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를 찾아간 서진 해고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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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HD현대를 찾아간 서진 해고노동자들

조선업 호황에도 변하지 않는 하청노동자의 현실

  • 양동민
  • 등록 2024.04.03 15:00
  • 조회수 196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이 제작한 영상에서 자세한 그날의 상황을 볼 수 있다. 

 

3월 14일, 분당 HD현대 사옥 앞에 울산 동구주민들과 하청 노동자들이 올라왔다. 현대건설기계 하청업체 서진이엔지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현대굴착기의 암(Arm)과 붐(Boom)을 만들었다.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2019년 8월에 노동조합에 집단가입하자, 회사는 2020년 7월 업체를 폐업했다. 2024년 2월 15일, 서울중앙지법은 HD현대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해왔고, 해고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HD현대건설기계는 수년 간 시정명령도 이행치 않고, 지속된 대화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회사는 불법파견이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왜 다시 항소를 하는지, 동구 지역의 경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HD현대 본사 진짜사장 정기선에게 우리는 물을 것입니다”

 

서진 해고노동자들은 불법파견 판결에 따른 직접고용 이행 요구과 더불어, 조선업 전반의 하청 노동자들이 겪고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임금 7.5% 인상? 기본급은 여전히 그대로

“2023년도에 하청 노동자들 임금이 7% 이상 인상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거랑 너무 다릅니다. 기본 임금이 높아져서 그렇게 임금이 높아진 게 아닙니다. 한국 조선산업이 다시 호황에 접어들면서 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하청 노동자들이 쌔가 빠지게 일해서, 연장특근, 일요일날 쉬지 못하고 출근해서 임금이 올라간 겁니다.”

 

 

이주 노동자 취업사기로 데려와 초과착취하는 HD현대

“(자본은)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저임금 이주 노동자로 채웠습니다. 지금 조선산업에 투입된 이주 노동자들 중에 울산 동구에만 약 6500명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국제취업사기 당하고 왔습니다. 본국에서는 GNI 70, GNI 80*으로 근로계약을 합니다. (*숙련공인 E-7 인력에게 전년도 국민총소득(GNI)의 70~80%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도록 하는 제도이다. 지난해 기준 GNI의 70%는 연 2,954만 원(월 약 246만 원)이다.) 송출업체를 통해서 그렇게 계약한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와서,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와서 다시 계약서를 씁니다. 최저임금에 준하는 포괄임금 계약서를 다시 씁니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올 때 한국 돈으로 1,200에서 1,500만 원 정도 송출업체에 지불하고 넘어온다고 합니다.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 돈으로 1,200, 1500이면, 그 나라에서 피부적으로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 1억 5천 정도의 금액입니다. 그 돈을 보증을 서고 빌리며 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이제는 바깥의 기숙사가 아닌 공장 안에 기숙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 방에 6명을 집어넣습니다. 화장실 하나를 쓰기 위해서는 6명이 줄을 서야 됩니다. 사람입니까? 현대중공업이 요구하는 고품질 선박을 만들어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떻습니까? 최저임금입니다. 체불임금입니다. 4대 보험 체납으로 폐업합니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 휴식이라도 제대로 취하려면 최소한 2인 1실은 기숙사가 돼야 안 되겠습니까? 그런데 6명을 한방에 집어넣습니다. 이런 회사가 HD현대그룹입니다.”

 

하청 노동자 복지증진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자녀학자금 100%를 지급하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에 50% 지급할 때보다 돈이 남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십시오.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조선소 산업 안에 협력업체들은 3년, 4년 주기로 폐업을 계속 이어갑니다. 그런데 원청은 업체 경력 5년 이상일 경우에 그렇게 (복지를) 해준답니다. 폐업이 3, 4년 만에 계속 이루어지는데 업체 경력은 5년을 요구합니다.”

 

하청 노동자가 병들거나 다치면, “우리 직원 아니오”

“현장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병들고 다치고 죽어도 HD현대그룹은, 다른 회사 직원은 우리하고 대화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0년 동안 집계된 것만 474명의 노동자를 죽였습니다. 최근 474번째 노동자가 지난 2월 15일 해양사업부에서 약 9 ,700톤에 달하는 구조물을 옮기다가 현장에서 깔려 숨졌습니다. 유족이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본인이 직접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합니다. “이상균 대표를 구속해 달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에게 현대중공업은 "본인의 회사 직원이 아니다" 라고 얘기합니다. (하청 노동자는) 현대중공업이 요구하는 고품질 선박을 만들었습니다. 생산의 주체로 하청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들고 다치고 죽으면 본인들 회사 직원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본인들과 관련 없다고 얘기합니다.”

 

 

‘우리 직원은 아니지만’ 안면인식시스템으로 생체정보 제공 요구

“안면인식 개인정보 동의하면, 하청 노동자들의 의료기록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정기선 대표이사가 얘기했던 (개발하겠다는) 바이오 생명공학에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 없다'는 하청 노동자들의 생체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 그들의 의료기록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제3자 정보제공에 동의하라고 합니다. '거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서조항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라는 그 단서조항 때문에 (하청 노동자들은) 다들 서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K-조선 재도약’이라지만, 심화하는 다단계 하청구조

"'K-조선 재도약'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대한민국 조선산업은 초호황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럼 보통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거리가 많아졌으니까' '상시고용인력을 늘리겠구나' '깎였던 임금 다시 회복할 수 있겠구나' 그런데 정권과 조선산업 대자본들은 상시고용인력을 늘리지 않고 초단기 계약 늘려서 다단계 하청 구조를 더 심화시켰습니다."

 

28일 아침선전전을 마친 후 서진이엔지 해고노동자들은 HD현대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러나 HD현대는 HD현대 사옥의 사유지를 밟는 것조차 제지하며, 공문을 전달하는 노동자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는 등 폭력적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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