경 버스 신청은 연거푸 거절당했다. 만약 제한없이 신청을 받았다면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했을 것이다. 2차 전국이주공동행동대회[1] 참가자들은 ‘보신각터’에서 집회를 하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타국에서 난생 처음 투쟁을 시작한 지 2달 밖에 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한다는 사실, 그것도 한국 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로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설레고 또 비장했다. 울산에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민주일반노조 외국어교육지회 동지들 또한 함께 버스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임원과 울산이주민센터, 현장대표단 1명씩 총 3명이 각 버스의 선탑자 역할을 맡았다. 사전에 한국어, 베트남어, 싱할라어로 준비한 안내멘트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안내했다. 스리랑카 대표단도 책임감 있게 대오를 인솔하며 소개와 소감 나누기, 집회의 취지 공유, 구호와 노래 배우기, 동영상 시청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마이크를 들고 싱할라어, 베트남어, 영어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다. “내 이름은 00다”, “우리는 일터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한다, 나쁜계약으로 권리를 빼앗겼다. 정의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승리를 위해 싸우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우리가 함께해서 기쁘다”, “서울에서 집회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회사가 나쁜 계약을 철회하고 부당한 차별을 멈출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나중에 우리가 함께 투쟁한 시간이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승리할 때까지 투쟁!” 2호차의 스리랑카 현장대표단 동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재계약은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는 스스로 결정하고 후회 없이 행동하고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도전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당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모두가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투쟁” 집회에서 외칠 구호도 배우고 노래도 배웠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위한 노래 ‘프리 잡 체인지(Free Job Change)’를 배웠다. 노동의례 때 진행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도 배웠다. 3호차에서는 김채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장 동지가 노래를 한 소절씩 선창하면서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붉은 깃발 집회장에 도착하니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세종호텔지회, 성서공단지역지회, 이주노조, 사람이왔다 소속의 여러 단위가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꿀잠에서 과일을, 학생사회주의연대와 사회주의를향한전진에서 음료를 나눠주었다. 참가자들은 ‘No Discrimination(차별 철폐)-노조할 권리 쟁취’, ‘나쁜 계약 철회-Free Job Change(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적힌 대회 노란색 피켓을 손에 쥐었다. 대오 오른쪽에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에서 붉은 조끼를 입고 자리를 잡았고, 왼쪽에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이주조합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스리랑카 출신 차민다 동지와 베트남 윤다혜 동지는 사회를 보고 통역도 하면서 힘차게 집회를 이끌었다. 집회는 한국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끔찍한 차별과 착취를 당하는 이주노동자의 고통, 노동자의 고귀한 존엄이 갖는 무게만큼 진지하면서 무겁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간의 분노를 토해내며 투쟁의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났다. 붉은 깃발이 전달되자, 울산 대오는 자연스럽게 깃발을 흔들었다. 붉은 깃발은 울산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상징이 된 듯했다. 팔이 아프지도 않은지 힘차게 흔들며 공연자의 리듬을 함께 타기도 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주노조 방글라데시 조합원 동지들도 깃발을 같이 흔들었다. 흩뿌리는 비와 흐린 하늘을 붉은 깃발이 걷어내는 느낌이었다. 한 번도 약속한 임금을 주지 않고, 인신매매 벌금각서 강요한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스리랑카 대표 차리타 동지와 금속노조 일강지회 방글라데시 출신 알리 동지가 현장 발언을 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차리타 동지는 날카롭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E-7-3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GNI 80% 임금수준을 약속받았지만 한 번도 그런 임금을 받아보지 못했고, 이제는 기본급마저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벌금 각서라는 인신매매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사내하청에서 일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힘들고 위험한 조선소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그나마 근로계약서에서 약속받은 임금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왜 이주노동자들을 이렇게 대하는 걸까요? 우리가 마치 용접 슬래그처럼 바다에 녹아내려 배와 함께 가라앉아 버리기라도 한 걸까요? 회사가 사람의 목숨에 매기는 가치란 고작 170만 원의 기본급, 임금 삭감, 그리고 보너스 한 푼 받지 못하는 처지뿐인가 봅니다. 지난 3년 동안 회사와 진행한 대화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기에, 우리는 오늘 정의를 찾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모든 권리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HD현대는 독자적인 법을 가진 별개의 국가가 아니며, 모든 사람은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을 전 세계에 계속 알릴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회사 측에 분명히 밝힙니다. 하나, 둘, 셋, 투쟁!” ©스튜디오알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 할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준 일강지회 이어 금속노조 일강지회 알리 동지가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표적 해고하는 현실에 대해 발언했다. 