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UAW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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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번역]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UAW 파업

  • 양준석
  • 등록 2023.10.18 13:28
  • 조회수 265

지금 벌어지는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노동자투쟁 가운데서 가장 야심차고 전투적인 투쟁 가운데 하나다. 이 파업은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노동자계급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니얼 알폰소 (2023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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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파업이다. 완성차업체 빅3(지엠, 포드, 스텔란티스) 모두를 상대로 한 파업은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일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계급을 중심 무대에 세웠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향후 양당 지배체제와 계급투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파업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파업의 정치적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 체제의 위기


미국은 2008년의 경제 붕괴와 연관된 “유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람시는 지배계급의 정치적 이니셔티브가 중대하게 실패할 때 유기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을 뜻했다. 대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대기업과 은행을 구제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은 집을 잃고 위기의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오바마 정부는 노조를 공격하고,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대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했다. 경제가 공황으로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헤게모니 위기와 추가 경제위기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여러 부문은 서로 다른 방식과 리듬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출생지 시비 운동(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믿는 자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티파티(오바마 정부의 확장재정을 반대하는 보수주의 운동)는 위기에 대한 첫 번째 대응들이었다. 2014년에는 마이클 브라운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응하여 수천 명의 시위대가 미주리주 퍼거슨의 거리로 나가 브라운을 위한 정의를 요구했다. 퍼거슨 시위로 표출된 엄청난 분노는 오바마 정부의 정치가 그들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예비선거는 미국 정치를 격렬한 시기로 밀어넣었다. 트럼프는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불도저처럼 돌진하며 상대 후보들을 무너뜨렸다. 트럼프의 인기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직면한 위기의 표현이었다. 트럼프는 생활여건 악화로 화가 난 중간계급과 노동자계급의 폐부를 찌르면서 이민자와 정치권을 비난했다.


동시에 버니 샌더스는 “억만장자 계급”을 비난하고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옹호하는 한편,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고 공립대학을 무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신자유주의 지지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보여준 “구태의연한 정치”에 대한 좌절감과 맞물리면서,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둘러싼 열기가 너무 강렬하고 광범위하였기 때문에, 민주당은 예비선거에서 클린턴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거대한 조직을 움직여야 했다. 클린턴은 러스트벨트 주들에서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에게 패했다. 이번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도 그중 하나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는 수십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와 그에 따른 탈산업화 때문에 좌절한 사람들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공화당을 뒤집어 놓았다. 트럼프주의는 신자유주의 위기의 책임을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돌리기 위해 자본가계급, 중간계급, 노동자계급 일부의 편견을 활용했으며, 금융자본을 옹호하면서 우익 무장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이 모든 과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제국주의와 양당 지배체제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드러냈다.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중국을 미국 제국주의의 주요 위협으로 부상시켰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주요 은행들이 도산하는 등 불안정한 서구의 단면을 보여준 반면, 중국 GDP는 매년 7~8%씩 성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 대한 정책을 더욱 야심차게 전개할 수 있었고, 전기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칩과 리튬 배터리 제조와 같은 중요한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문제와 매파적인 대중국 외교 정책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일환으로 미국의 친환경 전환과 재산업화를 주도하는 반면, 트럼프는 화석연료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빅3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친환경 에너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파업은 이른바 친환경 에너지로의 산업전환이라는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전환으로 노동자계급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중국에 대응한다면서 잔인한 노동조건을 정당화하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자들의 관행에 적응할 수도 있다. 또는 영구적인 방어 전략에 입각한 협상을 목표로 산업전환을 둘러싼 교섭 테이블에 앉기 위해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번째 방법도 있다. 노동자계급이 생산수단을 직접 장악하고서 지구와 노동자계급, 그리고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조율하는 것이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습격은 양당 지배체제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의사당 습격 이후 공화당 의원 147명은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6일 뒤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약 절반이 바이든이 선거를 도둑질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 지배체제의 대응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부터 마이크 펜스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 아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양당 지배체제는 몇 달 동안 미국의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었지만, 중기적으로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대가를 치렀다. 사법부의 “보나파르트화”가 강력한 예이다. 항상 자본가계급의 기관이었던 사법부는 이제 노골적으로 민주당 또는 공화당의 편을 들면서 훨씬 더 명백하게 당파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한 정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당파적인 역할을 시도하면서 양당 지배체제 속에서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체제 속에서의 계급투쟁


2008년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격렬했던 계급투쟁의 순간은 2020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었다. 수백만 명이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경찰 폐지 등 여러 요구를 내걸고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계급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 자신의 일터에서 운동의 요구를 함께 내걸고 동참했다. 이를테면 항만 노동자들은 시위에 연대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했다. 당연히 2020년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대다수는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투쟁의 중심은 거리였고, 작업장과의 명확한 연결이나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조직화로부터 움터 나오는 힘은 없었다. 운동의 대다수 참여자에게 그러한 문제들은 당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단점만 보고 “빵과 버터” 요구를 내세우지 않는 운동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흑인이 주도한 억압에 맞선 투쟁은 (역사적 순간마다 전 세계에서 터져 나왔던 모든 종류의 계급투쟁들과 함께) 노동자운동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여기에 팬데믹이 야기한 의식의 변화가 더해져 미국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노동자운동이 만들어졌다.


