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조건설 연대 캠페인에 나서자!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조건설 연대 캠페인에 나서자!

  • 양준석
  • 등록 2024.05.28 11:47
  • 조회수 435

'현대차 노동자들이 함께 일어서자!' 전미자동차노조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등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에 나섰다 사진: UAW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 자리한 현대차 미국공장에서 노조건설 운동이 한창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한국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UAW의 역사적인 파업 승리와 조직화 캠페인

 

미국의 전미자동차노조(UAW)는 2023년 9~10월 3대 자동차기업 빅쓰리(GM·포드·스텔란티스)를 상대로 40여일간 파업투쟁을 벌여 △임금인상 △이중임금제 폐지 △물가임금연동제 복원 △공장폐쇄에 맞선 파업권 보장 등을 쟁취했다. △임시직 고용보장과 정규직화 미진 △2007년 이후 입사자의 퇴직의료연금 복원 미해결 △전면파업 불발 등에서 한계도 분명했지만, 수십 년 동안 끝없는 양보교섭으로 점철돼 온 역사 위에서 보자면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승리’라 할 만한 결과였다.

 

UAW는 2023년 파업투쟁 승리를 노동자계급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11월부터 현대차,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등 13개 미조직 자동차 공장 15만 명을 상대로 조직화 캠페인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4월 17~19일 테네시주 채터누가 폭스바겐 공장에서 노조건설 인준투표를 실시하여 73% 찬성으로 압도적 가결을 끌어냄으로써 첫 번째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5월 13~17일 앨라배마 주 터스칼루사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실시된 노조건설 인준투표에서는 56.4%가 반대를 던져 부결됐다.

 

세 번째 노조건설 인준투표가 열릴 곳은 아마도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현대차 공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월 1일 UAW가 현대차 공장에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세 번째로 노조건설 동의서명이 3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법에 따라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건설 인준투표를 신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노조건설 동의서명 30% 달성을 발표하고 100일이 넘었지만 UAW는 추가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상황이 보여주듯이, 현대차 사측과 앨라배마 주 정부 등이 노조건설을 적극 방해하고 나서면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2002년 현대자동차는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에 미국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2005년 문을 연 이 공장에 앨라배마 주 정부는 2억 5,280만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주 정부가 제공하는 막대한 보조금, 취약한 노동조합 전통과 저임금에 이끌려서, 비슷한 시기 독일·일본 등 다른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도 줄줄이 미국 남부지역에 현지공장을 세웠다. 기아자동차도 2009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미국공장을 설립했다.

 

앨라배마 주에서는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이 설립된 이후 2001년 혼다, 2003년 도요타, 2005년 현대차 공장이 문을 열고 그 협력업체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현재 4만 7천 명이 자동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약 3천8백 명의 노동자들이 산타페, 투싼, 산타크루즈 픽업트럭, GV70 럭셔리 SUV, GV70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3억 달러를 들여 앨라배마 공장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며, 총 50억 달러가 투자되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와 SK On의 합작 배터리공장을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노동조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동자들은 주 6일, 하루 1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날마다 회사가 요구하는 잔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 못지않게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불규칙한 근무일정이다. 특히 주말과 휴일 전후에 작업 스케줄이 수시로 달라지고 또 대부분 직전에야 통보된다. 토요일에 근무한다고 해놓고선 갑자기 취소한다든지, 반대로 근무 안 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출근하라고 통보하는 식이다. 노동자들은 주 6일 근무제와 갑작스러운 작업 스케줄 변경 때문에 주말을 망치고, 과로와 사기 저하에 시달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동자들은 99% 이상 출석을 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시정조치’가 들어간다. 지각이나 결석으로 인해 출근율 99% 기준을 어기면 구두경고를 받고 1년 동안 관찰대상이 된다. 출근율 99% 기준을 한 번 더 어기면 서면경고를 받고 노무과에 반성문을 제출해야 하며 2년 동안 관찰대상이 된다. 출근율 99% 기준을 세 번째로 어기면 자동으로 해고된다.