금속노조 일강지회는 이전에 이주노동자의 경우 업무평가를 통해 재계약과 비자 연장을 결정하는 단협을 맺은 바 있다. 일강 사측은 이 단협조항을 악용해, 민주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을 표적해고하고 있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일강은 한국노총이 장악한 평택공장에서는 이주노동자를 평가과정에서 해고하지 않은 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업장인 김제공장에서만 이주노동자를 평가과정에서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이주노동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사무동 로비농성을 벌이고 있다. 업무평가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재계약과 비자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 단협의 문제가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알리 동지는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우리는 왜 재계약이 되지 않는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는지 물었습니다. 평가 결과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계가 달린 평가 결과가 왜 보안입니까? 저는 이것이 단순한 재계약 문제가 아니라 노조 탄압이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적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서툴러도 우리는 똑같이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한국말이 서툴러 일을 배우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게으르거나 일을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와 많은 동료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 아닙니다.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와 함께 살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재계약 거부 하나로 우리의 일터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과 미래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입니다.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마십시오. 비자와 재계약을 이용한 노조 탄압을 중단하십시오. 평가 기준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십시오. 우리는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 가족과 함께 살아갈 권리, 그리고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터와 권리, 그리고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저와 동료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여 투쟁하라!”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도입된지 4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무권리 상태에 놓여 있음을 지적하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권리 보장, 노동허가제 실시를 요구하면서 9월 13일 서울 노동청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개최할 것”임을 선포했다. 올해 폭염에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는 언론에 알려진 것만 7명이다. 모두 기업에 의한 타살이다. "이주노동자는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등의 야만적 언사를 들으며 우리는 노동자를 떠나보내야 했다. 자본의 분야가 어디든, 크기가 어떻든, 자기 잇속만 차리며 노동자를 갈라치고 쥐어짜는 행태는 똑같다. 이주노동자들이 전국에서 모이는 9월 13일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올해는 이주노동자도 정주노동자도 함께 참여해 들불처럼 일어나 단결을 결의하는 장을 만들자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사람이왔다’ 김희정 성서공단지역지회장은 “울산과 김제 동지들의 투쟁은 현재보다 노동자를 더 무한 경쟁으로 내몰려는 자본에 맞선 전선이 되었다”며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중요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일강지회의 투쟁은 이주노동자 고용보장을 위해 정주노동자가 다수인 노동조합이 나선 투쟁이라는 점에서 단결의 길을 열고 있다. 또 한편 HD현대중공업 자본이 앞장서서 관철하려는 ‘나쁜 계약 철회’ 투쟁은 이주노동자도 얼마든지 집단적인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특히 고용과 비자와 연결된 사안은 민주노조가 교섭장에서 양보를 저울질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를 데려와서 쓰고, 맘대로 점수 매겨서 부려 먹고, 임금 깎고 버리는 건 이주노동자를 ‘노예 취급’하는 것이다. 알리 동지의 말처럼 “일할 권리, 가족과 함께 살아갈 권리”는 사람의 당연한 권리다. 일터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과 미래까지 흔드는 HD현대중공업과 일강 등 자본의 작태에 맞서 민주노조가 싸워야 한다. 가자, 청와대로! 보신각터에서 청와대 분수대까지 멀지 않은 거리지만, 이주노동자들은 흐트러짐 없이 행진했다. 현수막을 들고, 붉은 깃발을 들고, 투쟁의 주먹을 치켜들고 투쟁을 외쳤다. 온몸으로 투쟁을 외친다는 게 이런 걸까? 그 외침은 최근 대중의 에너지가 가장 높이 올랐던 윤석열 퇴진 투쟁 이상의 결기였다. 낯선 땅에 도착하자마자 자본이 내던지는 임금 갈취, 일하러 왔다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가하는 착취와 차별, 한국 관리자들의 말과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대와 멸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구호가 누구보다 가슴에 와닿는 이주노동자들이 켜켜이 쌓은 분노를 투쟁을 통해 뿜어내고 있다. 과거 노동자투쟁을 겪은 활동가들은 올해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가 도약하게 만든 거대한 대중투쟁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주노동자가 한국노동자 운동에 전파하는 투쟁의 에너지는 심각하게 기울어진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창이자, 노동운동을 ‘단결’의 이름으로 혁신해야 함을 안내하는 길이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뒤로 이주노조, 주관 단위와 자발적으로 투쟁에 참여한 뜻있는 활동가, 여러 현장에서 참여한 노동자 동지들이 함께 종로에서, 광화문 거리에서, 청와대 앞에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외쳤다. 나쁜계약 철회, 차별 철폐, 사업장이동의 자유, 노조할 자유 등 인간으로, 노동자로 당연히 얻어야 할 권리를 투쟁으로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어느 때보다 당당히 드러냈다. 행진 방송차에 오른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센터장은 ‘글로벌 1위 조선소라는 HD현대중공업이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강요한다’며 ‘임금삭감과 성과금 차등지급, 평가해고는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는 파렴치한 차별’임을 강조했다. 