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벽을 넘자’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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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차별의 벽을 넘자’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5)

파업 투쟁으로 여성파업에 결합한 KEC지회 이미영, 김진아 동지 인터뷰

  • 이영미
  • 등록 2024.04.11 12:18
  • 조회수 399

금속노조 KEC지회는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부터 결합하여 3월 8일 여성파업 대회에는 전체 조합원 파업지침을 내리고 상경 투쟁을 전개했다. 여성 차별에 맞서는 투쟁을 여성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 받아 안았으며, 생산을 멈추는 파업의 힘을 동원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성파업이라는 구호를 내거는 것과 현장에서 실제로 파업을 성사시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KEC지회는 그 간극을 뛰어넘어 여성파업 구호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노동자의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2024년 3.8여성파업을 현장에서 조직해왔던 KEC지회 이미영 부지회장, 김진아 지회장 동지를 만나 인터뷰했다. 두 동지 모두 지회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동지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사진=KEC지회

 

처음 ‘여성파업’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어떠했고, 2024 3.8여성파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미영(이하 이): 작년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3.8여성파업을여는준비위원회가 진행한 비정규직여성노동자대회에도 함께했어요.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는 여성파업이 가능한가란 의문도 있었어요.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이 다 함께 나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지회에서는 매년 3.8 여성의 날 행사를 현장에서 진행했는데, 으레 하는 연례행사를 넘어서 다른 걸 해봤으면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고, 마침 그때 여성파업 제안을 받고 함께하게 됐죠.

 

우리가 현장의 남녀 차별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또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를 통해서 여성 관련한 여러 문제를 알고 함께 연대하며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함께할 수 있는 동지들이 생기면서 자신감도 더 생겼고요. 일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주저하는 것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조합원들도 당연히 자신들의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집행부에서 여성파업 제안을 받고 추진할 수 있었죠. 우리 현장은 15년째 파업투쟁이 일상화돼 있는 조직이거든요. 그래서 3.8 여성파업에 참여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3.8 여성파업을 통해 우리 조합원들이 힘을 얻는 계기가 될 것도 같았어요. 더 이상 억울하게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 여성파업 투쟁이 더 큰 힘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참여했습니다.

 

김진아(이하 김): 남녀차별 소송 2심이 진행되고 있어요. 1심에서는 부분 승소를 했어요. 인권위에서 차별시정 명령을 냈는데도 부분 승소로 나왔죠. 남녀차별 소송에서 승소한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여성파업의 필요성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우리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먼저 앞장서면 다른 곳에서도 부당하게 차별당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컸어요.

 

3월 8일 여성파업에 결합하기 위해 상경하면서 들었던 느낌, 기대했던 모습이 있었을까요?

 

이: 우리 지회는 전 조합원 파업을 결의하고 참여하게 되어서 무척 설렜습니다. 노동자의 파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업장을 완전히 멈춰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합원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전국의 모든 노동자도 노동을 멈추고 거리로 나오길 바랐죠. 당장에는 모든 노동자가 파업으로 결합하지 못하지만, 앞으로의 과제로 삼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하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3월 8일 진행된 여성파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아쉬웠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진=스튜디오 알

 

이: 한국에서 첫 여성파업이 열린 자체가 일단 감동이었죠. 연대 동지들의 발언에서 아직도 수많은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고요. 특히 여성파업 집회에서는 다 현장 발언들이라 더 집중된 거 같아요. 그러면서 우리 지회만이 아니라 많은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고 있다는 모습에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합원들이 파업하고 서울로 상경하면서 한 조합원은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오기도 했어요. 여성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피켓을 만들 때도 아이들이 함께했죠. 단결된 분위기도 좋았고, 마음이 웅장해진다고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상대적으로 노동자대회에서는 그런 느낌은 사라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대 앞에서는 발언자들이 사례들을 막 얘기하잖아요. 우리 현장의 사례는 알지만 다른 현장, 다른 부분에서의 사례는 몰랐거든요. 듣고 싶은 얘기, 소중한 발언들인데 뒤쪽에서는 집회에 집중하지 않고 어수선해서 발언을 집중해 듣기가 어려웠어요.

