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국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기후정의 실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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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만국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기후정의 실현하자!

전진 정치캠프 "한국 기후운동의 현재와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과제" 참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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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그 자체만을 위해 움직이는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해쳐왔을 뿐 아니라, 지구의 모든 존재를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렇기에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뒤엎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조직해 ‘기후정의’를 실현할 중심 주체는, 생산수단을 멈출 힘을 지닌 단결한 노동자들이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전진) 캠프의 핵심 기치 중 하나는 ‘노동자의 힘으로 기후정의 실현!’이다. 물론 ‘기후정의’라는 말 자체는 좋은 말이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기에, 반자본주의를 가리는 모호한 지향이라는 비판이 있다. 여기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기후정의’를 사용한다. 정치캠프에서 강조된 ‘노동자의 힘으로 기후정의 실현’ 제안은, 구체적 현실에서 자본주의를 뒤엎고 사회주의를 만들어가는 핵심 주체로서 단결되고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반자본 기후운동’, ‘사회주의 기후운동’ 등 더 뾰족한 단어들이 구체적 현장에서 더 보편화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필자가 참여한 “한국 기후운동의 현재와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과제” 세션 역시 기후재난 앞에, 그리고 923 기후정의행진 앞에, 반자본주의와 기후정의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노동자가 변화의 주체로서 전면에 나서자고 제안한다.


기후정의운동의 분화


발제를 맡은 전진 기후정의위원회 고근형 동지는 올해 초 급격한 전기, 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전개된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논쟁을 돌아보며, 한국 기후정의 운동이 한 번 더 분화했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 분화는 2021년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탄중위에 참여해 결과를 따내자는 세력, 그리고 사회운동이 정부·자본의 하위파트너로 동원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기후위기 주범인 국가기구 그 자체인 탄중위를 해체하자는 세력이 분화했다. 그리고 2023년, ‘에너지 요금인상 철회’ 요구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은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이며, 자본뿐 아니라 시민도 책임져야 하기에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발제자는 이를 두 번째 분화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분화를 겪으며, 기후정의운동 내 보다 많은 세력이 자본주의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그리고 작년 924 기후정의행진은 이 기조를 보다 분명히 하며 더 많은 대중의 참여를 끌어냈다. 그리고 올해 414 기후정의파업을 통해, 민영화된 에너지산업과 자본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대중의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것이 기후정의일 수 없다는 점 역시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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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적 탈성장론의 의의와 한계


또한 발제자는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에 맞서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좌파적 탈성장(급진 해방적 탈성장) 담론을 분석하며, 그 의의와 한계를 이야기한다. 우선 좌파적 탈성장론 역시 자본주의가 기후위기의 원인임을 인정한다. 또한, 기존 탈성장론의 자유주의적 성격과 무기력한 전략에 비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나름의 경로와 전략을 제기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좌파적 탈성장 전략의 핵심은, 행위자의 ‘동맹’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적 캔버스’를 조합하는 것이다. 반인종주의자, 페미니스트 등 권력에 맞서 해방적 변혁에 함께할 누구나 동맹자로 삼을 수 있고, 이 변혁은 제도·공공·정치·경제·문화·노동과 일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좌파적 탈성장은 이를 수행하는 핵심 주체를 제시하지 않으며, 주체와 주체 사이, 전략과 전략 사이의 위계를 설정하지 않는다. 발제자는 다양한 저항 행위 각각은 ‘전술’이 될 수는 있지만, 전술의 나열이 자본주의에 맞선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좌파적 탈성장론을 비판한다. 자본과 임노동 관계 내부의 균열 없이 자본에 맞서 생산의 민주적 통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일부로서의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으로부터 생산통제권을 되찾고 기후정의를 실현할 전략적 주체로서 노동자계급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계급적 기후정의운동의 전략 : 자본의 생산통제에 균열을


발제자는 자본의 기후파괴와 위기 전가에 맞서고 노동자 생산통제를 요구하는 계급투쟁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노동자의 현장통제권을 강조한다. 이미 노동안전보건운동은 위험 상황에서 예방적 작업중지권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가,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기준으로 노동시간과 노동조건, 생산량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후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기후위기 이후의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에너지사업 공영화와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자본의 사유화를 막고, 요금인상 반대를 넘어 투쟁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923 노동자 기후정의행진이 제안되었다. 기후재난, 공공요금 인상, 공공운수노조 파업 등을 마주한 상황에서, 발제자는 여러 나라 노동자의 기후정의파업을 소개했다. 유럽 청소·배달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과 온열대책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이런 투쟁에서 드러나듯, 노동자 작업중지권과 온열대책이 곧 기후정의다. 또한 독일에서 철도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공공교통 확대와 인플레이션 국면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기후운동단체들과 함께 파업을 벌였다. 마찬가지로, 공공교통 확대와 노동자 생활임금보장이 곧 기후정의다. 


