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파업조직위원회 성명]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은 우리 여성노동자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지/성명/논평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성명]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은 우리 여성노동자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

231104.png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를 위해 2년 만에 다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700여 명의 조합원들은 11월 1일 공단이 쳐놓은 펜스를 뚫고 원주 본사 앞마당에 농성장을 세우고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한 데 이어 쟁대위원 11명은 곡기까지 끊었다.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투쟁을 결의한 이유는 공단이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저버리고 일부를 공개경쟁 채용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동자의 상당수를 정리해고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통보한 셈이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21년 2월부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3차례 강도 높은 파업을 진행하여 같은 해 10월 정규직 채용 합의를 쟁취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공단의 노동자 갈라치기와 탄압에 맞서 갖은 투쟁 끝에 쟁취한 성과였다. 하지만 공단은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시간을 끌며 해고안을 밀어붙이려는 꼼수를 부려 왔다. 소속기관 전환 시 시험을 통해 선별 전환하겠다는 것은 곧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고용을 보장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는 이미 5년 가까이 일해 온 상담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공단이 약속한 소속 기관 전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처사이기도 하다. 더구나 공단은 노동자들이 ‘불법’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원 400여 명을 고소하는 악랄한 탄압까지 감행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상담노동은 건강보험공단 운영에 핵심적이다. 그러나 건보는 2006년 상담노동을 ‘단순노동’이라는 이유로 외주화한 뒤 저임금 불안정 노동조건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이 같은 노동조건 속에서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1천여 개의 업무에 하루 약 120통의 전화를 받아야 할 만큼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해야 했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1초 안에 받아야 했으며, 각종 민원에 상사의 감독까지 포함해 살인적인 감정 노동 역시 이들의 몫이었다. 더구나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한 채 인센티브 경쟁 속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에서 2021년 노동자들이 투쟁 끝에 쟁취한 정규직 전환 합의는 정당한 성과였고, 공단은 조속히 이를 현실화해야 했다. 그런데도 공단은 약속을 파기한 채 오히려 구조조정안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화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수행해 온 상담노동은 대표적인 여성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은 여성 노동자의 권리 향상에 중요하다. 콜센터 상담 일자리는 대표적인 여성 다수 직종이며 상당수는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은 고작 220만 원 수준에, 업무 중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기도 쉽지 않은 게 여전한 현실이다. 또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이나 지난 현재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언어폭력, 성희롱을 당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콜센터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우울증 위험군이며 절반 가까이가 자살 충동을 겪을 만큼 이들은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노동하고 있다. 이에 현장통제와 저임금, 고용불안에 맞서 인간다운 노동조건과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단식을 시작한 쟁대위원들은 “할 수 있는 게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것밖에 없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소속기관 전환 쟁취하자!”라며 끝까지 싸울 결의를 밝혔다. 우리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바로 이들의 투쟁이, 노동 현장에서 파업을 일굼으로써 여성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고 여성 노동의 가치를 묻고자 하는 우리의 투쟁이다. 특히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은 여성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며 역행하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여성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여성억압을 박살내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며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의 노동자분열 책동에 맞서 노동자단결을 일구는 귀중한 투쟁이기도 하다.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정당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나아가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비롯해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내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일으켜 역행하는 이 시대를,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돌파할 것이다.


현장통제 박살내고 생활임금 쟁취하자!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하자!

여성파업으로 세상을 바꾸자!


2023년 11월 4일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