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노동자 친구들과 광장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할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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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발언] 노동자 친구들과 광장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할 내일을 위해

여성/퀴어/노동자 3차 오픈마이크_저임금, 고용불안 없어야 민주주의

[편집자 주] 2025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저임금, 고용불안 없어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1월 18일 여성/퀴어/노동자 3차 오픈마이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자유발언한 강명지 동지의 발언문을 기고문으로 싣습니다. 

 

 

투쟁으로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안녕하십니까, 선택받은아이들 내일찾기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광장식으로 다시 소개하자면, 20대 시스젠더 무성애자 페미니스트 여성이기도 합니다. 프리랜서 계약의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고요. 저는 오늘 노동과 광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12월 3일, 내란이 발발했을 때 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주어진 일을 마쳐야 하니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회로 뛰쳐나갔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만큼이나, 업무로 인해 발목이 묶이는 감각 또한 컸습니다.

 

그러고 나니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생계에 얽매여 연대를 외면하고 말았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저는 제 노동장비인 노트북을 들고 광장으로 뛰쳐나왔습니다. 효율이 떨어질 것을 감수하고 광장에서 일했습니다. 몸은 날로 고단해졌지만, 그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동지들, 제가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가난하고,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넉넉지 않은 임금으로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저와 같이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중 누군가는 어쩌면 바로 그 노동 때문에 광장에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근무 시간과 요일을 조정할 수 없어 물리적으로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집회에 나왔다는 게 알려지면 해고당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혹은 과중한 업무로 지나치게 소진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 외에는 무엇도 마음먹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운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저 역시 그러한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과중한 노동으로 인해 내 삶을 돌볼 시간이 없어 집을 치우기는커녕 식사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제 건강을 돌보지도 못하고, 그렇기에 광장에 나서는 대신 생활비를 헐어 기부하는 것으로 죄책감을 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모여 함께하는 일의 전율과 중요성을 깨달아버린 저는, 우리가 무수한 의제들과 함께 광장에 나올 권리를 위해서도 함께 투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모든 가용자원을 노동만을 위해 쓰지 않아도 되는 내일을 위해서,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리며 광장에 망설임 없이 나올 수 있는 내일을 위해서, 광장에 나왔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내일을 위해서, 그래서 나의 무수한 노동자 친구들과 광장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할 내일을 위해서 우리가 함께 투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내일이 우리에게는 있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구호 한 번만 외치고 내려가겠습니다. 제가 우리에게는! 이라고 외치면 내일이 있으니까! 라고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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