대오는 사회자의 선창에 “HD현대중공업은 나쁜 계약 철회하라”, “HD현대중공업은 차별을 하지마라, 재계약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생각한다’며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시키려 이주노동자를 데려와서 권리를 빼앗고 노예처럼 일 시키는 게 올바른 것이냐’며 정부를 질책했다. 광화문을 지나는 동안 광장의 바람을 느끼며 간격을 넓혔던 대오는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자 간격을 좁히며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프리 잡 체인지(Free Job Change!)”, “스탑 크랙 다운(Stop Crack Down!)” ©사람이왔다 현중사내하청지회 간부들은 맨 앞에 펼쳐진 행진 현수막 뒤로 우즈베키스탄 인신매매 규탄 현수막을 높이 들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HD현대중공업과 울산시로 보내는 벌금각서를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요함으로써, 현대중공업에 취업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매월 2천 달러 벌금으로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말 그대로 인신매매고 강제노동이다. 하지만 세금 10억을 들여 조선업 교육기관을 만들었고, 인신매매 각서를 전달받은 울산시도,이를 함께 추진한 고용노동부도, 현대중공업도 ‘전혀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사망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도 이 인신매매 각서의 피해자다. 위험하고 힘든 현장 업무에 여러 번 다치고도, 어떤 이유로도 사업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는 월 2천 달러 벌금 족쇄에 붙들렸던 20대 우즈베키스탄 청년노동자는 위험한 현장에서 제대로 된 안내표지도 없이 일하다 죽었다. 그의 중대재해 죽음 앞에서도 자본의 파렴치하게 책임을 회피할 뿐이다. 현중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은 바로 그 문제를 알리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인신매매 규탄 현수막을 청와대 앞까지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차별과 착취의 벽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현중사내하청지회 오세일 지회장은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현대중공업 투쟁의 중요성을 알리며 연대를 호소했다. “HD현대중공업 직접고용 E-7-3 이주노동자들은 많은 고민 속에 자신들의 투쟁이 정당한 투쟁이라는 것을 알아갔고, 집단적인 행동에 나섰습니다. 자랑스런 투쟁에 나선 직접고용 E-7-3 이주 노동자와 함께 투쟁합시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벌금 각서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나쁜 계약 철회,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벌금 각서 폐지를 내걸고 투쟁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조직해 정주·이주 함께 단결하는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입니다. 전국의 모든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을 바랍니다. 투쟁!” 오세일 지회장이 발언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청와대 방면에 세워진 ‘나쁜계약’ 피켓을 향해 물풍선을 힘차게 던졌다. 보통 사용하는 마우스만한 조그마한 물풍선을 던지는 것 만으로 착취와 차별로 멍든 속이 다 풀릴 순 없지만, 노동자들은 신나게, 진심을 다해 ‘나쁜계약’을 향해 물풍선을 던졌다. 수십 명이 던진 물풍선에 ‘나쁜계약’ 피켓이 부서졌다. 국적과 고용형태, 직종을 넘은 수많은 노동자의 단결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의 벽을 허물자!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이 용감하게 나선 투쟁의 길을 만드는 지렛대가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단결하고 연대하자! ©사람이왔다 [1] ‘금속노조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2차 전국이주공동행동대회’는 금속노조와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사람이왔다’ 주관으로 열렸다. 최근 HD현대중공업 나쁜계약에 맞선 투쟁으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를 주축으로, 일강지회, 거통고지회, 아사히글라스지회와 노조 상근자 등이 금속노조에서 참여했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 기본 blockquote 스타일 */ blockquote { border-left: 4px solid #c0392b; /* 사이트 분위기와 맞는 붉은 계열 */ padding: 12px 18px; margin: 20px 0; background: #fafafa; font-style: normal; color: #333; line-height: 1.6; } /* blockquote 안의 p 태그 정렬 */ blockquote p { margin: 0 0 10px 0; text-align: justify; } /* 마지막 p 태그 여백 제거 */ blockquote p:last-child { margin-bottom: 0; } -
기후재난 시대, 더욱 필요한 노동자 현장통제권올여름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폭염이 남긴 죽음과 질병, 일터의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기후재난 시대, 노동자에게는 작업환경과 노동강도를 스스로 통제하고, 불이익과 임금 손실 없이 작업을 멈출 권리가 있어야 한다. 작업중지권을 노동과정을 집단적으로 통제하는 보편적 권리로 확장할 때다. 사진: 노동과 세계 올여름 한반도를 덮친 폭염은 한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폭염이 남긴 죽음과 질병, 일터의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며 그 피해가 불평등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이제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난과 위험으로 인해 일터와 일상이 위협받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24년, ILO는 심화하는 폭염·자외선 노출·공기오염·감염병·이상기후 등이 일터 유해·위험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로 인해 매년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역시 2025년에만 폭염으로 29명의 사망자와 4,46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한파로 14명의 사망자와 364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기록적 폭염을 마주한 2026년, 현재까지 3,351명의 온열질환자와 2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8월 10일 기준). 기후재난도, 그 피해 규모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25년 7월,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포함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기후재난 속에서도 작업을 강요받는다. 비정규직이라서, 작업의 멈춤이 수입과 연동되어 있어서, 관리자와 고객의 눈치가 보여서 등 여러 이유가 그 기저에 놓여 있다. 