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3]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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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3]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 고근형
  • 등록 2024.03.28 22:06
  • 조회수 407

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한국 노동자 기후파업을 위하여

 

현장투쟁과 기후정의운동을 연결하자

 

메가스트라이크 등의 사례에서 보듯, 자본을 압도할 힘은 노동자계급의 조직된 힘이다. 지금 기후정의운동에 필요한 것은 각 산업 현장에서 자기 요구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싸움을 만들어 나갈 노동자계급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정태모(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모임)는 한국에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운동이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태모는 총고용보장-비정규직 철폐-노동권보장이라는 요구를 에너지산업 국유화-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기후정의운동의 요구와 접목했고, 2022년부터 발전소 안팎에서 끊임없이 활동을 전개했다. 이런 활동의 결과로 정태모는 충남노동자행진을 제안하는 등 기후정의운동의 주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정태모 같은 사례가 여러 업종과 현장으로 확산돼야 한다. 물론 여전히 한국의 대다수 노동자계급에게 기후정의는 낯설다. 그러하기에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 모두 노동 현장의 투쟁을 기후정의운동과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업과 현장에서 노동자 통제를 지향하는 투쟁이라면 거기서부터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노동안전보건 투쟁 영역에서 노동자 현장통제권이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위험 상황 시의 노동자 작업중지권이나 휴게시간 보장,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 등이 그것이다. 기후재난 상황에서 현장통제권 투쟁은 그 자체로 기후정의운동이 될 수 있다. 기후정의는 당분간 지속될 기후재난에서 인간이 존엄하게 살 권리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폭염, 혹한과 같은 기후재난에서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극한기후 시 작업중지권 보장, 실내 냉난방기-옥외 노동시간 단축 및 조정이 가능해야 한다.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시간과 노동환경을 자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기후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현장통제권 쟁취 운동은 동시에 기후정의운동일 수밖에 없다.

 


기후재난,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한 노동자 현장통제권이 기후정의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해, 업종을 뛰어넘는 계급투쟁을 준비하자

 

발전 등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면 총노동 차원의 산업전환 대응은 무기력하다. 민주노총은 아직 기후정의운동에서 자기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금속노조의 경우 산업전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요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산업전환법’ 통과를 위한 활동을 벌여 오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계급투쟁 대신 ‘사회적 대화’로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가능하다는 환상일 뿐만 아니라, 그조차 상층기구의 논의일 뿐 현장을 조직하는 요구는 아니다. 사회적 대화기구든, 산업전환 일자리 심의위원회든, 이윤에 균열을 내지 않는 수준의 노동자 참여라면 정부와 자본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노동자는 기후위기 주범,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계급투쟁으로 물어야 한다.


금속노동자들은 산업전환 계급투쟁을 위한 자기 요구부터 세워야 한다. 전기차-수소차 전환으로 인해 내연기관 부품사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이 예고된 지 오래다. 이는 단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친환경 전환을 요구받는 조선-철강도 마찬가지다. 자본은 산업전환 비용을 가장 열악한 노동자에게 전가하고자 한다. 지금 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자본가와의 대화와 거버넌스가 아니다. 자본에 맞서 자기 요구를 관철할 힘, 계급투쟁이다.

 

금속노동자의 기후정의, 기후위기-비정규직양산 주범 금속산업 자본에 대한 징벌이다
 

금속산업 재벌은 기후위기 주범이다. 그것도 다단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땀으로 이윤을 쌓아올린 기후악당이다. 금속노동자의 기후정의는 바로 금속산업 재벌을 징벌하는 것이다. 금속노동자의 요구는 △금속산업 재벌이윤 환수 △물량과 무관한 생활임금 보장 △금속산업 노동자 총고용 보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파산부품사 공영화 △다단계 하도급 생산구조 철폐 △노조파괴-비정규직양산 총수 일가 구속처벌과 경영권 박탈 등이 되어야 한다.


물론 위 요구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싸움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완성차 원청노동자, 하청노동자, 부품사 노동자의 연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업장 단위, 업종 단위를 뛰어넘는 투쟁을 준비하지 않을 때, 산업전환 대응은 자칫 ‘우리 작업장 물량 확보하기’로 전락하기 쉽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감을 정규직이 빼앗는 아귀다툼은 민주노조운동도 아니고 기후정의운동도 아니다.

 

충남노동자행진의 의미: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확산하자
 

충남노동자행진은 한국 최초로 노동자가 제안한 기후정의운동이다. 2019년 9·21 기후위기비상행동부터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까지, 그간 한국의 대규모 기후시위에서 노동자의 역할은 대개 집회에 하루 참여하는 것에 그쳤다. 예컨대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민주노총 부스는 참여자들에게 대나무 칫솔과 비누 등을 나누어주었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계급투쟁’이라는 노동운동의 과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변화는 현장에서 시작됐다. 9·24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며 탄생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모임’은 기후정의운동을 현장 투쟁으로 발전시켜 왔다. 아무리 기후정의가 중요하다고 한들 자신의 일터를 폐쇄하라는 것은 결코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발전 노동자들이 노조가 ‘발전소 폐쇄’에 동의해도 되겠냐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태모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이 상호 대립하는 문제가 아님을 명백히 했다. 그 결과 이들이 제안한 충남노동자행진에 전국의 노동자와 기후활동가들이 화답하고 있다.