아직 한국에서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은 소수이고 낯설다. 923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은 보다 확대되어야 하고, 그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발제자는 ‘노동현장의 요구를 기후정의 요구로’,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자 사전행동’이라는 두 가지 기획을 제출했다. 그렇게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바꾸고 지구를 바꿀 노동자들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현장의 경험과 고민, 논의지점을 제시한 토론


토론자로는 정의로운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노동자모임(정태모) 이재백 동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동지, 기후정의동맹 정록 동지가 함께했다. 정태모는 작년 924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태안화력발전소 6개 민주노조가 석탄발전소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결성되었다. 정태모는 정기모임을 통한 학습과 선전전 등으로 기후와 고용이 대립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사업장 담장을 넘어 지역주민, 다른 발전사업장 노동조합과 연대를 모색했다.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면서까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폐쇄에 따르는 지역소멸 문제를 지역주민에게 알리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재백 동지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선전전, ‘정의로운에너지전환 태안화력발전노동자 결의대회’ 등 노동자가 스스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는 의의와 함께, 다수 현장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한계도 공유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장노동자가 느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의 구체적 제시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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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근 동지는 사유화된 공공교통 체계 아래에서, 버스회사 적자와 경영진 보수를 시민의 세금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대중교통 무료화로 이용률을 늘린 여러 사례를 공유했다. 2023년 경북 청송군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 이후 두 달 만에 버스 이용객이 20% 증가한 사례, 2018년 프랑스 덩케르크 버스요금 무료화 이후 이용객이 주중 70%, 주말 140% 증가했으며, 자차를 팔고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시민도 증가한 사례 등이었다. 또한 민주노조 건설을 넘어 잘못된 버스운영정책 개선으로 나아간 전북버스노동자 투쟁을 돌아보며, 완전공영제를 요구하며 버스자본-정치권력-어용노조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투쟁에 기후정의운동이 결합한다면 운동을 현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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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록 동지는 2019년 이후, 한국에서 ‘기후/환경’이라는 협소한 틀을 넘어 ‘기후정의’라는 전환적 과제를 제기하는 운동이 등장했던 상황을 복기한다. 기후위기를 겪으며 대중은 사회가 총체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직감했으며, ‘기후정의동맹’은 이러한 정세에서 반자본 체제전환 운동으로서 ‘기후정의운동’을 조직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정록 동지는 기후정의운동의 ‘분화’라 보았던 발제자 판단에 대해, 체제전환 운동의 재구성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이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시에 자본의 생산통제에 균열을 내자는 발제자의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잔업·특근수당이 오히려 노동시간 연장으로 귀결한 경험이나 작업중지나 휴업이 불안정노동자의 소득감소로 연결될 위험 등을 들어, 다른 조건에 놓인 노동자들의 ‘현장통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쟁점을 제기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 현장통제권은 개별 기업 노동현장을 넘는 싸움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전략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역시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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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기후정의 실현, 그 결의를 모은 현장 토론


현장 토론은 주로 좌파적 탈성장 운동에 대한 발제자 평가에 관한 의견, 다음으로 계급적 현장 통제와 관련한 실천적 제안, 마지막으로 우리 현장에서 어떻게 기후정의를 이야기할 것인지를 주제로 이루어졌다. 


먼저 좌파적 탈성장 운동에 대해, 좌파적 탈성장론 자체는 다양한 전술을 구체적 상황에 따라 배치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아닌지, 그렇기에 중요한 ‘틈새’를 열 수 있다는 의견이 플로어에서 제시되었다. 인종·여성·주거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실천에 대한 언급 없이 노동자계급이 전략적 행위자로 제시된 것 같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동맹’은 전략으로서 부족하고, 노동자계급이 강조된 점이 명쾌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계급적 현장통제 투쟁에 대해, 노동현장 통제투쟁이나 기후재난에 맞선 노동자 투쟁을 기후정의운동이 재조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벌어지지 못하는 기후 집회의 한계를 지적하며,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기후운동이 더 결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유화와 완전공영제에 관한 추가설명 요청에 대해, 발제자는 노사민정의 참여를 보장하는 모종의 ‘정의로운 전환법’이나 정부위원회로 대응한다는 것은 환상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지향이 무엇인지, 누가 통제하는가가 중요하며, 국유화는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경로나 수단으로 제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신의 현장에서 어떻게 기후정의를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에서는 토론자 및 발제자, 청중의 결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백 동지는 발전소가 폐쇄되더라도 노동자는 껌처럼 버려지면 안 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 속에 분노는 더 높아질 것이고, 이번 923기후정의행진을 맞아 정태모는 사전 결의대회로 그 분노를 모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근 동지는 노동조합 내에서도 어려움이 있지만, 완전공영제 지향과 기후정의 행동이 다르지 않음을 토론하고 설득하겠다고 하였다. 정록 동지는 ‘현장노동자 총고용 보장이 현실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에 맞서 토론한 경험을 공유하며, 총고용 보장만큼 현실적인 요구가 없으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 공공적인 전환임을 강조했다. 발제자는 923 기후정의행진은 노동자가 주체로 나설 중요 계기임을 다시 강조하며, 기후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노동자들이 923 당일 대오를 모으고 노동현장의 변화를 밀어붙일 힘을 얻어가자고 강조하였다.


923 기후정의행진을 비롯한 여러 투쟁현장에서,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더 많이 드러내고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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