현상 중심의 대응을 넘어 현장통제권으로 이미 체감하는 것처럼, 폭염·한파·낙뢰·폭우 등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터의 위험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맞선 현장 활동이 더 다양하게 기획될 필요가 있다. 갈수록 심화하고 예측 불가능해지는 이들 요인이 각 현장에 끼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파악하는 것,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질환을 예측하고 예방조치하는 것, 피해 발생 시 해당 노동자에게 충분한 치료와 휴식을 보장하는 것 등이 그 예시다. 이러한 활동은 현상에 대한 대응을 넘어 ‘노동자의 현장통제권 확보’라는 원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일터와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주체, 위험작업을 거부하며 현장을 바꿔왔던 주체가 현장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각 사업장 특성에 맞는 관리 책임을 사업주에게 지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업주에게 사업장 온도·습도 등 작업환경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의무, 온열질환 예방 규정을 만들 의무,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보장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의견 적용이 필수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폭염·한파·낙뢰·폭우 등 ‘현상’에 초점을 둔 논의를 경계해야 한다. 폭염이나 한파는 기후위기의 ‘극적인 결과’일 뿐이며, 폭염을 넘어 다양한 안전보건 사안과 다양한 업종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가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장 노동자가 느끼는 사업장 체감온도는 ‘기상청 혹은 사업장 온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은 열-스트레스(Heat-stress) 위험성을 평가하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체크리스트에는 기온, 복사열, 환기 수준, 습도, 작업복, 노동강도, 개인보호구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점수화해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해당 체크리스트는 이러한 요인들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잘 안내되는지, 노동자들이 현재 어떻게 느끼는지를 주되게 평가해야 하며, 무엇부터 개선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도 명시한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라는 것은, 천차만별인 작업 환경에 대해 ‘온도’라는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위험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주체적 판단으로 작업을 멈추고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폭염 등 기후재난은 일터에서 노동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동하기에, 노동자들에게 부과되는 생산량과 노동강도는 이전보다 낮춰 설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 과정에 노동자들이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업장의 조치는 이에 역행한다. 필자는 올해 7월에 한 야외사업장을 현장 조사했다. 당시 기상청이 발표한 기온은 오전 11시 기준 온도 30도, 습도 54%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 지면 온도는 35도를 훌쩍 넘었고, 40도를 넘은 장소도 있었다. 그늘이 없는 환경과 햇빛의 복사열 등이 작동한 결과였다.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당장의 휴식과 작업중지가 필요했지만, 현장에서는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는 명분이 더 크게 작동했다. 자본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해당 시간대에 할인행사를 진행했고, 노동자들은 고객과 함께 야외에 나가야 했다. 올해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수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노동자들의 온도 측정 활동조차 방해해 온 쿠팡 자본은, 폭염 시기 주문량을 늘리면서 배송 마감 기준은 유지했다. 노동자들은 40도를 훌쩍 넘는 실내 공간에서, 폭염 시기 더욱 강해진 노동강도를 감내하며 일하다 쓰러졌다. 사진: 노동과 세계 작업중지권, 위험 대응을 넘어 현장통제권 확보의 매개로 기후위기 시대이기에 더더욱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천천히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확보가 필요하다. 앞으로 더 많아지고 예측 불가능해질 위험 상황에 노동자가 즉각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집단적·개별적 노동자 참여의 권리로서 이야기되고 있는 작업중지권은, 그것이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든 예방을 위한 작업중지든, 현장 노동자들의 판단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중대재해에만 적용되는 권리가 아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재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행사하는 사전적·예방적 권리다. 작업중지권은 그동안 작업 ‘안전’을 위한 수단뿐만 아니라 높은 노동강도에 항의하고, 위험작업을 거부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회사가 라인 가동 속도를 일방적으로 높이자 이에 항의해 라인을 멈춘 한국GM 노동조합의 사례, 강풍이 불거나 현장 안전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위험 상황에서 작업을 거부한 건설노동조합의 사례 등이 그 예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작업중지권이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다. 올해 8월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건설노동자 2,5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0%가 체감온도 38도에도 작업을 중지하지 못하고 일했다. 응답자의 82.2%는 작업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주된 이유는 작업중지가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을 멈추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 해고하겠다고 위협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많다. ‘위험하면 작업을 멈추고 쉴 수 있다’는 점 자체를 안내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들의 사례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골프장 캐디들은 폭염, 폭우 상황에서도 고객이 계속 치겠다면 멈출 수 없다. 안전보건 확보와 관련한 사측 의무와 책임이 빠진 채, 작업중지가 개인의 행위와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사업장들도 있다. 마주한 과제들이 많다. 