충남노동자행진은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이 모여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자기 현장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1차 충남노동자행진은 발전노동자들이 제안하고 주도한 기후정의운동이다. 그러나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발전노동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산업전환을 앞둔 금속노동자, 사모펀드에 장악당한 준공영제 버스노동자, 노동자 현장통제권 쟁취를 요구하는 모든 노동자가 기후정의운동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들 모두가 충남노동자행진에 모여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자기 현장으로 가져갈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충남노동자행진을 통해 사업장-업종을 넘나드는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 나가자.


2. 노동자 민중의 대안 – 기간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그렇다면 기후정의 계급투쟁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계급투쟁은 기후위기를 끝내기 위한 노동자민중의 대안을 향해야 한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자 민중의 대안으로 기간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를 제안한다.

 

기간산업 산업국유화: 자본의 소유를 그대로 둔 채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이윤생산 체제인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는 모두 개별자본이 결정한다. 개별자본은 경쟁자를 제치고 이윤만 획득할 수 있다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기후재앙을 앞두고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않는 일, 기후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폭력적인 해고를 서슴지 않는 일, 에너지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하는 일 등이 그래서 벌어진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개별자본이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의 근원은 단 하나다. 자본이 생산수단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자기 마음대로 써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의 거대한 생산수단은 개별 자본가들이 땀 흘려 만든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동이야말로 저들이 가진 거대한 부의 진정한 원천이었다. 더구나 대자본가들은 정경유착, 불법 탈세 등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사회적 부를 사유화해 왔으며, 경제위기를 맞을 때면 막대한 공적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왜 한 줌 대자본가들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전체 사회가 희생해야 하는가? 정작 공적자금을 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는데도 말이다.

 

기후재앙 시대에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간산업에서 즉각적으로 자본의 소유권을 몰수하고 이를 국유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에너지산업을 국유화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전면화하고 노동자 민중의 필요와 계획에 따른 에너지 생산으로 대체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인 에너지의 생산마저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악용한다. 한국에서 전체 발전의 30%는 민간자본 발전사가 담당한다. 천연가스 직수입을 악용해서 엄청난 돈을 버는 SK, GS 등 재벌 발전사도 그중 일부다. 한국전력공사는 재벌 발전사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비싼 값에 전기를 구매하고, 여기서 발생한 적자를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해결한다. 더욱이 저들은 안정적 이윤생산을 위해서라면 위험천만한 핵발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제어하자면 에너지산업의 각종 소유권을 몰수하고 국유화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제철, 조선 등의 제조 분야,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 분야 등 탄소 배출량이 높은 각종 기간산업 역시 국유화해야 한다. 이들 기간산업에서도 경쟁의 압력에 놓인 개별자본은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윤 획득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간산업의 재벌은 그동안 비정규직·사내하청 확대 등으로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착취한 것을 넘어, 중소기업, 소상인 등 광범위한 노동자 민중을 수탈하며 천문학적인 이윤을 벌어왔다. 기간산업의 국유화는 해당 분야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생활 조건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대한 재벌의 문어발식 수탈을 막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기간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필요에 맞춘 계획적 생산을 도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회가 기후재앙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전제다.

 

노동자 산업통제를 넘어 민주적 계획경제로!


국유화된 기간산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실질적 통제가 있을 때만, 해당 산업은 노동자 민중의 필요를 충족하는 계획적 생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속의 공기업들이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해고 등 악랄한 착취와 억압을 자행하는 것을 수차례 목격해 왔다.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더라도 이것이 단지 기업의 경영권을 민간 자본가에서 국가 관료의 탈을 쓴 자본가에게 양도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국유화는 아무런 의미도 지닐 수 없게 된다. 국유화된 기간산업은 철저하게 노동자들이 자주적·민주적으로 통제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기간산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넘치게 발휘해 해당 산업의 생산체계를 사회 전체의 필요를 위해 합리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기간산업 노동자들로 구성된 산업통제위원회는 이윤 생산에만 도움이 될 뿐 기후위기 대응에는 무의미한 낭비적 생산분야를 즉각 폐지할 것이며,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수렴하여 전기, 대중교통 등 필수 공공서비스 요금을 체계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간산업의 국유화 및 노동자 통제의 경험은 노동자계급의 거대한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수단이다. 노동자 통제를 통해 노동자계급은 민주적 계획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이것은 기생충에 불과한 한 줌 자본가계급을 완전히 청산하고, 이윤 대신 사회적 필요를 위한 합리적 경제체제를 건설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은 손에 쥔 것을 결단코 놓지 않으려는 자본가계급의 저항에 맞서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단호한 정치적 조치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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