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투쟁] “학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고자 앞장섰던 지혜복 선생님이 계시는 그 학교에서 자라난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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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우리의 투쟁] “학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고자 앞장섰던 지혜복 선생님이 계시는 그 학교에서 자라난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2024년 12월 31일, 3.8 여성파업 조직위가 주최한 여성/퀴어/노동자 1차 오픈마이크, “윤석열은 감옥으로, 지혜복은 A학교로!”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동덕여대 졸업생으로 자신을 소개한 김강리 님의 이야기입니다. 투쟁의 목소리를 더 널리 전하고자, 스튜디오 알 영상을 지면으로 옮겨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명숙님과 함께 남태령에서 밤을 지새웠던 김강리라고 합니다.

 

저를 수식할 수 있는 많은 말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제가 동덕여대 졸업생이라서 또 한마디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26일, 우리가 여전히 트위터라고 부르는 X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금 취직하려는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지금 하는 시위랑 본인은 무관하다는 증명서를 직접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기업들이 많다" 이런 말을 교수로부터 들었다는 트윗이었습니다.

 

졸업생들에게 이 글을 공유했을 때, 그 누구도 믿지 않았습니다. 재학생을 겁주기 위한 몇몇 교수의 수작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사실 확인을 해봐야겠다면서 그 생각에 공개적으로 멘션을 달았습니다.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스타그램 DM이 울렸습니다. 선배로부터 기업이 시위나 동덕여대 사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약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는, 게다가 서약서에 관하여 발설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내가 인사담당자면 동덕여대 거를 듯", "HR 담당자들이랑 모임하는데 향후 몇 년은 동덕여대 거른다던데"하며 올라왔던 게시글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우영이 페이스북에 “최근 서울 ㄷ여대 학생들의 교내 시설물 파손, 지워지지 않는 비가역적 낙서, 교수님이나 행정직원분들에 대한 폭력적 언행, 설립자 동상 훼손 등에 관한 뉴스를 접하며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 아들을 둔 아비 입장에서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렇게 지껄였던 헛소리가,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 다음날에는 혜화캠퍼스 인근에서 동덕여대 중앙동아리 연합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하교를 하던 중·고등학생들이 우리의 투쟁을 조롱하는 장면을 목격해야 했고, 집회가 종료된 이후에는 안티-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유튜버가 난입하여 현장에서 물품 정리를 하던 스태프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남태령에서 시작된 연대가 들불 같이 번져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전에 우리를 향한 성희롱과 폭언을 마주하고 온라인 테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해당 학교에 재학생들의 온라인 테러 중단과 민주 시민 의식 및 성인지감수성 함양을 위한 교육을 요청하는 공문을 작성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의 학교에는 지혜복 선생님이 계셔야 한다고요.

 

터져나오는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엉겨붙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앞에서 오늘도 좌절한 동덕여대 졸업생으로서 저는, 지혜복 선생님이 단호히 성폭력·성차별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내일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학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고자 앞장섰던 지혜복 선생님이 계시는 그 학교에서 자라난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들의 어제는 이제 뒤로 하고, 우리의 내일을 앞당기고자 합니다. 그리고 내일로 넘어가는 그 길을 여러분과 함께 걷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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