작업중지가 징계, 해고나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과 연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고, 행사 사례를 확대해야 한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기후재난이라는 위험을 마주한 피해자, 개별 행위자로서 ‘대응’하는 정도를 넘어, 집단적으로 노동과정을 통제하는 권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속화될 폭염에서 적절한 쉬는 시간이 제공되지 않을 때, 스스로 업무를 중단하고 쉬는 행위를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야외에서 일하는 독일 지붕수공업자들은 단체협약으로 작업중지권을 보장받았다. 노동자는 기후에 따라 작업을 멈출 수 있고, 시간당 임금의 75%를 보전하는 휴무수당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폭염이나 혹한 등 ‘정말로’ 재난 직전을 마주하는 상황을 포함해, 일터의 위험을 예방적으로 통제하고 현장의 기준을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삶에 맞출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작업중지권이란 폭넓은 권리 발휘가 필요하다. 이는 자본이 설정한 속도와 시간, 작업환경 등을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중심으로 재조직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기후재난 시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구축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를 구체화하고 실물화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조직적 힘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긴다. 함께 더 많은 작업중지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통제권을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정착시키자. -
몰려오는 3대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사회적 대화를 걷어치우고 투쟁의 전열을 정비하자이재명 대통령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주문했다. 정권이 그토록 밀어붙이는 메가프로젝트와 함께, 전면적 노동개악이 오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메가특구 △주 52시간 상한 제외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허용 업무 확대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자본을 위한 무제한적 노동시간을 강요하는 조치들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 노동운동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국가와 자본에 맞선 총파업 총투쟁에 나서야 한다. 사진: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노동절의 축배 지난 노동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 올라 환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경수 위원장의 환한 웃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메가특구특별법으로 노동개악 추진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신들의 야당 시절 내걸었던 반도체특별법 내 '주 52시간제 예외' 반대 방침도 손바닥 뒤집듯 뒤엎어 버렸다. 급기야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전남본부는 메가특구를 환영하는 성명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주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이를 뒷받침할 '메가특구특별법'은 주 52시간제 예외, 기간제 사용 기간 4년으로 연장, 파견 업종 확대 등 명백한 노동권 후퇴와 노동유연화를 강요하는 신호탄이다. 자본가들이 이 개악을 메가특구에만 한정 짓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운운하며 전 산업으로 확대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지도부는 투쟁의 칼을 빼 들기는커녕, ‘사회적 교섭’(노사정 대화) 복귀를 공식화하며 자본과의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투항적 기조는 중앙 지도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산하 지역본부 역시 지자체 단위 '노사민정협의회'나 '지역 교섭'이라는 이름으로 이와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이며 투쟁의 날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상생’을 명분으로 포장된 지역 노사정 대화 시도들은, 결국 메가특구와 같은 자본의 거대한 착취 실험장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노동자계급을 들러리로 전락시킬 것이다. 노동개악이 몰려오는 지금, 중앙이건 지역이건 기만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에 민주노총을 얽매려는 지도부가 과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겠는가? 사진: 뉴스1 자본가들의 축배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 노동특례는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지만, 그 실질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노동시간 규제를 허무는 노동개악이다. 정부는 메가특구 내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의 서면 동의’를 전제한다고 하나, 애초 자본과 노동자의 힘은 대등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동의’ 확인은 당연히 해고 압박을 동반하는 강제일 수밖에 없다. 기간제 사용기간 확대는 자본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방안이 시행되면 메가특구 내 기업은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도 4년 동안 단물만 빼먹고 버릴 권한을 확보하게 되며,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한 직장 내 갑질이나 부당 노동 강요에 노동자가 노출되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또한, 반도체·인공지능 등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한도 예외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현장의 장시간 노동은 주 52시간으로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기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충분한 인력을 고용해 노동 강도를 줄이는 대신, 기존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해 비용을 줄이려는 자본의 선택이다. 주 52시간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허물면, 밤샘과 연속 근무가 일상화되고 노동자의 건강과 삶은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일정 소득 이상 노동자를 노동시간 규제와 연장노동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추진하고 있다. 파견 허용 업무 대폭 확대 역시 추진되고 있다. 