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5]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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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5]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 백종성
  • 등록 2024.02.23 10:31
  • 조회수 568

[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사진: 뉴스1

 

1. 한미일-북중러 동맹의 투쟁 격화, 고조하는 한반도 전쟁위기

 

1월 1일, 윤석열 신년사는 다음과 같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미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핵 기반의 한미 군사동맹을 새롭게 구축하였습니다. …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입니다. … 안보의 기반 위에 글로벌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함과 아울러, 핵심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광물, 소재, 부품의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력을 확실하게 갖추겠습니다. …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하고 2027년까지 대한민국을 방산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핵 기반 군사동맹’을 입에 담은 윤석열의 신년사처럼, 전쟁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인도·태평양 수역 현상변경 반대’를 명시한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이며, 오커스와 쿼드에 이은 또 하나의 대중국 포위망이다. 협정문이 명시한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결의에 따른 북중러와의 군사 대립 확대는 자명하며, 이는 동북아 군비경쟁을 강화하는 핵심 축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열강의 대리전과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무대로 미중의 대리전 가능성이 높아가는 정세다.

 

한국 자본주의는 격화하는 열강의 투쟁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다. 2023년 12월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2023년 방위산업 수출계약액은 14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이었던 수출 대상국은 2023년 12개로 늘었다(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2023년 12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유럽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미국의 의도에 따라,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전쟁기지화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선택지를 제시했다. 한국법은 교전지역 무기수출을 금지한다. 미 국방부는 한국을 설득할 수 있다면, 41일 안에 155mm 포탄 약 33만 발을 항공과 해상으로 수송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 한국 측은 간접지원이라면 수용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연초부터 포탄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은 모든 유럽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미의 ‘확장억제체제 완성’ 입장에 따라, 억제력을 제공할 무기, 즉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확대될 전망이다.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이 한반도를 감쌀 것이고, 사드 등 대 북중러 미사일 방어체계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 전략자산은 42년 만의 핵탑재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항 입항을 비롯해 2023년에만 17번이나 전개되었다. 2022년 전략자산 전개 횟수가 5번이었음을 감안하면, 한반도 전쟁위기는 실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위기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북한은 2023년 7월 한미핵협의그룹(NCG) 출범에 대해 담화문 발표는 물론,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답했다.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에 강순남 국방상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이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마찬가지로, 7월 20일 미 전략핵잠수함(SSBN) 부산 기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북중러 동맹 강화는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진전된 중러 경제공조와 마찬가지로, 2023년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공조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10월부터 북한에서 러시아로 가는 화물열차 통행량이 급증한 것으로 관측되었는데, 이는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수물자 공급을 시사한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발표되었듯, 북은 군수물자 공급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개발 협력’, 즉 핵능력 고도화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에서 2023년 12월 31일, 북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공표했다.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김정은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

 

 

2. 구조적 위기 심화

 

1) 미중 투쟁 한복판, 위기의 한국경제

 

2023년 한국 무역수지는 99조 8천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경상수지는 500억 달러 흑자). 상품수출은 6,327억 달러로 전년보다 7.4% 줄었고, 수입은 전년보다 12% 줄어 6,427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수출이 급감해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대 중국 무역적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처음이다. 이에 반해 미국 수출은 2023년 5.4% 상승해 45억 달러(약 60조 원) 흑자를 기록했다. 제국주의 투쟁 격화에 따라, 안보와 경제가 직결되는 상황이다.

 

앞서 밝혔듯, 각국 보호주의 산업정책과 공급망 재구축 시도에 따른 공급과잉은 구조적이며, 이는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를 잠식하고 있다. 한국 주요 산업으로 부상한 배터리 산업에서도, 이미 중국과의 경쟁 격화에 따른 공급과잉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제조업 재고율은 2008-2009년 국면보다 훨씬 높음은 물론 IMF 위기 국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자산회전율의 추세적 저하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제조업 재고율(1996-2023, 좌). 한국 제조업 총자산회전율(2015-2023, 우)

 

한국 생산자물가지수(2007-2023, 좌). 한국 공급물가지수(2007-2023, 우)

 

한국 자본은 곤혹스럽다. 기존 시장이 막혀 재고율이 올라가고 자본회수도 어려운 와중에, 자재와 부품수급 비용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 자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자본은 이전보다 잘 팔리지도 않는 상품을 더 비싸게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다. 이윤축적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 기업파산 급증과 PF 부채위기

 

수출 감소에 더해 기업 파산도 급증 추세다. 2023년 11월까지 법인파산 신청건수는 1,508건, 파산비율은 0.18%로 파산건수와 비율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에 따라 기업 이윤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하는데, '2022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2023년 10월 25일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전산업 평균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348.57%로 전년(487.9%)보다 139.3%포인트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42.3%로, 전년보다 1.8% 늘어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비용이 급증했고, 이것이 기업파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 부동산 PF 위기는 이를 집약해 드러낸다. 1월 15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 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2015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2022년 동기 연체율(건설업 1.77%, 부동산업 1.55%)과 비교해 3배 안팎으로 뛰었다. 지속되는 건설·부동산산업 위기는 건설노조 공안탄압의 중요 토대이며, 위기 지속에 따라 타 산업 노동조합으로도 확대될 공산이 높다.

 

회사채와 어음 금리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급등해 지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의 자금융통이 어려워지고 있으나, 미국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한국 자본주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윤축적의 위기 앞에, 한국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어음금리(2022-2024년 초, 좌). 회사채금리(2022-2024년 초, 우)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85조 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시장상황에 맞춰 조속히 집행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추가 확대한다고 한다. 레고랜드 사태에 심하게 덴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 고심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수용에서 드러난 이렇다 할 대주주 책임도 없는 자본 구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피해자 선 구제’에 대한 정권의 단호한 거부와 그 자체로 대비된다. 정권이 말하는 ‘공정성’이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제반 조치가 드러내고 있다.

 

 

3. 2024년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반공투사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

 

정부는 한미일 동맹 강화와 함께 이념전쟁에 열 올리고 있을 뿐,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총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우나,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권은 급속한 권력누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역으로, 이런 정권의 정당성 위기가 급격한 공안통치 확대로 이어질 공산도 높다.

 

정부가 1월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현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무능과 난관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가 내놓은 R&D 세액공제 확대, 비수도권 개발 부담금 완화, 소비증가분 추가 소득공제, 국외 과일 30만 톤 신속 수입, 영세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은 죄다 단기 정책들일 뿐이다. 이런저런 규제완화 등 판에 박은 자본 지원조치 이외, 정부에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역시 모순 그 자체다. 2023년 60조에 가까운 세수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율 인하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와 상속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수용 등 자본구제에 앞장서고 있으나 노동자 민중에게는 사회복지예산 감축 등 궁핍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서이초 사건에도 불구하고 교육예산 7조 원을 감축하는 등 모순적인 행보는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높이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권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등 모호하나 분명한 방향을 담아 국민연금 개악을 예고했는데, 이 역시 생존권 위기에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촉발할 공산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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