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4] 전쟁위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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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4] 전쟁위기 확산

  • 백종성
  • 등록 2024.02.20 17:43
  • 조회수 574

[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24.02.17.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사진: getty images)

 

오슬로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진행 중인 분쟁은 55건이며, 평균 8-11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평균 7년간 지속된 33건의 분쟁에 비해 많이 증가한 수치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명이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거주하며, 2023년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사람들의 수는 1억 8천만 명에 달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1.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열강의 균열

 

장기화하는 러우전쟁 앞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유럽과 미국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은 10월 20일 우크라이나 610억 달러, 이스라엘 143억 달러 지원을 포함한 안보예산 1,050억 달러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으나 공화당 반대로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우선 처리되었다(이는 결국 2월 13일 처리되었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헝가리의 반대와 독일의 예산 전용에 대한 위헌 판정 문제로 2023년 12월 현재 보류 상태다(이후 2월 1일 500억 유로 지원에 합의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2023년 2분기 4.9%, 3분기에는 5.5% 성장률을 기록했다. IMF는 2023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2.2%, 2024년 성장률을 1.1%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중동 분쟁으로 서방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 60불 가격상한제 등 제재조차 온전히 관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의 부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와 당선 시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했다. 심지어 트럼프 집권 시 나토 탈퇴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미국 헤게모니의 심대한 균열을 드러낸다.

 

중국은 러시아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그간 중국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사실상 러시아 지지 입장 등을 밝혀온 경과에서 볼 때 북중러 블록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를 증명하듯, 러시아가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는 2022년보다 46% 이상 늘어 사상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서방의 러시아 금융제재 이후 러-중 위안화 결제 비율은 급증해, 양국 무역거래 시 위안화 결제비율은 80%, 러시아 외환거래 중 위안화 비중은 2023년 7월 기준 44%에 달한다.

 

2.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불러온 중동위기

 

극우파 네타냐후, 네타냐후보다 더한 극우파에 잠식된 이스라엘 정부는 2만을 훌쩍 넘는 사망자를 내고서도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역학으로 볼 때, 현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네타냐후 정부는 행정부의 사법부 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사법재편에 대한 이스라엘 내 대중적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권고조차 무시한 채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으로 확대된 전선을 제어하지 못한 채 무력한 모습을 비치고 있다. 부패한 팔레스타인 정부는 대표성은커녕 존재감조차 없다. 이란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나, 중동 위기가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에 기반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목전에 두던 관계정상화 협정은 무력화되었다.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일방 파기한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도 불가능해졌다. 2023년 3월 중국 중재로 이루어진 이란과 사우디 관계정상화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의 학살과 함께, 중동 전역에서 전쟁 위기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홍해(아랍과 아프리카 사이)와 호르무즈해협(이란과 오만 및 아랍에미리트 사이)에서 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예멘반군 ‘후티’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경고와 함께 2023년 11월부터 홍해를 경유하는 상선을 30여 차례 공격했고, 이란은 1월 11일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미국은 20여 개 국가를 모아 다국적 함대를 결성했고, 1월 11일에는 예멘 30여 곳을 폭격했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수송로인바,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 3할을 포함한 세계 해상 상품무역량 12%가 이 경로를 통과한다(홍해 좌남단 지부티에는 미국과 중국의 해군기지가 10km도 되지 않은 거리를 두고 들어서 있다).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아시아-미국을 연결하는 무역로가 차단되었고, 희망봉 우회로로 컨테이너를 운송함에 따라 해상물류비가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이란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다. 세계 석유 소비량 20%와 LNG 소비량 20%가 매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사우디·이란·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이라크가 생산하는 원유 대부분, 최대 LNG 수출국 카타르가 생산하는 천연가스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수출된다. 현 사태는 원유가격과 물류비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폭증하는 군비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억압 심화

 

러우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군비가 급증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2년 세계 군비 지출이 8년 연속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2조 2,40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유럽 군비 증가율은 13%로 가장 급격히 증가했다. 아래는 2014년(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해) 당시 GDP 대비 국방비 지출 2%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나토국가가 3개에 불과했음에 반해, 2023년에는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지출하는 국가가 11개로 급증했음을 드러낸다.

 

국방비 증가는 사회복지예산 비중 축소를 동반한다. 2022년 키프로스, 불가리아,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모든 EU국가에서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비증강과 재도입된 EU재정준칙 아래1), 사회보장예산 비중 축소 추세는 지속될 공산이 높다.

1)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를 넘는 국가는 연 1%, 부채비율 60-90%인 국가는 0.5%씩 부채비율을 줄여야 한다.

 

 

국방예산 GDP 2% 가이드라인을 넘긴 나토회원국이 급증했다(좌).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중은 거의 모든 유럽국가에서 감소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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