 

여름휴가와 개인휴가가 근속에 따라 결정되는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1년 동안 4~5일의 여름휴가와 3일의 개인휴가만을 갖고 있다. 휴가를 소진할 경우 자기 몸이 아무리 아파도, 아이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도, 자녀에게 특별한 행사가 있어도,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이를 악물고 출근하거나 징계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작업시간 중에는 화장실 가는 게 제한돼 있다. 또 작업장 온도가 너무 높아서 사람들이 땀을 너무 많이 흘린다. 종종 너무 더워서 기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우리 몸이 찢겨 나가고 있다, 그냥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목, 어깨회전판, 손목터널, 손가락 등에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다. 또 많은 부상을 입는데, 노동자들은 “사람들이 다치고 또 다친다”고 표현한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부상 때문에 회사를 잠시 그만두고 수술을 받은 뒤 복귀한다. 그렇게 다시 돌아오는 노동자들을 회사는 반드시 원래 일하던 똑같은 자리에 배치한다. 그래서 어떤 노동자는 수술을 여덟 번이나 했다고 한다. 또 지금까지 두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었는데, 그때마다 라인이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갔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까지 앨라배마 공장을 다니다가 그만둔 사람이 9천 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일부만 정년퇴직을 했고, 나머지 대부분은 다쳐서 그만두거나 또는 다쳤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임금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지만, 그 임금으로는 자동차를 살 수가 없다. 2019년까지는 1년에 10센트나 12센트씩밖에 오르지 않았다. 2020년부터는 임금이 조금 더 올랐지만, 물가가 훨씬 더 많이 올랐다.

 

그런데 2023년 UAW가 3대 자동차기업(빅쓰리)을 상대로 2028년 4월까지 임금을 25% 인상시켰다. 물가임금연동제 복원에 따른 자동상승분까지 감안하면 33% 인상이다. 그러자 노조건설 바람이 몰아닥칠까 봐 외국계 자동차 기업들도 덩달아 임금을 올렸다. 도요타가 9%, 혼다가 11%를 인상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향후 4년 동안 25%를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1년에 2~3천 달러 이상 준 적이 없던 보너스도 8천 달러나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 앨라배마 노동자들은 빅쓰리에 고용된 UAW 조합원들보다 시간당 10달러 정도를 덜 받는다.

 

"우리 몸이 찢겨 나가고 있습니다" - 열악한 노동조건을 증언하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동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노조건설 시도

 

2015~16년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노조를 건설하려는 1차 시도가 있었다. 일정한 숫자의 노조건설 동의서명을 조직했지만, 사측의 협박과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코로나19 기간에 노동자들이 다시 노조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관리직에게는 유급휴가를 주면서, 생산직 노동자들은 일시해고를 해서 실업급여를 받게 한 게 중요한 계기였다.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릴 때의 심경이 너무 비참했기 때문이다.

 

1차 노조건설 시도 때 만들어졌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노동자들의 소통이 활발해졌다. 게시물을 자주 올리던 다섯 명이 노조건설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면서 줌과 페이스북으로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2023년 가을 UAW 파업이 승리하면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노조건설 운동이 본격화됐다.

 

현대차 앨라배마 사측의 노조건설 방해

 