현행법은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청소, 경비 등 32개 업무로 제한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대한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정부의 조치는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자본에게 세계시장 내 경쟁에서 우위를 안기는 선물이 될 것이다. 최대 6개월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확대하는 개악 역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은 일반 업무는 1개월,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는 최대 3개월이다. 정부는 이를 최대 6개월까지 확대하려 한다. 정산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특정 기간에 노동시간을 집중시킨 뒤 나머지 기간의 노동시간을 줄여 전체 평균을 맞출 수 있다. 자본은 이를 통해 집중 기간에는 주 80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강제할 수 있다. 당연히 초과근로수당 등도 없을 것이다. 자본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생산일정이나 프로젝트 마감에 맞춰 인간의 노동시간을 고무줄처럼 늘이고 줄이면, 노동자의 일상생활과 생체 리듬을 철저히 붕괴시킬 것이다. 노동자들은 진짜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환상을 깨고 단위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 자본에 맞선 투쟁으로! 상층부의 타협적인 노사정 대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층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 열망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청, 파견, 용역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 년간 자행된 중간착취의 굴레를 끊어내고, ‘진짜 사장’인 원청과 직접 교섭하겠다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이 투쟁을 개별 사업장이나 단위노조의 원청교섭 쟁취에만 가두어 두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머리 위에는 개별 현장의 승리를 단숨에 집어삼킬 ‘메가특구특별법’이라는 폭탄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특구특별법에 담긴 규제 특례는 합법적인 무한 착취를 보장하는 '노동 개악의 종합판'이 될 것이다. 우리가 현장에서 피를 토하며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분별한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양산 체제를 끝장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메가특구는 바로 그 간접고용과 장시간 노동을 전체 노동시장으로 확장하는 교두보다. 이 법안이 통과되어 전국 곳곳에 '노동권 예외지대'가 들어선다면, 우리가 힘겹게 쟁취해 낸 원청교섭의 성과조차 거대한 규제 완화의 해일 앞에 모래성처럼 휩쓸려 갈 것이다. 자본은 더 싸고 유연한 노동력이 널린 메가특구로 공장을 빼돌리고, 특구의 기준을 전국 표준으로 만들자며 우리 목을 조여올 것이다. 그렇기에 단위노조의 원청교섭 투쟁과 메가특구 저지 투쟁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싸움이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향해 쏟아낸 분노는 각 사업장 ‘진짜 사장’들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권을 제물 삼아 이윤축적을 확대하려는 국가권력으로, 또한 자본의 이윤을 위한 국가적 동원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로 향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은 만연한 '사회적 대화'와 '상생 교섭'의 환상을 단호히 끊어내고, 현장의 힘을 더 넓은 전선으로 확장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대화 복귀 같은 기만적인 타협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조합원들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선언해야 한다. 투쟁의 의지를 모아내고 조합원들에게 명확한 전망을 밝히는 것, 그것이 지금 민주노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7월 15일 민주노총 총파업 서울 집회 사진: 노동과 세계 -
발전통합은 발전소 노동자 총고용 보장하고 기후위기 막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발전공기업 ‘1사 통합’은 발전산업 분할이 낳은 중복과 비효율을 바로잡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발전산업 분할 이후, 관리조직의 중복적 비대화 등에서 기인하는 추가비용은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돼 왔다. 또한, 발전공기업의 재생에너지 직접 건설 역량은 약화되고 민간사업자와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에 대한 의존은 커졌다. 발전통합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희생 없는 정의로운 전환,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위기 대응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2월 의뢰한 발전통합 관련 연구용역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에 대한 중간보고회에서 ‘발전공기업 1개사로 통합이 최적’이라는 권고가 나왔다. 보고서가 ‘1사 통합을 최적’으로 제시한 이유는 ‘재생에너지·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 가능’하고 ‘단일 법인 내 직무 전환‧인력 재배치 가능 등 정의로운 전환에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사 통합’이 재생에너지 건설 및 정의로운 전환에 용이 연구용역을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은 ‘△에너지 전환 실행력 확보(투자 자본력 결집) △리스크 저감 구조 형성(좌초자산·단일전원 리스크 해소) △운영 효율성 제고(중복 제거, 규모의 경제) △정의로운 전환 용이(고용 및 지역사회 충격 흡수) 등 4대 원칙을 통해 발전공기업의 개편 방향을 검토했다’며 ‘권역별 2~3사로 통합’이나 ‘지주+권역별 2~3개 자회사 구조’보다 ‘1사 통합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는 학계(5명)와 노조(3명), 시민단체(1명), 경영계(1명) 등 10명의 패널이 참가해 대체로 찬성과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당연한 결론 사실 ‘1사 통합’은 당연한 결론이다. 2001년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 6사가 한전으로부터 분리된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발전노동자들이 벌인 38일간의 강고한 투쟁으로 발전소 민영화는 저지했지만, 6개로 나눠진 발전소의 문제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우선 연료구매비가 크게 늘었다. 연료비는 전력 생산 전체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발전산업이 분리되기 전에는 한국전력이 연료를 한꺼번에 사들여 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분사 이후 각 발전 회사가 따로 연료를 구매하면서 발전사의 구매 경쟁이 심해지고, 연료 가격이 오르게 되었다. 