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3.8 여성파업 조직위가 주최한 여성/퀴어/노동자 1차 오픈마이크, “윤석열은 감옥으로, 지혜복은 A학교로!”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내일이면 스무살이 되는 06년생 레즈비언이자 학교 밖 청소년"으로 자신을 소개한 베라님이, "지혜복 교사님 같은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투쟁의 목소리를 더 널리 전하고자 스튜디오 알 영상을 지면에 옮깁니다.
“저는 내일이면 스무 살이 되는 06년생 레즈비언이자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한국의 수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과 같이 학교에 있을 수 없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시민 한 명으로서 의견을 말하러 왔습니다.
발언을 시작하며 많은 분들이 모르실 일을 하나 말해보려고 하는데요. 아직 코로나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22년 말 저는 하나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교육참여수당'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교육참여수당이 무엇인지 모르고 계실 겁니다.
간단히 설명해보자면요. 서울특별시에는 학교밖청소년 기관인 '친구랑'이 있는데요. 교육참여수당은 친구랑에서 진행되는 정책으로 기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할 경우 나이대에 따라 다른 금액을 한 달마다 지급받는 정책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 중에는 알바를 하거나 직업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는 자들이 많은데요. 노동하는 청소년, 특히 학교 밖 청소년들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그를 반영하는 법적 구조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교육참여수당, 그리고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마음 편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고 생명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참여수당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한 예산 삭감 의결로 완전히 사라질 뻔한 것입니다.
이는 추후에 복구가 되었는데요. 교육참여수당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의결한 예산으로 이루어진다고 그것을 대적인 국민의힘 주도로 사라질 뻔했다고 말한다고 하여 제가 서울시 교육청을 칭찬하러 나왔다고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제가 학교를 나오게 만든 세상은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2.3 내란 사건 이후 지혜복 교사님의 일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오랜만에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여성을 향한 성희롱과 폭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교실 안, 그리고 무관심한, 아니 오히려 혐오를 부추기는 교사들, 그 속에서 사라진 성소수자와 장애인, 그것이 제가 학교를 나온 이유였습니다. 저는 분노했습니다.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은, 우리 사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경솔함과 무관심, 보복으로 반응하고 그것들이 당신이 말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입니까? 학교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없는데 대체 누가 이런 나라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가고 싶겠습니까? 차별을 당하고 목숨을 위협받아도 가해자는 당당히 삶을 살아가는 나라에서 어떤 여자가, 성소수자가 살고 싶겠습니까?
학교에서 지내는 건 늘 어려웠지만 그곳에서도 저는 친구를 만들었고 저를 지지해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과 같이 한때 학생이었던 사람으로서 지혜복 교사님 같은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할 때 한 명의 내 편이 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야 저는 더더욱 분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령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금 당장 지혜복 교사님을 복직시키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성하십시오. 청소년이 미래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그 미래가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계십니까? 학생이 학생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십시오. 청소년이 청소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저 몇 명의 어른의 말로 청소년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하십시오.
저는 내일이면 스무 살이 되지만 학교에서 살아있기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던 순간은 양로원에 가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어떤 학생이라도 이런 기억을 가지지 않길 바라고 이런 학생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 안전한 세상에 올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