 

김: 우리가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사전에 여성파업 집회를 진행했잖아요. 어쩔 수 없었지만 여유 없이 시간에 쫓겨 진행된 거 같아요. 다음에는 여성파업의 내용을 알리고, 의미를 살리는 퍼포먼스 같은 것도 추가하면 좋겠어요.

 

사진=스튜디오 알

 

3.8 여성파업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KEC지회는 전 조합원 파업을 결의하고 참여했어요. 조합원 대부분이 상경했고, 육아 등 조건이 여의치 않은 일부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여성의 날 행사를 진행했어요. 현장에서 ‘차별의 벽을 넘자’ 플래카드를 들고 선전전도 진행하고, 작은 기념품을 준비하여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어요.

 

사진=KEC지회

 

의미 있게 참여하고 싶었어요. 회의에서 요구안을 담은 손 피켓과 배지를 만들자고 했고 피켓 문구도 함께 정했죠. 피켓 제작할 때는 간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달라붙었어요. 멀리서도 눈에 확 띌 수 있게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자음, 모음 하나하나 오려 붙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눈이 침침해져서 ‘선이 안 보인다’, ‘두 개로 보인다’며 난리였어요. 육아를 해야 하는 대의원들은 아이들도 데리고 와서 함께 만들기도 했고요. 제작 과정이 좀 힘들었지만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사진=KEC지회

 

배지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기 어려워 혼자 만들다 보니 시간적인 압박이 많았어요. 지회 활동도 해야 하고, 연대투쟁도 해야 해서 퇴근 후나 주말, 시간 날 때마다 집에서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차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의지로 만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이 너무 좋아했고, 고맙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뿌듯했습니다.

 

사진=KEC지회

 

김: 지회에서는 사업이 확정되면 항상 준비팀을 구성하고 논의하는 체계를 운영해요. 이번에도 여성파업이 결정되고 ‘3.8여성파업 준비팀’을 여성위원회와 함께 구성했어요. 여기서 무엇을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피켓 문구는 무엇으로 할지 등을 논의해서 결정하죠. 다들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일정 조율이 어려워 평일은 안 되고, 주야가 바뀌는 주말에 모일 수밖에 없었죠.

 

현장 조합원들과 여성파업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면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하셨을까요?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이: 피해당사자인 우리가 당연히 목소리를 내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해요. 우리가 차별을 없애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도 차별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요. 한 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많은 노동자가 같은 목소리를 내다보면 조금은 변하지 않겠냐 뭐 이런 얘기도 하고요. 조합원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알고 하지만, 함께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은 침묵하죠.

 

김: 사람마다 성향하고 성격이 좌우하는 측면도 있다고 봐요. 함께하자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냥 포기하면 안 돼요.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하는 과정들이 필요해요.

 

KEC지회의 경우 차별 문제 관련하여 조합원들이 서로 임금을 공개하고 일일이 확인하면서 대응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2019년 인권위에서 차별을 시정하라고 내려왔죠. 이후 회사는 여성 노동자 한두 명 승급을 해줬어요. 그러나 정작 뼈 빠지게 선전전하고, 파업하고, 투쟁하는 우리 지회 소속 여성 노동자들에겐 적용하지 않아요. 투쟁은 우리가 하고 혜택은 투쟁하지 않는 여성 노동자들이 받는 거죠. 이런 짜증 나는 상황이 우리 조합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거죠. 하지만 안 할 수가 없어요. 안 하면 우리도 어용노조처럼 후퇴해 버리고,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려고 혈안이 된 회사만 좋은 거죠.

 

그동안의 과정이 있으니 다른 현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조합원들이 귀가 더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죠. 그럼에도 ‘여성파업’으로 전 조합원 파업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더욱 조합원들과 얼굴 맞대고 소통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하는 과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이고, 바로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차별받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현장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집행부의 역할이죠.