노동자계급은 미국의 정치에서 점점 더 큰 존재감을 갖는 주체가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파업의 증가를 볼 수 있었다: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오클라호마·아리조나 등 공화당 지지 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교사파업 물결과 2019년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부터 2021년 10월의 파업물결이 만들어낸 신조어 스타라이크토버(Striketober), 새로운 노동자 세대의 출현, 아마존 노조 조직화 투쟁, 스타벅스 노조 조직화 투쟁까지. 올해 우리는 계급투쟁의 강풍이 휘몰아친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데, 이제 가을로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여전히 파업 중인 가운데, 148일 동안 지속된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은 임금 인상, (드라마가 히트할 경우) 추가보상금 26% 인상, (매우 중요하게도) 인공지능이 작가를 대체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안을 쟁취했다. 한편, UPS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임금 인상, 다중등급제(tiers, 비정규직제) 폐지 등 다양한 요구를 내걸고 현장을 조직했다. 화물운송노조 UPS지부의 잠정합의는 상당한 문제를 갖고 있었고, 물류창고 노동자와 배달운전 노동자 사이의 깊은 분열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이전 계약보다는 훨씬 나은 계약이었으며, UPS 노동자들이 압력을 조직한 결과였다.


노동자계급의 높은 열망


현장조직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노동자들을 조직하라’(UAWD: Unite All Workers for Democracy)의 회원이자 지도자 중 한 명인 숀 페인은 자동차 노동자들의 높은 기대와 지난 시기의 양보에 대한 분노의 결과로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노동자들은 ‘집행부 간부회의’(AC: Administration Caucus)가 수십 년 동안 노조지도부를 장악하고서 양보를 거듭해 온 것에 질렸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1인 1표 직선제(미국에서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방식)로 지도부가 선출되도록 만들기 위해 투쟁했다. 또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시직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게 만들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다중등급제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지도부를 원했다. 페인은 이러한 현장 노동자들의 압력에 부응하면서 UAWD를 자동차 노동자들의 선명한 지도부로 세울 수 있었고, 또한 미국 전역의 선진노동자들에게 모범사례로, 노동자계급의 다른 부문들에 대한 잠재적인 지도부로 위치 지울 수 있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내건 요구들은 매우 진보적이다. 여기에는 단체협약 기간 4년 동안 40% 임금 인상(지난 4년 동안 경영진 보수인상률과 동일 수치), 다중등급제 폐지, 임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주 40시간 임금으로 주 32시간 노동, 공장폐쇄에 파업으로 맞설 권리 보장 등이 포함된다. 40% 임금인상은 출발점이었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 노조는 30%대 중반의 임금인상을 논의하고 있다. 주 40시간 임금으로 주 32시간 노동 요구는 아마도 가장 야심 찬 것으로 노동자들의 높은 열망을 표현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의 다른 노동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워라밸)을 화두로 던져주었다.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은 추가 공격 말고는 노동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이번 파업은 바로 그 점을 노동자들이 보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역사상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라는 바이든은 무노조 저임금 전기차 공장 건설을 위해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이 문을 닫아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은 자동차 제조업에서의 노동조건을 위한 투쟁에서 첫 번째 전투이다.


이번 파업의 정치적, 이념적 배경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의 뒤집어 놓은 거울과도 같다. 파업 첫날인 9월 15일, 모든 뉴스 네트워크가 페인의 연설을 다뤘는데, 이 연설은 뉴스의 분위기를 결정지었다. 현재 온라인에 널리 퍼져 있는 한 영상에서, CNN의 한 기자가 지엠의 CEO에게 경영진의 보수는 40%가 인상된 상황에서 회사가 노조에게 제시한 인상액이 공정한지 물었다. 할 말이 없었던 CEO는 초점을 흐리면서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페인은 노조가 경제를 방해하는 게 아니다, 노조가 방해하는 것은 그들의 경제, 즉 “억만장자 계급”의 경제라고 말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에서 이 새로운 순간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은 단순히 더 나은 임금을 받기 위해 싸우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2012년 시카고 교사 파업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로부터 떠오르는 더 넓은 지평을 가진 노동자운동의 분명한 선구자였다.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적 잠재력을 열어나가는 변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파업에서 나타난 다중등급제에 대한 공격, 2012년 시카고와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오클라호마에서 교사들이 벌인 “공동선”을 위한 투쟁 등이 전형적이다. 신자유주의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협상과 파업이 대부분 더 나은 임금에 그리고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양보 수준의 조정에 국한돼 있었다. 누구보다 바로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


