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1]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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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1]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 백종성
  • 등록 2024.02.03 10:12
  • 조회수 497

[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고물가 지속

 

2023년 10월 IMF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2년 3.5%에서 2023년 3%, 2024년 2.9%로 둔화할 전망이다. 11월 OECD 역시 2023년 2.9%, 2024년 2.7%를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 물가의 추세적 하락, 낮은 실업률과 함께 '연착륙' 시나리오가 대두하나 유로존은 독일과 영국 등 위기가 뚜렷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대적 하락은 상당 부분 에너지와 식량가격 하락에 근거한다. 물론 식량가격지수는 10월 기준 120 이상으로 여전히 높으며 쌀가격은 지속적 상승세다. 2022년 폭등세에 비해 진정되기는 했으나, 에너지가도 여전히 높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의 경우 2023년 상반기까지 7,850억 유로(약 1,10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기업과 가계에 투입하는 등 이미 막대한 출혈을 치렀다. 가스 의존도가 높던 네덜란드 전기료는 무려 953% 폭등하기도 했다.1) 원유생산 1위국이자 LNG 수출 1위국으로 뛰어오른 미국 주도 공급확대로 에너지 가격은 일정하게 하락했으나, 전쟁과 지정학적 충돌이 확산하는 현 정세 속에서 에너지 가격은 언제든 폭등할 수 있다. 2023년 6월 이후 OPEC+의 감산 역시 잠재하는 에너지 가격 불안의 한 조건을 구성한다. 최근 중동지역 위기 심화와 함께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운송에 차질이 계속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유럽의 에너지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1) EU는 2022년 에너지 공동구매 등을 위해 ‘유럽에너지플랫폼’을 출범하고 2023년 말 4회차 거래를 진행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대적 하락에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거나 더디게 하락하는 추세다. 유로존과 일본에서는 높은 근원물가의 유지, 혹은 지속적 상승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고물가의 장기지속적 성격을 드러낸다. IMF 역시 높은 근원물가로 물가안정목표 달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이며, OECD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현 국면 인플레이션은 생산과정 자체의 차질에서 비롯되기에 쉽게 진정시키기 어렵다. 이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지표가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다. 아래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과 유럽 산업생산자 물가지수 추이다. 자본가들은 몇 년 전보다 상품을 훨씬 비싸게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독과점 기업,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자본의 공급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원인이다.

 

미국(좌)과 유럽(우) 산업생산자 물가지수 추이 (2015-2023)

 

 

2.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는 보호주의 심화

 

고물가를 지속시키는 중요 요인, 보호주의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세계무역 성장률은 2022년 5.1%에서 2023년 0.9%로 하락 후 2024년 3.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2000-19년 평균성장률 4.9%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무역장벽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2022년 세계 각국은 3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무역제한조치를 부과했다. 이런 조치는 2019년 당시 1천개 미만이었다(2023.10. IMF 경제전망).

 

보호주의는 이전보다 싸게 만들 수도 없는 상품이 쌓이는 상황,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이어진다. 아래 미국 제조업 재고자산 추이에서 드러나듯, 주요국 재고자산이 쌓이고 있다.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와 부품재고 확보 시도 역시 재고 축적의 원인이며, 이는 자본회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2023년 12월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 글로벌 대형 제조업체 4,353곳 재고자산 규모는 2조 1,237억달러(약 2,788조원)에 달해, 2019년 12월 말보다 28% 늘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비롯한 보호주의 입법, 유럽의회의 핵심원자재법(CRMA)의 승인에 이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승인 등 열강의 보호주의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경우, 미국에서는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EU에서는 2022년부터 대당 평균 6,000유로를 지급한다. 이러한 보호주의는 과잉생산과 중복투자, 곧 과잉축적의 원인이자 그 해소를 둘러싼 제국주의 투쟁 격화의 원인이다.

