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투쟁 끝날 때까지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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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쟁 끝날 때까지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편집자 주] 

9월 5일(화) 오후 6시, 서울 삼성역 인근 ‘한국닛토덴코’ 앞에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청산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닛토덴코는 구미에 있는 한국하이테크의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입니다.  

얼마든지 고용을 보장할 수 있음에도, 한국하이테크 사측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전세보증금까지 압류하며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싸우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와 연대해온 노동조합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정나영 조합원의 발언을,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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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병철

 

반갑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 정나영입니다. 투쟁!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발언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저도 해야 한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막상 이 자리에 서니 너무 떨리고 긴장이 됩니다. 편지글을 제대로 잘 읽지 못하더라도 미리 양해를 부탁합니다.


저는 한국옵티칼에 2008년 10월에 입사했고 15년을 근무했습니다. 작년 10월 4일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전날 야간 근무라서 집에서 자고 일어나 있었습니다. 다른 조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장 동생 전화가 와서 불이 난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예전에도 작은 화재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일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공장의 검은 연기가 심하게 보여서 바로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아이 때문에 가지 못하고 마음만 졸이며 밤을 보냈습니다. 야간 출근하지 말라는 문자가 왔고 다음날 아침 공장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공장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크게 훼손되지 않은 듯 보였고 회사가 기다리라고 해서 당연히 공장을 돌릴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청산한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허무하고 멍한 상태였다가 회사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에 화가 났습니다.


2019년 두 번째 구조조정으로 56명만 남았을 때 저는 한 번도 일해보지 않은 곳으로 배치되었습니다. 일이 익숙하지 않았고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배우는 것이라 눈물도 흘린 적이 많습니다. 그래도 결근 한번 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런데 위로금 몇 푼 주면서 그 돈 받고 나가라는 회사가 너무 괘씸하고 용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투쟁을 선택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고 회사의 행위에 저보다 더 분노했습니다.


막상 시작했지만 처음 해보는 투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간부 직책과 발언에 대한 부담이 제일 컸습니다. 조합원 동지들의 배려 덕분에 간부 직책과 발언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구미, 평택선전전, 상경투쟁 등은 힘들지 않은데 농성 당번 들어올 때 10살 된 딸과의 이별이 제일 힘듭니다. 집에서 나올 때 가지 말라고 붙잡고 울다가 농성 중일 때는 전화가 와서 빨리 오라고 또 울먹입니다. 


가끔 고민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투쟁하고 있지? 내 가족을 힘들게 하려고 투쟁하는 건 아닌데 그만 해야 하나? 하지만 이 투쟁 끝날 때까지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공장 침탈 첫날, 경찰까지 출동했을 때 너무 겁이 났습니다. 교육받고 얘기도 들었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니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KEC 여성 동지들이 맨 앞에서 큰소리치며 싸우는 모습에 용기를 얻었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사히 동지들과 연대해 주신 동지들 덕분에 힘이 났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지자, 청산인과 노무사 얼굴 보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화재사고가 우리 책임도 아닌데 공장을 청산하고 해고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먼저일 텐데 오히려 우리를 훈계하고 나무라는 모습에 분했습니다. 절대로 이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와 오기가 생겼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비롯해 항상 함께해 주시는 동지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너무 고맙습니다. 지치지 않게 용기를 주고 늘 친구처럼 곁에 있어 주셔서 오늘 하루도 잘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싸움 이길 때까지 많이 가르쳐 주고 도와주십시오. 동지들의 기운 받아서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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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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