 

사진=KEC지회

 

‘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당당한 KEC지회’ 깃발을 함께 들고나오셨는데요. KEC지회에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성별을 가리지 않는 노동자 전체의 단결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요, 지회의 경우 이런 전체의 단결을 위해 했던 활동내용이나 토론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 과거에는 현장에서 성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여겼어요. 여성 노동자들도 인식을 못 했죠.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도 눈치를 보고 써야 했거든요. 저도 육아휴직을 아예 사용하지 못했어요.


2010년 회사의 노조 파괴에 맞서 투쟁한 것이 노조 활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이 높아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2018년 남녀 차별 소송을 넣으면서 현장의 차별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심을 모아냈어요. 당시에는 일부 남성 노동자들의 반발도 있을 만큼 현장 안에서 뜨거운 이슈였죠. 이후 2019년부터 현장 안에서의 실천을 모색하면서 3월 8일 여성의 날 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여성의 날 행사가 올해로 6년 차인데 지회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어용노조의 조합원들까지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단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행부와 현장 조합원들 간에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꾸준하게 조합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교육과 간담회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조직력 강화와 조직 활성화를 위한 동호회 활동이나 소모임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고요. 노동자의 힘은 단결이잖아요. 조직력과 투쟁력이 있어야 수많은 의제에 대해 함께 투쟁할 수 있고, 성별에 따른 차별에 맞선 투쟁에도 힘이 붙게 된다고 생각해요.

 

지회의 여성위원회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김: KEC지회의 여성위원회는 작년에 꾸려졌어요. 작년에 금속노조 여성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면서 다른 지부 여성위위원회 동지들 활동을 알 수 있었어요. 여성의 날 행사도 하고, 여성들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도 발전돼 있더라고요. 여성들의 활동이 커져야 여성이 주체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늦었지만, 작년에 우리도 여성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작년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가장 먼저 ‘우리들의 평등 수칙’을 만들어서 현장에서 배포하고 게시판에 부착해 두었어요. 또 활동을 고민하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사업장 여성 노동자들과도 여성위원회 활동을 확장시키자 하는 포부가 있었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고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우선은 지회의 여성위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사업계획을 고민 중이에요. 다른 사업장 여성위원회와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KEC지회는 2024 3.8여성파업에 현장파업을 전개한 사업장입니다. 앞으로 여성파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단결이 과제일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KEC지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 여성 노동자의 성장과 자존감을 높이는 여성위원회 활동은 노조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성 노동자들과 남성 노동자들이 함께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속적으로 여성운동에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사업들을 더 고민해야 해요. 관성적인 활동에 머물러 버리면 금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회는 민주노조 활동에 자부심이 큽니다. 꾸준히 조직력을 탄탄히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거든요. 오랜 투쟁과 오랜 집행부 활동에 지치거나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지회는 전체 여성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어요. 현장 활동과 연대활동을 통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김: 차별의 문제는 우리 사업장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어떤 사업장의 경우 여성이 대의원을 한다고 하니 남성 노동자들이 반발해서 한참을 싸워서 겨우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또 어떤 곳은 여성 화장실이 부족해 설치를 회사에 요구하니까 금속노조에 이야기해라, 남성들에게 허락받으라는 등 말도 안 되는 행패를 부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여전히 노동 현장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성과 보수적 정서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그래서 여성 노동자들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 만나 여성파업을 이야기해보면 회의적이거나, KEC지회여서 가능한 거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그럼에도 해야죠. 다른 사업장 여성 노동자를 만날 기회를 만들면서 여성파업의 필요성, 왜 우리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단결해 투쟁에 나서야 하는지 대화를 건네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여성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 성평등은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강화하면서 남성의 권리를 박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평등을 위해 활동해야죠. 남녀차별 철폐는 근본적 차별을 깨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과제라 생각하고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바꿔 나갈 수 있게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지만, 함께 목소리를 내고 투쟁한다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성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함께 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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