 

2007-2023년 미국 제조업 재고자산 추이

 

 

3. 고금리의 후과: 늘어나는 기업파산과 부채부담

 

상대적 호조에도, 미국 경제는 불안하다. 2023년 10월 26일 미국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기업파산은 9월 말까지 연 17,051건으로 늘어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파산이 증가했으며, 대기업 파산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금리 국면에 빚을 내고, 팬데믹 시기 막대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기업들의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음을, 쉬운 자금조달 시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뜻한다. 기준금리 인상 전인 2021년 기준, 미국 중소기업은 전체 수입 6%를 부채상환에 사용하는 반면, 대기업은 2% 정도로 알려졌다(골드만삭스). 고금리에 따라 중소기업부터 벌어지는 기업파산 증가는 당연하다.

 

유럽에서도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독일 기업파산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그 주요 원인으로 부채상환 비용 증가, 팬데믹 지원 축소, 그리고 높은 에너지 비용이 꼽힌다.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에서는 10월 파산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늘었다. 덴마크, 스웨덴, 영국, 스페인, 핀란드, 노르웨이 기업파산율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직후 파산율보다 높다.

 

또한,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미국 포함 주요국 정부의 부채 관리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2020년 3,450억 달러에서 2023년 6,590억 달러(약 900조 원)로 3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현재 국채이자 지급비용보다 더 큰 정부지출 영역은 사회보장, 메디케어, 국방뿐이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2022년 초까지 EU 각국은 매우 낮은 금리로 빚을 냈고, 심지어 10년 미만 만기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시장은 저금리 지속을 예상했기에, 유럽연합 집행위가 추정한 2021~27년 장기예산계획 전체에 대한 누적 이자비용은 149억 유로에 불과했다. 값싼 자금조달 시기는 지나갔다.

 

 

미 국채 이자비용은 2023년 6,590억 달러에 달하며(좌), 이는 메디케이드, 아동복지 지출, 퇴역군인 복지지출보다 높다(우).

 

 

4. 실질임금 감소 일반화,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미국 물가상승률은 2022년 여름 최고치에서 상당히 낮아졌으나 물가하락을 체감할 수 없다는 대중의 불만은 광범위하다. 물가상승률 하락이 물가하락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가격 상승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76%가 미국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74%는 식품가격 상승이 가계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오직 14%만이 바이든 정부 집권 후 더 잘 살게 되었다고 답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넓으며, 그 핵심에 지속되는 고물가, 그리고 공급망 문제가 있다. 2023년 11월 27일 바이든 정부는 ‘공급망 회복위원회’를 출범하고, 공급망 강화를 위한 30여 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필수의약품 생산 확대를 위한 국방물자생산법 활용(미국은 심각한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관계부처 공급망 데이터 공유 등을 포함한다. 위원회 출범과 함께, 바이든은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에 경고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으로 기업폭리(mark-up)를 짚은 것으로 재선 전망이 어두운 바이든의 선거운동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UAW 파업을 지지한 맥락도 이에 있다.

 

통계가 드러내듯, 주요 권역에서 실질임금 감소가 일반화하고 있다. 미국 실질임금은 2020년 이후 감소 추이가 뚜렷하며, 2022년 1분기에서 2023년 1분기 사이, 유럽 24개국 중 22개국에서 시간당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OECD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생존권 쟁취 투쟁이 2024년 주요 과제가 될 것임을 뜻한다.

 

주요국 실질임금 감소 일반화

미국 실질중위임금 추이(좌). 주요국 실질임금 감소 일반화(우)

 

[유럽 시간당 실질임금 변화율 (2022년 1분기-2023년 1분기)]

헝가리 -15.6%

리투아니아 -4.9%

프랑스 -1.8%

라트비아 -13.4%

덴마크 -4.4%

스위스 -1.4%

체코 -10.4%

오스트리아 -4.3%

스페인 -1.2%

스웨덴 -8.4%

포르투갈 -3.5%

그리스 -1.2%

핀란드 -7.8%

독일 -3.3%

룩셈부르크 -0.8%

슬로바키아 -7.6%

영국 -2.9%

네델란드 +0.4%

이탈리아 -7.3%

아이슬란드 -2.9%

벨기에 +2.9%

폴란드 -7%

슬로베니아 -2.8%

 

에스토니아 -5.8%

노르웨이 -2.4%

 

 

치솟는 생활비와 불평등이 각국 계급투쟁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미국 파업손실일수는 740만일 이상으로 2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노동자 임금과 경영진 보수 사이의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노동운동이 확대되고 있으며, 노동운동 지지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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