한국에서 노조탄압으로 악명 높은 현대차가 앨라배마 공장 노조건설 시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지난해 12월 11일 UAW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동자들이 경영진을 노조건설 방해 불법행위 의혹으로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UAW에 따르면, 현대차 사측은 앨라배마 공장에서 업무 외 시간에 업무 공간이 아닌 곳에서 노조 홍보물을 압수하여 폐기하거나 반입하지 못하게 했다. 한 노동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생산구역 바깥에 있는 휴게실로 UAW 유인물을 가지고 갔을 때 그룹 리더가 ‘회사 구내에 이런 건 가져올 수 없다’면서 유인물을 가져가서 폐기처분했다. 주차장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걸 중단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대차 사측은 노동자들을 매일같이 모임에 불러 반노조 영상물을 보게 한다. ‘노조는 평범한 노동자들을 등쳐먹고 사는 부패한 집단’ 같은 온갖 비방들로 노동자들을 세뇌하려는 것이다. 노조 없이도 잘 살아오지 않았냐며 회유도 하고, 노조가 들어서면 공장이 떠나갈 수 있다며 협박도 한다. 반노조 티셔츠를 나눠주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노동관계위원회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상대로 제기된 세 건을 조사하고 있다. 노조건설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한 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건, 노조 유인물을 압수하고 배포를 금지한 건, 그리고 노조 지지자들을 협박한 건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이 2016년에는 노조건설 흐름을 잠재울 만큼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노조건설에 앞장선 노동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다수 노동자를 머뭇거리게 하면서 노조건설의 발목을 잡는 효과는 분명히 내고 있다.

 

앨라배마 주 정부와 자본가단체의 노조 공격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는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탄생지이다. 로자 파크스가 버스 좌석의 강제 양보를 거부하면서 흑인 민권운동의 불을 붙였던 곳이고, 흑인 민권운동에서 전국적인 지도자가 됐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처음으로 설교를 했던 곳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1860년대 노예해방 이후에도 오랫동안 흑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심각하게 자행됐던 곳이다.

 

그런데 그러한 인종적 차별과 억압이 오늘날에도 잔존하면서 노동조합 배제를 통한 노동권 억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앨라배마 주 정치인들은 일자리라는 큰 행운을 안겨다 준 회사들에 (주로 흑인으로 이루어진)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앨라배마 주의 자동차산업을 지키겠다’며 공공연히 반노조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1월 메르세데스-벤츠 노동자들이 노조건설 운동을 공개적으로 시작했을 때, 앨라배마 주지사 케이 아이비는 노조건설을 기필코 좌절시키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자발적으로 노조를 인정하는 기업에는 보조금 수령자격을 박탈하는 법안을 앨라배마 주 의회가 통과시키자, 주지사가 5월 13일 최종 서명했다. 앨라배마 주 자본가단체는 반노조운동 웹사이트를 개설해서 막대한 선전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앨라배마 비즈니스 모델’, 즉 무노조 경영을 어떻게든 고수하겠다는 앨라배마 자본가계급의 태도에는 노예해방을 거부하던 1850년대 노예주들의 모습이 겹쳐 어른거린다.

 

앨라배마 주정부는 자본가들과 함께 현대차 등 미조직노동자들의 노조건설에 탄압을 퍼붓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연대 메시지가 가질 힘

 

한국에서 현대차 자본의 노조 건설 방해와 탄압은 악명이 높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폭력 탄압하고, 수천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부품사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부품사 자본과 함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도 일상적인 단협 위반, 징계 등을 일삼고 있다. 경총, 한경협 같은 자본가단체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 노조법 2·3조 반대, 노동개악 등을 주문해왔다.

 

이런 현대차 자본의 탄압에 맞서 그동안 한국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단결해서 함께 싸웠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서 노조탄압을 일삼던 현대차 자본이 미국에서도 노조건설을 방해하고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간명하다. 미국의 노동자들과도 연대하고 단결해서 현대차 자본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연대와 지지는 앨라배마 공장 노동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중한 소식이 될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라는 위대한 가능성 앞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동자들은 자본이 강요하는 굴종적인 삶을 거부하고 당당한 노동자의 삶을 희망하며 노동조합으로 과감하게 전진할 것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조건설에 대한 한국 노동자들의 연대와 지지는 미국 노동자운동 전반에도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UAW의 파업 승리 이후 조직화 캠페인에 많은 노동자의 눈과 귀가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평양을 건너 머나먼 곳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힘을 건네주는 꼭 그만큼, 우리의 연대는 한국의 노동자운동을 더욱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 우리 자신을 도울 것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노조건설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현장에서 광범하게 조직해 내자!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를 향해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딛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노조건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현대차는 모든 곳에서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라!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 만세!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