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허지희 동지에게 들어본 여성노동 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3)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세종호텔 허지희 동지에게 들어본 여성노동 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3)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여러 사업장의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소개한다.

_편집자 주

 

 

세종호텔은 사측의 노조탄압으로 유명한 사업장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초, 세종호텔 조합원들은 사측의 수년 동안 계속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맞서 로비점거파업을 벌였다. 이외에도 선전전, 집회 등을 펼치며 싸움을 이어왔다. 하지만 사측은 2021년 12월 코로나19를 핑계로 급기야 노동자 12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 노동자 12명은 지금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른 여러 사업장의 투쟁에도 발 벗고 나서 연대하고 있다.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조직위)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이하 세종호텔지부)와도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워크숍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와 참여 조합원 중 허지희 동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보았다.

 

 

육아휴직 안 쓰고 일했는데 해고하는 나라!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국제 사례 소개 ○여성파업 의미 살피기 ○자유토론 ○여성파업 깃발 만들기 순서로 진행되었다. 깃발 만들기 시간에 한 조합원은 ‘육아휴직 안 쓰고 일했는데 해고하는 나라!’라는 문구를 깃발에 적었다. 자유토론 시간에도 육아휴직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육아휴직제도는 1987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만 하다가 1995년부터는 남성 노동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무급 휴직이었던 것이 유급으로 바뀌고 돌봄 자녀의 나이 폭도 느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효용성은 여전히 미미하다. 최근에는 여성은 물론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도 의무화하자는 이야기가 제기되고 있다.

 

세종호텔에서도 육아휴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육아휴직을 쓸 경우 기존과 다른 보직으로 발령이 나기도 했고, 휴직 후 일자리를 보전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삭이 된 몸으로 기존 업무를 하더라도 가급적 고객과 마주하지 않는 곳에서 숨다시피 일을 해야 했다. 출산 후에도 친정부모님이나 시부모님 등 가족에게 돌봄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십수 년 전 여성 노동자의 경우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남성 노동자의 상황도 썩 좋지는 않다. 육아휴직 시 임금이 100% 보전되는 것도 아니고, 맞벌이를 해야 그나마 육아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육아휴직을 덜컥 사용하게 되면 풀어야 할 문제가 또 쌓일 수밖에 없다.

 

청소노동은 여성 노동자의 몫?

 

호텔에서 중요한 업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객실 청소다. 호텔의 주 용도가 숙박인 만큼 객실 청결이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에서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룸메이드들의 노동조건이나 처우는 열악하다. 룸메이드들은 고된 일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청소노동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이 담당하기도 한다.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된 분야도 룸메이드 쪽이다. 이미 호텔업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룸메이드 분야의 용역화가 시작되었다. 세종호텔지부는 이를 투쟁으로 막아내고 있는 중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호텔에서는 객실과 객실 청결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그런 일을 비정규직화하는 게 말인 안 돼요”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룸메이드는 호텔 내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에 비해 성희롱에 더 많이 노출되기도 한다. 허지희 조합원은 “남성 고객이 속옷만 입은 채로 객실에 머물면서 청소를 요구한 적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속옷만 입고 복도를 걸어 다니는 남성 고객을 마주할 때면 정말 곤욕스러웠죠”라고 했다.

 

여성파업에 나서는 이유

 

이번 3·8 여성파업을 맞이하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자, 허지희 조합원은 “근무 중에 파업으로 나서야 세상을 멈추는 데 더 힘을 보탤 수 있을 텐데, 해고자인 상황에서 이번 여성파업에 참가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파업과 차별에 노동자가 단결해야 해요. 파업의 성과는 단결에 있어요”라며 이번 여성파업에 함께할 뜻을 힘주어 이야기했다. 허지희 조합원은 2012년 세종호텔 로비점거파업 때 벨맨 전원과 시설팀 일부가 복귀하면서 파업 대오가 약해져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자본을 멈추고 세상을 멈추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힘이라고 느껴요”라고 했다. 더불어 “민주노총 전체가 하는 총파업의 10분의 1의 대오라도 제대로 참가하면 세상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멈추는 파업은 더 강력하리라 믿어요”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2024년 3·8 여성파업을 준비하며 5대 요구안을 내걸었다. 그 내용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이다. 허지희 조합원은 이 가운데 돌봄 공공성 강화가 가장 와닿는다고 지목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던 전쟁 같은 시간을 거쳤어요. 산전후 휴가는 물론 육아휴직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아이를 키웠어요. 무리를 해서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회사 분위기도 그렇고 가족 내에서조차 동의를 받을 수 없어 사용하지 못했죠. 지금은 많이 후회돼요. 제게 주어진 권리조차 사용을 하지 못한 셈이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최근 최저치를 경신하는 출산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출산율 절벽인 시대에 아이 돌봄 정도는 개개인이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아이를 낳을 수 있겠죠. 그런 기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여성들이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으리라 봐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허지희 조합원은 여성파업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이 해마다 총파업을 외쳐 왔지만, 매해 집회에서만 소리쳤다고 생각해요. 간부들만 외치고 마는 수준이죠. 진짜 세상을 멈춰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시작이라 여기며 이번 여성파업에서 여성 노동자가 먼저 움직였으면 합니다. 청소노동, 비전문적인 노동, 가사노동이라 부르며 하찮게 여기고 최저임금만을 보장하는 일터에서 일하는 여성이 세상을 멈췄을 때 여성의 노동이 결코 하찮은 노동이 아니라는 게 증명될 거예요. 여성의 노동은 세상은 물론 가정에서도 잘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가장 소중한 기본 노동입니다. 3·8 여성파업이 세상의 바닥 노동을 가장 가치 있는 노동으로 끌어올려 주는 지렛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미미하더라도 시간이 쌓이면 역사가 됩니다. 올해부터 함께 만들어 갑시다!”

 

한편, 오는 3월 14일 목요일, 세종호텔지부는 잠두봉 더나인 2층(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 582)에서 15시부터 21시 30분까지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생계·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을 연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티켓 구입: http://bit.ly/세종호텔후원주점_티켓구입

자원봉사 신청: http://bit.ly/3TkG1hz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