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받고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하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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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기고]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받고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하기를 고대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12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 농성장 앞에서 3.8 여성파업 오픈마이크 행사가 열렸다. 이어서 두 여성 노동자가 한 달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2월 3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에서 또 한 번 오픈마이크가 진행되었다. 고공농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옵티칼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번째 오픈마이크가 열렸던 당시 고공에서 발언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의 발언문을 전한다.

 

 

처음 이곳을 올라올 때는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고, 개인적으로 상황이 나은 제가 고공농성을 해야지 싶어 올라왔습니다. 1월 8일 새벽 6시 40분에 올라왔는데 그날이 구미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핫팩을 몸에 감싸고 동지들을 기다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래에 있으나 위에 있으나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랑하는 동지들을 가까이서 못 본다는 것 정도입니다.

 

2024 3.8여성파업조직위가 구미 한국옵티칼 농성장에서 오픈마이크를 진행한다고 해서 참 고마웠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외관검사부서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있어선지 그동안 그리 성차별을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돌아보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 은재)

 

그랬더니 역시나 차별이 있었습니다. 생산라인에서는 여성에게는 기계작동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성이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왜 어려운지, 정말 여성이 작업하기에는 어려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여성들은 두 가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남성 노동자는 기계를 돌린다는 이유로 임금이 더 많았습니다. 기계를 돌리면서 인사고과 평가를 잘 받고 그로 인해 승급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계를 익힐 기회, 전문역량을 늘릴 기회를 여성 노동자는 아예 차단당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여성들은 기계를 돌리기가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성별을 떠나서 각자에게 묻지 않고 여성들은 처음부터 배제합니까?

 

그리고 다른 사업장에도 많이 있을 차별이 있었습니다. 여성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사하는 데 반해 남성은 군대 갔다 왔다고 처음부터 호봉을 두 단계 높게 받았습니다. 물론 그게 나이에 대한 인정인지, 군대 경력에 대한 인정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단 것이지요. 나이 든 여성이 들어온다고 호봉을 높여주지 않았으니 아마도 군 경력이 이유일 텐데요. 그렇다면 여성들의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는 왜 없는 것일까요?

 

물론 한국옵티칼은 KEC처럼 노골적인 성차별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성차별을 저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거나 세상이 원래 남성에게 유리하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파업조직위가 온다고 하니 저도  성차별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겨 좋습니다.

 

다른 어떤 성차별을 겪었나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20대 때의 첫 사회생활이 생각났습니다.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잠시 근무했습니다. 한식당에서 서빙을 맡았는데 커피숍 업무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같은 부서지만 여성은 커피숍 일을 배워야 하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은 테이블을 옮기거나 무거운 것을 들기는 했지만, 담배를 피운다며 자리를 비우면 여성들이 다른 모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모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회식 자리에 가면  항상 상사들과 손을 잡고 춤을 췄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사회생활이라서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 건가 싶었고, 싫어도 싫다는 티를 낼 수 없었습니다. 분명 저에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희롱, 성차별이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당연하다고 여긴 것 같고 최근에야 비로소 알게 되어 후회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성파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여성파업은 성차별과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멈춤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여성파업은 간악한 일본자본 닛토덴코에 맞서 싸우는 저의 투쟁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요.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노동자가 일해서 번 이윤으로 6조 넘게 벌고도 노동자의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닛토덴코는 돈이 있고 물량이 있고 돌아갈 공장이 있는데도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민주노조가 있는 우리가 부담스러워서이겠지요. 그러나 이는 너무 부당하지 않습니까. 자본이 마음대로 노동자를 버려도 되는 세상은 정말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활동은 노동자의 권리이고, 고용승계는 회사의 의무입니다.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올라왔습니다. 제 12년의 공장생활을 인정받고, 저의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 왔습니다.

 

(사진출처: 은재)

 

2월 16일에 강제집행 철거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솔직히 두렵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투쟁입니다.

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일에 못 오더라도 sns에 많이 올려주세요.

 

3.8 여성파업 전에 반드시 승리해서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 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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