이에 더해 분할된 발전사별로 부두를 공유하지 못해 선박이 항구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에 따라 ‘체선료’(배가 하역을 기다리는 동안 선주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발전산업 분할 이후, 체선료는 2002년 당시보다 100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0년 국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체선료는 1,054억원으로 뛰었다. 2002년 12억원에 불과하던 체선료가 2008년 100억원 이상으로, 다시 1,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2008년 국정감사 당시에는 발전사들이 따로 연료를 사면서 발생한 구매 비효율과 운송 지연으로, 유연탄 구매 비용만 해도 매년 5,0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불필요한 전력거래시장 개설과 관리조직의 중복적 비대화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했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에 전가되었다. 발전사 분할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역량도 약화시켰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자체 건설로 이행한 비중은 2014년 54.4%에서 2025년 18.7%로 크게 떨어졌다. 발전공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건설하기보다, 민간사업자가 생산한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에 의존해 온 것이다. 이처럼 공공의 직접 투자와 건설 역량이 약화되면서 민간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왔다. 그간 명백히 드러난 발전산업 분할의 문제로, 발전 5사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민간자본을 대변하는 정부관료들의 방해로 무산됐다. 안심은 No! 발전통합 연구용역 결과는 당연한 결론이지만 자본과 이들을 대변하는 정부관료의 방해를 뚫고 만들어낸 커다란 성과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용역보고서를 정부가 그대로 따를지도 불투명하고 이어지는 통합과정에서 애초 취지와 다르게 변질될 수도 있다. 또한 25년 넘게 다르게 유지됐던 조직 체계와 노동조건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인력구조조정과 노동조건 개악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가만히 기다려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시작!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는 더욱 커다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민간과 공공의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 개발의 장단점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충분히 드러났다. 민간 주도 재생에너지 개발은 공공 주도에 비해 비용도 많이 발생할 뿐 아니라 안정성도 많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민간사업자들은 금리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을 지연하거나 철수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기업은 이윤이나 시장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건설계획을 추진하기 때문에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민간자본과 정부관료들은 언제든지 민간 주도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이미 민간자본이 90% 이상 장악한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민간자본과 정부관료의 방해를 뚫고 공공주도 재생에너지를 확장해야 한다. 2025년 12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발전소 폐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발전 5사가 하나로 통합된다고 자동으로 해결되지도 않고 정부관료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꾸지도 않을 것이다. 발전소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만이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정의로운 전환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앙으로 치닫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발전통합을 통한 공공 전력산업 확장이 필수적이다. 자본과 정부가 주도하는 이윤 기반의 대책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만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 발전통합은 발전소 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고 기후위기를 막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
[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5] "원청교섭을 성사시킬 있는 힘은 법이 아니라 단결투쟁입니다" -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이상규 동지를 만나다인터뷰 및 정리 : 이환태(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편집자 주] 원청교섭 투쟁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의 원청은 사용자성을 거부하고,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자료에 따르면 8월 3일 기준, 금속노조 교섭요구를 받은 재벌 대기업 25곳 중 단 한 곳도 아직 교섭장에 나오지 않았다. 전진이 기획한 원청교섭투쟁 인터뷰 다섯번째 순서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전 지회장을 만났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021년부터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왔지만, 현대제철은 지금껏 무시로 일관했다. 노조법 개정 후 원청교섭 원년인 올해에도, 현대제철은 내화조업정비지회 참여 거부, 상급조직(지부) 참여 거부 등 교섭해태를 지속하고 있다. 원청교섭은 노사정대화가 아니라 투쟁 조직화를 통해 뚫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대제철의 사례를 통해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상규 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과 만나 현 상황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사진=2025년 1월 17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주최 "내란정당 국민의 힘 해체! 노예제도 비정규직 철폐!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대행진"에 참여해 발언하는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지회장 Q : 본인을 소개해 주십시오 A : 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대의원 및 교섭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2020년부터 전임 법규부장 역할을 하면서 2021년에 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은폐하려고 설립한 자회사 반대 총파업, 53일간의 통제센터 점거투쟁을 했습니다. 