지금까지 파업의 역학 관계


9월 15일에 시작된 파업은 역사상 처음으로 세 공장 모두에서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빅3에서 각각 한 공장씩 세 개의 공장을 멈추는 것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노조는 파업의 리듬을 통제할 수 있었다.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반복적으로 획득되어야 한다. 이 전술은 회사들이 파업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또한 경영진과 노동자 그리고 주민 모두가 파업이 확대될지 또 어디로 확대될지 확인하기 위해 집중하게 만들면서 파업이 매주 전국 뉴스에 오르내리도록 만든다.


파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 후, 노조는 지엠과 스텔란티스의 38개 공장과 배송센터로 파업을 확대하여 총 18,000명이 파업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에는 포드와 협상이 진전된 상태였다. 포드를 남겨두고 지엠과 스텔란티스에만 파업을 확대한 것은 노조가 더 나은 안을 제시하는 회사에 보상을 하겠다는 신호였다. 지난 29일에는 포드와 지엠에서 파업이 확대되어 7,000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파업에 참여했다. 페인은 라이브 스트림에서 이번에는 스텔란티스가 진전된 안을 내놨기 때문에 포드 대신 스텔란티스가 파업확대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 전략의 가장 영리한 측면 중 하나는 강력하고 진보적인 요구와 빅3가 거둔 이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어적 입장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지난 15~20년 동안 회사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는 동안 노동자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만일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가 이러한 방어적 입장에만 머물렀다면 파업은 약화되었을 것이다.


노조의 전략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사장들은 파업 첫날부터 수천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현장에서 괴롭힘을 강화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사기가 여전히 높고 특히 파업이 확대된 이후 더욱 그렇지만, 하향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파업의 특성상 사기가 저하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파업 초기에 노동자들은 어느 공장이 왜 파업에 들어가는지 알지 못해 불만을 표출했다. 파업의 확대는 주로 회사의 보복과 파업의 지리적 확대로 인해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이 정도 규모의 파업을 조정하려면 다양한 층위의 자동차 노동자를 통합하기 위한 강력한 정치적 노력을 펼치면서 광범위한 지역사회 및 전국 수준에서 대중적 지지를 조직해야 한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작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레프트보이스가 말해 왔듯이, 이번 파업은 아래로부터 조직되어야 한다. 평조합원들이야말로 지역사회를 설득하고 파업에 참여시키는 방법, 공장 내 세력 관계(파업을 지지하는 사람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 노동자들이 파업을 어디까지 할 의향이 있는지, 파업의 단점이 무엇인지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사측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노조는 현장 및 지역에서 파업위원회를 조직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파업위원회에는 해고노동자들을 참여시켜야 할 것이며, 파업위원회를 통해 노동자들은 파업에 대해 그리고 다음 단계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파업위원회는 10년 이상 빅3의 부품을 조립해 온 노동자들의 창의성과 자동차 생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파업을 다른 공장으로 확대하고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조직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파업위원회는 지역 파업위원회에 파견할 대표를 선출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파업을 더욱 조율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평조합원들과 긴밀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맺는 전국 파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평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국 파업위원회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현상: 전투적이고 개량적인 노조관료주의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높은 열망에 의해 추동되면서, 또한 전통적인 노조 관료주의가 이에 대응하고 적응하려는 도전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개량적 노조관료주의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UPS에서 “파업 준비” 캠페인을 조직한 사라 넬슨과 숀 오브라이언 같은 인물이 포함된다. 현재로서는 숀 페인에 의해 구현되고 있는 UAWD가 가장 첨예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개량적 노조관료주의는 진보적인 요구와 능숙한 전술을 갖춘 전투적인 리더십으로, 노동자계급의 지지에 의존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인 노사협조주의(business unionism)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노사협조주의가 오로지 계급 화해에 몰두하는 반면 페인은 자주 계급적 노선을 강조한다. CEO와 악수하며 교섭하는 대신, 페인은 노동자와 악수했다. 노동자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그는 노조가 방해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가 아니라 억만장자의 경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관료주의다. 이번 파업은 그 준비부터 일상적인 업무, 파업 확대 여부, 장소와 시기 등 모든 것이 노동자의 의미 있는 참여 없이 위에서 조직되고 결정된다. 비록 페인 역시 오브라이언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결정사항이나 정보들을 알려주고 있지만, 이는 평조합원들의 참여나 의견 수렴에 입각해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평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총회, 토론, 의사결정 같은 조직적 측면의 문제만을 따지는 게 아니다. 이것은 양당 지배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어 노동자들의 정치적 지평을 그 안에 가둬두려는 보다 광범위한 전략과 관련이 있다.


이 새로운 노조관료주의는 민주당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16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노동자계급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다.’ 페인은 지금까지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26일 바이든이 피켓라인에 함께 한 것을 칭찬했다. 이것은 그가 지난주 트럼프의 파업 관련 발언과 27일 비노조 공장 방문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대조된다. 노조는 바이든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선거 때와는 뚜렷하게 다르게 자신들의 방식에 따라 그렇게 하려고 한다.


파업과 재편성


양당 지배체제는 최근 계급투쟁 속에서 직접 행동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의회는 철도 노동자들이 잠정합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 올해 바이든 정부는 UPS 협상에 직접 관여했지만, 바이든은 개인적으로 가능한 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불가능했다. 바이든은 노동자들이 “공정한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고, 빅3에 대해서는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파업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파업에 직접 관여하도록 파견되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27일 또 다른 당내경선 예비 토론을 건너뛰고 디트로이트에서 노동자들에게 연설하기로 결정하자, 바이든은 26일 피켓라인에 동참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유기적 위기를 사진으로 찍는다면, 트럼프가 노동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바이든이 피켓라인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두 후보가 전기차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는 모습, 파업을 지지하며 주먹을 치켜든 노동자들의 모습이 몽타주처럼 찍힐 것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2024년 대선의 승자는 많은 부분 지금 결정되고 있다. 내년 11월에 누가 승리하든 결정적인 주에서 승리하는 자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자계급이 미국 정치의 중심 무대에 서는 또 다른 방법이다.


재편성(realignment, 혹은 재정렬)은 부분적으로 주민의 광범한 부분이 하나 또는 일련의 중요한 사건을 경험한 결과로 일어난다. 1930년대에 민주당은 체제 내 세력관계를 유리하게 만들어 뉴딜정책을 통과시키고 자본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새롭게 떠오르던 산별노조의 관료제와 연합했다. 루즈벨트의 당은 노동자계급에게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뉴딜 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 준비는 민주당과 노조관료제를 더욱 단결시켰다. (주별 권리를 강조했던) 딕시크래트 세력은 민권운동이 민주당을 변화시키자 민주당을 떠나 악명 높은 “남부전략” 속에서 공화당에 결합했다. 이 모든 것이 “재편성”의 과정이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주당은 노동자계급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점점 더 교외 중산층 표심에 집중했다. 빅3에게 구제자금을 제공하는 등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이러한 탈편성(dealignment, 혹은 탈정렬)을 활용하여 공화당의 이전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공화당과 노동자계급의 관계를 설정했다. 2016년 트럼프의 승리는 격전지 주에서 노동자들의 불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2016년 이후 세력을 확장한 자코뱅과 DSA는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의 방향을 노동자계급 쪽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해 왔으며, 이는 당이 빵과 버터 같은 “범계급적인” 요구에만 집중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좌파 노조관료제의 출현과 발전은 이러한 전략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 전략은 계급 행동주의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투적 언어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하며, 이는 이미 자코뱅의 페이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보다 전투적인 개량주의(즉 사회민주주의 스타일의 “사회주의”) 시기에 들어선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의 전반적인 전략적 목표는 노동자들의 좌절감과 전투성을 민주당으로 끌어들여 민주당이 “사회주의”(일명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열어줄 사회민주주의적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을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 정치의 문제는 이게 공상에 입각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잘 알다시피, 민주당은 금융자본의 정당이며, 미국 자본가계급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 썩어빠진 양당 지배체제의 주춧돌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승리는 노동자계급 전체의 승리이다. 그러나 개량주의자들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즉 파업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노동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아직 민주당을 떠나지 않은 노동자들을 붙잡아두는 데 사용된다면, 노동자계급은 다가올 전투에 대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신 이번 파업이 양당 지배체제에 믿음을 두지 않고 평조합원들을 자기 운명의 주체로 조직해 낸다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조직적 독립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나 트럼프주의와의 동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고 정치적 창의력을 발휘해 계급투쟁으로 단결하는 데 달려 있다.


양준석 옮김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uaw-strike-is-the-most-important-strike-in-dec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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