그 투쟁은 제가 그동안 갖고 있던 조합활동에 대한 인식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계기였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2기, 13기 지회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안으로는 ‘정규직 전환은 소송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점을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고, 밖으로는 ‘공장 담벼락을 넘어 전국의 동지들과 함께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임기를 마치고 현장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 금속노조는 올해 ‘원청교섭 쟁취 원년’을 선언했습니다. 금속노조의 원청교섭쟁취 투쟁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금속노조가 올해를 원청교섭 쟁취 원년으로 선언하고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언과 계획만으로 자본과 정권을 압박할 만한 위력적인 투쟁을 만들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금속노조가 앞장서서 투쟁을 만들겠다는 지점엔 공감합니다. 다만,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본이 위협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총파업은 공염불이 될 것입니다. 최소한 개별 사업장에서라도 자본을 압박하는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나아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함께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 조합원들이 원청교섭을 하청교섭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 분명히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십여 년간 하청업체와 교섭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임금, 고용, 노동환경, 안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현대제철의 결정에 좌우되어왔습니다. 그래서, 하청교섭을 진행하면서도 어떤 쟁점이 생기면 원청을 상대로 투쟁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에게 원청교섭은 단순히 교섭 상대가 바뀌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무늬만 사용자인 하청 사장들과 교섭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진짜 사장과 마주 앉는 문제이고, 조합원들의 핵심 요구인 ‘직접고용’을 결정하는 당사자와 교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Q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올해 투쟁의 핵심인 원청교섭쟁취 투쟁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아쉬운 지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입니까? A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노조법 개정 이전부터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고, 법적 판단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이나 법률적 성과만으로는 원청교섭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투쟁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도 병행해 왔습니다. 올해 3월 개정노조법이 시행되면서 지회가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확장되었습니다. 그동안 지회가 원청교섭을 뚫으려 했던 노력을 가시화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발 앞서 치고 나가야 했습니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회가 가고자 했던 길을 과감히 걸어야 했습니다. 그 길이 험난하리란 걸 조합원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 지도집행부는 굼뜨기만 했습니다. 2천 조직의 단결투쟁으로, 연대의 힘으로 뚫어내기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노동부, 지방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데에 더 힘을 쏟았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닙니다. 전 조합원 하루 파업도 했고, 금속노조 1차 총파업에 총량 8시간 파업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사교섭에 고용노동부가 개입하는 노사정회의를 받아들인 일은 중대한 실수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노동부가 개입한 노사정회의에서 교섭 성사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많은 조합원들이 불법파견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만 기다리려 하고, 원청교섭이 온전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도집행부는 그것이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도집행부가 전적으로 조합원대중의 힘에 기대지 않고 시선을 주변으로 돌린 건 아쉽습니다. 사진=2026년 6월 24일, 현대차 본사 앞 현대제철 비정규직 원청교섭 결의대회 Q : 현대제철 자본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다면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 현대제철 자본의 교섭 거부는 자신들이 사용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내용은 법적 논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법적 논쟁에 매몰되는 순간, 대공장 불법파견 투쟁이 그랬던 것처럼 현장투쟁이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십수 년을 기다려 법원의 판단에 의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정 노조법 시행 초창기에 돌파하지 못하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교섭을 거부한다면 현장을 멈추고 생산에 타격을 주는 과감한 투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Q : 마지막으로 전국의 원청교섭쟁취 투쟁에 나선 사업장들을 향해 특별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십니까? A : 수십 년 동안 하청노동자들은 진짜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은 커녕 대화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법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순순히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을 끌기 위해 법적 다툼을 이어가며 사용자성을 부정할 것입니다. 결국 원청교섭을 성사시킬 수 있는 힘은 법이 아니라 단결투쟁입니다. 연대입니다. 누군가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은 전국의 원청교섭 투쟁 사업장들이 함께 열어야 합니다. 원청 교섭은 선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과 연대로 만들어집니다. 함께 싸워서 함께 승리합시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